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2 【잡담/다목적】 작은 새가 새롭게 우는 마을 - 010 (5000)
종료
작성자:코토리◆EXiz53Z8JG
작성일:2025-07-01 (화) 17:58:33
갱신일:2025-07-19 (토) 13:08:47
#0코토리◆EXiz53Z8JG(XVlk1Zg10W)2025-07-01 (화) 17: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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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새가 느긋하게 우는 마을의 안내문 -】
「【핵심】: 작은 새가 느긋하게 우는 마을은 [참치 인터넷 어장 규칙]을 준수합니다.
또한 2019년 7월 14일 기준으로 생긴 [정치/사회 이슈에 관한 규칙]을 준수합니다.」
「 1. 나메와 대리 AA를 허용하며,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2. 하지만 불판을 내려고 하거나 그럴 기미가 보일 시 (어장주의 주관적 판단), 하이드 & 밴 조치.」
「 3. 느긋함을 지향하고, 상대를 대하는 예의와 매너를 갖추는 선에서 자유를 지향합니다.」
「 4. 상어아가미에 물릴만한 주제는 주의하고, 상대방을 배척하는 친목질에 주의해주세요.」
「 5. 기분 나쁘게 하거나 받지않고, 상처를 입히거나 상처 받지않도록 즐겁게,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 6. 타 잡담판의 일은 타 잡담판에서 일어난 곳에서 해결할 것.가지고 와도 받지 않습니다.」
「 7. [고어 및 혐오 소재]를 올리고자 할 때는 코토리나 혹은 참치들의 양해를 구해주세요.」
「 8. 마을은 다목적판이기에, 마을에서 창작하거나, 하지않거나는, 참치들의 자유입니다! 」
「 9. 거듭해서 참치 여러분들이 '마을에 머무를 때'는 느긋하고 편하고 즐겁게 즐겨주세요! 」
【- 알아두면 유용한 링크 -】
「 알아두면 유용한 링크는 >>1을 참고해주세요.」
【- 작은 새가 새롭게 우는 마을 링크 -】
「 이전 마을: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597050925/304/307 」
「 001번째 마을: anctalk>2084> 」
「 002번째 마을: anctalk>2255> 」
「 003번째 마을: anctalk>2494> 」
「 004번째 마을: anctalk>2610> 」
「 005번째 마을: anctalk>2825> 」
「 006번째 마을: anctalk>3003> 」
「 007번째 마을: anctalk>3219> 」
「 008번째 마을: anctalk>3848> 」
「 009번째 마을: anctalk>4627> 」
「 010번째 마을: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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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19년 7월 14일 기준으로 생긴 [정치/사회 이슈에 관한 규칙]을 준수합니다.」
「 1. 나메와 대리 AA를 허용하며,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2. 하지만 불판을 내려고 하거나 그럴 기미가 보일 시 (어장주의 주관적 판단), 하이드 & 밴 조치.」
「 3. 느긋함을 지향하고, 상대를 대하는 예의와 매너를 갖추는 선에서 자유를 지향합니다.」
「 4. 상어아가미에 물릴만한 주제는 주의하고, 상대방을 배척하는 친목질에 주의해주세요.」
「 5. 기분 나쁘게 하거나 받지않고, 상처를 입히거나 상처 받지않도록 즐겁게,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 6. 타 잡담판의 일은 타 잡담판에서 일어난 곳에서 해결할 것.가지고 와도 받지 않습니다.」
「 7. [고어 및 혐오 소재]를 올리고자 할 때는 코토리나 혹은 참치들의 양해를 구해주세요.」
「 8. 마을은 다목적판이기에, 마을에서 창작하거나, 하지않거나는, 참치들의 자유입니다! 」
「 9. 거듭해서 참치 여러분들이 '마을에 머무를 때'는 느긋하고 편하고 즐겁게 즐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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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마을: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597050925/304/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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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2번째 마을: anctalk>2255> 」
「 003번째 마을: anctalk>2494> 」
「 004번째 마을: anctalk>2610> 」
「 005번째 마을: anctalk>2825> 」
「 006번째 마을: anctalk>3003> 」
「 007번째 마을: anctalk>3219> 」
「 008번째 마을: anctalk>3848> 」
「 009번째 마을: anctalk>4627> 」
「 010번째 마을: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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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2텍스트 참치◆J54LDZ6c2a(lPnogjCnRC)2025-07-15 (화) 20: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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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을 가로질러서 날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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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발레리 노플리우스(Valeri Noflius)】 ・ 【나이:39세】 ・ 【종족: 인간→마법사→신(神)】 ・ 【이능 여부: 有】
【좋아하는 것: 자유, 모험, 사랑】 ・ 【싫어하는 것: 억압, 강제, 추락】 ・ 【운명의 날:하늘에서 처음으로 추락을 겪은 날】
【마도계통: 폭풍】 ・ 【마도비전: 야생과 바람】 ・ 【마도계제: 초정점→신(神)】
【기원: 하늘】 ・ 【경지: 준천재→천재 이상】 ・ 【가치관: 야망, 노력, 헌신】 ・ 【별칭:로마의 이카루스, 아비게누스(Avigenus = 새의 자손)】
【소속: 벤타라 공동체】 ・ 【테마곡: https://youtu.be/RVyKKksklZc?si=QPFFJFDeXwFVc2e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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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背景)】
태초에 저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법이 움트고, 생명이 숨 쉬며 지상에도, 바다에도, 하늘에도
신들이 어여삐 여긴 자들과, 혼돈 속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 이야기는 그보다 더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인간이 문명의 요람을 세우고 신들에게 홀로 설 것을 천명하며,
혼돈을 딛고 질서를 외친 고대의 시대로부터 비롯된다.
그의 이름은 '발레리 노플리우스'.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는 자'란 뜻을 담은 그 이름처럼,
그는 기술공의 업을 계승하여 가문을 일으킬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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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말을 배우고 두 발로 세상을 디디기 시작했을 무렵, 아버지는 아들의 손끝에서 기묘한 가능성을 보았다.
놀이는 아이들의 몫이건만, 겨우 여덟 살의 나이에 발레리는 또래와의 말판 놀이를 모두 이겨먹고,
아버지의 눈과 손을 따라 똑같은 도구와 석재를 흉내 냈다.
놀람은 질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오히려 경고와 주의를 곁들인 가르침을 하나하나 전했다.
발레리는 마치 스펀지처럼 그것을 흡수했다.
열다섯을 한 해 앞둔 해, 발레리는 로마 제국의 사립학교를 졸업하며
기술공으로서 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완벽히 체득해냈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준 그의 솜씨는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진정한 재능 그 자체였다.
그를 단순한 기술공으로만 묶어두는 건, 모두가 아깝다 여겼다.
아버지는 가문의 재산을 털어 고등 교육기관에 진학시켜 수사학을 배우게 하려 했으나 발레리는 고개를 저었다.
"가업을 이어서, 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그 열정과 설득 앞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아버지는 내심 실망스러웠지만, 천재라 불리는 그의 열의를 짓밟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발레리는 가문의 명예와 생업을 짊어지는 '기술자'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이자 여정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태어나고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 느꼈을 무렵, 처음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그 하늘은 맑고, 청정하며, 푸르렀다. 그 아래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다정히 감싸주는 듯한 그곳.
발레리는 욕망이 치솟아올라, 하늘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닿지 않은 손은 그대로 허공을 휘젓는다.
그날 이후로 그는 결심했다. '언젠가 저 하늘을 자유롭게 다닐거야.' 발레리의 목적은 그렇게 정해졌다.
성년이 된 발레리는 기술공으로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로마의 공학은 이미 제국 전역에 그 기술력을 펼치고 있었고,
하수도부터 대형 도로, 수로와 기계 장치까지 사람들의 삶을 지탱했다.
당시 로마의 고위층들은 고급 기술을 손쉽게 누릴 수 있었지만,
이는 주로 환상종에게 맞서 싸우거나, 귀족들이 사치스럽게 꾸며낸 유희에 쓰일 뿐이었다. 발레리는 그런 기술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는 대신, 잘 쓰이지 않던 증기기관 기술에 몰두했다. 무겁고 다루기 까다로운 이 기술은
제대로 실용화되지 않았지만, 발레리는 이를 소형화하고, 항공 기체에 응용하는 데 도전했다.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 구축에 쓰인 헤론의 자동장치, 초기 증기기관 아이올리포일(Aeolipile)의 구조는
증기의 회전력을 날개로 전달하는 방식의 장치를 고안했다.
증기 탱크는 구리제였고, 날개는 나무와 양가죽을 덧댄 프레임으로 제작되었다.
가벼우나 찢어지기 쉬운 구조였지만 하늘을 향한 갈망 앞에서 무게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는 동력 비행기, 초기 복엽기에 가까운 형태의 기체를 설계하고 조립했다.
증기기관의 무게를 줄이고, 기체의 구조를 목재와 금속으로 최적화해, 인간 한 명이 탑승 가능한 형태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것이 부족했다. 공기역학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고, 연료 효율도 나빴다.
무엇보다 그는 혼자였다. 설계도, 제작, 실험까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고, 그 누구도 그가 하려는 일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결국, 그는 미완성의 비행체를 믿고, 시험비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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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나이 23세. 바람 한 점 없는 쾌청한 날. 발레리는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평야에서 기체를 끌고온다.
기체는 작은 언덕 위에서 출발했다. 증기기관이 덜컥이는 소리를 내며 작동을 시작했고,
기체는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기체는 잠시 동안 상승했다. 바람은 피부를 스치고,
하늘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그러나 그것은 한 없이 짧은 순간이였다.
증기기관이 붉게 달아오르며 연료 공급이 불안정해졌고, 기체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도 상승은 멈췄고, 조종간은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하늘의 압력에 발레리는 정신을 잃을 뻔했고, 생사결의 순간 속에서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의 추락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기체는 결국 폭음을 내며 해체되기 시작했다. 부품이 튕겨져 나갔고,
증기통의 폭발음과 함께 발레리는 기체에서 떨어져 나왔다.
죽음이 다가왔다. 그러나 하늘에서 나타난 섬광이 그의 눈을 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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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몸이 공중에서 멈춰 섰다. 어깨를 움켜쥐는 단단한 감각, 그리고 들려오는 낮고 호방한 목소리.
깃털과 비늘이 혼합된 팔, 매의 갈퀴처럼 생긴 손발, 명백하게 인간의 형태를 벗어난 모습.
그녀는 낯선 존재였다. 아니, 어디선가 본 적 있는 형상이었다. 설화 속 존재, 하늘의 여신, 신화에서 나오는 신의 시종, 혹은 하피(Harpyia).
햇빛이 그녀에게 비춰지며 붉은 깃털이 햇살을 받아 번쩍였다. 그의 시야에 날아든 존재는, 팔과 다리에 깃털과 비늘을 두른 여성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매처럼 날카로운 갈퀴발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 어설픈 날개로 하늘을 넘겠다고? 무모하긴."
그녀는 그를 우거진 숲 속 나무 위, 둥지 같은 거처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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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시죠?"
"오르미테아.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이름이야. 인간들이 우리를 '하피'라고 불러. 이젠 그 이름도 쓰지 않지만."
그녀는 한때 '폭풍의 딸들(Daughters of the Storm)'이라 불렸던 존재의 후예였다.
과거에는 신들의 시종이었지만, 지금은 잊혀진 혈통. 다른 환상종과 마찬가지로 쇠락을 맞이하는 존재 중 하나였다.
그녀는 현재, 로마 시민들과 교류하며 간간이 품삯을 받아 살아가는 존재로,
지금은 한 나무 위 둥지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오르미테아는 그에게 묻는다.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던 거지?"
발레리는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하늘을 걷고 싶다는 오래된 욕망. 그리고 자신의 소망이자 목표였던 꿈을.
그녀는 그를 비웃듯 말했다. "그런 어설픈 날개로는 날 수 없어. 방금 내가 안 잡았으면, 네 피가 숲 바닥을 적셨을걸."
그러자 발레리는 기체를 떠올렸다. "제 기체가... 마을 어딘가에 떨어졌을 겁니다. 돌아가야 해요."
그 말에 오르미테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 어깨와 갈비뼈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는 기체를 걱정했다. 그러자 그녀는 입을 열었다.
"방금까지 계속 겪고 있었던 하늘의 압력은 너 같은 평범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야.
내가 쓰는 마법으로 고통을 눌러뒀을 뿐이지."
놀란 나머지 그는 어깨와 상처 부근을 만져봤으나 정말로 고통스러운 낌세 조차 없었다.
그녀의 마법은 진짜였다. 예전에 마을의 이방인 마녀나 방랑자들이 보여주던 마법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과거 마법을 다뤄보려다 실패하고, 계속 연마하고 있던 기술로 돌아섰다.
하지만 마법이 뭐가 되었건 간에 당장은 기체가 문제였다. 혹시라도 그것이 마을을 해쳤다면?
오르미테아는 그의 고집에 마저 못해 치료해준 뒤,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꼭 다시 와. 날개 달린 미련한 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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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를 기다린 건 반가움이 아닌, 조롱과 경멸이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이야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 있었다.
"이카루스의 후예다!"
"태양에 닿겠다고 날아오르더니, 결국 떨어졌지!"
기체의 잔해는 마을 성벽과 가옥 곳곳에 추락해 난리를 일으켰고,
그의 이름이 새겨진 증기기관은 로마 전역에 소문이 퍼지게 만들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그는 사방에서 소문을 듣고 온 대중에게 조롱당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네놈이 우리 가문의 명예를 태워버렸어. 우린 너를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저리 꺼져라!"
