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4>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54- (1001)
에주
2025년 3월 13일 (목) 오후 03:11:07 - 2025년 3월 18일 (화) 오후 09:59:01
2025년 3월 13일 (목) 오후 03:11:07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2025년 3월 14일 (금) 오후 05:05:07
3월 14일: 사탕발림에 어울리는 인간군상은 못 되지 않던가.
수 년을 지내면서 잘못 판단한 게 있었다. 신더는, 더스틴은 그렇게 생각했다.
오랫동안 속에 뭉쳐두고 잊어버리고 있던 생각이나 상념이, 언젠가 한 번 턱 튀어나왔을 때 신더는 자신도 당황해 버렸다. 그는 그러니까 그동안 제법 잘 지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지사에서 지내는 동안 온갖 커뮤니티와 관계도 쌓고, 동료라고 할 만한 사람들도 만났다. 아직까지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런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발 벗고 밤나들이를 나설 생각이 있었다. 이제 그의 자경단 활동 동기는 조금 더 폭이 넓어진 셈이다.
그랬다고 생각을 했는데.
더스틴은 가만히 눈을 감는다. 불티처럼 번뜩이던 노란 눈이 스르르 가려진다. 그림자에 가려지듯, 불꽃의 숨이 죽듯이. 그가 아무에게도 털어놓은 적 없는 과거를 결국 기어코 톡방 안에 털어놨을 때 속이 무슨 상태였더라. 아무 생각 없이 털어놨다고 여겼는데, 타자를 치면 칠수록 안에 담아놓고 숨겼던 것이 펑펑 터지더라. 속이 엉망이라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됐다. 그리고 그런 신더가 뒤를 돌아보면- 핸드폰의 화면을 켜면, 막상 친구라고 여길 만한 사람을 만들어 놨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는 쉽게 대답할 수 없어진다.
동료? 그래, 만들어 놨다. 연락은 가끔 한다. 잘 일하고 있냐, 요새 거기 상태는 어떻냐. 건조하고 장난기만 조금 있는 메신저들. 동네에서 엮였던 사람들? 나도 그 사람들 참 좋아한다. 술집에서 마주쳤을 때 같이 맥주 걸치면 그만큼 재미있는 하루의 끝이 아닐 수 없다. 종종 비슷한 나잇대의 청년들이랑 같이 이런저런 클럽을 꾸리자고 하는 건 끝내 거절하고 나왔지만서도.
왜 거절했을까. 답이 너무 명확했다. 그는 어디에 소속되는 게 그렇게...
“에휴.”
더스틴은 입 안에 남은 까끌거림을 애써 감췄다. 그는 지금 혼자 이 곳에 와 있었다. 교도소, 누구나 다 아는. 그리고 역시나, 누구나 다 아는 인간들이 갇혀 있는 곳이다. 오래간만에 오는구만. 본래 여기에 들르는 날은 할로윈 쯤인데 말이다. 오늘은 꽤 기습적으로 들르게 되었다.
녀석도 놀라겠지. 그건 그래도 즐거운 일이다. 더스틴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가 도로 내려간다.
3월 14일, 어딘가에서는 사탕을 서로에세 선물해주고 있는 날이다. 어딘가에서는 상술이라면서 누군가가 통한의 메신저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날이고. 오늘이 아주 별 날은 아니긴 했다. 더스틴은 그런 게 좋았다. 별 것도 아닌 날. 일상적이지 않나.
비록 자기 자신은 어째 영 지금까지 돌아왔다고 착각을 하고 살아온 것 같지만 말이다. “에휴.” 자신 몫의 한숨이 한 번 더 공기 중에 메아리 친다. 이제껏 회피하고 외면한 문제를 마주하러 온 꼬맹이처럼, 더스틴은 몸을 잠깐 가만 두지 못하고 통통 튀었다. 준비 운동을 하는 운동 선수처럼 말이다.
삐익. 부저가 울린다. 면회를 온 다음 순번 대기자에게 알리는 종소리다. 더스틴은 지금껏 쌓아올린 먼지투성이 가면을 잠깐 내려놓았다.
녀석의 얼굴을 오랜만에 좀 볼 시간이므로.
-
탁.
