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상황극 스레 -1

#5133 자유 상황극 스레 -1 (27)

#0익명의 참치 씨(dMY4g1hRaa)2025-07-05 (토) 06:29:11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6익명의 참치 씨(WG17DvoJam)2026-01-06 (화) 09:25:26
전부 먹어치우면 고통에서 해방된다. 그 말에도 식욕이 돋지 않는 것은, 비단 제 주인을 지키려는 저주의 방어 태세만은 아니리라. 기사는 이미 납득하고 있었다.
네 표정을 바라보며, 기사는 실성한 사람처럼 빗물에 흐려진 웃음을 지었다. 무릎 꿇지 않고 버티는 자세는 명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발악에 가까웠다. 떨리는 손이 가슴팍의 휘장 위에 얹힌다. 달의 신앙을 섬기던 모 왕국의 표식이, 이제서야 가려진다. 너를 향한 예우가 뒤늦게 갖추어진다.

너를 삼킨 것은 실로 즉흥적인 선택이었다. 자신을 길러낸 국가와, 소속감을 주었던 왕실 군대를 보존하고 싶다는 마음. 곧 성인식을 마칠 공주님께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
신의 피는 맛보는 것만으로도 영생을 약속하고, 살을 삼키면 신좌에 오를 힘을 얻는다—이미 미쳐버린 신을 섬기는 집단에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를, 이 무지한 기사는 떠올렸던 것이다. 치명상을 입은 자신을 어루만지던 너를 마주했을 때, 얇은 희망이 움텄다. 스러져가던 국가 위에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바칠 미래가 개화할 듯 움직였다. 너를 보았다. 너를 먹었다. 피와 살을 삼키면서도 역겹다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너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공물을 바치던 이단 집단을 특정해 사형까지 밀어붙였을 때조차, 기사의 얼굴은 냉랭했다. 인신공양이라는 중죄는 명분에 불과했다. 애초에 기사 또한 왕실이 달에게 바치던 어린아이들을 여럿 보아왔으니. 도축될 운명의 아이들의 눈을 마주할 때마다, 이것이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기밀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역설적이고 쓸모없다고 느껴졌을 뿐이다. 왕국은 이미 내부로부터 썩어나가고 있었다.

“너무 많아요.”

그러나 막상 네 앞에 선 지금, 머릿속은 텅 비어 있다. 갈비뼈를 짓누르는 것은 꽉 찬 심장뿐이다. 기사는 흉측한 눈을 감는다.

“저의 신께선 오지 않으시겠죠?”

달은 뜨지 않는다. 그의 앞에 선 것은, 더없이 연약한 너의 모습뿐이다. 결국 너는, 기사와 함께 묻힌 흙더미 속으로 끌려 내려온 것이다. 허무한 숨을 뱉었다.

“제 달은, 어째서 저를 구해주지 않으셨던 걸까요. 저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에, 단 한순간도 현혹된 적 없는데.”

제가 당신에게 사죄하는 걸 허락해 주세요. 물 젖은 목소리. 입술만이 미약하게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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