이후 발레리는 자신이 아끼던 도구 몇 가지와 남은 금화를 챙기고, 아무도 자신을 배웅하지 않는 고향을 떠났다.
그렇게 발레리는 스스로 오만함에 취했던 나날을 떠올리며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다.
시간이 지나 목적지 없는 방랑이 이어져 숲 길 어디쯤, 그가 지쳐 쓰러졌을 때. 오르미테아가 그를 찾아왔다.
"그 꼴 보니, 제대로 쫓겨난 거구나?"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눈물만이 볼을 타고 흘렀다. 일말의 변명조차 목구멍에서 나오질 못했다.
오르미테아는 그를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그를 안아올렸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도, 그런 네가 싫진 않아. 같이 가자. 나와 함께."
그렇게, 인간 발레리는 하피 오르미테아의 손에 끌려가며 두 사람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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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을 시작한 직후, 본질부터 두 사람은 종족부터 모든 것이 달라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은 고난의 행군이였다.
날 것 그대로 고기나 열매를 섭취해도 멀쩡한 오르미테아와 적절한 조리와 처리를 해둬야 먹을 수 있는 발레리.
정교하고 조용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발레리와 투박하고 거추장스러운 움직임이 많이 들어가는 오르미테아.
이 거대하면서도 사소한 문제점은 다른 한 쪽의 언성이 높아지며 다투기도 했고
서로가 손을 맞대면서 점차 완화되는 듯 했다.
그렇게 방랑 생활이 시작된 지 1년이 부쩍지나, 둘 모두 각자의 합에 적응되었을 무렵,
숙면을 취하기 위해 간이 캠프파이어를 만든 발레리가 그녀에게 가진 의문을 풀어보고 싶었다.
"저와 여정을 함께 하실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너무 늦은 질문인걸... 반대로 내가 널 쫒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는걸까?"
"저는 땅에서 발을 뗄 수 없는 지상인이고, 인간인데. 신의 시종이라 불릴 수 있는 그대가 저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상인, 인간, 신의시종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오묘한 표정을 짓는 오르미테아는 잠시 눈을 감은 뒤, 입을 열어 대답한다.
"네 꿈의 끝을 보고 싶어. 네가 천부적으로 부여된 범위를 벗어나서 날아오르려는 너의 모습이 아름다웠어."
"..."
"그리고.. 너의 외모도 약간 포함되었다는 것도 말해줄게. 어때, 마음에 드는 대답이야?"
발레리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얼굴에 홍조가 돌더니, 그대로 고개를 숙여서 침묵으로 대답을 긍정했다.
오르미테아도 새삼 대답을 내뱉고나니, 부끄러워진 것인지 똑같이 홍조를 띄우며 고개를 수그렸다.
그렇게 서로가 부끄러웠던 밤은 밤바람이 차가웠음에도 가장 뜨거웠던 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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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마를 횡단하며 자신의 둥지도 철거하고 돌아다니던 오르미테아와 자신이 가문에 있었을 적에 배웠던 기술로
간간히 먹고산지 2년 정도가 지난 어느 날, 발레리와 오르미테아는 동시에 제안을 하나 건넸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방법을 가르쳐줘/줄게''
이 무슨 이심전심도 아니고, 서로가 적당한 때라고 생각한 지금, 둘은 다시 하늘을 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싶었다.
그리고 서로 말문이 막힌 듯, 정적이 흐르다가 다시 한 명이 정적을 깨자 본 주제로 들어갔다.
기술로서 하늘을 나는 방법은 실패했지만, 아직 다른 수단은 남아있다.
'마법'. 소수의 인간과 환상종이 다룰 수 있는 힘의 행사.
인간이 자신들보다 격이 높았던 대상에게 대항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적기술과 신앙력과는 달랐던 것이다.
오르미테아는 지금은 잊혀지고 버려진 혈통이지만, 그녀가 대대로 가지고 있던 마법과 기술은 결코 녹슬지 않은 채로
스스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발레리에게 자신이 가진 마법을 가르치기 위해 다시금 자신의 기술을 그에게 선보였다.
바람에 관련된 마법과 공기의 흐름을 조율하는 마법,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숲의 감각을 공유받는 마법.
바람을 단련할 때는 강풍이 부는 고산지대에서 혼자의 몸으로 버텨야 했다.
공기의 흐름을 파악 할 때는 울퉁불퉁한 평지에서 두 발로 딛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자연과 한 몸이 되어야 할 때는 울창한 숲에서 홀로 서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여기까지가 기초. 문명의 방식에서 어느정도 벗어나야 배울 수 있는 야생과 자연의 마법은
스스로 방랑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자부심을 가졌었던 때를 부끄럽게 여기며 그를 단련시켰다.
오르미테아는 그의 노력을 지켜보는 스승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발레리도 그녀의 노력을 받는 제자로서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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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해가 지고 뜬지 365번이 지난 후, 발레리와 오르미테아는 지상에서 약간 떨어진 하늘에서 서로 하늘을 걷고 있다.
"와아아앗!"
"조심해~ 또 추락하다간 그대로 떨어지게 냅둘거야~"
완전한 비행은 이룰 수 없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것을 흉내내는 것들처럼, 실제로는 떨어지고 있으나 하늘을 날아가는 흉내는 낼 수 있었다.
그때처럼 발레리의 심장과 머리를 압박하는 하늘의 강력한 압제는 야생과 바람의 마법사, 그의 연인인 오르미테아의 도움으로 극복해냈다.
발레리가 가뿐하게 착지하자, 오르미테아가 그의 옆에 착지하여 가볍게 안아준다.
"정말 재능이 다재다능하네. 그런 실력이 있는데 마법 하나 배울 생각을 못한거야?"
"못했다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서요."
"후후, 부지런 한건지, 미련한건지.."
오르미테아가 포옹을 풀며 거리를 둔다. 그 틈을 타 발레리가 물었다.
"궁금한 것이 있어요. 당신과 당신의 동족은 모두 흩어졌지만, 아직도 소식이 닿으시는 분이 있나요?"
"의외로 많아. 단지 서로 영역 겹치면 사는 것만 갑갑해지고 인간들은 우리가 뭉쳐있으면 불안해하니까 각자 알아서 살 뿐이지.
왜? 걔내들에게도 뭔가를 배워보고 싶은거야?"
"네. 로마에 있던 시절에는 아버지에게만 기술을 배웠던 게 아니라서요."
"흐응, 내가 믿음직하지 않다고 들리는 것 같아서 질투나는걸?"
"네? 아.. 음.."
그녀는 발레리가 당황해하는 표정을 즐기며 작은 웃음을 내비치자, 다시 차근한 표정으로 돌아와 얘기를 이어간다.
"풋, 농담이야. 내가 찍은 남자를 다른 녀석에게 양보해줄 생각은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내 남자의 꿈을 짓밟고 싶진 않네.
좋아, 이제 기본기까지 따라잡기도 했고, 문제는 없을거야. 걔내들도 네가 하려고 했던 행동을 들으면 재밌어서라도 도와줄걸? 믿어봐."
오르미테아는 이번에도 갈퀴같은 손을 내밀어 발레리와 함께 하늘을 걷는다.
두 사람이 자아내는 하늘은 오늘도 어김없이 맑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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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과 산지를 넘어 도착한 이 곳은 아직 환상의 신비가 남은 것처럼 보이는 장소였다.
그럼에도 인간이 사는 곳이라 주장하는 것처럼 발을 디딜 수 있는 땅과 지천이 나열되어 있다.
처음 발레리가 그녀들 사이에 가운데 가볍게 착지하자, 따로 남편을 두고 있었던 자들도, 아직 짝을 찾고 있었던 자들도, 짝에 관심이 없던 자들도 그를 보러왔다.
인간들이 사는 국가에서 이카루스처럼 하늘에 닿으려다 떨어진 그의 또 다른 후예가 온다는 소식에 다들 몰려온 것이였다.
당연히 처음에는 인간들이 잡아놓은 가축과 짐승을 구경하러 오는 감각으로 그를 마주하러 왔다.
오르미테아는 당연히 화를 냈지만, 결국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이카루스처럼 경고를 어기다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어리석은 자의 표본이였으니까.
여기에서 이방인은 발레리. 여타 다른 하피들의 연인처럼 들어온 것도 아닌, 가르침을 받는 입장.
발레리는 애써 스스로의 자존심을 낮추고 그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천천히 하늘에 닿는 꿈과 야망을, 오르미테아를 끌어안으며 그녀와 함께 마주볼 하늘을 이야기했다.
밀랍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한 이카루스는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건 어리석음이 아닌 처음으로 마주본 하늘을 동경했음을 말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빠져든 하피들이 흥미에 동했든, 재미에 동했든 간에 관심없는 자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하피들이 발레리의 주변으로 모여서 하늘에서 지냈던 그때의 풍경을 떠오른 자들과
자신들의 선조를 통해 듣기만 했었던 천상의 땅을 직접 밟아 보고 싶은 자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저 하늘에 발 딛을 곳을 만들어보자.'
이야기가 곧 환상을 만들어내는 군중 사이에 발레리가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대며 주먹을 쥔다.
이제는 자신 만의 꿈이 아닌, 우리의 꿈이 된 환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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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계획은 다음과 같다. 명칭은 '벤타라 계획(Ventara Planning)'
이는 단순한 청사진이 아닌, 발레리와 오르미테아가 매일 밤 별을 바라보며 쌓아온 희망의 축적이기도 했다.
첫째, 점차 사라져가는 하늘을 고향삼은 이들의 안식처를 만들기.
둘째, 지상과의 왕래가 가능한 문자 그대로 거대한 함의 틀을 만들기.
셋째,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의식주 확보하기.
이 계획은 복잡하고 실현가능성이 낮지만, 지금 발레리는 혼자가 아니다.
그 점만으로 혼자서 하늘을 가로지르는 복엽기를 만들던 시절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계획에 착수할 수 있었다.
고향에서의 23년, 유랑 생활의 4년 동안 그가 닦아온 기술과 오르미테아가 전수한 바람과 야생의 마법이 서로 엮이자
벤타라 계획은 천천히 밀도높게 진행되어 갔다.
지상에서 활동하고 있었을 때는 구할 수 없었던 재료도, 국가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던 자원들도
손쉽게 자신의 손속으로 들어와 이 계획의 주춧돌로 활용할 수 있었다.
종종 다른 환상종들도 이들의 계획이 궁금하여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하늘을 고향삼는 다른 환상종들에게
발레리의 계획은 무모하다고 느꼈음에도, 저 인간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점차 사라지는 하늘의 땅을 밟을 수 있다.
모여든 이들 가운데는 어린 새끼를 데리고 온 어미 하피도 있었고, 인간과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추방당한 이도 있었으며,
한때 하늘을 누볐던 노령의 나비 수인도 있었다. 그들 모두는 이름도, 종도 다르지만 같은 하늘을 갈망하고 있었다.
한 인간과 하피들의 꿈은 점차 하늘을 다시 딛고자 하는 이들의 꿈으로 커져가고
이 기세는 끊어질 위기도 없이 계속 이어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고향을 밟고자 하는 자들과 개인의 욕망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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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군더더기도 없이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인간 기준으로는 수명의 6분의 1이 사라진 상황. 이미 27세라는 나이를 먹은 발레리 였기에 여기서 10년이 더 지난다는 것은
그 시절 인간의 평균 수명으로는 벌써 절반이나 하늘을 거닐는 꿈을 위해 소모한 셈이다.
벤타라 계획은 잘 진행되었을까? 잔말이 필요없다.
발레리의 계획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넘어가 주변에서 그의 소식을 듣고는 많은 자들이 합류했다.
오르미테아와 그녀의 동족처럼 인간과 인접하게 어울려 다녔던 자들도 있었지만, 그 중에는 놀랍게도 인간과 함께 살을 부딪히고 살았던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각각 벤타라에 들어갈 석재들과 재료를 준비했고, 하늘에서 재배 수 있는 작물과 열매를 가꾸었다.
거기에다가 각자 자신들만이 모시던 신들의 재단도 비치해두고 싶어했다.
이내 모두의 의견이 수용되고, 벤타라의 형태가 원반의 성처럼 확정되어 명칭을 벤타라 성채(Ventara Citadel)로 바꾸고 외벽을 건축하고 있을 때,
잠시 발레리가 시간을 내서 오르미테아를 불렀다.
"어머, 이렇게 단 둘이서 대화하자고 한 건 오랜만이네. 그래서 무슨 일?"
"... 오르미테아, 이제 벤타라 성채의 완성이 코앞이예요. 곧... 제 꿈과 다른 모든 이들의 꿈이 이루어집니다."
"흐응, 축하해. 이렇게까지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는 꿈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해. 넌 내가 본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끈기있는 인간이였어.
... 근데 그런 말을 하기 위해 부른 것 같진 않다? 나한테서 듣고 싶은 말이 고작 축하 인사 밖에 없는거야?"
"..."
주변에서 들려오는 환호성과 웃음 소리, 그리고 몰래 맛을 보겠다고 열매를 먹다가 들통나는 자들과 쫒는 자,
석재 따위를 긁고 가공하는 소리와 톱질로 나무를 긁는 소리, 자재를 들고 하늘로 올라가 탑 꼭대기에 착지하는 소리,
모든 소리가 어울러서 들려오는 가운데, 발레리가 끝내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연다.
"당신은 제 꿈을 이뤄줬어요.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다른 분들의 말대로 이카루스의 최후를 담습했을거예요."
"..흐응, 그리고?"
"그러니까, 당신 덕에 마법도 배울 수 있었고, 인간 말고 다른 존재를 볼 수도 있었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당신은 아름답고, 붉은 깃털과 머리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불사조같은 강렬한 인상이 기억에 남았어요."
