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수의 인간이 많은 수의 짐승을 죽인다.
많은 수의 짐승이 저 자신보다 더 많은 인간을 먹어치운다.
피가 들끓고 있다.
제국의 역사에 언제나 함께 해왔던 전쟁신의 살육이 맹동한다.
이천만이 넘는 인구 수가 살고 있던 요새 도시.
그 위에서 머무르던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육편으로 화해버렸기에 당연했다.
허나 그렇다 해서 방심할 수 없으리라.
이것들은, 이런 순간에 가장 강해지는 족속이며.
대성전 당시 그 수가 십분지 일까지 줄어버린 인간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 • • 그리고 이 요새 도시 또한 역시나 그것이 숨겨놓은 금기를 드러냈다.
[병이라.]
그것은 제 육신 위에 주력의 갑주를 두르지 않고 있었다.
흉포하고 이질적인 사자는 제 눈에 담긴 지성을 빛냈고.
육신 속에 틀어박혀져 있던 인간 현자들의 눈은, 그 명령에 제각기 기이한 음성을 흘려냈다.
『피 흘리는 육안(六眼)』이 진실되게 힘을 드러내는 광경이다.
ㅡ 사자의 주력은 죽어버린 현인들의 혼에 담긴 갈망을 끄집어내 세계의 이면을 엿보고 있었다.
오오오오오오옴 ㅡ ㅡ ㅡ
읊어지는 만트라가 산란하듯 빛난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세계의 골자는 형형히 빛나고 있었고, 이내 그것에 담긴 저주를 드러낸다.
사자의 눈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보았다.
그것이 무슨 저주인지를, 그 저주의 근원지가 어디에서부터 태동한 것인지를.
그리고 더해서 저주가 도시 내에 그려지는 것이, 어떤 거대한 만다라의 일부임을 알았다.
[『붉은 피륙』이여.]
그것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하나, 답은 영 신통치 않다.
그는 그의 육신에 파고들어오는 저주가 이미 그에게 들어선 지 오래임을 알았다.
그리고, 저주받은 피로 만들어진 법진은 그 이상의 재액일 것임을 보았다.
그렇기에 그는 자문의 방향성을 바꿨다.
[우리를 둘러싼 채 진로를 비틀고 있는 악귀들의 상대를 맡겨도 되겠느냐.]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허리춤에서 달랑거리는 눈구멍이 텅 빈 인간의 머리통이 흔들리고, 그가 입 안에서 굴리던 눈에 담긴 비명이 그의 생각을 반추한다.
으적인다.
핏물이 그 입 안에서 물씬 터져나올 때, 그는 답을 찾고서 웃었다.
[부디, 뜻대로 하소서.]
[만일 내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생각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굶주린 채 오염된 초원을 유랑하던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정점에 오르고자 했던 염원은 그 무게를 알고 있었다.
사냥하는 자는 그 어느 순간에라도 사냥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
[무리를 거두고 물러나, 용공주에게 의탁하여라.]
[...복명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는 것이 자신임을 확신하며 ㅡ 그것의 발걸음이 바닥을 박찬 순간.
도시가 흔들렸다.
섬광과도 같은 빛이 출현하면서.
유성이, 지저에서 중력을 거슬러 오르며 솟구쳤다.
*
그에게 있어 가장 강한 순간은 마법사로서 싸울 때다.
그것이 옳았다.
그가 정신 속에 박아넣은 천경은 마 위에 군림하는 것.
그렇다면 그것이 가장 큰 위력을 발하는 것도 마력을 지배할 때다.
마투사로서의 싸움이 불가하지는 않았으나, 마력은 불규칙한 혼돈의 파편과 다름없는 것.
마투술은 그 기원적으로 정교한 합(合)이 이뤄지는 것을 골자로 두는 근접 투술에 적합하지 않다.
동격과의 싸움이라면 그것의 장점과 단점도 다르게 적용됐을 터이나, 한번의 실수만으로도 찢겨 죽을 수 있는 격상과의 싸움에서는 그것이 특히나 더 두드러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과욕을 부려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공을 들여서 그는 그의 육신을 다시금 다른 것으로 의태했다.
구겁명락율의 현인이라 칭해졌던 이의 마력 배열이 뒤틀리며 사라져간다.
그 대신에 근골이 재배열되고, 기혈이 조정되며, 시간을 대동한 수련만이 각인할 수 있는 정련이 새겨넣어져 갔다.
그러한 작업이 느리게라도 가능한 것은, 그것이 그가 오래도록 봐온 이의 것이기에.
'아크리오티스 영애, 전투 이후 내 정계에서의 위치, 이후의 행보로 인해 생겨날 견제들.
그 모든 변수를 생각해서라도, 공을 사명의 탑주와 나누는 한이 있더라도.
마법이라는 것의 자취를 드러내지 않을 필요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그는 그저 제 자신을 뒤바꾸고 있을 뿐이었다.
그에게 처음으로 무학을 가르쳤던, 그의 스승이 갖추고 있던 무태(武態)를 드러내면서.
'...그리고 그것조차 해내지 못한다면.'
그런 과정 중에 되도 않는 상념 따위는 떠오르지도 않았다.
누군가의 죽음이 의미를 갖기에는, 그는 이미 너무나도 멀리 와버렸다. 아니, 도리어 그런 감상 따위를 갖는 것을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다.
도대체, 몇이나 죽여왔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것조차도 넘어서지 못한다면, 내가 살아남아 옥좌의 앞까지 도달할 가능성은 없겠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 자기 자신의 목숨이라면.
그런 것을 몇이고, 몇이고, 사욕만으로 취한 자가 후회 따위를 품는 것은 마땅치도 않다.
인외(人外)의 마도(魔道)를 걷기로 한 그 순간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식해(識海) 속에서 무학의 진수(眞髓)는 표류한다.
"흐으 ㅡ 하아..."
감은 눈 속에서 비춰보이는 사람의 신형에 맞춰, 그의 육신이 재직조되고, 그것을 넘어, 심상이 변모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