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백합] 안녕이라는 말대신 안녕

#12223 [1:1/백합] 안녕이라는 말대신 안녕 (182)

#0◆HqtdN5ly7S(d9319d04)2026-05-24 (일) 02:11:45
헤어질 때의 안녕과 다시 만날 때의 안녕 사이.

그 긴 공백을 채운 건 무성한 소문도, 화려한 경력도 아닌 너를 향해 앓았던 낮은 열기뿐이었다.

안녕이란 말 대신, 우리가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유일한 진심에 관하여.
#137◆HqtdN5ly7S(1285fec7)2026-06-11 (목) 22:11:15
제 손으로 감싸쥔 히요리의 손은 술 때문인지 조금 뜨겁다. 기억에 남아있는 선명한 그때의 느낌과 사뭇 달랐다. 아니면 제 체온이 술 때문에 온도가 올랐기 때문일까. 어느쪽이든 오랜만에 잡은 손은 선명하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풋사랑의 열병을 앓기 전, 그저 다른 선배들보다 조금 더 친하던 그 시절. 친근함을 표현하는데 스스럼 없던 그 시절.
졸업하는 당신을 배웅하고, 뒤돌았을 때 느껴지던 눈물이 쏟아질 것 같던 기억. 그리고, 그리고... 문득 자신이 당신에게 했던 모든 행동의 이유를 깨달았던 기억.

아직도 선명한 기억과 또다시 속이 울렁거리는 지독한 풋사랑의 열병. 히요리의 손을 감싼 제 손에 조금 힘을 줘서 단단히 쥐며 아키호가 느슨한 웃음이 떠올라서 젖내나는 앳된 얼굴에 있던 웃음을 지우고 눈가를 찌푸린다. 제 말에 돌아온 대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시선을 피하고 있는 히요리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아키호는 제 시선을 굴렸다. 퉁명스러운 대답도, 도통 눈을 마주쳐주지 않는 행동도, 가려지지 않는 얼굴색을 어떻게든 가리려고 하는 것도 달갑게 느껴지는 걸 보니 다시 속이 울렁거리는 풋사랑의 열병이 독하기는 한 모양이다.

어쩌겠어. 내가 져줄 수 밖에. 히요리의 손을 잡은 채, 붙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당겨 한층 가까워진 거리에서 아키호는 히요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난 선배한테 카와조에라고 불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앗쨩으로 불러줘요. 나 서운해."

특유의 능글맞고 느긋한 어조로 가까이 다가온 히요리에게 속삭이던 아키호가 짧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불쾌한 기색보다 조금 황당하다는 기색이 짙게 드러나는 헛웃음이다. 헛웃음은 이내 즐겁다는 느낌이 담긴 웃음을 바뀌었다.

"이번에도 안잡으러 오려고요? 내가 손 놓고 도망갔을 때도 잡으러 올 생각 안했잖아."

잡고 있던 히요리의 손을 풀어주는 것처럼 느슨하게 제 손에 힘을 빼며, 아키호가 가까웠던 거리를 벌려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키호는 앳된 느슨한 미소를 지은 채, 앞장서서 전철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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