"그리고오?"
"으.. 그러니까.. 그게.."
"우리 이카루스께선 고백에 대해서 그렇게 부끄러우신가? 그렇게 하늘을 날아다닐 것 같은 담력은 전부 밀랍 날개처럼 녹아버린거야?"
"당신을! 사랑한다고요! 제 고백을 받아주- 웁?!"
그녀의 붉은 날갯짓이 조용하고도 엄청 강렬하게 자기주장을 펼친다.
그녀에게 끌어안겨진 그는 조용히 그녀의 입맛을 맛보며 얌전히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맞춤을 끝내고 그의 타액을 맛보면서 입맛을 다시자,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널 다른 녀석에게 양보할 리가 없잖아? 둘 만의 살림살이였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너의 꿈을 짓밟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래, 나도 널 좋아해. 그때 그대로. 그 어떤 꾸밈도 미사여구도 없이 널 좋아해. 나랑 같이 가보자. 남편이 원하는 하늘의 끝까지."
그렇게 둘은 다시 한번 입맞춤을 나누며, 완성을 목전에 둔 벤타라 성채를 배경으로 천천히 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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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의 나이 39세. 이제 진정으로 벤타라 성채를 띄울 준비를 하던 그는 마지막으로 이 호에 들일 인원 숫자를 점검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계획대로 풀리는 일은 없었던걸까? 때 아닌 불청객이 이곳을 향해 진군해왔다.
발레리와 오르미테아가 하피 동족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이 장소는 마냥 숨겨진 장소가 아닌,
그저 하피들이 만남의 장이나 잠시 머물러 가는 휴게소같은 곳이다.
일개 외부인이라면 지형의 괴악함과 강풍이 불어 쉽사리 접근을 못하겠지만,
아예 작정하고 여기에 침입 하려는 자들은 다르다.
더군다나 발레리의 계획은 단순 환상종들과 몇몇 인간들의 입과 귀를 넘어서 로마 제국 전역에 전파되기 시작했고
이를 또 다른 환상을 품은 멍청한 자의 과대망상으로 넘기기엔, 그 규모가 점차 커져만 갔다.
결국 이는 당대 로마 황제의 귀까지 들어가 그것을 강탈하고자 마음을 먹었고,
로마의 군단은 창공을 지배할 성의 주인을 포박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졸지에 청천벽력의 상황에서 로마의 군대와 맞서게 될 상황에 놓인 발레리는 모두에게 이 사실을 전파하고
당장이라도 벤타라 성채를 띄우기 위해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로마군의 움직임이 한 발자국 더 빨라서 그들의 투석기가 던져오는 돌덩이의 투척 속도가 먼저 도달했다.
돌이 벽과 부딪혀서 내는 굉음 소리와 함께 성이 흔들리자, 모두가 동요하기 시작했고,
발레리는 한시라도 빨리 벤타라 성채를 띄우려 했으나, 이번에는 그를 사로잡기 위해 찾아온 로마의 군단장이 직접 행차했다.
"..절 잡아가셔도 상관없는데, 저건 보내주시지 그래요?"
"황제의 명령이다. 로마에 속한 그 무엇이든 로마의 재산이고, 네 기술은 로마 땅에서 개발됐기에 황제의 것이다.
네 녀석의 처우는 앞으로 어떻게 굽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들은 명백하게 벤타라 성채와 거기에 있는 보물, 작물, 그리고 환상종들까지 취할 생각이였다.
발레리의 부탁은 당연히 거절되었고, 그에게 점점 위협이 다가온다. 그 역시 이번에는 무력 행사를 고민하지 않고 마법을 쓰려 했으나,
군단장의 글라디우스가 단숨에 그의 스태프를 잘라내는 것이 더 빨랐다.
그리고 바깥에서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철과 철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르미테아를 포함한 벤타라 성채에 탑승했던 모든 이들이 로마군에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 중, 오르미테아는 가장 분노한 듯 날뛰며 그를 찾고 있다.
로마 군단장은 동행한 병사들과 함께 발레리를 포박하고, 가져온 공성병기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제 아무리 벤타라 성채가 크다고 한들 거대한 표적에 불과하고, 벤타라 성채에 있는 방호 체계들은 작동을 하지 못한 상태.
또한 인질이 있으면 환상종까지 사로잡지 못하더라도 벤타라 성채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계획을 세우고 로마군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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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을 가로질러서 날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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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발레리 노플리우스(Valeri Noflius)】 ・ 【나이:39세】 ・ 【종족: 인간→마법사→신(神)】 ・ 【이능 여부: 有】
【좋아하는 것: 자유, 모험, 사랑】 ・ 【싫어하는 것: 억압, 강제, 추락】 ・ 【운명의 날:하늘에서 처음으로 추락을 겪은 날】
【마도계통: 폭풍】 ・ 【마도비전: 야생과 바람】 ・ 【마도계제: 초정점→신(神)】
【기원: 하늘】 ・ 【경지: 준천재→천재 이상】 ・ 【가치관: 야망, 노력, 헌신】 ・ 【별칭:로마의 이카루스, 아비게누스(Avigenus = 새의 자손)】
【소속: 벤타라 공동체】 ・ 【테마곡: https://youtu.be/RVyKKksklZc?si=QPFFJFDeXwFVc2e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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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背景)】
태초에 저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법이 움트고, 생명이 숨 쉬며 지상에도, 바다에도, 하늘에도
신들이 어여삐 여긴 자들과, 혼돈 속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 이야기는 그보다 더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인간이 문명의 요람을 세우고 신들에게 홀로 설 것을 천명하며,
혼돈을 딛고 질서를 외친 고대의 시대로부터 비롯된다.
그의 이름은 '발레리 노플리우스'.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는 자'란 뜻을 담은 그 이름처럼,
그는 기술공의 업을 계승하여 가문을 일으킬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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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말을 배우고 두 발로 세상을 디디기 시작했을 무렵, 아버지는 아들의 손끝에서 기묘한 가능성을 보았다.
놀이는 아이들의 몫이건만, 겨우 여덟 살의 나이에 발레리는 또래와의 말판 놀이를 모두 이겨먹고,
아버지의 눈과 손을 따라 똑같은 도구와 석재를 흉내 냈다.
놀람은 질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오히려 경고와 주의를 곁들인 가르침을 하나하나 전했다.
발레리는 마치 스펀지처럼 그것을 흡수했다.
열다섯을 한 해 앞둔 해, 발레리는 로마 제국의 사립학교를 졸업하며
기술공으로서 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완벽히 체득해냈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준 그의 솜씨는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진정한 재능 그 자체였다.
그를 단순한 기술공으로만 묶어두는 건, 모두가 아깝다 여겼다.
아버지는 가문의 재산을 털어 고등 교육기관에 진학시켜 수사학을 배우게 하려 했으나 발레리는 고개를 저었다.
"가업을 이어서, 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그 열정과 설득 앞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아버지는 내심 실망스러웠지만, 천재라 불리는 그의 열의를 짓밟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발레리는 가문의 명예와 생업을 짊어지는 '기술자'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이자 여정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태어나고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 느꼈을 무렵, 처음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그 하늘은 맑고, 청정하며, 푸르렀다. 그 아래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다정히 감싸주는 듯한 그곳.
발레리는 욕망이 치솟아올라, 하늘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닿지 않은 손은 그대로 허공을 휘젓는다.
그날 이후로 그는 결심했다. '언젠가 저 하늘을 자유롭게 다닐거야.' 발레리의 목적은 그렇게 정해졌다.
성년이 된 발레리는 기술공으로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로마의 공학은 이미 제국 전역에 그 기술력을 펼치고 있었고,
하수도부터 대형 도로, 수로와 기계 장치까지 사람들의 삶을 지탱했다.
당시 로마의 고위층들은 고급 기술을 손쉽게 누릴 수 있었지만,
이는 주로 환상종에게 맞서 싸우거나, 귀족들이 사치스럽게 꾸며낸 유희에 쓰일 뿐이었다. 발레리는 그런 기술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는 대신, 잘 쓰이지 않던 증기기관 기술에 몰두했다. 무겁고 다루기 까다로운 이 기술은
제대로 실용화되지 않았지만, 발레리는 이를 소형화하고, 항공 기체에 응용하는 데 도전했다.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 구축에 쓰인 헤론의 자동장치, 초기 증기기관 아이올리포일(Aeolipile)의 구조는
증기의 회전력을 날개로 전달하는 방식의 장치를 고안했다.
증기 탱크는 구리제였고, 날개는 나무와 양가죽을 덧댄 프레임으로 제작되었다.
가벼우나 찢어지기 쉬운 구조였지만 하늘을 향한 갈망 앞에서 무게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는 동력 비행기, 초기 복엽기에 가까운 형태의 기체를 설계하고 조립했다.
증기기관의 무게를 줄이고, 기체의 구조를 목재와 금속으로 최적화해, 인간 한 명이 탑승 가능한 형태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것이 부족했다. 공기역학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고, 연료 효율도 나빴다.
무엇보다 그는 혼자였다. 설계도, 제작, 실험까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고, 그 누구도 그가 하려는 일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결국, 그는 미완성의 비행체를 믿고, 시험비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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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나이 23세. 바람 한 점 없는 쾌청한 날. 발레리는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평야에서 기체를 끌고온다.
기체는 작은 언덕 위에서 출발했다. 증기기관이 덜컥이는 소리를 내며 작동을 시작했고,
기체는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기체는 잠시 동안 상승했다. 바람은 피부를 스치고,
하늘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그러나 그것은 한 없이 짧은 순간이였다.
증기기관이 붉게 달아오르며 연료 공급이 불안정해졌고, 기체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도 상승은 멈췄고, 조종간은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하늘의 압력에 발레리는 정신을 잃을 뻔했고, 생사결의 순간 속에서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의 추락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기체는 결국 폭음을 내며 해체되기 시작했다. 부품이 튕겨져 나갔고,
증기통의 폭발음과 함께 발레리는 기체에서 떨어져 나왔다.
죽음이 다가왔다. 그러나 하늘에서 나타난 섬광이 그의 눈을 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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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몸이 공중에서 멈춰 섰다. 어깨를 움켜쥐는 단단한 감각, 그리고 들려오는 낮고 호방한 목소리.
깃털과 비늘이 혼합된 팔, 매의 갈퀴처럼 생긴 손발, 명백하게 인간의 형태를 벗어난 모습.
그녀는 낯선 존재였다. 아니, 어디선가 본 적 있는 형상이었다. 설화 속 존재, 하늘의 여신, 신화에서 나오는 신의 시종, 혹은 하피(Harpyia).
햇빛이 그녀에게 비춰지며 붉은 깃털이 햇살을 받아 번쩍였다. 그의 시야에 날아든 존재는, 팔과 다리에 깃털과 비늘을 두른 여성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매처럼 날카로운 갈퀴발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 어설픈 날개로 하늘을 넘겠다고? 무모하긴."
그녀는 그를 우거진 숲 속 나무 위, 둥지 같은 거처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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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시죠?"
"오르미테아.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이름이야. 인간들이 우리를 '하피'라고 불러. 이젠 그 이름도 쓰지 않지만."
그녀는 한때 '폭풍의 딸들(Daughters of the Storm)'이라 불렸던 존재의 후예였다.
과거에는 신들의 시종이었지만, 지금은 잊혀진 혈통. 다른 환상종과 마찬가지로 쇠락을 맞이하는 존재 중 하나였다.
그녀는 현재, 로마 시민들과 교류하며 간간이 품삯을 받아 살아가는 존재로,
지금은 한 나무 위 둥지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오르미테아는 그에게 묻는다.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던 거지?"
발레리는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하늘을 걷고 싶다는 오래된 욕망. 그리고 자신의 소망이자 목표였던 꿈을.
그녀는 그를 비웃듯 말했다. "그런 어설픈 날개로는 날 수 없어. 방금 내가 안 잡았으면, 네 피가 숲 바닥을 적셨을걸."
그러자 발레리는 기체를 떠올렸다. "제 기체가... 마을 어딘가에 떨어졌을 겁니다. 돌아가야 해요."
그 말에 오르미테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 어깨와 갈비뼈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는 기체를 걱정했다. 그러자 그녀는 입을 열었다.
"방금까지 계속 겪고 있었던 하늘의 압력은 너 같은 평범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야.
내가 쓰는 마법으로 고통을 눌러뒀을 뿐이지."
놀란 나머지 그는 어깨와 상처 부근을 만져봤으나 정말로 고통스러운 낌세 조차 없었다.
그녀의 마법은 진짜였다. 예전에 마을의 이방인 마녀나 방랑자들이 보여주던 마법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과거 마법을 다뤄보려다 실패하고, 계속 연마하고 있던 기술로 돌아섰다.
하지만 마법이 뭐가 되었건 간에 당장은 기체가 문제였다. 혹시라도 그것이 마을을 해쳤다면?
오르미테아는 그의 고집에 마저 못해 치료해준 뒤,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꼭 다시 와. 날개 달린 미련한 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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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를 기다린 건 반가움이 아닌, 조롱과 경멸이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이야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 있었다.
"이카루스의 후예다!"
"태양에 닿겠다고 날아오르더니, 결국 떨어졌지!"
기체의 잔해는 마을 성벽과 가옥 곳곳에 추락해 난리를 일으켰고,
그의 이름이 새겨진 증기기관은 로마 전역에 소문이 퍼지게 만들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그는 사방에서 소문을 듣고 온 대중에게 조롱당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네놈이 우리 가문의 명예를 태워버렸어. 우린 너를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저리 꺼져라!"
이후 발레리는 자신이 아끼던 도구 몇 가지와 남은 금화를 챙기고, 아무도 자신을 배웅하지 않는 고향을 떠났다.
