#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작성자:여관◆zAR16hM8he
작성일:2026-05-08 (금) 01:04:15
갱신일:2026-05-13 (수) 19:12:03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92여관◆zAR16hM8he(90f22357)2026-05-13 (수) 00:30:25
《왕관들의 분실물 보관소》
3장. 돌려주지 않은 것들
분실물 보관소의 선반은 점심이 지나자 꽤 비어 보였다.
민다우가스는 늑대 앞치마 끈을 가져갔다.
아스테르다스의 별무늬 천 조각도 함께 돌아갔다.
벨라와 소피아는 원본 조리법을 찾아갔고, 대신 공유본을 남겼다.
니케아의 빵 포장끈은 슈샤니크 경이 가져갔다.
라이자는 은꽃 접시를, 호흐마이스터는 보급 메모를, 아스트리트는 잘못된 초대장을 가져갔다.
스토얀카의 꽃은 봉인되어 불가리아 쪽으로 돌아갔고, 타마르는 이름 없는 빵 접시를 가져갔다.
아레의 솥도 마침내 씻겨 돌아갔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얼마 없어야 했다.
그레이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선반 아래쪽을 열자, 새로운 물건들이 나왔다.
푸리나는 눈을 반짝였다.
“우와.”
그레이는 낮게 말했다.
“왜 아직도 남아 있습니까.”
죠니는 의자에 앉아 남은 허브차를 마시고 있었다.
“여관이잖아. 손님들이 뭘 두고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죠니 경.”
“응?”
“그 말은 방금 여관의 성좌께서 하셨어야 할 말입니다.”
여관의 성좌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미 죠니 경께서 잘 말씀하셨습니다.”
죠니는 조금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칭찬하지 마. 괜히 좋은 사람 된 것 같잖아.”
푸리나는 곧장 말했다.
“죠니는 좋은 사람이야!”
“아니, 그건 또 부담스러워.”
그레이는 선반 아래쪽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냈다.
첫 번째는 작은 은색 단추였다.
단추라기보다는, 갑주의 장식에서 빠진 작은 금속 조각 같았다.
라이자의 성은처럼 따뜻한 빛은 아니었다.
호흐마이스터의 갑주처럼 검고 차가운 빛도 아니었다.
어딘가 달빛에 가까웠다.
푸리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누구 거지?”
레이튼은 단추를 살펴보았다.
“니케아 쪽으로 보이는군요.”
그레이는 장부를 넘겼다.
“니케아 측 복식 잔류 물품은 모두 슈샤니크 경이 확인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죠니가 말했다.
“그럼 누가 일부러 남겼나?”
하융은 회색 창호를 들여다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루나리아 아누아 경이 찾아갔소. 다른 가능성에서는 그대로 두고 갔소.”
푸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일부러?”
그때 문가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일부러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루나리아 아누아가 들어왔다.
그녀는 차분한 얼굴로 선반 위의 은색 단추를 보았다.
“다만 급히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레이가 단추를 내밀었다.
“루나리아 경의 물건입니까?”
“제 망토 안쪽 고정 단추입니다.”
푸리나는 물었다.
“그럼 가져가야지?”
루나리아는 단추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잠시 보았다.
“어젯밤 미하일라 폐하께서 손목을 쉬지 않으시려 할 때, 제가 망토를 접어 팔받침으로 썼습니다. 아마 그때 빠진 모양입니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그 황제는 요리하면서도 손목을 혹사하더니.”
루나리아는 미소 지었다.
“그분은 쉬는 것도 명령받아야 잘하십니다.”
푸리나는 웃었다.
“그건 좀 미하일라답다.”
루나리아는 단추를 바로 챙기지 않았다.
그레이가 물었다.
“수선해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직접 하겠습니다.”
루나리아는 단추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다만 이 단추가 빠진 덕분에 폐하의 손목은 조금 덜 무리했습니다.”
“그럼 좋은 분실물이네.”
푸리나가 말했다.
루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끔 무언가가 빠져야, 누군가가 기대는 자리가 생기니까요.”
그 말에 잠시 모두가 조용해졌다.
죠니는 허브차를 내려놓고 말했다.
“그 말도 기록감인데.”
아카식이 어딘가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불렀어?”
죠니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어디 있었어.”
“분실물 보관소에 누가 어떤 표정으로 들어오는지 보고 있었지.”
알토가 뒤에서 따라 들어왔다.
“정확히는 관찰하다가 차를 세 잔 드셨습니다.”
아카식은 루나리아의 단추를 보았다.
“좋은 물건이네.”
루나리아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기록하시겠습니까?”
아카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폐하의 손목이 나았는지까지 보고 나서.”
알토는 낮게 말했다.
“기록보다 경과 관찰이 먼저입니다.”
루나리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입니다.”
아카식은 알토를 보았다.
“오늘 다들 알토처럼 말하지 않아?”
알토는 담담했다.
“좋은 현상입니다.”
---
두 번째 물건은 낡은 작은 나무 말이었다.
아이 장난감처럼 보였다.
말의 등에는 아주 조그만 천 조각이 묶여 있었다.
어제 식탁의 빵 포장에 쓰인 천과 비슷했다.
푸리나는 그것을 들고 말했다.
“이건 누구 거지?”
그레이는 목록을 확인했다.
