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63-

#14698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63- (263)

#0에주(a322f3f8)2026-09-19 (토) 13:42:17
위키: https://opentalkwiki.mycafe24.com/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talk-clap.vercel.app/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214HiO주(1203e6b9)2026-09-30 (수) 15:08:33
10월입니다
올해가 2달만 남았다는 뜻이지요
#215소나주(d05043e5)2026-10-01 (목) 11:57:27
>>214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216HiO주(1203e6b9)2026-10-01 (목) 12:00:08
이제 또 눈 깜빡하면 1달이 지나잇겟죠
깜빡
#217넛케주(6cd78de9)2026-10-01 (목) 13:00:04
이럴수가
넛케주가 아직 17세 여고생쟝인것도 적응이 안 됐는데 벌써 17세 여고생쟝이 된다니
#218소나주(d05043e5)2026-10-01 (목) 13:43:52
(토닥토닥)
#219에주(e8bf7391)2026-10-01 (목) 13:49:54
넛주 환갑 축하드려요
#220넛케주(15a3b5b7)2026-10-01 (목) 13:59:45
^q^
올해도 안정적인 넛케주의 이미지
#221HiO주(1203e6b9)2026-10-01 (목) 14:10:22
넛주는 인외구나
이해했어
#222넛케주(15a3b5b7)2026-10-01 (목) 14:16:08
그렇다 드디어 넛케주주를 해치우고 클리파가 되었지
#223HiO주(1203e6b9)2026-10-01 (목) 14:17:58
이제 히오주주도 해치워주는거지
#224난슬주(f051e8aa)2026-10-01 (목) 16:10:16
순애집착러브라는건 좋군요
게임 이야깁니다
#225HiO주(51b7595c)2026-10-01 (목) 16:25:35
원래 순애집착러브는 좋은 거에요
#226에주(bf4aad44)2026-10-01 (목) 17:18:15
Attachment
.
#227HiO주(51b7595c)2026-10-01 (목) 17:22:40
360도꼬인순애도 순애다
#228에주(bf4aad44)2026-10-01 (목) 17:34:43
Attachment
.
#229소나주(몰폰(f477772b)2026-10-02 (금) 03:02:26
톡하입니닷

글리제 형제들 스진을 하기에 앞서서
리온소나 스진..?에 뭔가 마무리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중인데 어떻게 할지 고민되는 것입니닷

바다유리즈를 톡방에 등판시킬지
독백을 쓸지
냅다 씨솔트조vs바다유리조 배틀을 시킬지....?🤔

배틀물 세계관이니 배틀을 시키는 쪽이 가장 그럴듯해보여서? 끌리긴? 하네요
#230사서주(3e3fe4c8)2026-10-02 (금) 05:59:50
배
틀
!!!!!!
이 좋다고 생각해용(반짝

림봐스 최신 스토리 에필로그를 보고 굉장히 깝깝해진 사서주 등장
#231소나주(몰폰(65eba763)2026-10-02 (금) 07:53:00
역시 그럴까요!
상세한 건 또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230 (토닥....)
#232사서주(b08b0f34)2026-10-02 (금) 09:11:33
아니면 국룰 다이스라던가..!
소하소하에용!
#233HiO주(27010752)2026-10-02 (금) 09:27:52
뭐 배틀
재밋겟다
#234리베주(41bfdb9a)2026-10-02 (금) 10:20:58
뭐 배틀
재밋겟다
#235아카주(d03dfdba)2026-10-02 (금) 10:46:02
뭐 배틀
재밋겟다
#236리베주(41bfdb9a)2026-10-02 (금) 10:47:36
이제 여기 모인 세 사람으로 배틀 뜨죠?
#237아카주(d03dfdba)2026-10-02 (금) 10:48:39
살려주세요
#238리베주(41bfdb9a)2026-10-02 (금) 10:49:48
어째서
해치지 않아요
#239HiO주(51b7595c)2026-10-02 (금) 10:54:12
칼을 핥짝이기
#240아카주(d03dfdba)2026-10-02 (금) 10:54:29
배틀 대신 바이오 하루카짤을 드리겠읍니다
https://i.postimg.cc/T16wt9cr/3688031104.png
#241HiO주(51b7595c)2026-10-02 (금) 10:56:02
하루카쨩 멘헤라 컨셉샷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242아카주(d03dfdba)2026-10-02 (금) 10:58:05
Attachment
밴드는 제정신이 할 짓이 아니라는 공식에서의 증언도 있었으니까요
#243HiO주(51b7595c)2026-10-02 (금) 11:00:29
하지만 누가 예술을 건강한 정신으로 합니까? 피폐와 고통으로 쥐어짜인 예술만이 씹덕을 홀린다
#244아카주(d03dfdba)2026-10-02 (금) 11:05:03
Attachment
(끄덕)
#245리베주(41bfdb9a)2026-10-02 (금) 11:06:58
지나가는 톡방참치 전기로 지져서 독백 얻어내기
#246HiO주(51b7595c)2026-10-02 (금) 11:07:58
크아아아아아아악
#247아카주(d03dfdba)2026-10-02 (금) 11:08:31
분량때문에 안올라가요ㅕ
#248HiO주(51b7595c)2026-10-02 (금) 11:10:46
뭐 분량이 댑따큰 독백이라고
#249리베주(41bfdb9a)2026-10-02 (금) 11:11:15
뭐 분량이 댑따큰 독백이라고
#250아카주(d03dfdba)2026-10-02 (금) 11:11:44
사실 이전처럼 대부분은 대화문이라 분량뻥튀기의 나쁜 예긴 해요
#251리베주(41bfdb9a)2026-10-02 (금) 11:14:05
뭐라고 캐릭터 간의 케미 넘치는 티키타카가 많은 독백이라고
#252HiO주(51b7595c)2026-10-02 (금) 11:17:39
착석해서 기다려야지
#253라쿠나 - 4화 감기(6ed331ea)2026-10-02 (금) 11:22:03
감기에 걸렸다는 걸 인정한 건 체크아웃을 두 시간쯤 남겨두고서였다.
아침부터 몸이 무겁기는 했다. 눈을 뜨자마자 목 안쪽이 까슬거렸고, 이불을 걷어내면 춥다가도 다시 덮으면 금세 등에 땀이 배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도쿄에 온 지도 닷새가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먹고 제대로 잔 날이 얼마나 된다고, 몸이 멀쩡한 쪽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어젯밤에는 기타를 꽤 오래 붙잡고 있었다.
미오씨가 알려준 대로 손가락을 세워보려고 했는데 정신을 놓으면 금세 옆줄까지 같이 눌려져서 신경질이 났다. 손목을 조금 앞으로 내밀라는 말도 생각났다. 그렇게 하면 이번에는 손가락 끝이 아팠다. 몇 번이나 그만둘까 싶었지만 조금 전까지 안 나던 소리가 어쩌다 한 번 제대로 울리면 그게 아까워서 다시 처음부터 했다.
그러다 잠든 게 몇 시였더라. 잘 기억나지 않았다.

