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6 대공위 실레시아 『기록자』아카식 레코드 (68)
작성자:기록자의 개인적 저장소(아카식 레코드)
작성일:2025-03-07 (금) 12:09:50
갱신일:2026-05-11 (월) 02:04:29
#0기록자의 개인적 저장소(아카식 레코드)(4oQwT7PwhK)2025-03-07 (금) 12:09:50
<시조였던 농부 피아스트의 아들이 집을 방문한 손님에게 세례를 받고>
<그 아들이 이후 폴란드의 고공이 되었으니>
<그것이 왕가의 시작이 되었다>
<세례받은 아들의 자손은 이후 폴란드를 지배했습니다>
<영광스러운 나날이었으나 동쪽에서 재앙이 가문에 닥쳤습니다>
<동쪽에서 닥친 몽골의 군세가 레그니차에서 고공 헨리크2세를 죽였습니다>
<공국의 중흥을 일구어가던 그의 죽음은 가문에게 너무나 치명적이었고...>
<가문의 중심지인 실레시아는 불타고 황폐화되었으니...>
<기사와 가신들도 흩어져 무너진 성에는 적막만이 감돕니다>
<우리의 알토는 고공 헨리크2세의 장남의 위치로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전사하고 가문의 근거지인 실레시아는 황폐화되었으며>
<젊어보이지만 대공위시점에서 어느덧 40세에 다다른 완숙한 영주입니다>
<할아버지 헨리1세와 아버지 헨리2세의 치세동안 쌓아올린 실레시아의 번영은 잿더미가 되었으며>
<가문과 폴란드를 가호하던 기록의 성역은 무너졌습니다>
<이제 그의 해야할 일은 명백합니다>
<황폐화된 실레시아를 재건하고 무너진 성역을 다시 세워>
<가문을 다시 일으켜야만합니다>
<피아스트 왕가 가문유산 [무너진 기록의 성역]>
-피아스트왕가의 시조를 축복하고 세례한 손님이 아카식이라는 배경설정을 통해 만들어진 가문유산입니다.
-피아스트왕가와 아카식교단은 오랫동안 함꼐 폴란드를 다스렸고, 그리하여 가문의 영지는 곧 기록의 지상성역이었습니다.
-몽골의 침공에 가문과 교단은 패배하고 성역은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무너졌다해도 성역입니다.
[무너진 기록의 성역]
-피아스트 가문의 영지에서는 알토의 소환 이외에 아카식분령이 복수존재할 수 있습니다.
-존재가능한 분령의 숫자는 영지의 숫자에 따라서 늘어납니다. (영지당1체)
-성역속에서 아카식분령은 알토의 영향없이 단독으로 존재합니다.
-이들은 정예 중상이며 죽어도 다음턴에 다시 스폰됩니다.
-성역내에서 기록의 신술의 소모가 감소하고 보정을 얻습니다.
<그 아들이 이후 폴란드의 고공이 되었으니>
<그것이 왕가의 시작이 되었다>
<세례받은 아들의 자손은 이후 폴란드를 지배했습니다>
<영광스러운 나날이었으나 동쪽에서 재앙이 가문에 닥쳤습니다>
<동쪽에서 닥친 몽골의 군세가 레그니차에서 고공 헨리크2세를 죽였습니다>
<공국의 중흥을 일구어가던 그의 죽음은 가문에게 너무나 치명적이었고...>
<가문의 중심지인 실레시아는 불타고 황폐화되었으니...>
<기사와 가신들도 흩어져 무너진 성에는 적막만이 감돕니다>
<우리의 알토는 고공 헨리크2세의 장남의 위치로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전사하고 가문의 근거지인 실레시아는 황폐화되었으며>
<젊어보이지만 대공위시점에서 어느덧 40세에 다다른 완숙한 영주입니다>
<할아버지 헨리1세와 아버지 헨리2세의 치세동안 쌓아올린 실레시아의 번영은 잿더미가 되었으며>
<가문과 폴란드를 가호하던 기록의 성역은 무너졌습니다>
<이제 그의 해야할 일은 명백합니다>
<황폐화된 실레시아를 재건하고 무너진 성역을 다시 세워>
<가문을 다시 일으켜야만합니다>
<피아스트 왕가 가문유산 [무너진 기록의 성역]>
-피아스트왕가의 시조를 축복하고 세례한 손님이 아카식이라는 배경설정을 통해 만들어진 가문유산입니다.
