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1-

#250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1- (1001)

종료
#0에주(GOFTxzL0cO)2025-01-21 (화) 14:53:21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213Dr. R: 망각(ucoNol3fIi)2025-01-22 (수) 13:40:36
※ 기반 작품(명일방주)의 스토리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원작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4:11 P.M. 날씨 / 흐림. 가시거리 10km
 실외, 로도스 아일랜드 갑판

 「로디안씨는 로디안씨가 기억하는 것보다 이전 행적은 궁금해해 본 적 없어?」
 「그건 나도 당연히 궁금해. 그런데... 그걸 알 만한 사람들이 전부 입을 다물고 있달까.」

 검은 바탕에 수놓인 흰 활자들이 단말기 화면을 어지럽힌다. 지나간 대화 로그가 딱딱하고 각진 글씨체로 나타난다. 다른 세계와 이어진 정체불명의 통신망에 접속하는 건 꽤나 유쾌한 일이었다. 각자 다른 삶과 이야기, 세상, 색깔이 펼쳐진 곳을 어엿한 연구자─비록 기억을 잃었어도─라면 싫어할 리가 없다. (물론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벌어지는 일상도 그에 못지 않게 파란만장하지만.)
 로디안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간밤의 담화가 즐겁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냥, 다시 곱씹어보니 마음이 심란해진 탓이다.

 ‘나는⋯⋯ 도대체 누구지.’

 그가 단말기를 코트 앞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은 어느새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서 무거운 습기가 느껴진다. 비라도 오려는 모양이지. 로디안은 갑판 난간에 팔을 괴었다. 과거의 자신이 누구였는지, 잃어버린 기억에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을지를 생각하다 보면 으레 속이 답답해지곤 했다─
 또각또각, 이쪽으로 다가오는 굽 소리에 로디안은 반쯤 정신을 차렸다. 생각의 바다를 헤메고 있던 나머지 반쪽 정신까지 마저 차린 건 발소리의 주인이 말을 건넸을 무렵이었고.

 “박사.”

 닥터 켈시.
 로도스 아일랜드의 수뇌부 중 한 명이자 로디안 박사를 구출해 이 자리에 앉혀놓은 장본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동료 의사라고 할 수 있다⋯⋯. 가끔 쌀쌀맞게 구는 것만 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지.
 켈시가 로디안의 곁으로 다가와 나란히 선다. 물끄러미 바라본 그녀의 낯은 늘 그렇듯 무감하고 정적이었다.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얼굴 마주보며 대화할 때도⋯⋯.

 “고민이라도 있는 것 같은데, 아니야?” 켈시가 말을 붙여왔다.
 “고민⋯⋯ 대충 비슷하지.” 로디안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헤픈 한숨이 내뱉어진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 그걸 너 혼자만 짊어지려 할 필요는 없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지만, 로디안은 알고 있다.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건 자신이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걸.

 「답답한 건 좀 그렇잖아? 아끼는 동료가 물어보면 알려줄 만한 것도 있을거고...」
 「아끼는 동료라... 뭐, 언젠가는 알려주겠지. 아니면 내가 스스로 알아내거나.」

 간밤의 대화가 다시금 생각났다가, 말았다. ‘그치만 이 여자가 도무지 입을 안 여는 걸.’ 그의 내면에서 소소한 불평─주로 켈시에 대한─이 떠올랐다.
 ⋯⋯애초에 그녀에게, 나는 ‘아끼는 동료’가 맞는 건가?

 리유니온과의 분쟁이 한참 최악으로 치닫을 무렵 켈시가 무어라 했던 말이 있었다. 이동도시 체르노보그의 지하, 로디안 박사가 잠들어있었던 바로 그 ‘석관’ 앞에서 말이다.



 “⋯⋯박사, 때론 내가 악의적으로 굴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해.”

 켈시가 로디안을 돌아보았다. “나 역시 최대한 자제할 테니까.” 석관의 계기판을 훑던 손짓도 우뚝 멈추었다.

 “안 좋은 말을 듣고도 참으라는 거야?”

 그는 악의 없이 순수한 궁금증을 담아 대꾸했다. 여태껏 지켜보며 느낀 거지만 켈시는 줄곧 석연찮은 태도를 보여왔었다. 그 언행에 배려와 친절은 있되 결코 친근함은 없었다. 어떨 땐 쌀쌀맞기까지 했다.

 “내 태도는 내 기억에서 비롯되지. 네 기억은 지워졌을지 몰라도 내 기억엔 거의 오류가 없거든.”

 “이 가정용 생체 회복기에는 그런 기능이 없을 텐데⋯⋯.” 어느새 석관 앞까지 다가간 켈시가 그 물체를 유심히 살폈다. 그러더니 다시금 뒤돌아 로디안을 흘겨본다. “석관의 고장인지 네가 연기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너, 겉으로 보이는 너는 결백해 보인다.”

 ‘기억을 잃어버렸으니까.’
 “기억을 잃어버린 탓이겠지.”

 로디안의 생각과 켈시의 발언이 일치한다.

