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내 자료창고

#4905 여관내 자료창고 (94)

#0여관◆zAR16hM8he(KrWKrKWSF6)2025-06-24 (화) 04: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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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 쓰는 자료정리 어장.
#55익명의 참치 씨(8cb0e339)2026-05-07 (목) 02:22:36
달빛이 내려앉은 발코니였다.

연회장의 소음은 멀리 희미해졌고, 푸리나는 난간에 기대어 턱을 괸 채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여기 있었네.”

가벼운 목소리.

푸리나가 눈만 돌렸다.

은은히 웃는 남자 하나가 난간 옆에 기대고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그는 마치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태연했다.

푸리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누구시죠?”

“지나가던 기록 담당.”

“수상하네.”

“상처받는데.”

그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야. 난 기록 보는 걸 좋아하거든.”

“그걸 자기소개로 쓰는 사람 처음 봤어.”

“오늘 처음 보는 건 많을걸?”

능청스러운 대답이었다.

푸리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가벼워 보인다. 빈틈도 많아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을 떼려 하면, 무언가가 계속 시선을 붙잡았다.

마치 오래된 신화 속 여행자를 보는 듯한 위화감.

그녀는 그 감각을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대신 미소지었다.

무대 위의 배우처럼 완벽한 미소.

“그래서요?”

“응?”

“볼 일 있어서 온 거 아냐?”

그는 작게 웃었다.

“아, 맞다.”

그리고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데이트 할래?”

정적.

바람이 머리카락 끝을 흔들었다.

푸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뭐?”

“데이트.”

“아니, 들렸거든?”

“그럼 다행이네.”

푸리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잠시 침묵했다.

관찰한다.

말투. 호흡. 시선. 거리감.

익숙하다.

상대를 자기 템포에 끌어들이는 인간.

그녀는 속으로 결론내렸다.

‘아아.’

‘이 타입이구나.’

푸리나는 피식 웃었다.

“능숙하네.”

“뭐가?”

“사람 홀리는 거.”

“억울한 평가인데.”

“아냐, 정확해.”

그녀는 난간에 팔꿈치를 괴며 말했다.

“넌 대화 흐름을 일부러 가볍게 만들고 있어.”

“오.”

“상대 경계심 풀리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네 페이스로 끌고 가는 타입.”

기록좌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그거 무섭네.”

“배우를 너무 얕봤어.”

푸리나는 눈을 접으며 웃었다.

“난 사람 시선 먹고 사는 여자거든.”

달빛 아래, 푸리나의 표정은 우아했다.

그리고 동시에 영악했다.

“그래서 결론.”

그녀는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거절.”

“…바로?”

“응, 바로.”

“너무하네.”

“안 넘어갈 거 같으니까?”

기록좌는 작게 웃었다.

“보통은 최소한 고민하는 척은 해주던데.”

“그게 원하는 반응이지?”

“…들켰네.”

푸리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그녀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이번엔 그녀 쪽이 흐름을 잡는다.

“그리고 말이야.”

“응.”

“난 공짜로 리드 안 뺏겨.”

그녀의 목소리는 장난스럽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로웠다.

“특히 너 같은 타입한텐 더.”

기록좌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툭 웃음을 흘렸다.

“…재밌네.”

“그 말 많이 하지?”

“오늘은 진심인데.”

푸리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유감이지만 난 쉬운 여자 아니거든.”

“알겠어.”

“그리고.”

그녀는 살짝 몸을 돌렸다.

“데이트 신청이라는 건 결국 분위기 주도권 싸움이야.”

“…맞아.”

“근데 첫 판은 내가 이겼네?”

기록좌는 한숨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인정.”

푸리나는 그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조금 웃었다.

그리고 몇 걸음 걸어가다가 멈춘다.

“아.”

“응?”

그녀는 고개만 살짝 돌렸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어.”

“…오.”

“그러니까 다음엔.”

푸리나의 입꼬리가 짓궂게 올라갔다.

“좀 더 잘 꼬셔봐.”

달빛 아래, 그녀는 승리한 배우처럼 우아하게 퇴장했다.

그리고 기록좌는 그런 그녀의 등을 보며, 한동안 작게 웃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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