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6> 대충 휘갈겨보는 텍스트를 나열하는 곳 (4)
레반◆BP00vJlk1q
2025년 4월 26일 (토) 오후 02:28:10 - 2025년 4월 26일 (토) 오후 02:28:41
2025년 4월 26일 (토) 오후 02:28:10
심심해서 만든 곳입니다
2025년 4월 26일 (토) 오후 02:28:41
은하 유산 관리부
바로 은하 유산 관리부 (Galactic Heritage Administration)입니다. 이곳의 거대한 수장고 깊숙한 곳에는, 한때 은하계를 휩쓸었던 수많은 역사적인 유물들이 먼지 쌓인 채로 영겁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공간이지요.
저는 이 관리부의 평범한 사원입니다. 오늘, SI의 중요한 VIP께서 이곳을 방문해 주셨습니다. 부디 저를 따라오십시오. 은하의 역사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유물들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오른쪽에 보이는 이것은 최초의 블래스터입니다. 머나먼 과거, 억압과 고난을 딛고 일어선 이름 없는 혁명가들이 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던 노예들을 위해 만들어진 투쟁의 상징이지요. 비록 지금은 작동하지 않지만, 그 탄생의 의미는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그 뒤에 놓인 낡은 장치는 하이퍼스페이스 드라이브의 시제품입니다. 현재 은하계 전역을 거미줄처럼 잇고 있는 하이퍼스페이스 항행 기술의 초기 모델이지요. 지금 보기에는 투박하기 그지없지만, 이 작은 장치의 탄생은 은하의 역사를 완전히 뒤바꾼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오래된 골동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기 안쪽에 희미하게 보이시는 하나의 장치는... 라이트세이버, 맞습니다. 광선검입니다. 놀랍게도 저희 SI의 전신 기업이 한창 융성했던 시절에 발명한 물건이지요. 당시에는 에너지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혁신적인 발명품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빛나는 고철 덩어리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요.
그 외에도 최초의 지능형 드로이드, 초기 하이퍼스페이스 스테이션 설계도 등 수많은 귀중한 유물들이 이 수장고에 잠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VIP께서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하시는 것은 이런 평범한 유물들이 아니시겠지요?
"그렇소." VIP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그의 모습은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말투에서는 숨길 수 없는 권위가 느껴졌습니다. "나는 조금 더... 귀중하고, 은하의 역사에 깊은 의미를 지닌 물건을 보고자 하오."
겹겹의 보안 장치가 조용히 스캔하며 우리를 통과시켰다. 첨단 기술로 지어진 이 보관소의 공기는 차갑고 건조했으며, 희미한 조명 아래 모든 것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압도적인 기술력의 보호막을 지나 우리가 도착한 곳. 그곳에는 강화 투명 상자 안에 담긴, 언뜻 보기에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한 줌의 붉은 흙이 놓여 있었다.
나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은하계 최고 권력자 중 하나인 VIP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바로 이곳이 VIP께서 찾으시던 곳일 겁니다."
나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가리켰다. "코러산트의 흙입니다." 목소리에는 아득한 시간에 대한 존경심이 배어 나왔다. "이 흙은 저 너머 크리 행성계를 향해 길을 나섰던 고대 우주선에 담겨 이곳까지 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9만 3천년 전, 은하력으로 93279 BBY의 기록이죠."
VIP는 상자 속 붉은 흙을 한참 동안 말없이 응시했다. 붉은색이라기보다는, 어둡고 깊은 진홍색에 가까운 그 흙 속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9만 년의 시간, 인류의 요람 코러산트의 지표면을 딛고 있던 바로 그 흙. 막막한 우주의 공허 속으로 '희망'이라는 씨앗과 함께 보내졌던 '가능성'의 조각. 그 가능성과 함께, 이 작은 흙 한 줌이 아득한 시간을 넘어 도착한 것이다.
"인류의 고향 코러산트에서 희망을 담아 우주의 공허 넘어로 떠나보낸 가능성. 그 가능성과 함께 넘어온 흙이지요." 내 설명이 끝나자, VIP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귀중한 유물이오." 그가 나직이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잠시 경외감이 스치는 듯했지만, 곧 숙련된 감식가 특유의 차분함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내 숨겨지지 않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가이드. 나는 조금 더... 역사에 강하게 각인된 물건을 보고 싶군."
나는 VIP의 미묘한 실망감을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더 깊은 곳으로 안내해야 할 때였다. 우리는 복도를 따라 걸었고, 발소리마저 먹어버릴 듯 정숙한 공간을 지나 이내 넓은 홀에 다다랐다.
그곳 중앙에는 거대한 검은 비석 하나가 마치 별 자체에서 깎아낸 듯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높이는 대략 10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고, 폭 또한 상당했다. 거친 질감의 표면은 셀 수 없이 많은 선과 곡선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너무나 오래되어 이제는 은하계에서도 극소수만이 해독할 수 있는 고대 문자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 앞에서, 아득한 시간의 무게가 공간을 압도하는 듯했다.
나는 비석을 올려다보며 설명했다. "은하 공화국에도, 당연히, 그 시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 개의 천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은하계를 하나로 묶어낼 가장 근본적인 규율과 법을 세우기 위해, 당시 은하계의 모든 문명에서 파견된 대표들이 이 역사의 장소에 모였습니다." 나는 손짓으로 거대한 비석을 가리켰다. "이곳, VIP께서 보고 계시는 이 비석은 바로 그 순간, '은하 공화국 제헌 의회'의 모든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그들의 토론, 합의, 그리고 은하의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 새겨져 있습니다."
