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일상] 오늘의 코토리가와 일상록 - 03

#11008 [소꿉친구/일상] 오늘의 코토리가와 일상록 - 03 (222)

#0◆UlMmYj730W(3a8578be)2026-03-26 (목) 14:25:23
산과 강, 바다가 예쁜 코토리가와 마을의 평화로운 이야기
오늘도 이 마을은 평화롭고 조용히 흘러갑니다.

조율 어장 및 시트 - https://bbs2.tunaground.net/trace/situplay/10148
#89소우히 - 이치카(7c08d1de)2026-03-29 (일) 21:54:19
그녀가 잿빛 도시로 나가 가장 많이 보아왔던 것은 도시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정확하게 표현하길, 그 얼굴 위에 얹혀진 '표정이란 이름의 가면'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꺼운 가면을 쓰고 스스로마저 잃은 듯이 살아가는 모습과 풍경을 보고,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평온하게 살아왔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그 안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에 대해 다행이면서도 처음으로 씁쓸함을 느꼈다. 그리고 문득 생각났다. ...어떨까, 라고.

"에~ 약 먹어도 못 견딜 때가 있던데~ 견디느라 고생했어~"

재회한 이치카에게서 퍼진 것이 탁색이 아닌 그을음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눈치챘을 때, 옛 모습이 남아있으면서도 순간 순간 그녀가 봤던 '도시 사람'처럼 덧씌워지는 표정을 보았을 때, 싫어도 그녀는 깨달아버렸다. 그러나, 지난 세월간 이치카가 대체 무엇을 잃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손끝에 닿는 그의 뺨은 여즉 그대로인데, 표정은 그 시절이 아니다. 몇 번이나 탈피를 해왔을 것 같은 모습을 하고서, 눈을 감고 손길을 받아들이는 행동이 마치 이 가벼운 접촉조차 '견뎌내는' 것처럼 보여...

어쩌면 그러길 바라서 그렇게 말했던 걸까. 뻔하고 진부한 그 말을 그가, 이치카가 부정해주기를.

그러니까, 그녀는 이치카의 대답을 듣고 실망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쁜 표정도 아니다. 그를 향해 들었던 위스키 잔을 천천히 내리며 삼키는 숨 한 번이 술을 넘겼을 때보다 써서, 눈을 무겁게 내리감았다.

"...할 수 없는 약속은, 못 하는게 맞아. 잇쨩. 모르는 걸, 모르는 것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거기에 술기운을 더하진 않았다. 일부러 술잔을 코스터 위로 내려놓고 천천히 눈커풀을 들어올렸다. 순간의 쓴 맛은 삼켜버리고,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익숙한 그 시절 또한 남은 눈으로 이치카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괜찮아. 잇쨩이 자신을 더이상 잃고 싶지 않은 거, 그 마음 하나면 돼. 그 마음이면 다시 나아갈 수 있어. 찾을 수 있어."

그녀는 다시 손을 내밀었다. 술잔을 놓은 빈 손을 바 너머로 내밀었다. 전등빛을 받은 하얀 손은 옛날처럼 가늘고 곱지만은 않았으나, 그만큼 자라 있었다. 그가 내밀 손을 단단히 잡아줄 수 있을 만큼.

"잇쨩이 그럴 수 있도록 도와줄게. 알아가는데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옆에서 같이 있어줄게. 헤맬 때도 같이 헤매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줄게. 뭐, 너무 큰 실수면 볼 정도는 꼬집어주겠지만?"

풉, 하고, 투명한 수채화 색감 같은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그려진다.

"도와줄게. 나의 최선을 다해서."

그것으로 그녀는 대답을 다 했다는 듯 이치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대답을, 이치카가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 조용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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