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9 【잡담/다목적】 작은 새가 새롭게 우는 마을 - 007 (5000)
종료
작성자:코토리◆EZQyFvCbTO
작성일:2025-04-21 (월) 17:57:57
갱신일:2025-05-15 (목) 16:24:48
#0코토리◆EZQyFvCbTO(rPE1KDn.ee)2025-04-21 (월) 17: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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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새가 느긋하게 우는 마을의 안내문 - 】
「 【핵심】: 작은 새가 느긋하게 우는 마을은 참치 인터넷 어장 규칙을 준수합니다.
오후 8시~12시동안 noup 콘솔 사용을 권장드리며, 그 외에는 자유롭게 사용해주세요!
더불어서 2019년 7월 14일 기준으로 생긴 정치/사회 이슈 규칙을 준수합니다.」
「 1. 나메와 대리 AA를 허용하며,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2. 하지만 불판을 내려고 하거나 그럴 기미가 보일 시 (어장주의 주관적 판단), 하이드 & 밴 조치.」
「 3. 느긋함을 지향하고, 상대를 대하는 예의와 매너를 갖추는 선에서 자유를 지향합니다.」
「 4. 상어아가미에 물릴만한 주제는 주의하고, 상대방을 배척하는 친목질에 주의해주세요.」
「 5. 기분 나쁘게 하거나 받지않고, 상처를 입히거나 상처 받지않도록 즐겁게,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 6. 타 잡담판의 일은 타 잡담판에서 일어난 곳에서 해결할 것.가지고 와도 받지 않습니다.」
「 7. [고어 및 혐오 소재]를 올리고자 할 때는 코토리나 혹은 참치들의 양해를 구해주세요.」
「 8. 마을은 다목적판이기에, 마을에서 창작하거나, 하지않거나는, 참치들의 자유입니다! 」
「 9. 거듭해서 참치 여러분들이 '마을에 머무를 때'는 느긋하고 편하고 즐겁게 즐겨주세요! 」
【 - 알아두면 유용한 링크 - 】
「 알아두면 유용한 링크는 >>1을 참고해주세요.」
【 - 작은 새가 새롭게 우는 마을 링크 - 】
「 이전 마을: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597050925/304/307 」
「 001번째 마을: anctalk>2084> 」
「 002번째 마을: anctalk>2255> 」
「 003번째 마을: anctalk>2494> 」
「 004번째 마을: anctalk>2610> 」
「 005번째 마을: anctalk>2825> 」
「 006번째 마을: anctalk>3003> 」
「 007번째 마을: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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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상어아가미에 물릴만한 주제는 주의하고, 상대방을 배척하는 친목질에 주의해주세요.」
「 5. 기분 나쁘게 하거나 받지않고, 상처를 입히거나 상처 받지않도록 즐겁게,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 6. 타 잡담판의 일은 타 잡담판에서 일어난 곳에서 해결할 것.가지고 와도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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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네리스◆ZtWxfzXP96(eNA0DBFHwS)2025-04-25 (금) 14:27:52
くCア:::::::::/::::::/::::::::::::::::::::::::::::: }::::::::::ハ::::::::::::::::ヽ jニニニニニ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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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둠 속에서 살아가기를(Vivat in tene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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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라비안 델라 크로체(Rabiane della Croce)】 ・ 【나이: 108세】 ・ 【종족: 인간】 ・ 【이능 여부: 없음】
【좋아하는 것: 별 관측】 ・ 【싫어하는 것: 비 오는 날의 어두운 공간】 ・ 【운명의 날: 처음으로 그 수도원에 머물렀던 날】
【신비계통: 없음】 ・ 【신비회로: 없음(하느님을 믿는 자에게 이물 따위는 필요없다)】
【기원: 야맹】 ・ 【경지: 영재(천재 턱걸이)】 ・ 【별칭: 사서장, 서기관】
【테마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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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背景)】
젊었을 적, 혼자서 순례를 떠난 적이 있었다.
정식으로 수녀가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수녀로서의 일을 시작하면, 수도원의 일의 집중해야 하고, 또 오랫동안 붙잡혀 있게 될테니,
차라리 아직 배정되지 않고 머리가 유연할 때 갔다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순례길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앞서 걸은 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성경에서 읽은 수많은 순례길에서의 해프닝이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숭고한 순례길은 그저 숭고하기만 했다.
그러나, 언제나 위험한 건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던가.
그 일은 갑작스러운 폭우와 함께 시작되었다.
숙소는 멀고, 민가에서 도움을 청하기도 애매하던 차에, 가까이에 아직 문이 열려있는 수도원이 보였다.
같은 신앙의 자매들끼리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생각하며 들어가자, 그곳에는 하얀 수녀복을 입은 사람이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키가 작은게, 견습수녀인가 싶다가도, 어딘가 느껴지는 분위기에 수도원장인 것처럼도 보였다.
