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1> [1:1/현대판타지/HL]피안화 물든 빛 - 9 (1001)
눈치없는 바보용사에게 이 어장을 바칩니다.
2025년 3월 29일 (토) 오전 12:41:16 - 2025년 5월 17일 (토) 오전 12:33:33
2025년 3월 29일 (토) 오전 12:41:16
그는 본의 아니게 마츠시타 린을 곤란하게 하는데 꽤나 탁월한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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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4일 (일) 오후 11:57:41

저도 언젠가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저기,
이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어린애 답지 않게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나시네는 주는 대로 덥석 덥석 음식을 받아먹고 있는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에 커다란 붉은 눈을 깜박이는 어린 여자아이의 뒤로 푸른 하늘의 구름이 유유히 창문 너머로 흐른다.
푸른 정오의 햇빛이 비추는 교실 안,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듯 기다란 책상과 의자에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어린아이 두 명이 앉아있었다. 짧은 다리를 신이 난 듯 앞 뒤로 흔들며 열심히 간식을 먹는 남자아이의 배는 이미 조금 볼록하게 나와있었다.
"저기...더 먹으면 배가 아플거야."
"응?"
무엇이 문제이냐는 듯 순진무구한 눈으로 돌아보는 눈빛에 나시네는 더 곤란해졌다. 간식을 기대하는 강아지 같은 눈빛이었다. 벌써 세 번째 나시네는 이 눈빛에 흔들려서 계속 아이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오라버니가 너무 많이 먹으면 배가 아야 한다고 했어. 또."
또오...자신이 놓인 상황에 대해 말을 이어 가려다가 자신이 할 말을 까먹어 다시 어린애답지 않게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상하게 자신이 왜 이 곳에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라버니를 기다리다가 교실에 들어온 걸까.'
"또 없어?"
나시네가 간식을 주길 기다리며 기대하는 눈으로 바라보지만 반응이 없자 남자아이가 눈치를 보며 조그맣게 물어본다.
"응. 우린 이제 나가야 해. 이제 가족이 걱정할 거야."
더 이상은 모르겠어. 눈을 떠보니 빈 교실에 배고파 보이는 또래의 남자애랑 남겨져 있어 간식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건강에도 안 좋을 것 같고, 오라버니가 자신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더 먹고 싶어. 배고파."
"안 돼. 착한 아이는 간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된다고 했어."
놓인 간식에 손을 뻗는 어린 소년의 손을 치우며 나시네는 팔짱을 끼우며 아버지가 하듯 엄하게 대꾸했다. 눈을 보면 다시 마음이 흐물흐물해질 것 같아서 일부러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알렌은 갑자기 달라진 목소리 톤에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부잣집 아이처럼 보이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상냥하게 웃던 얼굴은 어디가고 돌린 고개와 치워져 목적지를 잃고 뻗은 손이 청승맞았다.
우으, 검은 눈에 눈물이 글썽이고 흰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가슴속이 시큰하고 묘하게 서러웠다. 나시네가 당황해서 알렌을 바라보지만 이미 어린 아이 특유의 동그란 얼굴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뚝뚝 흐르고 있었다.
"뚝, 큰 아이는 우는 게 아니야."
엉엉 우는 건 아기만 하는 일이라고 배웠을 뿐더러 한 번도 주변의 남자아이나 아버지나 오라버니가 우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더해서 잦은 병마로 집안에 주로 있었던 터라 제 또래의 아이들을 볼 일이 많지도 않았기에 나시네는 지금 상황이 더 당황스러웠다. 애써 주변 어른들을 따라 얘기해보지만 그런 나시네의 말에 알렌은 더 서러웠다. 처음에는 상냥했는데 자신이 욕심쟁이라서 이제 소녀도 저를 미워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미안해애...잘못했어요."
처음에 힝힝거리는 소리로 시작했던 울음이 커져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단호한 말투가 마치 윽박지르던 길거리의 어른들 같아서 주먹으로 마구 닦아도 눈물이 계속 나왔다. 그러다 불쑥 내밀어진 하얀 천 조각이 눈앞에 들어왔다. 쉬이, 착하지. 어색하게 달래는 목소리로 나시네는 어쩔 줄 몰라하며 손수건을 소년의 얼굴에 가볍게 문대었다.
