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4> [1:1] 새와 들꽃과 바람의 시간 - 1 (42)
◆TrK3PVy.2e
2025년 4월 12일 (토) 오후 12:39:36 - 2025년 5월 13일 (화) 오후 06:40:23
2025년 4월 12일 (토) 오후 12:39:36
마왕의 재림을 알리는 별의 계시
그것은 찬란한 언어도, 구원의 약속도 아니었다.
침묵 끝에 흘러나온 종말의 숨결
희망이 아닌, 파멸을 부르는 불길한 이름이었다.
한때 세계는 덧없는 평화를 누렸으나
그 평화는 타들어 가는 불씨와 같아
바람 한 점에도 이내 어둠을 토해냈다.
예언을 지닌 무녀, 그리고 이름을 버린 용사
그들의 만남은 우연으로 시작해 운명처럼 얽혔다.
한 사람은 미래의 고통을 품었으며
다른 한 사람은 과거의 죄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들의 여정과 함께 계시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세상은 여전히 혼돈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에단
https://share.evernote.com/note/fc5fa118-1904-2f54-d304-06bf8ca5333a
미도
https://share.evernote.com/note/cfc53c5b-a492-076c-3464-3a07824c1638
그것은 찬란한 언어도, 구원의 약속도 아니었다.
침묵 끝에 흘러나온 종말의 숨결
희망이 아닌, 파멸을 부르는 불길한 이름이었다.
한때 세계는 덧없는 평화를 누렸으나
그 평화는 타들어 가는 불씨와 같아
바람 한 점에도 이내 어둠을 토해냈다.
예언을 지닌 무녀, 그리고 이름을 버린 용사
그들의 만남은 우연으로 시작해 운명처럼 얽혔다.
한 사람은 미래의 고통을 품었으며
다른 한 사람은 과거의 죄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들의 여정과 함께 계시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세상은 여전히 혼돈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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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8일 (금) 오후 10:54:34
에단은 아직 등을 돌리지 않았다. 주먹을 쥐었다 펴자 더디게 피가 돌았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사소한 일엔 무심했던 자신이, 왜. 괜찮으냐며 흘렸던 상냥한 어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녀의 기척이 멀어졌다. '무운을 빈다'는 짧은 인사가 귓가에 남았다. 생경한 말이었다.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았으나, 이유 모를 기시감이 들었다.
돌아서려던 순간, 싸움이 터졌다. 부딪히는 소리. 뒤엉킨 발소리. 고성. 흐트러지는 움직임. 다시 그녀였다. 작은 형체가 인파에 밀려 그의 쪽으로 쓰러지듯 기울었다.
손을 뻗었다. 어깨를 붙들어 세웠다. 무례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자연스레 손이 움직였다. 그녀의 의사는 묻지 않았다. 조용히 어깨를 덮었다. 그는 걸었다. 비틀거리는 인파를 지나, 주점의 열기와 소음을 뒤로하고 출구로 향했다.
문틈으로 새어든 바람이 이마를 덧쓸고 지나갔다. 외투자락이 흔들렸다. 하늘은 쪽빛으로 스러지고 있었다.
주점 외곽. 희미한 랜턴 아래, 그는 멈췄다. 그녀를 내려다봤다. 작은 체구. 어깨에 아슬하게 닿는 키. 윤기 어린 짧은 흑발 아래, 뺨의 곡선은 아이 같았지만, 눈매는 날카로웠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 동양계. 드문 외관. 복장은 낯설었다. 주름 하나 없이 정제된, 상징과 격식이 앞선 옷차림이었다.
그는 말없이 바라봤다. 등을 돌려도 되는 순간이었다. 이름도 사정도 모른 채 스쳐 가야 할 만남이었다. 그러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무는 하늘.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어스름 속, 깜빡이던 눈동자. 침묵이 틈입했다. 그리고서야, 그는 물었다.
"…이 땅에 볼일이라도 있나. 이방인."
목소리는 낮고, 정제돼 있었다. 물음의 형식을 빌렸을 뿐, 감정은 담지 않았다. 다만 궁금했다. 왜 다시 눈에 밟히는가. 왜 저토록 망설임 없이 피를 흘리고 조용히 치유할 수 있었는가.
그녀의 기척이 멀어졌다. '무운을 빈다'는 짧은 인사가 귓가에 남았다. 생경한 말이었다.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았으나, 이유 모를 기시감이 들었다.
돌아서려던 순간, 싸움이 터졌다. 부딪히는 소리. 뒤엉킨 발소리. 고성. 흐트러지는 움직임. 다시 그녀였다. 작은 형체가 인파에 밀려 그의 쪽으로 쓰러지듯 기울었다.
손을 뻗었다. 어깨를 붙들어 세웠다. 무례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자연스레 손이 움직였다. 그녀의 의사는 묻지 않았다. 조용히 어깨를 덮었다. 그는 걸었다. 비틀거리는 인파를 지나, 주점의 열기와 소음을 뒤로하고 출구로 향했다.
문틈으로 새어든 바람이 이마를 덧쓸고 지나갔다. 외투자락이 흔들렸다. 하늘은 쪽빛으로 스러지고 있었다.
주점 외곽. 희미한 랜턴 아래, 그는 멈췄다. 그녀를 내려다봤다. 작은 체구. 어깨에 아슬하게 닿는 키. 윤기 어린 짧은 흑발 아래, 뺨의 곡선은 아이 같았지만, 눈매는 날카로웠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 동양계. 드문 외관. 복장은 낯설었다. 주름 하나 없이 정제된, 상징과 격식이 앞선 옷차림이었다.
그는 말없이 바라봤다. 등을 돌려도 되는 순간이었다. 이름도 사정도 모른 채 스쳐 가야 할 만남이었다. 그러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무는 하늘.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어스름 속, 깜빡이던 눈동자. 침묵이 틈입했다. 그리고서야, 그는 물었다.
"…이 땅에 볼일이라도 있나. 이방인."
목소리는 낮고, 정제돼 있었다. 물음의 형식을 빌렸을 뿐, 감정은 담지 않았다. 다만 궁금했다. 왜 다시 눈에 밟히는가. 왜 저토록 망설임 없이 피를 흘리고 조용히 치유할 수 있었는가.
2025년 4월 18일 (금) 오후 11:51:48
잠시,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보는 눈이 없군.”
에단은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 눈앞조차 보지 못하는 무리들이, 누굴 평가하고 고르려 드는가. 그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 무리 속에 들어가 파티를 구하던 그녀도, 결국은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보는 눈이 없군.”
에단은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 눈앞조차 보지 못하는 무리들이, 누굴 평가하고 고르려 드는가. 그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 무리 속에 들어가 파티를 구하던 그녀도, 결국은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