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내 자료창고

#4905 여관내 자료창고 (94)

#0여관◆zAR16hM8he(KrWKrKWSF6)2025-06-24 (화) 04: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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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 쓰는 자료정리 어장.
#54익명의 참치 씨(8cb0e339)2026-05-07 (목) 00:15:09
왕도의 밤거리는 축제 준비로 떠들썩했다.

거리마다 등불이 걸리고 있었고, 악사들은 광장에서 음을 맞추고 있었으며, 순례자들과 상인들이 뒤섞여 늦은 시간까지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복판.

푸리나는 분수대 위에 올라가 두 팔을 활짝 벌친 채 선언하고 있었다.

“좋아! 올해 축제의 핵심은 즉흥극이야!”

그레이의 얼굴이 굳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즉흥극!”

“대본은요?”

“없어!”

“안 됩니다.”

즉답이었다.

푸리나는 충격받은 얼굴로 돌아보았다.

“왜?!”

그레이는 서류철을 꽉 끌어안은 채 차분하게 말했다.

“작년에도 군주님이 ‘즉흥적으로’ 무대 장치를 바꾸셨다가 항구 쪽 광장이 반쯤 무너졌습니다.”

“그건 연출의 문제였지!”

“연출 때문에 광장이 무너지면 안 됩니다.”

레이튼은 그 옆에서 홍차잔을 든 채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후후… 확실히 지나친 즉흥성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푸리나는 바로 레이튼을 가리켰다.

“근데 레이튼도 즉흥극 좋아하잖아!”

“좋아하는 것과 안전한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요.”

하융은 광장 위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등불 아래 웃고 떠드는 사람들.
춤추는 악사들.
길거리 음식 냄새.

그리고 그 너머로 아주 희미한 다른 가능성들이 스쳐 지나갔다.

축제가 취소된 세계.
전쟁 때문에 광장이 텅 비어버린 세계.
사람들이 웃음을 잃은 세계.

하지만 지금 이곳의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하융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축제라는 것은 기묘하군.”

죠니가 사과를 한입 베어물며 물었다.

“뭐가?”

“사람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째서 이런 순간에는 그 사실을 잊고 웃을 수 있는 것인지.”

잠시 정적.

그리고 죠니는 피식 웃었다.

“그야 반대 아닌가?”

“…”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지금 웃는 거겠지.”

하융은 잠시 말이 없었다.

레이튼이 조용히 미소지었다.

“후후… 죠니 경답군요.”

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 너희 몫이다. 난 그냥 지금 재밌으면 됐어.”

“그게 제일 어려운 겁니다.”

그레이가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푸리나는 갑자기 분수대 위에서 뛰어내리더니 모두를 둘러보았다.

“좋아! 그럼 오늘 목표!”

그레이가 불길한 얼굴로 물었다.

“…또 뭡니까.”

푸리나는 환하게 웃었다.

“몰래 돌아다니면서 시민들 반응 조사하기!”

“왜 ‘몰래’입니까.”

“재밌잖아.”

“그게 이유입니까…”

레이튼은 흥미롭다는 듯 턱을 괴었다.

“흠… 확실히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보는 건 중요하겠군요.”

하융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을 쓰지 않은 인간의 모습은 드문 법이지.”

그레이는 결국 체념한 듯 한숨을 쉬었다.

“…최소한 문제는 일으키지 마십시오.”

그리고 정확히 20분 뒤.

“군주님!!! 안 됩니다!!!”

광장 반대편에서 그레이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푸리나는 어느새 길거리 악사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탬버린을 흔들고 있었다.

“와아아!!”

시민들은 열광했다.

죠니는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하하하! 저건 진짜 예상 못 했군!”

레이튼조차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웃음을 참고 있었다.

“푸후… 아니, 저건… 예상 밖이군요…”

하융은 잠시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이로군.”

그 순간 푸리나가 무대 위에서 외쳤다.

“레이튼!! 너도 올라와!”

레이튼은 눈을 깜빡였다.

“저 말입니까?”

“응!”

잠시 침묵.

그리고 레이튼은 아주 우아하게 모자를 고쳐쓰더니 빙긋 웃었다.

“후후… 신사의 품격이 시험받는군요.”

죠니가 웃음을 터뜨렸다.

“가라! 레이튼!”

그레이는 결국 얼굴을 감싸쥐었다.

“…이 나라 괜찮은 건가요 정말…”

하지만 그녀조차 아주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하융은 생각했다.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
끝없이 비극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은 이렇게 웃고, 떠들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아마.

이 세계 또한 아주 나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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