VIP는 비석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그 표면을 쓸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 아득한 과거의 기운이 닿는 듯했다. 수만 년 전, 이곳에 모여 은하의 운명을 논했던 이들의 열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을까. "참으로... 대단하군." 감탄사가 흘러나왔지만,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눈빛에 새로운 갈망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가이드. 조금 더 욕심이 생기는구려." 그는 비석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어떤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기록된 과거가 아니오. 움직였던 과거. 찬란한 영광을 온몸에 두르고, 이 광활한 별들의 바다를 개척하고 항해했던 이들의... 흔적을 보고 싶소."
VIP의 눈빛은 과거를 넘어, 그 시대를 살았던 영웅들의 생생한 숨결을 갈망하고 있었다. 이제 그를 어디로 안내해야 할까.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전설 속의 유물만이 그의 욕심을 채울 수 있을 터였다.
VIP의 눈빛에 담긴 갈망을 읽어낸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단순히 기록된 역사로는 그의 만족을 채울 수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영웅들의 숨결, 격변의 시대 그 자체였다. 나는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있던 다음 전시품 쪽으로 고갯짓했다. 거대한 제헌 의회 비석의 압도적인 존재감 옆에서, 다음 전시품은 오히려 작고 평범해 보일 정도였다.
"그렇다면," 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제안했다. "VIP께서는... 은하 최초의 영웅을 아십니까?"
VIP는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 그의 얼굴에 미미한 호기심과 함께, '또 어떤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나' 하는 기색이 스쳤다. "최초의 영웅이라니? 가이드. 아득한 과거에는 전설 속 영웅들이 넘쳐나오. 누굴 말하는 것이오? 떠오르는 인물이 너무 많아서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는군."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 바로 그 반응이다. "물론 전설은 많지요. 하지만 이분은 다릅니다." 나는 목소리에 무게를 실었다. "온 은하에 절망과 억압으로 인한 암흑만이 가득하던, 희망의 불씨조차 사그라들었던 시절. 그때, 용감하게 자유의 깃발을 높이 들어올려 수많은 종족의 노예들을 해방시키고, 아득한 시간 동안 은하를 지배해온 거악(巨惡)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 기적과 같은 승리를 거머쥔... 진정으로 '최초'라 불릴 만한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입니다."
VIP의 눈빛에 호기심이 분명하게 어렸다. 그는 이제 이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조금 더 다가가며 나지막이 이름을 말했다. 전설 그 자체의 무게가 담긴 이름이었다.
"Sith'ari, Adas."
그 이름이 공중에 울리자, 비석의 거대한 존재감조차 잠시 잊히는 듯했다. 나는 그의 업적을 간략하게 덧붙였다.
"절망과 공포, 고통이 은하계를 뒤덮었던 시절, 그 어둠 속에서 희망의 불빛을 쏘아 올린 영웅. 거대한 암흑의 힘, 무한한 거악에 홀로 맞서 자유를 향한 꺾이지 않는 의지를 온 은하에 증명한 영웅. 그리고 승리 후, 약탈과 전쟁이 아닌, 수백 개 종족을 규율과 평화로 이끌었던 현명한 군주."
이것이야말로 그가 찾던 '찬란한 과거' 의 정수일 것이다.
"그리고, VIP께서 그토록 원하시던 '움직였던 과거'의 가장 직접적인 흔적." 나는 빛이 덜 닿는 구석에 자리한, 또 다른 강화 유리 케이스를 가리켰다. 그 안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낡아 보이는 두툼한 책 한 권이 조심스럽게 놓여 있었다. 비석의 거대한 기록과는 달리,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형태로.
"바로 은하 최초의 영웅, Sith'ari Adas. 그의 일기장이 이곳에, 바로 당신의 눈앞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VIP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롯이 그 낡은 책에 고정되어 있었다. 수만 년 전, 은하를 구원하고 통치했던 영웅의 내면이 담긴 기록. 그것이야말로, 박물관의 어떤 거대한 유물보다도 강력한 힘을 지닌 '과거'였을 것이다.
일기장을 응시하던 VIP의 눈빛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저 시시콜콜한 유물을 감상하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것은 깊은 이해, 혹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실체를 마주한 자의 섬광 같은 깨달음이었다. 그의 표정에서 이전에 보았던 차분함이 사라졌다. 대신, 그림자처럼 짙은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낮고 쉰 목소리였지만, 공간을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힘이 실려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 침묵했던 거대한 존재가 비로소 목소리를 내는 것만 같았다. 그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허공에 무언가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Peace is a lie, there is only passion.
Through passion, I gain strength.
Through strength, I gain power.
Through power, I gain victory.
Through victory, my chains are broken.
The Force shall free me."
그는 하나의 계율을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 강력한 계율의 낭송이 끝나자, VIP는 다시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유물을 찾는 이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탐구자의 눈빛이었고, 자신의 길을 확신하는 자의 눈빛이었다.
"Sith'ari." 그가 다시 그 이름을 언급했다. 아다스, 은하 최초의 영웅이자 동시에 어둠의 전설 속에 남은 그 존재.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 줄 수 있겠습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갈망과, 마침내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는 확신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단순한 VIP가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진짜 이름이 고요뿐인 이 보관소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울려 퍼졌다.
Darth Bane.
