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7-

#1105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7- (1001)

종료
#0에주(pL2B0Y1ZBq)2025-02-14 (금) 10:53:18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403공개된 극비(qlQRQAQSiq)2025-02-15 (토) 18:07:06
201n년 3월 13일, NEST 사 기숙사 습격사건.

잭은 오랜만에 바냐가 일하는 곳에 방문했다. 그의 오랜만의 기준이 남들보다 좀 좁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방문은 오랜만이긴 했다. 현장팀이 주로 쓰는 곳과 바냐가 주로 상주하는 곳은 애매하게 가깝고 애매하게 먼지라, 작정하고 갈 수 있다면 갈 수 있지만 가기 귀찮아지는 순간 한없이 가보자 하는 날만 기약하게 되는 딱 그 정도 거리였기 때문이다.
지하. 잭은 여기가 정말 근무하기 괜찮은 곳인지를 매번 안부 인사처럼 묻곤 했다.

“바냐! 나 왔어.”
“그래, 일단 그 땀 난 것 좀 말리고 와.”

오늘은 묻기 전에 바냐에게 선제로 저런 말을 들었지만 말이다. 훈련을 막 하고 아차, 하면서 급히 연락한 뒤 곧바로 온 상황이라, 잭은 히히 웃으면서도 지하 쪽 곳곳에 설치된 공기 송풍 장치를 강제로 들여다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내가 말했잖아. 지하라고 해도 나름 괜찮다고.”
“하지만 햇볕을 못 받잖아.”
“여긴 그러라고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니까.”

게다가 난 밥 먹으러 올라와서 맨날 1시간 산책은 기본으로 한단 말이야. 바냐가 중얼거렸다. 바냐는 물론 잭한테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햇빛 받고 달빛도 받고 바람도 쐬는 녀석에게 가만히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지루하고 귀찮고 힘든 일이란 사실을 그녀는 이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얼마 간의 잡담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퍽 상냥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선배님들 이야기지?”
“거의 항상 궁금한 거잖아. 너도 그렇고.”
“...뭐, 너나 나나 늘 궁금해하는 거긴 해. 앨리 선배님은 좋은 분이 맞는데.”

둘은 공통적으로 남은 한 사람을 서술하기를 생략했다. 그 대신 기록물을 뒤지는 것을 선택했다.

“이렇게 자주 열람해도 돼?”
“기록대장에 네 이름만 쓰고 가. 아니면 내 이름 써도 그만이고.”
“으응.”
“어차피 누가 와서 몰래 열람하고 가도 나한테 다 걸리기도 하고.”
“그것도 그렇네...”

잭이 잠깐 바냐의 손에 있던 장갑을 보다가 이내 기록물에 눈을 돌린다. 팔락, 팔락. 시간대로 나뉜 파일들이 착착 넘어가고 그들이 입사하기 이전 일들이 펼쳐진다.

“과연 오늘 우리 발굴 작업이 괜찮게 진행될까 보자고.”
“내가 듣기로는 형이 한 번 기숙사에서 습격을 당했었다고 들었어.”

그럼 이거야. 바냐의 장갑 낀 손이 정갈하게 정리된, 그러나 시간에 갉아먹혀 제법 낡은 파일 하나를 꺼낸다. 척척 꺼내는 모습에 잭이 작게 박수를 쳤고 바냐가 픽 웃는다. 바냐는 조심스럽게, 제법 낡은 자료를 파일철 안에서 하나씩 꺼내든다. 약간 노랗게 물든 낡은 종이 속 날짜와 사건명 바로 밑에 진술자 이름이 보였다.

다니엘 C. 워커.