그렇게 잠시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이내 상대도 시선을 눈치챘는지 곧 눈을 뜨고 이쪽을 보았다.
"그런가, 순례 여행을...재난이었군 자네"
그 수녀...아니, 수도원장은, 자신을 세이아 웨지우드라고 소개했다. 혼자 운영하는 곳이니, 수도원장이자 잡일꾼이기도 하다면서.
그렇다보니 다른 성직자와 얘기하는 것은 꽤 간만이었는지,
비가 오는 동안 잠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작한 대화는 어둑어둑해져서야 끝이 났다.
여전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어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폐를 끼치는 느낌에 곤란해하고 있으니,
빈 방 정도는 마련되어있으니 묵고 가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마저 이야기를 나누고 슬슬 잠자리에 들러 갈 때쯤...그 일은 일어났다.
시작은 어디선가 스산한 분위기가 풍겨오는 것이었다.
비 때문에 날씨는 쌀쌀했지만, 이건 그것과는 다른...금속의 차가움과도 같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하고 있으니, 세이아 수도원장은 그저 담담히, 저 어둠 속을 꿰뚫어보듯이 밖을 바라보다가, 이내 말했다.
"자네, 방에 들어가있게나"
그 말에 다급히 방에 들어가있으니, 곧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 있으면, 수도원장님은?
그런 생각에 살짝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
그녀는 담담히 빗 속에 서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오늘은 손님이 있으니 돌아가라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러나 분위기를 보아, 이야기가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 상황에 그녀는 짧게 한숨을 쉬었고, 다음 순간에 창밖에는 어둠이, 밤의 어둠보다 어두운 무언가가, 지나갔다.
마치 보면 안 될 것을 봤다는 느낌에, 조용히 문을 닫고 방 벽쪽에 웅크리고 있으니, 곧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괜찮다네"
대답을 하지 않자, 그녀는 이내 알겠다는듯이, 오늘은 이만 자고 내일 보자는 말만을 남기고 떠났다.
밤새 잠들지 못한 채 비몽사몽한 채로 방에서 나오자, 그녀는 조용히 수도원을 청소하고 있었다.
청소를 도와주고, 아침 식사를 주겠다는 말도 그저 괜찮다면서 넘긴 채, 도망치듯 수도원을 빠져나왔다.
...순례에서 본 것들은 기억에 남지 않는데도, 절대 잊지 못할 순례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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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그 강렬한 경험이 내 정신을 더 굳게 만들었던걸까, 아니면 그저 도망칠 곳이 필요했던걸까.
그 이후 나는 신앙활동과 내 직무에 집중한 채 살아갔고, 그것이 다른 분들껜 매우 좋게 보였던건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승급하게 되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가며 당시의 충격이 가라앉을 때 쯤, 그 사건은 일어났다.
그 사건은 동료 수녀가 급히 수도원 안으로 뛰쳐들어오면서 시작되었다.
횡설수설하면서도, 무언가 끔찍한 것을 본 것 같았기에 밖으로 나가보니,
하늘은 노을과는 또 다른 붉은색으로 물들어있었고, 화마가 도시를 휩쓸며, 괴물들이 그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살아서 볼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가만히 있어선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 수녀들을 소집해, 수도원에 배치된 장비들을 들고, 괴물들이 오는 것을 막으며 피난민들을 수도원으로 들여보냈다.
그럭저럭 상황이 잘 흘러가서 희망이 보이던 차에, 멀리서 어떤 형체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다른 괴물들보다는 작았지만, 그럼에도 그 몸에선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멀리서 수도원을 보더니 이내 한 손을 들고 기괴한 에너지 같은 것을 모으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더라도, 이곳을 한번에 날려버리겠다는 의도가 명확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수도원의 영적 방어로 충분할까?
아니, 저 공격은 그걸 깨부수고도 남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마음을 다잡고, 방패 형태의 장비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 때, 건물 잔해 속에 있는 어떤 소녀가 보였다.
그 소녀는 검은 옷을 입고있어 마치 어둠에 녹아들은 것처럼 보였고, 그러면서도 금발 머리카락과 빨간 눈동자는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이곳은 위험하니까 대피하라고 하려 할 때, 그녀는 그저 조용히 팔을 쓱 하고 휘저었고
밤하늘보다도 더 어두운, 마치 현실의 구멍같은것이 나타나, 그 괴물의 공격을 없애버렸다.
그 어둠은, 기억에 있었다. 순례길에서 돌아오던 중, 그 수도원에서 본 어둠이었다. 그러나, 여긴 그곳이 아니었다.
무엇이 일어난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멍해있을 때, 나와 눈을 마주친 소녀는
그저 '쉿' 하듯 자기 입에 손가락 하나를 올리고, 이내 사라졌다.
그 소녀는 무엇이었지? 세이아 수녀님과 무슨 관계인걸까? 왜 여기 있던거고?
