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1:1/현대판타지/HL]피안화 물든 빛 - 7 (1001)
종료
작성자:그 수줍게 웃는 얼굴을 찾으려고 다가온 거야.
작성일:2025-01-10 (금) 06:57:45
갱신일:2025-02-10 (월) 16:34:39
#0그 수줍게 웃는 얼굴을 찾으려고 다가온 거야.(X4H2hrvUBK)2025-01-10 (금) 06:57:45
<youtube https://youtu.be/FYHSiSqUwDI?si=Ef2B0RGEsjs_j_-A>
괜찮다. 정신이 많이 안정된 지금 1분 정도 눈을 마주치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나와 린 씨는 서로 눈을 맞췄고
스윽
나는 바로 눈을 깔았다
그녀의 싸늘한 눈빛에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하려는 찰나 알렌이 눈을 내리깐다.
"..."
"..."
린의 알렌에 대한 생각이 그래도 전투에는 능숙한 믿음직한 사람에서 미덥지 못한 동료로 확실하게 격하되는 순간이었다.
<clr style="color: pink; text-shadow: 0px 0px 6px pink;"><spo>너의 전, 전, 전생부터 나는 너를 찾기 시작했어.<spo></clr>
와중에 나시네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기위해 매우 노력해야 했다. 바로 맞은편에 방금전에 본 그 금발의 남학생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선배님 하야시시타 씨 보고 뭔가 아는거 같았고 하야시시타 씨도 선배님 오시고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서서요."
무언가 재밌는걸 기대하는 듯한 눈빛으로 알렌과 나시네를 번갈아 바라보며 질문하는 그녀.
"아..아뇨, 오늘 아침에 우연히 지나가다가 뵌게 전부입니다, 그 전까지는 만나뵌적도 없는 분이에요."
<hr>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D%94%BC%EC%95%88%ED%99%94%20%EB%AC%BC%EB%93%A0%20%EB%B9%9B?action=show
괜찮다. 정신이 많이 안정된 지금 1분 정도 눈을 마주치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나와 린 씨는 서로 눈을 맞췄고
스윽
나는 바로 눈을 깔았다
그녀의 싸늘한 눈빛에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하려는 찰나 알렌이 눈을 내리깐다.
"..."
"..."
린의 알렌에 대한 생각이 그래도 전투에는 능숙한 믿음직한 사람에서 미덥지 못한 동료로 확실하게 격하되는 순간이었다.
<clr style="color: pink; text-shadow: 0px 0px 6px pink;"><spo>너의 전, 전, 전생부터 나는 너를 찾기 시작했어.<spo></clr>
와중에 나시네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기위해 매우 노력해야 했다. 바로 맞은편에 방금전에 본 그 금발의 남학생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선배님 하야시시타 씨 보고 뭔가 아는거 같았고 하야시시타 씨도 선배님 오시고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서서요."
무언가 재밌는걸 기대하는 듯한 눈빛으로 알렌과 나시네를 번갈아 바라보며 질문하는 그녀.
"아..아뇨, 오늘 아침에 우연히 지나가다가 뵌게 전부입니다, 그 전까지는 만나뵌적도 없는 분이에요."
<hr>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D%94%BC%EC%95%88%ED%99%94%20%EB%AC%BC%EB%93%A0%20%EB%B9%9B?action=show
#244알렌주◆jMKYFX.cqK(74BG0e3It.)2025-01-18 (토) 17:32:34
"여기 계셨나요, 아벨리나."
바람이 살을 에는 듯한 12월 무렵 한 공원 벤치, 환갑을 앞두었음에도 젋었을 적 모습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알렌은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제 곧 성인이 될 막내딸 앞에 살며시 걸어오며 작게 말했다.
"..."
줄곧 밴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막내딸, 아벨리나는 예상하지 못한 익숙한 목소리에 잠시 고개를 들어 알렌을 바라보다 이내 다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날이 많이 추워요."
그 모습을 보고 여느 가장이 그렇듯 자신의 딸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이 좋을지 어려워 고민하던 알렌은 그 한마디와 함께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아벨리나에게 걸쳐준 뒤 옆자리에 앉았다.
"...저는"
한동안 그저 말없이 앉아있던 두 부녀사이의 침묵을 깬건 아벨리나였다.