“등록되지 않은 물품입니다. 왕실 또는 가신 소유로 보기 어렵습니다.”
죠니는 장난감을 받아 들었다.
“아이 거네.”
푸리나가 물었다.
“어제 온 피난민 아이?”
“그럴 가능성이 크지.”
죠니는 나무 말을 손바닥 위에서 굴렸다.
“많이 갖고 논 물건이야. 바퀴 한쪽이 닳았어.”
레이튼은 다가와 말 장난감을 보았다.
“흥미롭군요. 왕관들의 분실물 사이에, 왕관 없는 손님의 물건이 섞였군요.”
그레이는 장부를 새로 펼쳤다.
“아이의 이름을 확인하겠습니다.”
하융은 회색 창호를 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아이가 찾으러 오지 않았소.”
푸리나는 표정이 조금 굳었다.
“왜?”
“자기 물건이 왕들의 물건과 같은 선반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소.”
그 말에 식탁이 조용해졌다.
푸리나는 나무 말을 보았다.
작고 낡은 물건이었다.
민다우가스의 늑대 끈도, 벨라의 조리법도, 미하일라의 빵 포장끈도, 호흐마이스터의 보급 메모도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푸리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럼 우리가 찾아가자.”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죠니는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내가 갈게.”
푸리나가 물었다.
“죠니가?”
“아이한테 돌려주는 건 어렵지 않잖아.”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그렇지만 이 경우, 어떻게 돌려주는지가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죠니는 나무 말을 보았다.
“그럼 그냥 이렇게 말하면 되겠지.”
그는 잠시 생각했다.
“네 말이 왕관들이랑 같은 선반에 있었다고.”
푸리나는 웃었다.
“그거 좋아.”
그레이도 조용히 말했다.
“좋은 표현입니다.”
죠니는 어색한 얼굴이 되었다.
“칭찬이 너무 많네, 오늘.”
아카식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죠니가 칭찬을 불편해한다.”
죠니가 바로 말했다.
“기록하지 마.”
알토가 말했다.
“그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더 싫은데.”
죠니는 나무 말을 들고 문밖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관 마당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말!”
그리고 죠니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왕관들이랑 같은 선반에 있더라. 꽤 좋은 말이네.”
아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뒤, 아이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푸리나는 그 소리를 듣고 조용히 말했다.
“저건 돌려주길 잘했다.”
여관의 성좌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떤 물건은 주인이 직접 찾으러 오지 않아도, 반드시 돌아가야 합니다.”
---
세 번째 물건은 접힌 종이였다.
처음에는 그냥 식탁 밑에 끼어 있던 종이 조각 같았다.
하지만 펴보니, 꽤 정교한 그림이었다.
작은 주방 배치도.
화덕 위치, 물동이 위치, 출입구, 피난 동선, 식재료 저장 위치, 그리고 문제 발생 가능 구역까지 적혀 있었다.
푸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그레이 거 아니야?”
그레이는 종이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제 글씨가 아닙니다.”
“그럼 누구지?”
레이튼은 종이를 살펴보았다.
“상당히 훌륭한 배치도군요. 특히 출입구와 보급선, 긴급 동선이 잘 표시되어 있습니다.”
하융은 창호를 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호흐마이스터께서 이것을 찾으러 오셨소.”
푸리나는 웃었다.
“역시!”
그때 호흐마이스터가 정확히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어제 작성한 조리장 임시 안전 배치도를 찾고 있습니다.”
푸리나는 종이를 내밀었다.
“이거지?”
호흐마이스터는 받아 들고 확인했다.
“맞습니다.”
그레이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매우 잘 작성된 배치도입니다.”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주방은 예상보다 위험한 공간이었습니다.”
죠니가 돌아오며 말했다.
“라플리 경이 있었으니까.”
호흐마이스터는 잠시 생각했다.
“그 점이 위험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푸리나는 물었다.
“이걸 왜 가져가?”
호흐마이스터는 담담히 대답했다.
“기사단 주방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조리장은 보급의 일부이며, 보급은 전투 지속력과 직결됩니다.”
그레이의 눈이 아주 조금 빛났다.
“동의합니다.”
죠니는 푸리나에게 작게 말했다.
“그레이랑 호흐마이스터가 보급 얘기 시작하면 길어질 것 같은데.”
푸리나는 속삭였다.
“무섭지만 조금 보고 싶어.”
그레이는 이미 호흐마이스터의 배치도에 몇 가지 보완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수로 접근성이 좋지만, 물동이 위치가 화덕과 조금 가깝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동선과 분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호흐마이스터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합리적인 지적입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또한 은꽃 후식 제작 구역은 보존식 구역과 분리하되, 배식 직전 결합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게 하면 보존성 유지와 사기 상승 효과를 모두 확보할 수 있겠군요.”
라이자가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내 과자 얘기야?”
호흐마이스터는 말했다.
“보급 체계 편입 가능성을 검토 중입니다.”
라이자는 기뻐했다.
“좋아! 그럼 더 예쁘게—”
그레이와 호흐마이스터가 동시에 말했다.
“저반짝임.”
라이자는 입술을 삐죽였다.
“둘이 너무 잘 맞아.”
죠니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보급 동맹이네.”
호흐마이스터는 배치도를 접으며 말했다.
“좋은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다음 식탁에도 적용하겠습니다.”
