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46 [현대판타지/스토리] 영웅서가 2 - 331 (505)
작성자:◆98sTB8HUy6
작성일:2026-03-11 (수) 14:09:34
갱신일:2026-04-01 (수) 00:42:54
#0◆98sTB8HUy6(3c658444)2026-03-11 (수) 14:09:34
사이트 : https://lwha1213.wixsite.com/hunter2
위키: https://threadiki.iwinv.net/t/wiki.php/%EC%98%81%EC%9B%85%EC%84%9C%EA%B0%80%202
정산어장 : situplay>1596940088>
토의장 - situplay>1596740085>
※ 이 어장은 영웅서가 2의 엔딩을 볼 목적으로 재개되었습니다.
※ 망념/레벨 등의 요소는 무시하고 스킬만 영향을 받습니다. 스킬의 수련은 레스주간 일상 1회당 10%를 정산받으며 이를 자유롭게 투자하면 됩니다.
※ 끝을 향해서만 달려봅시다.
자 다들 스트레칭 한 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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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종자 1◆98sTB8HUy6(15ca5bbf)2026-03-23 (월) 07:13:33
피로 낭자한 거리에는 한 사람의 거친 호흡소리가 정적을 타고 흐른다. 조금 떨어진 것만 같은 거리는 아무 것도 숨길 자신이 없는 듯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마저 숨겨버리고, 단지 한 사람의 거센 호흡 소리만 더욱 크게 울리게 했다.
남자는 검을 털어내면서, 앞에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본다. 자신을 잡기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의 복수를 위해 찾아온 이들의 시체였다. 이렇게 죽어선 안 될, 어떤 가치가 있는 이들의 피가 묻은 검이 피를 털어낸다.
휘청, 그 몸이 마른 가지처럼 흔들리다, 멈춰서고 만다. 두 자루 검으로 바닥을 받쳐내고 겨우 중심을 잡은 그가 자신의 상처를 조금 파헤쳤다. 끈적한 피가 뚝 떨어지고, 곧 작은 핏방울이 작은 물웅덩이가 되더니 그 곳으로부터 한 인영이 튀어나온다.
" ....!!!!! "
" 놀랄 필요 없어.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무던히 받아던진다. 그 단호한 표정에, 새로 나타난 이는 그 감정을 꾹 눌러내고 상처를 매만졌다.
" 아직은 괜찮아요. 제 피를 한 줌 정도 바치면.... "
" 아니. "
그는 뒤에 떨어진 시체들로부터 생긴 웅덩이를 바라본다.
" 저걸 쓰도록 해. "
" 하, 지만.... "
" 괜찮아. "
단호하게 말이 돌아오고, 망설이던 이는 결국 바닥에 피를 띄워올린다. 피로 이루어진 원이 곧 거대한 나선을 그려갔다. 그 피로부터 한 마리 박쥐가 튀어나와 자신을 부른 이를 바라본다. 둘 사이에 대화는 많지 않았다. 돌아가라, 그리고 그 대가를 치뤄라. 딱 그 두 마디로 소환된 것과의 대화를 마친 즉시 상처로 가득했던 몸에는 떨어졌던 피와 살점들이 다시금 차올랐다. 거칠던 호흡이 안정적으로 옅어지기까진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태가 나아진 그는 자신을 치료해준 이에게 손을 뻗었다.
" 고생했어. 유즈. "
" ...... 아니에요. 저는,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닌걸요.... "
조심스럽게, 살짝 홍조 든 얼굴로 그 손을 붙잡으면서,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나갔다. 소음 없던 도시가 천천히 흐려지고 격리되었던 공간이 천천히 드러났다.
도시라고는, 볼 수 없는 풍경 속. 수 많은 시체와 피가 바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시체 위로 선 것은 넷. 두 사람은 방금 격리된 공간에서 나왔고, 두 사람은 그 격리된 공간 밖에서 나머지를 상대하던 참이었다.
" 공. 망념이... "
"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
" 괜찮지 않은 것 같군요. 오늘은 이 근처에서 휴식하도록 하시죠. "
남은 두 사람, 그 중 나이가 많은 듯 보이는 인물이 말에 올라탔다. 그의 시야가 하늘로, 더 높은 하늘로 자연히 올랐다. 잿빛으로 가득 찬 하늘이 먹먹한 색으로 물들었다. 젖은 바람의 냄새가 코끝으로 스쳤다.
" 비가, 꽤나 난잡하게 올 것 같은 상황이니 말입니다. "
그 말에 그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더 이상 고집을 듣지 않으려는 듯 그를 부축한 유즈 외에는 다른 모두가 이 자리에 머물 준비를 시작했다.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그들을 말릴 수 없다는 듯, 슬픈 미소를 지었다.
