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55- (1001)
에주
2025년 3월 18일 (화) 오후 03:58:15 - 2025년 3월 24일 (월) 오전 08:10:49
2025년 3월 18일 (화) 오후 03:58:15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2025년 3월 23일 (일) 오후 08:34:57
201n. 04. 05. 앨리스 맥거프 조난사건.
한가로운 오후, 다니엘은 어제 만들고 남은 에그노그에 계피가루를 약간 치고 있던 도중이었다.
다니엘은 사용감이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한 전자레인지를 흘긋거리다가, 창문 바깥을 봤다가, 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지금 시간에 핸드폰을 켜서 활자를 다시 들여다 보기엔 그는 여전히 정보의 수해에 빠져 사는 인간이었다. 가끔은 글자가 담은 단 1g의 정보도 들여다 보고 싶지 않음을 가만히 있음으로서 어필하고 있던 그였다.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다니엘의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린다. 이런 식의 알림음은 수상한 곳과 연결된 그 메신저쪽은 아니고, 보나마나 누가 보냈는지 알 것 같은데. 다니엘이 자신의 피로 관리에 오늘도 마이너스를 책임지는 직속 후배를 생각하며 핸드폰 화면을 켠다. 아니나다를까, 후배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V.S: 선배님?
-V.S: 이거 문서 왜 이래요?
-V.S: 전화나 좀 받으시죠??
읽음 표시가 뜸과 동시에 후배에게서 전화가 온다. 에라이. 다니엘은 다 데워진 에그노그를 꺼내 느른하게 테이블에 늘어지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발신음이 들리고 한참을 느적느적 걷다가 받았다는 뜻이다. 대략 20초는 될 거다.
“어.”
이거라고 지칭한 문서가 뭔지도 모르겠으니 다니엘은 짧은 대답만 한다. 바꿔 말하자면, 다니엘이 보통 수준으로 건드린 게 아닌 문서가 제법 많으니 다니엘 자신도 영 짐작을 못 한다는 뜻이다. 핸드폰 저편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지하시설 특유의 울림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급하게 올라오고 있는가 보다.
“어, 는 무슨 어?!”
“설명을 안 하고 나서 나한테 물어보면.”
“...이 빌어먹을 선배 새끼가?”
“뭘 물어보고 싶은데?”
반대편에서 한바탕 최대한 검열한 수준의 욕설이 툭툭 튀어나온다. 다니엘은 직속 후배가 떠들게 두고 냉장고에서 어제 남겨 둔 에그타르트 하나를 마저 꺼내 차갑게 식은 상태로 한 입 베어물면서, 후배가 할 말이 욕설 이상으로 갱신되기를 기다렸다.
“공간 이동자 사건이요. 왜 맨 처음 보고서가 없어요?”
“아, 그거.”
“맨 뒷장이 왜 딱 한 줄만 있고 끝인데? 암만 봐도 누구 코멘트 있었다가 잘려나간 것 같잖아?”
우물우물. 역시 잘 만든 에그타르트는 맛있다. 속 터지게 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재능 있는 다니엘이, 매너 있게도 음식을 모두 씹어 삼킨 뒤에야 입을 열었다. 거기까지 또 20초는 걸렸다는 소리다. 그 동안 바냐는 자신의 선배가 태평하게도 뭔가를 먹고 있거나 마시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숨으로 비트를 찍고 있었고 말이다.
“그게... 연도를 말해 봐라.”
“앨리 선배님이 휘말린 건이요.”
“아.”
다니엘이 과거를 회상한다.
“구출 기여자에 선배님 이름 박혀있는 그거요.”
그거라면 자신이 손 댈 이유가 너무 명확한 건이였지.
-
통신기 너머로 소리가 들려 왔다. 그때는 아직 통신기에만 의존했어야 하는 시절이였다. 뭐, 그 때 일어난 사건을 생각하면 통신기가 아니라 텔레키네시스를 쓰는 초능력자가 있다 한들 거리가 닿지 않아서 아무것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다니엘은 그 때의 시대를 생각해 본다. 아직 윗선과 현장팀의 갈등이 영 안 풀렸던 시절이다. 자신이 오고 나서도 지속되고 있는 갈등, 지원이 부족한 현장팀, 상황 전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그 때 말이다. 그나마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자신이 어느 자리든 꿰차겠답시고 통신기를 집어들고 아무 데나 들쑤시고 다녔던 때이기도 했다.
그 때 상대한 적은 자신이나 타인을 다른 곳으로 배달시키는 힘이 있었다. 이 아X존 택배기사 같은 놈.
뭐 어쨌든, 녀석이 중요한 건 아니였다. 어차피 자신에게 위치를 특정당했었고, 찾기 어려운 놈도 아니였던 데다가, 하는 짓도 사람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는 도망치기만 반복하는 아주 이상한 놈이였으니까. 겁 많은 토끼 같다고 했어야 했다.
한 가지 문제 사항이 있었다면 그 녀석은 자신도 어디로 순간이동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고, 이는 다른 사람을 이동시킬 때도 마찬가지였다.
통신이 들려왔다.
“아난시!”
아난시. 앨리스 맥거프의 코드 네임이다. 다니엘은 뱅글뱅글 돌아가는 상황실 안에서 누가 들어도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를 듣고 상황 설명을 요구했었더랬다.
“뭔 일인데요?”
“태평하게 건물 안에 처박혀 있지 말고 네놈도 나와!”
“아니 그럼 누가 당신들 상황 다 살펴주는데?”
“닥치고 처나와, 이 애송이 새끼가!”
변함 없는 현장팀의 적대감은 그의 알 바도 아니고 소관도 아니니 무시하고.
“애가 능력에 휘말렸어!”
그 놈이 애 맞습니까, 라는 말을 먼저 할지 아니면 적을 제압하는 데엔 성공했는지 중에 뭘 먼저 물어볼까 하다가.
“비상 소집이다!”
“일단 체포는 했고요?”
“튀어나오기나 해!”
“에라이 염병할.”
라고 대꾸했었지. 저기요, 그 애랑 동갑내기인 사람이 지금 당신 윽박을 받아주고 있는데. 라는 생각도 같이 했던 것 같았다. 다니엘은 그때 자신 빼고는 영 쓸 만한 사람이 없어뵈는- 아니, 정보팀 여럿이 있었으니 그나마 어중이떠중이만 모인 곳은 아니였던 상황실을 빠져나왔었다. 그 다음에 어쨌더라.
당연하지만 통신기를 끼고 상황 설명을 마저 브리핑 받으면서 필요한 것을 챙기러 갔다.
“일단 그 놈은 잡았고요.”
“그래, 잡았다! 네놈은 그게 더 중요하냐?!”
“안 휘말리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피해 범위는 아까 들었으니까 됐고요. 연락은 안 됩니까?”
“...안 돼.”
통신기 너머에 있는 사람이 절망에 진정한 건지 뭔지, 하여튼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던 게 기억난다. 왜 기억에 박혔을까. 그런 목소리를 생전 읊조린 기억만 있지 타인의 입에서 말하는 건 처음 들어봐서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다니엘은 기억의 실타래를 계속 쫓아갔다.
아마 자신이 통신기를 이용해 앨리스와 연락을 시도했던 것 같다. 당연히 시도는 실패했고. 추적이 가능한 인원이 있는지 이동하면서 마저 브리핑을 했었던가.
“위치 추적이 가능한 능력자는 있습니까?”
“현재로서는 방향만 잡힌다.”
“불어요 그럼. 뭘 입 다물고 앉아서 징징거리기나 해요?”
“네놈은 뾰족한 수가 있기는 한가?!”
달그락.