푸리나는 눈을 빛냈다.
“다음 식탁!”
그레이가 바로 말했다.
“사전 계획서.”
푸리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호흐마이스터는 그것을 보고 잠시 멈췄다.
“푸리나 폐하께서 즉흥 제안을 멈추셨습니까?”
죠니가 말했다.
“드문 가능성이야. 조심히 다뤄.”
하융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드문 가능성이오.”
푸리나는 억울했다.
“다들 너무해.”
---
네 번째 물건은 기묘했다.
작은 카드 한 장.
그 카드에는 레이튼의 글씨가 있었다.
수수께끼:
아무것도 담지 않았을 때 가장 많은 것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푸리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레이튼을 보았다.
“이거 레이튼 거잖아.”
레이튼은 모자를 고쳐 썼다.
“아, 그 카드가 거기 있었군요.”
그레이는 물었다.
“분실하신 겁니까?”
“분실이라기보다는, 적절한 곳에 도착했다고 보아도 좋겠습니다.”
죠니는 말했다.
“또 수수께끼로 말하네.”
푸리나는 카드를 보며 말했다.
“답은 빈 그릇?”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정답입니다.”
“진짜?”
“예.”
푸리나는 기뻐했다.
“나 맞혔어!”
죠니가 말했다.
“이번엔 쉬웠잖아.”
“그래도 맞혔잖아!”
레이튼은 차분히 말했다.
“쉬운 수수께끼도 필요합니다. 어려운 것만 있으면 사람은 답하는 일을 포기하니까요.”
그는 빈 그릇 옆에 카드를 놓았다.
“이 카드는 이곳에 두면 좋겠습니다.”
그레이는 카드와 빈 그릇을 보았다.
“분실물 보관소 장식으로요?”
“안내문으로.”
“안내문치고는 수수께끼입니다.”
“여관에 어울리지 않습니까?”
여관의 성좌는 부드럽게 웃었다.
“좋군요. 손님이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안내문입니다.”
그레이는 잠시 고민했다.
“그럼 공식 안내문 아래 보조 문구로 부착하겠습니다.”
푸리나는 감탄했다.
“그레이가 수수께끼를 허가했어.”
죠니는 말했다.
“오늘도 드문 일이 많네.”
레이튼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빈 그릇 옆에 카드를 놓았다.
아무것도 담지 않았을 때 가장 많은 것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 아래에 푸리나가 작은 글씨로 답을 적으려 하자, 레이튼이 부드럽게 손을 들었다.
“답은 적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왜?”
“찾아오는 손님마다 자기 답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푸리나는 잠시 생각했다.
“좋아.”
그녀는 답을 적지 않았다.
그레이는 작은 글씨로만 덧붙였다.
정답은 직원에게 문의하지 마십시오.
죠니가 그걸 보고 웃었다.
“그레이답네.”
---
다섯 번째 물건은 아주 작았다.
아니, 물건이라기보다 자국이었다.
선반 맨 아래에 은빛 가루가 조금 남아 있었다.
라이자의 은꽃 과자에서 떨어진 것인지, 성은 조리도구에서 묻은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푸리나는 손가락으로 만지려 했다.
그레이가 바로 말했다.
“만지지 마십시오.”
“왜?”
“성은 계열 잔류물일 수 있습니다.”
라이자가 다가와 보았다.
“아, 이건 괜찮아.”
“확실합니까?”
“응. 과자 장식에서 떨어진 거야. 먹어도 죽지 않아.”
그레이의 얼굴이 굳었다.
“그 표현은 식용 안전성을 보장하기에 부적합합니다.”
라이자는 곧장 수정했다.
“먹어도 안전해.”
“좋습니다.”
라이자는 은빛 가루를 작은 종이에 모았다.
“이것도 가져갈까?”
푸리나는 물었다.
“왜?”
“다음 과자 만들 때 쓸 수 있을지도 몰라. 어제 먹은 아이들이 웃었잖아.”
호흐마이스터가 말했다.
“재활용 가능성은 좋습니다. 다만 위생 검사가 필요합니다.”
라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씻고, 녹이고, 다시 만들게.”
그레이는 말했다.
“그 경우 새 재료로 분류해야 합니다.”
“알았어.”
푸리나는 라이자를 보며 말했다.
“라이자도 되게 성장했어.”
라이자는 웃었다.
“모두에게 나눠주려면 많이 만들어야 하니까.”
여관의 성좌는 부드럽게 말했다.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만드는 법을 배우는군요.”
라이자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수줍게 웃었다.
“응. 그런 것 같아.”
죠니가 말했다.
“그리고 가격도 배워야 돼.”
그레이는 즉시 말했다.
“매우 중요합니다.”
라이자는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것도.”
푸리나는 정말 감동했다.
“가격을 인정했어.”
그레이는 조용히 장부에 적었다.
라이자 전하, 예산 개념 수용 조짐. 검증 필요.
죠니가 말했다.
“검증 필요가 붙는 건 다 똑같네.”
“중요합니다.”
---
여섯 번째는 편지였다.
봉투는 없었다.
내용은 짧았다.
다음에는 정말 검술 시연으로.
단, 차는 준비해도 좋습니다.
푸리나는 그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스트리트!”
그레이는 편지를 확인했다.
“아스트리트 경의 필체로 보입니다.”
죠니는 말했다.