" 못 말리겠네.... "
남자는 검을 털어내면서, 앞에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본다. 자신을 잡기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의 복수를 위해 찾아온 이들의 시체였다. 이렇게 죽어선 안 될, 어떤 가치가 있는 이들의 피가 묻은 검이 피를 털어낸다.
휘청, 그 몸이 마른 가지처럼 흔들리다, 멈춰서고 만다. 두 자루 검으로 바닥을 받쳐내고 겨우 중심을 잡은 그가 자신의 상처를 조금 파헤쳤다. 끈적한 피가 뚝 떨어지고, 곧 작은 핏방울이 작은 물웅덩이가 되더니 그 곳으로부터 한 인영이 튀어나온다.
" ....!!!!! "
" 놀랄 필요 없어.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무던히 받아던진다. 그 단호한 표정에, 새로 나타난 이는 그 감정을 꾹 눌러내고 상처를 매만졌다.
" 아직은 괜찮아요. 제 피를 한 줌 정도 바치면.... "
" 아니. "
그는 뒤에 떨어진 시체들로부터 생긴 웅덩이를 바라본다.
" 저걸 쓰도록 해. "
" 하, 지만.... "
" 괜찮아. "
단호하게 말이 돌아오고, 망설이던 이는 결국 바닥에 피를 띄워올린다. 피로 이루어진 원이 곧 거대한 나선을 그려갔다. 그 피로부터 한 마리 박쥐가 튀어나와 자신을 부른 이를 바라본다. 둘 사이에 대화는 많지 않았다. 돌아가라, 그리고 그 대가를 치뤄라. 딱 그 두 마디로 소환된 것과의 대화를 마친 즉시 상처로 가득했던 몸에는 떨어졌던 피와 살점들이 다시금 차올랐다. 거칠던 호흡이 안정적으로 옅어지기까진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태가 나아진 그는 자신을 치료해준 이에게 손을 뻗었다.
" 고생했어. 유즈. "
" ...... 아니에요. 저는,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닌걸요.... "
조심스럽게, 살짝 홍조 든 얼굴로 그 손을 붙잡으면서,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나갔다. 소음 없던 도시가 천천히 흐려지고 격리되었던 공간이 천천히 드러났다.
도시라고는, 볼 수 없는 풍경 속. 수 많은 시체와 피가 바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시체 위로 선 것은 넷. 두 사람은 방금 격리된 공간에서 나왔고, 두 사람은 그 격리된 공간 밖에서 나머지를 상대하던 참이었다.
" 공. 망념이... "
"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
" 괜찮지 않은 것 같군요. 오늘은 이 근처에서 휴식하도록 하시죠. "
남은 두 사람, 그 중 나이가 많은 듯 보이는 인물이 말에 올라탔다. 그의 시야가 하늘로, 더 높은 하늘로 자연히 올랐다. 잿빛으로 가득 찬 하늘이 먹먹한 색으로 물들었다. 젖은 바람의 냄새가 코끝으로 스쳤다.
" 비가, 꽤나 난잡하게 올 것 같은 상황이니 말입니다. "
그 말에 그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더 이상 고집을 듣지 않으려는 듯 그를 부축한 유즈 외에는 다른 모두가 이 자리에 머물 준비를 시작했다.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그들을 말릴 수 없다는 듯, 슬픈 미소를 지었다.
" 못 말리겠네.... "
#151종자 2◆98sTB8HUy6(15ca5bbf)2026-03-23 (월) 08:18:31
종자從者.
누군가의 아래에 받쳐서 언젠가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이들. 노인의 기억 속 종자들은 항상, 그 두 눈에 희망을 반짝거리곤 했다. 비록 그 모습이 힘을 잃고, 자주 비틀거리는 한이 있더라도 언젠가 그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탈 그 순간을 위해 희망을 가슴에 품는 자들이었다. 그걸 위해서 자신의 상급자의 모진 구박과,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들에게도 무시당하더라도 그 언젠가를 위해서 기름 먹인 천으로 주인의 검을 정성스럽게 닦고, 더러운 갑옷을 개울에 가져가 물로 씻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면 바로 의문이 돌아왔다. 그 시절의 종자들이 기사라는 목적을 가지고, 언젠가 말과 검을 수여받기 위해 지금을 견디지만 지금의 노인은 느끼고 있었다. 연옥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중인 것을, 뚫린 구멍 속으로 물을 채워보겠다 발악하고 있었다.