 “박사, 이제부터 할 이야기에 기분 상하지 마.“
 “이번 한 번만 내 감정에 솔직해질게. 아미야는 싫어하겠지만, 이걸 알려주고 싶다.“

 ‘도대체 뭘 말하시려고⋯⋯.’ 그때까지만 해도 로디안은 쓸모없는 고민이나 하고 있었다. 대체 뭐길래 저런담, 옛날 일 알려줄 것도 아니면서. 빨리 끝내고 함선에나 돌아가고 싶다⋯⋯ 따위 생각을.

 “만약 가능하다면, 난 네게 복수를 할 거다.“

 무덤덤히 천장을 올려다보는 켈시. 마치 제가 내뱉은 말의 무게를 모르듯 태연자약한 행동이다. “⋯⋯뭐⋯⋯?“ 그러나 로디안은 그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있는 대로 인상을 찡그려 그 의미를 이해하려 애썼다. 당혹스러웠다.

 “⋯⋯기억이 다시 떠오르면 자신의 선택을 돌아볼 기회가 생길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켈시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네가 후회한다고 해도, 아니면 영원히 잊는다고 해도 내 생각을 바꾸진 못할 거다.“
 “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증오의 싹을 틔우진 않겠지만, 그걸 간직할 권리는 내게 있으니까.“
 “난 영원히 분노할 권리가 있다.“

 속내를 한 차례 쏟아부은 켈시가 후우,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자 둘 사이의 거리가 한결 가까워졌다. 그녀의 태도는 평소와 같았다. 무뚝뚝한 의사 선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허나 반대로 그 내면이 잔뜩 요동치고 있으리란 걸 로디안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모르겠어⋯⋯. 이 분노를 누구에게 쏟아부어야 할지.“
 “⋯⋯나한테 화풀이하겠다는 건 아니지?“ 농담처럼 들리는 대답이지만 결코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난 그 대상이 너라고 생각하진 않아. 안 그랬다면 그동안 너와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 테니까.“

 그 말대로다. 로디안이 깨어난 직후부터 켈시는 줄곧 그의 주치의 겸 동료 역할을 자처해왔다. 그녀가 정말 복수하고 싶었다면⋯⋯ 진작에 저질렀을 것이다. 그럴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는데.
 켈시가 로디안으로부터 몸을 홱 돌렸다. 그러나 낯이 일그러지는 것마저 감출 순 없었다.

 “난 네가 차라리⋯⋯.” 그녀가 이토록 거친 감정을 드러내는 건 처음이다.
 “차라리 네가⋯⋯.” 하지만 거기 담겨있는 건 분노도, 슬픔도 아니었다.
 “⋯⋯.” 이내 켈시의 입이 꾹 다물린다.



 “박사.”

 켈시의 나직한 목소리가 로디안을 현실 세계로 되돌려놓았다. “어디가 안 좋나?” 그녀의 얼굴에 잠깐 우려가 스친다. 로디안은 고개를 가볍게 내저었다.

 “⋯⋯켈시.”

 그의 시선이 저 황야의 지평선을 향한다. 그리고, 켈시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말을 이어갔다.

 “내가 기억을 전부 되찾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흐리멍텅한 시선이 켈시를 향한다. 언젠가 알게 될 과거에 대한 두려움, 의문, 걱정, 불확실성. 그는 아직도 기억을 되찾는 것을 겁내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알고 싶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잘못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속죄하는 게 좋을지.
 모순되는 마음에 머리가 어지럽다.

 짧은 고민 이후 켈시가 운을 떼었다. “그때가 되면 수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얻겠지만, 모든 답이 만족스럽지는 않겠지.”
 “너는 지금 자신을 향하는 모든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알게 될 거다. 나와 W의 원망이든, 아미야의 무조건적인 신뢰든⋯⋯ 더 오래된 그런 것들이든.”
 “엄청난 양의 기억과 강렬한 감정들이 순식간에 너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겠지⋯⋯.”
 “그때 받는 느낌은 피로에만 그치지 않을 거다.”
 “더 무서운 건, 과거가 정말로 너를 찾아왔을 때, 너는 선택을 강요당하게 될 거란 사실이다.”
 “만일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네가 지금까지 했던 수많은 노력을 손쉽게 뒤덮어버리고, 영원히 기어오를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널 끌어들인다면?” 이 부분에서 로디안은 잠깐 몸을 떨었다.
 “거기서 네가 패배해버리면 힘들게 쌓아올린 모든 것이 무너지고, 너는 더 이상 지금의 네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네 과거에 대해 말을 아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켈시의 장광설이 겨우내 마무리되었다. 그렇다 한들 그녀의 말이 장황하기만 한 내용인 것만은 아니다. 그녀가 경고한 내용이야말로 로디안이 우려하던 것이었니까. 켈시는 그녀 나름대로 그를 배려해주고 있는 셈이었다.
 로디안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박사. 누누이 말했듯이 나는 너를 도울 거다. 우리가 함께 하는 한.”

 ‘말은 그럴듯하게 잘 하긴 하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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