"저는 왜 안되는걸까요?"
두서없는 막연한 한마디, 그 한마디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저는 왜 이리 무력한걸까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목소리.
알렌은 그 말에 작게 입김을 내뱉는다.
"의념을 각성하지 못한 것 때문인가요?"
직설적인 한마디, 아벨리나는 아무런 말도 반응도 없이 그저 바닥만을 바라보았지만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뒤이은 알렌의 말에 아벨리나는 알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아버지에게 만큼은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벨리나는 목이 메이는 듯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였다.
"아벨리나는 어째서 의념을 가지고 싶나요?"
"그야..."
조여오는 듯한 괴로움에 가슴을 꾹 누르는 아벨리나.
"제게 의념이 있다면 그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을 일을 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언제나 그러했고 오늘도 그랬다.
언제나 사람들을 돕고싶었고 늘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미 끝나버린 비극을 보며 안전한 곳에서 그들에게 너무나 늦어버린 손길을 내미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제가... 제가 조금 더..."
마치 스스로가 죄인 인것 처럼 괴로워하며 눈물 흘리는 아벨리나.
"...역시 저는 아벨리나가 각성자가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알렌은 여전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였다.
"어째서인가요..? 어째서 그런 말씀을..."
아벨리나는 알렌의 말에 상처입은 듯이 흐느꼈지만
"그건... 제가 욕심만 많은 나쁜사람이라서 그래요."
이어지는 알렌의 말을 들은 아벨리나는 울음을 그치고 알렌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나요, 아벨리나?"
그런 아벨리나의 표정을 바라고는 알렌은 작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물들지 않는 검' 신검의 후계자'
알렌을 지칭하는 여러 이명 중 가장 특징적인 이명을 뽑으라면 단연
'피 뭍은 황금인'
이것일 것이다.
민간인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기위해 홀로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온몸이 피로 물들도록 필사적으로 막아내었던 그를 지칭하는 이명.
"잘... 이해가 되질 않아요."
언제나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던 알렌이 그런 아버지를 내심 존경하던 막내딸에게 자신이 나쁜사람이라 말하였고 당연히 아벨리나는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어째서... 나쁜 사람인건가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던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어째서 나쁜 사람인지, 그것이 어째서 자신이 의념이 없길 바라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 무엇하나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표정.
"아벨리나는 저를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주고 계셨군요."
막내딸의 그런 표정을 본 알렌은 조금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에요, 저는 아마 아벨리나가 생각하는 것 처럼 선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 말한 알렌은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줄곧 아벨리나에게 향하고 있던 시선을 먼곳으로 향했다.
"저는 여태까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것들을 상대하고 베어왔어요. 제 소중한 이들에게 송곳니를 들이미는 악의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말이죠."
특별반에 입학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태껏 수 많은 적들을 베어온 알렌.
"적어도 제 좁은 식견으로 보았을 때는 베어야하만 하는 사악은 분명히 존재했어요."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여태껏 알렌과 여명의 동료들이 상대했던 것들 중 결코 사람들과 양립할 수 없는 부조리 그 자체인 것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가 베어온 것들이 정말 전부 그런 것들일까요?"
그렇다면 여태껏 알렌이 상대해왔던 모든 적들은 정말 베어 죽여야 마땅한 부조리들이였나.
"..."
그 말을 들은 아벨리나는 대답을 망설였다.
여태 알렌이 상대해 온 모든 적들은 모두 그만한 업을 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 모든 이들이 죽어 마땅한 이들일지는 아벨리나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고
"아니에요, 확실하게."
알렌은 아벨리나를 보고 살짝 웃더니 그렇게 단언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많이 말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라요, 저는 그저 제 소중한 것들을 잃기 싫어하는 욕심쟁이에 제가 상대한 그들에게 있어 무자비한 부조리일 뿐이죠."
무언가를 추억하는 듯 하면서 한탄하는 듯한 목소리로 알렌이 말한다.
"그저 저는 소중한 것이 다른 이들이었을 뿐, 어떻게 보면 제가 상대한 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죠."
자신의 울타리안을 노리는 이들은 그들이 어떤 과거를 가졌던, 어떤 사정을 가졌던 자신의 적이자 사냥감으로 여겼기에 삐뚤어진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을 상처입히는 이들과 그리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면서 한탄하는 알렌.
