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22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61- (241)
작성자:에주
작성일:2026-06-27 (토) 14:01:39
갱신일:2026-07-21 (화) 13:15:54
#0에주(392b3448)2026-06-27 (토) 14:01:39
위키: https://opentalkwiki.mycafe24.com/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192난슬주(e57cbccc)2026-07-19 (일) 08:23:50
단 것 앞에서 무너지는 난슬의 원칙주의
#193소나주(4f7feb53)2026-07-19 (일) 08:41:20
>>192 난슬이...단거 엄청 좋아하는군요...!!
#194리베주(4f4706a6)2026-07-19 (일) 11:35:16
근데 리베리는 살쪄도 역삼각몸매에서 직사각형몸매가 될 뿐일 것 같고
#195아카주(b736ab0c)2026-07-19 (일) 11:40:01
약간 시즌이 아닐때의 보디빌더같은 체형이 될것 같은 그런
#196HiO주(4e14a07c)2026-07-19 (일) 11:42:58
>>194 좋은데(좋은데
#197HiO주(4e14a07c)2026-07-19 (일) 12:19:57
크억
졸ㄹ수ㅏ려럽니더
졸ㄹ수ㅏ려럽니더
#198소나주(4f7feb53)2026-07-19 (일) 12:21:30
톡바히바에용!
안녕히 주무세용
안녕히 주무세용
#199소나주(4f7feb53)2026-07-19 (일) 12:23:21
situplay>13270>686
어린이 말고 어른 하고 싶다면서 왜 다른 어른에게는 나이들었다고 놀리는 말 쓰는지 이해가 안 가는 레이군....
어린이 말고 어른 하고 싶다면서 왜 다른 어른에게는 나이들었다고 놀리는 말 쓰는지 이해가 안 가는 레이군....
#200소나주(4f7feb53)2026-07-19 (일) 12:24:43
신입씨가 범인(?)이었군요😂
#201소나주(4f7feb53)2026-07-19 (일) 12:25:57
situplay>13270>697
당황하는 레이군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대폭소하는 로키군
당황하는 레이군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대폭소하는 로키군
#202소나주(4f7feb53)2026-07-19 (일) 14:01:17
톡바쫀밤입니다...!!
#203HiO주(c10dd12c)2026-07-19 (일) 16:29:43
소바소바에용
#204에주(ef303148)2026-07-19 (일) 16:38:31
톡방겜을 슬더스라이크로 만들어볼까 고민되는 새ㅔ벽
#205소나주(몰폰(1d60e698)2026-07-20 (월) 04:26:45
오 카드게임...!
#206HiO주(abaf132b)2026-07-20 (월) 09:36:30
재밋겟다(재밋겟다
#207에주(ef303148)2026-07-20 (월) 10:00:24
카드겜 말고 그냥 턴제 전투가 될거같긴 하지만
테스트용으로 쓸 에즈 스킬 구상하는게 귀찮아서 늘어졋어요
테스트용으로 쓸 에즈 스킬 구상하는게 귀찮아서 늘어졋어요
#208리베주(67ad28ce)2026-07-20 (월) 10:32:00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을 시청했습니다.
작품 자체는 훌륭했습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상판의 창작 의식은 일본에 비해 한참 낮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째서 공식 스핀오프 패러디 “두근두근 초톡방 학원” 을 내주지않는겁니까?
상판의 미래가 걱정
작품 자체는 훌륭했습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상판의 창작 의식은 일본에 비해 한참 낮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째서 공식 스핀오프 패러디 “두근두근 초톡방 학원” 을 내주지않는겁니까?
상판의 미래가 걱정
#209HiO주(c10dd12c)2026-07-20 (월) 10:37:04
그렇게 다음 이벤트스레 주제가 정해졌다
#210HiO주(c10dd12c)2026-07-20 (월) 10:39:05
세피라들 담임 하면 재밌겠다라고 하려다가 유에를 봄
#211에주(ef303148)2026-07-20 (월) 10:47:09
어째서 공식 스핀오프 패러디 “두근두근 초톡방 학원” 을 내주지않는겁니까?