아, 그래. 그때 딱 그걸 잡았었지. 기억이 교차한다. 현재 다니엘의 시선에도 순간 잡히는 것이다. 그것은 둥글고 적당히 손에 잡힐 정도의 몸체를 가진 원통형 물체였다. 안에 든 것을 표기하는 라벨이 있었다. 라벨에 쓰인 명칭은, 자신이 그 통을 열어 입 안에 냅다 처박은 것들의 이름은.
“구급차 몇 대랑 같이 가니까 조난 신고 하고.”
수면제다.
다니엘은 그 때 수면제 몇 통을 챙긴 채 구급차에 올라 타서는, 자신이 타자마자 잠에 빠졌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
그건 꽤 고생스러운 일이었다. 다니엘은 선명히 기억한다. 왜냐고? 그런 수면제들이 자신에게 잘 통했으면 자신도 수면제 한 알만 얌전히 먹었을 것이다. 왜 몇 통씩이나 챙기고 왜 몇 알을 냅다 입 안에 털어넣었겠는가. 안 통하는데 어거지로 통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꾸역꾸역 먹고도 잠에 가만히 빠졌다가 도로 파드득 일어나는 게 비일비재하단 말이다.
장거리 추적이 가능한 사람. 그 때 존재했던 현장팀 중 그나마 방향을 알겠다는 인간 하나. 통신기, 먹통. 전화, 먹통. 높은 확률로 통신국이고 뭐고 하나도 설치가 안 된 오지에 떨어졌을 가능성. 낮은 확률로 이미 죽었을 수 있음. 추적은 되나 생사 확인은 불가능.
다니엘은 그 때 강제로 꿈에 처들어가 누가 어떻게 살아있는지를 찾아내는 게 우선이었다. 기억의 특이한 점을 좇아 간신히 붙잡고 따라가는 것이 그 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미약함이란 이렇게 짜증이 나는 거다.
새카맣고 깜깜한 어둠이 몰아친다. 어디든지 갈 수 있지만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특이한 무언가를 발견하라지만 그게 말이 쉬운 줄 아는가? 지도가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일 마당에, 어느 위치에 떨어졌는지도 모를 인간을 고작 느낌과 감각만으로 찾아내라고 하는 게 쉬운 일이냔 말이다. 방향이 자신에게 거 참 대단히도 도움이 되었겠다.
실종, 조난 등 사람이 단시간에 사라졌을 때, 골든 타임이 언제인지 당시의 그는 몰랐다.
꿈 속에서 어떤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갔고, 그는 위장에 든 모든 수면제를 게워내며 구급차에서 깨어났다. 그건 여섯 번째 기상이었다.
반쯤 녹은 수면제들이 위액과 뒤섞여 약물의 쓴 내음과 시큼한 위액 냄새를 같이 내뿜고 있는 모습이 역겹다고 생각하며, 그는 지친 체력으로 구급차 안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탈진이었다.
-
“앨리 진술부터 보시지 그래.”
“봤는데 왜요.”
“읊어 봐라.”
“아 이게 문제에요 지금?”
-
앨리스 맥거프는 자신이 갑자기 숲 속으로 이동되었음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대상을 제압하기 위해 근처까지 갔다는 정도는 기억한다. 그 자의 손이나, 최소한 기동 거리까지 접근하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한 바였다.
현장팀은 이번 대상이 굉장히 포획, 체포하기 어려울 것이라 짐작했고, ‘빌어먹을’ 다니엘 녀석의 몇 가지 추론과 꿈 속 관측을 토대로 ‘대상에게는 힘을 쓸 때 손에 닿는 것만 이동시킬 수 있으며, 바로바로 발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쿨타임이 필요하다.’ 는 것을 알아냈다. 이를 기반으로 여러 작전을 수립하고 실행에 성공하는가 싶었는데.
지금 앨리스의 피부에 닿는 공기는 습하고 차가웠다. 지나치게 청량해서 오히려 어지러웠다. 도심지 바깥, 교외에서도 더 바깥, 말 그대로 자연이 뒤덮은 곳. 여기가 어디지. 앨리스는 하늘을 한 번 본다.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져 빽빽하게 보이는 하늘은 차라리 천장에 금이 갔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였다.
주변을 본다. 온갖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다. 주변 표지판이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이 허무하게 부서질 정도로 울창했다. 아무것도 식별할 수 없었다. 앨리스는 마지막으로 바닥을 본다. 사람이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는 길이라는 듯 매끄럽게 닦이기는 커녕 낙엽이 조금 쓸려나간 흔적조차 없다. 앨리스는 눈을 감는다.
벌레 소리, 바람이 스치는 소리. 그걸로 끝이다.
“...허...”
앨리스는 녹색이 크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곳에서 유일한 붉은 머리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증인 A: 한동안은 움직일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네. 부상을 입지도 않았는데.
단지 자신이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예감을 이런 식으로 하게 될 줄 몰랐기 때문에.
꼭 나무에 질식당하는 기분이 들어, 앨리스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기 위해, 패닉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바스락.
인간이 홀로이고, 낯선 환경에 내던져지면 모든 감각이 곤두선다. 앨리스를 패닉에 빠뜨린 감각이 압도적인 공간감과 거대한 녹색의 충격이라면, 거기서 강제로 끄집어내 현실에 다시 내동댕이 친 것은 청각이었다. 조용하기 짝이 없는 주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얼마나 놀랍겠나. 그것이 들짐승이라면? 이름 없는 범죄자라면?
아마 그녀가 잘 훈련된 영웅이 아니였다면 곧바로 비명을 지르거나 우왕좌왕하며 움직였을 것이다. 앨리스는 그러는 대신에, 빳빳하게 굳은 몸을 움직이기 좋게끔 살며시 움직이며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바람이 나뭇잎을 밟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
앨리스는 그것에 허탈해하면서도, 몸을 거세게 훑고 지나간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앨리스는 이 곳을 빠져나가기 전까지 그 감각에 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증인 A: 그건 그래.
-증인 A: 무력감이였지.
앨리스 맥거프 실종 1일차. 앨리스 맥거프, 발견되지 않음. 현재 앨리스 맥거프의 위치 확인 불가, 생사 불명.
-
2일차.
다니엘은 그때까지도 구급차에 계속 늘어져 있었다. 방향을 알려준 사람이 있었으니 그대로 무작정 달리면서 말이다. 몇 대의 차가 더 도착했고, 수색 작업에 필요한 물건이나, 장기전에 필요한 물건들이 차에 실려 따라왔다. 따라온 것들 중엔 경찰이 있었는데, 경찰들은 그들을 조금 비웃듯 보다가도 수사에 협력하겠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갔다.
‘당신들 같은 초인이 조난도 다 당합니까? 의외네요.’
‘아, 모욕을 주려는 건 아니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쪽 방향이라면... 아십니까? 화이트 숲입니다.’
‘꽤 거대한 숲이라서, 근처에 사는 주민들도 깊이는 들어가 본 적이 없을 겁니다. 그쪽으로 가보시겠습니까?’
“저 싸가지를 보고 배워야 하는데.”
다니엘은 그때, 급속도로 컨디션이 나빠진 위장에 어거지로 콘스프를 때려박았던 기억이 났다. 공권력과도 사이가 유서깊게 안 좋은 영웅들이 잔뜩 비꼼 당하는 것도 말이다. 그리고 그 때 담요를 어떻게든 두르고 공권력과 대치하면서도 어떻게든 쓸 만한 단서를 물고 오는 사람들도.
그 표정도.
“숲 안쪽에 있으면 숲 관리자들한테도 신고를 해야 겠지?”
“그렇겠죠...”
다른 영웅들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들이 정말, 영웅이라고는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처참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어떻게든 수습하려 하는 걸 봤던 것도 말이다.
그 인간들한테 무슨 안쓰러운 감정이 들었는지 몰라도 자신이 콘스프를 다른 인간들한테 냉큼 타 주면서 봤던 것 같다. 그렇게까지 유쾌한 표정은 아니었다. 다니엘은 자신이 그 때 그 표정들에 둘러싸이기 싫어 줄곧 구급차 안쪽에 마저 처박혀 있었단 것도 기억했다. 뭔가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고 해야 할까. 일이 안풀려서 그렇다고 해야 할까.