-

네스트 사의 기숙사는 절대다수가 현장팀의 숙소였다.
다니엘은 그 부분이 꽤 신기했지만, 며칠 동안 네스트 사의 이곳 저곳을 둘러본 결과 그럴 만 하다고 결론지었다. 온갖 곳에 비밀 도로나 통로를 뚫어 놓아 출퇴근 할 때 걱정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으니까. 이걸 지은 세이프가드 재단의 주인 얼굴이 궁금했다. 정신머리도 그렇고.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뜯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알고 있기도 했고.
그래도, 신기한 건 신기한 거다. 출퇴근을 할 수 있다고 기숙사에 있는 장점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 빠른 출퇴근, 뭐 그런 것들. 아주 얄팍한 장점 하나 빼고는 쓰잘데기가 없어 보이는 지라 다니엘은 그냥 빠르게 가능성을 접었다. 그 대신 기숙사에 혼자 남은 자신의 어떤 신세를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고민해 보기로 했다.
현재 그는 회사 및 재단의 운영자, 이사진, 기타등등 높으신 인간들의 개인 신상과 입을 열면 안되는 비밀까지 전부 알고 있음을 시인하고 들어온 사람이었다. 모양새로 보면 인질이기도 했다. 목숨이 누구 손아귀에 쥐어진 듯한 기분.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바깥에 있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그래도 명색이 영웅 사업을 하는 재단의 산하인데.
최소한 건드리지는 않겠지. 다니엘은 짐더미 하나 없이 휑한 자신의 방을 본다. 들어온 지 2주 정도 흘렀던가. 제 짐은 한없이 가벼웠고 들락날락 할 사람도 없어 결국 처음 모습 그대로인 방이다. 기껏해야 인스턴트 음식 쓰레기가 전부다. 생활감 참 죽여주네. 다니엘은 그렇게 자조한다.
지금은 3월 12일 23시 50분. 이 기숙사를 쓰는 아주 많지 않은 사무직들마저도 집으로 돌아가고, 현장팀들 중 일부도 집으로 돌아가고, 심지어 남은 현장팀들도 새벽 패트롤과 주말 패트롤을 위해 남은 진성 미친놈들 뿐인 이곳. 다니엘은 이 건물에 고요히 혼자 남아있다.

-증인 A(사무직): 그 날 미리 조기 퇴소를 권고 받았음을 시인.

다니엘은 아직까지도 이 회사에서는 외부인이고 이방인이었다. 이 회사의 모든 인간들에게 적대받는 삶!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낮게 방 안에 울리다가 끊긴다. 오늘 하루만 해도 미친놈이란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던지. 미친짓으로 강제로 몸을 담게 된 인간을 받아들이는 눈이란 그렇겠지. 자기 혼자 빠루를 들고 문을 비틀어서 몸을 들이밀어 폭탄을 흔들며 온 인간이란 으레 그렇지 않겠는가. 다니엘은 그런 적의가 익숙했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다니엘은, 이렇게 혼자 붕 뜬 듯한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기괴할 정도로 고요한 이 시간이 좋았다. 아주 잠시나마, 혼자여도 괜찮다고 거대한 기숙사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풀썩. 다니엘은 말라비틀어진 감수성 사이에서 한줄기 물렁한 느낌을 받으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베개 맡과 서랍 안을 오늘도 확인한 그는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증인 D(정보제공자): 새벽 2시였지 그게.

13일로 넘어가고, 새벽 2시 3분. 토요일.

-증인 D(정보제공자): 그게 금요일일 리가. 토요일이였으니까 사람들이 다 꺼졌겠지.

텅.
텅, 텅.
유리창이 무언가에 두드려 맞는 소리가 울렸다.

-증인 D(정보제공자): 당신들이 그 소리를 들었어야 했는데.

-

쨍그랑!
유리창이 깨졌다.
기숙사 곳곳에 존재하는, 주인이 없거나, 분배되지 않았거나, 주인이 ‘없어진’ 방에서 난 소리였다. 텅, 텅, 쨍그랑! 방에서 하나씩, 하나씩 소리가 난다. 그리고 이어서, 문에서 들어왔다면 나서는 안 되는 발소리가 방에서 나와 복도로 향한다. 무거운 발소리다. 저벅저벅저벅. 그것들은 하나씩 하나씩 방에서 나와 점점 무리를 이룬다. 저벅저벅저벅저벅.