#212HiO주(c10dd12c)2026-07-20 (월) 10:47:47
무기한자유연재스핀오프 두근두근 초톡방 학원
2952년 절찬리에 오픈
2952년 절찬리에 오픈
#213난슬주(0ed70be6)2026-07-20 (월) 10:48:54
926년 존버하겠습니다
#214HiO주(c10dd12c)2026-07-20 (월) 10:50:04
난슬이를 담임으로
#215난슬주(0ed70be6)2026-07-20 (월) 11:02:43
수달이 담임인 세계
#216에주(ef303148)2026-07-20 (월) 11:16:19
수닮임
#217에주(ef303148)2026-07-20 (월) 11:19:59
뻘한데 수달이란 글자 볼때마다 자꾸 화이트데이의 손달수(수위)가 생각나요
늙크크라 그런가
늙크크라 그런가
#218리베주(67ad28ce)2026-07-20 (월) 12:34:09
화이트데이 수위한테 이름이 있었다고
#219에주(ef303148)2026-07-20 (월) 12:55:23
수위도 휴먼이야 휴먼
#221소나주(55126aa3)2026-07-20 (월) 13:31:38
화이트데이 수위한테 이름이 있었다고(2)
오....모르던 사실을 알아갑니닷
오....모르던 사실을 알아갑니닷
#222HiO주(c10dd12c)2026-07-20 (월) 14:02:11
수위아저씨 이름이 수위아저씨가 아니라고
#223소나주(55126aa3)2026-07-20 (월) 14:15:55
톡바쫀밤입니닷
#224HiO주(c10dd12c)2026-07-20 (월) 14:34:03
소바소바입니다
#225에주(ef303148)2026-07-20 (월) 14:43:15
간만에 웹박수 들어가봤는데 도배어그로가 있었군요
#226넛케주(53ae507d)2026-07-20 (월) 14:53:43
일단 대충 정리했다
웹박수에 조금 더 신경쓰도록 하겠읍니다
웹박수에 조금 더 신경쓰도록 하겠읍니다
#227에주(ef303148)2026-07-20 (월) 14:56:42
정말 위대합니다 선생
#228넛케주(53ae507d)2026-07-20 (월) 14:57:01
핫하 찬양하라
#229에주(ef303148)2026-07-20 (월) 14:59:05
넛주넛주넛주넛주넛주
넛주넛주넛주넛주넛주
넛주넛주넛주넛주넛주
#230넛케주(cc368084)2026-07-20 (월) 15:00:44
모르모르를 보는 모르모르의 기분이 이런걸까
#231HiO주(24c5de5f)2026-07-20 (월) 15:16:12
웹박수에 날짜도 표시되는구나
#232하루카와 아키의 이야기(6f87cd7b)2026-07-21 (화) 07:42:17
도시의 소음이 좋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덜컹거리는 지하철의 소리. 과속하는 차들과 그 사이로 퍼지는 호객꾼들의 실없는 소리들. 주변을 채울수 있는 소음이 있으면 오히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됐으니까.
싸구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트북 화면에 악보를 띄우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 자리에 혼자 앉아서 멍하니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어느 순간부터 그게 생활 패턴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딱히 고칠만한 이유를 찾지 못해 그저 하지도 않을 곡 작업을 몇달이고 계속했다.
18살, 봄. 밴드가 해산하고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 이유는 터무니 없었다. 아니, 음... 그렇게 터무니없지도 않았나. 흔히 있는 싸움후의 이별. 원인은 방향성의 차이. 좋게 말하면 그랬지만 순전히 나의 잘못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을 그 아이도 바랄거라고 생각한게 잘못이었다.
그 이후로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머리속에 있는 적당한 리듬이, 영 정리되지 않았다. 이전처럼 행동한다면 좀 괜찮을까 싶어 예전처럼 둘이서 들렸던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려 창문에서 제일 멀고, 조명도 제일 어두운 구석 테이블에 홀로 앉아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어보았지만, 글쎄 잘 되진 않았다. 빛이 잘 들지 않아서 다른 손님들은 잘 앉지 않는 곳. 애석하게도 변한 것은 없었다. 눈앞의 빈자리 말고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둘이서 새로 만든 멜로디를 이어폰 한 쪽씩 나눠 끼고 들었고, 함께 가사 아이디어를 냅킨에 끄적였다. 드링크바 음료를 번갈아 마시면서 몇 시간씩 있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어째서, 사람은 잃은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는걸까. 흔해빠진 영화가 싫다고 했던 사람이 어느새 그 영화의 인기없는 조연처럼 변할거라고는 역시 상상도 못했었는데.
"주문하시겠어요?"
고개를 들었다. 무뚝뚝한 목소리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런 애였다. 딱히 웃지도 않고, 그렇다고 불친절하지도 않은, 그냥 필요한 것만 하는 타입. 카라스마 하루카, 명찰에는 귀여운 히라가나로 그렇게 쓰여 있었다. 여기가 메이드 카페는 아니지 않나?
"따뜻한 카페라테 하나요."
"사이즈는요."
"레귤러로."
하루카는 그걸 적고 돌아갔다. 뒤돌아서는 순간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나는 그 뒷모습을 잠깐 봤다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내렸다.
처음 이 가게에 혼자 다시 온 게 고등학교 올라오고 나서였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잘 안 났다. 리이와 마지막으로 여기 온 게 중학교 3학년 봄이었으니까, 그 이후로 한동안은 오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이유도 없이 왜 돌아왔냐고 한다면...
리이는 없어졌지만 자리는 그대로였으니까. 그래, 이유라면 그뿐이다.
하루카를 처음 제대로 의식한 건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가게가 한창 바쁜 시간이라 주문을 받으러 올 사람이 없었는데, 하루카가 지나가다 내 빈 잔을 보고 아무 말 없이 드링크바에서 음료를 채워다 뒀다. 내가 뭔가를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자주 마시던 음료를 채워서 내려놓고는 떠났다.