우습게도 노인은 사랑을 했다. 그 서글픈 기억을 끄집어낼 때마다 노인의 가슴은 칼로 후벼오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늦은 나이까지 연인을 찾지 못한 중년,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당연한 것처럼 행했던 행동으로 구해준 공주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였다. 비록 그 공주는 동화 속처럼 젊고, 아름다운 여성보다는 마을 어디에서나 볼 법한. 하지만 미소가 밝았던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 사랑만큼은 동화 속 이들보다 더 사랑해왔다. 자신이 갈고닦은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단 한 사람을 택할 수 있었으니까.
둘은 늙어갔다. 평생 무기를 잡아오던 손으로 어울리지 않은 책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으면 어느새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네주면서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문득 집중이 깨져 그 시선을 본 때면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것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나를 담아냈다.
그 시간을 살아가는 시간에 어떤 이름도 적어낼 수 없었다. 몸은 천천히 노쇠해갔고, 쌓아올린 모든 것은 내려놓아야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 때, 그 눈빛을 받아내던 때에는 내가 쌓아올린 모든 것이 흐물흐물 녹아버린 채 얼굴을 붉히는 중년 한 명만 있을 뿐이었다.
둘 다 나이가 있었기에 아이는 가질 수 없었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둘 사이에 결실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사랑은 흐려지지 않았다. 좀 더 주름이 늘어나는 그 사람을 끌어안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책에 끙끙대고, 점점 무거워지는 몸으로 힘 쓰는 일들을 하다 보면 익숙할 것 같은 하루가 지나곤 했다. 검은 머리보다도 흰 머리를 더 보기 쉬운 나이가 되었고, 평생 움직이던 몸을 꽁꽁 감싸놓은 탓인지 삐그덕대는 몸을 의자에 기댄 채 나는 내 사랑과 잠들곤 했다.
그렇게 죽어도 괜찮다고 느꼈다. 비록 여전히 의심은 거둬지지 않고, 점점 아파가는 자신의 사랑이 있었지만 괜찮았다. 의미 없는 대화조차도 여전히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으니 계속 넘겨가면 그만이었다.
그래. 그렇게만 넘어갈 수 있었더라면.
이 세상은 평화롭지 않다. 그 자신부터가 패배한 어느 세상에서 넘어온 패잔병 중 하나였다. 자신의 왕국을 버리고 도망친, 쓰레기 기사. 그 앞까진 사랑이란 이야기로 내 과거를 부정해왔지만 그 사랑이 꺼진다면 나에게 남는 것은 그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려주던 사랑이 불에 휩쓸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살 뿐인 낡은 오두막을 거센 불길이 잡아먹었다. 그 미묘한 주홍빛을 내는 불길에 의해 내 세상이 주홍과 검정으로만 구분할 수 있게 변해간다. 마음만 같아서는 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그녀를 구하고 싶었지만 평화에 찌들어버린 마음과 녹슨 몸은 그의 명령을 거부했다. 대신 위험 속 잊고 지냈던 공포만이 스멀스멀 자신의 마음 속을 기어올라왔다.
구해야 한다.
어떻게?
어떤 짓을 해서라도.
어떻게?
내 몸을... 태워서라도.
그 생각이 끝나는 즉시 난 내 뺨을 후려쳤다. 차릿하고 느껴지는 통증이 지금의 공포를 잠시 잊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 때에서야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내 귀에 들려왔다.
태워버려!
괴물을 숨겨준 집이다! 태워버려!
열기로 뒤덮힌 집을 맨손으로 파고든다. 입고 있던 옷으로 불길이 옮겨붙었지만 무뎌진 것은 몸과 마음 뿐만이 아니었는지. 그 고통마저 멀게 느껴졌다. 대신 나는 눈물을 흘렸다.
머릿속에 종자 시절, 주먹으로 구타당하며 들었던 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탈영병에게는 죽음 뿐이다. 전장에서 쓰러지지 않는 기사는, 기사라 할 수 없다. 그러니, 버티라고 말하며 자신을 구타하던 무자비한 폭력들이 꽂혔다. 전장을 벗어났기 때문일까. 사랑을 위해, 전장 아닌 곳에서 죽으려 한 탓일까. 그래서 운명이 자신에게 이런 죽음을 준비한 것일까.
괴물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날 찾고 있다.
누군가의 아래에 받쳐서 언젠가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이들. 노인의 기억 속 종자들은 항상, 그 두 눈에 희망을 반짝거리곤 했다. 비록 그 모습이 힘을 잃고, 자주 비틀거리는 한이 있더라도 언젠가 그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탈 그 순간을 위해 희망을 가슴에 품는 자들이었다. 그걸 위해서 자신의 상급자의 모진 구박과,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들에게도 무시당하더라도 그 언젠가를 위해서 기름 먹인 천으로 주인의 검을 정성스럽게 닦고, 더러운 갑옷을 개울에 가져가 물로 씻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면 바로 의문이 돌아왔다. 그 시절의 종자들이 기사라는 목적을 가지고, 언젠가 말과 검을 수여받기 위해 지금을 견디지만 지금의 노인은 느끼고 있었다. 연옥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중인 것을, 뚫린 구멍 속으로 물을 채워보겠다 발악하고 있었다.
