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1903 향림당 참치어장 지부 (145)

#0여관◆zAR16hM8he(75f5da9d)2026-05-08 (금) 01:04:16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에는, 군사 회의실보다 더 자주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대회의실도, 성벽 위도, 기사단 훈련장도 아니었다. 왕궁 뒤뜰의 작은 분수대였다.

“좋아!”

푸리나 헤툼은 분수대 가장자리 위에 올라섰다.

그레이는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릴 뻔했다.

“군주님.”

“즉흥극!”

“군주님.”

“오늘의 주제는—”

“군주님.”

그레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는 성벽의 쇠문이 닫히는 듯한 무게가 있었다.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한쪽 발을 들고 멈췄다.

“왜?!”

“분수대는 무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잖아. 관객이 있어. 물도 있어. 햇빛도 완벽해. 그러면 무대지!”

“무대 하중 계산서가 없습니다.”

푸리나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레이. 인류의 예술사는 하중 계산서보다 오래되었어.”

그레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무너진 무대 아래에 깔리는 사람은 보통 예술사가 아닙니다.”

분수대 아래에서 죠니 죠스타가 웃었다.

그는 말고삐를 한 손에 쥔 채, 성벽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말은 분수대 옆에서 물 냄새를 맡고 있었고, 죠니는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레이 말이 맞네. 떨어지면 아프긴 하지.”

“죠니!”

푸리나가 항의했다.

“너는 이 찬란한 순간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죠니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해해. 지금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근데 떨어지는 것도 지금이야.”

푸리나는 입을 삐죽였다.

그때 레이튼이 뒤뜰로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찻잔이 들려 있었고, 마치 전쟁 소식이 아니라 오후 산책을 들은 사람처럼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아주 흥미로운 문제로군요.”

그레이가 그를 보자마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레이튼 님. 제발 수수께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레이 양, 모든 문제는 수수께끼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지요.”

레이튼은 푸리나와 분수대, 그레이의 장부, 죠니의 말, 그리고 지나가던 시종들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군주님께서는 분수대를 무대라 부르십니다. 그레이 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무대란 무엇일까요?”

푸리나가 즉시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곳!”

죠니가 말했다.

“발 디딜 데.”

그레이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난 구조물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세 답 모두 틀리지 않았군요.”

“결론은요?”

그레이가 물었다.

레이튼은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므로 이 분수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별입니다.”

“레이튼 님.”

“아직 무대도 아니고, 무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이곳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무대가 될 수 있는가.’”

푸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레이는 그 반짝임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눈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뒤편 처마 밑에 서 있던 하융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하융은 분수대 물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수십 개의 작은 창문처럼 흔들렸다.

“내 눈에는 방금 여러 가능성이 보였소. 군주님께서 분수대에서 미끄러지는 세계. 그레이 양이 그 전에 붙잡는 세계. 죠니 경이 웃다가 물을 뒤집어쓰는 세계. 레이튼 님이 그 상황조차 수수께끼로 만드는 세계.”

죠니가 말했다.

“마지막 건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 같은데.”

레이튼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융은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그중 하나가 조금 밝았소.”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서 몸을 낮췄다.

“어떤 가능성?”

“분수대 위가 아니라, 분수대 아래에 작은 무대를 놓는 가능성이오. 군주님은 그 위에 서고, 아이들은 물가에 앉고, 그레이 양은 기둥을 확인하고, 죠니 경은 말로 길을 막아 군중이 밀리지 않게 하고, 레이튼 님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오.”

“그리고 나는?”

푸리나가 물었다.

하융은 잠시 생각했다.

“군주님은 웃고 있었소.”

푸리나는 그 말을 듣고 분수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레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군주님?”

“좋아. 분수대 위는 포기.”

그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대신 분수대 아래에 무대를 만들자!”

“역시나.”

그레이는 장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작은 무대라면 가능합니다. 목재는 창고에 있고, 인부들은 오후에 쉴 예정이니 강제로 부르면 안 됩니다. 자원자를 모집하고, 관객 동선은 죠니 경께 부탁하고, 응급 인력은 두 명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응?”

“분수대 위에는 올라가지 마십시오.”

