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98여관◆zAR16hM8he(f85ea685)2026-05-13 (수) 17:30:52
《왕관들의 낮잠 시간》

1장. 아무 행사도 없는 오후

여관의 오후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곳에서는 왕들이 식칼을 들었고, 군주들이 편지를 받았고, 분실물 보관소에 왕관들의 흔적이 쌓였으며, 우편함 하나가 길 잃은 말들을 제 방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러니 오늘쯤은 당연히 쉬어야 했다.

당연히.

푸리나 헤툼은 그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해?”

그녀는 여관의 중앙 홀을 둘러보았다.

무대는 닫혀 있었다.
식탁은 치워져 있었다.
왕관 우편함은 평범한 나무 상자로 돌아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분실물 보관소의 빈 그릇도 얌전히 선반 위에서 다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레이는 장부를 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예. 오늘은 아무 행사도 없습니다.”

“정말?”

“예.”

“연극도?”

“없습니다.”

“요리대회도?”

“없습니다.”

“편지극도?”

“없습니다.”

“분실물 정리도?”

“긴급 건 외에는 없습니다.”

푸리나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다들 심심하지 않을까?”

죠니 죠스타는 창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심심한 게 목적이야.”

푸리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심심한 게 목적일 수 있어?”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가끔은.”

여관의 성좌가 조용히 차를 따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심심할 수 있다는 것은, 당장 도망치거나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니까요.”

푸리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은 너무 그럴듯했다.

그리고 그럴듯한 말은 대체로 반박하기 어려웠다.

레이튼은 옆에서 미소 지었다.

“오늘의 질문은 아주 단순하겠군요. 왕관을 쓴 자는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죠니가 낮게 말했다.

“벌써 어렵네.”

그레이는 장부를 넘겼다.

“실제로 매우 어렵습니다. 현재 참석자 대부분이 휴식 적합도가 낮습니다.”

푸리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휴식 적합도?”

“예. 휴식 중에도 지휘, 기록, 정산, 경계, 치료, 보급, 정치적 계산, 신술 실험, 위험 꽃 배치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플리가 멀리서 말했다.

“왜 신술 실험이 들어가?”

그레이는 바로 답했다.

“라플리 경 때문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예방 항목입니다.”

스토얀카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웃었다.

“위험 꽃 배치는 나 때문?”

그레이는 그녀를 보았다.

“예.”

“아직 꽃도 안 꺼냈는데.”

레플리카가 조용히 말했다.

“꺼내려고 했습니다.”

스토얀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맞아.”

아스트리트 나흐트로제는 초대장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세 번 읽었다.

행사명: 왕관들의 낮잠 시간
내용: 휴식
검술 시연 없음
요리대회 없음
편지극 없음
갑작스러운 지휘권 이양 없음
그레이 승인 완료

아스트리트는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정말 쉬면 되는 행사군요.”

푸리나는 환하게 웃었다.

“응!”

아스트리트는 초대장을 다시 보았다.

“그 말이 이렇게 불안할 수 있다니…….”

죠니가 낮게 말했다.

“적응했네.”

그레이는 중앙 홀 한쪽에 안내문을 붙였다.

푸리나가 옆에서 눈을 반짝였다.

“오! 낮잠 안내문?”

“예. 최소한의 질서 유지를 위한 안내문입니다.”

푸리나는 소리 내어 읽었다.

낮잠 안내문

1. 원하는 사람만 잘 것.


2. 잠든 사람을 깨우지 말 것.


3. 잠꼬대는 공식 발언으로 기록하지 말 것.


4. 꿈에서 나온 선전포고는 무효.


5. 라플리 경의 마력 알람 금지.


6. 스토얀카 전하의 장난성 꽃가루 금지.


7. 미하일라 폐하의 손목 휴식 권장.


8. 푸리나 폐하의 즉흥 행사 추가 금지.



푸리나는 마지막 항목을 보고 입을 벌렸다.

“왜 나도 있어?”

그레이는 단호했다.

“필요해서입니다.”