그렇게 발레리는 스스로 오만함에 취했던 나날을 떠올리며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다.
시간이 지나 목적지 없는 방랑이 이어져 숲 길 어디쯤, 그가 지쳐 쓰러졌을 때. 오르미테아가 그를 찾아왔다.
"그 꼴 보니, 제대로 쫓겨난 거구나?"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눈물만이 볼을 타고 흘렀다. 일말의 변명조차 목구멍에서 나오질 못했다.
오르미테아는 그를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그를 안아올렸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도, 그런 네가 싫진 않아. 같이 가자. 나와 함께."
그렇게, 인간 발레리는 하피 오르미테아의 손에 끌려가며 두 사람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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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을 시작한 직후, 본질부터 두 사람은 종족부터 모든 것이 달라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은 고난의 행군이였다.
날 것 그대로 고기나 열매를 섭취해도 멀쩡한 오르미테아와 적절한 조리와 처리를 해둬야 먹을 수 있는 발레리.
정교하고 조용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발레리와 투박하고 거추장스러운 움직임이 많이 들어가는 오르미테아.
이 거대하면서도 사소한 문제점은 다른 한 쪽의 언성이 높아지며 다투기도 했고
서로가 손을 맞대면서 점차 완화되는 듯 했다.
그렇게 방랑 생활이 시작된 지 1년이 부쩍지나, 둘 모두 각자의 합에 적응되었을 무렵,
숙면을 취하기 위해 간이 캠프파이어를 만든 발레리가 그녀에게 가진 의문을 풀어보고 싶었다.
"저와 여정을 함께 하실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너무 늦은 질문인걸... 반대로 내가 널 쫒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는걸까?"
"저는 땅에서 발을 뗄 수 없는 지상인이고, 인간인데. 신의 시종이라 불릴 수 있는 그대가 저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상인, 인간, 신의시종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오묘한 표정을 짓는 오르미테아는 잠시 눈을 감은 뒤, 입을 열어 대답한다.
"네 꿈의 끝을 보고 싶어. 네가 천부적으로 부여된 범위를 벗어나서 날아오르려는 너의 모습이 아름다웠어."
"..."
"그리고.. 너의 외모도 약간 포함되었다는 것도 말해줄게. 어때, 마음에 드는 대답이야?"
발레리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얼굴에 홍조가 돌더니, 그대로 고개를 숙여서 침묵으로 대답을 긍정했다.
오르미테아도 새삼 대답을 내뱉고나니, 부끄러워진 것인지 똑같이 홍조를 띄우며 고개를 수그렸다.
그렇게 서로가 부끄러웠던 밤은 밤바람이 차가웠음에도 가장 뜨거웠던 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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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마를 횡단하며 자신의 둥지도 철거하고 돌아다니던 오르미테아와 자신이 가문에 있었을 적에 배웠던 기술로
간간히 먹고산지 2년 정도가 지난 어느 날, 발레리와 오르미테아는 동시에 제안을 하나 건넸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방법을 가르쳐줘/줄게''
이 무슨 이심전심도 아니고, 서로가 적당한 때라고 생각한 지금, 둘은 다시 하늘을 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싶었다.
그리고 서로 말문이 막힌 듯, 정적이 흐르다가 다시 한 명이 정적을 깨자 본 주제로 들어갔다.
기술로서 하늘을 나는 방법은 실패했지만, 아직 다른 수단은 남아있다.
'마법'. 소수의 인간과 환상종이 다룰 수 있는 힘의 행사.
인간이 자신들보다 격이 높았던 대상에게 대항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적기술과 신앙력과는 달랐던 것이다.
오르미테아는 지금은 잊혀지고 버려진 혈통이지만, 그녀가 대대로 가지고 있던 마법과 기술은 결코 녹슬지 않은 채로
스스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발레리에게 자신이 가진 마법을 가르치기 위해 다시금 자신의 기술을 그에게 선보였다.
바람에 관련된 마법과 공기의 흐름을 조율하는 마법,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숲의 감각을 공유받는 마법.
바람을 단련할 때는 강풍이 부는 고산지대에서 혼자의 몸으로 버텨야 했다.
공기의 흐름을 파악 할 때는 울퉁불퉁한 평지에서 두 발로 딛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자연과 한 몸이 되어야 할 때는 울창한 숲에서 홀로 서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여기까지가 기초. 문명의 방식에서 어느정도 벗어나야 배울 수 있는 야생과 자연의 마법은
스스로 방랑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자부심을 가졌었던 때를 부끄럽게 여기며 그를 단련시켰다.
오르미테아는 그의 노력을 지켜보는 스승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발레리도 그녀의 노력을 받는 제자로서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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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해가 지고 뜬지 365번이 지난 후, 발레리와 오르미테아는 지상에서 약간 떨어진 하늘에서 서로 하늘을 걷고 있다.
"와아아앗!"
"조심해~ 또 추락하다간 그대로 떨어지게 냅둘거야~"
완전한 비행은 이룰 수 없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것을 흉내내는 것들처럼, 실제로는 떨어지고 있으나 하늘을 날아가는 흉내는 낼 수 있었다.
그때처럼 발레리의 심장과 머리를 압박하는 하늘의 강력한 압제는 야생과 바람의 마법사, 그의 연인인 오르미테아의 도움으로 극복해냈다.
발레리가 가뿐하게 착지하자, 오르미테아가 그의 옆에 착지하여 가볍게 안아준다.
"정말 재능이 다재다능하네. 그런 실력이 있는데 마법 하나 배울 생각을 못한거야?"
"못했다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서요."
"후후, 부지런 한건지, 미련한건지.."
오르미테아가 포옹을 풀며 거리를 둔다. 그 틈을 타 발레리가 물었다.
"궁금한 것이 있어요. 당신과 당신의 동족은 모두 흩어졌지만, 아직도 소식이 닿으시는 분이 있나요?"
"의외로 많아. 단지 서로 영역 겹치면 사는 것만 갑갑해지고 인간들은 우리가 뭉쳐있으면 불안해하니까 각자 알아서 살 뿐이지.
왜? 걔내들에게도 뭔가를 배워보고 싶은거야?"
"네. 로마에 있던 시절에는 아버지에게만 기술을 배웠던 게 아니라서요."
"흐응, 내가 믿음직하지 않다고 들리는 것 같아서 질투나는걸?"
"네? 아.. 음.."
그녀는 발레리가 당황해하는 표정을 즐기며 작은 웃음을 내비치자, 다시 차근한 표정으로 돌아와 얘기를 이어간다.
"풋, 농담이야. 내가 찍은 남자를 다른 녀석에게 양보해줄 생각은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내 남자의 꿈을 짓밟고 싶진 않네.
좋아, 이제 기본기까지 따라잡기도 했고, 문제는 없을거야. 걔내들도 네가 하려고 했던 행동을 들으면 재밌어서라도 도와줄걸? 믿어봐."
오르미테아는 이번에도 갈퀴같은 손을 내밀어 발레리와 함께 하늘을 걷는다.
두 사람이 자아내는 하늘은 오늘도 어김없이 맑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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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과 산지를 넘어 도착한 이 곳은 아직 환상의 신비가 남은 것처럼 보이는 장소였다.
그럼에도 인간이 사는 곳이라 주장하는 것처럼 발을 디딜 수 있는 땅과 지천이 나열되어 있다.
처음 발레리가 그녀들 사이에 가운데 가볍게 착지하자, 따로 남편을 두고 있었던 자들도, 아직 짝을 찾고 있었던 자들도, 짝에 관심이 없던 자들도 그를 보러왔다.
인간들이 사는 국가에서 이카루스처럼 하늘에 닿으려다 떨어진 그의 또 다른 후예가 온다는 소식에 다들 몰려온 것이였다.
당연히 처음에는 인간들이 잡아놓은 가축과 짐승을 구경하러 오는 감각으로 그를 마주하러 왔다.
오르미테아는 당연히 화를 냈지만, 결국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이카루스처럼 경고를 어기다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어리석은 자의 표본이였으니까.
여기에서 이방인은 발레리. 여타 다른 하피들의 연인처럼 들어온 것도 아닌, 가르침을 받는 입장.
발레리는 애써 스스로의 자존심을 낮추고 그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천천히 하늘에 닿는 꿈과 야망을, 오르미테아를 끌어안으며 그녀와 함께 마주볼 하늘을 이야기했다.
밀랍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한 이카루스는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건 어리석음이 아닌 처음으로 마주본 하늘을 동경했음을 말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빠져든 하피들이 흥미에 동했든, 재미에 동했든 간에 관심없는 자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하피들이 발레리의 주변으로 모여서 하늘에서 지냈던 그때의 풍경을 떠오른 자들과
자신들의 선조를 통해 듣기만 했었던 천상의 땅을 직접 밟아 보고 싶은 자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저 하늘에 발 딛을 곳을 만들어보자.'
이야기가 곧 환상을 만들어내는 군중 사이에 발레리가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대며 주먹을 쥔다.
이제는 자신 만의 꿈이 아닌, 우리의 꿈이 된 환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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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계획은 다음과 같다. 명칭은 '벤타라 계획(Ventara Planning)'
이는 단순한 청사진이 아닌, 발레리와 오르미테아가 매일 밤 별을 바라보며 쌓아온 희망의 축적이기도 했다.
첫째, 점차 사라져가는 하늘을 고향삼은 이들의 안식처를 만들기.
둘째, 지상과의 왕래가 가능한 문자 그대로 거대한 함의 틀을 만들기.
셋째,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의식주 확보하기.
이 계획은 복잡하고 실현가능성이 낮지만, 지금 발레리는 혼자가 아니다.
그 점만으로 혼자서 하늘을 가로지르는 복엽기를 만들던 시절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계획에 착수할 수 있었다.
고향에서의 23년, 유랑 생활의 4년 동안 그가 닦아온 기술과 오르미테아가 전수한 바람과 야생의 마법이 서로 엮이자
벤타라 계획은 천천히 밀도높게 진행되어 갔다.
지상에서 활동하고 있었을 때는 구할 수 없었던 재료도, 국가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던 자원들도
손쉽게 자신의 손속으로 들어와 이 계획의 주춧돌로 활용할 수 있었다.
종종 다른 환상종들도 이들의 계획이 궁금하여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하늘을 고향삼는 다른 환상종들에게
발레리의 계획은 무모하다고 느꼈음에도, 저 인간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점차 사라지는 하늘의 땅을 밟을 수 있다.
모여든 이들 가운데는 어린 새끼를 데리고 온 어미 하피도 있었고, 인간과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추방당한 이도 있었으며,
한때 하늘을 누볐던 노령의 나비 수인도 있었다. 그들 모두는 이름도, 종도 다르지만 같은 하늘을 갈망하고 있었다.
한 인간과 하피들의 꿈은 점차 하늘을 다시 딛고자 하는 이들의 꿈으로 커져가고
이 기세는 끊어질 위기도 없이 계속 이어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고향을 밟고자 하는 자들과 개인의 욕망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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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군더더기도 없이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인간 기준으로는 수명의 6분의 1이 사라진 상황. 이미 27세라는 나이를 먹은 발레리 였기에 여기서 10년이 더 지난다는 것은
그 시절 인간의 평균 수명으로는 벌써 절반이나 하늘을 거닐는 꿈을 위해 소모한 셈이다.
벤타라 계획은 잘 진행되었을까? 잔말이 필요없다.
발레리의 계획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넘어가 주변에서 그의 소식을 듣고는 많은 자들이 합류했다.
오르미테아와 그녀의 동족처럼 인간과 인접하게 어울려 다녔던 자들도 있었지만, 그 중에는 놀랍게도 인간과 함께 살을 부딪히고 살았던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각각 벤타라에 들어갈 석재들과 재료를 준비했고, 하늘에서 재배 수 있는 작물과 열매를 가꾸었다.
거기에다가 각자 자신들만이 모시던 신들의 재단도 비치해두고 싶어했다.
이내 모두의 의견이 수용되고, 벤타라의 형태가 원반의 성처럼 확정되어 명칭을 벤타라 성채(Ventara Citadel)로 바꾸고 외벽을 건축하고 있을 때,
잠시 발레리가 시간을 내서 오르미테아를 불렀다.
"어머, 이렇게 단 둘이서 대화하자고 한 건 오랜만이네. 그래서 무슨 일?"
"... 오르미테아, 이제 벤타라 성채의 완성이 코앞이예요. 곧... 제 꿈과 다른 모든 이들의 꿈이 이루어집니다."
"흐응, 축하해. 이렇게까지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는 꿈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해. 넌 내가 본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끈기있는 인간이였어.
... 근데 그런 말을 하기 위해 부른 것 같진 않다? 나한테서 듣고 싶은 말이 고작 축하 인사 밖에 없는거야?"
"..."
주변에서 들려오는 환호성과 웃음 소리, 그리고 몰래 맛을 보겠다고 열매를 먹다가 들통나는 자들과 쫒는 자,
석재 따위를 긁고 가공하는 소리와 톱질로 나무를 긁는 소리, 자재를 들고 하늘로 올라가 탑 꼭대기에 착지하는 소리,
모든 소리가 어울러서 들려오는 가운데, 발레리가 끝내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연다.
"당신은 제 꿈을 이뤄줬어요.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다른 분들의 말대로 이카루스의 최후를 담습했을거예요."
"..흐응, 그리고?"
"그러니까, 당신 덕에 마법도 배울 수 있었고, 인간 말고 다른 존재를 볼 수도 있었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당신은 아름답고, 붉은 깃털과 머리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불사조같은 강렬한 인상이 기억에 남았어요."