푸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다시 말했다.

“군주님.”

“……알겠어.”

“‘아마도’는 안 됩니다.”

“알겠어!”

죠니가 말고삐를 잡아끌며 웃었다.

“그럼 난 길 막는 역할인가.”

“정확히는 군중 통제입니다.”

“뭐, 비슷하네. 말이 길을 막으면 사람들이 돌아가겠지. 멀리 돌아가는 길도 길이고.”

레이튼은 박수를 한 번 쳤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준비하지요. 첫 문제는 이겁니다. ‘왕이 분수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모두를 올려다보게 만드는 방법은?’”

푸리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왕이라서!”

“틀리지는 않지만, 더 우아한 답이 있습니다.”

“뭔데?”

레이튼은 웃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 만큼 즐거운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푸리나는 잠시 멈췄다.

평소라면 바로 웃으며 다음 장난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분수대 주변을 보았다. 물을 길어 가던 하녀, 수레를 밀던 하인, 멀리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 창가에서 몰래 구경하던 아이들.

그들 모두가 조금씩 웃고 있었다.

아직 몽골의 군세는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나톨리아의 길은 불안했고, 사신들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으며, 성벽 위 병사들의 잠은 짧았다.

그래도 지금, 왕궁 뒤뜰의 분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푸리나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좋아. 오늘 목표!”

그레이가 즉시 물었다.

“또 무엇입니까?”

푸리나는 활짝 웃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한 번씩 웃기!”

그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장부 한쪽에 짧게 적었다.

뒤뜰 소규모 공연. 목적: 사기 진작. 안전 인력 배치 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웃음도 필요함.

하융은 그 글자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잠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쳤다. 웃지 않는 왕궁. 침묵하는 병사들. 장부에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나라. 분수대가 말라붙은 세계.

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들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이 현실에서는, 푸리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레이는 기둥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이튼은 아이들에게 낼 수수께끼를 고르고 있었다.
죠니는 말에게 “오늘은 얌전히 있어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말했다.

“이 현실을 선택한 보람이 있구려.”

푸리나가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

하융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죠니가 피식 웃었다.

“거짓말 못하네.”

레이튼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지요.”

그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중에 붙이셔도 됩니다. 우선 기둥부터 세워야 합니다.”

푸리나는 크게 웃었다.

“좋아! 그럼 막을 올리자!”

“아직 아닙니다.”

“왜?!”

“무대가 아직 없습니다.”

뒤뜰에 웃음이 퍼졌다.

그 웃음은 성벽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몽골의 정찰병에게 들리지도 않았고, 역사서에 적히지도 않았다.
어떤 성좌도 그 장면을 계시로 새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킬리키아 아르메니아의 왕궁 뒤뜰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세워졌다.

그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레이가 확인한 기둥 위에 서 있었고, 죠니가 지킨 길 옆에 놓였으며, 레이튼의 수수께끼와 하융의 조용한 시선 사이에서, 푸리나가 두 팔을 벌리고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자, 그대들! 오늘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야!”

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푸리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웃고 싶은 사람 전부!”

그레이는 뒤에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99여관◆zAR16hM8he(f85ea685)2026-05-13 (수) 17:46:46
《왕관들의 낮잠 시간》

2장. 꿈속에서도 왕은 조금 바쁘다

여관의 오후는 마침내 조용해졌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등불은 낮아졌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얇은 천에 걸러져 부드러워졌다.
찻잔은 식탁 위에서 김을 거의 잃었고, 장부는 그레이의 품 안에서 반쯤 닫힌 채 쉬고 있었다.
푸리나의 왕관은 작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왕관은 무대 조명 아래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작아 보였다.

죠니는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잠든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한쪽 눈을 아주 조금 떴다가, 다시 감았다.

“……다들 잘 자네.”

여관의 성좌가 낮게 말했다.

“피곤하셨으니까요.”

“왕들이?”

“왕들이야말로요.”

죠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평소였다면 각자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진 얼굴들이었다.

숲을 짊어진 왕.
성벽을 짊어진 왕.
제국의 자주빛 새벽을 짊어진 황제.
아직 너무 어린 평화를 짊어진 황제.
불가리아의 새벽과 고통과 가시.
죽은 자의 이름과,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침묵.
기록과 장부와 편지와 극장.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은 숨소리로 낮아져 있었다.

