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53-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5-03-07 (금) 16:24:18
갱신일:2025-03-13 (목) 07:59:21
#0에주(EMmQM4lex6)2025-03-07 (금) 16:24:18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74Human in Orbit & ■-사백오십삼(Iy.hKIT6IW)2025-03-08 (토) 12:14:40
Pillow talk
"자기 전에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어느정도 위성에서의 업무가 안정되기 시작하고, 동료들과 번갈아가며 일을 순환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자 쉴 시간이 늘어났다. 내일은 푹 쉬어도 괜찮은 날이다. 늘어져 있기 좋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그 김에, 아냑은 미뤄둔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일이 있는 날에 자칫 대화가 꼬이면 큰 실수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대화로 한 번 꼬인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 다시 대화로 풀 수 있을 때가 있는. 딱 그런 날. 오늘이 그 날이다.
푸근하지는 않지만 한 몸 뉘어 쉬기엔 괜찮은 침대 위에서 아냑이 말했다. 반대편 침대에는 이불을 어깨에 망토처럼 두르고 헤쓱하게 골골거리고 있는 룸메이트가 보였다. 파리한 안색으로 종종 어디 아프냐는 말을 듣는 동료.
그리고 차원 관리자. 그가 아냑을 본다.
"어떤 건데요?"
대화를 시작하자. 아냑이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다가 도로 일어난다. 상대가 앉아있는데 본인만 누워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서두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 고민의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은 그 새를 못참고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은 아니였다. 아냑은 그 점을 다행이라고 여기며 입을 열었다.
"난 네가 무서워. 그래서 역으로 좀 막 대하는 게 있어. 널 좀 못 믿는 것 같기도 하고."
그간 아냑이 겪은 바를 생각해 보자. 홀로 위성에 1차 탐사 및 기초 토대를 정비하고 있는 와중에 나비도 아닌 생체 비행물체가 나비 흉내를 내면서 자기 기지에 몸을 들이받질 않나, 없던 외부인이 선내에 갑자기 생겼는데 자기만 그 사실을 알고 나머지는 아무도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의심도 안 하질 않나. 하루는 복도가 꼬여 무한히 갇히는 건가 하고 식겁할 일까지 생기고.
이 모든 게 3개월 안에 일어났다. 아냑은 굵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자기 말에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하려고 기억을 되짚었다가 역으로 너무 타당해서 목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네모라고 불리는 관리자가 헛기침을 했다.
"알아요. 그러실 필요도 있고."
범인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냑은 그래, 저 모습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딘가 주눅든 태도, 의연하다기 보다는 초연한 듯한 모습. 갑자기 쪼그라들어 사라질 것 같이 구는 게.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꺼내야 하는지 잘 정리가 안 된다.
"그게... 음... 난 그런 건 별로 마음에 안 들거든."
"어떤 게 마음에 안 드시길래."
"서로 못 믿는 거."
혼자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는 다르다. 함선 안에서 일과를 보내는 것과도 다르다. 탐사기지에서 임무를 하는 건, 같이 온 동료들과 마음을 맞추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 같이 생환하자는 믿음을 전제로 해야만 했다. 신뢰가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아냑이 네모라 불리는 이 동료이자 룸메이트에게 가지는 건, 뭐라고 할까. 끈끈한 동료애, 신뢰... 그런 단어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너는 아무튼 관리자니까, 당연히 살겠지. 라는 꽤 가볍고도 나이브한 믿음 정도. 그건 지금 상황에서 나쁘다고는 못 한다, 당연히. 손을 뻗으면 근처에 있는 희망 같은 느낌이니까.
그러니까 아냑은 그게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넌 지금까지 여러 다양한... 사고를 쳐 왔지."
"...제가 좀 한 사고 하죠."
"그래도, 결국 사람 꼴로 돌아왔으니까 난 그냥저냥 믿고는 있어."
"그럼 다행이네요."
"난 그 그냥저냥인 상태가 싫어."
"네?"
아냑이 마찬가지로 이불을 구겨 대충 어깨에 두르더니 팔짱을 낀다. 네모라는 이름의 동료가 눈을 몇 번 깜빡거린다.
"애매하잖아."
"...어, 죄송합니다?"
