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연애/청춘물] 내 옆자리의 신 님 외전: 바다새의 기억 - 시트스레

#11391 [ALL/연애/청춘물] 내 옆자리의 신 님 외전: 바다새의 기억 - 시트스레 (71)

#0◆uDcgw25joW(d8670c47)2026-04-14 (화) 03:38:59
이 세상에는 신이 존재한다.
구름 위도 땅속도 아닌 토리이의 저편에.
하지만, 그들 사이에 섞여 살아가는 누군가는 신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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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Ho6Y9fSaVK(c2619014)2026-04-16 (목) 13:20:17
[인간 시트]
"바다는 저를 받지 않았으니, 이제 이곳이 저의 무덤인가요."

이름 : 나기 (凪)
신계의 낯선 땅에 닿았을 때, 소금기에 절은 흰 소복 소매 끝에는 '나기'라는 글자가 정갈하게 수놓여 있었다. 누군가 간절히 빌었을 평온의 염원은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유일한 이름이 되었다. 본래 그녀가 불리던 이름은 신계의 거대한 규칙에 휩쓸려 망각의 저편으로 아득히 스러진 지 오래다.

나이 : 만 17세
카미카쿠시에 휘말린 지 꼬박 1년. 하지만 신계의 나른하고 더딘 시간 속에서도, 그녀의 내면을 흐르는 시계추는 여전히 그날의 흉흉한 파도 한가운데에 속박된 채 멈춰 있다.

성별 : 여성

외모 : 허리선까지 유장하게 흘러내리는 긴 머리칼. 칠흑처럼 짙은 그 물결 속에서, 오직 오른쪽 머리칼의 너른 가닥만이 잿빛으로 하얗게 세어버렸다. 파도에 집어삼켜지던 찰나의 공포가 남긴 낙인일까. 깊은 바다의 심연을 그대로 덜어낸 듯한 짙은 남색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생기조차 깃들지 않았다. 그저 바람 한 점 닿지 않는 해저의 밑바닥처럼, 뼛속을 스미는 서늘한 적막만이 고요하게 침전되어 있을 뿐이다.

장식이 배제된 정갈한 흰 소복 위로 옅은 잿빛 하오리를 걸친 모습은 마치 이승의 사람이 아닌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창백할 정도로 핏기 없는 피부 위엔 늘 옅은 소금기와 향 내음이 스미어 있다. 왼쪽 손목을 단단히 옭아맨 채 빛바래어 가는 붉은 실. 그것은 그녀를 검은 바다로 떠밀던 날 동여매었던 포박줄의 파편이자, 신계의 영력으로도 끊어내지 못한 지독한 인연의 사슬이다.

성격 : 그녀를 둘러싼 공기에는 기묘한 체념이 안개처럼 깔려 있다. 자신을 심연으로 등 떠민 인간들을 향한 원망이나, 낯선 신계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조차 바스라진 지 오래. 그 어떤 파란이 일어도 "그럴 수 있지요."라며 희미하게 읊조릴 뿐,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나서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나 세상을 응시하는 고독한 관찰자. 신계의 기이한 풍경과 신들의 대화를 투명한 시선으로 좇으며, 문득문득 이승의 예법—기침을 소매로 가리거나 고개를 숙이는—을 무의식적으로 흘려보내곤 한다. 엄중한 금기를 모르는 바 아니나, 이따금 금지된 경계 너머를 공허하게 응시하는 찰나의 순간들은 그녀가 아직 위태로운 벼랑 끝을 걷고 있음을 방증한다.

과거사 : 북방 도호쿠의 어느 폐쇄적인 어촌. 성난 바다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마을은 가장 어린 목숨을 바치기로 했다. 그들은 그녀를 '신부'라 칭송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았지만, 정작 토리이 너머의 그 어떤 신도 그녀를 탐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오직 나약한 인간들이 빚어낸 맹목적인 기만이었고, 일방적인 광기였다.
포효하는 파도에 짓눌려 숨이 멎어가던 순간, 일그러진 경계의 틈새가 그녀를 이 낯선 신계로 토해냈다. 그녀의 옅은 뇌리에 남은 마지막 감각은, 발목을 무자비하게 끌어내리던 돌덩이의 무게와 폐부를 찌르던 혹한의 바닷물. 그리고 자신의 등을 떠밀던 사람들의 몹시도 축축하고 떨리던 손길이 전부다.

기타 : 지금은 카모메이 신계의 변두리, 낡은 신사의 모퉁이를 쓸며 하루를 보낸다. 신계의 존재들은 그녀를 '인간의 잔악함이 잉태한 가여운 껍데기'라 부르며 함부로 곁을 내주지도, 해를 가하지도 않는다. 동정과 경외가 기이하게 뒤섞인 시선 속에서, 그녀는 완벽한 이방인으로 남았다.

유일한 취미라면, 머나먼 이승의 파도 소리를 빼닮은 울림을 찾아 신계의 골목을 소리 없이 배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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