우습게도 노인은 사랑을 했다. 그 서글픈 기억을 끄집어낼 때마다 노인의 가슴은 칼로 후벼오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늦은 나이까지 연인을 찾지 못한 중년,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당연한 것처럼 행했던 행동으로 구해준 공주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였다. 비록 그 공주는 동화 속처럼 젊고, 아름다운 여성보다는 마을 어디에서나 볼 법한. 하지만 미소가 밝았던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 사랑만큼은 동화 속 이들보다 더 사랑해왔다. 자신이 갈고닦은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단 한 사람을 택할 수 있었으니까.
둘은 늙어갔다. 평생 무기를 잡아오던 손으로 어울리지 않은 책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으면 어느새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네주면서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문득 집중이 깨져 그 시선을 본 때면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것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나를 담아냈다.
그 시간을 살아가는 시간에 어떤 이름도 적어낼 수 없었다. 몸은 천천히 노쇠해갔고, 쌓아올린 모든 것은 내려놓아야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 때, 그 눈빛을 받아내던 때에는 내가 쌓아올린 모든 것이 흐물흐물 녹아버린 채 얼굴을 붉히는 중년 한 명만 있을 뿐이었다.
둘 다 나이가 있었기에 아이는 가질 수 없었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둘 사이에 결실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사랑은 흐려지지 않았다. 좀 더 주름이 늘어나는 그 사람을 끌어안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책에 끙끙대고, 점점 무거워지는 몸으로 힘 쓰는 일들을 하다 보면 익숙할 것 같은 하루가 지나곤 했다. 검은 머리보다도 흰 머리를 더 보기 쉬운 나이가 되었고, 평생 움직이던 몸을 꽁꽁 감싸놓은 탓인지 삐그덕대는 몸을 의자에 기댄 채 나는 내 사랑과 잠들곤 했다.
그렇게 죽어도 괜찮다고 느꼈다. 비록 여전히 의심은 거둬지지 않고, 점점 아파가는 자신의 사랑이 있었지만 괜찮았다. 의미 없는 대화조차도 여전히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으니 계속 넘겨가면 그만이었다.
그래. 그렇게만 넘어갈 수 있었더라면.
이 세상은 평화롭지 않다. 그 자신부터가 패배한 어느 세상에서 넘어온 패잔병 중 하나였다. 자신의 왕국을 버리고 도망친, 쓰레기 기사. 그 앞까진 사랑이란 이야기로 내 과거를 부정해왔지만 그 사랑이 꺼진다면 나에게 남는 것은 그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려주던 사랑이 불에 휩쓸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살 뿐인 낡은 오두막을 거센 불길이 잡아먹었다. 그 미묘한 주홍빛을 내는 불길에 의해 내 세상이 주홍과 검정으로만 구분할 수 있게 변해간다. 마음만 같아서는 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그녀를 구하고 싶었지만 평화에 찌들어버린 마음과 녹슨 몸은 그의 명령을 거부했다. 대신 위험 속 잊고 지냈던 공포만이 스멀스멀 자신의 마음 속을 기어올라왔다.
구해야 한다.
어떻게?
어떤 짓을 해서라도.
어떻게?
내 몸을... 태워서라도.
그 생각이 끝나는 즉시 난 내 뺨을 후려쳤다. 차릿하고 느껴지는 통증이 지금의 공포를 잠시 잊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 때에서야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내 귀에 들려왔다.
태워버려!
괴물을 숨겨준 집이다! 태워버려!
열기로 뒤덮힌 집을 맨손으로 파고든다. 입고 있던 옷으로 불길이 옮겨붙었지만 무뎌진 것은 몸과 마음 뿐만이 아니었는지. 그 고통마저 멀게 느껴졌다. 대신 나는 눈물을 흘렸다.
머릿속에 종자 시절, 주먹으로 구타당하며 들었던 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탈영병에게는 죽음 뿐이다. 전장에서 쓰러지지 않는 기사는, 기사라 할 수 없다. 그러니, 버티라고 말하며 자신을 구타하던 무자비한 폭력들이 꽂혔다. 전장을 벗어났기 때문일까. 사랑을 위해, 전장 아닌 곳에서 죽으려 한 탓일까. 그래서 운명이 자신에게 이런 죽음을 준비한 것일까.
괴물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날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