"고마워요."
하루카는 가볍게 목례만 하고서 다시 일에 집중했다.
그게 다였는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다정하게 챙겨준 게 아니라, 그냥 당연한 일처럼 해준 게. 부담스럽지 않은 종류의 친절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뭔가 달랐다. 평소였다면 조금 짜증날만한 일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이었다.
나는 원래 사람들한테 먼저 다가가는 편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도 잘 웃고,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게 편했으니까. 내가 먼저 다가가면, 상대가 떠날 이유가 줄어드니까. 리이가 떠난 다음부터 더 그렇게 됐던 것 같다. 의식한 건 한참 후였지만.
그렇지만 하루카한테는 그 패턴이 잘 통하지 않았다. 내가 웃으면서 말을 걸면, 하루카는 필요한 대답만 하고 돌아갔다. 차갑게 구는 게 아니라... 잘 표편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거기까지였다. 손님과 알바생의 거리를 정확히 유지하려고 하는 것처럼. 서투르면서도 어딘가 좀 빈틈이 보이는 느낌.
처음엔 그게 좀 낯설었는데, 그다음엔 오히려 편해졌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우리가 친해진 건 그 다음 부터.
가게가 한산한 평일 오후였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인지 하루카가 카운터 근처에 멍하니 서 있었다. 계산하러 가면서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알바 얼마나 됐어요?"
"어... 네? 아, 한달정도 됐네요."
"학생? 학교는 어쩌구요."
"자퇴했어요."
"...그렇구나."
잠깐 말이 막혔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라서.
"혼자 살아요?"
"네."
"대단하네요."
짧은 대답이었는데, 불편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담담해서, 동정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그게 어쩐지 마음에 걸려서, 다음에 왔을 때 케이크를 하나 더 시켜서 하루카한테 줬다.
"이건?"
하루카가 물었다.
"그냥. 잘 챙겨줘서요."
"저는 그냥 일하는 건데요?"
"알아요."
나는 웃었다.
"그냥 주고 싶어 질때도 있잖아요?"
하루카는 잠깐 나를 보다가, 케이크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루카는 내가 오면 굳이 먼저 말을 걸지는 않지만 내 자리가 어딘지 기억했다. 항상 같은 자리였으니까 당연한 건데, 어쩐지 기억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 리필을 물어보지 않아도 눈치껏 채워줬고, 내가 이어폰 두 개를 다 끼고 있을 때는 말을 걸지 않았다.
작은 것들이었다. 근데 작은 것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거기에 기대게 되는데— 그게 무서우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날은 늦은 봄이었다.
여룸이 오고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작정이었는지 아침부터 시작된 비는 오후내가 되도록 그치지 않다가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그 모습을 감춰가고 있었다. 구름이 다 걷히지는 않아서 그런지 빛이 들지 않는 이 자리는 낮에도 항상 어두웠는데, 그 날은 유독 도시의 불빛도 잘 들어오지 않아 마치 섬에 고립된것 같은 느낌이라 나는 이어폰을 끼고 새로 만든 멜로디를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제목은 아직 없었다. 정확히는,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리이한테 붙여주려고 만들기 시작했던 건데, 이제는 그럴 수 없으니까. 멜로디만 있고 목소리가 없는 곡. 언제부터인지 그런 곡들이 쌓이고 있었다. 부를 사람이 없는 곡들이.
"아키쨩, 주문은?."
고개를 들지 않고 이어폰을 뺐다.
"아니, 아직 괜찮아."
그러고는 다시 이어폰을 끼려는데, 하루카가 가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내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하루카가 짧게 말하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척하며 천천히 돌아갔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이어폰을 끼려다가— 하루카의 입에서 뭔가 흘러나오는 걸 들었다. 아주 작게, 거의 들릴 듯 말 듯하게. 멜로디였다. 내 곡이었다.
그제서야 갑자기 하루카가 묘한 얼굴을 하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새어나갔었나..."
가게가 조용해서, 이 구석이 너무 고요해서, 소리가 새어나간 걸 몰랐던 거였다. 하루카는 그걸 귀에 담고 무심코 흥얼거리고 있었다. 아무 의식 없이.
그래, 리이도 처음에 그랬었는데.
내가 새로 만든 멜로디를 들려줬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따라 불렀었다. 천재도 아니고 특별한 귀를 가진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몸에 흡수하는 타입이었다. 나는 그게 좋았다. 내 음악이 누군가한테 스며드는 게.
하루카가 돌아가면서 흥얼거리는 게 멈췄다. 본인은 의식도 못 한 것 같았다.
나는 굳은채로 한참 동안 그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리이한테 했던 것처럼 누군가를 다시 그렇게 붙잡으면 결국 누군가를 부수고 말테니까. 그건 내 이기심이었다는 걸, 나의 음악을 위해 누군가를 장작처럼 태워버리는 거라는 걸. 그 애가 얼마나 숨 막혀 했는지 한 번도 안 들어줬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그 멜로디가 하루카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아주 짧은 그 순간. 오래 텅 비어있던 자리에 뭔가가 채워지는 것 같았다. 그게 착각이라는 것도 알면서.
