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0-

#234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0- (1001)

종료
#0에주(L9PfqsduLy)2025-01-20 (월) 07:46:40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736아카주(5yjvzDNPwS)2025-01-21 (화) 13:51:54
톡. 토톡. 톡.
전자 군인 수첩을 두들기는 가벼운 소리가 폐허를 채워나간다.
소형 캔서들의 사체가 널부러져 있는 한때 주차장이었던 고층 건물의 한 구석에서 어느 소녀는 계속해서 전자 군인 수첩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주변과 대비되는 선명한 색채, 붉은 선이 포인트로 들어간 흰색 제복 위에는 방금 까지 소녀와 동료들이 행했던 격전의 흔적인지 콘크리트 가루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지만 소녀는 개의치 않는 듯 쿡쿡 거리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후지 아카네, 26A의 부대장. 입대 당일부터 치뤄진 기지 방어전에서 두각을 드러내 에이스 부대, 그것도 부대장의 자리를 차지한 명실상부한 이번 세대의 에이스였다. 현실감각이 적은 탓인지 함께 다니는 이마가와 츠즈미에게 자주 끌려 다니는 탓에 부대 안에서는 제법 유명했다. 허나, 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카네.”
“아, 츠즈미짱. 다른 사람들 디플렉터 잔량은 어떤가요?”
“소형 캔서 정도는 간단하긴 해도 이 건물 안에 들어온 이후부터는 연전의 연속이었으니까. 완전히 수복되려면 앞으로 5분정도는 걸릴거야.”
“역시… 다들 상당히 지쳐 있으니까요. 새벽부터 긴급 투입되어서 지금까지 쉬지도 못했으니.”

정말이지, 아무리 군대라지만 사람을 다루는게 험하다구요.
아카네는 그리 말하며 들고 있던 망원경을 눈에 가져다 댔다.
시선이 멀었지만, 그녀가 무엇을 보고있는 것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츠즈미는 그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저 지진과도 같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높게 세워진 빌딩 숲 사이, 그 빌딩보다도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기에.

“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원이 오려면 한참 걸릴 테니 말이야.”
“게다가 이 인근이면 돔도 가깝고 말이에요.”

인식명 BRUTAL SLUG. 땅을 기어다니는 거대한 인간형의 캔서. 팔다리도 얼굴도 없고 그저 날카로운 네 개의 다리로 기어다니며 닿는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괴물. 아키타 인근에 세워진 2차 방어선을 단독으로 뚫어버리고 캔서의 무리를 이끌고 진군 중에 있는 명실상부한 인류의 적. 허나 그것을 쉽게 해치워버리지는 못하니, 때로는 다른 재능이 없더라도 그 크기만으로 재앙이 되는 경우가 있는 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후지 아카네는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이쪽에는 다 쓰러져가는 여고생 여섯 명.
하물며 무리한 연전을 이어온 탓에 디플렉터의 상태는 고사하더라도 정신적으로 이미 충분히 아슬아슬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들 무리해서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이전에 있던 사망사건처럼, 만약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카네는 선택해야만 했다. 이 인근에 배치된 부대는 총 셋. 군인 같은 인상의 시마무라 사사라가 이끄는 26D , 주로 유격대로 활동하는 카네다 스미의 26C. 허나 두 부대 모두 중형 이상의 캔서와의 전투 경험은 부족하고 하물며 전력 면에서는 26A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한데다 적이 허브 캔서인만큼 인근의 캔서 들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에 지금처럼 주변을 정리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급히 지원 요청을 해서 선배 부대를 부른다는 선택지도 있었으나, 현재 진행방향과 시간으로 계산했을 때 BRUTAL SLUG가 돔에 도착하는 것이 선배 부대가 도착하는 것 보다도 빠르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즉, 선택권이 없었다. 도망가거나, 선배 부대를 부른다는 허울 좋은 선택지가 있는 것 같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끝이다.
인류 잔존 미터의 숫자가 아래를 향해 곤두박질 쳐버리는 것이다.
선택하는 건 이곳에 있는 여섯 명의 목숨과 돔 주민 수 백 명의 목숨.

“………”
“고민되지?”
“네?”
“고민되잖아.”