죠니는 작게 말했다.

“잠든 얼굴은 좀 반칙이네.”

여관의 성좌가 물었다.

“어떤 의미로요?”

“싸우기 어렵잖아.”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

죠니는 다시 눈을 감았다.

“좋은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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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꿈을 꾼 것은 푸리나였다.

정확히는, 푸리나는 자신이 꿈을 꾸는 줄 몰랐다.

그녀는 무대 위에 서 있었다.

막은 올라가 있었다.

객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

푸리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명은 켜져 있었다.
커튼은 준비되어 있었다.
배경은 완벽했다.
그런데 배우도 없고, 관객도 없고, 그레이의 장부 소리도, 죠니의 낮은 핀잔도 없었다.

푸리나는 무대 중앙에 서서 말했다.

“시작…… 안 해?”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바닥에 대본이 한 권 놓여 있었다.

푸리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의 극: 아무것도 하지 않기

푸리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극 제목으로 너무 이상하잖아.”

대본을 넘겼다.

두 번째 장.

제1막: 기다린다.

세 번째 장.

제2막: 더 기다린다.

네 번째 장.

제3막: 그래도 기다린다.

푸리나는 대본을 탁 닫았다.

“재미없어!”

그 순간 객석 어딘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푸리나는 고개를 들었다.

객석 맨 앞줄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푸리나와 닮았지만, 조금 더 조용한 얼굴의 배우.

혹은, 푸리나가 언젠가 연기했던 어떤 배역.

그 배우는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장면이 제일 어려운 법이야.”

푸리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관객이 지루해하면?”

“그럼 관객은 자기 숨소리를 듣겠지.”

“그게 극이야?”

“때로는.”

푸리나는 객석을 보았다.

비어 있다고 생각했던 자리에, 아주 희미한 그림자들이 앉아 있었다.

모두 박수를 치지 않았다.

웃지도 않았다.

다만 조용히 앉아 있었다.

푸리나는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왠지 알 것 같았다.

아직 대사를 얻지 못한 사람들.
무대에 오를지 말지 모르는 사람들.
편지를 쓰지 못한 사람들.
빈 그릇을 앞에 둔 사람들.

푸리나는 천천히 대본을 다시 펼쳤다.

마지막 장에는 한 줄이 있었다.

커튼을 내리지 말 것.
아직 들어오지 않은 손님이 있을 수 있음.

푸리나는 그 문장을 오래 보았다.

그리고 꿈속에서 아주 작게 웃었다.

“알았어.”

그녀는 무대 중앙에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명은 조금 낮아졌다.

그녀는 처음으로, 극장 안의 침묵이 완전히 실패한 장면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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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다우가스는 꿈에서도 숲에 있었다.

숲은 리투아니아의 숲이었다.

짙고 깊고, 젖은 흙냄새와 오래된 이끼 냄새가 났다.
그러나 그 숲은 전쟁터가 아니었다.

적의 발자국도 없고, 불탄 나무도 없고, 피 냄새도 없었다.

민다우가스는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는 웃었다.

“하하. 참으로 수상한 숲이군. 적이 없다는 것이 가장 수상하다.”

그때 뒤에서 아스테르다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공, 꿈에서도 적을 찾는 거야?”

민다우가스는 돌아보았다.

아스테르다스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하프가 있었다.

민다우가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꿈까지 따라왔나, 내 망치.”

“아마 대공 꿈이겠지. 그러니까 내가 나온 거고.”

“그 말은 위험하다. 왕의 꿈에 나온 자는 왕의 마음속에 있음을 뜻하니까.”

아스테르다스는 웃었다.

“그 정도야 이미 알고 있잖아.”

민다우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숲 한가운데에는 작은 불이 피워져 있었다.

야영불이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누군가 앉았던 흔적들이 있었다.

납작해진 풀.
두고 간 나무잔.
반쯤 먹은 빵.
짧게 쉬었다 떠난 사람들의 온기.

민다우가스는 불가에 앉았다.

“적이 없는 숲은 이상하다.”