다니엘은.
그걸 꿈에서 보고 있었다.

그가 깨어난 것은 사건이 터지기 5분 전이었다. 꿈은 감각이 대부분 뭉툭하고 둔한 공간이지만, 그날따라 이상할 정도로 감각이 뾰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언가의 예지를 알려주는 듯이. 보통 이런 감각이 그를 따라올 때는 꼭 꿈 자체가 악몽이거나, 혹은 현실이 악몽이거나 둘 중 하나인 편이다. 현실은 이미 그렇게 된 지 오래라 그럴 일은 잘 없는데.
해서 그는 그저 자신의 몸 주변을 둘러봤다. 건물을 오르는 무슨 밧줄을 든 미친 강도놈들인지 뭔지를 발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였다.
5분은 그랬다.
문제가 있다면 그가 도망치기까지는 전혀 충분한 시간이 아니였다는 뜻이다.

다니엘은 눈을 떴다. 3분? 2분? 모르겠다. 다만 이상할 정도의 적막이 오랜만에 숨통을 조이는 감각이 불쾌했다. 이런 적막은 본래 자신의 것이다. 그런데 그걸 누군가가 강도짓이나 하려고 오다니? 다니엘은 어처구니 없어하면서도 서랍 안에서 물건을 꺼냈다. 총이다. 뭐, 이런 곳에서 혼자 살면 으레 한 정 정도는 챙기지 않는가. 그는 두 정이 있었지만.
나머지 하나도 베개 밑에서 마저 꺼낸 그는 품이 크고 낙낙한 옷을 급하게 챙겨 입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는 법은 품위있게도 잘 배웠다. 개좆같은 습관이 몸에서 보이는 게 기분이 나빴으나 지금은 그것보단 안전이 먼저다. 그는 두 정의 총을 챙긴 뒤에, 가만히 몸을 숙였다. 어디에 있지? 그 미친놈들이?
그때 소리가 들린다.
텅.
텅. 텅.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다.

다니엘은 바로 옆방으로 고개를 끼긱, 기계적으로 돌렸다. 긴장으로 어느새 굳은 목근육은 그렇게 활발하게 뜻대로 움직여주지 못했다.
텅! 유리창을 부수고 싶어하는 인간의 소음이 강렬히 그를 강타하고 있었다. 텅! 저게 자신의 방에 침입하면 어떻게 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다. 텅! 깨지지는 않았다. 아직 인기척이 복도에 슥슥 다니고 있지는 않았다. 텅!
다니엘은 빠르게 복도로 뛰쳐나가 그대로 계단으로 사라졌다. 한 층 밑으로 사라진 그는 이어서 유리가 차례차례 깨지면서 내는 빌어먹을 오케스트라를 들었어야 했다. 깨지지 말라고 만들어놓은 강화 유리는 깨어질 때 얼마나 부산스럽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가? 그걸 그런 식으로 알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증인 D(정보제공자): 그 정도만 있었다면 나도 원래는 그냥 1층으로 내려가서 튀었을 텐데.

그는 살그머니, 천천히 계단을 내려간다. 그가 배정받은 층수가 제법 높았던 게 불행이라면 불행이었다. 다니엘은 계속해서 생각한다. 어째서 저 유리 두드리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리는가. 계단통로가 소리가 울리기 좋은 공간인가?
아니다. 다니엘은 그러느니 빠르게 사고 전환을 하는 걸 택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차라리 다른 층에도 포진해 있다고 보는 게 더 옳았다. 1층이 안전한지 보고 오지 못한 게 그의 패착이라면 패착이였다. 이 씨- 욕을 읊조리던 그가 계단통로 쪽 창문을 흘긋 봤다. 이쪽을 타고 올라가는 인간은 아직 없는 건가.
바깥은 휑했다. 사람들이 사는 곳과 조금 멀리 떨어져서 지어진 곳이다. 계획된 설계고 계획된 구획 속이다. 여기에 나중에 올 인간이야 기껏해야 새벽 패트롤을 돌고 온 현장팀 영웅 나리들일 것이다. 다니엘은 그 인간들이 여기 도달하기 전에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런지 고민해 봤다. 그리고 역시 빠르게 접었다. 얼굴이 갈려 있거나 아예 육신이 이곳에서 사라져 있을 것이다.