공간은 어색함으로 가득 찼다. 아무렴, 본래는 말이다, 여기에 자신을 포함해서 아저씨 한 명이나 두 명, 올리비아까지 셋은 더 오거나 했어야 한단 말이다. 물론 인원 제한 때문에 전부 들어올 생각은 아니지만 아무튼 심적으로는 그렇다고. 그렇게 되면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더스틴은 으레 그렇듯 쓰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그냥 농담따먹기 하듯 모두를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게 없어진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현 상태가 좀 더 나았다. 어색해서 서로 죽겠다 싶은 표정이면 뭘 하나. 그냥 뭐 서로 반쯤 죽은 상태로 대화하는 거지.
“안녕.”
안녕이라는 말이 이렇게 껄끄럽기 짝이 없는 단어였는지 더스틴은 처음 알았다. 상대방도 헛웃음을 지을락말락 하다가 참아내고 무표정으로 다시 그를 보다가, 겨우 대답한다.
“...그래. 안녕.”
눈 앞에 버나드 트레이가 있었다. 그의 담당 영웅이고, 그의 형제인.
형제였던, 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야, 네가 갑자기 혼자 오고.”
“그냥...”
버나드가 먼저 안부를 물어오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더스틴은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이 먼저 묻지 않았던가? 아니, 쟤는 날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자신이 저 녀석을 오랫동안 질투해 온 것처럼 말이다.
더스틴이 자신의 얼굴을 쓸었다. 막상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그 다음에 불어닥치는 수많은 감정들은 전부 무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더스틴 자신이 버나드에게 느끼는 열등감이나 질투심같은 것들 말이다. 그걸 그저 둘러둘러 말하다가, 지금 와서야 스스로도 이성적으로 이름을 붙이자니 석이 나간 기분이 들어서 한동안 입도 열지를 못 했다.
“...아프냐.”
“아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더스틴이 바로 반박했다. 저 놈은 뭔데 냅다 거기에 대고 아프냐는 말을?
“그냥, 그.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물어보고 싶은 거라니.”
“그... 뭐야.”
더스틴이 보기 드물게 시선을 내리고 이야기를 조금 끌었다.
“...분위기가 뒤숭숭하던데.”
“늘 있던 일이지. 맨날 그 이야기로 시작하던 버릇은 여전하네.”
“아.”
뭐, 어찌 되었든 버나드를 비롯한 영웅들은 영웅들이다. 그들을 아직까지도 믿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없어지는 건 불가능했다.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건 사람 사는 사회인 만큼 으레 있던 일이고 말이다. 보나마나 또 뒤 구린 일을 덮으려고 떡밥 하나를 뿌린 거겠지. 피로한 일이다.
“네가 생각하는 일은 안 일어날걸.”
버나드가 말한다. 마치 안심하라는 듯한 얼굴.
“음.”
“왜. 뭐가 불만이야 대체.”
“아니 그냥 꼴받아서.”
“...혼자 왜 왔나 했더니 나한테 시비 털러 온 거냐?”
더스틴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시비보다 조금 더 적당한 말을 찾아낸 건 3초 뒤였다.
“아니, 물어볼 게 있대도.”
“그게 물리적으로 물어뜯으러 온 건 아니겠지.”
“와, 그러고 싶어지게 하네.”
“뭐가 문제야.”
그래, 그게 문제다.
“나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이건 또 무슨 소리고.”
“난 여전히 네가 싫어.”
더스틴이 턱을 괴고 읊조리듯 말한다. 터놓고 말하는 진심이다. 여전히 싫다, 그래. 더스틴은 여전히 자신의 형제가 싫었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고 싶었고, 대답을 들어도 납득을 못할 것 같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내가 무언가를 더 했었더라면, 하는 생각 외에는.
“나도 여전히 네가 싫거든.”
“아주 똑같네, 아주...”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야?”
귀한 시간을 냈다고 생각하는 건지 뭔지 버나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거 참 보기 좋은 꼴이다.
“어쩌면 이게 다일지도, 아니면 뭔가 다른 게 있을지도.”
“그 말하는 게 지금 너잖아.”
“넌 뭐, 나 보고 할 말은 없고?”
두 트레이가 가만히 서로를 응시한다. 타오르는 재와 꺼진 불이 서로를 거울상처럼 바라보다가 각자 표정을 달리한다. 이번에 시선을 피하는 건 버나드 쪽이었다.
“그다지.”