“숲이 아니라 그 너머로 갔으면 큰일이야.”
“차로 가도 너무 먼 거리까지 가잖아...”
아, 그래. 이 대화에서 그가 한 번 끼어들었었다. 다니엘은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였다. 어제 내내 수면제와 위액의 혼합체를 게워냈던 목이 반쯤 쉬어서 켁켁대는 소리를 냈다.
“콜록.”
“...너도 고생이 많다.”
“아니, 말고. 그 놈 지금 수갑 차고 본부 구석에 짜그라져 있잖아요.”
위치를 알면 그만큼 들여다보기 훨씬 쉬웠다. 기억을 타고 다니는 것도 훨씬 쉬웠고 말이다.
“그 놈 능력 반경이 아무리 넓어도 숲 너머로는 가지 않을 걸요?”
그가 콘스프를 먹으며 어지럽게 끼적인 도안은 알아보기엔 아직 흉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지도 위에 그린 몇가지 선들은 사람들의 눈에 어떤 가능성을 보게 하기 충분했다.
그가 깨작거렸던 선은 그 아X존 택배기사같은 놈이 언제 어디서 힘을 발동시켰는지에 대한 정보였다. 기억을 타고 내려가 겨우 찾은 피해자의 같은 시간 위치가 핀으로 꽂혀 있었다. 동그랗게 그린 원은 그 반경이다.
비록 급하게 만든 것이라 구질구질하고 구깃구깃하고 조잡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였지만, 그들에게 이 정보는 쓸모가 너무 넘쳤다.
“어떻게 알아낸 건데?!”
“밤새 본부에서 쪼는 걸 엿듣다가... 그 뭐냐.”
다니엘이 배터리가 나간 통신기를 귓가에서 빼서 흔들었다.
“일단 이것도 좀 누가 보급해 줬으면 좋겠고요.”
이후로 다니엘은 다른 인원들이 피해자를 찾으러 갔다는 언급이나, 본부에 남아 있던 이들이 피해자들 중 몇몇을 구조하고 사정청취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말을 마저 덧붙여 갔다.
“물론 그 전에 우선 위치를 잡은 건 저지만.”
이건 또 뭐하는 놈이냐며 약하게 신경질 내는 사람이 보였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저 그런 경위로 정보를 얻어냈구나, 하는 마음에 지도에 득달같이 달려들기만 했다. 다니엘은 그 때 자기 갈비뼈가 안 부러져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추가적으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앨리스가 있을 수 있는 위치는, 방향까지 모두 고려를 하자면.
“아무리 멀어도 화이트 숲 너머의 이름도 안 지어진 작은 늪지이지 않을까.”
그 정도라면 아직은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믿자 다시 얼굴이 환하게 피고 있었다. 다니엘을 그걸 보는 걸 즐기다가, 햇빛이 반사되자 도로 꾸물거리며 구급차 안으로 들어갔다. 배도 얼추 채웠고, 다시 수면제를 하루 종일 털어야 했기 때문이다. 절대로 저 인간들의 표정변화가 이상하게 속이 꼬이게 만들어서가 아니였다.
-
2일차의 어느 저녁.
앨리스는 그동안 숲 안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했다.
이슬이 지지 않는 자리를 찾기 위해 걷기,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수시로 확인하기, 먹을 것이 있는지 살펴보기 등등. 앨리스는 다음 번에는 이런 악성 미친놈을 상대할 때에는 패미컨 몇 개를 구비해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증인 A: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때 다들 이걸 생각 못한 게 오히려 신기했다고 할까. 반드시 붙잡으리라, 하는 분위기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고 할까.
-증인 D: ...(혀 차는 소리.) 실수가 참 많았다. 됐나?
앨리스는 해가 지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인간이 손대지 않은 자연에서의 밤은 인간이 아는 것보다도 훨씬 일찍 찾아온다. 차가운 공기가 이를 알리고 그에 맞춰 힘겨운 몸이 늘어지고 싶어한다. 앨리스는 방향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였지만, 그래도 이슬을 맞지 않는 자리는 보아 두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최대한 체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습한 곳은 나무에 불을 피울 수조차 없었다. 이끼 가득한 나무는 보란 듯이 물기를 머금고 마찰을 회피하며 미끄러지기 바빴다.
먹을 수 있는 게 없었고 그마저도 위험해 보이는 곳에 있거나 그 존재 자체로 그냥 위험한 것들 투성이였다. 들짐승들, 버섯들, 기타등등.
앨리스는 내일까지 버티기로 했다. 오늘 새벽에 얼어죽지 않는다면 가능하리라.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하는데, 아마도 찾고 있겠지, 하는 그런 무상한 희망 하나만을 쥐고서. 어쩌면 먼저 간 선배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눈을 뜬다면 말이다.
그럼 가서 미안하다고 해야지. 어처구니 없이 실수 한 번으로 죽게 되어서 말이다. 당신들이 한 번씩 막아준 치명상으로 살아남은 후배가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죽어버려서 미안하다고 해야 겠다. 당신들의 목숨의 무게를 이렇게 날리고 돌아오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고 해야 겠다...
잠이 온다.
아, 죽으면 안 되는데. 그럼 제 어머니나 동생한테 마지막으로 얼굴을 비추는 게 제 시신이 될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그건 너무 그랬다. 아직 아버지를 보러 가고 싶지도 않았다. 망할 아버지한테 가장 나쁜 사람이라고 욕도 푸지게 한 게 자신일 텐데, 가서 얼굴을 보면 또 엉엉 울 것 같아서 너무 걱정이 되었다.
잠이 온다...
살아서 나가고 싶었다. 죽는 건 무서웠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채 이렇게 맞이하긴 싫었다. 자길 구하러 오고 있긴 한지, 동료들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설마 자신이 체포를 실패해서 전부 다 자신처럼 어딘가에 흩어진 건 아닌지...
두렵다.
딱!
“겨우 찾았네.”
앨리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뜬다. 아니, 떴다는 감각이 아니다. 이건 ‘보인다’는 감각이다. 눈 앞의 상대는 파란 가디건을 걸친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시퍼런 우산을 쓰고 있었다. 유령인가, 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무서워 해줘서 아주 고맙다. 덕분에 찾았어.”
무슨 뜻이지?
“거긴 사람이랄 게 없으니까. 뭔가 반응이 강렬하게 있길래, 딱 봤더니 그쪽이던데.”
넌 뭐지?
“...설마 어디 얻어맞아서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는 말고. 그쪽이? 나를 잊어? 이건 이거대로 웃기겠는데.”
조금 더 선명해진다. 인간 형상의 누군가가 해상도가 높아지는 만큼 주변의 풍경이 흐려진다. 앨리스는 눈 앞의 존재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다. 저 새파란 색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심장소리가 쿵쾅쿵쾅 들려온다.
“아니 근데 X발 여긴 그래서 진짜 어디야 미친.”
“다니엘-!”
허억. 앨리스는 악몽인지 뭔지 모를 꿈에서 깨어났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어둠이 사야를 꽉 막고 있었다. 방금 전에 자신이 본 인영은 마치 환상이였다는 듯,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스락거리는 바람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 왔다. 앨리스는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한참 들었다.
자길 찾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하는 건지, 찾는 사람 중에 하필 그 녀석이 있다는 사실에 불쾌해 해야 하는 건지. 그러나 앨리스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모쪼록 생존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뜻이니까.
순식간에 바짝 긴장했던 몸은 안정을 찾자마자 다시 몸의 주인을 빠르게 수마로 빠트렸다.
한가로운 오후, 다니엘은 어제 만들고 남은 에그노그에 계피가루를 약간 치고 있던 도중이었다.