착각인 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건지.
이어폰을 다시 꽂고, 노트북 화면을 닫았다. 오늘은 더 작업을 못 할 것 같았다.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빛이 들지 않는 구석 자리에, 혼자.
리이가 앉아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나는 출근 도장을 찍듯이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딱히 의식한 건 아니었지만 돌아보니까 일주일에 네다섯 번은 오고 있었다. 원래도 자주 오는 편이었으니까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달라진 건 있었다. 전에는 그냥 이 자리에 앉아있으려고 온 거였는데, 요즘은 하루카가 있는 시간대에 맞춰서 오고 있었다.
그걸 의식한 순간 좀 민망해서, 그냥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하루카는 여전히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내가 오면 알아보고, 자리가 어딘지 기억하고, 필요할 때 리필해주는 것. 그게 다였다. 근데 가끔, 정말 가끔씩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던졌다.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
"근처에 좀 일이 있었거든."
"헤에 무슨 일인데?"
"하루카를 보러왔다고 하면 믿을거야?"
"말하기 싫으면 됐어!"
하고 가버렸다. 대화라고 하기도 민망한 길이였는데, 이상하게 그게 기다려졌다.
어느 날은 내가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었더니 하루카가 지나가면서 말했다.
"또 막혔어?"
"어떻게 알았어?"
"표정. 아키쨩은 표정에 다 드러나니까!"
나는 그 말에 잠깐 웃었다.
"표정, 그렇게 티 나?"
"후후 자기는 잘 모르는 법이지!"
하루카는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게 또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하루카가 내 표정을 보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 생각을 자꾸 하게 돼서, 며칠은 의도적으로 덜 왔다. 이러다간 진짜 이상해질 것 같아서.
그렇지만 사흘 만에 또 가버렸다. 역시 그냥 그런 건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친구가 됐다고 느낀 것도 딱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어느 날 하루카가 쉬는 시간에 내 테이블 근처에 서서 폰을 보고 있었다. 딱히 말을 걸 생각은 없었는데, 하루카가 먼저 말했다.
"아키쨩, 기타 오래 했어?"
"초등학교 때부터. 그러고보니 하루카는 요즘 어때? 연습 잘되가?"
"그게 말이야!!! 미오씨가 요즘 기타 못건드리게 한단 말이야! 아키쨩은 완전 독학이랬었지?"
"처음엔 학원 다녔는데, 중간부터는 혼자. MyGO!!!!!의 아논씨를 동경했거든."
나는 노트북을 잠깐 덮었다.
"하루카는 노래는 언제부터?"
"노래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하게 된 거라서."
하루카가 어깨를 으쓱했다.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어릴 때부터 그냥 흥얼거리는 게 습관은 있었어. 뭐 엄마나 아빠가 그런거 별로 안좋아해서 금방 그만둬버리고... 그럼 미오씨랑 만나고 부터인가?."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구나?"
"없어! 뭐 최근에는 유튜브로 배우고 있지만!"
배운 적이 없는데 그 귀를 갖고 있다는 게. 나는 그 말에 잠깐 멈췄다가, 그냥 넘기기로 했다.
"밴드 하는 거, 재밌어?"
하루카가 잠깐 생각했다.
"재밌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데 계속 하게 되네."
"그게 재밌다는 거 아닐까?"
"글쎄에!!!"
하루카가 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아키쨩은? 지금은 혼자라고 했는데."
나는 잠깐 말이 막혔다.
"나는... 뭐, 아직 찾는 중. 같이 할 사람을. 방향성 차이로 해체한지 얼마 안됐거든"
하루카는 더 묻지 않았다. 그냥 "헤에 그렇구나." 하고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게 또 좋았다. 하루카는 곤란한 사람을 보면 못참는 주제에 숨기고 싶어 하는 뭔가를 더 알아내려고 파고드는 타입이 아니었으니까. 말한 만큼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편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더 말하게 됐다.
처음으로 가게 밖에서 만난 건 우연이었다.
편의점 앞에서. 나는 음료를 사러 들어가려다가 마침 나오는 하루카를 딱 마주쳤다. 알바복만 보다가 사복을 보니까 좀 새삼스러웠지만 제법 귀여운 느낌으로 잘어울렸다.
"어, 하루카"
하루카가 나를 보고 잠깐 멈췄다.
"아키쨩!"
"오늘은 휴일?"
"응! 오랜만에 새 쿠지가 나온대서 편의점 돌고 있었어!!"
"우와 그립네... 이거 그거잖아? 우리 어릴때 엄청 유행했던..."
"마지루루!!! 세이라씨가 좋아하는거래!"
하루카가 손에 든 봉투를 살짝 들어 보였다.
"당첨은 됐어?"
"아니? 스티커만 잔뜩이야. 하나 줄까?"