“이건 분실물이 아니라 통보다.”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찾으러 왔다가 두고 간 답장이지요.”
푸리나는 편지를 가슴에 안았다.
“좋아. 다음엔 검술 시연 겸 차!”
그레이가 말했다.
“행사 성격이 다시 혼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허락했어!”
그레이는 편지를 다시 읽었다.
“‘차는 준비해도 좋습니다’이지 ‘요리대회를 겸해도 좋습니다’가 아닙니다.”
푸리나는 멈칫했다.
“그 차이가 중요해?”
죠니가 말했다.
“아스트리트한테는 엄청 중요하겠지.”
푸리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다음에는 정확히.”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아스트리트 경 회신: 검술 시연 요청. 차 준비 허용. 요리대회 병합 불가.
아카식은 그것을 보고 웃었다.
“푸리나가 점점 문서 교육을 받고 있어.”
알토는 말했다.
“좋은 현상입니다.”
푸리나는 조금 억울했지만, 이번에는 반박하지 않았다.
---
일곱 번째 물건은 뜻밖에도 죠니의 것이었다.
작은 나무 손잡이 숟가락.
죠니는 그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왜 거기 있어.”
그레이는 장부를 확인했다.
“어제 아레 전하의 솥 앞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푸리나는 바로 반응했다.
“죠니, 세 번째 그릇 먹었어?”
“두 번째였어.”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한 가능성에서는 세 번째였소.”
죠니가 하융을 보았다.
“그건 다른 가능성이잖아.”
“그렇소.”
푸리나는 숟가락을 들어 올렸다.
“아레 음식이 그렇게 좋았어?”
죠니는 조금 시선을 피했다.
“조용해서 좋았다고 했잖아.”
“그럼 숟가락을 왜 두고 갔어?”
죠니는 잠시 생각했다.
“모르겠네. 그때 좀 조용했나 보지.”
푸리나는 더 놀리지 않았다.
그레이는 숟가락을 씻은 천 위에 올려두었다.
“반환하겠습니다.”
죠니는 받아들었다.
“고마워.”
짧은 말이었다.
그레이는 고개를 숙였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고 작게 웃었다.
죠니가 말했다.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 얼굴은 아무것도 아닌 얼굴이 아닌데.”
“그냥, 죠니도 뭔가 두고 가는구나 싶어서.”
죠니는 숟가락을 바라보았다.
“사람이면 뭘 두고 가겠지.”
여관의 성좌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죠니는 그를 보았다.
“너무 여관지기처럼 받아주지 마.”
여관의 성좌는 웃었다.
“직업이라서요.”
죠니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숟가락을 품에 넣었다.
---
해가 기울기 전, 분실물 보관소에는 다시 몇 가지가 남았다.
빈 그릇.
허브 주머니.
헝가리 수프 조리법 공유본.
레이튼의 수수께끼 카드.
라플리 경 주방 안전 지침.
그리고 아스트리트의 짧은 편지.
푸리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보았다.
“분실물 보관소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어.”
그레이는 말했다.
“이제는 일부가 보관 자료입니다.”
“박물관?”
“아닙니다.”
“작은 박물관?”
“아닙니다.”
레이튼은 부드럽게 말했다.
“작은 박물관과 보관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레이는 즉시 답했다.
“예산 항목입니다.”
죠니가 웃었다.
“오늘 최고의 답변이네.”
아카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할까?”
알토는 말했다.
“그건 기록해도 좋겠습니다.”
그레이는 당황했다.
“그 정도의 발언은 기록 가치가 없습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있어. 인간은 가끔 아주 사소한 말에서 자기 일을 다 보여주거든.”
그레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푸리나는 선반 위 빈 그릇을 보았다.
“그러면 이건 뭘 보여줄까?”
여관의 성좌는 말했다.
“아직은 모릅니다.”
“아직?”
“예. 기다리는 물건은, 기다림이 끝나야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지요.”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직 두자.”
그레이도 반대하지 않았다.
죠니는 창밖을 보았다.
“이제 진짜로 하루 끝나가네.”
하융은 회색 창호를 닫았다.
“오늘은 대체로 좋은 가능성이었소.”
푸리나는 웃었다.
“대체로?”
“완전히 좋은 가능성은 드무오.”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야기가 계속되는 법이지요.”
아카식은 기록장을 덮었다.
“오늘은 충분히 봤어.”
알토가 물었다.
“기록은?”
아카식은 선반을 보았다.
“조금만.”
그는 짧게 적었다.
손님들이 물건을 찾아갔다.
그러나 여관에는 아직 기다리는 그릇이 남았다.
알토는 그 문장을 보았다.
“좋습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정말?”
“예.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 않습니다.”
“오늘 알토가 너무 잘해주는데.”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아카식은 기록장을 덮고 말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푸리나는 아쉬운 얼굴을 했다.
“벌써?”
죠니가 말했다.
“분실물 보관소도 문 닫아야지.”
그레이는 표지를 하나 더 걸었다.
운영 시간 종료.
긴급 분실물은 직원을 부르십시오.
새 행사 제안은 사전 계획서로 제출하십시오.
푸리나는 마지막 줄을 보고 말했다.
“저거 나 때문에 붙인 거지?”
그레이는 담담했다.
“예.”
“너무 솔직해!”
죠니가 웃었다.
