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8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51-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5-02-26 (수) 11:23:46
갱신일:2025-03-01 (토) 18:09:44
#0에주(sRKOwtrUg2)2025-02-26 (수) 11:23:46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4X042년 2월 25일(SfDyAN1XV2)2025-02-26 (수) 13:23:32
날씨: 맑음
짙은 구름 사이로 햇빛 드리우기 시작한다. 5일 만의 일이다. 푸른 것들이 햇살 만끽하듯 바람에 살랑대며 몸을 흔든다. 회색빛 콘크리트 사이 꽃들이 물기 털어내며 한껏 제 모습을 뽐낸다. 그 아래 그가 서 있다.
한때는 아만다라 불렸으며 그 이후로는 그 이름보다 카산드라 -내지는 케이시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려 온. 그러나 이름이란 것은 부를 자 없는 세상에선 그다지 의미 있는 것 아니다. 그러니, 자아. 다시 소개하자.
한 차례 세찬 바람이 분다. 희게 바랜 머리카락이 그에 나부낀다. 그는 흐트러진 머리가 시야 가리는 것이 귀찮다는 듯 한 손을 들어 쓸어 넘긴다. 굳은살 박인 굵은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 미끄러진다. 이마에 옅은 흉이 얼핏 드러났다가, 앞머리가 다시 흘러 내려오며 덮인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다. 긴 속눈썹 아래 형형한 빛의 푸른 눈 드러난다. 시선이 저 먼 곳 향한다. 구름이 바람에 밀려 서서히 물러난다. 어릿어릿하던 물그림자가 윤슬로 덮여 그 형태를 잃는다.
천천히 손을 내린다. 접어 올린 소매 아래 켜켜이 쌓인 수많은 흉이 똬리 튼 뱀과도 같이 살갗 뒤덮고 있다. 그을린 피부와 달리 색이 아주 옅거나 짙은 탓에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그것에 별다른 감상 지니지 않은 듯하다. 천천히 허리 굽힌 그는 신고 있는 부츠의 끈을 조여 맨다. 리본을 단단히 묶어두고는 몸 일으킨다.
시선을 뒤로 돌리자 곤히 자고 있는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 보인다. 와중에 한 놈은 이미 잠 깨기라도 하였는지 그 옆에서 쭉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입술 사이로 픽, 웃음 흘린 그는 그 근처로 발걸음 옮긴다. 터벅거리는 발소리 건물 안을 울린다. 그는 익숙하게 제 다리 사이로 다가와 몸을 비비는 치즈색 고양이. 그 탓에 그의 청바지는 늘상 털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게 싫다는 말은 아니었으나.
그는 허리를 조금 숙여 손을 뻗는다. 손가락으로 이마 쪽을 살살 긁듯 쓰다듬자 금방 들려오는 골골대는 소리. 그의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 그린다.
"핀."
나직한 목소리로 이름 호명하자 말 알아듣기라도 하듯 고개 드는 녀석. 착하다 칭찬이라도 하듯, 손을 틀어 손바닥으로 놈의 턱을 쓸어내린다.
"웬일로 마일로도 아니고 네가 일찍 일어났네."
웃음기 어린 말. 그에 핀이라 불린 고양이는 항의라도 하듯 야옹, 하고 운다. 그는 작게 웃음 터뜨린다. 살살 달래기라도 하듯 부드럽게 말을 잇는다.
"알았어, 알았어. 가끔은 이럴 때도 있다는 거지?"
꼭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태도다. 아예 자리에 털썩 앉은 그는 핀을 조금 더 쓰다듬는다. 좋아하는 곳을 열심히 쓰다듬고, 꼬리 윗부분까지 여러 번 두드려주고 나자 그제야 화 풀렸다는 듯 다시 야옹, 우는 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교차하고 있던 다리를 푼다. 그러다 그를 올려다보는 핀을 보고는 그제야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연다.
"참, 네가 먼저 일어났으니 마일로와 오스카에게도 말 좀 전해주겠니? 잠시 다녀올 테니… 얌전히 있어 달라고. 돌아다녀도 좋긴 하지만, 내가 못 찾을 정도로 멀리 가는 건 안 돼."