"아니, 네가 미안해할 건 아니고."
"그렇다고 아냑이 미안해할 일도 아니지 않아요?"
그런가. 아냑이 길게 푼 머리카락의 삐죽 튀어나온 부분을 몇 번 만지작거린다. 그래도 켕기는 건 켕기는 거다.
"난 이 기회에 너랑 내가 확실히 동료라는 생각을 하고 싶다는 거야. 일방적으로 관리자랑 피조물인 관계가 아니라."
그래.
아냑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문장으로 옮기는 데에 성공했다. 아냑이 침대 표면을 팡 두드리면서 그렇게 말하자 네모라 불리는 동료도 잠깐 눈이 커졌다가 그대로 작아진다.
"...지금까지도 그냥 잘... 된 거 아니였어요?"
"표면적으로는 그랬지."
"표면적이라도 잘 굴러갔으면 된 거 아니에요?"
"이봐, 우리는 결국 여기서 같이 일할거야."
짝! 박수를 친다. 이 대화를 회피하고 싶어하는 게 보이는 상대방을 붙잡아놓기 위해서다.
"이 주제 뒤에 벌써 뭐가 나올지 알고 있어서 그렇겠지. 하지만 뭐 어쩌겠어."
"......."
"난 다른 동기들, 여기 지내는 인간들과는 시간을 같이 보내 봤어. 하지만 넌- 너는 뭘 했는지 몰라."
"......."
아냑은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게 이 부분이다. 다른 동료들은 꺼리는 기색 없이 이 존재를 동기로 인식하고 행동한다. 과거에 대충 같이 껴있었구나, 너도 우리랑 같이 지냈지 참, 하는 동료 의식이 있어 보였단 말이다. 자신을 제외하고!
그게 꺼림칙했단 뜻이다.
그를 찾아낸 게 자신이고 이 삶에 끼게 만든 것도 자신인지라 그런 조작이 먹히지 않았다면, 아냑은 다른 방식으로 이런 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오기 전에, 뭘 했어?"
"...저는 아냑이 뭘 했는지도 모르는데."
"그럼 들을래? 들으면 알려줄 거야?"
"......."
이제 네모라고 불리는 동료는 문자 그대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정말 싫어하는 주제였나 본데. 아냑은 인내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이 정도도 못 기다려주는 인간은 아니다. 그는 가만히 룸메이트를 보다가, 도로 이불 두른 자세를 풀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어려운 대화였으면 관두자. 뭐, 널 못 믿는 건 아니-"
"...다음에."
"...응?"
"...다음에, 이야기해도 될까요?"
아냑이 잠자리를 다시 다듬으면서 룸메이트를 본다. 룸메이트의 표정은 어느새 질려있다기 보단 진지하게 바뀌어 있었다. 겁을 먹은 사람의 얼굴은 아니었다.
"...난 뭐 언제든 좋아."
"네, 그럼..."
"지금은 아니란 거지."
"...그렇네요."
하하. 어색한 웃음이 너스레 떨듯 나온다. 텅 빈 공기를 한차례 울리다가 사그라든다. 아냑은 자기도 대충 맞장구를 쳐주며 짧게 웃다가, 그럼 잘 자라고 손을 흔들며 누웠다.
안경을 접어 근처에 두는 소리가 달그락달그락 울리다가, 곧 조명이 암전된다. 빠르게 잠에 드는 소리가 숨소리와 함께 난다.
-
아냑은 자신이 잠들기 전에 한 말을 이렇게 빨리 후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야."
언제든 좋다는 말을 적어도 일할 때 빼고, 라고 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은 잠들기 직전에도 하긴 했었는데.
"여기 거기잖아!"
"네!"
"여기 어디야!"
"꿈이요!"
그렇다. 꿈의 주재자의 공간에 아냑은 잠들자마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둥실둥실 공중에 떠 있다가 사뿐히, 소리없이 안착하는 제 동료는- 아니 관리자는 정말이지 얄밉기 짝이 없었다. 미치겠네 진짜!
"그 언제든이 지금이였냐고!"