"...그럼 하나만 받을까. 답례라고는 뭐하지만 마실거라도 내가 살게."
"아싸!"
하루카는 뭐가 그리 신이 난건지 스텝까지 해가면서 편의점으로 돌아갔다. 고작 음료 하나에 저렇게 기뻐하다니 살짝 얼굴이 화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뭐 좋아하는거 있어?"
"음...아무거나! 뭐 얻어마시는 입장이니까!"
"그게 제일 어렵단 말이지."
내가 웃으면서 캔 하나를 집어줬다.
"이거 괜찮더라. 어때?"
하루카가 캔을 받아들고 잠깐 봤다.
"...닌자?"
"에너지 드링크. 새벽작업때 가끔 먹어."
"헤에, 아키쨩도 이런거 먹는구나."
"대체 네 안의 나는 무슨 이미지인거야?"
"가게에선 커피도 완전 진한거만 마시잖아!!!"
푸흡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것 같아서.
"거기선 커피는 무료리필이 두번까지 되니까 그런거고."
"에 한번까지 아니었어?"
"거기서 일하면서 나보다 모르면 어떡해?"
"사장님은 좋아할걸?"
나는 그 말에 잠깐 멈췄다가 웃음이 터졌다. 하루카는 뭐가 웃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봤다.
가게를 나와서 같이 조금 걸었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하루카는 말이 많지 않았고 나도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아키쨩"
하루카가 불쑥 말했다.
"왜 그래?"
"그 노래, 완성했어?"
비 오던 날 이어폰에서 새어나간 그 곡. 나는 잠깐 놀랐다. 하루카가 먼저 그 얘기를 꺼낼 줄 몰랐으니까.
"...아직. 뭔가 빠진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거든."
하루카는 그 말에 잠깐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되면 나도 들어도 돼?"
"들어줄 거야?"
"빠진 게 뭔지 모르겠다고 했으니까."
하루카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 귀로 들으면 알 수도 있잖아? 내 친구도 그랬어!"
나는 그 말에 잠깐 말이 없었다. 하루카가 먼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으니까. 대단한 말도 아니었는데, 어쩐지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러네."
내가 웃었다.
"그럼 완성되면 들려줄게."
"아싸! 기대되네!"
집에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하루카는 내 음악을 잘 모를 거고, 주법도 별로 관심 없을 거고, 밴드를 하고는 있지만 딱히 큰 열정이 있어보이지도 않았으니 그냥 옆에서 들어줄 수 있다고 말한 거겠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들렸으니까. 내 음악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들어줄 수 있으니까.
리이한테도, 그 이후에 만난 누구한테도, 그런 식으로 말해준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서.
안 된다는 생각은 여전히 있었다. 근데 아주 조금은 다행이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덜컹거리는 지하철의 소리. 과속하는 차들과 그 사이로 퍼지는 호객꾼들의 실없는 소리들. 주변을 채울수 있는 소음이 있으면 오히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됐으니까.
싸구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트북 화면에 악보를 띄우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 자리에 혼자 앉아서 멍하니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어느 순간부터 그게 생활 패턴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딱히 고칠만한 이유를 찾지 못해 그저 하지도 않을 곡 작업을 몇달이고 계속했다.
18살, 봄. 밴드가 해산하고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 이유는 터무니 없었다. 아니, 음... 그렇게 터무니없지도 않았나. 흔히 있는 싸움후의 이별. 원인은 방향성의 차이. 좋게 말하면 그랬지만 순전히 나의 잘못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을 그 아이도 바랄거라고 생각한게 잘못이었다.
그 이후로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머리속에 있는 적당한 리듬이, 영 정리되지 않았다. 이전처럼 행동한다면 좀 괜찮을까 싶어 예전처럼 둘이서 들렸던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려 창문에서 제일 멀고, 조명도 제일 어두운 구석 테이블에 홀로 앉아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어보았지만, 글쎄 잘 되진 않았다. 빛이 잘 들지 않아서 다른 손님들은 잘 앉지 않는 곳. 애석하게도 변한 것은 없었다. 눈앞의 빈자리 말고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둘이서 새로 만든 멜로디를 이어폰 한 쪽씩 나눠 끼고 들었고, 함께 가사 아이디어를 냅킨에 끄적였다. 드링크바 음료를 번갈아 마시면서 몇 시간씩 있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어째서, 사람은 잃은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는걸까. 흔해빠진 영화가 싫다고 했던 사람이 어느새 그 영화의 인기없는 조연처럼 변할거라고는 역시 상상도 못했었는데.
"주문하시겠어요?"
고개를 들었다. 무뚝뚝한 목소리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런 애였다. 딱히 웃지도 않고, 그렇다고 불친절하지도 않은, 그냥 필요한 것만 하는 타입. 카라스마 하루카, 명찰에는 귀여운 히라가나로 그렇게 쓰여 있었다. 여기가 메이드 카페는 아니지 않나?
"따뜻한 카페라테 하나요."
"사이즈는요."
"레귤러로."
