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일상/학원] 청춘사탕상자 - 1상자

#10530 [청춘/일상/학원] 청춘사탕상자 - 1상자 (1001)

종료
#0◆NBydEMAbwy(6a11e7f9)2026-02-28 (토) 13: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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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유시, 희양빌라 🏠 situplay>10425>159
시트 및 조율 어장 ✏️ situplay>10425>
#140서연우(374996d4)2026-03-01 (일) 23:59:07

눈을 감노라면, 코끝에 향기가 걸린다.
먼지의 향기, 나무의 향기, 눅눅히 가라앉은 햇살 향기, 난방유와 뒤섞인 테레빈유와 아마인유의 냄새, 그리고 네가 참 그윽하다고 좋아했던 먹 냄새.

귀에 걸리는 것은 차분히 타오르는 석유 난로 위에서 어느덧 부드럽게 끓기 시작한 물 소리요, 손 끝에 걸리는 것은 체온에 길들 대로 길든 막자가 부드럽게 사발 안의 전복 껍질을 갈아내는 감촉이다. 우리를 바라보던 그 아름다운 노을, 우리가 바라보았던 그 선명한 새벽. 그것을 함께 품은 그 색채를 쥐고 싶어서. 그것을 단 한 방울이라도 건져내어 한 획이라도 화지 위에 얹어낼 수만 있다면, 이 쓸쓸함도 아픔도 한때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던 그것을 기리는 제문이라 생각하고 어여삐 여길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러나 눈을 떴을 때, 막자사발에 담긴 것은 노을도 여명도 어느 것도 아니었다.

그저 투박하고 죽어버린 잿빛 가루들뿐.

익숙하다, 다정함이란 늘 이렇다. 가지고 있는 가장 고운 것들만을 골라 사발에 집어넣고 정성을 들여 갈아도, 결국 얻게 되는 것이라고는 이해할 수 없는 색깔들과 되다 만 잔해뿐. 그 나날들에게, 그 아이에게... 나는 아마 이 잿빛 가루처럼, 너무 곱게 갈려 그 색깔조차 사라진 지루한 호의에 불과했을 게다.

노력이란 대개 이런 결말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노력이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래서 항상 배신당한다는 것은 외면한다. 그저 내가 쏟은 시간이 무엇이 되었나를 냉정하게 보여줄 뿐, 배신당하는 것은 언제나, 그 무심한 결과에 감히 온기 어린 기대를 섞어버린 쪽이다.

언제나처럼, 내 탓이야.

손가락 끝에 묻은, 안료라 하기도 미안한 잿빛 가루를 문질러본다. 까칠한 감촉이 피부에 남는다. 무엇하러 이런 의미없는 짓을 계속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늘 짓던 눈웃음으로 대답하겠지. 홀가분하지도 못하고 허망한 눈웃음을.

그야, 내게 남은 것은 이것뿐인걸. 허무한 짓을 반복하고, 부서진 마음을 주워담아 다정한 체 웃어보이고, 화폭 앞으로 돌아오는 것.

소년은 손등을 들었다. 약간 헝크러진 분홍색 머리카락 아래에, 두어 방울 맺힌 땀을 쓸어본다. 막자사발 안에 맺힌 잿빛을 비웃기라도 하듯, 창고의 창문 밖에는 어느덧 흐리면서도 청량하고 은은한, 어느 초봄의 먼동이 터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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