“그래도 정확하네.”
여관의 성좌는 불을 하나 낮췄다.
선반 위의 빈 그릇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였다.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건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3장. 돌려주지 않은 것들
분실물 보관소의 선반은 점심이 지나자 꽤 비어 보였다.
민다우가스는 늑대 앞치마 끈을 가져갔다.
아스테르다스의 별무늬 천 조각도 함께 돌아갔다.
벨라와 소피아는 원본 조리법을 찾아갔고, 대신 공유본을 남겼다.
니케아의 빵 포장끈은 슈샤니크 경이 가져갔다.
라이자는 은꽃 접시를, 호흐마이스터는 보급 메모를, 아스트리트는 잘못된 초대장을 가져갔다.
스토얀카의 꽃은 봉인되어 불가리아 쪽으로 돌아갔고, 타마르는 이름 없는 빵 접시를 가져갔다.
아레의 솥도 마침내 씻겨 돌아갔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얼마 없어야 했다.
그레이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선반 아래쪽을 열자, 새로운 물건들이 나왔다.
푸리나는 눈을 반짝였다.
“우와.”
그레이는 낮게 말했다.
“왜 아직도 남아 있습니까.”
죠니는 의자에 앉아 남은 허브차를 마시고 있었다.
“여관이잖아. 손님들이 뭘 두고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죠니 경.”
“응?”
“그 말은 방금 여관의 성좌께서 하셨어야 할 말입니다.”
여관의 성좌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미 죠니 경께서 잘 말씀하셨습니다.”
죠니는 조금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칭찬하지 마. 괜히 좋은 사람 된 것 같잖아.”
푸리나는 곧장 말했다.
“죠니는 좋은 사람이야!”
“아니, 그건 또 부담스러워.”
그레이는 선반 아래쪽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냈다.
첫 번째는 작은 은색 단추였다.
단추라기보다는, 갑주의 장식에서 빠진 작은 금속 조각 같았다.
라이자의 성은처럼 따뜻한 빛은 아니었다.
호흐마이스터의 갑주처럼 검고 차가운 빛도 아니었다.
어딘가 달빛에 가까웠다.
푸리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누구 거지?”
레이튼은 단추를 살펴보았다.
“니케아 쪽으로 보이는군요.”
그레이는 장부를 넘겼다.
“니케아 측 복식 잔류 물품은 모두 슈샤니크 경이 확인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죠니가 말했다.
“그럼 누가 일부러 남겼나?”
하융은 회색 창호를 들여다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루나리아 아누아 경이 찾아갔소. 다른 가능성에서는 그대로 두고 갔소.”
푸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일부러?”
그때 문가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일부러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루나리아 아누아가 들어왔다.
그녀는 차분한 얼굴로 선반 위의 은색 단추를 보았다.
“다만 급히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레이가 단추를 내밀었다.
“루나리아 경의 물건입니까?”
“제 망토 안쪽 고정 단추입니다.”
푸리나는 물었다.
“그럼 가져가야지?”
루나리아는 단추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잠시 보았다.
“어젯밤 미하일라 폐하께서 손목을 쉬지 않으시려 할 때, 제가 망토를 접어 팔받침으로 썼습니다. 아마 그때 빠진 모양입니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그 황제는 요리하면서도 손목을 혹사하더니.”
루나리아는 미소 지었다.
“그분은 쉬는 것도 명령받아야 잘하십니다.”
푸리나는 웃었다.
“그건 좀 미하일라답다.”
루나리아는 단추를 바로 챙기지 않았다.
그레이가 물었다.
“수선해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직접 하겠습니다.”
루나리아는 단추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다만 이 단추가 빠진 덕분에 폐하의 손목은 조금 덜 무리했습니다.”
“그럼 좋은 분실물이네.”
푸리나가 말했다.
루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끔 무언가가 빠져야, 누군가가 기대는 자리가 생기니까요.”
그 말에 잠시 모두가 조용해졌다.
죠니는 허브차를 내려놓고 말했다.
“그 말도 기록감인데.”
아카식이 어딘가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불렀어?”
죠니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어디 있었어.”
“분실물 보관소에 누가 어떤 표정으로 들어오는지 보고 있었지.”
알토가 뒤에서 따라 들어왔다.
“정확히는 관찰하다가 차를 세 잔 드셨습니다.”
아카식은 루나리아의 단추를 보았다.
“좋은 물건이네.”
루나리아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기록하시겠습니까?”
아카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폐하의 손목이 나았는지까지 보고 나서.”
알토는 낮게 말했다.
“기록보다 경과 관찰이 먼저입니다.”
루나리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입니다.”
아카식은 알토를 보았다.
“오늘 다들 알토처럼 말하지 않아?”
알토는 담담했다.
“좋은 현상입니다.”
---
두 번째 물건은 낡은 작은 나무 말이었다.
아이 장난감처럼 보였다.
말의 등에는 아주 조그만 천 조각이 묶여 있었다.
어제 식탁의 빵 포장에 쓰인 천과 비슷했다.
푸리나는 그것을 들고 말했다.
“이건 누구 거지?”
그레이는 목록을 확인했다.
“등록되지 않은 물품입니다. 왕실 또는 가신 소유로 보기 어렵습니다.”
죠니는 장난감을 받아 들었다.
“아이 거네.”
푸리나가 물었다.