나를, 우리를 구해주러 왔던건가? 하지만 어째서 저렇게 몰래 온 것처럼 행동하는거지? 어떻게 저렇게 홀연히 나타나고 사라지는거고...?
순간 머릿속을 채운 의문에, 다른 수녀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망연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었다.
그 후, 그 괴물은 바티칸에서 파견된 인원들이 도착해서 처리했다고 들었다.
정확히 뭐가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계속 수도원을 지키고 있었고, 괴물에 앞에 다가간건 그들이었으니.
다만, 다른 수녀들이 한 증언이 인상깊었는지, 상황이 정리된 후 바티칸에서 나에게 보내는 편지가 도착했다.
바티칸의 사서장을 도울 사서가 필요해졌고, 나는 그 결원을 채울 견습 사서로 배치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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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생활은 매일같이 책에 파묻혀 지내는 삶이었다.
바티칸에 보관된 장서들을 관리하는 것부터, 유사시에 소실된 장서의 복구 등, 이곳의 기록물에 대한 책임을 맡은 직위였기에
견습 시기에 최대한 관련 지식을 숙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록물 자체에 대한 취급법부터, 각각의 특성과 관련된 역사적 지식들까지 필요했기에, 상당한 양의 공부가 필요했다.
특히, 장서의 복구에 대해선 사서의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내용을 곡해하는 일이 없도록
기억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훈련도 요구되었으니...이게 머리가 깨지는 감각이구나 하는걸 느낄 정도였다.
당연히 한두 명이서 그것들을 전부 기억하는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사서들은 각자 구역을 나누어 자기 구역에 있는
장서들만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돌아갔다.
사서의 결원을 빠르게 채워야 했던 것도 이 부분이 컸다고 했으니, 상당한 고생이겠지.
원래라면 예비 인원이 있지만, 하필 그 인원들이 최근의 그 일로 죽거나 다쳐서, 사서중 결원이 한명밖에 없던게 기적이라는 말을 들었으니...말 다 했다.
그렇게 의지력이 시험받는 나날들을 지나, 정식 사서가 되고, 또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나가던 중, 그 일은 일어났다.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여느 때처럼 장서를 관리하던 도중, 어떤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가톨릭 수도원들의 관리를 위해 목록의 형태로 기록해 둔 문서였는데, 거기에는 수도원들의 위치, 관리자, 상주인원 등등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비슷한 종류의 서류는 많이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훑어보던 도중, 목록에 [세이아 웨지우드] 의 이름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 이름을 보고 처음에는 반가운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서류의 날짜를 보니, 수 세기 이전의 문서였다.
동명이인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위치도 똑같았고, 상주인원은 1명이었다.
호기심에 관련 서류를 열람하여 확인해보니...그곳의 수도원에는 언제나 [세이아 웨지우드] 가 있었으며, 언제나 그 한명 뿐이었다. 설립되었을때부터, 지금까지.
...그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가톨릭 역사상에서 다른 이들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살아온 이들의 사례는 이미 있었고,
그 중 하나에 그녀가 들어가지 못하리란 법도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면서도, 그런 사람이 어째서 그런 수도원에서 홀로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지...그것이 못내 신경쓰였다.
의문을 푸는 방법이야 간단했다. 본인이 있으니, 그냥 물어보면 되니까. 서류상 기록을 보면 딱히 숨길 생각도 없다는 느낌이었고.
그러나, 방문하려고 생각할때마다, 그 비내리는 밤에 보았던 공허한 어둠이, 재앙과도 같은 공격조차 아무 일 없다는듯 막아낸 그것이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아서...
편지를 쓰려 하면 손이 떨려오고, 직접 가려 하면 발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 결국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호기심이라는건 제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던가.
한번 생겨버린 의문은 계속해서 솟아올랐고, 그 장면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그 의문에 따라붙어 떠올랐다.
그래서 차라리 잡생각을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직무에 집중하면서 또 쉬는시간에는 다른사람들과 이야기하는, 혼자서 상념에 잠길 시간을 최대한 줄이다보니...
어느새, 나는 차기 사서장 후보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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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사서장으로 내정되면서, 사서장님께 들은 조언은 단 하나였다.
"우리는 탐구자가 아닌 관리자다. 그러니, 기억하되 이해하지 마라"
사서장은 바티칸의 비밀 기록보관소의 문서들을 기억해야 했고, 비밀로 부쳐지는 것들은 공개되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들이니, 허투루 다루지 말라는 의미였다.
단순한 조언만으로 끝나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사고를 분리 및 배제하는 것으로, 머리를 일종의 기록소처럼 취급하는 훈련도 받았으니...사서장의 의무와 같은 이야기였겠지.
사서 시절에 최대한 잡생각을 안 하려고 시도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던건지 훈련은 의외로 할만했고, 마지막으로 인수인계를 받는 것으로 정식으로 사서장이 되었다.