"만약 제가 선한 사람이였다면... 그들을 구하지 못했더라도 정말로 제가 하려는 행동이 최선인지 한번쯤은 돌아보았었겠죠."
자기혐오가 느껴질 정도의 결벽함, 아벨리나는 그런 아버지의 말에 어째서 알렌이 자신에게 의념이 없어서 다행이라 말했는지 조금 이해가 되는 기분이였다.
"제 마음도 위선으로 느껴지신거군요."
스스로에게 저렇게나 결벽한 알렌이 자신의 말을 위선으로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아벨리나가 생각할 때
"네? 아니에요. 전혀 달라요?"
알렌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아벨리나의 말을 부정했다.
"아벨리나는 저랑 다르게 정말로 선한 사람이라서 그런거였어요."
아벨리나를 선한 사람이라 말하는 알렌의 말에 아벨리나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아니 그것보다 그렇다면 왜..?"
어째서 자신을 선한사람으로 여기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것 때문에 의념을 가지지 않아서 다행인지 더더욱이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아빠의 조금 옛날 이야기를 해줄게요."
알렌은 그런 아벨리나의 말에 조금 슬픈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은 저도... 한 때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었어요."
카티야를 잃고 특별반에 들어와서 한동안 그는 카티야처럼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줄곧 노력했다.
"정말 어설펐어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판단하기 힘들어서 매번 우왕좌왕하다가 실수만 했었죠."
스스로의 판단에 확신과 자신이 없으니 흔들리고 실수하기를 십상.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를 구해주었던 아빠의 은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줄곧 카티야 같은 선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벨리나는 나시네를 많이 닮았어요."
이야기를 하던 도중 아벨리나를 바라보며 조금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악인이라고 할 지라도 그 사람 속에 선의가 있을 거라는걸 믿고 누구나 더 나아질 수 있다 생각하죠."
비극을 겪기전 그 누구보다 순수했던 나시네의 마음은 지금도 여전히 그녀의 가슴 속에 남아있었고 그런 성격을 아벨리나는 많이 닮아있었다.
"그리고 저를 닮은 면도 있죠, 개인적으로 이건 닮지 않았으면 했지만..."
쓴웃음을 짓는 알렌
"자신을 잘 돌볼 줄 모르는 것, 부끄럽지만 저를 많이 닮았어요."
언제나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자기희생적인 모습, 자기비하가 심한 알렌은 자신을 돌볼 줄 모른다 표현했지만 이 또한 분명한 미덕이였다.
"그런데 어째선지 아벨리나는 제가 아는 어떤 사람과도 많이 닮아있어요."
거기까지 말한 알렌은 마치 이것을 말해도 될지 고민하는 듯 잠시 말을 멈춘다.
"...제게 그 무엇보다 눈부신 삶을 보여준 저의 은인."
이윽고 각오를 다졌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여는 알렌.
"그 누구보다 선하였고 정의로웠던 사람, 아벨리나는 그 사람과 많이 닮았어요."
카티야 지마, 자신의 은인과 아벨리나는 많이 닮아있었다.
"그 분은..?"
자신과 닮았다는 말에 아벨리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만 알렌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
"죽었어요. 아빠를 구하려고."
잠깐의 침묵 뒤 알렌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때 아빠도 선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말했었죠? 그런 소망을 가진 것도 다 그 은인 덕분이였지만 그 은인 때문에 그걸 포기했었어요."
"어째서..?"
"그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기회 같은게 생겼거든요, 결국은 전부 허상이였지만..."
알렌은 마음을 고르려는 듯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허상에 그 사람에게 받았던 모든 소중한 것들을 내팽겨쳐 버렸어요."
그녀와 함께했던 나날들, 그녀에게 배운 것들, 그녀에게 받은 것들 전부 버리고서 오로지 카티야를 구하려고 하였다.
"결과는 처참했지만요."
알렌은 쓴웃음을 지었다.
"후회는 하지 않아요, 그 때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었고 나시네랑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불가능해진 소망에 미련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
"아까 제가 저는 욕심많은 나쁜인간이라 했었죠? 이래서에요. 저는 아무리 이것을 옳은 일이라 할 지라도 그것 때문에 제 소중한 사람들이 상처입는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리고 말했듯이 아벨리나는 굉장히 선한 사람이죠."