그 외에도 이왕이면 이 층 안에 있으라든가, 물과 밥은 통에 채워두고 갈 테니 적당히 먹으라는 등의 이야기 남긴 그는 자리에서 몸 일으킨다. 두 손을 깍지 껴 위로 팔을 쭉 뻗어 한 차례 기지개를 켠다. 이내 팔을 도로 내린다. 관절을 풀어주듯 꼼꼼히 손목과 발목을 돌린다. 그런 후에야 다시 다리를 움직인다. 워커 부츠의 가죽은 유연하긴 하나 천으로 만든 컨버스와 달리 단단하다. 그만큼 가용 범위가 좁다거나, 신고 움직이기 썩 편한 물건은 아니라는 뜻도 된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들은 곳곳이 끊겨 있어 아래가 훤히 보이며, 때로는 식물의 줄기로 뒤덮여 원형이 남지 않았다. 그는 익숙하게, 또한 솜씨 좋게 몸을 날린다. 단단히 식물 엮이거나 판이 남은 부분만을 밟으며 내려가는 동작 시원스럽다. 일부분 무너져 뚫린 천장 사이로 빛 새어 들어온다. 비가 먼지는 충분히 씻어버렸을 테고, 이 정도 햇빛이면 태양광 전지가 충전되기도 충분할 테지. 그는 생각한다. 그러면 오늘 밤에 돌아올 때는 지금 머무르고 있는 층을 밝힐 정도의 전기는 축적될 테다. 그런 시답잖은 생각하며 몸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3층이다.
2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의 중간에서, 그는 전에 눈 여겨두었던 줄기 하나 찾는다. 그러고 보니 스포츠 층에 등산 장비를 파는 곳은… 없었지. 아쉬운 일이다. 단단한 로프나 피켈은 겨울이 아니라 해도 유용하게 쓸 일이 많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아쉬운 대로 두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튼튼해 보이는 배낭 하나 찾은 것은 좋은 일이었다. 온갖 짐을 넣어 손 아닌 등에 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식물의 줄기를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고는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한다. 적당한 시점에서 손을 놓고, 아래로 착지한다. 커다랗게 물 튀는 소리와 함께 부츠와 바지 절반 정도가 젖는다. 찝찝하기는 하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을 헤치며 앞으로 조금 나아가자 미리 자리 옮겨두었던 배가 보인다.
배라고 한들 정말 제대로 된 것은 아니다. 조각배나 뗏목에 가까운 형태. 나무를 엮어 띄운 것은 보기에는 엉성해 보이나 이래 봬도 지금까지 잘만 버텨온 든든한 녀석이다. 그는 등에 메고 있던 짐 먼저 배 위로 올린다. 한 손으로 보트의 바닥을 짚고, 한 번에 발을 굴러 위로 몸을 올린다. 그리고 몸을 돌린다. 그러다 천장 보인다. 회색빛 콘크리트, 미색의 타일, 푸른 식물들, 그리고 환한 햇살. 온갖 색이 망막에 어린다.
아이러니하게도, 멸망한 이 세계는 이다지도 안온하다….
짙은 구름 사이로 햇빛 드리우기 시작한다. 5일 만의 일이다. 푸른 것들이 햇살 만끽하듯 바람에 살랑대며 몸을 흔든다. 회색빛 콘크리트 사이 꽃들이 물기 털어내며 한껏 제 모습을 뽐낸다. 그 아래 그가 서 있다.
한때는 아만다라 불렸으며 그 이후로는 그 이름보다 카산드라 -내지는 케이시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려 온. 그러나 이름이란 것은 부를 자 없는 세상에선 그다지 의미 있는 것 아니다. 그러니, 자아. 다시 소개하자.
한 차례 세찬 바람이 분다. 희게 바랜 머리카락이 그에 나부낀다. 그는 흐트러진 머리가 시야 가리는 것이 귀찮다는 듯 한 손을 들어 쓸어 넘긴다. 굳은살 박인 굵은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 미끄러진다. 이마에 옅은 흉이 얼핏 드러났다가, 앞머리가 다시 흘러 내려오며 덮인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다. 긴 속눈썹 아래 형형한 빛의 푸른 눈 드러난다. 시선이 저 먼 곳 향한다. 구름이 바람에 밀려 서서히 물러난다. 어릿어릿하던 물그림자가 윤슬로 덮여 그 형태를 잃는다.
천천히 손을 내린다. 접어 올린 소매 아래 켜켜이 쌓인 수많은 흉이 똬리 튼 뱀과도 같이 살갗 뒤덮고 있다. 그을린 피부와 달리 색이 아주 옅거나 짙은 탓에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그것에 별다른 감상 지니지 않은 듯하다. 천천히 허리 굽힌 그는 신고 있는 부츠의 끈을 조여 맨다. 리본을 단단히 묶어두고는 몸 일으킨다.
시선을 뒤로 돌리자 곤히 자고 있는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 보인다. 와중에 한 놈은 이미 잠 깨기라도 하였는지 그 옆에서 쭉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입술 사이로 픽, 웃음 흘린 그는 그 근처로 발걸음 옮긴다. 터벅거리는 발소리 건물 안을 울린다. 그는 익숙하게 제 다리 사이로 다가와 몸을 비비는 치즈색 고양이. 그 탓에 그의 청바지는 늘상 털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게 싫다는 말은 아니었으나.