왜 이렇게 착실하게 마음의 준비도 다 하고 그런 건데! 왜 공간까지 따로 마련이 되어 있는건데! 아냑은 지금 자신의 어처구니를 찾고 싶어졌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끝없는 사막이었다. 검은 모래알이 곱게 깔린 곳. 그 위로 끝없는 우주가 펼쳐진 곳. 거기에 덩그러니, 세트장처럼 놓인 어느 공간. 테이블 하나가 있고, 그 위에 이런저런 종이더미가 있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의자가 하나씩 있고.
누가 봐도 이야기하기 딱 좋은 공간이다. 아냑은 이렇게 본격적인 곳에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왜 이렇게 추진력이 좋은 건데. 아냑은 자신의 추진력이 설마 이 인간한테서 기인하나? 싶어 그를 꼬라보기까지 했다!
"...? 여기 앉으세요."
하지만 관리자는 그저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할 뿐이였다. 아냑은 한없이 푸근한, 삭막한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평화롭고 정적인 공간에 덩그러니 서 있다가, 뒤늦게 의자에 저벅저벅 걸어가 털썩 앉았다.
"일단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네에."
"이런 건 좀 알려주고 해!"
"하하. 여기가 속말을 가감없이 하기 참 좋죠."
환하게 웃으면서 아냑의 말을 듣는 관리자의 태도는 이전과 달리 꽤 부드러운 구석이 있었다.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것 같이 바들바들 떠는 그런 태도라기 보다는, 휘어잡는 법을 아는 사람의 여유가 있다고 할까.
"알겠어요. 이번에 갑자기 초대드린 건 죄송해요. 그냥 이런 곳도 있고, 제 할 말은 여기서 해드리고 싶었다고... 그냥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래..."
관리자가 헛기침을 하더니 이내 차를 내온다. 아니, 내 왔다는 표현이 맞나? 어느새 거기엔 찻잔 안에 파르스름한 차가 있었다. 아냑은 이게 꿈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까지 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을 했는지, 제 과거가 궁금하신 거랬죠."
"...그런데."
"으음. 좋아요. 되는대로 말해볼게요."
-
아냑은 그에게서 꽤 많은 정보를 얻었다. 예컨대, 그가 인류가 멸망하기 조금 이전 세대 출신이라는 점. 그거야 당연히 말투에서 확신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가출 청소년 출신이였다는 점, 사진 작가였다는 점도.
관리자는, 아니, 청년은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쓰게 키득거리면서, 때로는 어떤 웃음도 내놓지 않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때때로 친구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럴 때마다 먼 곳을 쳐다본다. 아마 그의 시대는 끝났으니 이 땅에는 이제 없을 것이다. 아냑은 그 부분을 짐작하고, 친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작은 조의를 표했다. 마음 속으로.
어느 순간 이야기가 멈추고 머뭇거림이 느껴지면 아냑은 청년의 눈을 들여다 본다. 조악한 솜씨로 칠한 듯 불투명한 눈이 그를 반긴다.
"이제 그만 해도 돼."
"어, 네?"
"...난 이런... 걸로 사람 고문하는 취미는 없어."
한창 꿈을 꾸다가 사람이 죽는 장면을 묘사하던 참이였다. 그건 그렇게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였고.
"...이 앞에 더 끔찍한 이야기가 있는데도요."
"그러니까, 그 끔찍한 이야기를 네가 더 할 수 있는 상태면 난 괜찮은데, 너가 문제라고."
상대가 희게 질려가는 것이 보였다. 청년에서 관리자로 태가 바뀌어가고 있었다. 분명 피자 배달 이야기를 할 때는 역으로 석이 나가서 한차례 웃음 파티인지 열받음 파티인지를 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장르가 급변하고 있었다.
"괜찮아?"
"......"
"...난 네 걱정을 하는 거야."
"......"
"...이런 이야기니까 꺼내길 망설인 거겠지."
"...잠깐, 쉴까요."
"그래, 그러자."
두 사람은 한동안 청년의 과거 대신 사막에도 키위새가 살 수 있는지 등의 농담따먹기를 하기로 했다. 그런 농담따먹기를 이어갈 정도로 둘의 사교성은 나쁘지는 않았다.
-
아냑은 가만가만 자신의 과거 몇 개를 늘어놓았다. 용기 있게 과거를 들려준 데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떨지 말라고, 지옥같은 경험을 한 걸 입 밖으로 내뱉게 한 데에 미안하다고. 그 모든 게 함축된 털이였다.