“어제 온 피난민 아이?”
“그럴 가능성이 크지.”
죠니는 나무 말을 손바닥 위에서 굴렸다.
“많이 갖고 논 물건이야. 바퀴 한쪽이 닳았어.”
레이튼은 다가와 말 장난감을 보았다.
“흥미롭군요. 왕관들의 분실물 사이에, 왕관 없는 손님의 물건이 섞였군요.”
그레이는 장부를 새로 펼쳤다.
“아이의 이름을 확인하겠습니다.”
하융은 회색 창호를 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아이가 찾으러 오지 않았소.”
푸리나는 표정이 조금 굳었다.
“왜?”
“자기 물건이 왕들의 물건과 같은 선반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소.”
그 말에 식탁이 조용해졌다.
푸리나는 나무 말을 보았다.
작고 낡은 물건이었다.
민다우가스의 늑대 끈도, 벨라의 조리법도, 미하일라의 빵 포장끈도, 호흐마이스터의 보급 메모도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푸리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럼 우리가 찾아가자.”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죠니는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내가 갈게.”
푸리나가 물었다.
“죠니가?”
“아이한테 돌려주는 건 어렵지 않잖아.”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그렇지만 이 경우, 어떻게 돌려주는지가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죠니는 나무 말을 보았다.
“그럼 그냥 이렇게 말하면 되겠지.”
그는 잠시 생각했다.
“네 말이 왕관들이랑 같은 선반에 있었다고.”
푸리나는 웃었다.
“그거 좋아.”
그레이도 조용히 말했다.
“좋은 표현입니다.”
죠니는 어색한 얼굴이 되었다.
“칭찬이 너무 많네, 오늘.”
아카식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죠니가 칭찬을 불편해한다.”
죠니가 바로 말했다.
“기록하지 마.”
알토가 말했다.
“그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더 싫은데.”
죠니는 나무 말을 들고 문밖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관 마당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말!”
그리고 죠니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왕관들이랑 같은 선반에 있더라. 꽤 좋은 말이네.”
아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뒤, 아이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푸리나는 그 소리를 듣고 조용히 말했다.
“저건 돌려주길 잘했다.”
여관의 성좌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떤 물건은 주인이 직접 찾으러 오지 않아도, 반드시 돌아가야 합니다.”
---
세 번째 물건은 접힌 종이였다.
처음에는 그냥 식탁 밑에 끼어 있던 종이 조각 같았다.
하지만 펴보니, 꽤 정교한 그림이었다.
작은 주방 배치도.
화덕 위치, 물동이 위치, 출입구, 피난 동선, 식재료 저장 위치, 그리고 문제 발생 가능 구역까지 적혀 있었다.
푸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그레이 거 아니야?”
그레이는 종이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제 글씨가 아닙니다.”
“그럼 누구지?”
레이튼은 종이를 살펴보았다.
“상당히 훌륭한 배치도군요. 특히 출입구와 보급선, 긴급 동선이 잘 표시되어 있습니다.”
하융은 창호를 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호흐마이스터께서 이것을 찾으러 오셨소.”
푸리나는 웃었다.
“역시!”
그때 호흐마이스터가 정확히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어제 작성한 조리장 임시 안전 배치도를 찾고 있습니다.”
푸리나는 종이를 내밀었다.
“이거지?”
호흐마이스터는 받아 들고 확인했다.
“맞습니다.”
그레이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매우 잘 작성된 배치도입니다.”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주방은 예상보다 위험한 공간이었습니다.”
죠니가 돌아오며 말했다.
“라플리 경이 있었으니까.”
호흐마이스터는 잠시 생각했다.
“그 점이 위험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푸리나는 물었다.
“이걸 왜 가져가?”
호흐마이스터는 담담히 대답했다.
“기사단 주방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조리장은 보급의 일부이며, 보급은 전투 지속력과 직결됩니다.”
그레이의 눈이 아주 조금 빛났다.
“동의합니다.”
죠니는 푸리나에게 작게 말했다.
“그레이랑 호흐마이스터가 보급 얘기 시작하면 길어질 것 같은데.”
푸리나는 속삭였다.
“무섭지만 조금 보고 싶어.”
그레이는 이미 호흐마이스터의 배치도에 몇 가지 보완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수로 접근성이 좋지만, 물동이 위치가 화덕과 조금 가깝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동선과 분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호흐마이스터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합리적인 지적입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또한 은꽃 후식 제작 구역은 보존식 구역과 분리하되, 배식 직전 결합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게 하면 보존성 유지와 사기 상승 효과를 모두 확보할 수 있겠군요.”
라이자가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내 과자 얘기야?”
호흐마이스터는 말했다.
“보급 체계 편입 가능성을 검토 중입니다.”
라이자는 기뻐했다.
“좋아! 그럼 더 예쁘게—”
그레이와 호흐마이스터가 동시에 말했다.
“저반짝임.”
라이자는 입술을 삐죽였다.
“둘이 너무 잘 맞아.”
죠니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보급 동맹이네.”
호흐마이스터는 배치도를 접으며 말했다.
“좋은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다음 식탁에도 적용하겠습니다.”
푸리나는 눈을 빛냈다.
“다음 식탁!”
그레이가 바로 말했다.
“사전 계획서.”
푸리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호흐마이스터는 그것을 보고 잠시 멈췄다.