죠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네.”

푸리나는 억울하게 말했다.

“오늘은 진짜 아무것도 안 할 건데!”

하융은 회색 창호를 들여다보았다.

“한 가능성에서는 ‘낮잠 경연대회’가 열렸소.”

그레이가 눈을 감았다.

“폐기합니다.”

푸리나는 시선을 피했다.

죠니가 물었다.

“생각했어?”

“조금.”

“그럼 그레이가 맞네.”

“죠니까지!”

여관의 성좌는 홀 곳곳에 담요와 물, 따뜻한 차를 준비했다.

창문은 반쯤 닫혔다.
빛은 너무 밝지 않게 걸러졌다.
의자는 조금 뒤로 젖혀졌고, 긴 탁자 위에는 베개 몇 개가 놓였다.

그 모든 준비는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의 어깨에서 힘을 빼게 했다.

여관의 성좌는 말했다.

“오늘은 잠을 청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앉아 계셔도 됩니다. 눈을 감아도 좋고, 감지 않아도 좋습니다.”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었다.

“하하! 왕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 이건 꽤 대담한 명령이군.”

여관의 성좌는 고개를 저었다.

“명령이 아닙니다.”

“그럼?”

“권유지요.”

민다우가스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권유라. 명령보다 더 위험할 때가 있지. 거절할 이유가 줄어드니까.”

아스테르다스가 옆에서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쉬어, 대공.”

민다우가스는 그를 보았다.

“내 망치가 왕에게 휴식을 명하는군.”

“명령 아니야. 권유.”

“그 말이 더 위험하다고 방금 내가 말했다.”

아스테르다스는 웃었다.

“그러니까 통했네.”

벨라 4세는 홀의 출입구와 창문, 복도를 한 번씩 보았다.

그레이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벨라 폐하, 경비는 배치되어 있습니다.”

벨라는 짧게 말했다.

“확인했다.”

소피아는 담요를 두 손으로 들고 벨라 옆에 섰다.

“어머니, 여기 앉아도 될까요?”

“그래.”

그러나 벨라는 앉은 뒤에도 완전히 쉬지 않았다.

시선은 여전히 문에 있었다.

미하일라는 의자에 앉았다.

정확히는 휴식 자세라기보다는 회의 참석 자세에 가까웠다.

루나리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폐하, 등을 기대셔도 됩니다.”

“기대고 있다.”

카를로타가 담담하게 말했다.

“척추 각도가 휴식 자세가 아닙니다.”

미하일라는 그녀를 보았다.

“오늘 니케아의 신술사와 기사들은 짐의 자세까지 판정하는가.”

요안나는 웃으며 작은 빵 조각을 내밀었다.

“잠깐 드시고 쉬세요.”

미하일라는 빵을 보았다.

“그대는 빵으로 짐의 결정을 유도하는 데 능숙하군.”

“성공인가요?”

“부분적으로.”

루나리아는 미소 지었다.

“부분적 성공이면 충분합니다. 오늘은 완전 승리가 목적이 아니니까요.”

미하일라는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피곤하군.”

“피곤하시면 쉬시면 됩니다.”

루나리아의 말은 너무 부드러워서, 오히려 도망갈 틈이 없었다.

라이자는 담요를 보자마자 눈을 빛냈다.

“여기에 은꽃 자수 넣으면 예쁘겠다!”

그레이가 바로 말했다.

“안 됩니다.”

“왜? 아주 조금만!”

“낮잠용 담요에 금속성 장식은 부적합합니다. 피부 자극, 세탁 문제, 예산 문제가 있습니다.”

호흐마이스터는 담요를 살펴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또한 반짝임은 낮잠 중 위치 노출 위험은 낮지만, 심리적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라이자는 입술을 삐죽였다.

“둘 다 너무 현실적이야.”

죠니가 말했다.

“낮잠에는 현실적인 담요가 좋아.”

호흐마이스터는 갑주를 입은 채 의자에 앉았다.

라이자는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

“너는 그게 자는 자세야?”