다니엘은 사용감이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한 전자레인지를 흘긋거리다가, 창문 바깥을 봤다가, 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지금 시간에 핸드폰을 켜서 활자를 다시 들여다 보기엔 그는 여전히 정보의 수해에 빠져 사는 인간이었다. 가끔은 글자가 담은 단 1g의 정보도 들여다 보고 싶지 않음을 가만히 있음으로서 어필하고 있던 그였다.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다니엘의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린다. 이런 식의 알림음은 수상한 곳과 연결된 그 메신저쪽은 아니고, 보나마나 누가 보냈는지 알 것 같은데. 다니엘이 자신의 피로 관리에 오늘도 마이너스를 책임지는 직속 후배를 생각하며 핸드폰 화면을 켠다. 아니나다를까, 후배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V.S: 선배님?
-V.S: 이거 문서 왜 이래요?
-V.S: 전화나 좀 받으시죠??
읽음 표시가 뜸과 동시에 후배에게서 전화가 온다. 에라이. 다니엘은 다 데워진 에그노그를 꺼내 느른하게 테이블에 늘어지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발신음이 들리고 한참을 느적느적 걷다가 받았다는 뜻이다. 대략 20초는 될 거다.
“어.”
이거라고 지칭한 문서가 뭔지도 모르겠으니 다니엘은 짧은 대답만 한다. 바꿔 말하자면, 다니엘이 보통 수준으로 건드린 게 아닌 문서가 제법 많으니 다니엘 자신도 영 짐작을 못 한다는 뜻이다. 핸드폰 저편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지하시설 특유의 울림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급하게 올라오고 있는가 보다.
“어, 는 무슨 어?!”
“설명을 안 하고 나서 나한테 물어보면.”
“...이 빌어먹을 선배 새끼가?”
“뭘 물어보고 싶은데?”
반대편에서 한바탕 최대한 검열한 수준의 욕설이 툭툭 튀어나온다. 다니엘은 직속 후배가 떠들게 두고 냉장고에서 어제 남겨 둔 에그타르트 하나를 마저 꺼내 차갑게 식은 상태로 한 입 베어물면서, 후배가 할 말이 욕설 이상으로 갱신되기를 기다렸다.
“공간 이동자 사건이요. 왜 맨 처음 보고서가 없어요?”
“아, 그거.”
“맨 뒷장이 왜 딱 한 줄만 있고 끝인데? 암만 봐도 누구 코멘트 있었다가 잘려나간 것 같잖아?”
우물우물. 역시 잘 만든 에그타르트는 맛있다. 속 터지게 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재능 있는 다니엘이, 매너 있게도 음식을 모두 씹어 삼킨 뒤에야 입을 열었다. 거기까지 또 20초는 걸렸다는 소리다. 그 동안 바냐는 자신의 선배가 태평하게도 뭔가를 먹고 있거나 마시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숨으로 비트를 찍고 있었고 말이다.
“그게... 연도를 말해 봐라.”
“앨리 선배님이 휘말린 건이요.”
“아.”
다니엘이 과거를 회상한다.
“구출 기여자에 선배님 이름 박혀있는 그거요.”
그거라면 자신이 손 댈 이유가 너무 명확한 건이였지.
-
통신기 너머로 소리가 들려 왔다. 그때는 아직 통신기에만 의존했어야 하는 시절이였다. 뭐, 그 때 일어난 사건을 생각하면 통신기가 아니라 텔레키네시스를 쓰는 초능력자가 있다 한들 거리가 닿지 않아서 아무것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다니엘은 그 때의 시대를 생각해 본다. 아직 윗선과 현장팀의 갈등이 영 안 풀렸던 시절이다. 자신이 오고 나서도 지속되고 있는 갈등, 지원이 부족한 현장팀, 상황 전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그 때 말이다. 그나마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자신이 어느 자리든 꿰차겠답시고 통신기를 집어들고 아무 데나 들쑤시고 다녔던 때이기도 했다.
그 때 상대한 적은 자신이나 타인을 다른 곳으로 배달시키는 힘이 있었다. 이 아X존 택배기사 같은 놈.
뭐 어쨌든, 녀석이 중요한 건 아니였다. 어차피 자신에게 위치를 특정당했었고, 찾기 어려운 놈도 아니였던 데다가, 하는 짓도 사람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는 도망치기만 반복하는 아주 이상한 놈이였으니까. 겁 많은 토끼 같다고 했어야 했다.
한 가지 문제 사항이 있었다면 그 녀석은 자신도 어디로 순간이동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고, 이는 다른 사람을 이동시킬 때도 마찬가지였다.
통신이 들려왔다.
“아난시!”
아난시. 앨리스 맥거프의 코드 네임이다. 다니엘은 뱅글뱅글 돌아가는 상황실 안에서 누가 들어도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를 듣고 상황 설명을 요구했었더랬다.
“뭔 일인데요?”
“태평하게 건물 안에 처박혀 있지 말고 네놈도 나와!”
“아니 그럼 누가 당신들 상황 다 살펴주는데?”
“닥치고 처나와, 이 애송이 새끼가!”
변함 없는 현장팀의 적대감은 그의 알 바도 아니고 소관도 아니니 무시하고.
“애가 능력에 휘말렸어!”
그 놈이 애 맞습니까, 라는 말을 먼저 할지 아니면 적을 제압하는 데엔 성공했는지 중에 뭘 먼저 물어볼까 하다가.
“비상 소집이다!”
“일단 체포는 했고요?”
“튀어나오기나 해!”
“에라이 염병할.”
라고 대꾸했었지. 저기요, 그 애랑 동갑내기인 사람이 지금 당신 윽박을 받아주고 있는데. 라는 생각도 같이 했던 것 같았다. 다니엘은 그때 자신 빼고는 영 쓸 만한 사람이 없어뵈는- 아니, 정보팀 여럿이 있었으니 그나마 어중이떠중이만 모인 곳은 아니였던 상황실을 빠져나왔었다. 그 다음에 어쨌더라.
당연하지만 통신기를 끼고 상황 설명을 마저 브리핑 받으면서 필요한 것을 챙기러 갔다.
“일단 그 놈은 잡았고요.”
“그래, 잡았다! 네놈은 그게 더 중요하냐?!”
“안 휘말리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피해 범위는 아까 들었으니까 됐고요. 연락은 안 됩니까?”
“...안 돼.”
통신기 너머에 있는 사람이 절망에 진정한 건지 뭔지, 하여튼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던 게 기억난다. 왜 기억에 박혔을까. 그런 목소리를 생전 읊조린 기억만 있지 타인의 입에서 말하는 건 처음 들어봐서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다니엘은 기억의 실타래를 계속 쫓아갔다.
아마 자신이 통신기를 이용해 앨리스와 연락을 시도했던 것 같다. 당연히 시도는 실패했고. 추적이 가능한 인원이 있는지 이동하면서 마저 브리핑을 했었던가.
“위치 추적이 가능한 능력자는 있습니까?”
“현재로서는 방향만 잡힌다.”
“불어요 그럼. 뭘 입 다물고 앉아서 징징거리기나 해요?”
“네놈은 뾰족한 수가 있기는 한가?!”
달그락.
아, 그래. 그때 딱 그걸 잡았었지. 기억이 교차한다. 현재 다니엘의 시선에도 순간 잡히는 것이다. 그것은 둥글고 적당히 손에 잡힐 정도의 몸체를 가진 원통형 물체였다. 안에 든 것을 표기하는 라벨이 있었다. 라벨에 쓰인 명칭은, 자신이 그 통을 열어 입 안에 냅다 처박은 것들의 이름은.
“구급차 몇 대랑 같이 가니까 조난 신고 하고.”
수면제다.