“……엣취!”

재채기를 하고 나니 머릿속까지 덩달아 흔들렸다.
침대 옆에는 구겨진 휴지가 벌써 몇 개 굴러다니고 있었다. 새로 쓴 것까지 던졌는데 쓰레기통 가장자리에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팔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였다.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그냥 포기했다.
그제야 조금 불안해졌다.
원래부터 아픈 걸 잘 참는 타입이 아니었으니까. 아프면 아프다고 했고, 싫으면 싫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프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아프다고 말한다고 해서 누가 뭘 해주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혼자 있다는 사실이 그런 데서 실감이 났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10시를 조금 넘어있었다. 체크아웃은 열두 시. 이대로 어디로 가기도 애매해서 숙박을 하루 연장하려면 얼마가 드는지 확인한 뒤 나는 습관처럼 지갑을 열었다.

돈은 며칠 전보다 확실히 줄어 있었다.
당연했다. 먹었고, 잤고, 전철을 탔고, 무엇보다 기타를 샀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침대 옆의 검은 케이스로 향했다.
미오씨는 싸구려라고 했다. 자기 기타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고도 했다. 사실 이제는 나도 조금 알 것 같았다. 자세히 보면 모양부터 달랐고, 헤드에 붙은 글자도 달랐다. 어제 미오 씨가 줄을 몇 번 튕겨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던 걸 보면 소리도 별로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내 기타였다. 어제는 미오 씨가 그걸 들고 연주했다.
나는 몇 번이나 박자를 놓쳤고, 숨이 모자라 엉뚱한 데서 노래를 끊었다. 그럴 때마다 기타가 조금 느려졌다가 다시 나를 따라왔다. 노래방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기계는 내가 틀려도 기다려주지 않았는데, 사람은 기다려줬다.
그 감각이 좋아서 기타를 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대신 병원비를 검색해봤다.
그리고 잠시 뒤 검색창을 닫았다.

“……아픈 것도 돈 드네.”

괜히 억울했다. 알고는 있었다. 살아가는 데에는 돈이 든다. 밥에도 돈이 들고, 잠을 자는 데도 돈이 든다. 아픈 데까지 돈이 든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것까지 계산하고 가출하는 열다섯 살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가족들에게 연락하기는 싫다. 말을 하지 않아도 네잘못이니 돌아오라 할게 뻔해서. 그러자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생각났다.
도쿄에 와서 처음으로 전화번호를 받은 사람. 밥을 두 번이나 사준 사람.
기타를 그만뒀다고 해놓고 내 싸구려 기타를 빼앗아서는 한 곡을 연주해준 사람.
나는 연락처를 열었다.
미오씨
잠깐 망설이다 메시지를 보냈다.
저 감기 걸린 것 같아요.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병원 가
그럴 줄 알았다.
싫어요
왜
돈 아까워요

읽음 표시가 뜨고 잠시 답이 없었다.
그래도 가
나는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올렸다. 괜히 웃음이 났다.
미오씨 집에서 하루만 자면 안 돼요?
이번에는 답이 조금 늦었다.
혹시 고민하고 있나 싶어서 괜히 화면을 바라봤다.
잠시 뒤 두 글자가 나타났다.
안 돼

“……너무하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목소리를 내자 목 안쪽이 따끔거렸다.
왜요
왜긴 왜야
저 환자에요
그러니까 병원을 가
숙소도 오늘까지예요

답장이 끊겼다.
나는 화면을 내려다보며 기다렸다. 일 분쯤 지나도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먼저 다시 보냈다.
미오씨
왜
돈도 별로 없어요

이번에는 제법 오래 읽음만 떠 있었다.
그러다 겨우 메시지가 도착했다.
기타 팔아
나는 고개를 돌렸다.
검은 케이스가 얌전히 벽에 기대어 있었다.
싫어요
답장은 거의 동시에 왔다.
그럼 숙소 연장해
그것도 돈 들어요
당연하지
그러니까 재워주세요
싫어

이번에는 더 이상 답장이 오지 않았다.
나는 휴대폰을 가슴 위에 올려놓고 천장을 바라봤다.
싫다고 했다.
그럼 싫은 거겠지.
며칠 전이었다면 아마 곧바로 왜 싫은지부터 물었을 것이다. 이유를 들으면 그 이유가 없어지는 방법을 생각했을 테고, 그러고 나서 다시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타를 팔던 미오 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걸 네가 정하지 마.
그 말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나도 나름대로 생각했고 겨우 결론을 내렸다.
직접 가서 딱 한 번만 더 물어보자.
그래도 싫다고 하면 그때 포기하면 된다.
이 정도면 꽤 많이 참은 것 같았다.
숙소를 나설 때 직원이 내 얼굴을 한 번 더 쳐다봤다.
내가 많이 아파 보였던 건지, 캐리어에 기타까지 들고 나가는 모습이 이상했던 건지는 모르겠다. 나도 거울을 보고 조금 놀랐으니 아마 전자였을 것이다. 코끝이 빨갰고 눈가도 조금 부어 있었다.
캐리어는 처음 도쿄에 도착했을 때보다 무거운 것 같았다.
안에 든 건 별로 늘지 않았다. 오히려 입고 있는 옷이 있으니 조금 가벼워야 했다. 그런데 계단 하나를 내려갈 때마다 손잡이가 손바닥을 잡아당겼고, 어깨에 멘 기타는 자꾸 벽에 부딪혔다.
밖은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군데군데 며칠째 못봤던 햇살이 비춰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우산은 챙겼다.
도쿄에 온 뒤로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이제는 하늘을 믿지 않기로 했다.
전철에서는 운 좋게 앉을 수 있었다. 눈을 감았다가 두 정거장을 지나칠 뻔했다. 그때쯤에서야 내가 정말로 아픈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역에서 내려 미오 씨가 보내준 지도를 켰다. 며칠 전 갑자기 아라카와 근처의 위치를 보내왔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찾아가려니 괜시리 고마웠다. 급할때 오라고 보내셨을테니까.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큰 건물이 줄어들었다. 낮은 주택과 작은 아파트 사이로 자전거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고, 어느 집 베란다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빨래가 흐린 바람에 조금씩 흔들렸다.
그 사이에 아는 사람이 산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노래방이나 규동집이나 악기점에서 만난 미오씨밖에 몰랐기 때문이다.
미오 씨도 집에서는 잠옷을 입을까. 당연히 입겠지?
그런데 상상이 잘 안 됐다.
현관 앞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힘도 별로 남지 않았다.
고작해야 3층짜리 낡은 아파트였지만 이 몸으로 캐리어에 기타까지 매고 올라가려니 죽을 맛이었다.
계단 중간에서 캐리어를 세워놓고 한 번 쉬었다. 기타 케이스가 등에 붙어 조금 더웠다. 숨을 고른 뒤 마지막 층까지 올라가 문패를 확인했다.
鞍馬. 제법 고풍스러운 한자를 쓰는구나.
초인종을 눌렀다.
안쪽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
“…….”