아스테르다스는 하프 줄을 가볍게 튕겼다.

“그럼 오늘은 쉬는 숲이라고 생각해.”

“숲이 쉬면 도끼가 자란다.”

“그럼 도끼도 좀 자게 둬.”

민다우가스는 크게 웃으려 했다.

하지만 웃음은 예상보다 작게 나왔다.

그는 불을 보았다.

언젠가 받은 편지의 문장이 떠올랐다.

당신이 복수를 말할 때도, 저는 그 안에 살아남고 싶은 사람의 불이 있음을 압니다.

민다우가스는 낮게 말했다.

“이 숲은 나를 너무 많이 아는군.”

아스테르다스는 대답했다.

“그러니까 대공의 꿈이지.”

민다우가스는 도끼를 내려놓았다.

완전히 멀리 두지는 않았다.

손 닿는 곳.

하지만 손안은 아니었다.

“좋다.”

그는 불가에 등을 기대었다.

“오늘은 숲도 쉰다.”

아스테르다스는 미소 지었다.

“응.”

그리고 하프를 튕겼다.

여전히 전술적 가치는 부족한 선율이었다.

그래서 민다우가스는 꿈속에서 조금 더 깊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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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는 꿈에서 성벽 위에 서 있었다.

성벽 아래에는 어둠이 있었다.

그 어둠은 적군일 수도 있었고, 굶주림일 수도 있었고, 지난 전쟁의 기억일 수도 있었다.

벨라는 횃불을 들고 있었다.

성문은 닫혀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확인했다.

빗장.
망루.
곡물창고.
물.
의무실.
아이들이 잠든 방.

모두 확인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내려가지 않았다.

그때 성벽 아래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벨라는 아래를 보았다.

소피아가 성 안쪽 계단에 서 있었다.

“왜 아직 내려오지 않으세요?”

벨라는 짧게 답했다.

“확인할 것이 남았다.”

“다 확인하셨잖아요.”

“한 번 더.”

소피아는 계단을 올라왔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국자가 있었다.

꿈속에서도 국자는 조금 컸다.

소피아는 말했다.

“수프가 식어요.”

벨라는 침묵했다.

그 말은 이상하게 강했다.

적군보다 강하고, 왕명보다 강하고, 경보보다 강했다.

수프가 식는다.

성 안에 사람이 있고, 불이 있고, 먹을 것이 있다는 말.

벨라는 성벽 아래를 한 번 더 보았다.

어둠은 여전히 있었다.

그러나 성 안에도 불이 있었다.

소피아는 벨라의 손을 잡았다.

“문은 닫혔고, 불은 남았어요.”

벨라는 딸을 보았다.

소피아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자도 됩니다.”

벨라는 아주 오래 침묵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녀는 성벽에서 내려왔다.

꿈속에서, 왕은 처음으로 망루가 아니라 불가 옆에 앉았다.

소피아는 그 옆에서 국자를 내려놓았다.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어둠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밤에는, 성 안의 불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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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라는 꿈에서 옥좌에 앉아 있었다.

자주빛 홀.

높은 천장.

차가운 대리석.

손에는 활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내려놓지 않았다.

멀리서 발소리가 들렸다.

요안나가 들어왔다.

어린 황제는 빵 한 조각을 들고 있었다.

“폐하.”

미하일라는 말했다.

“그대는 꿈에서도 빵을 들고 오는군.”

요안나는 웃었다.

“폐하께서 꿈에서도 무기를 들고 계시니까요.”

미하일라는 활을 보았다.

“이것은 제국의 의지다.”

“그럼 빵은요?”

“그대의 고집이지.”

요안나는 조금 웃었다.

“그럼 제 고집도 제국에 조금 필요할지도 몰라요.”

미하일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홀 한가운데에는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사과문.

그녀는 그것을 보았다.

판결하지 않은 편지.
보류한 편지.
태우지 않은 편지.

요안나는 묻지 않았다.

그저 빵을 반으로 나누었다.

“드실래요?”

미하일라는 말했다.

“꿈속의 빵은 허상이다.”

“그래도 배고프지 않을 수는 있죠.”

“논리적으로 허술하다.”