하루카는 그걸 적고 돌아갔다. 뒤돌아서는 순간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나는 그 뒷모습을 잠깐 봤다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내렸다.
처음 이 가게에 혼자 다시 온 게 고등학교 올라오고 나서였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잘 안 났다. 리이와 마지막으로 여기 온 게 중학교 3학년 봄이었으니까, 그 이후로 한동안은 오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이유도 없이 왜 돌아왔냐고 한다면...
리이는 없어졌지만 자리는 그대로였으니까. 그래, 이유라면 그뿐이다.
하루카를 처음 제대로 의식한 건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가게가 한창 바쁜 시간이라 주문을 받으러 올 사람이 없었는데, 하루카가 지나가다 내 빈 잔을 보고 아무 말 없이 드링크바에서 음료를 채워다 뒀다. 내가 뭔가를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자주 마시던 음료를 채워서 내려놓고는 떠났다.
"고마워요."
하루카는 가볍게 목례만 하고서 다시 일에 집중했다.
그게 다였는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다정하게 챙겨준 게 아니라, 그냥 당연한 일처럼 해준 게. 부담스럽지 않은 종류의 친절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뭔가 달랐다. 평소였다면 조금 짜증날만한 일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이었다.
나는 원래 사람들한테 먼저 다가가는 편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도 잘 웃고,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게 편했으니까. 내가 먼저 다가가면, 상대가 떠날 이유가 줄어드니까. 리이가 떠난 다음부터 더 그렇게 됐던 것 같다. 의식한 건 한참 후였지만.
그렇지만 하루카한테는 그 패턴이 잘 통하지 않았다. 내가 웃으면서 말을 걸면, 하루카는 필요한 대답만 하고 돌아갔다. 차갑게 구는 게 아니라... 잘 표편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거기까지였다. 손님과 알바생의 거리를 정확히 유지하려고 하는 것처럼. 서투르면서도 어딘가 좀 빈틈이 보이는 느낌.
처음엔 그게 좀 낯설었는데, 그다음엔 오히려 편해졌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우리가 친해진 건 그 다음 부터.
가게가 한산한 평일 오후였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인지 하루카가 카운터 근처에 멍하니 서 있었다. 계산하러 가면서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알바 얼마나 됐어요?"
"어... 네? 아, 한달정도 됐네요."
"학생? 학교는 어쩌구요."
"자퇴했어요."
"...그렇구나."
잠깐 말이 막혔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라서.
"혼자 살아요?"
"네."
"대단하네요."
짧은 대답이었는데, 불편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담담해서, 동정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그게 어쩐지 마음에 걸려서, 다음에 왔을 때 케이크를 하나 더 시켜서 하루카한테 줬다.
"이건?"
하루카가 물었다.
"그냥. 잘 챙겨줘서요."
"저는 그냥 일하는 건데요?"
"알아요."
나는 웃었다.
"그냥 주고 싶어 질때도 있잖아요?"
하루카는 잠깐 나를 보다가, 케이크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루카는 내가 오면 굳이 먼저 말을 걸지는 않지만 내 자리가 어딘지 기억했다. 항상 같은 자리였으니까 당연한 건데, 어쩐지 기억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 리필을 물어보지 않아도 눈치껏 채워줬고, 내가 이어폰 두 개를 다 끼고 있을 때는 말을 걸지 않았다.
작은 것들이었다. 근데 작은 것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거기에 기대게 되는데— 그게 무서우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날은 늦은 봄이었다.
여룸이 오고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작정이었는지 아침부터 시작된 비는 오후내가 되도록 그치지 않다가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그 모습을 감춰가고 있었다. 구름이 다 걷히지는 않아서 그런지 빛이 들지 않는 이 자리는 낮에도 항상 어두웠는데, 그 날은 유독 도시의 불빛도 잘 들어오지 않아 마치 섬에 고립된것 같은 느낌이라 나는 이어폰을 끼고 새로 만든 멜로디를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제목은 아직 없었다. 정확히는,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리이한테 붙여주려고 만들기 시작했던 건데, 이제는 그럴 수 없으니까. 멜로디만 있고 목소리가 없는 곡. 언제부터인지 그런 곡들이 쌓이고 있었다. 부를 사람이 없는 곡들이.
"아키쨩, 주문은?."
고개를 들지 않고 이어폰을 뺐다.
"아니, 아직 괜찮아."
그러고는 다시 이어폰을 끼려는데, 하루카가 가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내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하루카가 짧게 말하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척하며 천천히 돌아갔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이어폰을 끼려다가— 하루카의 입에서 뭔가 흘러나오는 걸 들었다. 아주 작게, 거의 들릴 듯 말 듯하게. 멜로디였다. 내 곡이었다.
그제서야 갑자기 하루카가 묘한 얼굴을 하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새어나갔었나..."
가게가 조용해서, 이 구석이 너무 고요해서, 소리가 새어나간 걸 몰랐던 거였다. 하루카는 그걸 귀에 담고 무심코 흥얼거리고 있었다. 아무 의식 없이.