미오씨는 낡은 티셔츠에 편한 바지를 입고 머리는 아무렇게나 묶여 있었다. 한쪽 뺨에는 먼지인지 뭔지 모를 검은 자국까지 조금 묻어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나는 괜히 조금 웃었다.

“왜 웃어.”
“아뇨. 그냥.”
“뭔데.”
“미오 씨도 집에서는 그렇게 입는구나 싶어서.”
“사람을 뭐라고 생각한 거야.”

미오 씨는 그렇게 말하다가 내 뒤에 있는 캐리어를 발견했다.
그다음에는 기타를 보더니 표정이 천천히 굳었다.

“……왜 왔어.”
“재워달라고 했잖아요.”
“싫다고 했었지?”
“그래서 직접 부탁하러 왔어요.”
“그게 왜 그래서로 이어져?”
“문자로 말하는 거랑 직접 말하는 건 다르잖아요.”
“안 달라.”

대답이 너무 빨랐다.
조금 서운했다.

“하루만인데.”
“안 돼.”
“저 진짜 아파요.”
“그러니까 병원을 가라고.”
“싫어요.”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미오 씨 목소리가 커지는 순간 머릿속이 울렸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눌렀다.

“……크게 말하지 마세요.”
“누구 때문에 크게 말하는데.”
“머리 아파요.”

미오씨가 입을 다물었다.
잠시 뒤 한숨이 들렸다.

“가까이 와봐.”
“왜요.”
“열 보게.”

한 걸음 다가가자 손등이 이마에 닿았다.
차가웠다.
나도 모르게 눈을 조금 감았다.

“너 열 있잖아.”
“그러니까 감기 걸렸다고 했잖아요.”
“이 상태로 여기까지 온 거야?”
“전철 타고요.”
“그걸 묻는 게 아니야.”

미오씨가 머리를 쓸어올렸다.

“미치겠네, 진짜…….”

이상하게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됐다.
미오씨는 나를 만난 뒤로 자주 미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나면 대개 밥을 사주거나, 숙소를 걱정하거나, 기타를 봐줬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욕처럼 들리지 않았다.

“들어가도 돼요?”
“…….”
“미오씨?”
“......잠깐만 있어.”

문이 닫혔다. 나는 여전히 혼자 현관 앞에 남았다. 그야 그렇겠지. 이상한 사람은 집에 들이지 않는게 상식이었다. 아마 방금 말도 완곡한 거절이었울 것이다.
돌아가자고 생각할때쯤 안쪽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미오씨랑은 다른 조금 높은 느낌의 여자 목소리.
귀를 가까이 대려고 했지만 그러다 들키면 정말로 경찰에 신고당할 것 같아서 참았다.
잠시 후 문이 다시 열렸고 미오씨는 마땅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현관에서 비켜섰다.

“들어와.”
“네.”

캐리어를 끌려고 하자 미오 씨가 손잡이를 빼앗았다.

“제가 들 수 있어요.”
“지금 그 말이 나오냐.”
“여기까지 들고 왔는데.”
“그러니까 이제 그만 들어.”

한참을 실랑이를 했지만 결국은 내가 지고 말았다. 감기만 아니었어도 이겼는데.
현관 안으로 들어선 뒤 신발을 벗으려다 잠깐 멈칫했다. 방 안에는 상자가 보였다.
하나둘 정도가 아니라 거실 벽을 따라 같은 크기의 골판지 상자가 몇 개씩 쌓여 있었고, 아직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것들 사이로 접어놓은 옷이며 책등이며 이름 모를 전선 같은 것들이 비죽비죽 나와 있었다. 벽에 걸려 있던 것을 떼어낸 모양인지 한쪽에는 주변보다 색이 옅은 네모난 자국도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방 한쪽은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기타가 있었을 자리일까.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곳에 선채로 한동안 신발도 벗지 못했다.
미오씨가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다.
기타를 파는 것도 봤다.
그런데 그것과 이건 조금 달랐다.
말은 듣고 나면 사라졌지만 상자는 계속 거기 있었다.
정말로 이 사람은 자신의 흔적을 지워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싫었다.

“뭐 해.”

미오씨가 불렀다.

“……이사해요?”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들어와.”

대답을 피했다.
평소 같으면 바로 다시 물었을 텐데, 오늘은 머리가 아팠다.
그 덕분에 한 번 참았다.
거실로 들어가자 상자 사이에 쪼그려 앉아 있던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소매를 걷어 올린 셔츠에 편한 바지를 입고 있었고, 한 손에는 포장용 테이프가 들려 있었다. 미오 씨보다 조금 더 단정한 인상이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훨씬 어른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보더니 웃으면서 인사를 해주었다. 어쩐지 조금 수상해보여서 목례만 한 다음 미오씨를 봤다가 다시 여자를 봤다.

“……미오씨의 여자친구?”
“아니야.”

대답이 너무 빨랐다.
여자의 눈이 조금 커졌다가 이내 부드럽게 휘었다.

“안녕하세요. 여자친구는 아닌 나루미 세이라예요.”
“안녕하세요.”

나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카라스마 하루카, 예요.”
“가출한 열다섯 살.”