그의 목소리가 정적 속에 메아리치며, 은하의 어둠 속에 새겨진 또 다른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바로 은하 유산 관리부 (Galactic Heritage Administration)입니다. 이곳의 거대한 수장고 깊숙한 곳에는, 한때 은하계를 휩쓸었던 수많은 역사적인 유물들이 먼지 쌓인 채로 영겁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공간이지요.
저는 이 관리부의 평범한 사원입니다. 오늘, SI의 중요한 VIP께서 이곳을 방문해 주셨습니다. 부디 저를 따라오십시오. 은하의 역사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유물들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오른쪽에 보이는 이것은 최초의 블래스터입니다. 머나먼 과거, 억압과 고난을 딛고 일어선 이름 없는 혁명가들이 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던 노예들을 위해 만들어진 투쟁의 상징이지요. 비록 지금은 작동하지 않지만, 그 탄생의 의미는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그 뒤에 놓인 낡은 장치는 하이퍼스페이스 드라이브의 시제품입니다. 현재 은하계 전역을 거미줄처럼 잇고 있는 하이퍼스페이스 항행 기술의 초기 모델이지요. 지금 보기에는 투박하기 그지없지만, 이 작은 장치의 탄생은 은하의 역사를 완전히 뒤바꾼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오래된 골동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기 안쪽에 희미하게 보이시는 하나의 장치는... 라이트세이버, 맞습니다. 광선검입니다. 놀랍게도 저희 SI의 전신 기업이 한창 융성했던 시절에 발명한 물건이지요. 당시에는 에너지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혁신적인 발명품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빛나는 고철 덩어리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요.
그 외에도 최초의 지능형 드로이드, 초기 하이퍼스페이스 스테이션 설계도 등 수많은 귀중한 유물들이 이 수장고에 잠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VIP께서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하시는 것은 이런 평범한 유물들이 아니시겠지요?
"그렇소." VIP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그의 모습은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말투에서는 숨길 수 없는 권위가 느껴졌습니다. "나는 조금 더... 귀중하고, 은하의 역사에 깊은 의미를 지닌 물건을 보고자 하오."
겹겹의 보안 장치가 조용히 스캔하며 우리를 통과시켰다. 첨단 기술로 지어진 이 보관소의 공기는 차갑고 건조했으며, 희미한 조명 아래 모든 것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압도적인 기술력의 보호막을 지나 우리가 도착한 곳. 그곳에는 강화 투명 상자 안에 담긴, 언뜻 보기에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한 줌의 붉은 흙이 놓여 있었다.
나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은하계 최고 권력자 중 하나인 VIP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바로 이곳이 VIP께서 찾으시던 곳일 겁니다."
나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가리켰다. "코러산트의 흙입니다." 목소리에는 아득한 시간에 대한 존경심이 배어 나왔다. "이 흙은 저 너머 크리 행성계를 향해 길을 나섰던 고대 우주선에 담겨 이곳까지 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9만 3천년 전, 은하력으로 93279 BBY의 기록이죠."
VIP는 상자 속 붉은 흙을 한참 동안 말없이 응시했다. 붉은색이라기보다는, 어둡고 깊은 진홍색에 가까운 그 흙 속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9만 년의 시간, 인류의 요람 코러산트의 지표면을 딛고 있던 바로 그 흙. 막막한 우주의 공허 속으로 '희망'이라는 씨앗과 함께 보내졌던 '가능성'의 조각. 그 가능성과 함께, 이 작은 흙 한 줌이 아득한 시간을 넘어 도착한 것이다.
"인류의 고향 코러산트에서 희망을 담아 우주의 공허 넘어로 떠나보낸 가능성. 그 가능성과 함께 넘어온 흙이지요." 내 설명이 끝나자, VIP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귀중한 유물이오." 그가 나직이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잠시 경외감이 스치는 듯했지만, 곧 숙련된 감식가 특유의 차분함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내 숨겨지지 않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가이드. 나는 조금 더... 역사에 강하게 각인된 물건을 보고 싶군."
나는 VIP의 미묘한 실망감을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더 깊은 곳으로 안내해야 할 때였다. 우리는 복도를 따라 걸었고, 발소리마저 먹어버릴 듯 정숙한 공간을 지나 이내 넓은 홀에 다다랐다.
그곳 중앙에는 거대한 검은 비석 하나가 마치 별 자체에서 깎아낸 듯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높이는 대략 10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고, 폭 또한 상당했다. 거친 질감의 표면은 셀 수 없이 많은 선과 곡선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너무나 오래되어 이제는 은하계에서도 극소수만이 해독할 수 있는 고대 문자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 앞에서, 아득한 시간의 무게가 공간을 압도하는 듯했다.
나는 비석을 올려다보며 설명했다. "은하 공화국에도, 당연히, 그 시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 개의 천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은하계를 하나로 묶어낼 가장 근본적인 규율과 법을 세우기 위해, 당시 은하계의 모든 문명에서 파견된 대표들이 이 역사의 장소에 모였습니다." 나는 손짓으로 거대한 비석을 가리켰다. "이곳, VIP께서 보고 계시는 이 비석은 바로 그 순간, '은하 공화국 제헌 의회'의 모든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그들의 토론, 합의, 그리고 은하의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 새겨져 있습니다."