"그리고오?"
"으.. 그러니까.. 그게.."
"우리 이카루스께선 고백에 대해서 그렇게 부끄러우신가? 그렇게 하늘을 날아다닐 것 같은 담력은 전부 밀랍 날개처럼 녹아버린거야?"
"당신을! 사랑한다고요! 제 고백을 받아주- 웁?!"
그녀의 붉은 날갯짓이 조용하고도 엄청 강렬하게 자기주장을 펼친다.
그녀에게 끌어안겨진 그는 조용히 그녀의 입맛을 맛보며 얌전히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맞춤을 끝내고 그의 타액을 맛보면서 입맛을 다시자,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널 다른 녀석에게 양보할 리가 없잖아? 둘 만의 살림살이였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너의 꿈을 짓밟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래, 나도 널 좋아해. 그때 그대로. 그 어떤 꾸밈도 미사여구도 없이 널 좋아해. 나랑 같이 가보자. 남편이 원하는 하늘의 끝까지."
그렇게 둘은 다시 한번 입맞춤을 나누며, 완성을 목전에 둔 벤타라 성채를 배경으로 천천히 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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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의 나이 39세. 이제 진정으로 벤타라 성채를 띄울 준비를 하던 그는 마지막으로 이 호에 들일 인원 숫자를 점검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계획대로 풀리는 일은 없었던걸까? 때 아닌 불청객이 이곳을 향해 진군해왔다.
발레리와 오르미테아가 하피 동족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이 장소는 마냥 숨겨진 장소가 아닌,
그저 하피들이 만남의 장이나 잠시 머물러 가는 휴게소같은 곳이다.
일개 외부인이라면 지형의 괴악함과 강풍이 불어 쉽사리 접근을 못하겠지만,
아예 작정하고 여기에 침입 하려는 자들은 다르다.
더군다나 발레리의 계획은 단순 환상종들과 몇몇 인간들의 입과 귀를 넘어서 로마 제국 전역에 전파되기 시작했고
이를 또 다른 환상을 품은 멍청한 자의 과대망상으로 넘기기엔, 그 규모가 점차 커져만 갔다.
결국 이는 당대 로마 황제의 귀까지 들어가 그것을 강탈하고자 마음을 먹었고,
로마의 군단은 창공을 지배할 성의 주인을 포박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졸지에 청천벽력의 상황에서 로마의 군대와 맞서게 될 상황에 놓인 발레리는 모두에게 이 사실을 전파하고
당장이라도 벤타라 성채를 띄우기 위해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로마군의 움직임이 한 발자국 더 빨라서 그들의 투석기가 던져오는 돌덩이의 투척 속도가 먼저 도달했다.
돌이 벽과 부딪혀서 내는 굉음 소리와 함께 성이 흔들리자, 모두가 동요하기 시작했고,
발레리는 한시라도 빨리 벤타라 성채를 띄우려 했으나, 이번에는 그를 사로잡기 위해 찾아온 로마의 군단장이 직접 행차했다.
"..절 잡아가셔도 상관없는데, 저건 보내주시지 그래요?"
"황제의 명령이다. 로마에 속한 그 무엇이든 로마의 재산이고, 네 기술은 로마 땅에서 개발됐기에 황제의 것이다.
네 녀석의 처우는 앞으로 어떻게 굽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들은 명백하게 벤타라 성채와 거기에 있는 보물, 작물, 그리고 환상종들까지 취할 생각이였다.
발레리의 부탁은 당연히 거절되었고, 그에게 점점 위협이 다가온다. 그 역시 이번에는 무력 행사를 고민하지 않고 마법을 쓰려 했으나,
군단장의 글라디우스가 단숨에 그의 스태프를 잘라내는 것이 더 빨랐다.
그리고 바깥에서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철과 철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르미테아를 포함한 벤타라 성채에 탑승했던 모든 이들이 로마군에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 중, 오르미테아는 가장 분노한 듯 날뛰며 그를 찾고 있다.
로마 군단장은 동행한 병사들과 함께 발레리를 포박하고, 가져온 공성병기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제 아무리 벤타라 성채가 크다고 한들 거대한 표적에 불과하고, 벤타라 성채에 있는 방호 체계들은 작동을 하지 못한 상태.
또한 인질이 있으면 환상종까지 사로잡지 못하더라도 벤타라 성채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계획을 세우고 로마군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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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3텍스트 참치◆J54LDZ6c2a(lPnogjCnRC)2025-07-15 (화) 20: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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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군은 공성 무기와 병사들을 이끌고 하늘을 겨눴고, 벤타라 성채는 로마의 기술로 만들어진 황제의 소유임과 동시에 앞으로의 황권 강화에 쓸모있는 도구였다.
발레리는 포박당해 장대에 메달린 채로 끌려왔고, 그를 본 자들 중에는 로마 기술공 출신도 있었다. 그들은 '기술의 도둑'이라며 그를 모욕했다.
"우매한 짐승들은 들어라! 네 녀석들의 기술자를 살리고 싶다면, 당장 거기있는 성을 내주고 떠나라! 로마의 기술로서 만들어진 성은 황제의 것이다!"
결코 벤타라 성채 안으로 로마군을 들여보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인원들이 한 군단장의 외침에 바깥을 바라본다.
거기에는 벤타라 성채를 향해 겨눠진 공성병기들과 발레리가 장대에 묶인 채로 군단장과 함께 있었다.
"다시 한번 고한다. 당장이라도 항복하고 도망가지 않겠다면, 로마의 분노가 그대들에게 쏟아지리라!"
그들의 힘은 결코 로마군에게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벤타라 성채가 공격당해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다면 여태까지 이뤄온 것들이 수포로 돌아간다.
여기에서 로마군을 쓸어버린다 한들, 앞으로의 운신과 이어질 추격 또한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지금 오르미테아는 입술을 깨물며 피까지 흘린다. 여기에서 가장 괴로운건 그녀다.
항복이나 성채를 넘겨준다는 선택지는 없다. 딱히 그들이 요구사항을 듣고 철퇴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발레리의 향후 신변에 관해 일절 언급을 안하고 있다. 무장을 풀고 나가서 말을 건넨다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저들이 군대를 끌고온 시점에서 타협은 장님의 낭만에 불과했다.
발레리의 구출은 나중을 기약하고, 지금 벤타라 성채를 띄우지 않는다면 그와 모두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의견이 우세였지만
계속 머뭇거리는 그들의 의중을 예상이라도 한듯, 로마의 군단장은 그대로 발레리에게 상처를 내서 보란듯이 과시한다.
"로마의 인내심은 결코 길지 않다. 짐승들이여!"
발레리는 계속되는 호통과 소음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주변을 바라본다. 아래에는 소리치는 로마의 군단장과
눈앞에는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오르미테아와 공격받고 있는 벤타라 성채가 있다.
이 작은 막간을 기회로 발레리는 생각한다. 자신의 꿈을 위해 모두를 희생할 수 있는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벤타라 성채를 넘겨주고 자신의 연인을 포함한 다른 이들을 모두 탈출시킬 것인가?
이 고민은 결국 눈이 돌아버린 오르미테아가 적진으로의 돌진을 택하면서 끝을 고하며, 그녀와 똑같이 흥분한 자들이 같이 몰려들었다.
남은 이들만이 묵묵하게 벤타라 성채의 마지막 발진 준비를 마칠 뿐이였다.
그 후 발레리의 구출 전투는 우습게도 발레리의 아군이 처참하게 밀리고 만다.
로마 제국이 가진 고급 기술이 적용된 로마군의 병장기에는 환상종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게 제조되었다.
다른 것도 예외는 아니다. 공성 병기는 전개된 순서부터 하나 씩 벤타라 성채를 향해 발사되기 시작했고,
이를 몸으로 막으려는 환상종들과 벤타라 성채를 발진시키려는 인원들의 사투가 이어졌다.
오르미테아가 끝내 장대에 도달하여 발레리의 밧줄을 끊어내고 피로 물든 붉은 날개를 펼쳐 벗어나려 했으나,
그녀를 덮친 투창 세례와 로마 군단장의 일격으로 밀려나고 만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갈퀴에서 벗어나버린 발레리가 군단장 앞에 떨어진 채로 헐떡이고 있었다.
모든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확신한 군단장은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 마디를 내뱉고 글라디우스를 목에 휘두른다.
"유감이군."
군단장의 검이 날아든 순간, 오르미테아의 날개가 하늘을 찢으며 그를 향해 내달렸고
그녀의 절규와 함께, 발레리의 시야는 붉게 번졌다가 서서히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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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는 생사의 경계을 걷고 있다. 군단장이 휘두른 글라디우스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시야는 끊겼으며
자신의 청각은 자신에게 소리치던 오르미테아의 절규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끊겼다.
나머지 감각도 완전히 두절되어 그를 완전한 어둠 속으로 내동댕이쳤다.
이것이 정녕 자신의 마지막인가? 끝내 하늘을 오르지 못하고, 자신의 연인과 함께 있을 약속을 어겼으며
이제는 다른 모두의 꿈이 된 자신의 꿈이 이대로 추락하고 말았던 것인가?
신화에서의 이카루스의 최후처럼 자신의 밀랍 날개는 이대로 녹아내려 자신을 밑구덩이로 처박을 것인가?
여태까지 로마에게 도전해오던 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역사에 몇 마디가 적히고 끝날 운명인가?
...
이대로 끝나고 싶지 않다.
저 하늘에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저었을 때, 내가 아직 저 하늘에서 도달해야 할 이유가 있다.
앞으로 같이 손을 잡아 저 하늘 끝까지 여행할 반려의 존재가 아직 지상에 있다.
아직 내 눈으로 벤타라 성채가 직접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내겐 아직 할 일이 많다는 말이다.
눈을 떠야한다. 몸에 혈기를 다시 솟구치게 만들어야 한다. 감각이 끊어진 몸에 신호를 줘야한다.
자신의 존재는 어디에 있는가? 자신의 손가락은 어디에 있는가?
제발 움직여다오.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내 연인이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주세요.
설령 자신이 더 이상 지상의 땅을 밟을 수 없게 되더라도
모두가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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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군단장이 자신의 글라디우스를 닦는다. 오르미테아는 로마의 군단병에게 잡힌 채로
힘 없이 늘어져 피를 흘리는 발레리를 보며 계속 발버둥을 치고 있다.
군단장은 베어버린 자의 피가 바닥을 적시는 것을 보며 아직까지도 대치 중인 상황을 보고 혀를 찬다.
저들의 성채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지 하늘로 상승할 기미가 안보이고, 내부로 진입하면 각개격파를 노리는건지 몰라도 내부에서 틀어막고만 있다.
군단병의 소모가 생각보다 심한 가운데, 저들이 나오지 않으려 한다면 이 이상의 대치는 의미가 없다.
결국 군단장은 악어의 눈물 한 방울을 흘리고 저들의 하늘을 날아다닐 성채의 파괴를 명령한다.
모든 것은 허용 범위 내에 있다.
"전원, 신호에 따라 발사 준비..?"
군단장이 신호를 내릴려고 하는 그때, 갑자기 어두워지는 주위를 바라보며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런 군단장의 행동에 모든 병사들도 하늘을 바라본다.
그들이 본 하늘은 검게 물들어 갈라지기 시작한다. 푸른색의 섬광이 하늘 전체를 뒤덮는다.
그리고 이내 자신들이 밟은 땅마저 미약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사방에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런 사태 가운데, 성 안의 인원들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어떻게든 벤타라 성채를 띄우려는 인원들도 있었고, 다른 어린 자들을 보호하는 인물들도 있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각자가 세워놓은 신들의 재단에서 기도하고 있던 자들이였다.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었던 것일지, 아니면 로마 군단의 행패를 보고 천벌을 내린 것인지 몰라도
벤타라 성채와 로마의 군단이 밟고 있었던 땅은 점차 갈라지며, 균열을 발생시켰다.
군단장이 선두 지휘하여 후퇴를 지시했지만, 주변에서 들이닥치는 이상 징후로 인해 모두가 패닉에 빠질 뿐이였다.
그리고 포박에서 풀려난 오르미테아는 어떻게든 날개를 펼치며 빠져나갈려고 했지만,
결국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땅의 균열로 추락하고 만다.
이대로 모든 것이 끝일까? 자신이 결국 완전한 어둠으로 빠지기 이전에 계속 주시했던 것은 발레리 마저 균열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였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 결국 그의 꿈은 커녕 인간과 함께 꿈을 꾼 것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적어도 자신을 재단할 수 없었다.
죽음이 다가왔다. 그러나 하늘에서 나타난 섬광이 그녀의 눈을 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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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몸이 공중에서 멈춰 섰다. 어깨를 움켜쥐는 단단한 감각, 그리고 들려오는 약간 높고 상냥한 목소리.
깃털과 비늘이 혼합된 팔, 매의 갈퀴처럼 생긴 손발, 명백하게 인간의 형태를 벗어난 모습.
그는 익숙한 존재였다. 아니, 많이 본 적 있는 형상이었다. 자신이 첫 번째로 반한 남자, 미련한 날개를 가진 사내, 그리고 자신의 연인.
섬광이 그에게 비춰지며 푸른 깃털이 햇살을 받아 번쩍였다. 그녀의 시야에 날아든 존재는, 팔과 다리에 깃털과 비늘을 두른 남성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매처럼 날카로운 갈퀴발이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렇게 상처입은 날개로 날갯짓하려고 하신거예요? 여전히 무리하시는 건 변치 않네요."
그는 그녀를 균열을 벗어나 혼비백산하게 도망가는 로마 군단병을 뒤로 하고 벤타라 성채의 탑루에 데려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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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야? 발레리?"