뒤에서 미오씨가 쓸데없는 사족을 덧붙이는 바람에 곧장 돌아서서 화를 냈다.

“그걸 왜 말해요!”
“중요하니까.”
“첫인상 이상해지잖아요!”
“그게 걱정돼?”
“당연하죠!”

세이라씨는 나와 미오씨를 번갈아 보더니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괜히 변명이 하고싶어지는 기분이었다.

“나쁜 짓 해서 가출한 건 아니에요.”
“그 설명을 붙이니까 더 수상하잖아.”
“미오씨가 이상하게 소개했으니까 그렇죠!”
“사실만 말했어!”
“말하는 방법이 있잖아요!”

목소리가 커질수록 머리가 다시 울렸다.

“으으…….”

관자놀이를 누르자 미오씨가 입을 다물었다.
세이라씨도 그제야 웃음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카씨... 라고하셨죠?”
“네.”
“일단 앉으시는 게 좋겠어요.”
“괜찮아요.”
“안 괜찮아.”

미오씨가 바로 끼어들었다.
나는 미오씨를 봤다.

“미오씨한테 물어본 거 아니잖아요.”
“누가 봐도 안 괜찮으니까 하는 말이야.”
“제 몸은 제가 더 잘 알죠.”
“그 몸 끌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

그건 할 말이 없었다.
세이라씨는 상자 하나를 옆으로 밀어 소파 앞을 비워줬다.

“일단은 여기 앉으세요.”
“아...... 그 저기, 감사합니다.”

순순히 앉자 미오씨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내가 앉으라니까 말대꾸하더니.”
“세이라씨는 안 화냈잖아요.”
“…….”

세이라씨가 입가를 가렸다.
미오씨는 나를 한 번 노려보고는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나는 세이라씨와 둘이 남았다.
조금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그렇지도 않았다.

“세이라씨.”
“네.”
“미오씨랑 친해요?”
“친하다고 해야 할까요.”

세이라 씨가 잠깐 생각했다.

“일하면서 알게 됐어요. 업무 때문에 몇 번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락하게 됐고요.”
“같은 회사예요?”
“아뇨. 회사는 달라요.”
“그런데 오늘은 왜 여기 있어요?”

질문이 연달아 나가자 세이라씨가 조금 웃었다.

“미오씨가 도와달라고 하셔서요.”
“짐 싸는 거요?”
“네.”

나는 주변의 상자를 다시 바라봤다.

“미오씨가 먼저요?”
“네.”

그건 조금 의외였다.
미오씨는 남한테 도와달라는 말을 잘 안 할 것처럼 생겼다. 적어도 나한테는 자꾸 혼자 알아서 하라고 했으니까. 뭐든지 자기 혼자서 어떻게든 해낼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어디로 가는지도 알아요?”
“고향으로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는 들었어요.”
“왜 가는지는요?”

세이라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을 했다.

“미오씨가 말해줬어요?”
“아뇨.”
“안 물어봤어요?”
“네.”
“왜요?”

이번에는 세이라씨가 나를 바라봤다.

“미오씨가 말씀하고 싶으시면 말씀하시겠죠.”

너무 당연하다는 말투였다.
나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

“……안 궁금해요?”
“궁금하긴 해요.”
“그런데 안 물어봐요?”
“네.”

이상한 사람이었다.
궁금하면 물어보는 게 보통 아닌가.

“안 답답해요?”
“조금은요.”
“그런데 참는거에요?”

세이라씨는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생각했다.

“참는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네요.”

나는 세이라씨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미오씨와는 전혀 달랐다. 미오씨는 대답하기 싫으면 싫다고 했고, 내가 자꾸 물으면 화를 냈다. 세이라씨는 애초에 묻지 않았다.
어느 쪽이 더 이상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때 미오씨가 체온계를 들고 돌아왔다.

“뭐를 참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세이라씨가 대답했고 미오씨는 더 묻지 않았다.
나는 그게 조금 신기해서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너 지금 뭐 배웠냐?”
“아무것도!!!”
“수상한데. 세이라 너도 애 앞에서 이상한거 가르치지 마. 이 녀석은 안 좋은건 죄다 흡수하는 스펀지 같은거니까.”
“그런가요?”
“아니에요!!!”

미오씨가 체온계를 내밀었다.

“재.”
“싫어요.”
“왜.”
“차갑잖아요.”
“카라스마.”
“네.”
“재.”
“싫어요.”

미오씨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결국 내가 졌다.
체온계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기다렸도니 삐, 하는 소리가 나자 미오씨는 뺏어가듯이 가져가서는 한숨을 쉬었다

“38.1도. 대놓고 감기네.”

숫자를 확인한 얼굴이 금세 굳었다.

“병원 가자.”
“싫어요.”
“하루카.”

나는 눈을 깜빡였다. 미오씨도 잠깐 멈췄다.
지금까지 거의 계속 너나 야 아니면 카라스마라고 불렀다. 어제 기타 때문에 화냈을 때 한 번 이름을 부른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때는 나도 정신이 없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들었다. 조금 친해진걸까? 왜인지 기분이 좋아졌다.

“왜 웃어.”
“안 웃었는데요.”
“웃었어.”
“아닌데.”
“입꼬리 올라갔어.”

나는 손가락으로 입가를 만졌다.
정말 조금 올라가 있었다.

“그건 그거고 병원은 싫어요.”
“왜.”
“돈 아까워요.”
“내가 낼게.”
“빚지는건 더 싫어요.”

미오씨 표정이 일그러졌다.

“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
“여기서 자면 되잖아요.”
“집에서 잔다고 감기가 낫냐?”
“잘 자면 낫죠.”
“그럼 숙소에서 자!”
“돈이 없어요.”

곧바로 기침이 나왔다. 몇 번을 연달아 하고 나니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다.
미오씨가 물을 찾는 사이 세이라씨가 먼저 컵을 내밀었다.

“천천히 드세요.”
“……감사합니다.”

몇 모금 마시고 나니 조금 나아졌다. 미오씨가 세이라씨를 봤다.

“너도 얘한테 뭐라고 좀 해봐.”
“병원에는 가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그치?”

미오씨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나는 배신당한 기분으로 세이라씨를 봤다. 만난지 얼마 안되긴 해도 믿을만한 어른처럼 보였는데.

“세이라씨.”
“네.”
“저 가기 싫어요.”
“그러시군요.”
“……끝이에요?”
“네?”
“억지로 안 데려가요?”