...뭐 그래도, 살아야지. 최소한 그 자신이 살아 남아 반드시 이루고자 한 숙원을 이루기 전까지는 절대로, 허무하게 죽을 생각은 그도 없었다.

잘그락. 계단통로 창문 바깥에 와이어가 걸리는 소리가 났다. 다니엘은 가만히 그 와이어를 봤다. 계단통로에서 피신해 있는 것도 여기까지인가 싶어졌다. 다니엘은 친절한 경고의 의미를 담아서, 아직 올라오지 않은 무장강도인지 아니면 쓰잘데기 없는 쓰레기들인지에게, 엿을 먹여줬다.
창문을 열어 친히 와이어를 풀어버렸단 뜻이다.

아악! 밑에서 외마디 비명이 울렸다. 다니엘의 알 바는 아니었다. 위치가 어디로 보일지는 몰라도 이제 이동할 시간이었다. 다니엘은 품 안의 총 위치를 다시 확인하며 계단통로에서 벗어났다.
계단 통로에 별안간 드르르륵, 총소리가 무자비하게 들린 건 그로부터 3분 뒤였다.

-

사건 발생 30분 후.

다니엘은 지금 자신의 상황을 정리해 봤다.
다른 층으로 피신했다. 거기서 바깥을 다시 살폈다. 자신이 있는 방을 노린 게 확실했는지, 괘씸하게도 반대편쪽에 인원이 거의 없더라. 망원경 보는 인간이 있긴 했는데 그 인간이 뭐든 잘 볼수는 없는 법 아닌가. 그래서 그는 그 층에서 이것저것 챙긴 뒤에, 한차례 층 교란을 일으켰다. 잘 낚이더라. 등신들. 누구한테 교육 받은 건지 모르겠지만 명령 내린 인간 닮은 건 확실했다.
그리하여 그는 교란에 성공해 다시금 다른 층으로 몸을 피신했다. 놀랍게도- 그가 본래 묵던 곳의 바로 밑에층이였다. 높은 층까지 도로 올라왔으니 그만큼 체력이 미친듯이 달렸다. 동공이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는 게 체감이 될 정도였다. 폐에서 쇳소리가 났다. 다니엘은 이 정도에서도 움직인 적이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움직인 거고, 총을 든 상대 앞에서 움직인 적은 없으니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싶어 잠시 고민했다. 어디로 가야 제일 안전할까.
아마 머잖아 다시 수색을 위해 인원이 흩어질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유리창이 박살나 있어 자신이 있는 위치를 들키기 쉬웠다. 음, 훌륭하게 개좆같군.
급작스럽게 움직인 몸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심장은 산소를 달라고 폐를 쥐어뜯고 있었다. 폐는 목을 쥐어뜯고 있었고 목은 성대를 긁어대며 산소를 거의 흡입하고 있었다. 하아. 이제 피맛이 입 안에서도 났다. 다니엘은 아직 바깥이 소란스럽지는 않은지, 자세를 낮추어 슬그머니 테라스 쪽으로 향했다. 조금은 고요했다.
다니엘은 그렇게 상황이 몰리니 슬슬 열이 뻗쳤다. 핸드폰을 열어 그가 강제로 뜯어낸 연락처 중 하나를 쥐어잡아 총알 쏘듯 문자를 날렸다. 메신저 알람을 무차별적으로 터뜨려댔다. A라고 적혀 있어 연락처 맨 위에 올라가 있었으니 그게 누구인지는-

-증인 D(정보제공자): 그게 앨리스였지.
-증인 B(현장팀): 연락을 해준 덕에 심각성을 바로 알 수 있었지.