아냑은 열 여섯살 때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 놀랄거다 부터 시작해서- 스물 네 살 때는 또 이런 일이 있었다 까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간추렸다면 간추렸고, 사건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꽤 자세했다. 비록 상대방에 비해 이야기의 분량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아냑은 너털웃음을 짓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아직도 화가 난다며 고함을 쳤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특히 관리자를 만난 부분에서는 해탈한 듯이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 관리자가 상대방이었고 듣고 있었으며 하하 웃으면서 이야기를 다 받아주고 있었다는 건 아냑에게 기묘한 감상을 남겼다.
검은 사막에 있을 수 없는 해와 달이 떴을 때, 청년은 마지 못한 이야기를 요약하기 시작해 들려주었다. 딱 별 몇 개 만큼의 찬란함과, 그 별들을 위한 거대한 검은 공간만큼의 절망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
"...요약이지?"
"그렇죠."
"...맨정신으로 자세히 서술하기엔 요약본도 너무 제정신이 아니라서."
"하하."
둘 다 테이블에 늘어져서는 그렇게 말한다. 그래도, 한껏 털어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청년의 음울한 낯에는 조금 양순하다는 인상이 감돌기 시작했다.
"여기 술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술이요?"
"뭔가 어울리지 않나?"
"전 글쎄요, 별로."
별로면 어쩔 수 없지. 아냑은 눈 앞의 기구한 삶을 산 청년의 마지막 나이를 알게 된 참이었다. 스물 아홉 언저리였던 것 같다. 꽤 가까운 나이였다.
아냑은 본래도 몇 번, 언젠가, 이 존재를 안쓰럽게 본 적이 더러 있었다. 그냥 자기가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무언가 안 될 때. 모든 걸 자기 탓을 하는 습관이 있어 보일 때. 아냑은 그럴 때마다 이 신이라는 직책을 가진 자를 동정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아침밥 뭐 먹지."
"어, 스프레드형 밥-"
"어허. 내가 꾸린 밭을 뭘로 보고. 우린 지금부터 작물을 마구마구 먹는다. 실시."
"...실시이이."
...그래, 그런 관계가 된 것 같다.
"자기 전에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어느정도 위성에서의 업무가 안정되기 시작하고, 동료들과 번갈아가며 일을 순환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자 쉴 시간이 늘어났다. 내일은 푹 쉬어도 괜찮은 날이다. 늘어져 있기 좋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그 김에, 아냑은 미뤄둔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일이 있는 날에 자칫 대화가 꼬이면 큰 실수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대화로 한 번 꼬인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 다시 대화로 풀 수 있을 때가 있는. 딱 그런 날. 오늘이 그 날이다.
푸근하지는 않지만 한 몸 뉘어 쉬기엔 괜찮은 침대 위에서 아냑이 말했다. 반대편 침대에는 이불을 어깨에 망토처럼 두르고 헤쓱하게 골골거리고 있는 룸메이트가 보였다. 파리한 안색으로 종종 어디 아프냐는 말을 듣는 동료.
그리고 차원 관리자. 그가 아냑을 본다.
"어떤 건데요?"
대화를 시작하자. 아냑이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다가 도로 일어난다. 상대가 앉아있는데 본인만 누워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서두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 고민의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은 그 새를 못참고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은 아니였다. 아냑은 그 점을 다행이라고 여기며 입을 열었다.
"난 네가 무서워. 그래서 역으로 좀 막 대하는 게 있어. 널 좀 못 믿는 것 같기도 하고."
그간 아냑이 겪은 바를 생각해 보자. 홀로 위성에 1차 탐사 및 기초 토대를 정비하고 있는 와중에 나비도 아닌 생체 비행물체가 나비 흉내를 내면서 자기 기지에 몸을 들이받질 않나, 없던 외부인이 선내에 갑자기 생겼는데 자기만 그 사실을 알고 나머지는 아무도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의심도 안 하질 않나. 하루는 복도가 꼬여 무한히 갇히는 건가 하고 식겁할 일까지 생기고.