-피아스트왕가와 아카식교단은 오랫동안 함꼐 폴란드를 다스렸고, 그리하여 가문의 영지는 곧 기록의 지상성역이었습니다.
-몽골의 침공에 가문과 교단은 패배하고 성역은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무너졌다해도 성역입니다.
[무너진 기록의 성역]
-피아스트 가문의 영지에서는 알토의 소환 이외에 아카식분령이 복수존재할 수 있습니다.
-존재가능한 분령의 숫자는 영지의 숫자에 따라서 늘어납니다. (영지당1체)
-성역속에서 아카식분령은 알토의 영향없이 단독으로 존재합니다.
-이들은 정예 중상이며 죽어도 다음턴에 다시 스폰됩니다.
-성역내에서 기록의 신술의 소모가 감소하고 보정을 얻습니다.
#66『기록자』 아카식 레코드◆x0ZHn58Zau(e9acc1e7)2026-05-09 (토) 07:03:58
보헤미아의 은빛 정원
보헤미아의 궁정은 춥지 않았다.
밖으로는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궁 안쪽 정원에는 은빛 수로가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물처럼 흐르는 것은 물이 아니라 성은聖銀이었다. 액체처럼 빛나고, 바람처럼 흔들리며,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재료.
라이자는 그 앞에 앉아 있었다.
손끝에는 은빛이 감겨 있었다. 가느다란 실처럼 뽑힌 성은은 허공에서 얽히고, 펴지고, 다시 꽃잎이 되었다.
조잡한 은꽃.
어릴 적,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던 어느 날에 받았던 그 꽃과 닮은 형태였다.
“아직도 그 모양이구나.”
불쑥,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라이자는 놀라지 않았다.
다만 손끝의 은꽃이 잠시 삐뚤어졌다.
“……문 두드리는 법은 잊으셨나요?”
“응. 오늘은 손님이라서.”
“손님은 보통 문을 두드려요.”
“나는 특별한 손님이라서.”
그렇게 말하며, 분령 아카식은 자연스럽게 라이자의 옆자리에 앉았다.
신의 현현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태평했다.
관찰자라기에는 너무 가까웠고, 지배자라기에는 너무 가볍게 웃었다.
라이자는 은꽃을 다시 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
“기록하러 오신 건가요?”
“아니.”
짧은 대답이었다.
라이자의 손이 멈췄다.
아카식은 턱을 괴고, 정원의 성은 수로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그냥 놀러 왔어. 보헤미아의 지배자가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구경하려고.”
“……기록의 성좌께서요?”
“성좌도 놀 수 있어. 성좌라고 매번 장엄하게 등장해서 ‘그대의 삶을 기록하겠다’ 같은 소리만 하면 지루하잖아.”
“그런 말씀을 직접 하시니 더 수상한데요.”
“들켰나?”
아카식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라이자는 그 얼굴을 빤히 보았다.
그 미소는 가벼웠지만, 텅 비어 있지는 않았다. 오래 본 자의 여유가 있었고, 오래 상처 입은 자의 조용한 거리감도 있었다.
그것을 라이자는 싫어하지 않았다.
“차라도 드릴까요?”
“응. 단 것도 있으면 더 좋아.”
“성좌가 단 걸 찾는 건 좀…….”
“왜? 너도 은으로 사람을 만들잖아. 나도 단 걸 먹을 수 있어.”
“그건 비교 대상이 아니에요.”
“맞아. 네 쪽이 더 굉장하지.”
라이자의 손끝이 다시 멈췄다.
아카식은 웃으며 이어 말했다.
“나는 기록을 읽을 수 있어. 하지만 너는 꿈을 재료로 바꿔서 사람에게 나눠주잖아.”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대단해.”
이번에는 장난기가 조금 줄었다.
“어릴 때 만난 정령 하나. 꿈인지 아닌지도 모를 만남 하나. 조잡한 은꽃 하나. 보통 사람은 그런 걸 추억으로 끝내. 너는 그걸 나라의 방향으로 삼았고.”