“갑주 착용 중에도 휴식은 가능합니다.”

“그건 휴식이 아니라 경계근무야.”

“경계근무 중에도 부분 휴식은 가능합니다.”

라이자는 잠시 생각했다.

“그럼 네 얼굴은 왜 하나도 안 쉬고 있어?”

호흐마이스터는 대답하지 못했다.

불가리아의 세 차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휴식에 접근했다.

레플리카는 먼저 부상병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열은 없습니까?”

“네.”

“통증은?”

“조금 줄었습니다.”

“그럼 무리하지 말고 누우십시오.”

그녀는 세 사람을 눕히고 나서야 자기 자리를 찾았다.

알렉산드리나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자세가 지나치게 반듯했다.

잠들기 위한 자세라기보다는 궁정 의례를 기다리는 자세였다.

스토얀카는 창가에서 꽃잎 하나를 손끝으로 굴리려 했다.

그레이가 말했다.

“스토얀카 전하.”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꽃가루 금지입니다.”

“그냥 보는 건데?”

레플리카가 말했다.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스토얀카는 웃었다.

“너희 둘이 날 너무 잘 알아.”

알렉산드리나는 눈을 감지 않은 채 말했다.

“오늘은 편지 안에서도, 꿈 안에서도 찌르지 마십시오.”

“꿈 안에서도?”

그레이가 말했다.

“가능하면 부탁드립니다.”

스토얀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재미없지만, 노력은 해볼게.”

아레 마가트로이드는 창가와 복도 사이, 잠든 이들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눕지 않았다.

푸리나는 그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아레는 안 자?”

아레는 낮게 대답했다.

“잠든 이들을 조금 보고 있겠단다.”

“그건 쉬는 거야?”

아레는 잠시 생각했다.

“완전한 휴식은 아니겠지.”

그녀의 시선은 부상병과 아이들, 소피아와 요안나, 그리고 멀리 앉은 피곤한 가신들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다.

“그래도 잠든 이의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도 조금은 쉰단다.”

푸리나는 그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타마르는 그 옆에서 차잔을 들고 있었다.

“낮잠은 작은 안식이랍니다.”

그녀는 느긋하게 말했다.

“다만 좋은 점은,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깨어날 수 있는 안식은 산 자의 특권이지.”

푸리나는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죠니가 멀리서 작게 말했다.

“저쪽은 듣고 있으면 같이 졸리네.”

푸리나는 속삭였다.

“좋은 뜻이야?”

“응. 아마도.”

아카식은 처음에는 기록장을 들고 있었다.

잠든 왕들의 얼굴을 기록하고 싶은 유혹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알토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잠든 얼굴은 허락 없이 기록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아카식은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꿈은 받는 사람의 편지랑 비슷하니까.”

알토는 말했다.

“좋은 비유입니다.”

아카식은 그를 보았다.

“알토가 칭찬했어.”

“보고입니다.”

“그 보고 오늘도 좋네.”

아카식은 기록장을 덮었다.

그러고는 조금 어색하게 담요를 받아 들었다.

“그런데 낮잠은 어떻게 시작하지?”

알토는 잠시 침묵했다.

“눈을 감으시면 됩니다.”

“그건 너무 알토다운 답이야.”

“정확합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그러나 곧 정말로 눈을 감았다.

알토는 그 옆에 앉아 있었다.

아카식이 눈을 감은 채 물었다.

“알토, 너는 안 자?”

“조금 뒤에요.”

“그 말 하는 사람은 보통 안 자던데.”

알토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카식은 손을 뻗어 알토의 소매 끝을 잡았다.

“조금 뒤 말고, 조금만 지금.”

알토는 아주 오래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눈을 감았다.

푸리나는 그 장면을 보고 웃음을 참았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저것도 기록하면 안 되는 쪽이겠지.”

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안 할래.”

죠니가 그녀를 보았다.

“진짜 많이 배웠네.”

“그치?”

“응. 가끔은 놀라워.”

“가끔은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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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가장 쉬지 못하는 사람은 푸리나였다.