이제 알 것이다.
다니엘이 이런 발작적인 행위를 한 데에는, 그럼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정말 단순하고 지극히 다니엘 특유의 꼬인 사고에서 비롯된 비상식적인 이유라서 문제였지만.
테라스에 비상용 사다리 따위가 존재했다. 그래, 다른 층 같은 열을 공유하는 칸끼리 서로 오고 가도록 하기 위해 준비된 것들 말이다. 그게 보관함에서 꺼내지려다 만 상태로 덜커덕, 하는 소리를 내며 아슬아슬하게 그의 눈에 비치고 있었다.
고생을... 왜 했을까? 끓는 속을 가라앉힐까 말까 하던 다니엘은, 가라앉히는 대신 그 거센 감정을 연료 삼아 척척 사다리를 꺼내 조립하고 냅다 걸쳤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가 있는 위치는 발각되기 쉬운 위치와 상태다.

복도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다니엘은 조립된 사다리를 타고 넘어간다. 넘어가고 나면, 방 안에서 총알이 사정없이 난사되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저런 물건이 박살나는 소리. 변기가 깨지는 소리. 날카로운 파편이 자박자박 밟히는 소리... 이 층에 남아있을 이유가 있는가? 아니. 다니엘은 피로감이 짙은 얼굴을 하며 사다리를 하나 더 꺼낸다. 건너간 방 테라스에 있던 것이다.
덜컹. 사다리 하나를 더 꺼내고 조립을 못 한 그 사이에 그가 있는 방 문이 열린다. 다니엘은 에라이 씨X 같은 욕설을 읊조린다. 목격되기 참 어려운 방이 그에게는 이제 절실했다. 아니면 바깥에서 망원경을 들고 그를 보고 있을 인간이 먼저 실명되길 기다리거나. 다니엘은 그가 가진 게 뭔지 보다가, 일단 펼쳐져 있는 먼젓번의 사다리를 집는다.

그리고 하강한다.

-

사건 발생 1시간 후.
다니엘은- 지금 꼭대기 근처에서 사다리를 오르고 있다. 곧 있으면- 옥상이다, 개좆같은!
탕! 그를 노리는 총알 하나가 빗나갔다. 동시에 밑쪽이 소란스러워지는 게 들렸다. 늦어, 이 개새끼들아!

-

앨리스는 복귀 도중에 거대한 문자 폭탄을 받았다. 누구에게서 왔는지 처음에는 확신하기 어려운 물건이였다. 그녀가 아는 한 그녀에게 이 시간에 문자를 보낼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마저도 그녀에게 이런 식으로 알람을 주기 위해 보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문자를 보낼 인간은 아예 없었으니까.
그런 인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그녀와 동행해 패트롤을 돌고 있었다. 즉, 보낼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지금껏 살아온 삶의 궤적대로라면. 그녀가 간과한 게 있다면 최근 그녀의 삶에 끼어든 중대한 미친놈 하나가 있었다는 점이고, 불행하게도 그녀는 그 미친놈을 여기에 알박게 만든 장본인이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번호를 확인했다.

‘BASTARD’

그녀는 욕을 짓씹으며 내용을 확인했다.

“무슨 일이야? 그렇게 진동 울리는 거 처음 보는데.”
“그 미친놈. 번호 한 번 깠다고 왜 지랄-...”
“데이트 집착남 같네. 얼굴이랑 이름 텄다고 너한테 협박질 하는 건 아니지?”
“...선배, 밟아요.”
“뭐?”
“씨발 지금 기숙사가 습격당했다고!”