"저 맞아요. 오르미테아. 저예요."
온통 피로 물든 붉은 날개를 가진 그녀가 푸른 날개를 가진 그에게 묻는다.
그의 모습은 명백하게 하피와 닮았다. 동족 중에 남성이 있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이성이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얼굴을 붉힌 그녀는 상처입은 날개로 애써 감춘다. 그런 표정을 본 발레리는 그저 작은 미소를 지었다.
"더 이야기 하고 싶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어요."
"벤타라 성채.. 지금 손상이 심각해. 바깥에 머저리 녀석들은 이미 줄행랑 친 것 같은데, 아직 군단장과 공성병기는.."
"걱정마요. 제가 해결할게요. 오르미테아, 부디 치료를 먼저 받아주세요."
오르미테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탑루 바깥으로 날아오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풍경이 무엇일까?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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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군단장은 허겁지겁 있는 병사라도 집결시켜 멀쩡한 공성병기를 재배치 시킨다.
도망간 녀석들은 나중에 책임을 묻겠지만, 지금은 당장 땅 위로 상승하려는 거대한 성을 막아야만 했다.
"전원, 신호에 따라 발사 준비.."
로마 제국을 위해, 황제를 위해. 로마의 시민을 위하여 온 목숨을 다 바치리라.
"방금 그런 작태를 보이고도 그렇게 나오겠다면, 나도 더는 참지 않을거야."
하늘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 추방자의 목소리다.
군단장이 자신의 글라디우스를 높게 들어 추방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칼을 뻗는다.
"나와라! 로마에서 추방 당해놓고도 또 다른 죄를 저지를 작정이더냐?!"
"이미 충분히 저질렀어. 이건 너희들이 자초한거야."
"이건 또 무슨-"
군단장이 낌세를 눈치채자, 말도 없이 글라디우스를 휘둘러 병사에게 발사 신호를 하달한다.
그렇게 발사된 물체들은 모두 벤타라 성채를 향해 날라가며 적중했어야 했지만,
"Σκορπίζω.(흩날려라.)"
말과 함께 강풍이 불자, 탄도체들은 모두 궤도를 틀어 각각의 방향으로 날아가 그대로 균열과 허공으로 사라지고 말았고
강풍은 그대로 군단이 있는 곳에 그대로 들이닥쳐 무거운 갑옷을 입은 병사들조차 강풍에 실려 날라갔다.
공성병기는 말할 것도 없이 부품 채로 바스라진다.
끝내 이 곳에 남은 자는 군단장 단 한 명이였다. 병사조차 없는 군단의 장군은 그 모습이 초라하여 측은하게 보였지만
아직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듯, 자신의 글라디우스를 들어 모습을 드러낸 발레리에게 겨눈다.
"아직도 싸우려는거야?"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날 밟고 지나가라. 이 망할 녀석-"
발레리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그대로 군단장을 날려버린다. 직접 손에 피를 묻힐 이유도, 힘을 과시할 이유도 없겠지.
그저 무심하게 만용을 부리던 한 인간을 그 자리에서 날려버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땅은 점점 망가지기 시작하고, 푸른 섬광은 이내 거두어져서 맑은 하늘을 비추게 되었으니
발레리는 날개를 펼쳐 자신의 벤타라 성채 주변으로 크게 돌기 시작하더니, 토네이도를 형성하여
벤타라 성채의 발진을 돕는다. 이 육체는 하늘에 적합한 그녀들의 육체였던지라, 그 어떤 묘기를 펼쳐도 문제가 없었다.
벤타라 성채가 완전히 하늘로 상승하기 시작하고, 안에 있던 인원들도 환호를 하기 시작하자.
발레리는 자신의 할 일을 끝마치고, 여전히 탑루에서 돌아가긴 커녕, 자신을 계속 응시하며 볼을 부풀리고 있던 그녀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자신의 푸른 날개를 펼쳐 안아준다. 오르미테아 또한 그의 푸른 날개에 대비되는 붉은 날개를 펼쳐 그를 맞이한다.
발레리가 강하게 그녀를 안아주며 밝게 웃으며 말한다. "이번에는 내가 널 지켜줄 차례야."
오르미테아는 부풀리던 볼을 풀면서 작게 웃으며 속삭였다. "그래, 이젠 우리 둘 다 하늘에 닿았네."
발레리는 더이상 지상인이 아니였다. 추락이 가르쳐준 것, 사랑이 인도한 것, 그리고 죽음을 딛고 얻은 새로운 육신.
그는 이제 하늘의 자식이자, 그녀들과 같은 폭풍의 후예였다.
벤타라 성채는 조용히 저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하얀 구름과 푸른 섬광을 너머 저 먼 하늘 사이로 쭈욱 나아갔다.
낡은 밀랍 날개는 이제 없다. 그들이 자아낸 하늘엔, 진짜 날개의 궤적이 그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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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技術)】
1.기술 공학(Engineering Technology)
발레리가 가문 대대로 계승해온 로마의 전통 공학이다.
고대 로마의 기술력은 전역에 뻗어 있었으며, 하수도, 대로, 수로, 기계 장치 등 도시 문명을 실현하는 데 핵심적이었다.
비록 발레리가 익힌 기술은 고대의 정수를 모두 담진 못했고, 투박하고 제한적인 편이었지만,
그에게 있어 이 낡은 공학은 유일한 생존 수단이자, 벤타라의 꿈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2.가상 투영화(Virtual Graphics)
발레리의 공학 감각은 단순한 노력과 수련의 결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종종 '머릿속에 떠오른 형상'을 실시간으로 구체화하며, 단면도 수준의 정밀한 설계를 그려낼 수 있다.
이는 곧장 제작에 들어가도 문제없을 정도의 ‘반완성’ 설계다.
완벽하진 않지만, 수재 이상의 감각을 지닌 이만이 가능한 예지적 설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야생과 바람의 마법(Wild and Wind Magic)
폭풍의 딸에게서 전해 내려온 계보의 마법.
오르미테아의 선조가 사용했고, 그녀가 직접 전수한 이 힘은 하늘의 삶에 적합하도록 사용자를 변화시킨다.
야생과 바람에 익숙한 자만이 이 마법을 제대로 다룰 수 있으며, 대개 인간에게는 그것이 첫 번째 벽이다.
하지만 일단 감각을 익히면, 그 뒤의 습득은 비교적 수월하다.
발레리는 이 마법을 끝내 완전히 체득했고, 우화를 거친 후에는 폭풍과 대지를 흔드는 힘조차 발현할 수 있게 되었다.
4.마도공학(Arcanum Engineering)
벤타라 성채의 건설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난관은, 기존의 재료로는 하늘을 떠받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축소된 증기기관도, 가볍게 가공한 석재도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증기기관은 장애물이였고, 일반적인 석재를 가공해서 만든 재료로는 하늘을 받칠 땅을 만들 수 없다.
기존의 기술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던 이 벽 앞에서, 발레리는 다시 오르미테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르미테아는 하늘을 고향삼은 이들의 마법기술을 가진 자들을 찾아내어, 인간에게는 없는 지식과 마도학을 발레리에게 전수했다.
그렇게 탄생한 마도공학은 공학과 마법의 융합이자, 진정한 이상향을 떠받치는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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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財産)】
1.공학 도구함
도구를 쓰는 장인이라면, 자신에게 걸맞은 도구를 갖는 것이 당연한 법이다.
발레리는 성년이 되던 날, 그간 갈고닦은 기술로 가문의 대장간에서 자신의 도구를 직접 주조했다.
그 품질은 단순한 물건의 문제가 아니라, 장인의 자부심과 실력을 증명하는 상징이다.
그의 도구는 어느 기술공과 비교해도 헐겁지 않고, 유려한 광택이 감돌았다.
자신이 파문되기 전까지, 이 도구함은 그의 가문과 기술에 대한 자긍심 그 자체였다.
2.오르미테아의 깃털 띠
오르미테아가 자신의 머리깃에서 직접 뽑아 건넨 이 깃털 띠는, 단순한 애정의 표시가 아니다.
하피들 사이에선 깃털을 나누는 것이 ‘상대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의 의미를 지닌다.
발레리는 이를 깊이 이해했고, 우화한 이후에는 자신의 푸른 머리깃을 오르미테아에게 건네어
각자의 머리에 서로의 깃털을 지닌 머리띠를 완성했다.
오르미테아는 그의 푸른 깃을, 발레리는 그녀의 붉은 깃을 지닌 채, 서로의 연대를 상징하고 있다.
3.벤타라 성채의 설계도와 초기 복엽기 설계도, 그 외 수많은 설계도
기술공이 만든 모든 기계는 설계도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 로마의 원칙이었다.
발레리는 가문에서 지낸 시절부터 수많은 기계와 구조물을 제작했으며, 그 설계도들은 그의 실력과 명성을 증명하는 기록으로 남았다.
그 수는 로마의 공학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될 만큼 방대하다.
파문 이후 유랑하며 남긴 도면들과 함께, 그는 벤타라 계획 당시 작성한 '벤타라 초기 설계도'와 '개선된 벤타라 성채 도면',
그리고 실패작인 최초 증기 복엽기의 설계도까지 간직하고 있다.
어느 설계도 하나, 그의 삶에서 지워낼 수 없는 발자취다.
4.간이 지팡이
발레리가 마법을 익히기 시작했을 무렵, 오르미테아는 나뭇가지를 깎아 지팡이를 하나 만들어주었다.
야생과 바람의 마법은 온몸으로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처음부터 이를 구현해내기 어려웠던 그에게 지팡이는 필수적인 도구였다.
이후 마법에 익숙해지자 지팡이의 사용은 줄어들었고, 결국 몸으로 마법을 직접 구현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하지만, 로마 군단의 침공 당시 이 지팡이는 군단장의 일격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지금은 쓸 수 없게 되었지만, 발레리는 그 부서진 지팡이를 도구함 한 켠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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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
1.폭풍의 후예, 오르미테아(Ornithea)
호전적이고 저돌적인 조류계 수인, 인간의 몸뚱아리에 비늘과 깃털이 있어서 공기의 방해 속에서도 거뜬히 날 수 있는 하피(Harpyia)이다.
그녀는 폭풍의 딸(Daughters of the Storm)의 후예로서 자신의 선조는 직접 신들의 시중을 들어주고 있었으나,
어떤 격변을 기준으로 자신들은 뿔뿔히 흩어져서, 자신들이 모시던 신들의 행방조차 모른채 살아남았다.
하피라는 환상종은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종족이었고, 남성을 외부에서 데려와 자손을 낳았다.
때로는 유혹했고, 때로는 협상을 통해. 때론 강제로도 이루어졌다.
남편의 처우는 남편을 데려온 하피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구성원에 편입되거나 쫒겨날 수 있었다.
물론, 어느정도 인간과 사는 장소가 겹쳐 사회화가 이루어진 그녀의 어머니와 선조는
인간을 도와서 얻은 품삯 따위로 하층민 남자와 행위를 이어나가 자신의 대를 이어갔다.
오르미테아 역시, 이변이 없는 한 그런 식으로 대를 이어나갈 예정이였다.
그녀는 하피로서 성년이 되자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만의 둥지를 만들기 위해 하늘을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적절한 장소를 발견하여 둥지를 구성하던 중 희안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어느 한 성인 남자가 새를 닮은 기계를 계속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이다.
저 남자는 오르미테아가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정도까지 비행해도 눈치를 못챌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인간들이 드디어 자신들이 사는 땅에 만족을 못해서 저러는건가 싶어 그대로 떠나간 이후에
잠깐 사이에 봤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고 넋이 나간 나머지 스스로 둥지삼은 나무에 머리를 박아 추락했다.
이 어이없는 추락 사건을 계기로 그녀는 종종 그 남자를 보러 갔는데, 그때마다 계속 기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새를 닮은 기계 곁에 없었을 때면 항상 무언가를 엄청 싸들고 나가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이 기묘하고 일방적인 원거리 짝사랑은 나중에 그가 기여코 새를 닮은 기계를 하늘에 띄워 날아올랐을 때, 끝을 맞이했다.
그가 띄워올린 기체를 보며 기여코 인간이 하늘을 날아오르는구나, 라며 감탄사를 내뱉던 그 때.
그 남자는 계속 기계 안에서 뒤뚱거리며 몸을 흔들었고, 기체는 점점 붉그스름하게 올라오는 것이 점점 불안해졌다.
오르미테아는 본능적으로 저 남자의 위기를 알아챈 다음, 그가 좌석에서 중심을 잃고 추락하던 그 상황 속에서 바로 낚아채는데 성공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둥지로 데려갔다. 그 안에 약간의 욕망이 담겨 있었지만, 뭔가 이유를 듣고 싶기도 했다. 왜 그렇게까지 해서 올라가고 싶었는지 말이다.
도중에 정신을 차려 깨어난 남성은 자신의 모습이 인간과 달라 놀라는 그를 보며 퉁명하게 대했다.
그리고 대망의 통성명 시간이 찾아오자, 그녀와 그는 서로의 이름을 통칭했다.
'오르미테아'와 '발레리 노플리우스.'
인간이 하늘을 향한 욕망으로 만든 어설픈 날개, 그리고 무모한 비행.
이후 발레리 본인의 사정으로 잠시 헤어지고 약간의 아쉬움을 시간으로 달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그와 마주한다.
"네 꼴을 보니 제대로 쫓겨났구나?"
그녀의 거칠지만 따뜻한 날개 아래, 낙오자가 된 기술자와 고대의 후예는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그 순간부터, 그녀는 짐작했다. 이 사내가 언젠가 자신을 다시 하늘로 데려갈 거란 것을.