라이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은꽃이 허공에서 천천히 회전했다.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일부러 완벽하게 만들지 않는 것처럼, 꽃잎 몇 장은 삐뚤었다.
아카식은 그것을 보고 웃었다.
“처음 받은 꽃이 예뻤나 봐?”
“아뇨. 조잡했어요.”
“그런데 계속 닮게 만들고?”
“……조잡했으니까요.”
라이자는 작게 말했다.
“완벽한 꽃이었다면, 그냥 아름다운 추억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조잡해서…… 누군가가 서툴게 만들어줬다는 게 보였어요.”
성은의 빛이 라이자의 눈동자에 비쳤다.
“그래서 잊을 수 없었어요. 정령이 정말 있었는지, 꿈이었는지, 아직도 완전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아이가 말해준 세계는…… 제가 만들고 싶었어요.”
“좀 더 친절한 사람들의 세계?”
“네.”
라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사람을 도구로 쓰지 않아도 되는 곳. 태어난 이유가 명령 하나로 끝나지 않는 곳. 은인들도, 보헤미아의 사람들도, 각자 이름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곳.”
“그래서 은으로 사람을 만들었구나.”
“사람을 만들었다기보다는…… 함께 갈 가족을 만든 거예요.”
아카식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조용해졌다.
기록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라이자는 그렇게 느꼈다.
저 존재는 자신을 분석하지 않았다.
평가하지도 않았다.
“훌륭한 기록이다”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곁에 앉아, 같이 은꽃을 보고 있었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편했다.
“아카식 님.”
“응?”
“왜 오늘은 기록하지 않으세요?”
“하고는 있어.”
라이자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아카식은 손을 흔들었다.
“아니,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머릿속에 장부 펼쳐놓고 ‘라이자, 현재 감정 변화, 미세한 손떨림, 은꽃의 조형 오차’ 이런 식으로 적고 있는 건 아니고.”
“그런 식으로 하셨으면 내쫓았어요.”
“무서워라.”
“진심이에요.”
“응. 그래서 안 해.”
아카식은 성은 수로 위로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수면 위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권능이라기보다, 아이가 물가를 건드리는 장난에 가까웠다.
“기록이라는 건 말이야. 전부 붙잡는 게 아니야.”
“기록의 성좌가 하실 말씀인가요?”
“그러니까 더 잘 알지.”
그는 웃었다.
“모든 순간을 붙잡으려고 하면, 살아 있는 순간이 먼저 죽어. 웃는 얼굴을 분석하고, 눈물을 의미로 분해하고, 침묵에 이름을 붙이면…… 남는 건 정확한 표본뿐이야.”
라이자는 은꽃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뭘 기록해야 하죠?”
“본인이 잊고 싶지 않은 것.”
아카식은 가볍게 말했다.
“또는, 언젠가 누군가가 찾아야 할 것.”
“그 둘의 차이는요?”
“전자는 마음이고, 후자는 책임이지.”
라이자는 잠시 그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조금 웃었다.
“오늘은 꽤 신답네요.”
“칭찬이야?”
“반쯤은요.”
“나머지 반은?”
“평소에는 너무 자유분방하다는 뜻이에요.”
“그게 내 매력인데.”
“부정은 안 할게요.”
아카식은 과장되게 가슴에 손을 얹었다.
“보헤미아의 지배자에게 인정받았다. 오늘 놀러 온 보람이 있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또 수상해져요.”
“그럼 이렇게 말할까?”
그는 라이자의 은꽃을 가리켰다.
“나도 하나 만들어줘.”
“은꽃을요?”
“응. 손님 선물.”
“성좌께서 선물을 요구하시나요?”
“성좌도 빈손으로 돌아가면 섭섭해.”
“정말 자유로우시네요.”
“오늘은 그게 목적이니까.”
라이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끝의 성은을 다시 움직였다.
은빛 실이 얽히고, 꽃대가 생기고, 작은 꽃잎들이 하나씩 맺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부러 조잡하지 않았다. 라이자의 손길은 정교했고, 성은은 따뜻했다.
곧, 작고 아름다운 은꽃 하나가 완성되었다.
아카식은 그것을 받아 들었다.