“그래도 드세요.”

미하일라는 빵을 받았다.

활을 든 손으로는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활을 잠시 옆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홀의 대리석이 조금 따뜻해졌다.

요안나는 그걸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무례한 침묵이, 오히려 예의였다.

미하일라는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무르군.”

요안나는 말했다.

“그래서 먹을 수 있죠.”

미하일라는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도 잠드는 일은 이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능했다.

활은 손 닿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손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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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자는 꿈에서 아주 큰 담요를 만들고 있었다.

담요는 너무 컸다.

성 하나를 덮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는 그 위에 은꽃을 수놓으려 했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그러다 담요가 무거워졌다.

네 송이째에서 담요는 거의 들 수 없게 되었다.

라이자는 당황했다.

“어? 예쁜데 왜 무겁지?”

그때 호흐마이스터가 나타났다.

갑주 차림이었다.

꿈속에서도 갑주는 무거워 보였다.

“장식 과다입니다.”

라이자는 입술을 삐죽였다.

“꿈에서도 보급 얘기야?”

“꿈에서도 무게는 존재합니다.”

“너무해.”

호흐마이스터는 담요를 들어보려 했다.

무거웠다.

“이 담요는 행군에 부적합합니다.”

라이자는 시무룩해졌다.

“그럼 다 빼야 해?”

호흐마이스터는 담요를 보았다.

그리고 은꽃 하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전부는 아닙니다.”

“정말?”

“이 위치의 꽃은 식별 표식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이쪽은 사기 회복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나머지는 무게를 늘립니다.”

라이자는 생각했다.

“그럼 꼭 필요한 꽃만 남기면 돼?”

“예.”

“예쁜 것 중에서도 꼭 필요한 게 있구나.”

호흐마이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라이자는 은꽃을 하나씩 떼어냈다.

담요는 가벼워졌다.

마지막으로 작은 은꽃 하나만 남았다.

호흐마이스터는 그 담요를 어깨에 덮었다.

“목 지지와 보온에 효과가 있습니다.”

라이자는 웃었다.

“마음은?”

호흐마이스터는 꿈속에서도 조금 늦게 대답했다.

“조금 조용해졌습니다.”

라이자는 만족했다.

그리고 담요 아래에서 잠들었다.

호흐마이스터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꿈속에서는, 갑주도 조금 덜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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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의 꿈은 셋으로 갈라졌다가, 다시 한 식탁으로 모였다.

레플리카는 검은 약초밭에 있었다.

땅에는 고통의 이름들이 자라고 있었다.

열.
상처.
악몽.
죄책감.
참아야 한다는 말.
참지 못했다는 수치.

레플리카는 그것들을 뽑지 않았다.

무리하게 뽑으면 뿌리가 더 깊어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물을 주었다.

고통이 더 자라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마른 땅이 갈라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레플리카는 낮게 답했다.

“그러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고통보다 크다는 것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녀의 손끝에서 약초 향이 퍼졌다.

한편 알렉산드리나는 새벽 전 궁정에 서 있었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묻고 있었다.

진짜인가.

그녀는 왕좌 앞에 섰다.

왕좌는 비어 있었다.

그녀는 앉지 않았다.

대신 한 걸음 내디뎠다.

또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가브리엘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왕도를 걷는 이가 왕입니다.”

알렉산드리나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오늘도 걸어야겠군요.”

그녀가 한 걸음 더 내딛자, 창밖에 아주 얇은 새벽빛이 생겼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은 조금 밀렸다.

스토얀카는 꽃밭에 있었다.

꽃들은 모두 하얗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모두 가시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손을 뻗었다.

가시가 손끝을 찔렀다.

피가 났다.

“봐. 피었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려 했다.

그런데 누군가 물을 들고 왔다.

누군가 꽃을 꺾으러 온 것이 아니라, 물을 주러 온 것이다.

스토얀카는 손을 멈췄다.

가시가 그 손을 찌르려 했다.

그녀는 낮게 말했다.

“그 손은 아니야.”

꽃의 가시가 조금 내려갔다.

스토얀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재미없네.”

그러나 꽃은 시들지 않았다.