이 모든 게 3개월 안에 일어났다. 아냑은 굵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자기 말에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하려고 기억을 되짚었다가 역으로 너무 타당해서 목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네모라고 불리는 관리자가 헛기침을 했다.
"알아요. 그러실 필요도 있고."
범인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냑은 그래, 저 모습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딘가 주눅든 태도, 의연하다기 보다는 초연한 듯한 모습. 갑자기 쪼그라들어 사라질 것 같이 구는 게.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꺼내야 하는지 잘 정리가 안 된다.
"그게... 음... 난 그런 건 별로 마음에 안 들거든."
"어떤 게 마음에 안 드시길래."
"서로 못 믿는 거."
혼자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는 다르다. 함선 안에서 일과를 보내는 것과도 다르다. 탐사기지에서 임무를 하는 건, 같이 온 동료들과 마음을 맞추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 같이 생환하자는 믿음을 전제로 해야만 했다. 신뢰가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아냑이 네모라 불리는 이 동료이자 룸메이트에게 가지는 건, 뭐라고 할까. 끈끈한 동료애, 신뢰... 그런 단어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너는 아무튼 관리자니까, 당연히 살겠지. 라는 꽤 가볍고도 나이브한 믿음 정도. 그건 지금 상황에서 나쁘다고는 못 한다, 당연히. 손을 뻗으면 근처에 있는 희망 같은 느낌이니까.
그러니까 아냑은 그게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넌 지금까지 여러 다양한... 사고를 쳐 왔지."
"...제가 좀 한 사고 하죠."
"그래도, 결국 사람 꼴로 돌아왔으니까 난 그냥저냥 믿고는 있어."
"그럼 다행이네요."
"난 그 그냥저냥인 상태가 싫어."
"네?"
아냑이 마찬가지로 이불을 구겨 대충 어깨에 두르더니 팔짱을 낀다. 네모라는 이름의 동료가 눈을 몇 번 깜빡거린다.
"애매하잖아."
"...어, 죄송합니다?"
"아니, 네가 미안해할 건 아니고."
"그렇다고 아냑이 미안해할 일도 아니지 않아요?"
그런가. 아냑이 길게 푼 머리카락의 삐죽 튀어나온 부분을 몇 번 만지작거린다. 그래도 켕기는 건 켕기는 거다.
"난 이 기회에 너랑 내가 확실히 동료라는 생각을 하고 싶다는 거야. 일방적으로 관리자랑 피조물인 관계가 아니라."
그래.
아냑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문장으로 옮기는 데에 성공했다. 아냑이 침대 표면을 팡 두드리면서 그렇게 말하자 네모라 불리는 동료도 잠깐 눈이 커졌다가 그대로 작아진다.
"...지금까지도 그냥 잘... 된 거 아니였어요?"
"표면적으로는 그랬지."
"표면적이라도 잘 굴러갔으면 된 거 아니에요?"
"이봐, 우리는 결국 여기서 같이 일할거야."
짝! 박수를 친다. 이 대화를 회피하고 싶어하는 게 보이는 상대방을 붙잡아놓기 위해서다.
"이 주제 뒤에 벌써 뭐가 나올지 알고 있어서 그렇겠지. 하지만 뭐 어쩌겠어."
"......."
"난 다른 동기들, 여기 지내는 인간들과는 시간을 같이 보내 봤어. 하지만 넌- 너는 뭘 했는지 몰라."
"......."
아냑은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게 이 부분이다. 다른 동료들은 꺼리는 기색 없이 이 존재를 동기로 인식하고 행동한다. 과거에 대충 같이 껴있었구나, 너도 우리랑 같이 지냈지 참, 하는 동료 의식이 있어 보였단 말이다. 자신을 제외하고!
그게 꺼림칙했단 뜻이다.
그를 찾아낸 게 자신이고 이 삶에 끼게 만든 것도 자신인지라 그런 조작이 먹히지 않았다면, 아냑은 다른 방식으로 이런 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오기 전에, 뭘 했어?"
"...저는 아냑이 뭘 했는지도 모르는데."
"그럼 들을래? 들으면 알려줄 거야?"
"......."