그래, 리이도 처음에 그랬었는데.
내가 새로 만든 멜로디를 들려줬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따라 불렀었다. 천재도 아니고 특별한 귀를 가진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몸에 흡수하는 타입이었다. 나는 그게 좋았다. 내 음악이 누군가한테 스며드는 게.
하루카가 돌아가면서 흥얼거리는 게 멈췄다. 본인은 의식도 못 한 것 같았다.
나는 굳은채로 한참 동안 그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리이한테 했던 것처럼 누군가를 다시 그렇게 붙잡으면 결국 누군가를 부수고 말테니까. 그건 내 이기심이었다는 걸, 나의 음악을 위해 누군가를 장작처럼 태워버리는 거라는 걸. 그 애가 얼마나 숨 막혀 했는지 한 번도 안 들어줬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그 멜로디가 하루카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아주 짧은 그 순간. 오래 텅 비어있던 자리에 뭔가가 채워지는 것 같았다. 그게 착각이라는 것도 알면서.
착각인 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건지.
이어폰을 다시 꽂고, 노트북 화면을 닫았다. 오늘은 더 작업을 못 할 것 같았다.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빛이 들지 않는 구석 자리에, 혼자.
리이가 앉아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나는 출근 도장을 찍듯이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딱히 의식한 건 아니었지만 돌아보니까 일주일에 네다섯 번은 오고 있었다. 원래도 자주 오는 편이었으니까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달라진 건 있었다. 전에는 그냥 이 자리에 앉아있으려고 온 거였는데, 요즘은 하루카가 있는 시간대에 맞춰서 오고 있었다.
그걸 의식한 순간 좀 민망해서, 그냥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하루카는 여전히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내가 오면 알아보고, 자리가 어딘지 기억하고, 필요할 때 리필해주는 것. 그게 다였다. 근데 가끔, 정말 가끔씩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던졌다.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
"근처에 좀 일이 있었거든."
"헤에 무슨 일인데?"
"하루카를 보러왔다고 하면 믿을거야?"
"말하기 싫으면 됐어!"
하고 가버렸다. 대화라고 하기도 민망한 길이였는데, 이상하게 그게 기다려졌다.
어느 날은 내가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었더니 하루카가 지나가면서 말했다.
"또 막혔어?"
"어떻게 알았어?"
"표정. 아키쨩은 표정에 다 드러나니까!"
나는 그 말에 잠깐 웃었다.
"표정, 그렇게 티 나?"
"후후 자기는 잘 모르는 법이지!"
하루카는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게 또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하루카가 내 표정을 보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 생각을 자꾸 하게 돼서, 며칠은 의도적으로 덜 왔다. 이러다간 진짜 이상해질 것 같아서.
그렇지만 사흘 만에 또 가버렸다. 역시 그냥 그런 건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친구가 됐다고 느낀 것도 딱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어느 날 하루카가 쉬는 시간에 내 테이블 근처에 서서 폰을 보고 있었다. 딱히 말을 걸 생각은 없었는데, 하루카가 먼저 말했다.
"아키쨩, 기타 오래 했어?"
"초등학교 때부터. 그러고보니 하루카는 요즘 어때? 연습 잘되가?"
"그게 말이야!!! 미오씨가 요즘 기타 못건드리게 한단 말이야! 아키쨩은 완전 독학이랬었지?"
"처음엔 학원 다녔는데, 중간부터는 혼자. MyGO!!!!!의 아논씨를 동경했거든."
나는 노트북을 잠깐 덮었다.
"하루카는 노래는 언제부터?"
"노래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하게 된 거라서."
하루카가 어깨를 으쓱했다.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어릴 때부터 그냥 흥얼거리는 게 습관은 있었어. 뭐 엄마나 아빠가 그런거 별로 안좋아해서 금방 그만둬버리고... 그럼 미오씨랑 만나고 부터인가?."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구나?"
"없어! 뭐 최근에는 유튜브로 배우고 있지만!"
배운 적이 없는데 그 귀를 갖고 있다는 게. 나는 그 말에 잠깐 멈췄다가, 그냥 넘기기로 했다.
"밴드 하는 거, 재밌어?"
하루카가 잠깐 생각했다.
"재밌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데 계속 하게 되네."
"그게 재밌다는 거 아닐까?"
"글쎄에!!!"
하루카가 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아키쨩은? 지금은 혼자라고 했는데."
나는 잠깐 말이 막혔다.
"나는... 뭐, 아직 찾는 중. 같이 할 사람을. 방향성 차이로 해체한지 얼마 안됐거든"
하루카는 더 묻지 않았다. 그냥 "헤에 그렇구나." 하고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게 또 좋았다. 하루카는 곤란한 사람을 보면 못참는 주제에 숨기고 싶어 하는 뭔가를 더 알아내려고 파고드는 타입이 아니었으니까. 말한 만큼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편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더 말하게 됐다.
처음으로 가게 밖에서 만난 건 우연이었다.