츠즈미는 천천히 아카네의 옆에 앉아 아카네가 눈에 대고있던 망원경을 빼앗았다. 부대장과 부관이라기엔 다소 가까워 보였지만 두 사람에게는 그다지 이상하지만은 않은 거리였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망원경을 빼앗아든 츠즈미는 대신 자신이 관측하겠다는 듯 BRUTAL SLUG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잠깐 정적이 흐르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츠즈미였다.

“하지 않으면 분명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어. 하지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어라 할 사람은 없지.”
“……”
“그야 단순한 대형도 아니고 허브 캔서급의 적이잖아. 일반적으로는 한 부대로 해결할만한 사안은 아니야. 나는 역시 도망치는게 좋다고 생각해.”

아카네는 고개를 뒤로 쭉 빼서 뒤쪽을 바라 보았다. 콘크리트 잔해 더미 위에서 쉬고있는 부대원들. 이곳 저곳이 상처 투성이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디플렉터는 회복되겠지만, 체력적인 한계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기로 했잖아?”
“이제와서 도망치는 건 조금 그러니까요.”
“다들 동의하기도 했고 말이야.”

천천히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지금 죽으러 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살아 움직이는 죽음에 맞서러 가는 것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아카네는 입대 첫날부터 연결되어 있던 Rinne의 어느 대화방에 글을 남겼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곳 밖에, 26A에 함께하고 있지만 이곳의 사람들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그냥 그런 생각이었다. 그저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나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소녀는 부대원들의 앞에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허브캔서가 상대이니 츠즈미짱이 녀석의 주의를 끌면 히메코 선생님과 치요짱이 디플렉터를 파괴, 그 이후부터는 저 단독으로 상대할게요. 시온짱과 코유키짱은 현재 디플렉터 잔량이 충분하지 않으니 무리하지 마시고 적당한 거리에서 지원 사격만 부탁드릴게요.”
“이해는 했다만, 역시 아카네군 혼자서 괜찮겠나?”
“단순히 공격력이라면 제 세라프가 부대 안에서 가장 강하니까요. 시온짱과 코유키짱이 적당한 타이밍에 쏴 준다면 제 공격으로 일격에 코어를 부술 수 있을거에요.”
“하지만 역시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 네놈 오늘도 몇 번이고 맞아왔다고? 네놈의 디플렉터도 정상은 아닐 터다!!!”
“죽잖아요.”

소란이 사그라든다. 허브캔서의 토벌은 모두가 동의한 일이었다.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두가 지쳐버린 지금은 이런 식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부대원끼리의 합도 잘 맞고 있었지만 그래봐야 이제서야 2주째. 아직 어색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그 부족한 부분을 후지 아카네의 전투력으로 채워넣고 있는 형태다.
부대원간의 전력을 합치더라도 동기들중에서는 충분히 강하다고 할 수 있었으나,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아카네 개인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과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단순히 그녀 이외에 할 수 있는 이들이 없었으니까.
연전에 연전을 거듭해오며 후방으로 가는 공격을 대신 맞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애초에 최전방중에서도 최전방. 자연스럽게 공격당할 수 밖에 없는 상태로 몇 번이고 땅을 굴렀다.

“저희가 못하면 돔 주민이 모두 죽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해야죠. 우리에겐”

그럴 의무가 있으니까.

소녀는 시선을 옮긴다. 부쩍 가까워진 허브 캔서를 바라보며 깊은 숨을 들이쉰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어느새 마음을 다잡은 동료들과 함께.

“15시 40분을 기해, BRUTAL SLUG의 토벌작전을 개시합니다.”

“일권으로 천하를 논한다!!!”
”파괴신의 분노를 받아들여라!”
”오늘의 나는 운이 좋다구!”
”탐구심을 채워주기를 바라지!”
”정사필중, 기도하나이다!”

각자의 세라핌 코드를 뱉는것과 동시에 하늘에 열린 웜 홀. 그리고 내려오는 무기들.
이제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소녀는 기도했다. 부디 돌아갈 수 있기를.

”자, 사냥의 시간이다.”

전투 개시후 두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렇다할 데미지는 주지 못한 채 일진 일퇴를 반복하며 디플렉터를 깎아내고 있었으나 그 거체로부터 나오는 파괴력 탓에 이쪽이 리커버리를 사용할만한 기력조차 남지 않고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한대라도 맞는다면, 분명히 죽겠네요 이거. 모두가 제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매진하고 있었으니 겨우겨우 전투가 이어지는 상태. 길어지는 전투로 인한 집중력 저하,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츠즈미짱!!!!”
“아아!!!”