다니엘은 그 때 수면제 몇 통을 챙긴 채 구급차에 올라 타서는, 자신이 타자마자 잠에 빠졌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
그건 꽤 고생스러운 일이었다. 다니엘은 선명히 기억한다. 왜냐고? 그런 수면제들이 자신에게 잘 통했으면 자신도 수면제 한 알만 얌전히 먹었을 것이다. 왜 몇 통씩이나 챙기고 왜 몇 알을 냅다 입 안에 털어넣었겠는가. 안 통하는데 어거지로 통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꾸역꾸역 먹고도 잠에 가만히 빠졌다가 도로 파드득 일어나는 게 비일비재하단 말이다.
장거리 추적이 가능한 사람. 그 때 존재했던 현장팀 중 그나마 방향을 알겠다는 인간 하나. 통신기, 먹통. 전화, 먹통. 높은 확률로 통신국이고 뭐고 하나도 설치가 안 된 오지에 떨어졌을 가능성. 낮은 확률로 이미 죽었을 수 있음. 추적은 되나 생사 확인은 불가능.
다니엘은 그 때 강제로 꿈에 처들어가 누가 어떻게 살아있는지를 찾아내는 게 우선이었다. 기억의 특이한 점을 좇아 간신히 붙잡고 따라가는 것이 그 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미약함이란 이렇게 짜증이 나는 거다.
새카맣고 깜깜한 어둠이 몰아친다. 어디든지 갈 수 있지만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특이한 무언가를 발견하라지만 그게 말이 쉬운 줄 아는가? 지도가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일 마당에, 어느 위치에 떨어졌는지도 모를 인간을 고작 느낌과 감각만으로 찾아내라고 하는 게 쉬운 일이냔 말이다. 방향이 자신에게 거 참 대단히도 도움이 되었겠다.
실종, 조난 등 사람이 단시간에 사라졌을 때, 골든 타임이 언제인지 당시의 그는 몰랐다.
꿈 속에서 어떤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갔고, 그는 위장에 든 모든 수면제를 게워내며 구급차에서 깨어났다. 그건 여섯 번째 기상이었다.
반쯤 녹은 수면제들이 위액과 뒤섞여 약물의 쓴 내음과 시큼한 위액 냄새를 같이 내뿜고 있는 모습이 역겹다고 생각하며, 그는 지친 체력으로 구급차 안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탈진이었다.
-
“앨리 진술부터 보시지 그래.”
“봤는데 왜요.”
“읊어 봐라.”
“아 이게 문제에요 지금?”
-
앨리스 맥거프는 자신이 갑자기 숲 속으로 이동되었음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대상을 제압하기 위해 근처까지 갔다는 정도는 기억한다. 그 자의 손이나, 최소한 기동 거리까지 접근하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한 바였다.
현장팀은 이번 대상이 굉장히 포획, 체포하기 어려울 것이라 짐작했고, ‘빌어먹을’ 다니엘 녀석의 몇 가지 추론과 꿈 속 관측을 토대로 ‘대상에게는 힘을 쓸 때 손에 닿는 것만 이동시킬 수 있으며, 바로바로 발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쿨타임이 필요하다.’ 는 것을 알아냈다. 이를 기반으로 여러 작전을 수립하고 실행에 성공하는가 싶었는데.
지금 앨리스의 피부에 닿는 공기는 습하고 차가웠다. 지나치게 청량해서 오히려 어지러웠다. 도심지 바깥, 교외에서도 더 바깥, 말 그대로 자연이 뒤덮은 곳. 여기가 어디지. 앨리스는 하늘을 한 번 본다.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져 빽빽하게 보이는 하늘은 차라리 천장에 금이 갔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였다.
주변을 본다. 온갖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다. 주변 표지판이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이 허무하게 부서질 정도로 울창했다. 아무것도 식별할 수 없었다. 앨리스는 마지막으로 바닥을 본다. 사람이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는 길이라는 듯 매끄럽게 닦이기는 커녕 낙엽이 조금 쓸려나간 흔적조차 없다. 앨리스는 눈을 감는다.
벌레 소리, 바람이 스치는 소리. 그걸로 끝이다.
“...허...”
앨리스는 녹색이 크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곳에서 유일한 붉은 머리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증인 A: 한동안은 움직일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네. 부상을 입지도 않았는데.
단지 자신이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예감을 이런 식으로 하게 될 줄 몰랐기 때문에.
꼭 나무에 질식당하는 기분이 들어, 앨리스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기 위해, 패닉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바스락.
인간이 홀로이고, 낯선 환경에 내던져지면 모든 감각이 곤두선다. 앨리스를 패닉에 빠뜨린 감각이 압도적인 공간감과 거대한 녹색의 충격이라면, 거기서 강제로 끄집어내 현실에 다시 내동댕이 친 것은 청각이었다. 조용하기 짝이 없는 주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얼마나 놀랍겠나. 그것이 들짐승이라면? 이름 없는 범죄자라면?
아마 그녀가 잘 훈련된 영웅이 아니였다면 곧바로 비명을 지르거나 우왕좌왕하며 움직였을 것이다. 앨리스는 그러는 대신에, 빳빳하게 굳은 몸을 움직이기 좋게끔 살며시 움직이며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바람이 나뭇잎을 밟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
앨리스는 그것에 허탈해하면서도, 몸을 거세게 훑고 지나간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앨리스는 이 곳을 빠져나가기 전까지 그 감각에 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증인 A: 그건 그래.
-증인 A: 무력감이였지.
앨리스 맥거프 실종 1일차. 앨리스 맥거프, 발견되지 않음. 현재 앨리스 맥거프의 위치 확인 불가, 생사 불명.
-
2일차.
다니엘은 그때까지도 구급차에 계속 늘어져 있었다. 방향을 알려준 사람이 있었으니 그대로 무작정 달리면서 말이다. 몇 대의 차가 더 도착했고, 수색 작업에 필요한 물건이나, 장기전에 필요한 물건들이 차에 실려 따라왔다. 따라온 것들 중엔 경찰이 있었는데, 경찰들은 그들을 조금 비웃듯 보다가도 수사에 협력하겠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갔다.
‘당신들 같은 초인이 조난도 다 당합니까? 의외네요.’
‘아, 모욕을 주려는 건 아니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쪽 방향이라면... 아십니까? 화이트 숲입니다.’
‘꽤 거대한 숲이라서, 근처에 사는 주민들도 깊이는 들어가 본 적이 없을 겁니다. 그쪽으로 가보시겠습니까?’
“저 싸가지를 보고 배워야 하는데.”
다니엘은 그때, 급속도로 컨디션이 나빠진 위장에 어거지로 콘스프를 때려박았던 기억이 났다. 공권력과도 사이가 유서깊게 안 좋은 영웅들이 잔뜩 비꼼 당하는 것도 말이다. 그리고 그 때 담요를 어떻게든 두르고 공권력과 대치하면서도 어떻게든 쓸 만한 단서를 물고 오는 사람들도.
그 표정도.
“숲 안쪽에 있으면 숲 관리자들한테도 신고를 해야 겠지?”
“그렇겠죠...”
다른 영웅들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들이 정말, 영웅이라고는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처참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어떻게든 수습하려 하는 걸 봤던 것도 말이다.
그 인간들한테 무슨 안쓰러운 감정이 들었는지 몰라도 자신이 콘스프를 다른 인간들한테 냉큼 타 주면서 봤던 것 같다. 그렇게까지 유쾌한 표정은 아니었다. 다니엘은 자신이 그 때 그 표정들에 둘러싸이기 싫어 줄곧 구급차 안쪽에 마저 처박혀 있었단 것도 기억했다. 뭔가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고 해야 할까. 일이 안풀려서 그렇다고 해야 할까.
“숲이 아니라 그 너머로 갔으면 큰일이야.”
“차로 가도 너무 먼 거리까지 가잖아...”