마치 카티야처럼 선한 마음을 지닌 아벨리나가 의념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벨리나, 부디 아벨리나와 아벨리나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해줘요."
인생의 황혼기에 오랜만에 꺼낸 옛이야기에 알렌은 조금 감정이 올라와 머리를 숙였다.
그 때
토닥토닥
"..!"
"...어라? 저 어째서..?"
어디선가 느껴본 익숙한 손길에 알렌이 놀란 듯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자신도 모르게 알렌의 등을 토닥이는 아벨리나가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있었나 보내요."
무척 놀란 표정을 짓던 알렌은 이내 피식 웃더니 앞을 바라보았고.
"아빠! 아벨리나 찾았으면 얼른 들어와야지 여기서 뭐해!"
"아버지, 형이랑 어머니가 걱정하고 계세요."
멀리서 알리사와 이안이 알렌과 아벨리나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여러분 먼저 들어가 있으세요, 저는 조금만 있다가 들어갈게요."
아이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혼자 남은 알렌.
"나시네... 거기있어?"
알렌이 작게 읊조리자.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요?"
"으앗! 깜짝이야 진짜 있었어?"
"..."
그냥 한번 말해본 말에 진짜 숨어있던 나시네가 나타나자 알렌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딸아이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해주는 아버지라니, 하아..."
"하하... 미안..."
한숨을 내쉬는 나시네의 반응에 알렌은 기가죽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정말... 이제 괜찮은거에요?"
"..."
선한 사람이 되고자 했던 자신의 소망을 접고 여기까지 도달한 알렌의 미련 섞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시네는 조금 슬픈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응, 당신이 있으니까."
바람이 살을 에는 듯한 12월 무렵 한 공원 벤치, 환갑을 앞두었음에도 젋었을 적 모습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알렌은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제 곧 성인이 될 막내딸 앞에 살며시 걸어오며 작게 말했다.
"..."
줄곧 밴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막내딸, 아벨리나는 예상하지 못한 익숙한 목소리에 잠시 고개를 들어 알렌을 바라보다 이내 다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날이 많이 추워요."
그 모습을 보고 여느 가장이 그렇듯 자신의 딸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이 좋을지 어려워 고민하던 알렌은 그 한마디와 함께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아벨리나에게 걸쳐준 뒤 옆자리에 앉았다.
"...저는"
한동안 그저 말없이 앉아있던 두 부녀사이의 침묵을 깬건 아벨리나였다.
"저는 왜 안되는걸까요?"
두서없는 막연한 한마디, 그 한마디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저는 왜 이리 무력한걸까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목소리.
알렌은 그 말에 작게 입김을 내뱉는다.
"의념을 각성하지 못한 것 때문인가요?"
직설적인 한마디, 아벨리나는 아무런 말도 반응도 없이 그저 바닥만을 바라보았지만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뒤이은 알렌의 말에 아벨리나는 알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아버지에게 만큼은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벨리나는 목이 메이는 듯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였다.
"아벨리나는 어째서 의념을 가지고 싶나요?"
"그야..."
조여오는 듯한 괴로움에 가슴을 꾹 누르는 아벨리나.
"제게 의념이 있다면 그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을 일을 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언제나 그러했고 오늘도 그랬다.
언제나 사람들을 돕고싶었고 늘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미 끝나버린 비극을 보며 안전한 곳에서 그들에게 너무나 늦어버린 손길을 내미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제가... 제가 조금 더..."
마치 스스로가 죄인 인것 처럼 괴로워하며 눈물 흘리는 아벨리나.
"...역시 저는 아벨리나가 각성자가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알렌은 여전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였다.
"어째서인가요..? 어째서 그런 말씀을..."
아벨리나는 알렌의 말에 상처입은 듯이 흐느꼈지만
"그건... 제가 욕심만 많은 나쁜사람이라서 그래요."
이어지는 알렌의 말을 들은 아벨리나는 울음을 그치고 알렌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나요, 아벨리나?"
그런 아벨리나의 표정을 바라고는 알렌은 작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물들지 않는 검' 신검의 후계자'
알렌을 지칭하는 여러 이명 중 가장 특징적인 이명을 뽑으라면 단연
'피 뭍은 황금인'
이것일 것이다.