이후 수 세기가 지나서 인간계에서의 대탈출에 합류하기 전까지 수많은 조류계 환상종 혼혈을 세상에 남긴 시초가 될 것임을.
2.발레리 가문(Valeri Family)
발레리 가문은 로마 제국의 시민 계급 중 기술공을 배출해온 중간 계층의 가문이다.
대를 이어 로마의 공학을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헌신했으며, 발레리 노플리우스 역시 그 맥을 이었다.
그러나 발레리가 보인 천재성은 가문에 기회이자 위협이 되었다.
그를 상류층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수사학으로 가르치려 했으나, 그가 저지른 추락 사고와 몰락은 가문 전체의 수치로 간주되었다.
결국 그는 파문당했고, 씨족 명단에서도 제명되었다.
발레리는 더 이상 가문에 돌아갈 의지도 없으며, 가문 또한 그를 존재하지 않는 자로 간주한다.
3.벤타라 성채의 승선자들
벤타라 성채는 발레리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오르미테아의 조력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그의 꿈에 동참했다.
오르미테아의 동족인 하피(Harpyia)와 하늘을 고향 삼은 환상종과 혼혈들, 각국에서 추방당한 이들, 떠도는 유랑객,
그리고 희귀하게 나타난 고대 환상종들까지.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벤타라에 승선했다.
이름은 모두 기억할 수 없지만, 발레리는 그들의 얼굴과 꿈을 잊지 않는다.
그는 자신 하나의 이상이 아니라, 함께 날아오른 모든 존재의 희망을 벤타라에 담아 올렸다.
4.로마 제국
로마는 그가 태어난 땅이자, 기술공의 자부심을 품게 해준 고향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가문과 이름, 기술을 부여받았지만, 동시에 그곳에서 그는 배척당하고 추방되었다.
그리고 다시 마주친 로마는 더이상 그가 기억하던 문명의 상징이 아니었다.
군단을 이끌고 벤타라에 침공한 그들은 약탈자였으며, 발레리의 이상을 짓밟으려 했다.
그는 더 이상 지상의 땅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연인, 동지, 그리고 모든 꿈이 담긴 성채가 있는 이 하늘이야말로,
그가 선택한 진정한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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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군은 공성 무기와 병사들을 이끌고 하늘을 겨눴고, 벤타라 성채는 로마의 기술로 만들어진 황제의 소유임과 동시에 앞으로의 황권 강화에 쓸모있는 도구였다.
발레리는 포박당해 장대에 메달린 채로 끌려왔고, 그를 본 자들 중에는 로마 기술공 출신도 있었다. 그들은 '기술의 도둑'이라며 그를 모욕했다.
"우매한 짐승들은 들어라! 네 녀석들의 기술자를 살리고 싶다면, 당장 거기있는 성을 내주고 떠나라! 로마의 기술로서 만들어진 성은 황제의 것이다!"
결코 벤타라 성채 안으로 로마군을 들여보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인원들이 한 군단장의 외침에 바깥을 바라본다.
거기에는 벤타라 성채를 향해 겨눠진 공성병기들과 발레리가 장대에 묶인 채로 군단장과 함께 있었다.
"다시 한번 고한다. 당장이라도 항복하고 도망가지 않겠다면, 로마의 분노가 그대들에게 쏟아지리라!"
그들의 힘은 결코 로마군에게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벤타라 성채가 공격당해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다면 여태까지 이뤄온 것들이 수포로 돌아간다.
여기에서 로마군을 쓸어버린다 한들, 앞으로의 운신과 이어질 추격 또한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지금 오르미테아는 입술을 깨물며 피까지 흘린다. 여기에서 가장 괴로운건 그녀다.
항복이나 성채를 넘겨준다는 선택지는 없다. 딱히 그들이 요구사항을 듣고 철퇴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발레리의 향후 신변에 관해 일절 언급을 안하고 있다. 무장을 풀고 나가서 말을 건넨다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저들이 군대를 끌고온 시점에서 타협은 장님의 낭만에 불과했다.
발레리의 구출은 나중을 기약하고, 지금 벤타라 성채를 띄우지 않는다면 그와 모두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의견이 우세였지만
계속 머뭇거리는 그들의 의중을 예상이라도 한듯, 로마의 군단장은 그대로 발레리에게 상처를 내서 보란듯이 과시한다.
"로마의 인내심은 결코 길지 않다. 짐승들이여!"
발레리는 계속되는 호통과 소음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주변을 바라본다. 아래에는 소리치는 로마의 군단장과
눈앞에는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오르미테아와 공격받고 있는 벤타라 성채가 있다.
이 작은 막간을 기회로 발레리는 생각한다. 자신의 꿈을 위해 모두를 희생할 수 있는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벤타라 성채를 넘겨주고 자신의 연인을 포함한 다른 이들을 모두 탈출시킬 것인가?
이 고민은 결국 눈이 돌아버린 오르미테아가 적진으로의 돌진을 택하면서 끝을 고하며, 그녀와 똑같이 흥분한 자들이 같이 몰려들었다.
남은 이들만이 묵묵하게 벤타라 성채의 마지막 발진 준비를 마칠 뿐이였다.
그 후 발레리의 구출 전투는 우습게도 발레리의 아군이 처참하게 밀리고 만다.
로마 제국이 가진 고급 기술이 적용된 로마군의 병장기에는 환상종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게 제조되었다.
다른 것도 예외는 아니다. 공성 병기는 전개된 순서부터 하나 씩 벤타라 성채를 향해 발사되기 시작했고,
이를 몸으로 막으려는 환상종들과 벤타라 성채를 발진시키려는 인원들의 사투가 이어졌다.
오르미테아가 끝내 장대에 도달하여 발레리의 밧줄을 끊어내고 피로 물든 붉은 날개를 펼쳐 벗어나려 했으나,
그녀를 덮친 투창 세례와 로마 군단장의 일격으로 밀려나고 만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갈퀴에서 벗어나버린 발레리가 군단장 앞에 떨어진 채로 헐떡이고 있었다.
모든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확신한 군단장은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 마디를 내뱉고 글라디우스를 목에 휘두른다.
"유감이군."
군단장의 검이 날아든 순간, 오르미테아의 날개가 하늘을 찢으며 그를 향해 내달렸고
그녀의 절규와 함께, 발레리의 시야는 붉게 번졌다가 서서히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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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는 생사의 경계을 걷고 있다. 군단장이 휘두른 글라디우스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시야는 끊겼으며
자신의 청각은 자신에게 소리치던 오르미테아의 절규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끊겼다.
나머지 감각도 완전히 두절되어 그를 완전한 어둠 속으로 내동댕이쳤다.
이것이 정녕 자신의 마지막인가? 끝내 하늘을 오르지 못하고, 자신의 연인과 함께 있을 약속을 어겼으며
이제는 다른 모두의 꿈이 된 자신의 꿈이 이대로 추락하고 말았던 것인가?
신화에서의 이카루스의 최후처럼 자신의 밀랍 날개는 이대로 녹아내려 자신을 밑구덩이로 처박을 것인가?
여태까지 로마에게 도전해오던 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역사에 몇 마디가 적히고 끝날 운명인가?
...
이대로 끝나고 싶지 않다.
저 하늘에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저었을 때, 내가 아직 저 하늘에서 도달해야 할 이유가 있다.
앞으로 같이 손을 잡아 저 하늘 끝까지 여행할 반려의 존재가 아직 지상에 있다.
아직 내 눈으로 벤타라 성채가 직접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내겐 아직 할 일이 많다는 말이다.
눈을 떠야한다. 몸에 혈기를 다시 솟구치게 만들어야 한다. 감각이 끊어진 몸에 신호를 줘야한다.
자신의 존재는 어디에 있는가? 자신의 손가락은 어디에 있는가?
제발 움직여다오.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내 연인이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주세요.
설령 자신이 더 이상 지상의 땅을 밟을 수 없게 되더라도
모두가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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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군단장이 자신의 글라디우스를 닦는다. 오르미테아는 로마의 군단병에게 잡힌 채로
힘 없이 늘어져 피를 흘리는 발레리를 보며 계속 발버둥을 치고 있다.
군단장은 베어버린 자의 피가 바닥을 적시는 것을 보며 아직까지도 대치 중인 상황을 보고 혀를 찬다.
저들의 성채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지 하늘로 상승할 기미가 안보이고, 내부로 진입하면 각개격파를 노리는건지 몰라도 내부에서 틀어막고만 있다.
군단병의 소모가 생각보다 심한 가운데, 저들이 나오지 않으려 한다면 이 이상의 대치는 의미가 없다.
결국 군단장은 악어의 눈물 한 방울을 흘리고 저들의 하늘을 날아다닐 성채의 파괴를 명령한다.
모든 것은 허용 범위 내에 있다.
"전원, 신호에 따라 발사 준비..?"
군단장이 신호를 내릴려고 하는 그때, 갑자기 어두워지는 주위를 바라보며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런 군단장의 행동에 모든 병사들도 하늘을 바라본다.
그들이 본 하늘은 검게 물들어 갈라지기 시작한다. 푸른색의 섬광이 하늘 전체를 뒤덮는다.
그리고 이내 자신들이 밟은 땅마저 미약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사방에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런 사태 가운데, 성 안의 인원들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어떻게든 벤타라 성채를 띄우려는 인원들도 있었고, 다른 어린 자들을 보호하는 인물들도 있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각자가 세워놓은 신들의 재단에서 기도하고 있던 자들이였다.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었던 것일지, 아니면 로마 군단의 행패를 보고 천벌을 내린 것인지 몰라도
벤타라 성채와 로마의 군단이 밟고 있었던 땅은 점차 갈라지며, 균열을 발생시켰다.
군단장이 선두 지휘하여 후퇴를 지시했지만, 주변에서 들이닥치는 이상 징후로 인해 모두가 패닉에 빠질 뿐이였다.
그리고 포박에서 풀려난 오르미테아는 어떻게든 날개를 펼치며 빠져나갈려고 했지만,
결국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땅의 균열로 추락하고 만다.
이대로 모든 것이 끝일까? 자신이 결국 완전한 어둠으로 빠지기 이전에 계속 주시했던 것은 발레리 마저 균열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였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 결국 그의 꿈은 커녕 인간과 함께 꿈을 꾼 것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적어도 자신을 재단할 수 없었다.
죽음이 다가왔다. 그러나 하늘에서 나타난 섬광이 그녀의 눈을 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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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몸이 공중에서 멈춰 섰다. 어깨를 움켜쥐는 단단한 감각, 그리고 들려오는 약간 높고 상냥한 목소리.
깃털과 비늘이 혼합된 팔, 매의 갈퀴처럼 생긴 손발, 명백하게 인간의 형태를 벗어난 모습.
그는 익숙한 존재였다. 아니, 많이 본 적 있는 형상이었다. 자신이 첫 번째로 반한 남자, 미련한 날개를 가진 사내, 그리고 자신의 연인.
섬광이 그에게 비춰지며 푸른 깃털이 햇살을 받아 번쩍였다. 그녀의 시야에 날아든 존재는, 팔과 다리에 깃털과 비늘을 두른 남성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매처럼 날카로운 갈퀴발이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렇게 상처입은 날개로 날갯짓하려고 하신거예요? 여전히 무리하시는 건 변치 않네요."
그는 그녀를 균열을 벗어나 혼비백산하게 도망가는 로마 군단병을 뒤로 하고 벤타라 성채의 탑루에 데려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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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야? 발레리?"
"저 맞아요. 오르미테아. 저예요."
온통 피로 물든 붉은 날개를 가진 그녀가 푸른 날개를 가진 그에게 묻는다.
그의 모습은 명백하게 하피와 닮았다. 동족 중에 남성이 있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이성이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얼굴을 붉힌 그녀는 상처입은 날개로 애써 감춘다. 그런 표정을 본 발레리는 그저 작은 미소를 지었다.
"더 이야기 하고 싶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어요."
"벤타라 성채.. 지금 손상이 심각해. 바깥에 머저리 녀석들은 이미 줄행랑 친 것 같은데, 아직 군단장과 공성병기는.."
"걱정마요. 제가 해결할게요. 오르미테아, 부디 치료를 먼저 받아주세요."
오르미테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탑루 바깥으로 날아오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풍경이 무엇일까?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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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군단장은 허겁지겁 있는 병사라도 집결시켜 멀쩡한 공성병기를 재배치 시킨다.
도망간 녀석들은 나중에 책임을 묻겠지만, 지금은 당장 땅 위로 상승하려는 거대한 성을 막아야만 했다.
"전원, 신호에 따라 발사 준비.."
로마 제국을 위해, 황제를 위해. 로마의 시민을 위하여 온 목숨을 다 바치리라.
"방금 그런 작태를 보이고도 그렇게 나오겠다면, 나도 더는 참지 않을거야."
하늘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 추방자의 목소리다.
군단장이 자신의 글라디우스를 높게 들어 추방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칼을 뻗는다.
"나와라! 로마에서 추방 당해놓고도 또 다른 죄를 저지를 작정이더냐?!"
"이미 충분히 저질렀어. 이건 너희들이 자초한거야."
"이건 또 무슨-"
군단장이 낌세를 눈치채자, 말도 없이 글라디우스를 휘둘러 병사에게 발사 신호를 하달한다.
그렇게 발사된 물체들은 모두 벤타라 성채를 향해 날라가며 적중했어야 했지만,
"Σκορπίζω.(흩날려라.)"
말과 함께 강풍이 불자, 탄도체들은 모두 궤도를 틀어 각각의 방향으로 날아가 그대로 균열과 허공으로 사라지고 말았고
강풍은 그대로 군단이 있는 곳에 그대로 들이닥쳐 무거운 갑옷을 입은 병사들조차 강풍에 실려 날라갔다.