“...거 참 우리 진짜 서로 할 말 없네.”
그러니까, 이 둘은 형제란 말이다.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럼 내친김에 이거나 이야기 더 해보자고. 왜 싫은지. 왜 여전히 싫은지.”
“그걸 지금 코 앞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뭐 어때.”
어차피 유혈사태는 나지도 않을 거다. 과거에 서로 멱살을 잡았던 때와는 달랐다. 단두대 칼끝 위에서 춤춰야 했던 그 때와도 달랐다. 지금은 이미 모든 게 끝났으니까.
“우리만 여전히 끝이 안 난 상태에서 머무는 게 이상하잖아.”
“...네가 먼저 끝난 것처럼 굴었다고.”
“아니, 아저씨들이 먼저 그렇게 구니까 그렇지.”
“엄마는?”
“...올리비아도 이 상황이 영원히 안 끝난 상태겠지.”
그것이 가족이니까 말이다. 한 명은 호적을 스스로 파고 나왔고 다른 한 명은 호적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데도 감옥 안에 갇혀 있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갈등이었다.
“그러니까 넌 왜 그렇게 호기롭게 엄마 곁을 떠나서는.”
“지는 왜 사고를 쳐서.”
“야, 그런 식이면 너는 왜 그때.”
더스틴은 순간 직감한다. 저 문장을 붙잡아야 한다고.
“그때 뭐.”
“그때 네가... 아니, 아니다.”
“뭐가. 내가 더 잘 했어야 했다고 하려고?”
“...넌 충분히 잘 했어.”
“싱겁기는.”
그러나 자신이 붙잡은 말을 버나드는 놓아버리고 말았다. 유들유들한 말로 덮어버리고 만다. 옛날 옛적엔 자길 다그치기라도 했을 텐데. 더스틴은 커피를 마신 후의 까끌한 입 안을 굴려서 다른 문장을 만들어 냈다. 무언가, 이 교착 상태같은 이걸 깰, 양날의 검과 같은 문장을, 하나라도.
“내가 너 부럽다고 말 했던가.”
“전에 했었어. 나도 네가 부럽다고 했었고.”
“우리 그때 뭐라고 했었지.”
“넌 내가 엄마 피랑 능력 둘 다 받은 게 부럽다고 했었고.”
“너는...”
“난 뭐라고 했더라.”
“넌 그냥 내가 올리비아 관심을 독차지한 게 싫다고.”
“...그랬지.”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는 너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냐. 그래서 왔어?”
“...”
아직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더스.”
“뭐.”
“...왜 여기에 왔어?”
버나드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졌다. 꼭 자신이 무언가 결심하고 나서 여기에 온 건 아닌지 살피는 표정이었다. 그거 되게 기분 나빴다.
“몰라.”
“...참 내, 모르면 뭐 어쩌자고.”
“에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너 뿐이라는 사실이 짜증이 났나보지.”
“...그러냐.”
더스틴은 여전히 자신의 형제가 싫었다. 예전보다는 덜 싫은 것 같지만, 아직도 싫은 것 같았다. 특히 자기가 형이라고 챙겨주고 싶어하는 듯한 저 태도도 그렇고, 아무튼간에. 열받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왜 열받는지는 더스틴 본인도 이유를 알았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
아니 그 이상으로.
“넌 나한테 그러면 안됐어.”
“...”
“...내가 있었는데 그랬으면 안 됐어.”
빌어먹을.
“엄마도 있다고 쳐. 나는... 나도 거기 있었다고.”
“...”
“...가족으로 우리는 계속 있었다고. 넌... 그랬으면 안 됐어.”
“...그 말 하려고 온 거냐?”
“뭐, 음. 아마 그런 것 같다.”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더스틴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워낙 미적거리는 데에 써서 그런지, 정작 중요한 대화에서는 빠진 게 많았다. 더스틴 본인도 이걸 잘 알았다. 그러나, 마지막 말은 하고 나서 왠지, 좋더라. 그래.
“넌 그랬으면 안됐어.”
“...너는.”
“물론 나도 실수했으면 안 됐지.”
“짜증나는 놈.”
우리 관계는 늘 이럴 것이다. 더스틴은 변함도 없어 보이는 걸 확인하며 싱긋 웃었다. 유쾌한 웃음은 아니였다. 그러나 그게 좀 통쾌했다. 무엇이 통쾌했을까.