세이라씨가 조금 이상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제가 어떻게 억지로 데려가요.”
“쟤 열이 38도라니까.”

미오씨가 말했다.

“알아요.”
“미성년자고.”
“그것도 알고요.”
“그런데?”
“하루카씨가 싫다고 하시잖아요.”

미오씨가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세이라씨를 바라봤다. 역시 좋은 사람 같았다.
아주 좋은 사람.

“세이라씨.”
“네.”
“저 세이라씨가 좋은것 같아요.”

세이라 씨가 작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걸 왜 받아!”

미오씨가 소리쳤다.

“왜요!”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좋은데 어떡해요!”
“그걸 왜 나한테 따져!”

나도 세이라씨를 따라 웃었다. 그러다 또 기침이 나왔다.
미오씨는 한숨을 쉬었고 세이라씨는 웃으면서 다시 물을 채워줬다.
결국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미오씨는 끝까지 마음에 안 들어 했지만 일단 집에 있던 감기약을 먹어보기로 했다. 세이라씨가 약 상자를 가져다가 한참 설명서를 읽었다. 내 나이에 먹어도 되는지, 다른 약과 같이 먹으면 안 되는 건 없는지까지 확인하고서야 한 알을 건넸다.
그 사이 미오씨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냄비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뭐 해요?”
“죽.”
“할 줄 알아요?”
“쌀에 물 넣고 끓이는 걸 뭘 할 줄 알고 말고가 있어.”
“저는 못하는데.”
“라면은?”
“끓여봤어요.”
“그나마 다행이네.”
“컵라면이요.”

미오씨가 주방에서 얼굴만 내밀었다.

“……너 지금까지 뭘 먹고 산 거야.”
“밥이요.”
“됐어.”

다시 들어갔다.
나는 소파에 앉은 채 웃었다.
세이라씨는 그동안 계속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책을 크기에 맞춰 상자 안에 넣고, 테이프를 붙이기 전에 내용물을 작은 종이에 적었다. 미오씨가 대충 던져놓은 물건까지 하나씩 물어보며 분류했다.

“미오씨, 이건 가져가세요?”
“뭔데.”

세이라씨가 작은 상자 하나를 들어 보였다.

“아마도 무언가의 케이블 같은데요.”
“버려.”
“이것도요?”
“그것도.”
“그럼 이건요?”

이번에는 낡은 검은색 파우치였다.
주방에서 고개를 내민 미오씨가 잠깐 멈췄다.

“……그건 놔둬.”
“알겠습니다.”

세이라씨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파우치를 옆에 따로 놓았다.
나는 그걸 바라봤다.

“뭔데요?”
“몰라.”

미오씨가 말했다.

“미오씨 거잖아요.”
“너는 꼭 모든 걸 알아야 돼?”
“궁금하잖아요.”
“궁금해도 좀 참아.”

아까 세이라씨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파우치를 한 번 더 보고 입을 다물었다. 참아보는 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히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잠시 뒤 집 안에 죽냄새가 풍기자 배가 고팠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테이블에 그릇이 놓이자마자 숟가락을 들었다가 미오씨에게 손등을 맞았다.

“뜨거워. 좀 기다려.”
“배고파요.”
“그러니까 더 천천히 먹어.”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급하게 먹다 데니까.”

말하면서 미오씨가 죽을 몇 번 저어줬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웃었다.

“왜.”
“그냥요.”
“아까부터 왜 자꾸 사람 보고 웃어.”
“미오씨 생각보다 되게 잘 챙겨주네요.”

숟가락이 멈췄다.

“……아픈 어린애가 집에 쳐들어왔는데 안 챙기면 그게 더 이상한 거야.”
“그래도요.”
“먹기나 해.”

한 숟가락 먹었다.
조금 뜨거웠지만 참을 만했다.

“맛있어요.”
“죽이 맛있어봤자 죽이지.”
“생각보다 맛있어요.”
“생각보다는 빼.”

몇 숟가락을 더 먹자 속이 따뜻해졌다.
미오씨가 맞은편에 앉았다. 세이라씨도 짐 정리를 잠시 멈추고 커피를 들었다.

“어제 저녁은 뭐 먹었어.”

미오씨가 물었다.

“삼각김밥.”
“몇 개.”
“하나.”
“그게 저녁이야?”
“배 안 고팠어요.”
“지금은.”
“배고파요.”
“그럼 어제도 고팠겠지.”
“어제는 어제고 지금은 지금이죠.”

미오씨가 이마를 짚었다.

“그러게 기타는 그냥 다시 환불하라니까.”

숟가락이 멈췄다. 기분이 조금 상했다.

“기타 산 거 후회 안 해요.”
“후회하라는 얘기가 아니잖아. 당장 잘 곳도 없으면서—”
“그래도 안 아까워요.”

말이 조금 세게 나갔다. 미오씨도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릇 안의 죽을 내려다봤다.

“어제 재밌었으니까.”
“뭐가.”
“기타요.”

미오씨가 나를 봤다.

“미오씨 연주는 진짜 대단했으니까.”

말하고 나니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도 이미 시작했으니 끝까지 말했다.

“저는 재밌었어요.”
“…….”
“노래방이랑 달랐어요. 제가 틀리면 미오 씨가 기다려주고, 빨리 부르면 같이 빨라지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게 좋았어요.”

미오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괜히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 아마 열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안 팔 거예요.”

한참 뒤 미오씨가 말했다.

“누가 지금 팔랬냐.”
“아침에는 팔라고 했잖아요.”
“그건 숙소비가 없다니까 한 말이고.”
“그래도 안 팔아요.”
“알았어.”

생각보다 쉽게 물러났다. 미오씨가 이렇게 쉽게 물러난다니 나는 조금 놀라 미오씨를 봤다.
미오씨는 여전히 내 시선을 피한 채 물을 마셨다.
그 모습을 세이라씨가 조용히 보고 있었다.그런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이상한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인것 같긴 하지만.
약을 먹고 배까지 채우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미오씨는 침대를 쓰라고 했지만 그건 거절했다.

“왜.”
“미오씨 침대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쓰라고 하잖아.”
“남의 침대에서 자는 건 좀 그래요.”
“남의 집에 캐리어까지 끌고 와놓고?”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죠.”
“뭐가 다른데.”
“그냥 달라요.”