편의점 앞에서. 나는 음료를 사러 들어가려다가 마침 나오는 하루카를 딱 마주쳤다. 알바복만 보다가 사복을 보니까 좀 새삼스러웠지만 제법 귀여운 느낌으로 잘어울렸다.
"어, 하루카"
하루카가 나를 보고 잠깐 멈췄다.
"아키쨩!"
"오늘은 휴일?"
"응! 오랜만에 새 쿠지가 나온대서 편의점 돌고 있었어!!"
"우와 그립네... 이거 그거잖아? 우리 어릴때 엄청 유행했던..."
"마지루루!!! 세이라씨가 좋아하는거래!"
하루카가 손에 든 봉투를 살짝 들어 보였다.
"당첨은 됐어?"
"아니? 스티커만 잔뜩이야. 하나 줄까?"
"...그럼 하나만 받을까. 답례라고는 뭐하지만 마실거라도 내가 살게."
"아싸!"
하루카는 뭐가 그리 신이 난건지 스텝까지 해가면서 편의점으로 돌아갔다. 고작 음료 하나에 저렇게 기뻐하다니 살짝 얼굴이 화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뭐 좋아하는거 있어?"
"음...아무거나! 뭐 얻어마시는 입장이니까!"
"그게 제일 어렵단 말이지."
내가 웃으면서 캔 하나를 집어줬다.
"이거 괜찮더라. 어때?"
하루카가 캔을 받아들고 잠깐 봤다.
"...닌자?"
"에너지 드링크. 새벽작업때 가끔 먹어."
"헤에, 아키쨩도 이런거 먹는구나."
"대체 네 안의 나는 무슨 이미지인거야?"
"가게에선 커피도 완전 진한거만 마시잖아!!!"
푸흡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것 같아서.
"거기선 커피는 무료리필이 두번까지 되니까 그런거고."
"에 한번까지 아니었어?"
"거기서 일하면서 나보다 모르면 어떡해?"
"사장님은 좋아할걸?"
나는 그 말에 잠깐 멈췄다가 웃음이 터졌다. 하루카는 뭐가 웃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봤다.
가게를 나와서 같이 조금 걸었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하루카는 말이 많지 않았고 나도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아키쨩"
하루카가 불쑥 말했다.
"왜 그래?"
"그 노래, 완성했어?"
비 오던 날 이어폰에서 새어나간 그 곡. 나는 잠깐 놀랐다. 하루카가 먼저 그 얘기를 꺼낼 줄 몰랐으니까.
"...아직. 뭔가 빠진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거든."
하루카는 그 말에 잠깐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되면 나도 들어도 돼?"
"들어줄 거야?"
"빠진 게 뭔지 모르겠다고 했으니까."
하루카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 귀로 들으면 알 수도 있잖아? 내 친구도 그랬어!"
나는 그 말에 잠깐 말이 없었다. 하루카가 먼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으니까. 대단한 말도 아니었는데, 어쩐지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러네."
내가 웃었다.
"그럼 완성되면 들려줄게."
"아싸! 기대되네!"
집에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하루카는 내 음악을 잘 모를 거고, 주법도 별로 관심 없을 거고, 밴드를 하고는 있지만 딱히 큰 열정이 있어보이지도 않았으니 그냥 옆에서 들어줄 수 있다고 말한 거겠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들렸으니까. 내 음악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들어줄 수 있으니까.
리이한테도, 그 이후에 만난 누구한테도, 그런 식으로 말해준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서.
안 된다는 생각은 여전히 있었다. 근데 아주 조금은 다행이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233HiO주(b431ebd9)2026-07-21 (화) 09:14:34
나는이렇게 다정이 스며드는 이야기에 약하다
#234아카주(c6f7eee6)2026-07-21 (화) 09:29:53
원가 최근에 하루카네 멤버들이 다 사파스러운 영입경로처럼 느껴져서 정통파 키라도키 밴드물 느낌으로 해봣서용
Q 아키는 왜 헤어졌나요?
A 언럭키 칸나로 태어나버린 탓에 일일 30시간의 기타연습이란 모순을 못받아주는 사람밖에 없어서
Q 아키는 왜 헤어졌나요?
A 언럭키 칸나로 태어나버린 탓에 일일 30시간의 기타연습이란 모순을 못받아주는 사람밖에 없어서
#235HiO주(24c5de5f)2026-07-21 (화) 09:58:56
언럭키 칸나<<<<
그보다 하루는 24시간일텐데
그보다 하루는 24시간일텐데
#236아카주(c6f7eee6)2026-07-21 (화) 10:16:42
쓰러질때까지 기타를 치고 기절한다... 이를 반복!
#237에주(310696bf)2026-07-21 (화) 10:23:30
뜬금없지만 크라우저상 코스프레한 칸나네 친구들 상상하기
#238아카주(c6f7eee6)2026-07-21 (화) 10:28:00

(상상도)
#241소나주(09ced080)2026-07-21 (화) 14:20:45
톡바쫀밤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