아, 그래. 이 대화에서 그가 한 번 끼어들었었다. 다니엘은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였다. 어제 내내 수면제와 위액의 혼합체를 게워냈던 목이 반쯤 쉬어서 켁켁대는 소리를 냈다.
“콜록.”
“...너도 고생이 많다.”
“아니, 말고. 그 놈 지금 수갑 차고 본부 구석에 짜그라져 있잖아요.”
위치를 알면 그만큼 들여다보기 훨씬 쉬웠다. 기억을 타고 다니는 것도 훨씬 쉬웠고 말이다.
“그 놈 능력 반경이 아무리 넓어도 숲 너머로는 가지 않을 걸요?”
그가 콘스프를 먹으며 어지럽게 끼적인 도안은 알아보기엔 아직 흉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지도 위에 그린 몇가지 선들은 사람들의 눈에 어떤 가능성을 보게 하기 충분했다.
그가 깨작거렸던 선은 그 아X존 택배기사같은 놈이 언제 어디서 힘을 발동시켰는지에 대한 정보였다. 기억을 타고 내려가 겨우 찾은 피해자의 같은 시간 위치가 핀으로 꽂혀 있었다. 동그랗게 그린 원은 그 반경이다.
비록 급하게 만든 것이라 구질구질하고 구깃구깃하고 조잡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였지만, 그들에게 이 정보는 쓸모가 너무 넘쳤다.
“어떻게 알아낸 건데?!”
“밤새 본부에서 쪼는 걸 엿듣다가... 그 뭐냐.”
다니엘이 배터리가 나간 통신기를 귓가에서 빼서 흔들었다.
“일단 이것도 좀 누가 보급해 줬으면 좋겠고요.”
이후로 다니엘은 다른 인원들이 피해자를 찾으러 갔다는 언급이나, 본부에 남아 있던 이들이 피해자들 중 몇몇을 구조하고 사정청취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말을 마저 덧붙여 갔다.
“물론 그 전에 우선 위치를 잡은 건 저지만.”
이건 또 뭐하는 놈이냐며 약하게 신경질 내는 사람이 보였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저 그런 경위로 정보를 얻어냈구나, 하는 마음에 지도에 득달같이 달려들기만 했다. 다니엘은 그 때 자기 갈비뼈가 안 부러져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추가적으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앨리스가 있을 수 있는 위치는, 방향까지 모두 고려를 하자면.
“아무리 멀어도 화이트 숲 너머의 이름도 안 지어진 작은 늪지이지 않을까.”
그 정도라면 아직은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믿자 다시 얼굴이 환하게 피고 있었다. 다니엘을 그걸 보는 걸 즐기다가, 햇빛이 반사되자 도로 꾸물거리며 구급차 안으로 들어갔다. 배도 얼추 채웠고, 다시 수면제를 하루 종일 털어야 했기 때문이다. 절대로 저 인간들의 표정변화가 이상하게 속이 꼬이게 만들어서가 아니였다.
-
2일차의 어느 저녁.
앨리스는 그동안 숲 안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했다.
이슬이 지지 않는 자리를 찾기 위해 걷기,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수시로 확인하기, 먹을 것이 있는지 살펴보기 등등. 앨리스는 다음 번에는 이런 악성 미친놈을 상대할 때에는 패미컨 몇 개를 구비해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증인 A: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때 다들 이걸 생각 못한 게 오히려 신기했다고 할까. 반드시 붙잡으리라, 하는 분위기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고 할까.
-증인 D: ...(혀 차는 소리.) 실수가 참 많았다. 됐나?
앨리스는 해가 지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인간이 손대지 않은 자연에서의 밤은 인간이 아는 것보다도 훨씬 일찍 찾아온다. 차가운 공기가 이를 알리고 그에 맞춰 힘겨운 몸이 늘어지고 싶어한다. 앨리스는 방향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였지만, 그래도 이슬을 맞지 않는 자리는 보아 두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최대한 체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습한 곳은 나무에 불을 피울 수조차 없었다. 이끼 가득한 나무는 보란 듯이 물기를 머금고 마찰을 회피하며 미끄러지기 바빴다.
먹을 수 있는 게 없었고 그마저도 위험해 보이는 곳에 있거나 그 존재 자체로 그냥 위험한 것들 투성이였다. 들짐승들, 버섯들, 기타등등.
앨리스는 내일까지 버티기로 했다. 오늘 새벽에 얼어죽지 않는다면 가능하리라.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하는데, 아마도 찾고 있겠지, 하는 그런 무상한 희망 하나만을 쥐고서. 어쩌면 먼저 간 선배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눈을 뜬다면 말이다.
그럼 가서 미안하다고 해야지. 어처구니 없이 실수 한 번으로 죽게 되어서 말이다. 당신들이 한 번씩 막아준 치명상으로 살아남은 후배가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죽어버려서 미안하다고 해야 겠다. 당신들의 목숨의 무게를 이렇게 날리고 돌아오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고 해야 겠다...
잠이 온다.
아, 죽으면 안 되는데. 그럼 제 어머니나 동생한테 마지막으로 얼굴을 비추는 게 제 시신이 될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그건 너무 그랬다. 아직 아버지를 보러 가고 싶지도 않았다. 망할 아버지한테 가장 나쁜 사람이라고 욕도 푸지게 한 게 자신일 텐데, 가서 얼굴을 보면 또 엉엉 울 것 같아서 너무 걱정이 되었다.
잠이 온다...
살아서 나가고 싶었다. 죽는 건 무서웠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채 이렇게 맞이하긴 싫었다. 자길 구하러 오고 있긴 한지, 동료들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설마 자신이 체포를 실패해서 전부 다 자신처럼 어딘가에 흩어진 건 아닌지...
두렵다.
딱!
“겨우 찾았네.”
앨리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뜬다. 아니, 떴다는 감각이 아니다. 이건 ‘보인다’는 감각이다. 눈 앞의 상대는 파란 가디건을 걸친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시퍼런 우산을 쓰고 있었다. 유령인가, 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무서워 해줘서 아주 고맙다. 덕분에 찾았어.”
무슨 뜻이지?
“거긴 사람이랄 게 없으니까. 뭔가 반응이 강렬하게 있길래, 딱 봤더니 그쪽이던데.”
넌 뭐지?
“...설마 어디 얻어맞아서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는 말고. 그쪽이? 나를 잊어? 이건 이거대로 웃기겠는데.”
조금 더 선명해진다. 인간 형상의 누군가가 해상도가 높아지는 만큼 주변의 풍경이 흐려진다. 앨리스는 눈 앞의 존재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다. 저 새파란 색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심장소리가 쿵쾅쿵쾅 들려온다.
“아니 근데 X발 여긴 그래서 진짜 어디야 미친.”
“다니엘-!”
허억. 앨리스는 악몽인지 뭔지 모를 꿈에서 깨어났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어둠이 사야를 꽉 막고 있었다. 방금 전에 자신이 본 인영은 마치 환상이였다는 듯,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스락거리는 바람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 왔다. 앨리스는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한참 들었다.
자길 찾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하는 건지, 찾는 사람 중에 하필 그 녀석이 있다는 사실에 불쾌해 해야 하는 건지. 그러나 앨리스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모쪼록 생존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뜻이니까.
순식간에 바짝 긴장했던 몸은 안정을 찾자마자 다시 몸의 주인을 빠르게 수마로 빠트렸다.
2025년 3월 23일 (일) 오후 08:37:13
Fortuna.
“여기서부터 기록이 이상하다고요.”
“뭐가 이상한데.”
“3일차 기록이 너무 요약되어 있다고요. 댁이 정리했을 거 아냐?!”
바냐가 다니엘에게 전화로 전한 내용 상에서 3일차는 이렇게 끝이 났다.
-증인 A: 정말 극적으로 구조됐지.
-증인 D: 이게 다 내가 추적을 해서 정보 격차를 최소화한 거라니까.