-

멋들어진 자동차 바퀴 소리? 그딴 건 없다. 그 이후에는 자동차가 과속하며 안에 있던 사람들이 크아악, 짧게 비명 지르는 소리와, 이 와중에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내부에 연락을 시도하려는 사람들, 앨리스에게 보내진 문자 수십통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한 뒤 비명을 지르면서 운전자의 의자를 내려치는 사람들만 존재했다. 아, 드리프트 소리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보다 컸지만 사람들은 그딴 걸 신경 쓸 이성이 없었다. 쓰겠나?
문자의 내용은 간단했고 반복적이였다. 기숙사 습격. 죽을 듯. 공실 위주로 침입. 총 있음. 때때로 문자 안에 빨리 쳐오지 않으면 죽을 거다 개새끼들아 등의 문장이 끼어있었지만 모두는 참작하기로 했다. 거기 혼자 있는데 그런 상황이 났다는 건 보통 상황이 아니란 거다.

촤아악. 마지막 드리프트와 동시에 그들은 도착했다. 동시에 차 몇대가 도착하는 건 장엄한 광경일 뻔했으나 동체에 밀쳐진 검은 인영 하나의 비명소리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일단 이 새끼 하나 검거.”
“안으로 진입할 사람 진입해! 생존자는!”
“지금 기숙사 안에 그 미친놈 하나 뿐이에요!”
“이미 죽었나?”
“...그럼 시체라도 데려와야지. 아무리 그놈이 미친새끼라도.”

외부에 있던 인간에게서 망원경 하나를 주운 선배들, 그리고 진즉에 망원경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본래부터 야간 패트롤이 천직이라 밤눈이 밝은 인간들. 냅다 돌진해 버린 인간이 절반이고 남은 인간이 절반이였다. 들어간 사람들에게 브리핑을 해주기 위해 남은 사람들이 그 중 둘이였고, 나머지는.

“...옥상으로 누가 가는데?”

기어코 그 인영을 발견한 인간들이었다.
숨 막히는 정적. 그게 예의 그 문자 테러한 우리팀 미친놈인지 아니면 간밤에 이따위 짓을 해놓고 살아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 개새끼들인지 확인을 못 한 인간들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인영을 좇기엔 이미 늦었다. 그 인영 하나가 옥상 너머로 사라졌으니 땅 바로 밑에 있는 인간들은 그냥 각도로 억까나 당할 뿐이다.
앨리는 울렁거리는 감정을 느끼며 계속해서 미친놈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 그녀가 보낸 문자 메세지가 세 배는 되었다. 살아있냐고 묻는 문자 메세지는 저 위에 가 있었고, 이제 그냥 A나 다른 글자 하나가 찍힌 문자만 한가득이었다.
그 순간에도 무전기로는 이것저것 이야기가 들린다. 여기 개판이다, 문짝이 싹 갈린 방이 한 두개가 아니다, 창문 몇 개가 박살이 났다, 여기 지금 대치하겠으니 더 와라. 인원들의 배치가 바뀌고 앨리스 역시 돌입하려는 그 찰나.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옥상에서 정확히 아홉 발의 소리가 났다.
영웅들에겐 모두 익숙한 박자였다.

SOS.
앨리스는 S를 뜻하는 짧은 총성이 세 발 들리자마자 와이어를 쐈다.

-증인 B(현장팀): 그때 다니엘이 진짜 또라이인 걸 알았어야 했는데. 누가 총으로 그딴 짓을 할 생각을 해?

-

다니엘은 거의 멍멍해진 귀와 늘어진 팔다리를 이끌고 옥상 문 옆에 앉았다. 이대로면 아마 살거나 죽거나겠지. 그래도 꼼꼼하게, 다 쓴 총은 문고리에 야무지게 걸어두었다. 안에서 밖으로 쉽게 들어오지는 못하게 말이다. 남은 총알은 셋. 음, 이럴 거였으면 그냥 돌아다니는 놈들 하나 둘 쏴서 떨어뜨릴 걸 그랬다. 그게 더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기어올라오는 것들이 휘휘 떨어지는 걸 보고 비웃을 정도는 됐을 텐데.
다니엘이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유언이나 남기는 슬픈 꼬라지를 하고 있는 이유는, 그의 구조 요청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신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걸 교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였고, 애초에 그를 구하러 올 의리도 없는 인간들이긴 했다. 이유도 별달리 없기도 했다. 그래도 구하러 온다면 뭐 좋겠지. 다니엘은 그렇게 희망차고 낙관적인 생각은 오래 전에 여러 번 접었다. 상황을 그가 컨트롤할 수 있을 때만 그건 유효한 생각이었다. 지금은 그게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금, 무슨 최후통첩 내리는 외로운 사령관마냥 우울하게 혼자 찌그러져 있는 것이다.