가벼운 동작이었습니다.
저 커다란 몸으로, 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이 히메코 선생님을 향해 쏟아졌고 츠즈미짱은 세라프를 펼쳐 그 공격을 받아냈고 틈을 노린 치요짱과 저의 공격으로 디플렉터를 어느정도 깎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BRUTAL SLUG는 마치 생각이라도 하는 듯 공격이 통하지 않자 마치 백 대시를 하듯이 미끄러져 거리를 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벌어진 뜻밖의 후퇴 동작은 저로 하여금 일전의 중형 캔서 토벌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때의 공격은 분명 공격의지로만 가득해, 막무가내로 이쪽을 뭉개버리려고 했습니다.
캔서답다면 캔서다운 공격. 하지만 눈 앞의 허브 캔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위험을 감지하면 물러나는 한이 있어도 회피하려 드는 겁니다. 그 결과로…

“먹어라아아!!!!”
“하아아앗!!!”

도망치려 하던 BRUTAL SLUG의 두부와 다리 한쪽에서부터 폭압이 터져나갔습니다.
코유키짱과 시온짱이 발포한 포격이 폭발을 일으키며 녀석의 균형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때를 노린 히메코 선생님은 어느새 태세를 정비해 그녀의 세라프인 낫의 날과 손잡이의 연결부를 한껏 늘려 늘어난 사슬을 근처의 건물들에 걸어 캔서를 향해 날아가 맹공을 게속했습니다. 어느새 합류한 치요짱의 공격이 디플렉터에 유의미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눈으로 보였지만, 그래봐야 네 명정도의 합공. 빌딩보다도 거대한 적을 쓰러뜨리기에는 한참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의 격진이 일어난 것입니다.
하나는 치요짱의 대검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에 의한 대기의 비명, 또 하나는

“AAAAA---!!!!!!!”

BRUTAL SLUG.

그 괴물이 몸을 일으키는 소리였습니다.

다시 자세를 잡은 괴물은 심장부를 열어 고열량의 에너지탄을 발사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치요짱이 조금 더 빨랐습니다. 자연스럽게 대검의 넓은 면으로 그 일격을 막아내는 데에 성공한 치요짱이었지만 디플렉터에 큰 손상이 갔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캔서의 카운터 어택이었습니다. 치요짱의 공격이 닿는 것과 동시에 반격을 실시. 뿜어져 나온 파괴를 위한 에너지를 일순간에 요격한 것입니다. 치요짱의 세라프도 디플렉터도 다른 부대원에 비한다면 상위권의 것이기도 하고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장치도 여럿 장비되어 있었지만 그만한 에너지를 모두 상쇄하는 것은 불가능 했던 것인지 히메코선생님과 저의 공격으로 녀석의 에너지 방출을 막지 못했다면 그대로 죽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젠장 얼마나 더 해야 꺾이는 거야!!!”
“집중해요! 제 2파! 옵니다!!!”

치요짱의 전선 이탈에 너무 신경써버린 탓인지 잠시 휘청거리던 BRUTAL SLUG는 금새 두 다리로 일어서서는 다시 한번 심장부에 그 흉흉한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츠즈미짱을 중심으로 방진을 구성했고 츠즈미짱이 전개한 방패를 중심으로 디플렉터를 모아 겨우 한번, 그것을 막아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골격으로 전해진 진동은 마치 지진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것 같았지만 강렬한 공격에 부딪힌 순간 데미지를 경감하는 데에 성공했음에도 슬레지해머로 전신을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통증과 가려움은 온몸으로 퍼져서 무의식중에 구역질이 나왔지만, 다행히 생존본능이 우선이었던 것인지 저희들은 제법 잘 싸웠다고 생각합니다.

아드레날린이라고 하던가요? 극도의 흥분상태에선 그런게 분비된다고 하던데 저희 여섯명은 그 순간 딱 그 꼴이었습니다.
디플렉터의 잔량을 봤을 때 트랜스 포트로 도망치지도 못한다. 적과의 거리는 고작해야 20m. 동굴부터 지하시설을 뛰어다니며 훈련을 하고 있는 몸으로서는 별 것 아닌 거리였지만, 무릎이 후들거렸습니다.