“...날 용서하지는 마.”
우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게 더스틴을 그날따라 이상하게 만들었다.
수 년을 지내면서 잘못 판단한 게 있었다. 신더는, 더스틴은 그렇게 생각했다.
오랫동안 속에 뭉쳐두고 잊어버리고 있던 생각이나 상념이, 언젠가 한 번 턱 튀어나왔을 때 신더는 자신도 당황해 버렸다. 그는 그러니까 그동안 제법 잘 지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지사에서 지내는 동안 온갖 커뮤니티와 관계도 쌓고, 동료라고 할 만한 사람들도 만났다. 아직까지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런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발 벗고 밤나들이를 나설 생각이 있었다. 이제 그의 자경단 활동 동기는 조금 더 폭이 넓어진 셈이다.
그랬다고 생각을 했는데.
더스틴은 가만히 눈을 감는다. 불티처럼 번뜩이던 노란 눈이 스르르 가려진다. 그림자에 가려지듯, 불꽃의 숨이 죽듯이. 그가 아무에게도 털어놓은 적 없는 과거를 결국 기어코 톡방 안에 털어놨을 때 속이 무슨 상태였더라. 아무 생각 없이 털어놨다고 여겼는데, 타자를 치면 칠수록 안에 담아놓고 숨겼던 것이 펑펑 터지더라. 속이 엉망이라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됐다. 그리고 그런 신더가 뒤를 돌아보면- 핸드폰의 화면을 켜면, 막상 친구라고 여길 만한 사람을 만들어 놨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는 쉽게 대답할 수 없어진다.
동료? 그래, 만들어 놨다. 연락은 가끔 한다. 잘 일하고 있냐, 요새 거기 상태는 어떻냐. 건조하고 장난기만 조금 있는 메신저들. 동네에서 엮였던 사람들? 나도 그 사람들 참 좋아한다. 술집에서 마주쳤을 때 같이 맥주 걸치면 그만큼 재미있는 하루의 끝이 아닐 수 없다. 종종 비슷한 나잇대의 청년들이랑 같이 이런저런 클럽을 꾸리자고 하는 건 끝내 거절하고 나왔지만서도.
왜 거절했을까. 답이 너무 명확했다. 그는 어디에 소속되는 게 그렇게...
“에휴.”
더스틴은 입 안에 남은 까끌거림을 애써 감췄다. 그는 지금 혼자 이 곳에 와 있었다. 교도소, 누구나 다 아는. 그리고 역시나, 누구나 다 아는 인간들이 갇혀 있는 곳이다. 오래간만에 오는구만. 본래 여기에 들르는 날은 할로윈 쯤인데 말이다. 오늘은 꽤 기습적으로 들르게 되었다.
녀석도 놀라겠지. 그건 그래도 즐거운 일이다. 더스틴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가 도로 내려간다.
3월 14일, 어딘가에서는 사탕을 서로에세 선물해주고 있는 날이다. 어딘가에서는 상술이라면서 누군가가 통한의 메신저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날이고. 오늘이 아주 별 날은 아니긴 했다. 더스틴은 그런 게 좋았다. 별 것도 아닌 날. 일상적이지 않나.
비록 자기 자신은 어째 영 지금까지 돌아왔다고 착각을 하고 살아온 것 같지만 말이다. “에휴.” 자신 몫의 한숨이 한 번 더 공기 중에 메아리 친다. 이제껏 회피하고 외면한 문제를 마주하러 온 꼬맹이처럼, 더스틴은 몸을 잠깐 가만 두지 못하고 통통 튀었다. 준비 운동을 하는 운동 선수처럼 말이다.
삐익. 부저가 울린다. 면회를 온 다음 순번 대기자에게 알리는 종소리다. 더스틴은 지금껏 쌓아올린 먼지투성이 가면을 잠깐 내려놓았다.
녀석의 얼굴을 오랜만에 좀 볼 시간이므로.
-
탁.