설명할 수는 없었다.
미오씨는 한참 나를 노려보다가 결국 소파에서 자라고 이불을 가져왔다.
세제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몸을 덮자마자 긴장이 조금 풀렸다. 눈을 감으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였다.
나는 화면을 바라봤다.
받아야 하나.
며칠 전 살아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는 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인지 전화는 그 뒤로도 계속 왔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몇 번은 모르는 번호까지 섞여 있었다.
휴대폰은 계속 울렸다.
받으면 무슨 말을 할까.
잘 지내고 있다고?
감기에 걸려서 며칠 전에 만난 사람 집에 누워 있다고?
돈이 없어서 오늘 잘 곳도 없었다고?
기타를 샀다고?
아무래도 다른 건 신경도 쓰지 않고 마지막 말에서 화를 낼 것 같았다.
나는 휴대폰을 뒤집었다.
진동이 테이블을 타고 짧게 웅웅거렸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미오씨도 전화를 본 것 같았지만 모르는 척했다.
세이라씨는 상자 안에 책을 넣고 있었다.
잠시 뒤 전화가 끊겼다.
나는 이불을 코밑까지 끌어올렸다.
조용해지니까 오히려 신경이 쓰였다.

“세이라씨.”
“네?”
“안 물어봐요?”

세이라씨가 고개를 들었다.

“뭘요?”
“전화요.”
“아.”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조금 기다렸다.

“누구 전화인지 안 궁금해요?”
“궁금하기는 해요.”
“그런데요?”
“하루카씨가 말씀하고 싶으시면 말씀하시겠죠.”

아까와 똑같았다.
나는 이불 밖으로 얼굴을 조금 더 내밀었다.

“저였으면 물어봤을 텐데.”
“그러실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냥 하루카씨는 궁금한 걸 바로 물어보시는 분 같아서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세이라씨는 안 그래요?”
“별로요.”
“왜요?”

세이라씨가 테이프를 손가락으로 눌러 붙였다.

“상대가 말하고 싶지 않은 걸 물어보면 곤란하잖아요.”
“그래도 말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잖아요.”

말하고 나니 너무 당연한 것 같았다.
그런데 세이라씨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네.”

쉽게 인정했다.
나는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이제 물어봐도 돼요?”
“뭘요?”
“미오씨랑 무슨 일 하는지.”
“그건 저한테 물어보셔도 괜찮아요.”
“몇 살이에요?”
“스물둘이에요.”
“남자친구 있어요?”
“없어요.”
“여자친구는요?”
“그것도 없어요.”
“미오씨랑 진짜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니라니까!”

멀리서 미오씨가 소리쳤다.
나는 웃었다.

“안 물어봤는데 듣고 있었네요.”
“네가 내 이름을 몇 번을 부르는데!”
“미오씨도 궁금했나 봐요.”
“뭐가!”

또 머리가 울릴 것 같아서 이번에는 먼저 손을 들었다.

“작게 알려주면 안되요?”

미오씨가 이를 악물고 입을 다물었다.
세이라씨가 웃고 있었다. 변치않은 모습으로.

“다음 질문은요?”
“음…….”

궁금한 건 많았다.
그런데 졸음이 더 셌다.

“다음에 할게요.”
“네.”
“다음에도 만나죠?”

세이라씨가 잠깐 나를 봤다.

“아마요.”
“다행이다.”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잠들기 직전에도 테이프 뜯는 소리가 들렸다.
찍.
잠시 뒤 다시.
찍.
눈을 감고 있으면 다른 건 잘 보이지 않아서 그 소리만 유난히 또렷했다.
누군가가 떠날 준비를 하는 소리였다.
아까부터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오씨.”
“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답이 왔다.
눈은 뜨지 않았다.

“진짜 갈거에요?”

테이프 소리가 멈췄다.

“……아직 몰라.”
“그런데 왜 짐 싸요?”
“갈 수도 있으니까.”
“언제요?”
“그것도 몰라.”
“그럼…….”

목이 따끔거렸다.
잠깐 기침을 한 뒤 이불을 더 끌어당겼다.

“아직 가지 마요.”

한동안 아무 대답도 없었다.
말하고 나니 조금 창피했다.
그런데 취소하고 싶지는 않았다.

“저 싫어요.”
“뭐가.”
“미오 씨 가는 거.”
“…….”
“싫어요.”

두 번 말했다.
그게 더 정확한 것 같아서.
미오씨가 한숨처럼 말했다.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알아요.”
“그런데 왜.”
“몰라요.”

정말 몰랐다.
도쿄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미오 씨를 알게 된 건 그보다 더 짧았다. 같이 밥을 몇 번 먹고, 노래방에 한 번 가고, 기타를 조금 배웠다.
그런데 없어지면 싫었다.
그것만은 알았다.

“그래도 그냥 싫어요.”

나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미오씨가 진짜 가고 싶은 거면…….”

말끝이 흐려졌다.
졸렸다.

“그럼 가야겠죠.”

그 말은 더 하기 싫었다.
그래도 했다.

“길은 미오씨가 정하는 거니까.”

잠깐 숨을 골랐다.

“근데 그래도 저는 싫어요.”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조금 뒤 다시 테이프 뜯는 소리가 났다.
찍.
그게 대답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창밖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처음 몇 초는 여기가 어딘지 몰랐다.
낯선 천장과 소파, 쌓여 있는 상자들을 차례대로 보고 나서야 기억이 돌아왔다.
몸은 아침보다 나았다.
코는 여전히 막혀 있었지만 머릿속을 흔들던 묵직한 느낌은 조금 가라앉았다.
상체를 일으키자 세이라씨가 나를 발견했다.

“일어나셨어요?”
“네.”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테이블 위에 물이 있었다.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미오씨는요?”
“쓰레기 버리러 가셨어요.”
“저 버리고 간 줄 알았어요.”
“그랬으면 저도 같이 나갔겠죠.”
“아.”

맞는 말이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잠들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세이라씨.”
“네.”
“저 아까 이상한 말 했어요?”
“언제요?”
“자기 전에.”

세이라씨가 조금 웃었다.

“미오씨한테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건 기억나요.”

기억하니까 왠지 조금 부끄러웠다.

“이상했어요?”
“아뇨.”

세이라 씨는 상자 안의 책을 가지런히 맞췄다.

“솔직하시구나 싶었어요.”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배웠거든요.”
“그런 것 같아요.”