VIP는 비석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그 표면을 쓸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 아득한 과거의 기운이 닿는 듯했다. 수만 년 전, 이곳에 모여 은하의 운명을 논했던 이들의 열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을까. "참으로... 대단하군." 감탄사가 흘러나왔지만,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눈빛에 새로운 갈망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가이드. 조금 더 욕심이 생기는구려." 그는 비석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어떤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기록된 과거가 아니오. 움직였던 과거. 찬란한 영광을 온몸에 두르고, 이 광활한 별들의 바다를 개척하고 항해했던 이들의... 흔적을 보고 싶소."
VIP의 눈빛은 과거를 넘어, 그 시대를 살았던 영웅들의 생생한 숨결을 갈망하고 있었다. 이제 그를 어디로 안내해야 할까.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전설 속의 유물만이 그의 욕심을 채울 수 있을 터였다.
VIP의 눈빛에 담긴 갈망을 읽어낸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단순히 기록된 역사로는 그의 만족을 채울 수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영웅들의 숨결, 격변의 시대 그 자체였다. 나는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있던 다음 전시품 쪽으로 고갯짓했다. 거대한 제헌 의회 비석의 압도적인 존재감 옆에서, 다음 전시품은 오히려 작고 평범해 보일 정도였다.
"그렇다면," 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제안했다. "VIP께서는... 은하 최초의 영웅을 아십니까?"
VIP는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 그의 얼굴에 미미한 호기심과 함께, '또 어떤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나' 하는 기색이 스쳤다. "최초의 영웅이라니? 가이드. 아득한 과거에는 전설 속 영웅들이 넘쳐나오. 누굴 말하는 것이오? 떠오르는 인물이 너무 많아서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는군."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 바로 그 반응이다. "물론 전설은 많지요. 하지만 이분은 다릅니다." 나는 목소리에 무게를 실었다. "온 은하에 절망과 억압으로 인한 암흑만이 가득하던, 희망의 불씨조차 사그라들었던 시절. 그때, 용감하게 자유의 깃발을 높이 들어올려 수많은 종족의 노예들을 해방시키고, 아득한 시간 동안 은하를 지배해온 거악(巨惡)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 기적과 같은 승리를 거머쥔... 진정으로 '최초'라 불릴 만한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입니다."
VIP의 눈빛에 호기심이 분명하게 어렸다. 그는 이제 이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조금 더 다가가며 나지막이 이름을 말했다. 전설 그 자체의 무게가 담긴 이름이었다.
"Sith'ari, Adas."
그 이름이 공중에 울리자, 비석의 거대한 존재감조차 잠시 잊히는 듯했다. 나는 그의 업적을 간략하게 덧붙였다.
"절망과 공포, 고통이 은하계를 뒤덮었던 시절, 그 어둠 속에서 희망의 불빛을 쏘아 올린 영웅. 거대한 암흑의 힘, 무한한 거악에 홀로 맞서 자유를 향한 꺾이지 않는 의지를 온 은하에 증명한 영웅. 그리고 승리 후, 약탈과 전쟁이 아닌, 수백 개 종족을 규율과 평화로 이끌었던 현명한 군주."
이것이야말로 그가 찾던 '찬란한 과거' 의 정수일 것이다.
"그리고, VIP께서 그토록 원하시던 '움직였던 과거'의 가장 직접적인 흔적." 나는 빛이 덜 닿는 구석에 자리한, 또 다른 강화 유리 케이스를 가리켰다. 그 안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낡아 보이는 두툼한 책 한 권이 조심스럽게 놓여 있었다. 비석의 거대한 기록과는 달리,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형태로.
"바로 은하 최초의 영웅, Sith'ari Adas. 그의 일기장이 이곳에, 바로 당신의 눈앞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VIP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롯이 그 낡은 책에 고정되어 있었다. 수만 년 전, 은하를 구원하고 통치했던 영웅의 내면이 담긴 기록. 그것이야말로, 박물관의 어떤 거대한 유물보다도 강력한 힘을 지닌 '과거'였을 것이다.
일기장을 응시하던 VIP의 눈빛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저 시시콜콜한 유물을 감상하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것은 깊은 이해, 혹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실체를 마주한 자의 섬광 같은 깨달음이었다. 그의 표정에서 이전에 보았던 차분함이 사라졌다. 대신, 그림자처럼 짙은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낮고 쉰 목소리였지만, 공간을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힘이 실려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 침묵했던 거대한 존재가 비로소 목소리를 내는 것만 같았다. 그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허공에 무언가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Peace is a lie, there is only passion.
Through passion, I gain strength.
Through strength, I gain power.
Through power, I gain victory.
Through victory, my chains are broken.
The Force shall free me."
그는 하나의 계율을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 강력한 계율의 낭송이 끝나자, VIP는 다시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유물을 찾는 이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탐구자의 눈빛이었고, 자신의 길을 확신하는 자의 눈빛이었다.
"Sith'ari." 그가 다시 그 이름을 언급했다. 아다스, 은하 최초의 영웅이자 동시에 어둠의 전설 속에 남은 그 존재.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 줄 수 있겠습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갈망과, 마침내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는 확신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단순한 VIP가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진짜 이름이 고요뿐인 이 보관소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울려 퍼졌다.
Darth Bane.