“오.”
“왜요?”
“생각보다 진심인데?”
“손님 선물이라면서요.”
“나한테 너무 잘해주면 반해?”
“이미 배우자 많으신 분이 할 말은 아니죠.”
“아야.”
아카식은 웃음을 터뜨렸다.
라이자도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은 지배자의 웃음이라기보다, 오래된 꿈을 아직 품고 있는 소녀의 웃음에 가까웠다.
아카식은 은꽃을 손 안에서 굴려 보았다.
그는 그것을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가슴께에 꽂았다.
“어울려요?”
“엄청.”
“가벼운 말투라 신뢰가 안 가네요.”
“진심인데. 너한테 받은 거라서 더 어울려.”
라이자는 시선을 돌렸다.
“그런 말은 자연스럽게 하지 마세요.”
“왜?”
“대응하기 곤란해요.”
“그럼 성공이네.”
“역시 내쫓을까요?”
“차 마시고 나서.”
“……정말 뻔뻔하시네요.”
“응.”
아카식은 아주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은인 하나가 조용히 다가와 차와 과자를 내려놓았다.
아카식은 그 은인을 바라보았다. 보는 시선은 깊었지만, 해부하듯 파고들지는 않았다.
“이 아이도 이름이 있어?”
“있어요.”
“좋네.”
“이름이 없는 사람은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거면 충분해.”
아카식은 차잔을 들었다.
“라이자.”
“네.”
“네가 만들고 싶은 세계는 아마 완벽하진 않을 거야.”
“알아요.”
“은으로 만든 사람도 상처받을 거고, 보헤미아 사람들도 싸울 거고, 네 선의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내진 않을 거야.”
“……알고 있어요.”
“그래도 만들 거지?”
라이자는 대답 대신 성은 수로를 보았다.
그 흐름 안에는 수많은 빛이 있었다.
완성된 것.
실패한 것.
아직 이름 없는 것.
언젠가 사람으로 태어날 것.
“네.”
라이자는 말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더 친절하게는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아카식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좋아.”
“뭐가요?”
“그 3류 해피엔딩 같은 고집.”
“칭찬이죠?”
“최고의 칭찬이야.”
아카식은 과자를 하나 집어 먹었다.
그리고 아이처럼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이거 맛있다.”
“……정말 그 말을 하러 오신 것 같네요.”
“말했잖아. 놀러 왔다고.”
라이자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성좌와 지배자.
기록과 성은.
신과 연금술사.
그런 거창한 이름들은 그 순간 잠시 뒤로 물러났다.
그곳에는 그저, 은빛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아카식은 그 시간을 굳이 장엄한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다만 은꽃 하나를 품에 꽂은 채, 오래도록 웃고 있었다.
보헤미아의 궁정은 춥지 않았다.
밖으로는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궁 안쪽 정원에는 은빛 수로가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물처럼 흐르는 것은 물이 아니라 성은聖銀이었다. 액체처럼 빛나고, 바람처럼 흔들리며,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재료.
라이자는 그 앞에 앉아 있었다.
손끝에는 은빛이 감겨 있었다. 가느다란 실처럼 뽑힌 성은은 허공에서 얽히고, 펴지고, 다시 꽃잎이 되었다.
조잡한 은꽃.
어릴 적,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던 어느 날에 받았던 그 꽃과 닮은 형태였다.
“아직도 그 모양이구나.”
불쑥,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라이자는 놀라지 않았다.
다만 손끝의 은꽃이 잠시 삐뚤어졌다.
“……문 두드리는 법은 잊으셨나요?”
“응. 오늘은 손님이라서.”
“손님은 보통 문을 두드려요.”
“나는 특별한 손님이라서.”
그렇게 말하며, 분령 아카식은 자연스럽게 라이자의 옆자리에 앉았다.
신의 현현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태평했다.
관찰자라기에는 너무 가까웠고, 지배자라기에는 너무 가볍게 웃었다.
라이자는 은꽃을 다시 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
“기록하러 오신 건가요?”
“아니.”
짧은 대답이었다.
라이자의 손이 멈췄다.
아카식은 턱을 괴고, 정원의 성은 수로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그냥 놀러 왔어. 보헤미아의 지배자가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구경하려고.”