그녀는 홀을 돌아다녔다.

담요가 충분한지 확인했다.
차가 식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아스트리트가 정말 쉬고 있는지 확인했다.
라플리 경이 마력 알람을 몰래 만들고 있지 않은지 확인했다.
스토얀카가 꽃가루를 꺼내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죠니가 빵을 더 먹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했다.

죠니는 빵을 들고 있다가 말했다.

“왜 나까지 확인해?”

“너무 많이 먹으면 낮잠 못 잘까 봐.”

“그 걱정은 늦었어.”

“이미 많이 먹었어?”

“응.”

푸리나는 한숨을 쉬었다.

“다들 잘 쉬는지 봐야 하니까, 나는 못 자겠네.”

죠니는 빵을 내려놓았다.

“너, 조용한 거 아직 좀 못 견디지?”

푸리나는 즉시 반박했다.

“그런 거 아니거든?”

죠니는 그녀를 보았다.

푸리나는 시선을 피했다.

“조용하면……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죠니는 말없이 기다렸다.

푸리나는 작게 말했다.

“내가 뭔가 해야 다들 조금 나아질 것 같잖아. 극을 열거나, 식탁을 차리거나, 편지를 보내거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할 일일 때가 있어.”

“죠니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해?”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쉽게 말하는 거지, 쉽게 하는 건 아니야.”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조용해졌다.

그레이가 다가왔다.

“폐하, 현재 낮잠 시간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말?”

“예. 중대한 사고 없음. 즉흥 행사 없음. 라플리 경의 마력 알람 없음. 스토얀카 전하의 꽃가루 없음. 미하일라 폐하의 손목 사용량 감소. 소피아 공주 안정적으로 휴식 중.”

푸리나는 놀란 듯 말했다.

“그러면 성공이네?”

“예.”

그레이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그러니 폐하께서도 쉬셔도 됩니다.”

푸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레이가 나한테 쉬래.”

“그것이 오늘의 행사 목적입니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그레이가 맞아.”

여관의 성좌가 담요 하나를 들고 다가왔다.

“여관지기가 손님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말이 있습니다.”

푸리나가 물었다.

“뭔데요?”

여관의 성좌는 담요를 펼쳤다.

“괜찮습니다. 조금 주무셔도 됩니다.”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멈췄다.

그 말은 이상하게도 편지처럼 도착했다.

주소도 없고, 봉투도 없지만, 정확히 자기 앞에 놓인 말처럼.

“조금만.”

그녀는 마침내 말했다.

“정말 조금만 눈 감을게.”

죠니가 의자 하나를 밀어주었다.

“그래.”

그레이는 조용히 담요를 건넸다.

푸리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머리 위의 작은 왕관을 옆 탁자에 내려놓았다.

완전히 멀리 두지는 않았다.

손을 뻗으면 닿는 곳.

하지만 머리 위는 아니었다.

죠니는 그걸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푸리나는 담요를 덮고 눈을 감았다.

“진짜 조금만……”

몇 호흡 뒤, 그녀의 숨이 깊어졌다.

죠니가 낮게 말했다.

“잠깐이라면서 제일 깊게 자네.”

그레이는 푸리나를 보았다.

입가가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

“좋은 일입니다.”


---

여관의 오후는 천천히 가라앉았다.

민다우가스는 눈을 감은 채로도 한동안 문과 창문의 위치를 계산했다.

아스테르다스가 아주 낮은 선율을 튕겼다.

완벽한 연주는 아니었다.

민다우가스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전술적 가치는 부족하군.”

아스테르다스는 웃었다.

“그럼?”

“그래서 잠이 오는지도 모르지.”

얼마 뒤, 리투아니아의 대공은 정말로 잠들었다.

벨라는 소피아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서야 눈을 감았다.

그녀의 손은 담요 아래에서 소피아의 손을 감싸고 있었다.

“문은 닫혔다.”

벨라는 아주 낮게 말했다.

“불은 남았다. 자도 된다.”