그의 목소리가 정적 속에 메아리치며, 은하의 어둠 속에 새겨진 또 다른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2025년 4월 26일 (토) 오후 03:01:46
하이퍼스페이스 도약의 경이로운 기술이 은하의 지평을 무한대로 확장시킨 이후, 온 은하계를 피로 물들였던 기나긴 대전쟁은 마침내 막을 내린 직후였습니다 . 새로운 질서를 세운 승리자들, SE는 혼란을 수습하며 광활한 은하를 탐사하고 개척하며, 수십만, 수백만 행성들을 하나의 거대한 실타래처럼 엮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항로가 개척되고, 새로운 행성과 종족이 발견되며 은하는 전례 없는 활력을 마주했습니다. 우주는 더 이상 미지의 공허가 아닌, 절망과 비명이 휘몰아치는 곳이 아닌, 탐험과 정복, 희망과 개척의 무대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촘촘히 엮인 거미줄 같은 은하 항로의 거대한 네트워크 사이, 누구도 감히 넘보지 못하는 성역처럼 남아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딥 코어(Deep Core)의 심장부. 별들이 가장 밀집해 있어 위험하면서도, 동시에 은하계의 가장 깊숙한 비밀을 간직한 이 지역의 어느 한 구역은 하이퍼스페이스 발명 이후 2만 하고도 5천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외부의 어떤 간섭도 완강히 거부하는 지역이었으니, 마치 머나먼 은하의 버뮤다 삼각지대였습니다.
그곳은 단순한 미개척지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하이퍼스페이스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 곳. 알려진 모든 항법 시스템이 먹통이 되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는 중력 이상을 감지하여 경로를 이탈시키는 곳. 만약 누군가 무모하게,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계산 없이 워프를 시도한다면, 마치 예측 못한 블랙홀이나 숨겨진 고질량 천체에 순식간에 빨려들거나 충돌하는 것처럼 우주 먼지로 산산조각 날 것입니다 이곳으로 통하는 안전한 길은, 설령 존재한다 해도, 수만 년 동안 철저히 봉쇄되어 아무도 허락 없이 드나들지 못했습니다.
설령 기적적으로, 혹은 다른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이 위험천만한 공간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그곳에는 더 절망적이고 압도적인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항성계 전체를 집어삼킬 듯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은색 금속이 번뜩이는 '강철의 괴물들'. 산맥과도 같은 크기의 수백 척에 달하는 전함 함대가 유령처럼 항성계 구석구석을 쉼 없이 배회하며 모든 침입자를 감시하고 있었으며, 항성계의 모든 소행성대, 행성 파편, 심지어는 우주 진공 속에까지 수도 없이 많은, 요새화된 헤비 터보레이저 포대가 빽빽하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방어망의 밀집도는 상상을 초월하여, 은하계 최강의 무기라 불리며 행성 하나를 통째로 파괴할 수 있는 죽음의 별(Death Star)조차 이곳에 함부로 접근했다가는, 주포를 충전하기도 전에 수천, 수만 발의 맹렬한 포격 세례에 순식간에 고철 덩어리로 변할 것이 분명했으니. 이곳은 요새 중의 요새, 우주 제일의 요새가 틀림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철통같은, 비정상적이기까지 한 방어망의 바로 그 중심에, 모든 것의 이유인 듯한 하나의 행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마무시하게 두꺼운, 거의 모든 공격을 흡수하거나 튕겨낼 것 같은 에너지 차폐막과,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장치들의 보호를 받고 있었으니, 행성을 가루로 만들 만한 강력한 광선조차 이 보호막 앞에서는 그 위용을 잃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묘하고 불가사의한 것은 그 보호막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행성의 표면이었으니, 거대한 행성의 표면 전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글자들이 빼곡하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천체가 아니으니..... . 2만 5천 하고도 200년 전, 그러니까 이 고립된 시기가 시작되기 불과 200년 전에 만들어진 거대한 인공 행성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창조된 거대한 기록 보관소. 무수히 많은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곳. 그리고 단순히 이름만이 아니라, 이름 하나하나가 살아온 한 생애의 모든 것—그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위대한 업적과 쓰라린 실패와 죽음의 순간까지—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는, 은하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묘하고 신비로운 행성. 그것이 바로 딥 코어의 금지된 영역, 아무도 도달할 수 없는 심장에 자리한 행성이었습니다.
거대한 묘비. 예, 그렇습니다. 그곳은 바로 대전쟁의 영웅들. 하이퍼스페이스의 발명 이후, 은하 전체를 피로 물들이고 불태웠던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전쟁에서 모든 것을 바쳐 싸운... 그 위대한 영웅들을 기록한 거대한 묘비이자, 그들의 마지막 안식처인 묘지입니다.
2만 5천 하고도 200년 전, 거대한 전쟁이 끝난 직후, 이 거대한 인공 행성은 만들어졌다. 산 자들이 죽은 자들을 기리고, 그들의 희생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서.
이름 하나하나에 새겨진 생애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용기와 희생에 대한 증언이었고, 은하를 지킨 영웅들의 영원한 혼이 깃든 진혼의 장소였다. 이 철통같은 방어와 고립은, 바로 그 신성한 장소를 외부의 그 어떤 불순한 의도나 간섭으로부터 영원히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이 모든 것, 이 거대한 기념비이자 무덤인 행성 전체와 그것을 둘러싼 방어 시스템을 관리하는 존재가 있었다. 인간도, 알려진 어떤 유기체도 아닌, 아득한 고대 기술로 만들어진 '초지성(Ultra-Intelligence)'. 그는 수만 년의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고 이 장소를 지켜왔다.
