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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즐거움, 불쾌감, 우울감, 미안함 같은 걸 느낄 수는 있고.
논리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그게 발생한 건지도 알고 있긴 한 것.
화나거나 기분 나쁜 걸 표현할 수도 있고.
내가 나에게 요구하는 여러 도덕적 기준을, 남이 짓밟으면 불쾌해한다.
남이 내게 뭔가 해주면 고맙다. 보답받지 못하면 서럽다.
나를 좋아해주면 기쁘다. 그런 호오 같은 건 당연히 존재하고 있고.
그렇듯 감정을 아예 느끼지 않는 건 아닌 느낌.
그리고 되도록 내 감정적 문제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
내 기준만으로 상대방을 재단하면 안 된다.
그런 1차원적 역학관계에 의한 감정이나 자기검열적인 부분 정도에 더해,
그 자기검열의 연장선상 이외의 뭔가를 잘 자각하기 힘든 느낌.
좀 더 복합적인 것, 이를테면 즐거운 게 뭔지, 남이 즐거울 건 뭘지,
누군가를 슬프게 했을 때 사과 이상으로 해줄 수 있는 행위가 뭔지 잘 사고가 작동을 안 하고.
누가 나를 상처입히고 슬프게 해도 화를 좀 내서 진정이 되면,
그 감정이 해소되지 않았어도 화해하는 게 논리적으로 낫다고 판단해서 화해는 해버리는데,
속으론 괴롭고 여전히 화도 날 때도 있는데, 그냥 무시할 뿐인 경우도 꽤 있다는 감각.
노래를 듣거나 할 때도 슬프거나 경쾌함, 웅장함 같은 것 이외의 특별한 감상을 못 느끼겠고.
어떤 복잡한 감수성 같은 게 짓뭉개져서 말라비틀어진 감각.
뭔가 대화를 할 때도 그 대화가 즐거운 대화일지 흥미로울지 같은 것도 대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진 모르겠고.
대체로 상대방이 꺼내준 화제가 아니라 이쪽에서 꺼낸 화제면 한 9할 이상은 꽝이기 마련인 것 같고.
또 뭔가 해달라고 요구받기 전에는 해주고 싶은 것 이외의 것을 캐치하지 못 해서 자주 다른 사람을 서럽게 하고.
그런 걸 해줘야 한다는 상황이라는 걸 인지를 못 하는 경우도 좀 있고,
또 해줄 때도 표현을 상대방이 만족스러울 정도로는 못 하는 게 대다수.
나름대로 같이 있으려 하거나 그런 마음을 표현하려고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상대방이 느끼기엔 요구하기 전에는 안 해주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은 경우가 많아보이고,
아무래도 정황상 실제로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큰 감각.
상대방이 서러워하거나 힘들어하는 상황이면 대체로 알아차리고 같이 힘들어하는 편이긴 한데,
그걸 표현을 못 한다고 할지 같이 힘들어하고 뭔가 달라붙는 것 이외의 행동 출력 방식이 망가져 있는 느낌.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표현해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으니까 계속 참으려 하는데
실제로는 외부에서 보면 그게 계속 새어나와서 결과적으로 매 순간 짜증을 내고 있는 상태로 보이고,
그러다가 누가 역린을 잘못 밟으면 스팀이 좀 많이 쌓인 상태라면 즉시 격발하는 감각.
스팀의 수용 한도 자체는 꽤 큰 편이라 생각하기는 하는데 그게 딱히 긍정적인 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