칭찬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세이라씨는요?”
“저요?”
“솔직해요?”

세이라씨의 손이 잠깐 멈춘것 같았다. 아주 잠깐이라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지만.

“글쎄요.”
“왜 몰라요?”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요.”
“그럼 지금 생각해봐요.”

내가 말하자 세이라씨가 웃었다.

“지금요?”
“네.”
“아픈 사람치고 요구가 많으시네요.”
“저 거의 다 나았어요.”
“그건 체온계가 정해줄 것 같은데요.”

그 순간 현관문이 열렸다.

“일어났냐.”

미오씨가 들어왔다.

“네.”
“몸은.”
“괜찮아요.”
“열 재.”
“싫어요.”
“안 괜찮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미오씨는 대답 대신 체온계를 가져왔다.
이번에는 크게 싸우지 않고 받았다.
37.7도.
숫자를 확인한 미오씨 얼굴이 조금 풀렸다.

“내렸네.”

그 목소리에 안심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나는 미오씨 얼굴을 가만히 봤다.

“왜.”
“걱정했어요?”
“아니.”
“부끄러워 하시기는.”
“안 했어.”
“얼굴이 그런데.”

미오씨가 눈썹을 찌푸렸다.

“네가 사람 얼굴을 뭘 안다고.”
“몰라요.”

마음에 안드는게 있었는지 미오시는 내 볼을 잡아당기며 화를 냈다.
그게 묘하게 조금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솔직하지 않기는.

“그냥 그렇게 보여요.”
“멋대로 정하지 마.”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며칠 전에도 들은 이야기였으니까.
나는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덧붙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누가 걱정해준 것 같아서 좋았어요.”

미오 씨가 뭐라고 하려다가 멈췄다.

“그건 제 마음이니까 괜찮죠?”
“…….”

미오씨는 대답 대신 내 이마에 손등을 댔다.
이번에도 손이 차가웠다.

“열은 많이 내렸네.”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기분은 여전히 좋았다.

저녁이 지나자 세이라씨가 돌아갈 준비를 했다.
아침에 봤을 때보다 상자가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세이라씨가 온 덕분인지 책장 하나는 거의 비어 있었고, 바닥에 흩어져 있던 물건들도 대부분 제자리를 찾아 상자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해놓은 일을 보니 조금 미워졌다.

“오늘 고마웠어.”

미오씨가 말했다.

“아뇨. 생각보다 금방 끝났네요.”
“남은 건 내가 할게.”
“한꺼번에 하지 마세요.”
“이 정도는 괜찮아.”
“미오씨는 항상 그렇게 말씀하시잖아요.”

둘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일하면서 알게 됐다는 말이 조금 실감났다.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허물없는 건 아니었다. 세이라씨는 계속 존댓말을 썼고, 미오씨도 세이라씨에게 부탁할 때는 묘하게 한 번씩 망설였다. 그런데 서로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는 제법 잘 아는 것 같았다.
나는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구경했다.

“세이라씨.”

신발을 신던 세이라씨가 돌아봤다.

“네?”
“또 와요?”
“제가요?”
“네.”
“왜.”

미오씨가 물었다.
나는 바로 말했다.

“미오씨한테 안 물어봤는데요.”
“내 집이야.”
“세이라씨한테 물어본 거예요.”
“그러니까 내 집이라고.”

세이라씨가 웃었다.

“미오씨가 또 짐 정리를 부탁하시면 올 수도 있겠네요.”

그 말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유없이 올 수는 없어요?”
“왜요?”
“그냥요. 다른 사람이랑 있는건 재밌으니까.”

세이라씨가 잠깐 나를 바라봤다.

“그럼 기회가 있으면요.”
“약속이에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아.”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때 세이라 씨가 현관 옆에 놓인 내 캐리어를 바라봤다.

“그런데 하루카씨.”
“네.”
“오늘은 여기서 주무시는 거죠?”

나는 미오씨를 봤다.
아직 허락받지 못했다.
미오씨가 먼저 말했다.

“하... 오늘은.”
“진짜요?”
“오늘만이야 오늘만.”
“아싸!!!”
“기뻐하지 마.”
“왜요. 좋은데.”
“내일부터는 숙소 알아봐.”

기쁨이 조금 줄었다.

“돈이 없어요.”
“그러니까 기타를—”
“싫어요.”
“끝까지 들어!”
“팔라는 거잖아요.”
“……맞아.”
“그럼 싫어요.”

미오씨가 한숨을 쉬었다.
세이라씨가 우리 대화를 듣다가 물었다.

“내일부터 지내실 곳이 없으세요?”
“네.”
“지금까지 계시던 곳은요?”
“숙박비가 없어서...”

세이라씨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그럼 내일은요?”
“아직 몰라요.”
“대책없는 녀석이라니까.”

미오씨가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기타부터 샀어.”
“생각은 했어요.”
“뭔데.”
“사고 싶다고.”
“그걸 생각이라고 하냐?”
“제일 중요한 생각이잖아요.”

미오씨가 뭐라고 하려다 포기했다.
세이라씨는 웃지 않았다.
잠깐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걸 보고 먼저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뇨.”
“뭔데요?”
“조금 생각하고 있었어요.”
“뭘요?”

이번에도 질문이 연달아 나갔다.
세이라씨가 바로 대답하지 않아서 미오씨를 바라봤지만 무슨 생각인지 알겠다는 듯 세이라씨를 바라봤다.

“설마.”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너희 집?”
“설마요. 제 집은 아니에요.”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고개를 움직였다.

“뭔데요?”
#254라쿠나 - 4화 감기(6ed331ea)2026-10-02 (금) 11:22:18
“뭔데요?”

세이라씨는 나를 보고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 빈방이 하나 있어요.”

졸음이 완전히 달아났다.
지금 이 상황에 그 이야기를 한다는건 거의 확실한 이야기니까.

“진짜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순간 어지러워 다시 소파에 등을 붙였다.
미오씨가 바로 인상을 썼다.

“천천히 움직여.”
“어디예요?”
“여기서 그렇게 멀지는 않아요.”
“월세 얼마예요?”

세이라씨가 웃었다.

“그게 제일 먼저 궁금하세요?”
“네. 저 돈 없어요.”
“그건 자랑이 아니야.”

미오씨가 끼어들었다.

“알아요.”

나는 다시 세이라씨를 봤다.