꿈의 끝에서 세 사람은 같은 식탁에 앉았다.

검은 약초차.
새벽빛 빵.
가시 없는 하얀 꽃 한 송이.

레플리카가 말했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알렉산드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만큼은요.”

스토얀카는 꽃을 보며 말했다.

“가시가 없으면 좀 심심한데.”

레플리카가 그녀를 보았다.

스토얀카는 웃었다.

“알아. 오늘은 안 찔러.”

그리고 셋은 잠시 조용히 앉아 있었다.

불가리아치고는 평화로운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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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는 꿈을 꾸지 않았다.

혹은, 꿈과 깨어 있음 사이에서 머물렀다.

그녀는 여관의 홀에 앉아 잠든 사람들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얕은 숨.
깊은 숨.
가끔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는 숨.
악몽 직전에 흔들리는 숨.
안심한 아이의 숨.

아레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홀의 한쪽 문이 열렸다.

그 안쪽에는 조용한 전장이 있었다.

싸움은 끝난 뒤였다.

깃발은 눕고, 흙은 젖었고, 아무도 더 명령을 기다리지 않았다.

아레는 그 문 앞에 섰다.

문 안쪽에서 목소리들이 들렸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

그들은 돌아오라 말하지 않았다.

아레도 부르지 않았다.

그저 문 앞에 등불을 하나 놓았다.

“착각하지 말거라.”

그녀는 낮게 말했다.

“나는 너희를 다시 걷게 하려는 것이 아니란다.”

등불은 작았다.

“다만 남은 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이 정도의 빛은 두마.”

문은 닫히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좋았다.

아레는 다시 홀로 돌아왔다.

잠든 이들의 숨소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완전한 잠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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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르는 황혼의 포도밭에 있었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니었다.

포도나무 사이에는 빈 의자들이 있었다.

어떤 의자에는 이름표가 있었고, 어떤 의자에는 없었다.

타마르는 빈 종이를 들고 걸었다.

아직 이름을 적지 못한 종이.

그녀는 어떤 의자 앞에서 멈췄다.

펜을 들었다.

그러나 이름은 쓰지 않았다.

“오늘은 아니랍니다.”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자리는 있지요.”

그녀는 빈 종이를 의자 위에 놓았다.

바람이 불었지만 종이는 날아가지 않았다.

멀리서 누군가 웃는 것 같았다.

타마르는 눈을 감았다.

“낮잠은 작은 안식.”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깨어날 수 있는 안식은 산 자의 선물이겠지요.”

황혼이 조금 더 깊어졌다.

그러나 완전히 밤이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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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트는 꿈에서 훈련장에 있었다.

검이 놓여 있었다.

허브차 주전자도 놓여 있었다.

그녀는 둘 중 무엇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

그때 푸리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검도 쉬어야 하지 않을까?”

아스트리트는 검을 보았다.

그녀는 검을 멀리 치우지 않았다.

하지만 품 안에 끌어안지도 않았다.

손이 닿는 곳에 놓았다.

그리고 주전자를 들었다.

“뜨거우니 조심하십시오.”

누구에게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꿈속에서 누군가 그 차를 받았다.

아스트리트는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

“검술 시연은…… 다음에.”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의자에 앉았다.

이번에는 초대장이 정확했으므로, 마음 놓고 눈을 감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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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식은 꿈속에서 거대한 도서관에 있었다.

책은 끝없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책장들 사이에 침대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책 대신 담요를 덮고 자고 있었다.

아카식은 펜을 들었다.

“이건 기록해야 하는데.”

그러자 옆에서 알토가 말했다.

“허락을 받으셨습니까?”

아카식은 웃었다.

“꿈속에서도?”

“꿈속에서도.”

“너 진짜 철저하네.”

“필요해서입니다.”

아카식은 펜을 내려놓았다.

대신 책 한 권을 닫았다.

책 표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면 오늘은 기록하지 않는 기록이네.”

알토는 말했다.

“그 표현은 모순적입니다.”

“하지만 맞지?”

알토는 잠시 침묵했다.

“예. 오늘은 맞습니다.”

아카식은 웃었다.

그는 침대 하나에 누웠다.

“알토.”

“예.”