“……기록의 성좌께서요?”
“성좌도 놀 수 있어. 성좌라고 매번 장엄하게 등장해서 ‘그대의 삶을 기록하겠다’ 같은 소리만 하면 지루하잖아.”
“그런 말씀을 직접 하시니 더 수상한데요.”
“들켰나?”
아카식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라이자는 그 얼굴을 빤히 보았다.
그 미소는 가벼웠지만, 텅 비어 있지는 않았다. 오래 본 자의 여유가 있었고, 오래 상처 입은 자의 조용한 거리감도 있었다.
그것을 라이자는 싫어하지 않았다.
“차라도 드릴까요?”
“응. 단 것도 있으면 더 좋아.”
“성좌가 단 걸 찾는 건 좀…….”
“왜? 너도 은으로 사람을 만들잖아. 나도 단 걸 먹을 수 있어.”
“그건 비교 대상이 아니에요.”
“맞아. 네 쪽이 더 굉장하지.”
라이자의 손끝이 다시 멈췄다.
아카식은 웃으며 이어 말했다.
“나는 기록을 읽을 수 있어. 하지만 너는 꿈을 재료로 바꿔서 사람에게 나눠주잖아.”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대단해.”
이번에는 장난기가 조금 줄었다.
“어릴 때 만난 정령 하나. 꿈인지 아닌지도 모를 만남 하나. 조잡한 은꽃 하나. 보통 사람은 그런 걸 추억으로 끝내. 너는 그걸 나라의 방향으로 삼았고.”
라이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은꽃이 허공에서 천천히 회전했다.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일부러 완벽하게 만들지 않는 것처럼, 꽃잎 몇 장은 삐뚤었다.
아카식은 그것을 보고 웃었다.
“처음 받은 꽃이 예뻤나 봐?”
“아뇨. 조잡했어요.”
“그런데 계속 닮게 만들고?”
“……조잡했으니까요.”
라이자는 작게 말했다.
“완벽한 꽃이었다면, 그냥 아름다운 추억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조잡해서…… 누군가가 서툴게 만들어줬다는 게 보였어요.”
성은의 빛이 라이자의 눈동자에 비쳤다.
“그래서 잊을 수 없었어요. 정령이 정말 있었는지, 꿈이었는지, 아직도 완전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아이가 말해준 세계는…… 제가 만들고 싶었어요.”
“좀 더 친절한 사람들의 세계?”
“네.”
라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사람을 도구로 쓰지 않아도 되는 곳. 태어난 이유가 명령 하나로 끝나지 않는 곳. 은인들도, 보헤미아의 사람들도, 각자 이름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곳.”
“그래서 은으로 사람을 만들었구나.”
“사람을 만들었다기보다는…… 함께 갈 가족을 만든 거예요.”
아카식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조용해졌다.
기록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라이자는 그렇게 느꼈다.
저 존재는 자신을 분석하지 않았다.
평가하지도 않았다.
“훌륭한 기록이다”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곁에 앉아, 같이 은꽃을 보고 있었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편했다.
“아카식 님.”
“응?”
“왜 오늘은 기록하지 않으세요?”
“하고는 있어.”
라이자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아카식은 손을 흔들었다.
“아니,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머릿속에 장부 펼쳐놓고 ‘라이자, 현재 감정 변화, 미세한 손떨림, 은꽃의 조형 오차’ 이런 식으로 적고 있는 건 아니고.”
“그런 식으로 하셨으면 내쫓았어요.”
“무서워라.”
“진심이에요.”
“응. 그래서 안 해.”
아카식은 성은 수로 위로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수면 위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권능이라기보다, 아이가 물가를 건드리는 장난에 가까웠다.
“기록이라는 건 말이야. 전부 붙잡는 게 아니야.”
“기록의 성좌가 하실 말씀인가요?”
“그러니까 더 잘 알지.”
그는 웃었다.
“모든 순간을 붙잡으려고 하면, 살아 있는 순간이 먼저 죽어. 웃는 얼굴을 분석하고, 눈물을 의미로 분해하고, 침묵에 이름을 붙이면…… 남는 건 정확한 표본뿐이야.”