공간은 어색함으로 가득 찼다. 아무렴, 본래는 말이다, 여기에 자신을 포함해서 아저씨 한 명이나 두 명, 올리비아까지 셋은 더 오거나 했어야 한단 말이다. 물론 인원 제한 때문에 전부 들어올 생각은 아니지만 아무튼 심적으로는 그렇다고. 그렇게 되면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더스틴은 으레 그렇듯 쓰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그냥 농담따먹기 하듯 모두를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게 없어진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현 상태가 좀 더 나았다. 어색해서 서로 죽겠다 싶은 표정이면 뭘 하나. 그냥 뭐 서로 반쯤 죽은 상태로 대화하는 거지.
“안녕.”
안녕이라는 말이 이렇게 껄끄럽기 짝이 없는 단어였는지 더스틴은 처음 알았다. 상대방도 헛웃음을 지을락말락 하다가 참아내고 무표정으로 다시 그를 보다가, 겨우 대답한다.
“...그래. 안녕.”
눈 앞에 버나드 트레이가 있었다. 그의 담당 영웅이고, 그의 형제인.
형제였던, 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야, 네가 갑자기 혼자 오고.”
“그냥...”
버나드가 먼저 안부를 물어오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더스틴은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이 먼저 묻지 않았던가? 아니, 쟤는 날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자신이 저 녀석을 오랫동안 질투해 온 것처럼 말이다.
더스틴이 자신의 얼굴을 쓸었다. 막상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그 다음에 불어닥치는 수많은 감정들은 전부 무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더스틴 자신이 버나드에게 느끼는 열등감이나 질투심같은 것들 말이다. 그걸 그저 둘러둘러 말하다가, 지금 와서야 스스로도 이성적으로 이름을 붙이자니 석이 나간 기분이 들어서 한동안 입도 열지를 못 했다.
“...아프냐.”
“아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더스틴이 바로 반박했다. 저 놈은 뭔데 냅다 거기에 대고 아프냐는 말을?
“그냥, 그.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물어보고 싶은 거라니.”
“그... 뭐야.”
더스틴이 보기 드물게 시선을 내리고 이야기를 조금 끌었다.
“...분위기가 뒤숭숭하던데.”
“늘 있던 일이지. 맨날 그 이야기로 시작하던 버릇은 여전하네.”
“아.”
뭐, 어찌 되었든 버나드를 비롯한 영웅들은 영웅들이다. 그들을 아직까지도 믿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없어지는 건 불가능했다.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건 사람 사는 사회인 만큼 으레 있던 일이고 말이다. 보나마나 또 뒤 구린 일을 덮으려고 떡밥 하나를 뿌린 거겠지. 피로한 일이다.
“네가 생각하는 일은 안 일어날걸.”
버나드가 말한다. 마치 안심하라는 듯한 얼굴.
“음.”
“왜. 뭐가 불만이야 대체.”
“아니 그냥 꼴받아서.”
“...혼자 왜 왔나 했더니 나한테 시비 털러 온 거냐?”
더스틴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시비보다 조금 더 적당한 말을 찾아낸 건 3초 뒤였다.
“아니, 물어볼 게 있대도.”
“그게 물리적으로 물어뜯으러 온 건 아니겠지.”
“와, 그러고 싶어지게 하네.”
“뭐가 문제야.”
그래, 그게 문제다.
“나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이건 또 무슨 소리고.”
“난 여전히 네가 싫어.”
더스틴이 턱을 괴고 읊조리듯 말한다. 터놓고 말하는 진심이다. 여전히 싫다, 그래. 더스틴은 여전히 자신의 형제가 싫었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고 싶었고, 대답을 들어도 납득을 못할 것 같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내가 무언가를 더 했었더라면, 하는 생각 외에는.
“나도 여전히 네가 싫거든.”
“아주 똑같네, 아주...”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야?”
귀한 시간을 냈다고 생각하는 건지 뭔지 버나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거 참 보기 좋은 꼴이다.
“어쩌면 이게 다일지도, 아니면 뭔가 다른 게 있을지도.”
“그 말하는 게 지금 너잖아.”
“넌 뭐, 나 보고 할 말은 없고?”
두 트레이가 가만히 서로를 응시한다. 타오르는 재와 꺼진 불이 서로를 거울상처럼 바라보다가 각자 표정을 달리한다. 이번에 시선을 피하는 건 버나드 쪽이었다.
“그다지.”
“...거 참 우리 진짜 서로 할 말 없네.”
그러니까, 이 둘은 형제란 말이다.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럼 내친김에 이거나 이야기 더 해보자고. 왜 싫은지. 왜 여전히 싫은지.”