이제 네모라고 불리는 동료는 문자 그대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정말 싫어하는 주제였나 본데. 아냑은 인내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이 정도도 못 기다려주는 인간은 아니다. 그는 가만히 룸메이트를 보다가, 도로 이불 두른 자세를 풀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어려운 대화였으면 관두자. 뭐, 널 못 믿는 건 아니-"
"...다음에."
"...응?"
"...다음에, 이야기해도 될까요?"
아냑이 잠자리를 다시 다듬으면서 룸메이트를 본다. 룸메이트의 표정은 어느새 질려있다기 보단 진지하게 바뀌어 있었다. 겁을 먹은 사람의 얼굴은 아니었다.
"...난 뭐 언제든 좋아."
"네, 그럼..."
"지금은 아니란 거지."
"...그렇네요."
하하. 어색한 웃음이 너스레 떨듯 나온다. 텅 빈 공기를 한차례 울리다가 사그라든다. 아냑은 자기도 대충 맞장구를 쳐주며 짧게 웃다가, 그럼 잘 자라고 손을 흔들며 누웠다.
안경을 접어 근처에 두는 소리가 달그락달그락 울리다가, 곧 조명이 암전된다. 빠르게 잠에 드는 소리가 숨소리와 함께 난다.
-
아냑은 자신이 잠들기 전에 한 말을 이렇게 빨리 후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야."
언제든 좋다는 말을 적어도 일할 때 빼고, 라고 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은 잠들기 직전에도 하긴 했었는데.
"여기 거기잖아!"
"네!"
"여기 어디야!"
"꿈이요!"
그렇다. 꿈의 주재자의 공간에 아냑은 잠들자마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둥실둥실 공중에 떠 있다가 사뿐히, 소리없이 안착하는 제 동료는- 아니 관리자는 정말이지 얄밉기 짝이 없었다. 미치겠네 진짜!
"그 언제든이 지금이였냐고!"
왜 이렇게 착실하게 마음의 준비도 다 하고 그런 건데! 왜 공간까지 따로 마련이 되어 있는건데! 아냑은 지금 자신의 어처구니를 찾고 싶어졌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끝없는 사막이었다. 검은 모래알이 곱게 깔린 곳. 그 위로 끝없는 우주가 펼쳐진 곳. 거기에 덩그러니, 세트장처럼 놓인 어느 공간. 테이블 하나가 있고, 그 위에 이런저런 종이더미가 있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의자가 하나씩 있고.
누가 봐도 이야기하기 딱 좋은 공간이다. 아냑은 이렇게 본격적인 곳에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왜 이렇게 추진력이 좋은 건데. 아냑은 자신의 추진력이 설마 이 인간한테서 기인하나? 싶어 그를 꼬라보기까지 했다!
"...? 여기 앉으세요."
하지만 관리자는 그저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할 뿐이였다. 아냑은 한없이 푸근한, 삭막한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평화롭고 정적인 공간에 덩그러니 서 있다가, 뒤늦게 의자에 저벅저벅 걸어가 털썩 앉았다.
"일단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네에."
"이런 건 좀 알려주고 해!"
"하하. 여기가 속말을 가감없이 하기 참 좋죠."
환하게 웃으면서 아냑의 말을 듣는 관리자의 태도는 이전과 달리 꽤 부드러운 구석이 있었다.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것 같이 바들바들 떠는 그런 태도라기 보다는, 휘어잡는 법을 아는 사람의 여유가 있다고 할까.
"알겠어요. 이번에 갑자기 초대드린 건 죄송해요. 그냥 이런 곳도 있고, 제 할 말은 여기서 해드리고 싶었다고... 그냥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래..."
관리자가 헛기침을 하더니 이내 차를 내온다. 아니, 내 왔다는 표현이 맞나? 어느새 거기엔 찻잔 안에 파르스름한 차가 있었다. 아냑은 이게 꿈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까지 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을 했는지, 제 과거가 궁금하신 거랬죠."
"...그런데."
"으음. 좋아요. 되는대로 말해볼게요."
-
아냑은 그에게서 꽤 많은 정보를 얻었다. 예컨대, 그가 인류가 멸망하기 조금 이전 세대 출신이라는 점. 그거야 당연히 말투에서 확신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가출 청소년 출신이였다는 점, 사진 작가였다는 점도.