라이자는 은꽃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뭘 기록해야 하죠?”
“본인이 잊고 싶지 않은 것.”
아카식은 가볍게 말했다.
“또는, 언젠가 누군가가 찾아야 할 것.”
“그 둘의 차이는요?”
“전자는 마음이고, 후자는 책임이지.”
라이자는 잠시 그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조금 웃었다.
“오늘은 꽤 신답네요.”
“칭찬이야?”
“반쯤은요.”
“나머지 반은?”
“평소에는 너무 자유분방하다는 뜻이에요.”
“그게 내 매력인데.”
“부정은 안 할게요.”
아카식은 과장되게 가슴에 손을 얹었다.
“보헤미아의 지배자에게 인정받았다. 오늘 놀러 온 보람이 있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또 수상해져요.”
“그럼 이렇게 말할까?”
그는 라이자의 은꽃을 가리켰다.
“나도 하나 만들어줘.”
“은꽃을요?”
“응. 손님 선물.”
“성좌께서 선물을 요구하시나요?”
“성좌도 빈손으로 돌아가면 섭섭해.”
“정말 자유로우시네요.”
“오늘은 그게 목적이니까.”
라이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끝의 성은을 다시 움직였다.
은빛 실이 얽히고, 꽃대가 생기고, 작은 꽃잎들이 하나씩 맺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부러 조잡하지 않았다. 라이자의 손길은 정교했고, 성은은 따뜻했다.
곧, 작고 아름다운 은꽃 하나가 완성되었다.
아카식은 그것을 받아 들었다.
“오.”
“왜요?”
“생각보다 진심인데?”
“손님 선물이라면서요.”
“나한테 너무 잘해주면 반해?”
“이미 배우자 많으신 분이 할 말은 아니죠.”
“아야.”
아카식은 웃음을 터뜨렸다.
라이자도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은 지배자의 웃음이라기보다, 오래된 꿈을 아직 품고 있는 소녀의 웃음에 가까웠다.
아카식은 은꽃을 손 안에서 굴려 보았다.
그는 그것을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가슴께에 꽂았다.
“어울려요?”
“엄청.”
“가벼운 말투라 신뢰가 안 가네요.”
“진심인데. 너한테 받은 거라서 더 어울려.”
라이자는 시선을 돌렸다.
“그런 말은 자연스럽게 하지 마세요.”
“왜?”
“대응하기 곤란해요.”
“그럼 성공이네.”
“역시 내쫓을까요?”
“차 마시고 나서.”
“……정말 뻔뻔하시네요.”
“응.”
아카식은 아주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은인 하나가 조용히 다가와 차와 과자를 내려놓았다.
아카식은 그 은인을 바라보았다. 보는 시선은 깊었지만, 해부하듯 파고들지는 않았다.
“이 아이도 이름이 있어?”
“있어요.”
“좋네.”
“이름이 없는 사람은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거면 충분해.”
아카식은 차잔을 들었다.
“라이자.”
“네.”
“네가 만들고 싶은 세계는 아마 완벽하진 않을 거야.”
“알아요.”
“은으로 만든 사람도 상처받을 거고, 보헤미아 사람들도 싸울 거고, 네 선의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내진 않을 거야.”
“……알고 있어요.”
“그래도 만들 거지?”
라이자는 대답 대신 성은 수로를 보았다.
그 흐름 안에는 수많은 빛이 있었다.
완성된 것.
실패한 것.
아직 이름 없는 것.
언젠가 사람으로 태어날 것.
“네.”
라이자는 말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더 친절하게는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아카식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좋아.”
“뭐가요?”
“그 3류 해피엔딩 같은 고집.”
“칭찬이죠?”
“최고의 칭찬이야.”
아카식은 과자를 하나 집어 먹었다.
그리고 아이처럼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이거 맛있다.”
“……정말 그 말을 하러 오신 것 같네요.”
“말했잖아. 놀러 왔다고.”
라이자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성좌와 지배자.
기록과 성은.
신과 연금술사.
그런 거창한 이름들은 그 순간 잠시 뒤로 물러났다.
그곳에는 그저, 은빛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아카식은 그 시간을 굳이 장엄한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다만 은꽃 하나를 품에 꽂은 채, 오래도록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