옥상에 와이어 걸리는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다니엘은 물론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총구도 겨눴다. 하지만 모든 자세가 엉망이라, 눈 앞에 곧 다가올 인간이 아군이 아니면-

“다니엘, 워커.”

-그건 꽤 익숙한 목소리였다.

“어떤 새끼가 실탄으로 그딴 짓을 하지?”

바람을 가르고, 저 땅 밑에서 고층의 기숙사 옥상에까지 기어코 올라와버린 그 사람의 목소리는 다니엘에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다니엘은 여전히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등장한 사람은 그걸 보고 코웃음을 쳤다.

“총구 내려.”
“...이 정도는 생각을 할 줄 알았는데.”
“뭐가.”

여기 있을 존재가 적일 가능성. 다니엘은 그렇게 말하기 전에 팔을 내렸다. 이제 들고 있기 너무 힘들었다. 사다리는 정말 존나게 타기 어려운 물건이다... 다니엘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도 이르게 도착한 사람을 물끄러미 본다. 붉은 머리는, 옥상 그 어둠 속에서도 식별할 수 있었다.
붉은 머리칼 밑에 있던, 그림자 속에 있는 목소리가 그를 향해 다시 조소 섞인 말을 건넨다.

“뭘 했는지는 모르겠고, 왜 여기까지 내몰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아야 할걸.”
“사건 진술때 보자고. 여기 가만히 있어라, 방해하지 마.”

그녀는 그렇게, 옥상 문을 잠금쇠처럼 막고 있던 빈 총을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니엘이 벽에 기대 마저 찬 바람을 맞으며 가만히 듣고 있자니, 비명 소리 중에 그가 아는 인간의 비명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방금 그를 비웃듯 배웅한 사람의 목소리는 특히 더.
총소리가 하나 둘 잦아든다. 주먹질 소리가 총소리를 대신하다가 또한 잦아든다. 긴장이 풀린 몸이 차가운 바람을 그다지 차갑지 않도록 느끼게 만든다. 수마가 다가온다. 졸립고 피곤하다...

-

-증인 D(정보제공자): ...일어나 보니 사내 병원이였지.

-

앨리스와 다니엘의 후임이나 마찬가지인 잭과 바냐는 기록을 덮었다. 잭은 당장 형에게 문자를 보냈다. 형 어떻게 살아남았어? 답신은 빠르게 왔다. 그건 네 누나한테 물어봐라.

-

앨리스는, 일이 정리되자마자 옥상에 다시 갔다. 체온을 잃어가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창백한 낯을 한 민간인이었다. 그것이 미친놈이라 불리는 인간일 지라도 그건 민간인이었다. 앨리스는 서둘러 그 사람을 들처 메고 다급하게 층계를 내려갔다. 맥박이 느껴졌다. 앨리스는 그게, 빌어먹게도 다행이라고 느꼈다.
앨리스는 그다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녀가 동료들과 다시 웃으면서 합류를 하게 된 건, 새벽을 꼴딱 새다가 별안간 그 민간인이, 다니엘이, 늦지 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이후였다.


“안 늦었으니까 살아있겠지.”
“걔들, 기어이 그걸 찾았네?”
“기숙사 습격사건이 그거 말고 또 있었냐...?”

지금의 두 사람은 그냥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평화로운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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