그렇게 사서 시절 나를 괴롭혀온 호기심도 성공적으로 억누르고, 이제 남은 생을 이 자료들을 관리하며 살다 보면, 편안히 쉴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몇 년이고 자료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사서장으로서의 직무를 이어가며, 은연중 이런 삶이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문서를 발견하기 전에는.
그 문서는 편지의 일종으로 보였다. 전형적인 오래된 편지와 같은 구조로 보였으니.
바티칸의 성직자가 외부의 누군가와 주고받은 것이겠지.
그것뿐이라면 그리 특별할 건 없었다. 그러나, 편지의 마지막에 쓰여진 이름을 보자, 순간적으로 집중이 깨지고 말았다.
[세이아 웨지우드 보냄]
또 그 이름이다. 보낸이가 있는걸 보니, 이것은 편지의 마지막 부분이다. 그럼 나는 이 위의 내용을 이미 보고 기억한건가? 거기엔 뭐가 있었지?
아니, 떠올려선 안돼. [왜 떠올리면 안되지?] 나는 사서장이니까, 기억하되 이해하면 안되니까. 떠올리면, 이해해버리고 말거야.
[이해해도, 고작 편지 하나일 뿐이잖아?] 그 어둠을, 떠올리고싶지 않아.
[아니, 떠올려야 해. 어둠을 벗어나기 위해선 빛이 필요하지. 지성은 곧 빛이고.] 빛?
[영원히 피할수는 없는 법이야. 때론 직접 마주해야하지. 처음으로 바티칸에 오게 되었을때를 기억해. 네가 솔선해서 나간 것이 주목받았잖아.]
...그래, 영원히 눈을 돌리고만 있을수는 없겠지. 기껏해야 개인적인 얘기나 좀 적혀있고 말 것이다.
안일하다고밖에 느껴지지 않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키면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 편지를 읽어선 안 되었다.
편지에 적힌 것은 분명, 개인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말하는 이와 듣는 이에 따라, 그 중요성은 바뀌는 법이었다.
편지는 '그레고리오가 요한께 아뢰옵니다' 라는 말로 시작하여, 이전에 시작한 일이 매듭지어졌으므로
이제 작은 수도원 하나를 얻어 그곳에서 은둔하겠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마치 은퇴한 노인이 이제 여생을 한적하게 보내겠다, 라는 정도의, 별 거 없어보이는 편지였다.
그러나 거기 적힌 이름은 내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기록상 이 편지가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그 시기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있었고, 편지가 이렇게 보관될 정도의 '그레고리오' 는...한 사람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냥 다른 그레고리오가 있었다는 것이 이치에 맞았다. 그분의 선종 이후 그 이름을 딴 사람이 늘었다는 기록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 머리는 그런 이성적인 결론을 거부하고, 단 하나의 답이 맞다고 내게 호소하고 있었다.
...오늘은 쉬고, 날이 밝는대로 세이아 수녀님께 방문하겠다는 편지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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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아 수녀님께 찾아가니,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시면서도, 무언가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이내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셨다.
수도원 안쪽에 마련된 탁자에 둘러앉아 잠시 가만히 있으니, 수녀님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당신에 대해 알고 싶은게 있다고 하니, 이내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다가, 알고 싶다면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그에 맞는 준비를 하고 왔길 바라겠다고 덧붙이시면서.
수녀님께 '당신은 혹시 그레고리오인가. 왜 죽은걸로 알려진 당신이 여기에 있는가' 라고 물으니,
"...그걸 물으러 온겐가? 그런 결론까지 냈으면서?"
라면서, 이상하다는 반응을...마치, '정상적이라면 물어볼 리가 없는 질문' 을 들은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선, 정말로 알고 싶은가. 안다면 세세히, 혹은 그 질문에 대해서만 알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전부 알려주길 바란다고 대답하자
수녀님은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들려온 이야기는 놀라운 것들 뿐이었다.
영술사라니, 설화나 오랜 가르침들 중에 비슷한 것이 있긴 했지만, 살면서 볼 일은 없었기에 이야기 속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과거에 그 괴물 같은걸 보았는데도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에 잠시 놀랐지만, 뒤이은 이야기들은 더욱 충격적인 것이었다.
세이아 수녀님이, 그 대 그레고리오가 영술사?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 마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사람의 형상을 한 다른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나에게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혐오감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내 눈 앞엔 내 두 손이 그 가녀린 목을 조르는 비전이 보였다. [저들을 없애라.] 내 손에 느껴지는 그 감각을 느끼며, 나는...
"그만."
낮은, 그러나 강한 호통에, 그제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새 수녀님의 바로 옆에까지 와 있었고, 수녀님은 그런 나를 담담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행동하기 전에 우선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게. 즉단즉결이라 해도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조금의 책망도, 두려움도 표하지 않고, 수녀님은 그저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스스로의 행동에 놀라 수도원을 뛰쳐나오니, 밖은 어느새 어두워져서, 이슬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혹시 누가 보고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야음을 틈타 정신없이 내달렸다.