그 말은 소피아에게 한 말이었는지,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곧 둘 다 잠들었다.

미하일라는 끝까지 잠들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요안나가 준 빵 한 조각과 루나리아가 내민 따뜻한 차, 카를로타가 조용히 치워준 검의 무게 덕분인지, 그녀는 아주 짧게 눈을 감았다.

정말 짧았다.

하지만 루나리아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요안나는 그 옆에서 조용히 숨을 낮췄다.

라이자는 결국 담요에 은꽃 자수를 놓지는 못했다.

대신 아주 작은 은꽃 모양 베개를 만들었다.

호흐마이스터는 처음에는 그것을 보급품으로 평가했다.

“부피 대비 실용성이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목 뒤에 대고 잠시 후, 그녀는 정정했다.

“목 지지에는 효과가 있습니다.”

라이자는 속삭였다.

“마음은?”

호흐마이스터는 아주 작게 대답했다.

“……조금 조용해졌습니다.”

라이자는 만족한 듯 웃고, 그녀 자신도 옆에서 잠들었다.

레플리카는 약초 향을 아주 낮게 깔았다.

알렉산드리나는 처음에는 반듯한 자세로 앉아 있다가, 그 향이 생각보다 안정적이라고 인정했다.

스토얀카는 “재미없지만 나쁘지 않아”라고 말하고, 창가에 기대 눈을 감았다.

그레이는 놀랍게도 아직 깨어 있었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장부를 들고 마지막 항목을 적었다.

낮잠 시간 진행 안정적. 폐하 수면 확인. 주요 군주 휴식 확인. 추가 사고 없음.

그리고 펜이 멈췄다.

죠니가 조용히 다가왔다.

그레이는 의자에 앉은 채 장부를 들고 졸고 있었다.

입술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

“정산은…… 식후에……”

죠니는 담요를 들어 그녀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자라, 그레이.”

그레이는 잠결에 장부를 더 꼭 안았다.

죠니는 장부를 빼앗지 않았다.

그냥 담요 끝을 조금 더 올려주었다.

아레는 그 장면을 보았다.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타마르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산 자의 안식은 바쁘군요.”

아레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도 깨어날 수 있으니 좋은 일이지.”

여관의 성좌는 등불을 하나씩 낮췄다.

왕관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들은 의자 옆에, 베개맡에, 접힌 담요 위에, 손 닿는 탁자 위에 잠시 놓여 있었다.

민다우가스의 웃음은 잠잠해졌고,
벨라의 손은 딸의 손 위에서 따뜻해졌고,
미하일라의 눈은 아주 짧은 평화를 허락했고,
라이자의 은꽃은 반짝이지 않는 담요 아래서 쉬었고,
아카식과 알토의 기록장은 닫혔고,
푸리나의 왕관은 머리 위가 아니라 옆자리에 있었다.

여관의 성좌는 낮게 말했다.

“왕관도, 길손의 모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죠니는 아직 깨어 있었다.

그는 창밖을 보았다.

여관의 성좌가 말을 이었다.

“오래 쓰고 있으면 목이 아프지요. 그러니 잠시 내려놓을 자리가 필요합니다.”

죠니는 작게 웃었다.

“맞는 말이네.”

“죠니 경도 쉬시지요.”

“나는 조금 있다가.”

여관의 성좌는 그를 보았다.

죠니는 잠시 버티다가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그 눈으로 보지 마.”

그도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오후의 여관은 마침내 조용해졌다.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누구도 선전포고하지 않았고,
누구도 즉흥 행사를 열지 않았고,
누구도 편지를 강제로 읽지 않았고,
누구도 위험한 꽃가루를 뿌리지 않았고,
누구도 번개로 알람을 만들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잠들었다.

왕관을 쓴 사람들.

왕관을 보좌하는 사람들.

왕관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왕관 없이도 피곤했던 사람들.

그 오후, 왕관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의자 옆, 베개맡, 접힌 담요 위에 잠시 놓였다.

그리고 그만큼, 잠든 얼굴들은 조금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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