관리자는, 아니, 청년은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쓰게 키득거리면서, 때로는 어떤 웃음도 내놓지 않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때때로 친구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럴 때마다 먼 곳을 쳐다본다. 아마 그의 시대는 끝났으니 이 땅에는 이제 없을 것이다. 아냑은 그 부분을 짐작하고, 친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작은 조의를 표했다. 마음 속으로.
어느 순간 이야기가 멈추고 머뭇거림이 느껴지면 아냑은 청년의 눈을 들여다 본다. 조악한 솜씨로 칠한 듯 불투명한 눈이 그를 반긴다.
"이제 그만 해도 돼."
"어, 네?"
"...난 이런... 걸로 사람 고문하는 취미는 없어."
한창 꿈을 꾸다가 사람이 죽는 장면을 묘사하던 참이였다. 그건 그렇게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였고.
"...이 앞에 더 끔찍한 이야기가 있는데도요."
"그러니까, 그 끔찍한 이야기를 네가 더 할 수 있는 상태면 난 괜찮은데, 너가 문제라고."
상대가 희게 질려가는 것이 보였다. 청년에서 관리자로 태가 바뀌어가고 있었다. 분명 피자 배달 이야기를 할 때는 역으로 석이 나가서 한차례 웃음 파티인지 열받음 파티인지를 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장르가 급변하고 있었다.
"괜찮아?"
"......"
"...난 네 걱정을 하는 거야."
"......"
"...이런 이야기니까 꺼내길 망설인 거겠지."
"...잠깐, 쉴까요."
"그래, 그러자."
두 사람은 한동안 청년의 과거 대신 사막에도 키위새가 살 수 있는지 등의 농담따먹기를 하기로 했다. 그런 농담따먹기를 이어갈 정도로 둘의 사교성은 나쁘지는 않았다.
-
아냑은 가만가만 자신의 과거 몇 개를 늘어놓았다. 용기 있게 과거를 들려준 데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떨지 말라고, 지옥같은 경험을 한 걸 입 밖으로 내뱉게 한 데에 미안하다고. 그 모든 게 함축된 털이였다.
아냑은 열 여섯살 때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 놀랄거다 부터 시작해서- 스물 네 살 때는 또 이런 일이 있었다 까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간추렸다면 간추렸고, 사건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꽤 자세했다. 비록 상대방에 비해 이야기의 분량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아냑은 너털웃음을 짓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아직도 화가 난다며 고함을 쳤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특히 관리자를 만난 부분에서는 해탈한 듯이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 관리자가 상대방이었고 듣고 있었으며 하하 웃으면서 이야기를 다 받아주고 있었다는 건 아냑에게 기묘한 감상을 남겼다.
검은 사막에 있을 수 없는 해와 달이 떴을 때, 청년은 마지 못한 이야기를 요약하기 시작해 들려주었다. 딱 별 몇 개 만큼의 찬란함과, 그 별들을 위한 거대한 검은 공간만큼의 절망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
"...요약이지?"
"그렇죠."
"...맨정신으로 자세히 서술하기엔 요약본도 너무 제정신이 아니라서."
"하하."
둘 다 테이블에 늘어져서는 그렇게 말한다. 그래도, 한껏 털어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청년의 음울한 낯에는 조금 양순하다는 인상이 감돌기 시작했다.
"여기 술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술이요?"
"뭔가 어울리지 않나?"
"전 글쎄요, 별로."
별로면 어쩔 수 없지. 아냑은 눈 앞의 기구한 삶을 산 청년의 마지막 나이를 알게 된 참이었다. 스물 아홉 언저리였던 것 같다. 꽤 가까운 나이였다.
아냑은 본래도 몇 번, 언젠가, 이 존재를 안쓰럽게 본 적이 더러 있었다. 그냥 자기가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무언가 안 될 때. 모든 걸 자기 탓을 하는 습관이 있어 보일 때. 아냑은 그럴 때마다 이 신이라는 직책을 가진 자를 동정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아침밥 뭐 먹지."
"어, 스프레드형 밥-"
"어허. 내가 꾸린 밭을 뭘로 보고. 우린 지금부터 작물을 마구마구 먹는다. 실시."
"...실시이이."
...그래, 그런 관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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