“푸리나 폐하께서 즉흥 제안을 멈추셨습니까?”
죠니가 말했다.
“드문 가능성이야. 조심히 다뤄.”
하융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드문 가능성이오.”
푸리나는 억울했다.
“다들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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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물건은 기묘했다.
작은 카드 한 장.
그 카드에는 레이튼의 글씨가 있었다.
수수께끼:
아무것도 담지 않았을 때 가장 많은 것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푸리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레이튼을 보았다.
“이거 레이튼 거잖아.”
레이튼은 모자를 고쳐 썼다.
“아, 그 카드가 거기 있었군요.”
그레이는 물었다.
“분실하신 겁니까?”
“분실이라기보다는, 적절한 곳에 도착했다고 보아도 좋겠습니다.”
죠니는 말했다.
“또 수수께끼로 말하네.”
푸리나는 카드를 보며 말했다.
“답은 빈 그릇?”
레이튼은 미소 지었다.
“정답입니다.”
“진짜?”
“예.”
푸리나는 기뻐했다.
“나 맞혔어!”
죠니가 말했다.
“이번엔 쉬웠잖아.”
“그래도 맞혔잖아!”
레이튼은 차분히 말했다.
“쉬운 수수께끼도 필요합니다. 어려운 것만 있으면 사람은 답하는 일을 포기하니까요.”
그는 빈 그릇 옆에 카드를 놓았다.
“이 카드는 이곳에 두면 좋겠습니다.”
그레이는 카드와 빈 그릇을 보았다.
“분실물 보관소 장식으로요?”
“안내문으로.”
“안내문치고는 수수께끼입니다.”
“여관에 어울리지 않습니까?”
여관의 성좌는 부드럽게 웃었다.
“좋군요. 손님이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안내문입니다.”
그레이는 잠시 고민했다.
“그럼 공식 안내문 아래 보조 문구로 부착하겠습니다.”
푸리나는 감탄했다.
“그레이가 수수께끼를 허가했어.”
죠니는 말했다.
“오늘도 드문 일이 많네.”
레이튼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빈 그릇 옆에 카드를 놓았다.
아무것도 담지 않았을 때 가장 많은 것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 아래에 푸리나가 작은 글씨로 답을 적으려 하자, 레이튼이 부드럽게 손을 들었다.
“답은 적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왜?”
“찾아오는 손님마다 자기 답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푸리나는 잠시 생각했다.
“좋아.”
그녀는 답을 적지 않았다.
그레이는 작은 글씨로만 덧붙였다.
정답은 직원에게 문의하지 마십시오.
죠니가 그걸 보고 웃었다.
“그레이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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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물건은 아주 작았다.
아니, 물건이라기보다 자국이었다.
선반 맨 아래에 은빛 가루가 조금 남아 있었다.
라이자의 은꽃 과자에서 떨어진 것인지, 성은 조리도구에서 묻은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푸리나는 손가락으로 만지려 했다.
그레이가 바로 말했다.
“만지지 마십시오.”
“왜?”
“성은 계열 잔류물일 수 있습니다.”
라이자가 다가와 보았다.
“아, 이건 괜찮아.”
“확실합니까?”
“응. 과자 장식에서 떨어진 거야. 먹어도 죽지 않아.”
그레이의 얼굴이 굳었다.
“그 표현은 식용 안전성을 보장하기에 부적합합니다.”
라이자는 곧장 수정했다.
“먹어도 안전해.”
“좋습니다.”
라이자는 은빛 가루를 작은 종이에 모았다.
“이것도 가져갈까?”
푸리나는 물었다.
“왜?”
“다음 과자 만들 때 쓸 수 있을지도 몰라. 어제 먹은 아이들이 웃었잖아.”
호흐마이스터가 말했다.
“재활용 가능성은 좋습니다. 다만 위생 검사가 필요합니다.”
라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씻고, 녹이고, 다시 만들게.”
그레이는 말했다.
“그 경우 새 재료로 분류해야 합니다.”
“알았어.”
푸리나는 라이자를 보며 말했다.
“라이자도 되게 성장했어.”
라이자는 웃었다.
“모두에게 나눠주려면 많이 만들어야 하니까.”
여관의 성좌는 부드럽게 말했다.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만드는 법을 배우는군요.”
라이자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수줍게 웃었다.
“응. 그런 것 같아.”
죠니가 말했다.
“그리고 가격도 배워야 돼.”
그레이는 즉시 말했다.
“매우 중요합니다.”
라이자는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것도.”
푸리나는 정말 감동했다.
“가격을 인정했어.”
그레이는 조용히 장부에 적었다.
라이자 전하, 예산 개념 수용 조짐. 검증 필요.
죠니가 말했다.
“검증 필요가 붙는 건 다 똑같네.”
“중요합니다.”
---
여섯 번째는 편지였다.
봉투는 없었다.
내용은 짧았다.
다음에는 정말 검술 시연으로.
단, 차는 준비해도 좋습니다.
푸리나는 그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스트리트!”
그레이는 편지를 확인했다.
“아스트리트 경의 필체로 보입니다.”
죠니는 말했다.
“이건 분실물이 아니라 통보다.”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찾으러 왔다가 두고 간 답장이지요.”
푸리나는 편지를 가슴에 안았다.