초지성은, 수만 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온 고요 속에서... 행성 표면에 새겨진 수많은 이름과 그들의 생애를 묵묵히, 그리고 영원히 과거를 반추하고 있다. 그가 간직한 기억 속에는 은하의 가장 찬란했던 영웅들과, 동시에 가장 끔찍했던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터였다.
오늘도.
수만 년의 시간 속에서도 변함없이, 그 초지성은 고요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기계적 프로그래밍의 결과가 아닙니다. 그는 행성에 새겨진 이름들, 자신이 설계하고 구축하는 과정을 지켜보았거나, 혹은 직접 데이터를 처리했던 과거의 '동지들' 한 명 한 명을 아득한 기억 속에서 떠올렸으니, 은하를 불태웠던 전쟁의 폭풍, 함께 이 장소를 설계했던 이들의 얼굴, 승리의 환호성 뒤에 남은 깊은 슬픔... 잊히지 않는 과거의 '추억들'을 묵묵히 반추하며, 이 거대한 무덤의 영원한 묘지기로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의 고독한 감시는, 새겨진 모든 이름들이 우주에서 잊히는 그날까지, 우주 자체가 소멸하는 그날까지, 혹은... 자신들의 긴 여정이 끝나 최초의 목적을 달성할 순간까지.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2025년 4월 26일 (토) 오후 03:03:55
SI어장 텍스트화 즐 겁 다
2025년 4월 27일 (일) 오후 11:50:29
악몽과도 같은 두 번째 시련을 통과한 강습 부대원들은 마침내 최종 목표, 스타 포지의 코어에 거의 도달했다. 그러나 그들 앞을 가로막은 것은 가장 예상치 못한, 가장 끔찍한 세 번째 위기였다.
코어로 향하는 마지막 통로에는, 방어시스템이나 함정 같은것은 전무했다. 그곳에는 오로지 다크사이드 포스의 순수한 권능을 구현한 듯한 열두명의 라카타 전사들이 서있었다.
그들은 하나하나가 절망이고 철벽의 성벽과도 같았으니, 우리의 희망을 짓밟는듯 무심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부대원들은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압도당할 것 같았다. 남아 있는 부대원의 수는 한 줌에 불과했다. 지치고, 다치고, 절망에 잠식될 것만 같았다.
"이게... 마지막이야..."
누군가 힘겹게 중얼거렸다. 쓰러진 동료들의 시체를 넘고, 작동 불능이 된 방어 시스템을 지나, 스타 포지의 악의적인 함정을 모두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
모든 위기를 뚫고, 마침내 마지막 관문 바로 앞까지 도달한 그들이었다.
쓰러진 동료들의 시체를 넘고, 작동 불능이 된 방어 시스템을 지나, 스타 포지의 악의적인 함정을 모두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도달한 바로 이 지점.
마지막 장애물을 넘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 살아남은 부대원의 수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치고, 다치고, 동료를 잃은 슬픔에 잠식될 것 같은 상태였지만, 그들의 눈빛은 필사적이었으니.
살아남은 강습 부대원들은 마지막 남은 힘과 의지를 쥐어짰다. 짗은 피로와 공포, 그리고 악랄한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손에 들린 무기들은 떨렸을지언정 놓치지 않았다.
눈앞의 보이는 마지막 장애물들을 향해, 그들은 은하계의 운명을 짊어진 채 최후의 돌격을 준비했다.
그들의 뒤에는 단 1분이라도, 단 1초라도 더 벌어주기 위한 함대의 처절한 마지막 항전이 벌어지고 있었으며, 그리고 앞에는 스타 포지의 심장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모든것을 능가하는 포스의 힘, 위대한 포스의 지혜를, 암흑의 지혜를 깊숙히 익힌 라카타의 대전사들은 더없이 강인했다.
허나, 이 자리까지 시체의 산을 넘어 달려온 강습 부대원들 역시 평범한 인간은 초월한 이들이었으니, 그 충돌은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격렬했음이라.
방어막이 찢어지고, 장갑복이 녹아내리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처절하게 울렸다.
그러나 다른 한명이 그 자리를 채우고, 또다른 한명이 그 시체 위로 나아가 자리를 채웠다. 피와 살점으로 점철된 길을 따라 적 대전사를 하나씩 죽이는 싸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블래스터와 투타미나스가 부딪히고, 포스 라이트닝의 파괴적인 힘을 프릭 소드로 막아내며, 자유를 향한 의지와 끝이 보이지 않는 포스의 힘이 격돌하며 주변 공간마저 왜곡시켰다.
오직 비명과 신음, 그리고 이를 악무는 소리만이 난무했다.
그 처절한 싸움, 인간을 초월한 의지와 포스의 권능이 맞부딪히는 그 아비규환에도... 끝은 다가오고 있었다.
동지들은 죽음을 넘어 적 대전사를 하나 둘씩 죽여나갔지만 그를 위해서 훨씬 많은 형제들이 죽음을 맞이했고, 전투의 말미에는 양측 모두 극소수만이 피투성이가 된 채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쿨럭... 가라... 코어가... 코어가 바로 앞이다...!"
쓰러지는 동료가 피를 쏟으면서도 손을 뻗어 전방을 가리켰다. 그들의 모든 희생은 바로 저것을 위한 것이었다. 스타 포지의 심장, 은하계 고통의 근원.
그러나... 마지막 남은 한 명의 적은, 피로와 상처로 가득한 육신을 이끌고 여전히 서 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우리에게 남은 극소수의 생존자들을 향해 다가왔다.