“나 자도 돼?”

“예.”

“기록 안 해도?”

“예.”

아카식은 눈을 감았다.

알토는 한동안 서 있었다.

그러나 아카식이 손을 뻗어 그의 소매를 잡았다.

“조금만 지금.”

알토는 꿈속에서도 같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아주 짧게 눈을 감았다.

도서관의 책들은 그날 오후, 스스로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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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여관 홀에서, 그레이는 잠결에 장부를 끌어안고 있었다.

꿈속에서도 그녀는 정산표 앞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숫자들이 이상했다.

식비.
세탁비.
은꽃 장식비.
편지지 비용.
우편함 관리비.
스토얀카 꽃 격리비.
라플리 경 마력 잔류 제거비.
푸리나 즉흥 행사 예방비.

그레이는 펜을 들었다.

“항목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자 꿈속의 죠니가 나타났다.

“그레이.”

“예.”

“자.”

“정산이 남았습니다.”

“숫자는 도망 안 가.”

“폐하의 추가 지출은 도망치듯 발생합니다.”

“그건 맞는데, 지금은 자.”

그레이는 장부를 보았다.

숫자들이 조금 흐려졌다.

그녀는 불안했다.

장부를 닫으면, 뭔가 빠뜨릴 것 같았다.

그때 꿈속의 푸리나가 나타났다.

“그레이.”

그레이는 곧장 자세를 바로 했다.

“폐하.”

푸리나는 조금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은 추가 행사 안 열게.”

그레이는 그녀를 보았다.

“정말입니까?”

“응.”

“구두 약속입니까, 서면 약속입니까?”

푸리나는 잠시 망설였다.

“서면으로 할게.”

그레이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죠니가 말했다.

“꿈속에서도 서면을 받아내네.”

그레이는 장부를 닫았다.

“필요해서입니다.”

그러고는 마침내 잠들었다.

현실의 그레이는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죠니는 그걸 보았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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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깊은 지점에서, 여관은 거의 완전히 잠들었다.

그러나 한 사람은 깨어 있었다.

여관의 성좌.

그는 천천히 홀을 걸었다.

담요가 흘러내린 곳에는 담요를 올려주었다.
찻잔이 기울어진 곳에는 조용히 바로 세웠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누군가의 눈을 찌르면 커튼을 조금 내렸다.

그는 왕관들을 보았다.

민다우가스의 손 닿는 곳에 놓인 도끼.
미하일라의 손 닿는 곳에 놓인 활.
아스트리트의 손 닿는 곳에 놓인 검.
그레이 품 안의 장부.
푸리나 옆의 왕관.
아카식 곁의 닫힌 기록장.
알토 소매를 잡은 손.
아레 앞의 작은 등불.
타마르 옆의 빈 종이.

그 모든 것은 완전히 내려놓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잠시 손에서 벗어난 것.

여관의 성좌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내려놓을 수 없는 짐도 있습니다.”

그는 아주 낮게 말했다.

“그럴 때는,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잠시 눈을 감으면 됩니다.”

죠니는 반쯤 잠든 채 그 말을 들었다.

“그거…… 꽤 현실적인 말이네.”

여관의 성좌는 미소 지었다.

“여관은 원래 현실적인 곳입니다. 침대가 너무 딱딱하면 손님은 철학을 듣지 못하니까요.”

죠니는 낮게 웃었다.

“맞는 말이네.”

“이제 주무시지요.”

“자고 있어.”

“반쯤은요.”

죠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그의 숨도 깊어졌다.

여관의 성좌는 마지막 등불을 조금 더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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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 푸리나가 잠깐 눈을 떴다.

홀은 여전히 조용했다.

다들 자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옆의 왕관을 보았다.

왕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푸리나는 손을 뻗어 왕관을 만지려다가, 그만두었다.

아직은 괜찮을 것 같았다.

그녀는 담요를 조금 더 끌어올렸다.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커튼은…… 아직 내리지 말 것.”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꿈속의 무대가 떠올랐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손님을 위해 열려 있던 무대.

푸리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아무 꿈도 꾸지 않았다.

그저 잤다.

그리고 그게, 오늘의 가장 좋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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