“그걸 지금 코 앞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뭐 어때.”
어차피 유혈사태는 나지도 않을 거다. 과거에 서로 멱살을 잡았던 때와는 달랐다. 단두대 칼끝 위에서 춤춰야 했던 그 때와도 달랐다. 지금은 이미 모든 게 끝났으니까.
“우리만 여전히 끝이 안 난 상태에서 머무는 게 이상하잖아.”
“...네가 먼저 끝난 것처럼 굴었다고.”
“아니, 아저씨들이 먼저 그렇게 구니까 그렇지.”
“엄마는?”
“...올리비아도 이 상황이 영원히 안 끝난 상태겠지.”
그것이 가족이니까 말이다. 한 명은 호적을 스스로 파고 나왔고 다른 한 명은 호적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데도 감옥 안에 갇혀 있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갈등이었다.
“그러니까 넌 왜 그렇게 호기롭게 엄마 곁을 떠나서는.”
“지는 왜 사고를 쳐서.”
“야, 그런 식이면 너는 왜 그때.”
더스틴은 순간 직감한다. 저 문장을 붙잡아야 한다고.
“그때 뭐.”
“그때 네가... 아니, 아니다.”
“뭐가. 내가 더 잘 했어야 했다고 하려고?”
“...넌 충분히 잘 했어.”
“싱겁기는.”
그러나 자신이 붙잡은 말을 버나드는 놓아버리고 말았다. 유들유들한 말로 덮어버리고 만다. 옛날 옛적엔 자길 다그치기라도 했을 텐데. 더스틴은 커피를 마신 후의 까끌한 입 안을 굴려서 다른 문장을 만들어 냈다. 무언가, 이 교착 상태같은 이걸 깰, 양날의 검과 같은 문장을, 하나라도.
“내가 너 부럽다고 말 했던가.”
“전에 했었어. 나도 네가 부럽다고 했었고.”
“우리 그때 뭐라고 했었지.”
“넌 내가 엄마 피랑 능력 둘 다 받은 게 부럽다고 했었고.”
“너는...”
“난 뭐라고 했더라.”
“넌 그냥 내가 올리비아 관심을 독차지한 게 싫다고.”
“...그랬지.”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는 너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냐. 그래서 왔어?”
“...”
아직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더스.”
“뭐.”
“...왜 여기에 왔어?”
버나드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졌다. 꼭 자신이 무언가 결심하고 나서 여기에 온 건 아닌지 살피는 표정이었다. 그거 되게 기분 나빴다.
“몰라.”
“...참 내, 모르면 뭐 어쩌자고.”
“에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너 뿐이라는 사실이 짜증이 났나보지.”
“...그러냐.”
더스틴은 여전히 자신의 형제가 싫었다. 예전보다는 덜 싫은 것 같지만, 아직도 싫은 것 같았다. 특히 자기가 형이라고 챙겨주고 싶어하는 듯한 저 태도도 그렇고, 아무튼간에. 열받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왜 열받는지는 더스틴 본인도 이유를 알았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
아니 그 이상으로.
“넌 나한테 그러면 안됐어.”
“...”
“...내가 있었는데 그랬으면 안 됐어.”
빌어먹을.
“엄마도 있다고 쳐. 나는... 나도 거기 있었다고.”
“...”
“...가족으로 우리는 계속 있었다고. 넌... 그랬으면 안 됐어.”
“...그 말 하려고 온 거냐?”
“뭐, 음. 아마 그런 것 같다.”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더스틴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워낙 미적거리는 데에 써서 그런지, 정작 중요한 대화에서는 빠진 게 많았다. 더스틴 본인도 이걸 잘 알았다. 그러나, 마지막 말은 하고 나서 왠지, 좋더라. 그래.
“넌 그랬으면 안됐어.”
“...너는.”
“물론 나도 실수했으면 안 됐지.”
“짜증나는 놈.”
우리 관계는 늘 이럴 것이다. 더스틴은 변함도 없어 보이는 걸 확인하며 싱긋 웃었다. 유쾌한 웃음은 아니였다. 그러나 그게 좀 통쾌했다. 무엇이 통쾌했을까.
“...날 용서하지는 마.”
우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게 더스틴을 그날따라 이상하게 만들었다.
이 주제글은 죽었어! 더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