우리의 블래스터 사격은 투타미나스, 에너지를 흡수하는 그의 손짓 한 번에 무력화되어 흩어졌고, 던져진 써멀 디토네이터는 그의 염동력 앞에 멈춰 허공에서 폭발했다.
그는 갖은 방법으로 우리의 마지막 저항을 분쇄하며, 그는 우리의 죽음을 위해... 지워지지 않는 공포처럼,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위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쇳덩어리가 짓누르는 듯한 압력이 온 몸에 가해졌고, 온몸이 찢겨 나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나는 겨우 무릎을 꿇고 있었다.
눈앞에는 마지막 남은 수호자가 혐오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주변에는 쓰러진 동료들의 시신만이 가득했다. 우리의 모든 노력, 모든 희생이 허무하게 끝나든 듯 했다.
.........!
바로 그때, 나의 감각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스며들었다. 이 기계의 미궁, 다크사이드로 가득 찬 공간을 채우는 에너지의 흐름.
그것은 단순히 기계적인 맥동이 아니었다. 생명과 죽음, 창조와 파괴, 그리고 은하계 전체를 흐르는 거대한 의지의 물줄기였다. 포스. 그래, 이것이 포스의 흐름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포스의 흐름은 단순히 라카타의 편만 드는 것이 아니었다. 이 거대한 구조물, 스타 포지. 항성의 생명을 강탈하고, 고통을 먹고 자라나는 이 끔찍한 기계는 포스의 자연스러운 질서를 거스르고 있었다.
포스 그 자체가 이 기계를 파괴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포스의 의지가, 온 우주를 가득채우는 포스의 의지가, 바로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온몸에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분노도, 복수심도 아니었다. 순수한 열정. 이 억압을 끝내고, 이 사슬을 끊어내겠다는 맹렬한 의지.
내 안의 포스가 깨어나듯, 예전에 들었던 시스족 장병의 목소리, 그가 매일같이 되새기던 규율이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자유를 향한, 억압의 사슬을 끊어내겠다는 열망이... 다크사이드로 물든 이곳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되었다.
나는 쓰러진 동료가 떨어뜨린 써멀 디토네이터를 집어 들었다. 손은 떨렸지만, 마음은 강철 같았다. 눈앞의 수호자는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리라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목이 메었지만, 한 시스족 장교가 습관처럼 떠들던 규율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내 마지막 생명을, 내 안의 모든 의지를 끌어모으면서.
"평화는 거짓이며, 열정만이 존재한다."
첫 구절에 온 힘을 실었다.
"열정을 통해서, 힘을 얻는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힘을 통해서, 권력을 얻는다."
이상함을 느낀 수호자가 내게 달려들었다.
"권력을 통해서, 승리를 쟁취한다."
포스가 나와 함께하니, 기적과도 같이 그의 공격은 빗나갔다
"승리를 통해서, 나의 사슬이 풀린다."
내 동료들이 몸을 날려 수호자의 발을 묶었다
"포스는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써멀 디토네이터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자유를 위하여! 포스가 우리와 함께하리니!"
마지막 외침과 함께, 나는 내 모든 것을 담아 써멀 디토네이터를 스타 포지의 핵심부에 박아 넣었다.
나의 시야가 하얀 섬광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온몸이 분해되는 듯한 고통과 함께, 거대한 에너지의 역류가 느껴졌다.
나의 마지막 숨결, 나의 마지막 의지, 나의 마지막 생명은 수천년간 은하계를 지배한 어둠의 심장을 파괴하는 여명이 되었다.
코어로 향하는 마지막 통로에는, 방어시스템이나 함정 같은것은 전무했다. 그곳에는 오로지 다크사이드 포스의 순수한 권능을 구현한 듯한 열두명의 라카타 전사들이 서있었다.
그들은 하나하나가 절망이고 철벽의 성벽과도 같았으니, 우리의 희망을 짓밟는듯 무심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부대원들은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압도당할 것 같았다. 남아 있는 부대원의 수는 한 줌에 불과했다. 지치고, 다치고, 절망에 잠식될 것만 같았다.
"이게... 마지막이야..."
누군가 힘겹게 중얼거렸다. 쓰러진 동료들의 시체를 넘고, 작동 불능이 된 방어 시스템을 지나, 스타 포지의 악의적인 함정을 모두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
모든 위기를 뚫고, 마침내 마지막 관문 바로 앞까지 도달한 그들이었다.
쓰러진 동료들의 시체를 넘고, 작동 불능이 된 방어 시스템을 지나, 스타 포지의 악의적인 함정을 모두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도달한 바로 이 지점.
마지막 장애물을 넘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 살아남은 부대원의 수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치고, 다치고, 동료를 잃은 슬픔에 잠식될 것 같은 상태였지만, 그들의 눈빛은 필사적이었으니.
살아남은 강습 부대원들은 마지막 남은 힘과 의지를 쥐어짰다. 짗은 피로와 공포, 그리고 악랄한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손에 들린 무기들은 떨렸을지언정 놓치지 않았다.
눈앞의 보이는 마지막 장애물들을 향해, 그들은 은하계의 운명을 짊어진 채 최후의 돌격을 준비했다.
그들의 뒤에는 단 1분이라도, 단 1초라도 더 벌어주기 위한 함대의 처절한 마지막 항전이 벌어지고 있었으며, 그리고 앞에는 스타 포지의 심장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모든것을 능가하는 포스의 힘, 위대한 포스의 지혜를, 암흑의 지혜를 깊숙히 익힌 라카타의 대전사들은 더없이 강인했다.