위의 두 증언과 아주 개략적인 숲 조사과정, 앨리스를 발견했음, 조사 끝. 날림이 따로 없다. 누가 봐도 기록이 수정되었고, 빼먹은 기록이 있다고 알리는 꼴이었다. 심지어 사후 처리에 대한 내용도 없었다!
“말해 봐요. 대체 뭐길래 그랬어요?”
다니엘은 침묵한다.
-
3일차의 새벽.
다니엘은 그때도 앨리스의 꿈과 기억을 들락거리면서 정확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도 많은 나무들이 정신 나가게 있어서는 위치고 나발이고 길이나 안 잃으면 이상할 지경이었다. 당시의 감상은 그랬다. 모든 나무들이 똑같이 보이니 여기가 어디고 저기는 또 어디이며, 방향은 또 어디인지 도대체 감이 안 잡혔다.
기억의 주인인 앨리스도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그 감각에 영향을 받아 더욱 그랬다. 북쪽이고 남쪽이고 어디가 어디야. 그나마 앨리스가 이끼가 자란 방향으로 알아낼 수 있는 건 알아내자 동시에 방향 감각 체계가 다시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고생 참 많이 한다. 다니엘이 기억을 읽으면서 한 생각이다.
“오늘 안에 못 찾으면 그 다음엔 뭐 생사 장담을 못 하겠는데.”
2일차 저녁에 앨리스를 극적으로 그의 능력을 통해 밝혀내면서 생존을 확인한 게 몇시간 전이다. 그리고 나서 3일차로 넘어간 새벽녘, 다시 확인한 앨리스의 상태는.
“탈진에, 탈수에... 저체온증도 간당간당하고.”
이걸 죄다 증상을 어느정도 감 잡을 수 있는 내가 레전드다 X발. 다니엘은 회고하면서 생각한 건데, 뭔 인생을 어떻게 살았나 하고 돌아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아니, 이렇게 샐 게 아니라.
하여튼 3일차로 넘어가는 그 새벽에 앨리스는 차가운 상태였다. 물리적으로 말이다. 다니엘은 그때 다른 풍경을 대조해 가면서도 수시로 앨리스의 심장 박동을 확인했어야 하는 그 감각을 아직도 기억한다. 생경한 감각이었다. 물론 풍경을 대조한답시고 숲 안쪽까지 진입해서 꺠어났다가 다시 수면제를 왕창 먹고 고꾸라지듯 어거지로 잠에 빠져드는 것만큼 기분이 더럽고 생경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러다간 위험하다. 그 정보 하나는 충분하게 새겨졌다.
“앨리스 블레이크 맥거프.”
“...”
“앨리스 블레이크, 맥거프.”
“...”
“맥거프!”
다니엘은 결국 앨리스를 꿈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었다.
-증인 A: 그 녀석이 별안간 꿈에 다시 나왔었어. 처음에는 안심하라고, 곧 도착한다고 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뭐라고 한 줄 알아?
“너, 살고 싶은 거 맞지.”
앨리스의 공포를 좇아 온 다니엘이 꿈에서 말했다. 앨리스는 뿌옇고 검은 공간에 시퍼런 인영과 이미지로만 ‘보이는’ 그가 그렇게 물어오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뭐지, 어딘가 잘못 됐나. 그 감정을 감지한 듯 다니엘이 가만히 말했다.
“숲 내부가 너무 넓어. 지도를 살펴 가면서, 네 기억도 거 미안한데 좀 뒤져봤고, 대조해 가면서 찾고는 있는데... 이대로 가면 아무리 빨라도 오늘 저녁이야.”
“...버틸 수 있어.”
앨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게 말라붙었다고 ‘감각했다’.
다니엘의 표정이 유달리 선명하게 ‘보였다’. 저런 표정을 아마 본부에서도, 심지어 지나다닐 때 조차도 본 적이 없던 것 같은데. 아, 딱 한 번 본 기억이 있었다. 앨리스 그 자신이 저치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 잔뜩 짜증나고, 어딘가 켕기고,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 없어하는 못된 인간같은 표정이다.
“버틸 수 있는지 없는지를 이야기하지 말라고.”
“...뭘 바라.”
다니엘의 시퍼런 인영이 점점 뭉개진다. 푸르스름한 색채가 주변을 가득 메운다. 처음 이 빌어먹을 놈을 마주했던 그 때처럼. 꿈이 퍼렇게 물드는 건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니다.
“네 능력으로 뭔가 표기라도 해 달라고.”
“...표기?”
“나무를 부러뜨리든.”
“...”
“뭐, 나무 열매가 굴러떨어지든 어떻든. 흐르는 물을 보든 뭐 갑자기 불이 나든 간에.”
“...”
“대차대조할 단서가 필요해.”
앨리스는 시퍼런 풍경 속에서 정신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꿈 속에서 이런 것까지 느낄 수 있다니, 그거 참 신기한 일이다.
“뭐라도 해 봐, 맥거프.”
“...”
“살고 싶다며!”
저 짜증나는 입을 어떻게 하고 싶은데 말이다. 책임을 은근히 회피하려고 하는 저 짜증나는 녀석이 뭐 저리 발악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구차하게 왜 저렇게 주절거리는 건지. 봐라, 이번에도 말이다. 앨리스는 자신이 살고 싶다고 말했으므로 자신이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고 말을 하는 저 빌어먹을 주둥이를 봤다.
저 주둥이를 한 번 내리쳐 보고 싶다. 정말로.
-증인 A: 그 때, 주변이 온통 새파랬어서 그런가. 꼭 하늘을 움켜쥐는 기분이 들었어.
-
-
다니엘은 그 때 꿈에서 쫓겨나며 꺠어났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아마 마지막으로 삼킨 열 세 정의 수면제를 그대로 게워낸 이후 자신도 마찬가지로 탈진해 고꾸라졌던 것도. 마지막으로 들었던 것이 우레 소리였다. 동시에 온갖 사람들이 저게 뭐냐고 떠들기 시작하는 소음도. 가물거리는 정신 속에 이것저것 잘도 포착해냈었군.
다니엘은 그 이후에, 눈 떠보니 옆자리 침대에 앨리스가 수액을 맞고 있던 것을 기억한다.
-증인 A: 눈을 떠보니까 걔가 피거품 물면서 있던데? 뭘 한 거야. ...뭐? 수면제를 몇 개나 먹었다고?
아주 귀신 쳐다보듯이 보던 것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
“안 알려줄 거에요?”
“목숨 걸 생각 있냐?”
“...그 정도에요?”
“없으면 끊어.”
-
-증인 D: 내 생각에 그 벼락을 만들어낸 게 걔라고밖에 추측을 못 하겠기는 한데 말이야. 그런데 그럼, 걔는 대체 능력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 거야?
-증인 D: ...그리고 내가 지금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증인 D: ...(걸어오는 소리.)
-증인 D: ...아무래도 본부 안에 있는 모든 공포 영화나 뭐, 쏘우? 그런 것들도 집어 치우고, 재난 영화 같은 것도 가급적이면 지우는 게 좋겠고.
-증인 D: 이것도 지우는 게- (파열음)
-
다니엘은 할 일을 했다. 그 뿐이었다. 끊어진 전화 속 이름을 가만히 보다가 통화녹음 내용을 지우고 나서, 그는 얌전히 괜찮은 온도로 식은 에그노그를 마저 홀짝일 뿐이었다.
원격 살인이 가능해 보이는 능력을 그런 식으로 발견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큰한 에그노그를 맛보면서 그는 일요일의 느긋한 오후를 마저 즐기기로 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 아무 일도 없던 거다.
“여기서부터 기록이 이상하다고요.”
“뭐가 이상한데.”
“3일차 기록이 너무 요약되어 있다고요. 댁이 정리했을 거 아냐?!”