...어두컴컴한 와중, 어디선가 번개가 한 줄기 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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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돌아온건지도 기억 안 나는 채로,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지? 영술사가 대체 어쨌다고?
중간에 생각이 끊긴 탓인지 잘 기억은 나진 않았지만, 수녀님이 죽음을 위장한 이유도 어쩐지 악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처럼 들리지만은 않았었다.
아니, 오히려...어딘가 회한이나 지친 듯한 감각도 조금은 느껴졌었던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 말을 듣고 그런 반응을 했던거지? 내게 무슨 일이 있던거야?
진정되지 않는 마음에, 묵주를 쥐고 고해하듯 기도를 시작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부디 도와주세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은건가요.
눈을 감고 기도하던 중, 문득 어디선가 빛이 비춰지고 있는것같았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방은 어두웠고, 나는 눈을 감고있는데, 빛이라니?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어둠속에서 빛나는 별 하나가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그저 거기에 떠 있을 뿐이었지만, 어째선지 그 별은 내가 내린 선택을 긍정해줄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별을 바라보고 있으니, 생각이 정리되는것 같았다.
동시에,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세이아 수도원장님...아니, 대 그레고리오시여. 저는 한때 당신에게 공포를 느꼈지만, 당신의 회한 또한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저와 당신이 가야 할 길의 끝이겠지요.
부디, 어둠 속에서 살아가시기를(Vivat in tene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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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부분만 읽고 좀 어색한 부분 있는지 같은거 말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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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둠 속에서 살아가기를(Vivat in tene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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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라비안 델라 크로체(Rabiane della Croce)】 ・ 【나이: 108세】 ・ 【종족: 인간】 ・ 【이능 여부: 없음】
【좋아하는 것: 별 관측】 ・ 【싫어하는 것: 비 오는 날의 어두운 공간】 ・ 【운명의 날: 처음으로 그 수도원에 머물렀던 날】
【신비계통: 없음】 ・ 【신비회로: 없음(하느님을 믿는 자에게 이물 따위는 필요없다)】
【기원: 야맹】 ・ 【경지: 영재(천재 턱걸이)】 ・ 【별칭: 사서장, 서기관】
【테마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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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背景)】
젊었을 적, 혼자서 순례를 떠난 적이 있었다.
정식으로 수녀가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수녀로서의 일을 시작하면, 수도원의 일의 집중해야 하고, 또 오랫동안 붙잡혀 있게 될테니,
차라리 아직 배정되지 않고 머리가 유연할 때 갔다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순례길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앞서 걸은 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성경에서 읽은 수많은 순례길에서의 해프닝이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숭고한 순례길은 그저 숭고하기만 했다.
그러나, 언제나 위험한 건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던가.
그 일은 갑작스러운 폭우와 함께 시작되었다.
숙소는 멀고, 민가에서 도움을 청하기도 애매하던 차에, 가까이에 아직 문이 열려있는 수도원이 보였다.
같은 신앙의 자매들끼리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생각하며 들어가자, 그곳에는 하얀 수녀복을 입은 사람이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키가 작은게, 견습수녀인가 싶다가도, 어딘가 느껴지는 분위기에 수도원장인 것처럼도 보였다.
그렇게 잠시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이내 상대도 시선을 눈치챘는지 곧 눈을 뜨고 이쪽을 보았다.
"그런가, 순례 여행을...재난이었군 자네"
그 수녀...아니, 수도원장은, 자신을 세이아 웨지우드라고 소개했다. 혼자 운영하는 곳이니, 수도원장이자 잡일꾼이기도 하다면서.
그렇다보니 다른 성직자와 얘기하는 것은 꽤 간만이었는지,
비가 오는 동안 잠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작한 대화는 어둑어둑해져서야 끝이 났다.
여전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어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폐를 끼치는 느낌에 곤란해하고 있으니,
빈 방 정도는 마련되어있으니 묵고 가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마저 이야기를 나누고 슬슬 잠자리에 들러 갈 때쯤...그 일은 일어났다.
시작은 어디선가 스산한 분위기가 풍겨오는 것이었다.
비 때문에 날씨는 쌀쌀했지만, 이건 그것과는 다른...금속의 차가움과도 같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하고 있으니, 세이아 수도원장은 그저 담담히, 저 어둠 속을 꿰뚫어보듯이 밖을 바라보다가, 이내 말했다.
"자네, 방에 들어가있게나"
그 말에 다급히 방에 들어가있으니, 곧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 있으면, 수도원장님은?
그런 생각에 살짝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
그녀는 담담히 빗 속에 서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오늘은 손님이 있으니 돌아가라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러나 분위기를 보아, 이야기가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 상황에 그녀는 짧게 한숨을 쉬었고, 다음 순간에 창밖에는 어둠이, 밤의 어둠보다 어두운 무언가가, 지나갔다.