하지만, 견뎌냈습니다. 저희는 26A이고 부대의 에이스. 땀이 나고,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았지만 츠즈미 짱은 그리 말했습니다.

우리들의 등 뒤에 지켜야 할 이가 있다. 그것은,

“아카네에에에!!!!!! 공격을 막아냈다고!!!!!!!!”
“훌륭해요. 츠즈미짱.”

아카네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의 등 뒤에서 한 걸음 떨어졌다.
자신만만해보이는 얼굴에 눈썹을 치세운채로 말했다.

“아직 만전은 아니야! 디플렉터가 남아있다고!“
“이 정도면 충분해요.”

한 걸음 앞으로 나간다. 이미 세라프는 한계, 디플렉터의 잔량도 스치기만 하면 죽을 정도다.
다리는 움직이지 않고 타격을 맡은 히메코와 치요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벽을 밟아가며 적의 디플렉터를 소진시키고 있었다.
내가 멈출 수는 없다.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지만 이번 한 번만 지지하기로 했으니까.

그리고 내가 본 것은 폭발이었다.

하얀 도약과 격돌, 그 거대함은 단순한 공격이라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했다.
한 방향으로 튀어 날아드는 힘의 폭발이었다.
BRUTAL SLUG는 재빠른 기동이 특기였지만… 저것은 요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펼쳐둔 세라프를 발판 삼아서 가속하며 몇번이고 몇번이고 베어내는 흼색의 여자.
나의 눈으로는 하얀 바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기세가 풍압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대기의 타격을 동반한채 빔을 쏘기 위해 개방되었었던 심장부를 무자비하게 도려내고 있었다.
하물며 그런 속도로 움직이면서도 서포트를 계속하는 네사람의 공격이 가장 적절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무식한 완력으로 위치를 조정하고 있으니 그건 이미 인간의 기예가 아니었다.

단 한 번, 실수라도 한다면 당장 목이 떨어지게 될 것이 분명한 위치에서 그녀는 움직이고 있었다.
아군이 오사하는 것 조차 감안해서 움직이면, 남은 이들의 공격이 그 뒤를 따라가 캔서의 몸에 상처를 새긴다.
그리고 어느새, 그것의 목 뒤에서 나타나서는

그것은, 거대한 불꽃이었다.
빌딩 숲 전체를 태워버릴 정도로 거대한 불꽃.
닿기만 한다면 전신이 녹아내릴 정도로 아찔한 그것을 그녀는 손에 쥐고 있었다.
포효가 터져 나왔다.
나는 정면에 자리한 공간에서 캔서가 울부짖는 모습을 보았다. 울부짖는다고 할지, 기묘한 사이렌 소리처럼 들리는 울음소리. 하지만 그것은 단말마였다.

굉음을 대동하여 쏘아진 섬광.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듯한 움직임.
마치 죄인의 목을 베듯이 유려하게 내려가는 검격. 캔서와 싸우는 법.

캔서를 쓰러뜨리기 위해, 세라프를 사용할 수 없는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 그것을 세라프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 배우고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공포섞인 비명처럼도 들렸다. 분명, 원래라면 표피까지 밖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검이라고 한들 그 크기에 비하면 이쑤시개 간은 것이니까.

허나, 그것은 터져나간다.
꽂아 넣은 검으로부터 압축된 폭발이 터져나가며 거대했던 짐승의 몸체를 터뜨려간다.
그로테스크하다고도 볼 수 있을만한 광경이었지만 그것에는 인간을 매료하는 매력이 있었으니 이윽고 소녀는 땅으로 떨어지며, 새하얀 탑이 그 자리를 매꾸기 시작한다.

우리는 승리한 것이다. BRUTAL SLUG에게서.


“까지가 이번 전투 내용이었어요.”
“BRUTAL SLUG의 토벌, 대단히 수고 많았어, 해당 전투는 관측하는 데엔 성공했지만, 인근 빌딩 붕괴로 인해서 중간 중간 끊긴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공적인 보고서에 직접 그린 그림을 그려넣지 말도록.”
“에에~ 그게 귀여운거잖아요!!!! 사령관님도 좋아하면서!!!”
“……바보멍청이냐아아앗!!!!!”
“뭔가 사령관님 말고 미래에 세라프부대를 지휘할 사령관이 엄청 쓸 것 같은 말이네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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