공성병기는 말할 것도 없이 부품 채로 바스라진다.
끝내 이 곳에 남은 자는 군단장 단 한 명이였다. 병사조차 없는 군단의 장군은 그 모습이 초라하여 측은하게 보였지만
아직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듯, 자신의 글라디우스를 들어 모습을 드러낸 발레리에게 겨눈다.
"아직도 싸우려는거야?"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날 밟고 지나가라. 이 망할 녀석-"
발레리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그대로 군단장을 날려버린다. 직접 손에 피를 묻힐 이유도, 힘을 과시할 이유도 없겠지.
그저 무심하게 만용을 부리던 한 인간을 그 자리에서 날려버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땅은 점점 망가지기 시작하고, 푸른 섬광은 이내 거두어져서 맑은 하늘을 비추게 되었으니
발레리는 날개를 펼쳐 자신의 벤타라 성채 주변으로 크게 돌기 시작하더니, 토네이도를 형성하여
벤타라 성채의 발진을 돕는다. 이 육체는 하늘에 적합한 그녀들의 육체였던지라, 그 어떤 묘기를 펼쳐도 문제가 없었다.
벤타라 성채가 완전히 하늘로 상승하기 시작하고, 안에 있던 인원들도 환호를 하기 시작하자.
발레리는 자신의 할 일을 끝마치고, 여전히 탑루에서 돌아가긴 커녕, 자신을 계속 응시하며 볼을 부풀리고 있던 그녀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자신의 푸른 날개를 펼쳐 안아준다. 오르미테아 또한 그의 푸른 날개에 대비되는 붉은 날개를 펼쳐 그를 맞이한다.
발레리가 강하게 그녀를 안아주며 밝게 웃으며 말한다. "이번에는 내가 널 지켜줄 차례야."
오르미테아는 부풀리던 볼을 풀면서 작게 웃으며 속삭였다. "그래, 이젠 우리 둘 다 하늘에 닿았네."
발레리는 더이상 지상인이 아니였다. 추락이 가르쳐준 것, 사랑이 인도한 것, 그리고 죽음을 딛고 얻은 새로운 육신.
그는 이제 하늘의 자식이자, 그녀들과 같은 폭풍의 후예였다.
벤타라 성채는 조용히 저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하얀 구름과 푸른 섬광을 너머 저 먼 하늘 사이로 쭈욱 나아갔다.
낡은 밀랍 날개는 이제 없다. 그들이 자아낸 하늘엔, 진짜 날개의 궤적이 그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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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技術)】
1.기술 공학(Engineering Technology)
발레리가 가문 대대로 계승해온 로마의 전통 공학이다.
고대 로마의 기술력은 전역에 뻗어 있었으며, 하수도, 대로, 수로, 기계 장치 등 도시 문명을 실현하는 데 핵심적이었다.
비록 발레리가 익힌 기술은 고대의 정수를 모두 담진 못했고, 투박하고 제한적인 편이었지만,
그에게 있어 이 낡은 공학은 유일한 생존 수단이자, 벤타라의 꿈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2.가상 투영화(Virtual Graphics)
발레리의 공학 감각은 단순한 노력과 수련의 결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종종 '머릿속에 떠오른 형상'을 실시간으로 구체화하며, 단면도 수준의 정밀한 설계를 그려낼 수 있다.
이는 곧장 제작에 들어가도 문제없을 정도의 ‘반완성’ 설계다.
완벽하진 않지만, 수재 이상의 감각을 지닌 이만이 가능한 예지적 설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야생과 바람의 마법(Wild and Wind Magic)
폭풍의 딸에게서 전해 내려온 계보의 마법.
오르미테아의 선조가 사용했고, 그녀가 직접 전수한 이 힘은 하늘의 삶에 적합하도록 사용자를 변화시킨다.
야생과 바람에 익숙한 자만이 이 마법을 제대로 다룰 수 있으며, 대개 인간에게는 그것이 첫 번째 벽이다.
하지만 일단 감각을 익히면, 그 뒤의 습득은 비교적 수월하다.
발레리는 이 마법을 끝내 완전히 체득했고, 우화를 거친 후에는 폭풍과 대지를 흔드는 힘조차 발현할 수 있게 되었다.
4.마도공학(Arcanum Engineering)
벤타라 성채의 건설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난관은, 기존의 재료로는 하늘을 떠받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축소된 증기기관도, 가볍게 가공한 석재도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증기기관은 장애물이였고, 일반적인 석재를 가공해서 만든 재료로는 하늘을 받칠 땅을 만들 수 없다.
기존의 기술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던 이 벽 앞에서, 발레리는 다시 오르미테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르미테아는 하늘을 고향삼은 이들의 마법기술을 가진 자들을 찾아내어, 인간에게는 없는 지식과 마도학을 발레리에게 전수했다.
그렇게 탄생한 마도공학은 공학과 마법의 융합이자, 진정한 이상향을 떠받치는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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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財産)】
1.공학 도구함
도구를 쓰는 장인이라면, 자신에게 걸맞은 도구를 갖는 것이 당연한 법이다.
발레리는 성년이 되던 날, 그간 갈고닦은 기술로 가문의 대장간에서 자신의 도구를 직접 주조했다.
그 품질은 단순한 물건의 문제가 아니라, 장인의 자부심과 실력을 증명하는 상징이다.
그의 도구는 어느 기술공과 비교해도 헐겁지 않고, 유려한 광택이 감돌았다.
자신이 파문되기 전까지, 이 도구함은 그의 가문과 기술에 대한 자긍심 그 자체였다.
2.오르미테아의 깃털 띠
오르미테아가 자신의 머리깃에서 직접 뽑아 건넨 이 깃털 띠는, 단순한 애정의 표시가 아니다.
하피들 사이에선 깃털을 나누는 것이 ‘상대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의 의미를 지닌다.
발레리는 이를 깊이 이해했고, 우화한 이후에는 자신의 푸른 머리깃을 오르미테아에게 건네어
각자의 머리에 서로의 깃털을 지닌 머리띠를 완성했다.
오르미테아는 그의 푸른 깃을, 발레리는 그녀의 붉은 깃을 지닌 채, 서로의 연대를 상징하고 있다.
3.벤타라 성채의 설계도와 초기 복엽기 설계도, 그 외 수많은 설계도
기술공이 만든 모든 기계는 설계도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 로마의 원칙이었다.
발레리는 가문에서 지낸 시절부터 수많은 기계와 구조물을 제작했으며, 그 설계도들은 그의 실력과 명성을 증명하는 기록으로 남았다.
그 수는 로마의 공학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될 만큼 방대하다.
파문 이후 유랑하며 남긴 도면들과 함께, 그는 벤타라 계획 당시 작성한 '벤타라 초기 설계도'와 '개선된 벤타라 성채 도면',
그리고 실패작인 최초 증기 복엽기의 설계도까지 간직하고 있다.
어느 설계도 하나, 그의 삶에서 지워낼 수 없는 발자취다.
4.간이 지팡이
발레리가 마법을 익히기 시작했을 무렵, 오르미테아는 나뭇가지를 깎아 지팡이를 하나 만들어주었다.
야생과 바람의 마법은 온몸으로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처음부터 이를 구현해내기 어려웠던 그에게 지팡이는 필수적인 도구였다.
이후 마법에 익숙해지자 지팡이의 사용은 줄어들었고, 결국 몸으로 마법을 직접 구현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하지만, 로마 군단의 침공 당시 이 지팡이는 군단장의 일격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지금은 쓸 수 없게 되었지만, 발레리는 그 부서진 지팡이를 도구함 한 켠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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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
1.폭풍의 후예, 오르미테아(Ornithea)
호전적이고 저돌적인 조류계 수인, 인간의 몸뚱아리에 비늘과 깃털이 있어서 공기의 방해 속에서도 거뜬히 날 수 있는 하피(Harpyia)이다.
그녀는 폭풍의 딸(Daughters of the Storm)의 후예로서 자신의 선조는 직접 신들의 시중을 들어주고 있었으나,
어떤 격변을 기준으로 자신들은 뿔뿔히 흩어져서, 자신들이 모시던 신들의 행방조차 모른채 살아남았다.
하피라는 환상종은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종족이었고, 남성을 외부에서 데려와 자손을 낳았다.
때로는 유혹했고, 때로는 협상을 통해. 때론 강제로도 이루어졌다.
남편의 처우는 남편을 데려온 하피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구성원에 편입되거나 쫒겨날 수 있었다.
물론, 어느정도 인간과 사는 장소가 겹쳐 사회화가 이루어진 그녀의 어머니와 선조는
인간을 도와서 얻은 품삯 따위로 하층민 남자와 행위를 이어나가 자신의 대를 이어갔다.
오르미테아 역시, 이변이 없는 한 그런 식으로 대를 이어나갈 예정이였다.
그녀는 하피로서 성년이 되자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만의 둥지를 만들기 위해 하늘을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적절한 장소를 발견하여 둥지를 구성하던 중 희안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어느 한 성인 남자가 새를 닮은 기계를 계속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이다.
저 남자는 오르미테아가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정도까지 비행해도 눈치를 못챌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인간들이 드디어 자신들이 사는 땅에 만족을 못해서 저러는건가 싶어 그대로 떠나간 이후에
잠깐 사이에 봤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고 넋이 나간 나머지 스스로 둥지삼은 나무에 머리를 박아 추락했다.
이 어이없는 추락 사건을 계기로 그녀는 종종 그 남자를 보러 갔는데, 그때마다 계속 기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새를 닮은 기계 곁에 없었을 때면 항상 무언가를 엄청 싸들고 나가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이 기묘하고 일방적인 원거리 짝사랑은 나중에 그가 기여코 새를 닮은 기계를 하늘에 띄워 날아올랐을 때, 끝을 맞이했다.
그가 띄워올린 기체를 보며 기여코 인간이 하늘을 날아오르는구나, 라며 감탄사를 내뱉던 그 때.
그 남자는 계속 기계 안에서 뒤뚱거리며 몸을 흔들었고, 기체는 점점 붉그스름하게 올라오는 것이 점점 불안해졌다.
오르미테아는 본능적으로 저 남자의 위기를 알아챈 다음, 그가 좌석에서 중심을 잃고 추락하던 그 상황 속에서 바로 낚아채는데 성공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둥지로 데려갔다. 그 안에 약간의 욕망이 담겨 있었지만, 뭔가 이유를 듣고 싶기도 했다. 왜 그렇게까지 해서 올라가고 싶었는지 말이다.
도중에 정신을 차려 깨어난 남성은 자신의 모습이 인간과 달라 놀라는 그를 보며 퉁명하게 대했다.
그리고 대망의 통성명 시간이 찾아오자, 그녀와 그는 서로의 이름을 통칭했다.
'오르미테아'와 '발레리 노플리우스.'
인간이 하늘을 향한 욕망으로 만든 어설픈 날개, 그리고 무모한 비행.
이후 발레리 본인의 사정으로 잠시 헤어지고 약간의 아쉬움을 시간으로 달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그와 마주한다.
"네 꼴을 보니 제대로 쫓겨났구나?"
그녀의 거칠지만 따뜻한 날개 아래, 낙오자가 된 기술자와 고대의 후예는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그 순간부터, 그녀는 짐작했다. 이 사내가 언젠가 자신을 다시 하늘로 데려갈 거란 것을.
이후 수 세기가 지나서 인간계에서의 대탈출에 합류하기 전까지 수많은 조류계 환상종 혼혈을 세상에 남긴 시초가 될 것임을.
2.발레리 가문(Valeri Family)
발레리 가문은 로마 제국의 시민 계급 중 기술공을 배출해온 중간 계층의 가문이다.
대를 이어 로마의 공학을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헌신했으며, 발레리 노플리우스 역시 그 맥을 이었다.
그러나 발레리가 보인 천재성은 가문에 기회이자 위협이 되었다.
그를 상류층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수사학으로 가르치려 했으나, 그가 저지른 추락 사고와 몰락은 가문 전체의 수치로 간주되었다.
결국 그는 파문당했고, 씨족 명단에서도 제명되었다.
발레리는 더 이상 가문에 돌아갈 의지도 없으며, 가문 또한 그를 존재하지 않는 자로 간주한다.
3.벤타라 성채의 승선자들
벤타라 성채는 발레리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오르미테아의 조력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그의 꿈에 동참했다.
오르미테아의 동족인 하피(Harpyia)와 하늘을 고향 삼은 환상종과 혼혈들, 각국에서 추방당한 이들, 떠도는 유랑객,
그리고 희귀하게 나타난 고대 환상종들까지.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벤타라에 승선했다.
이름은 모두 기억할 수 없지만, 발레리는 그들의 얼굴과 꿈을 잊지 않는다.
그는 자신 하나의 이상이 아니라, 함께 날아오른 모든 존재의 희망을 벤타라에 담아 올렸다.
4.로마 제국
로마는 그가 태어난 땅이자, 기술공의 자부심을 품게 해준 고향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가문과 이름, 기술을 부여받았지만, 동시에 그곳에서 그는 배척당하고 추방되었다.
그리고 다시 마주친 로마는 더이상 그가 기억하던 문명의 상징이 아니었다.
군단을 이끌고 벤타라에 침공한 그들은 약탈자였으며, 발레리의 이상을 짓밟으려 했다.
그는 더 이상 지상의 땅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연인, 동지, 그리고 모든 꿈이 담긴 성채가 있는 이 하늘이야말로,
그가 선택한 진정한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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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4텍스트 참치◆J54LDZ6c2a(lPnogjCnRC)2025-07-15 (화) 20:53:37
두 번째 무량공처(아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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