“좋아. 다음엔 검술 시연 겸 차!”
그레이가 말했다.
“행사 성격이 다시 혼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허락했어!”
그레이는 편지를 다시 읽었다.
“‘차는 준비해도 좋습니다’이지 ‘요리대회를 겸해도 좋습니다’가 아닙니다.”
푸리나는 멈칫했다.
“그 차이가 중요해?”
죠니가 말했다.
“아스트리트한테는 엄청 중요하겠지.”
푸리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다음에는 정확히.”
그레이는 장부에 적었다.
아스트리트 경 회신: 검술 시연 요청. 차 준비 허용. 요리대회 병합 불가.
아카식은 그것을 보고 웃었다.
“푸리나가 점점 문서 교육을 받고 있어.”
알토는 말했다.
“좋은 현상입니다.”
푸리나는 조금 억울했지만, 이번에는 반박하지 않았다.
---
일곱 번째 물건은 뜻밖에도 죠니의 것이었다.
작은 나무 손잡이 숟가락.
죠니는 그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왜 거기 있어.”
그레이는 장부를 확인했다.
“어제 아레 전하의 솥 앞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푸리나는 바로 반응했다.
“죠니, 세 번째 그릇 먹었어?”
“두 번째였어.”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한 가능성에서는 세 번째였소.”
죠니가 하융을 보았다.
“그건 다른 가능성이잖아.”
“그렇소.”
푸리나는 숟가락을 들어 올렸다.
“아레 음식이 그렇게 좋았어?”
죠니는 조금 시선을 피했다.
“조용해서 좋았다고 했잖아.”
“그럼 숟가락을 왜 두고 갔어?”
죠니는 잠시 생각했다.
“모르겠네. 그때 좀 조용했나 보지.”
푸리나는 더 놀리지 않았다.
그레이는 숟가락을 씻은 천 위에 올려두었다.
“반환하겠습니다.”
죠니는 받아들었다.
“고마워.”
짧은 말이었다.
그레이는 고개를 숙였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고 작게 웃었다.
죠니가 말했다.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 얼굴은 아무것도 아닌 얼굴이 아닌데.”
“그냥, 죠니도 뭔가 두고 가는구나 싶어서.”
죠니는 숟가락을 바라보았다.
“사람이면 뭘 두고 가겠지.”
여관의 성좌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죠니는 그를 보았다.
“너무 여관지기처럼 받아주지 마.”
여관의 성좌는 웃었다.
“직업이라서요.”
죠니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숟가락을 품에 넣었다.
---
해가 기울기 전, 분실물 보관소에는 다시 몇 가지가 남았다.
빈 그릇.
허브 주머니.
헝가리 수프 조리법 공유본.
레이튼의 수수께끼 카드.
라플리 경 주방 안전 지침.
그리고 아스트리트의 짧은 편지.
푸리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보았다.
“분실물 보관소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어.”
그레이는 말했다.
“이제는 일부가 보관 자료입니다.”
“박물관?”
“아닙니다.”
“작은 박물관?”
“아닙니다.”
레이튼은 부드럽게 말했다.
“작은 박물관과 보관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레이는 즉시 답했다.
“예산 항목입니다.”
죠니가 웃었다.
“오늘 최고의 답변이네.”
아카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할까?”
알토는 말했다.
“그건 기록해도 좋겠습니다.”
그레이는 당황했다.
“그 정도의 발언은 기록 가치가 없습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있어. 인간은 가끔 아주 사소한 말에서 자기 일을 다 보여주거든.”
그레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푸리나는 선반 위 빈 그릇을 보았다.
“그러면 이건 뭘 보여줄까?”
여관의 성좌는 말했다.
“아직은 모릅니다.”
“아직?”
“예. 기다리는 물건은, 기다림이 끝나야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지요.”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직 두자.”
그레이도 반대하지 않았다.
죠니는 창밖을 보았다.
“이제 진짜로 하루 끝나가네.”
하융은 회색 창호를 닫았다.
“오늘은 대체로 좋은 가능성이었소.”
푸리나는 웃었다.
“대체로?”
“완전히 좋은 가능성은 드무오.”
레이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야기가 계속되는 법이지요.”
아카식은 기록장을 덮었다.
“오늘은 충분히 봤어.”
알토가 물었다.
“기록은?”
아카식은 선반을 보았다.
“조금만.”
그는 짧게 적었다.
손님들이 물건을 찾아갔다.
그러나 여관에는 아직 기다리는 그릇이 남았다.
알토는 그 문장을 보았다.
“좋습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정말?”
“예.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 않습니다.”
“오늘 알토가 너무 잘해주는데.”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아카식은 기록장을 덮고 말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푸리나는 아쉬운 얼굴을 했다.
“벌써?”
죠니가 말했다.
“분실물 보관소도 문 닫아야지.”
그레이는 표지를 하나 더 걸었다.
운영 시간 종료.
긴급 분실물은 직원을 부르십시오.
새 행사 제안은 사전 계획서로 제출하십시오.
푸리나는 마지막 줄을 보고 말했다.
“저거 나 때문에 붙인 거지?”
그레이는 담담했다.
“예.”
“너무 솔직해!”
죠니가 웃었다.
“그래도 정확하네.”
여관의 성좌는 불을 하나 낮췄다.
선반 위의 빈 그릇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였다.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건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