민간인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기위해 홀로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온몸이 피로 물들도록 필사적으로 막아내었던 그를 지칭하는 이명.
"잘... 이해가 되질 않아요."
언제나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던 알렌이 그런 아버지를 내심 존경하던 막내딸에게 자신이 나쁜사람이라 말하였고 당연히 아벨리나는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어째서... 나쁜 사람인건가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던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어째서 나쁜 사람인지, 그것이 어째서 자신이 의념이 없길 바라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 무엇하나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표정.
"아벨리나는 저를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주고 계셨군요."
막내딸의 그런 표정을 본 알렌은 조금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에요, 저는 아마 아벨리나가 생각하는 것 처럼 선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 말한 알렌은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줄곧 아벨리나에게 향하고 있던 시선을 먼곳으로 향했다.
"저는 여태까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것들을 상대하고 베어왔어요. 제 소중한 이들에게 송곳니를 들이미는 악의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말이죠."
특별반에 입학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태껏 수 많은 적들을 베어온 알렌.
"적어도 제 좁은 식견으로 보았을 때는 베어야하만 하는 사악은 분명히 존재했어요."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여태껏 알렌과 여명의 동료들이 상대했던 것들 중 결코 사람들과 양립할 수 없는 부조리 그 자체인 것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가 베어온 것들이 정말 전부 그런 것들일까요?"
그렇다면 여태껏 알렌이 상대해왔던 모든 적들은 정말 베어 죽여야 마땅한 부조리들이였나.
"..."
그 말을 들은 아벨리나는 대답을 망설였다.
여태 알렌이 상대해 온 모든 적들은 모두 그만한 업을 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 모든 이들이 죽어 마땅한 이들일지는 아벨리나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고
"아니에요, 확실하게."
알렌은 아벨리나를 보고 살짝 웃더니 그렇게 단언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많이 말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라요, 저는 그저 제 소중한 것들을 잃기 싫어하는 욕심쟁이에 제가 상대한 그들에게 있어 무자비한 부조리일 뿐이죠."
무언가를 추억하는 듯 하면서 한탄하는 듯한 목소리로 알렌이 말한다.
"그저 저는 소중한 것이 다른 이들이었을 뿐, 어떻게 보면 제가 상대한 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죠."
자신의 울타리안을 노리는 이들은 그들이 어떤 과거를 가졌던, 어떤 사정을 가졌던 자신의 적이자 사냥감으로 여겼기에 삐뚤어진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을 상처입히는 이들과 그리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면서 한탄하는 알렌.
"만약 제가 선한 사람이였다면... 그들을 구하지 못했더라도 정말로 제가 하려는 행동이 최선인지 한번쯤은 돌아보았었겠죠."
자기혐오가 느껴질 정도의 결벽함, 아벨리나는 그런 아버지의 말에 어째서 알렌이 자신에게 의념이 없어서 다행이라 말했는지 조금 이해가 되는 기분이였다.
"제 마음도 위선으로 느껴지신거군요."
스스로에게 저렇게나 결벽한 알렌이 자신의 말을 위선으로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아벨리나가 생각할 때
"네? 아니에요. 전혀 달라요?"
알렌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아벨리나의 말을 부정했다.
"아벨리나는 저랑 다르게 정말로 선한 사람이라서 그런거였어요."
아벨리나를 선한 사람이라 말하는 알렌의 말에 아벨리나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아니 그것보다 그렇다면 왜..?"
어째서 자신을 선한사람으로 여기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것 때문에 의념을 가지지 않아서 다행인지 더더욱이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아빠의 조금 옛날 이야기를 해줄게요."
알렌은 그런 아벨리나의 말에 조금 슬픈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은 저도... 한 때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었어요."
카티야를 잃고 특별반에 들어와서 한동안 그는 카티야처럼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줄곧 노력했다.
"정말 어설펐어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판단하기 힘들어서 매번 우왕좌왕하다가 실수만 했었죠."
스스로의 판단에 확신과 자신이 없으니 흔들리고 실수하기를 십상.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를 구해주었던 아빠의 은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줄곧 카티야 같은 선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벨리나는 나시네를 많이 닮았어요."