"지금은 소화가 되지 않아서 간식을 줄 수가 없어. 같이 학교 밖으로 나가면 괜찮을거야. 그 때 과자를 줄 게."
"소화?"
응, 눈물을 훔치며 소년이 물어보자 나시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가면 정말로 과자를 줄 거야? 버리고 가지 않을거야?"
소년의 손이 불안으로 꼼질거렸다. 애타게 자신을 바라보는 흑안과 불안에 떠는 목소리가 또 다시 당황을 불러일으켜 나시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약속 지킬게."
소년의 얼굴이 밝아진다. 음식을 잔뜩 먹어 조금 둔해진 움직임으로 꾸물거리다가 폴짝 의자에서 뛰어내린다. 같이 가자! 잔뜩 울어 눈물이 맺힌 얼굴로 해맑게 웃는 아이의 손을 나시네가 붙잡았다.
복도의 알림판에 5월 5일은 공휴일입니다. 라고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분명 모르는 문자인데 읽을 수 있어서 신기했다.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앞장서 걸어가는 남자아이의 뒤를 따라 걸으며 나시네는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커다란 교정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알렌은 학교에 와 본 적 있어?"
알렌, 남자아이의 이름이었다. 저를 부르는 소리에 알렌이 고개를 돌려 눈을 깜박인다.
"아니. 나중에 친구랑 가볼거야!"
잠깐, 지금 나시네랑 같이 학교에 있으니까 나중에가 아닌가. 나시네는 잠시 혼란에 빠진 알렌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나도 같이 가도 될까?."
같이, 학교에 친구랑,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어린 소녀의 얼굴에 방긋 미소가 떠올랐다. 그를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에도 해맑은 웃음이 번졌다.
"그래 다같이 또 가자!"
고민이 해결되어 상쾌해진 표정으로 알렌은 계단을 통통 뛰어 내려갔다. 맞다 나시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소년이 뒤를 돌아보았다. 계단의 난간을 잡으려다가 높이가 맞지 않아 팔을 완전히 뻗어 손가락만 걸치고서 한 발짝 내려오는 나시네가 보였다.
'여자애는 계단을 내려오는 게 힘들구나.'
계단에서 뛰지 말라는 교육에다 선천적으로 약한 신체가 겹쳐져 생긴 습관이었지만 이를 모르는 소년의 오해였다. 알렌은 다시 몇 걸음 올라가 손을 뻗어 소녀의 손을 잡았다.
"나, 뛰는 건 무서워."
자신을 바라보는 반짝이는 검은 눈빛에 나시네가 몸을 움츠렸다. 괜찮아. 반짝이는 눈빛 만큼이나 밝은 대답과 함께 잡은 손으로 천천히 한 걸음을 같이 내딛고 두 걸음을 내딛고 그 다음 걸음을 내딛어 본다. 어느새 나시네는 알렌과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와아...!"
뛰면서 생기는 바람이 볼을 기분좋게 스쳤다. 어느새 맑은 웃음이 터지고 두 아이는 웃으며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복도에 붙은 여러 어려운 안내문이 스쳐지나가고 3층에서는 글을 읽어보겠다고 둘 다 까치발을 들다가 포기를 했다. 2층 그리고 1층, 층계가 줄어가고 두 사람은 1층에서 발을 멈추었다.
"재밌었어."
"나도"
이상하게 평소에는 몇 분만 뛰어도 숨이 차 열이 나던 몸이 상쾌하기만 했다. 나시네는 모르지만 그녀가 정말로 어린아이가 아닌 마츠시타 린이였던 각성자가 잠시 퇴행함으로써 여전히 각성자로서의 신체 능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덕분이었다. 두 아이의 눈에 교문 밖의 풍경이 비춰졌다.
응 뭔가 이상한데...?
- 어린이 날 기념인가? 그래도 명색이 고등학교인데 어린 아이가 있다니 신기하네.
그렇게 두 사람 다 학교에 남아있던 교관 중 누군가에게 붙잡히고 보건실에서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얘기.
//이미지는 ai
이 주제글은 죽었어! 더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