그는 허리를 조금 숙여 손을 뻗는다. 손가락으로 이마 쪽을 살살 긁듯 쓰다듬자 금방 들려오는 골골대는 소리. 그의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 그린다.
"핀."
나직한 목소리로 이름 호명하자 말 알아듣기라도 하듯 고개 드는 녀석. 착하다 칭찬이라도 하듯, 손을 틀어 손바닥으로 놈의 턱을 쓸어내린다.
"웬일로 마일로도 아니고 네가 일찍 일어났네."
웃음기 어린 말. 그에 핀이라 불린 고양이는 항의라도 하듯 야옹, 하고 운다. 그는 작게 웃음 터뜨린다. 살살 달래기라도 하듯 부드럽게 말을 잇는다.
"알았어, 알았어. 가끔은 이럴 때도 있다는 거지?"
꼭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태도다. 아예 자리에 털썩 앉은 그는 핀을 조금 더 쓰다듬는다. 좋아하는 곳을 열심히 쓰다듬고, 꼬리 윗부분까지 여러 번 두드려주고 나자 그제야 화 풀렸다는 듯 다시 야옹, 우는 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교차하고 있던 다리를 푼다. 그러다 그를 올려다보는 핀을 보고는 그제야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연다.
"참, 네가 먼저 일어났으니 마일로와 오스카에게도 말 좀 전해주겠니? 잠시 다녀올 테니… 얌전히 있어 달라고. 돌아다녀도 좋긴 하지만, 내가 못 찾을 정도로 멀리 가는 건 안 돼."
그 외에도 이왕이면 이 층 안에 있으라든가, 물과 밥은 통에 채워두고 갈 테니 적당히 먹으라는 등의 이야기 남긴 그는 자리에서 몸 일으킨다. 두 손을 깍지 껴 위로 팔을 쭉 뻗어 한 차례 기지개를 켠다. 이내 팔을 도로 내린다. 관절을 풀어주듯 꼼꼼히 손목과 발목을 돌린다. 그런 후에야 다시 다리를 움직인다. 워커 부츠의 가죽은 유연하긴 하나 천으로 만든 컨버스와 달리 단단하다. 그만큼 가용 범위가 좁다거나, 신고 움직이기 썩 편한 물건은 아니라는 뜻도 된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들은 곳곳이 끊겨 있어 아래가 훤히 보이며, 때로는 식물의 줄기로 뒤덮여 원형이 남지 않았다. 그는 익숙하게, 또한 솜씨 좋게 몸을 날린다. 단단히 식물 엮이거나 판이 남은 부분만을 밟으며 내려가는 동작 시원스럽다. 일부분 무너져 뚫린 천장 사이로 빛 새어 들어온다. 비가 먼지는 충분히 씻어버렸을 테고, 이 정도 햇빛이면 태양광 전지가 충전되기도 충분할 테지. 그는 생각한다. 그러면 오늘 밤에 돌아올 때는 지금 머무르고 있는 층을 밝힐 정도의 전기는 축적될 테다. 그런 시답잖은 생각하며 몸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3층이다.
2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의 중간에서, 그는 전에 눈 여겨두었던 줄기 하나 찾는다. 그러고 보니 스포츠 층에 등산 장비를 파는 곳은… 없었지. 아쉬운 일이다. 단단한 로프나 피켈은 겨울이 아니라 해도 유용하게 쓸 일이 많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아쉬운 대로 두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튼튼해 보이는 배낭 하나 찾은 것은 좋은 일이었다. 온갖 짐을 넣어 손 아닌 등에 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식물의 줄기를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고는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한다. 적당한 시점에서 손을 놓고, 아래로 착지한다. 커다랗게 물 튀는 소리와 함께 부츠와 바지 절반 정도가 젖는다. 찝찝하기는 하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을 헤치며 앞으로 조금 나아가자 미리 자리 옮겨두었던 배가 보인다.
배라고 한들 정말 제대로 된 것은 아니다. 조각배나 뗏목에 가까운 형태. 나무를 엮어 띄운 것은 보기에는 엉성해 보이나 이래 봬도 지금까지 잘만 버텨온 든든한 녀석이다. 그는 등에 메고 있던 짐 먼저 배 위로 올린다. 한 손으로 보트의 바닥을 짚고, 한 번에 발을 굴러 위로 몸을 올린다. 그리고 몸을 돌린다. 그러다 천장 보인다. 회색빛 콘크리트, 미색의 타일, 푸른 식물들, 그리고 환한 햇살. 온갖 색이 망막에 어린다.
아이러니하게도, 멸망한 이 세계는 이다지도 안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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