허나, 이 자리까지 시체의 산을 넘어 달려온 강습 부대원들 역시 평범한 인간은 초월한 이들이었으니, 그 충돌은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격렬했음이라.
방어막이 찢어지고, 장갑복이 녹아내리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처절하게 울렸다.
그러나 다른 한명이 그 자리를 채우고, 또다른 한명이 그 시체 위로 나아가 자리를 채웠다. 피와 살점으로 점철된 길을 따라 적 대전사를 하나씩 죽이는 싸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블래스터와 투타미나스가 부딪히고, 포스 라이트닝의 파괴적인 힘을 프릭 소드로 막아내며, 자유를 향한 의지와 끝이 보이지 않는 포스의 힘이 격돌하며 주변 공간마저 왜곡시켰다.
오직 비명과 신음, 그리고 이를 악무는 소리만이 난무했다.
그 처절한 싸움, 인간을 초월한 의지와 포스의 권능이 맞부딪히는 그 아비규환에도... 끝은 다가오고 있었다.
동지들은 죽음을 넘어 적 대전사를 하나 둘씩 죽여나갔지만 그를 위해서 훨씬 많은 형제들이 죽음을 맞이했고, 전투의 말미에는 양측 모두 극소수만이 피투성이가 된 채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쿨럭... 가라... 코어가... 코어가 바로 앞이다...!"
쓰러지는 동료가 피를 쏟으면서도 손을 뻗어 전방을 가리켰다. 그들의 모든 희생은 바로 저것을 위한 것이었다. 스타 포지의 심장, 은하계 고통의 근원.
그러나... 마지막 남은 한 명의 적은, 피로와 상처로 가득한 육신을 이끌고 여전히 서 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우리에게 남은 극소수의 생존자들을 향해 다가왔다.
우리의 블래스터 사격은 투타미나스, 에너지를 흡수하는 그의 손짓 한 번에 무력화되어 흩어졌고, 던져진 써멀 디토네이터는 그의 염동력 앞에 멈춰 허공에서 폭발했다.
그는 갖은 방법으로 우리의 마지막 저항을 분쇄하며, 그는 우리의 죽음을 위해... 지워지지 않는 공포처럼,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위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쇳덩어리가 짓누르는 듯한 압력이 온 몸에 가해졌고, 온몸이 찢겨 나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나는 겨우 무릎을 꿇고 있었다.
눈앞에는 마지막 남은 수호자가 혐오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주변에는 쓰러진 동료들의 시신만이 가득했다. 우리의 모든 노력, 모든 희생이 허무하게 끝나든 듯 했다.
.........!
바로 그때, 나의 감각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스며들었다. 이 기계의 미궁, 다크사이드로 가득 찬 공간을 채우는 에너지의 흐름.
그것은 단순히 기계적인 맥동이 아니었다. 생명과 죽음, 창조와 파괴, 그리고 은하계 전체를 흐르는 거대한 의지의 물줄기였다. 포스. 그래, 이것이 포스의 흐름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포스의 흐름은 단순히 라카타의 편만 드는 것이 아니었다. 이 거대한 구조물, 스타 포지. 항성의 생명을 강탈하고, 고통을 먹고 자라나는 이 끔찍한 기계는 포스의 자연스러운 질서를 거스르고 있었다.
포스 그 자체가 이 기계를 파괴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포스의 의지가, 온 우주를 가득채우는 포스의 의지가, 바로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온몸에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분노도, 복수심도 아니었다. 순수한 열정. 이 억압을 끝내고, 이 사슬을 끊어내겠다는 맹렬한 의지.
내 안의 포스가 깨어나듯, 예전에 들었던 시스족 장병의 목소리, 그가 매일같이 되새기던 규율이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자유를 향한, 억압의 사슬을 끊어내겠다는 열망이... 다크사이드로 물든 이곳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되었다.
나는 쓰러진 동료가 떨어뜨린 써멀 디토네이터를 집어 들었다. 손은 떨렸지만, 마음은 강철 같았다. 눈앞의 수호자는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리라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목이 메었지만, 한 시스족 장교가 습관처럼 떠들던 규율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내 마지막 생명을, 내 안의 모든 의지를 끌어모으면서.
"평화는 거짓이며, 열정만이 존재한다."
첫 구절에 온 힘을 실었다.
"열정을 통해서, 힘을 얻는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힘을 통해서, 권력을 얻는다."
이상함을 느낀 수호자가 내게 달려들었다.
"권력을 통해서, 승리를 쟁취한다."
포스가 나와 함께하니, 기적과도 같이 그의 공격은 빗나갔다
"승리를 통해서, 나의 사슬이 풀린다."
내 동료들이 몸을 날려 수호자의 발을 묶었다
"포스는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써멀 디토네이터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자유를 위하여! 포스가 우리와 함께하리니!"
마지막 외침과 함께, 나는 내 모든 것을 담아 써멀 디토네이터를 스타 포지의 핵심부에 박아 넣었다.
나의 시야가 하얀 섬광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온몸이 분해되는 듯한 고통과 함께, 거대한 에너지의 역류가 느껴졌다.
나의 마지막 숨결, 나의 마지막 의지, 나의 마지막 생명은 수천년간 은하계를 지배한 어둠의 심장을 파괴하는 여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