마치 보면 안 될 것을 봤다는 느낌에, 조용히 문을 닫고 방 벽쪽에 웅크리고 있으니, 곧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괜찮다네"
대답을 하지 않자, 그녀는 이내 알겠다는듯이, 오늘은 이만 자고 내일 보자는 말만을 남기고 떠났다.
밤새 잠들지 못한 채 비몽사몽한 채로 방에서 나오자, 그녀는 조용히 수도원을 청소하고 있었다.
청소를 도와주고, 아침 식사를 주겠다는 말도 그저 괜찮다면서 넘긴 채, 도망치듯 수도원을 빠져나왔다.
...순례에서 본 것들은 기억에 남지 않는데도, 절대 잊지 못할 순례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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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그 강렬한 경험이 내 정신을 더 굳게 만들었던걸까, 아니면 그저 도망칠 곳이 필요했던걸까.
그 이후 나는 신앙활동과 내 직무에 집중한 채 살아갔고, 그것이 다른 분들껜 매우 좋게 보였던건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승급하게 되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가며 당시의 충격이 가라앉을 때 쯤, 그 사건은 일어났다.
그 사건은 동료 수녀가 급히 수도원 안으로 뛰쳐들어오면서 시작되었다.
횡설수설하면서도, 무언가 끔찍한 것을 본 것 같았기에 밖으로 나가보니,
하늘은 노을과는 또 다른 붉은색으로 물들어있었고, 화마가 도시를 휩쓸며, 괴물들이 그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살아서 볼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가만히 있어선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 수녀들을 소집해, 수도원에 배치된 장비들을 들고, 괴물들이 오는 것을 막으며 피난민들을 수도원으로 들여보냈다.
그럭저럭 상황이 잘 흘러가서 희망이 보이던 차에, 멀리서 어떤 형체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다른 괴물들보다는 작았지만, 그럼에도 그 몸에선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멀리서 수도원을 보더니 이내 한 손을 들고 기괴한 에너지 같은 것을 모으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더라도, 이곳을 한번에 날려버리겠다는 의도가 명확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수도원의 영적 방어로 충분할까?
아니, 저 공격은 그걸 깨부수고도 남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마음을 다잡고, 방패 형태의 장비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 때, 건물 잔해 속에 있는 어떤 소녀가 보였다.
그 소녀는 검은 옷을 입고있어 마치 어둠에 녹아들은 것처럼 보였고, 그러면서도 금발 머리카락과 빨간 눈동자는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이곳은 위험하니까 대피하라고 하려 할 때, 그녀는 그저 조용히 팔을 쓱 하고 휘저었고
밤하늘보다도 더 어두운, 마치 현실의 구멍같은것이 나타나, 그 괴물의 공격을 없애버렸다.
그 어둠은, 기억에 있었다. 순례길에서 돌아오던 중, 그 수도원에서 본 어둠이었다. 그러나, 여긴 그곳이 아니었다.
무엇이 일어난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멍해있을 때, 나와 눈을 마주친 소녀는
그저 '쉿' 하듯 자기 입에 손가락 하나를 올리고, 이내 사라졌다.
그 소녀는 무엇이었지? 세이아 수녀님과 무슨 관계인걸까? 왜 여기 있던거고?
나를, 우리를 구해주러 왔던건가? 하지만 어째서 저렇게 몰래 온 것처럼 행동하는거지? 어떻게 저렇게 홀연히 나타나고 사라지는거고...?
순간 머릿속을 채운 의문에, 다른 수녀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망연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었다.
그 후, 그 괴물은 바티칸에서 파견된 인원들이 도착해서 처리했다고 들었다.
정확히 뭐가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계속 수도원을 지키고 있었고, 괴물에 앞에 다가간건 그들이었으니.
다만, 다른 수녀들이 한 증언이 인상깊었는지, 상황이 정리된 후 바티칸에서 나에게 보내는 편지가 도착했다.
바티칸의 사서장을 도울 사서가 필요해졌고, 나는 그 결원을 채울 견습 사서로 배치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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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생활은 매일같이 책에 파묻혀 지내는 삶이었다.
바티칸에 보관된 장서들을 관리하는 것부터, 유사시에 소실된 장서의 복구 등, 이곳의 기록물에 대한 책임을 맡은 직위였기에
견습 시기에 최대한 관련 지식을 숙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록물 자체에 대한 취급법부터, 각각의 특성과 관련된 역사적 지식들까지 필요했기에, 상당한 양의 공부가 필요했다.
특히, 장서의 복구에 대해선 사서의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내용을 곡해하는 일이 없도록
기억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훈련도 요구되었으니...이게 머리가 깨지는 감각이구나 하는걸 느낄 정도였다.
당연히 한두 명이서 그것들을 전부 기억하는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사서들은 각자 구역을 나누어 자기 구역에 있는
장서들만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돌아갔다.