이야기를 하던 도중 아벨리나를 바라보며 조금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악인이라고 할 지라도 그 사람 속에 선의가 있을 거라는걸 믿고 누구나 더 나아질 수 있다 생각하죠."
비극을 겪기전 그 누구보다 순수했던 나시네의 마음은 지금도 여전히 그녀의 가슴 속에 남아있었고 그런 성격을 아벨리나는 많이 닮아있었다.
"그리고 저를 닮은 면도 있죠, 개인적으로 이건 닮지 않았으면 했지만..."
쓴웃음을 짓는 알렌
"자신을 잘 돌볼 줄 모르는 것, 부끄럽지만 저를 많이 닮았어요."
언제나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자기희생적인 모습, 자기비하가 심한 알렌은 자신을 돌볼 줄 모른다 표현했지만 이 또한 분명한 미덕이였다.
"그런데 어째선지 아벨리나는 제가 아는 어떤 사람과도 많이 닮아있어요."
거기까지 말한 알렌은 마치 이것을 말해도 될지 고민하는 듯 잠시 말을 멈춘다.
"...제게 그 무엇보다 눈부신 삶을 보여준 저의 은인."
이윽고 각오를 다졌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여는 알렌.
"그 누구보다 선하였고 정의로웠던 사람, 아벨리나는 그 사람과 많이 닮았어요."
카티야 지마, 자신의 은인과 아벨리나는 많이 닮아있었다.
"그 분은..?"
자신과 닮았다는 말에 아벨리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만 알렌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
"죽었어요. 아빠를 구하려고."
잠깐의 침묵 뒤 알렌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때 아빠도 선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말했었죠? 그런 소망을 가진 것도 다 그 은인 덕분이였지만 그 은인 때문에 그걸 포기했었어요."
"어째서..?"
"그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기회 같은게 생겼거든요, 결국은 전부 허상이였지만..."
알렌은 마음을 고르려는 듯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허상에 그 사람에게 받았던 모든 소중한 것들을 내팽겨쳐 버렸어요."
그녀와 함께했던 나날들, 그녀에게 배운 것들, 그녀에게 받은 것들 전부 버리고서 오로지 카티야를 구하려고 하였다.
"결과는 처참했지만요."
알렌은 쓴웃음을 지었다.
"후회는 하지 않아요, 그 때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었고 나시네랑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불가능해진 소망에 미련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
"아까 제가 저는 욕심많은 나쁜인간이라 했었죠? 이래서에요. 저는 아무리 이것을 옳은 일이라 할 지라도 그것 때문에 제 소중한 사람들이 상처입는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리고 말했듯이 아벨리나는 굉장히 선한 사람이죠."
마치 카티야처럼 선한 마음을 지닌 아벨리나가 의념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벨리나, 부디 아벨리나와 아벨리나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해줘요."
인생의 황혼기에 오랜만에 꺼낸 옛이야기에 알렌은 조금 감정이 올라와 머리를 숙였다.
그 때
토닥토닥
"..!"
"...어라? 저 어째서..?"
어디선가 느껴본 익숙한 손길에 알렌이 놀란 듯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자신도 모르게 알렌의 등을 토닥이는 아벨리나가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있었나 보내요."
무척 놀란 표정을 짓던 알렌은 이내 피식 웃더니 앞을 바라보았고.
"아빠! 아벨리나 찾았으면 얼른 들어와야지 여기서 뭐해!"
"아버지, 형이랑 어머니가 걱정하고 계세요."
멀리서 알리사와 이안이 알렌과 아벨리나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여러분 먼저 들어가 있으세요, 저는 조금만 있다가 들어갈게요."
아이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혼자 남은 알렌.
"나시네... 거기있어?"
알렌이 작게 읊조리자.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요?"
"으앗! 깜짝이야 진짜 있었어?"
"..."
그냥 한번 말해본 말에 진짜 숨어있던 나시네가 나타나자 알렌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딸아이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해주는 아버지라니, 하아..."
"하하... 미안..."
한숨을 내쉬는 나시네의 반응에 알렌은 기가죽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정말... 이제 괜찮은거에요?"
"..."
선한 사람이 되고자 했던 자신의 소망을 접고 여기까지 도달한 알렌의 미련 섞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시네는 조금 슬픈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응, 당신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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