“비싸요?”
“아주 비싼 편은 아니에요. 건물이 오래됐거든요.”
“저 오래된 건물 좋아해요.”
“방금 생긴 취향이지?”

미오씨가 말했다.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길래 무시했다.

“제가 들어가도 돼요?”
“그건 제가 결정할 수 없어요.”
“그럼 누가 정해요?”
“집주인분이죠?”

당연한 말이었다.
그런데 세이라씨가 말을 조금 망설였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분이셔서요.”
“무서워요?”
“아뇨.”
“그럼요?”

세이라씨가 생각했다.

“직접 만나보시는 게 빠를 것 같네요.”

그건 좀 무서웠다.

“저 떨어질 수도 있어요?”
“집 구하는데 떨어진다는 표현은 좀 이상하지만……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건 좀 싫은데.”
“아직 아무것도 안 했잖아.”

미오씨가 말했다.
맞는 말이라 더 싫었다.

“물어봐주면 안 돼요?”
“물어보는 것까지는 괜찮아요.”
“진짜요?”
“네.”
“오늘요?”
“시간이 조금 늦어서 내일 연락드릴게요.”
“아침에요?”
“아마요.”
“몇 시에요?”
“카라스마.”

미오씨가 낮게 불렀다.

“왜요.”
“그만 몰아붙여.”
“몰아붙인 거 아닌데요.”
“지금 몰아붙이고 있어.”

나는 입을 다물었다.
세이라씨를 봤다.
세이라씨는 화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금 전 미오씨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멋대로 정하지 마.

“……죄송합니다.”

세이라 씨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아뇨. 괜찮아요.”
“저 진짜 급해서.”
“알아요.”
“그래도 꼭 물어봐주세요.”

결국 마지막 한마디는 했다.
세이라씨가 웃었다.

“네. 그건 약속할게요.”

이번에는 약속이었다.
마음이 놓였다.

“감사합니다.”

세이라씨가 현관문을 열었다.

“그럼 내일 연락드릴게요.”
“내일 봐요.”
“연락한다고 했지 만난다고는 안 했잖아.”

그러고보니 계약을 해도 세이라씨랑 볼 일은 잘 없지 않나?

“안 만나요?”
“집주인분이 괜찮다고 하시면 아마 만나게 되겠죠.”
“그럼 내일 봐요.”

세이라씨가 조금 웃었다.

“네. 잘 쉬세요.”

문이 닫혔다.
조금 전까지 세 사람이 있던 집에 둘만 남으니 갑자기 넓어진 것 같았다.
나는 한동안 현관을 바라봤다.

“좋은 사람이네요.”
“응.”

미오씨가 바로 인정했다.

“미오씨보다 좋은 것 같아요.”
“나가.”
“저 오늘 자도 된다면서요.”
“취소할까?”
“싫어요.”
“그럼 조용히 있어.”

나는 웃었다.
소파에 다시 몸을 눕히려다 현관 옆에 세워진 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세이라씨가 조금 전에 닫은 상자가 있었다.
검은 기타 케이스와 갈색 골판지 상자.
하나는 내가 도쿄에 와서 새로 산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오씨가 도쿄를 떠나기 위해 싸놓은 것이었다.
둘이 나란히 있는 모습이 이상했다.

“미오 씨.”
“또 왜.”
“내일 기타 해도 돼요?”
“너 감기야.”
“나으면요.”
“안 돼.”
“왜요.”
“시끄러워.”
“앰프 없으면 별로 안 시끄럽다면서요.”
“기타 말고 네가.”
“아.”

그건 조금 납득됐다. 나는 이불을 덮었다.
내일 세이라씨가 집주인에게 연락해준다고 했다.
그다음은 몰랐다.
집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안 될지도 몰랐다. 일은 여전히 없었고 돈도 별로 없었다. 엄마에게서는 아마 또 전화가 올 것이고, 미오씨는 여전히 짐을 싸고 있었다.
모르는 게 또 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침만큼 불안하지는 않았다.
눈을 감자 조금 뒤 테이프 뜯는 소리가 들렸다.
찍.
나는 눈을 떴다.
미오씨가 상자 하나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미오씨.”
“왜.”
“아까 한 말 기억해요?”
“무슨 말.”
“가지 말라고 한 거.”

미오씨 손이 멈췄다.
나는 이불 속에서 얼굴만 내놓았다.

“기억 안 나요?”
“기억나.”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야.”
“그냥요.”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진짜 가고 싶으면 가도 돼요.”
“…….”
“그래도 저는 미오씨가 안갔으면 좋겠어요”

잠시 뒤 미오 씨가 낮게 말했다.

“알았어.”

그게 무슨 뜻인지는 묻지 않았다.
내가 싫다는 걸 알았다는 건지, 자기가 가도 된다는 걸 알았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잠이나 자라는 뜻인지.
아마 첫 번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내 마음이니까 괜찮았다.
다시 테이프 소리가 들렸다.
찍.
여전히 싫은 소리였다.
그래도 오늘은 그만 듣기로 했다.
내일이 있으니까.
적어도 지금의 나는, 내일은 당연히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255리베주(41bfdb9a)2026-10-02 (금) 11:28:01
리베주 오늘 지치는 일 많아서 머릿속이 헤벌레...... 상태였는데
여캐 많은 독백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니까
희희......////// 상태가 되었어요
너무 좋네요
#256아카주(d03dfdba)2026-10-02 (금) 11:29:33
폰으로 쓴거다보니 생각보다 가독성이 박살나버렸네용...
#257HiO주(51b7595c)2026-10-02 (금) 11:40:27
아아...
아름다운 독백이야......
#258아카주(d03dfdba)2026-10-02 (금) 11:42:20
https://suno.com/s/WdHXXJjyFWpNRAsl
그리고 이쪽이 ai로 만들어본 라쿠나의 리메이크 1장 테마곡입니다
#259HiO주(51b7595c)2026-10-02 (금) 11:46:16
헤에(헤에
#260HiO주(51b7595c)2026-10-02 (금) 11:46:30
목소리가 사각사각한 기분
#261아카주(6ed331ea)2026-10-02 (금) 11:51:19
아무래도 ai다보니 목소리는 어쩔 수 없더라구용
#262리베주(41bfdb9a)2026-10-02 (금) 14:07:36
리베리를 절망에 빠뜨리고 싶습니다
#263리베주(41bfdb9a)2026-10-02 (금) 14:48:54
리베리 쿧쿡 찌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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