사서의 결원을 빠르게 채워야 했던 것도 이 부분이 컸다고 했으니, 상당한 고생이겠지.
원래라면 예비 인원이 있지만, 하필 그 인원들이 최근의 그 일로 죽거나 다쳐서, 사서중 결원이 한명밖에 없던게 기적이라는 말을 들었으니...말 다 했다.
그렇게 의지력이 시험받는 나날들을 지나, 정식 사서가 되고, 또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나가던 중, 그 일은 일어났다.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여느 때처럼 장서를 관리하던 도중, 어떤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가톨릭 수도원들의 관리를 위해 목록의 형태로 기록해 둔 문서였는데, 거기에는 수도원들의 위치, 관리자, 상주인원 등등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비슷한 종류의 서류는 많이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훑어보던 도중, 목록에 [세이아 웨지우드] 의 이름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 이름을 보고 처음에는 반가운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서류의 날짜를 보니, 수 세기 이전의 문서였다.
동명이인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위치도 똑같았고, 상주인원은 1명이었다.
호기심에 관련 서류를 열람하여 확인해보니...그곳의 수도원에는 언제나 [세이아 웨지우드] 가 있었으며, 언제나 그 한명 뿐이었다. 설립되었을때부터, 지금까지.
...그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가톨릭 역사상에서 다른 이들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살아온 이들의 사례는 이미 있었고,
그 중 하나에 그녀가 들어가지 못하리란 법도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면서도, 그런 사람이 어째서 그런 수도원에서 홀로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지...그것이 못내 신경쓰였다.
의문을 푸는 방법이야 간단했다. 본인이 있으니, 그냥 물어보면 되니까. 서류상 기록을 보면 딱히 숨길 생각도 없다는 느낌이었고.
그러나, 방문하려고 생각할때마다, 그 비내리는 밤에 보았던 공허한 어둠이, 재앙과도 같은 공격조차 아무 일 없다는듯 막아낸 그것이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아서...
편지를 쓰려 하면 손이 떨려오고, 직접 가려 하면 발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 결국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호기심이라는건 제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던가.
한번 생겨버린 의문은 계속해서 솟아올랐고, 그 장면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그 의문에 따라붙어 떠올랐다.
그래서 차라리 잡생각을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직무에 집중하면서 또 쉬는시간에는 다른사람들과 이야기하는, 혼자서 상념에 잠길 시간을 최대한 줄이다보니...
어느새, 나는 차기 사서장 후보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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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사서장으로 내정되면서, 사서장님께 들은 조언은 단 하나였다.
"우리는 탐구자가 아닌 관리자다. 그러니, 기억하되 이해하지 마라"
사서장은 바티칸의 비밀 기록보관소의 문서들을 기억해야 했고, 비밀로 부쳐지는 것들은 공개되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들이니, 허투루 다루지 말라는 의미였다.
단순한 조언만으로 끝나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사고를 분리 및 배제하는 것으로, 머리를 일종의 기록소처럼 취급하는 훈련도 받았으니...사서장의 의무와 같은 이야기였겠지.
사서 시절에 최대한 잡생각을 안 하려고 시도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던건지 훈련은 의외로 할만했고, 마지막으로 인수인계를 받는 것으로 정식으로 사서장이 되었다.
그렇게 사서 시절 나를 괴롭혀온 호기심도 성공적으로 억누르고, 이제 남은 생을 이 자료들을 관리하며 살다 보면, 편안히 쉴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몇 년이고 자료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사서장으로서의 직무를 이어가며, 은연중 이런 삶이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문서를 발견하기 전에는.
그 문서는 편지의 일종으로 보였다. 전형적인 오래된 편지와 같은 구조로 보였으니.
바티칸의 성직자가 외부의 누군가와 주고받은 것이겠지.
그것뿐이라면 그리 특별할 건 없었다. 그러나, 편지의 마지막에 쓰여진 이름을 보자, 순간적으로 집중이 깨지고 말았다.
[세이아 웨지우드 보냄]
또 그 이름이다. 보낸이가 있는걸 보니, 이것은 편지의 마지막 부분이다. 그럼 나는 이 위의 내용을 이미 보고 기억한건가? 거기엔 뭐가 있었지?
아니, 떠올려선 안돼. [왜 떠올리면 안되지?] 나는 사서장이니까, 기억하되 이해하면 안되니까. 떠올리면, 이해해버리고 말거야.
[이해해도, 고작 편지 하나일 뿐이잖아?] 그 어둠을, 떠올리고싶지 않아.
[아니, 떠올려야 해. 어둠을 벗어나기 위해선 빛이 필요하지. 지성은 곧 빛이고.] 빛?
[영원히 피할수는 없는 법이야. 때론 직접 마주해야하지. 처음으로 바티칸에 오게 되었을때를 기억해. 네가 솔선해서 나간 것이 주목받았잖아.]