바냐가 다니엘에게 전화로 전한 내용 상에서 3일차는 이렇게 끝이 났다.
-증인 A: 정말 극적으로 구조됐지.
-증인 D: 이게 다 내가 추적을 해서 정보 격차를 최소화한 거라니까.
위의 두 증언과 아주 개략적인 숲 조사과정, 앨리스를 발견했음, 조사 끝. 날림이 따로 없다. 누가 봐도 기록이 수정되었고, 빼먹은 기록이 있다고 알리는 꼴이었다. 심지어 사후 처리에 대한 내용도 없었다!
“말해 봐요. 대체 뭐길래 그랬어요?”
다니엘은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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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의 새벽.
다니엘은 그때도 앨리스의 꿈과 기억을 들락거리면서 정확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도 많은 나무들이 정신 나가게 있어서는 위치고 나발이고 길이나 안 잃으면 이상할 지경이었다. 당시의 감상은 그랬다. 모든 나무들이 똑같이 보이니 여기가 어디고 저기는 또 어디이며, 방향은 또 어디인지 도대체 감이 안 잡혔다.
기억의 주인인 앨리스도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그 감각에 영향을 받아 더욱 그랬다. 북쪽이고 남쪽이고 어디가 어디야. 그나마 앨리스가 이끼가 자란 방향으로 알아낼 수 있는 건 알아내자 동시에 방향 감각 체계가 다시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고생 참 많이 한다. 다니엘이 기억을 읽으면서 한 생각이다.
“오늘 안에 못 찾으면 그 다음엔 뭐 생사 장담을 못 하겠는데.”
2일차 저녁에 앨리스를 극적으로 그의 능력을 통해 밝혀내면서 생존을 확인한 게 몇시간 전이다. 그리고 나서 3일차로 넘어간 새벽녘, 다시 확인한 앨리스의 상태는.
“탈진에, 탈수에... 저체온증도 간당간당하고.”
이걸 죄다 증상을 어느정도 감 잡을 수 있는 내가 레전드다 X발. 다니엘은 회고하면서 생각한 건데, 뭔 인생을 어떻게 살았나 하고 돌아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아니, 이렇게 샐 게 아니라.
하여튼 3일차로 넘어가는 그 새벽에 앨리스는 차가운 상태였다. 물리적으로 말이다. 다니엘은 그때 다른 풍경을 대조해 가면서도 수시로 앨리스의 심장 박동을 확인했어야 하는 그 감각을 아직도 기억한다. 생경한 감각이었다. 물론 풍경을 대조한답시고 숲 안쪽까지 진입해서 꺠어났다가 다시 수면제를 왕창 먹고 고꾸라지듯 어거지로 잠에 빠져드는 것만큼 기분이 더럽고 생경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러다간 위험하다. 그 정보 하나는 충분하게 새겨졌다.
“앨리스 블레이크 맥거프.”
“...”
“앨리스 블레이크, 맥거프.”
“...”
“맥거프!”
다니엘은 결국 앨리스를 꿈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었다.
-증인 A: 그 녀석이 별안간 꿈에 다시 나왔었어. 처음에는 안심하라고, 곧 도착한다고 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뭐라고 한 줄 알아?
“너, 살고 싶은 거 맞지.”
앨리스의 공포를 좇아 온 다니엘이 꿈에서 말했다. 앨리스는 뿌옇고 검은 공간에 시퍼런 인영과 이미지로만 ‘보이는’ 그가 그렇게 물어오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뭐지, 어딘가 잘못 됐나. 그 감정을 감지한 듯 다니엘이 가만히 말했다.
“숲 내부가 너무 넓어. 지도를 살펴 가면서, 네 기억도 거 미안한데 좀 뒤져봤고, 대조해 가면서 찾고는 있는데... 이대로 가면 아무리 빨라도 오늘 저녁이야.”
“...버틸 수 있어.”
앨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게 말라붙었다고 ‘감각했다’.
다니엘의 표정이 유달리 선명하게 ‘보였다’. 저런 표정을 아마 본부에서도, 심지어 지나다닐 때 조차도 본 적이 없던 것 같은데. 아, 딱 한 번 본 기억이 있었다. 앨리스 그 자신이 저치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 잔뜩 짜증나고, 어딘가 켕기고,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 없어하는 못된 인간같은 표정이다.
“버틸 수 있는지 없는지를 이야기하지 말라고.”
“...뭘 바라.”
다니엘의 시퍼런 인영이 점점 뭉개진다. 푸르스름한 색채가 주변을 가득 메운다. 처음 이 빌어먹을 놈을 마주했던 그 때처럼. 꿈이 퍼렇게 물드는 건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니다.
“네 능력으로 뭔가 표기라도 해 달라고.”
“...표기?”
“나무를 부러뜨리든.”
“...”
“뭐, 나무 열매가 굴러떨어지든 어떻든. 흐르는 물을 보든 뭐 갑자기 불이 나든 간에.”
“...”
“대차대조할 단서가 필요해.”
앨리스는 시퍼런 풍경 속에서 정신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꿈 속에서 이런 것까지 느낄 수 있다니, 그거 참 신기한 일이다.
“뭐라도 해 봐, 맥거프.”
“...”
“살고 싶다며!”
저 짜증나는 입을 어떻게 하고 싶은데 말이다. 책임을 은근히 회피하려고 하는 저 짜증나는 녀석이 뭐 저리 발악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구차하게 왜 저렇게 주절거리는 건지. 봐라, 이번에도 말이다. 앨리스는 자신이 살고 싶다고 말했으므로 자신이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고 말을 하는 저 빌어먹을 주둥이를 봤다.
저 주둥이를 한 번 내리쳐 보고 싶다. 정말로.
-증인 A: 그 때, 주변이 온통 새파랬어서 그런가. 꼭 하늘을 움켜쥐는 기분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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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그 때 꿈에서 쫓겨나며 꺠어났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아마 마지막으로 삼킨 열 세 정의 수면제를 그대로 게워낸 이후 자신도 마찬가지로 탈진해 고꾸라졌던 것도. 마지막으로 들었던 것이 우레 소리였다. 동시에 온갖 사람들이 저게 뭐냐고 떠들기 시작하는 소음도. 가물거리는 정신 속에 이것저것 잘도 포착해냈었군.
다니엘은 그 이후에, 눈 떠보니 옆자리 침대에 앨리스가 수액을 맞고 있던 것을 기억한다.
-증인 A: 눈을 떠보니까 걔가 피거품 물면서 있던데? 뭘 한 거야. ...뭐? 수면제를 몇 개나 먹었다고?
아주 귀신 쳐다보듯이 보던 것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
“안 알려줄 거에요?”
“목숨 걸 생각 있냐?”
“...그 정도에요?”
“없으면 끊어.”
-
-증인 D: 내 생각에 그 벼락을 만들어낸 게 걔라고밖에 추측을 못 하겠기는 한데 말이야. 그런데 그럼, 걔는 대체 능력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 거야?
-증인 D: ...그리고 내가 지금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증인 D: ...(걸어오는 소리.)
-증인 D: ...아무래도 본부 안에 있는 모든 공포 영화나 뭐, 쏘우? 그런 것들도 집어 치우고, 재난 영화 같은 것도 가급적이면 지우는 게 좋겠고.
-증인 D: 이것도 지우는 게- (파열음)
-
다니엘은 할 일을 했다. 그 뿐이었다. 끊어진 전화 속 이름을 가만히 보다가 통화녹음 내용을 지우고 나서, 그는 얌전히 괜찮은 온도로 식은 에그노그를 마저 홀짝일 뿐이었다.
원격 살인이 가능해 보이는 능력을 그런 식으로 발견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큰한 에그노그를 맛보면서 그는 일요일의 느긋한 오후를 마저 즐기기로 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 아무 일도 없던 거다.
이 주제글은 죽었어! 더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