...그래, 영원히 눈을 돌리고만 있을수는 없겠지. 기껏해야 개인적인 얘기나 좀 적혀있고 말 것이다.
안일하다고밖에 느껴지지 않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키면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 편지를 읽어선 안 되었다.
편지에 적힌 것은 분명, 개인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말하는 이와 듣는 이에 따라, 그 중요성은 바뀌는 법이었다.
편지는 '그레고리오가 요한께 아뢰옵니다' 라는 말로 시작하여, 이전에 시작한 일이 매듭지어졌으므로
이제 작은 수도원 하나를 얻어 그곳에서 은둔하겠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마치 은퇴한 노인이 이제 여생을 한적하게 보내겠다, 라는 정도의, 별 거 없어보이는 편지였다.
그러나 거기 적힌 이름은 내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기록상 이 편지가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그 시기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있었고, 편지가 이렇게 보관될 정도의 '그레고리오' 는...한 사람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냥 다른 그레고리오가 있었다는 것이 이치에 맞았다. 그분의 선종 이후 그 이름을 딴 사람이 늘었다는 기록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 머리는 그런 이성적인 결론을 거부하고, 단 하나의 답이 맞다고 내게 호소하고 있었다.
...오늘은 쉬고, 날이 밝는대로 세이아 수녀님께 방문하겠다는 편지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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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아 수녀님께 찾아가니,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시면서도, 무언가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이내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셨다.
수도원 안쪽에 마련된 탁자에 둘러앉아 잠시 가만히 있으니, 수녀님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당신에 대해 알고 싶은게 있다고 하니, 이내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다가, 알고 싶다면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그에 맞는 준비를 하고 왔길 바라겠다고 덧붙이시면서.
수녀님께 '당신은 혹시 그레고리오인가. 왜 죽은걸로 알려진 당신이 여기에 있는가' 라고 물으니,
"...그걸 물으러 온겐가? 그런 결론까지 냈으면서?"
라면서, 이상하다는 반응을...마치, '정상적이라면 물어볼 리가 없는 질문' 을 들은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선, 정말로 알고 싶은가. 안다면 세세히, 혹은 그 질문에 대해서만 알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전부 알려주길 바란다고 대답하자
수녀님은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들려온 이야기는 놀라운 것들 뿐이었다.
영술사라니, 설화나 오랜 가르침들 중에 비슷한 것이 있긴 했지만, 살면서 볼 일은 없었기에 이야기 속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과거에 그 괴물 같은걸 보았는데도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에 잠시 놀랐지만, 뒤이은 이야기들은 더욱 충격적인 것이었다.
세이아 수녀님이, 그 대 그레고리오가 영술사?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 마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사람의 형상을 한 다른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나에게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혐오감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내 눈 앞엔 내 두 손이 그 가녀린 목을 조르는 비전이 보였다. [저들을 없애라.] 내 손에 느껴지는 그 감각을 느끼며, 나는...
"그만."
낮은, 그러나 강한 호통에, 그제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새 수녀님의 바로 옆에까지 와 있었고, 수녀님은 그런 나를 담담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행동하기 전에 우선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게. 즉단즉결이라 해도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조금의 책망도, 두려움도 표하지 않고, 수녀님은 그저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스스로의 행동에 놀라 수도원을 뛰쳐나오니, 밖은 어느새 어두워져서, 이슬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혹시 누가 보고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야음을 틈타 정신없이 내달렸다.
...어두컴컴한 와중, 어디선가 번개가 한 줄기 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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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돌아온건지도 기억 안 나는 채로,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지? 영술사가 대체 어쨌다고?
중간에 생각이 끊긴 탓인지 잘 기억은 나진 않았지만, 수녀님이 죽음을 위장한 이유도 어쩐지 악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처럼 들리지만은 않았었다.
아니, 오히려...어딘가 회한이나 지친 듯한 감각도 조금은 느껴졌었던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 말을 듣고 그런 반응을 했던거지? 내게 무슨 일이 있던거야?
진정되지 않는 마음에, 묵주를 쥐고 고해하듯 기도를 시작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부디 도와주세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은건가요.
눈을 감고 기도하던 중, 문득 어디선가 빛이 비춰지고 있는것같았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방은 어두웠고, 나는 눈을 감고있는데, 빛이라니?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어둠속에서 빛나는 별 하나가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그저 거기에 떠 있을 뿐이었지만, 어째선지 그 별은 내가 내린 선택을 긍정해줄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별을 바라보고 있으니, 생각이 정리되는것 같았다.
동시에,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세이아 수도원장님...아니, 대 그레고리오시여. 저는 한때 당신에게 공포를 느꼈지만, 당신의 회한 또한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저와 당신이 가야 할 길의 끝이겠지요.
부디, 어둠 속에서 살아가시기를(Vivat in tene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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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부분만 읽고 좀 어색한 부분 있는지 같은거 말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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