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3>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57- (1001)
넛케주
2025년 3월 29일 (토) 오전 02:04:31 - 2025년 4월 4일 (금) 오후 12:59:06
2025년 3월 29일 (토) 오전 02:04:31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2025년 4월 1일 (화) 오후 04:13:18
오전 6시 58분. 소년, 프로키온은 눈을 떠서 탁상시계의 시간을 확인한다. 얼추 제 시간에 일어난 것을 확인하고, 방에 딸린 욕실 겸 화장실에서 세수와 양치를 한 후 잠옷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
홈스쿨링을 시작하기 전이었더라면 7시 30분쯤, 시리우스가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와서 방문을 두드렸겠지만...요즈음 소년은 그보다 이른 시간에, 제 발로 아래층의 주방 겸 식당으로 향하는 편이었다. 목조 건물의 계단이 울리지 않도록 살짝 떠서 조용히 내려와, 모퉁이에서 고개를 쑥 내밀면, 먼저 와 있던 집주인 일가와 시선을 마주한다.
"로키! 오늘도 왔네!"
프로키온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다른 소년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달려나와 빈 의자를 빼주고, 의자에 앉아 고개를 꾸벅 숙이면 나머지 두 명-시리우스의 부모-도 "어서 오렴."이라는 인사말이나 묵묵하게 따뜻한 수프 그릇을 내어주는 행동으로 답해온다.
아침 시간대의 행동이 달라진 것은 프로키온이 '프로키온 글리제'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던 가방의 의미를 알고 난 뒤부터였다. 그 이름은 바로 이들 글리제 일가가 그를 정식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아니 그 준비가 이미 거의 끝났기에 새겨진 것이었다. 원래는 나중에 주려던 것이었으나, 마도구의 오작동으로 소년의 의식을 담은 분신이 이차원으로 보내졌음을 파악하고 급하게 내어주면서 미리 새긴 이름을 미처 고치지 못했다고 했다. 가족이 되기 위해 남은 마지막 절차는 소년 자신이 이 집안의 둘째 아들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었다. 그 마지막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렸고, 지금도 -일단 입적은 끝났어도 소년의 마음 속에서는- 완전히 끝났다곤 할 수 없지만...그들은 호의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었으며, 소년이 자신들에게 스스로 다가오자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지금처럼.
오전 8시 30분. 아침 식사와 뒷정리, 그리고 각자의 부산한 외출준비가 끝나면, 네 명은 인사를 주고받고는 각자의 일정을 위해 흩어진다. 어른들은 출근이나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시리우스는 공립 마법학교로 등교하러 갈 때...프로키온은, 약속 장소인 응접실 겸 간이 서재로 향한다.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손길에 뒤를 돌아보면.
"오늘은 여기서 마주치는구나."
베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여인이 미소짓고 있다.
이 시간에 만나기로 약속된 사람에게 소년은 고개를 꾸벅 숙여보인다. 일주일에 다섯 번, 오전 시간대에 찾아오는 가정교사이자...진짜 '마왕'. 그와는 이전에 그의 방에 멋대로 들어왔었던 일로 안면을 텄었다(여전히, 베일 아래의 얼굴은 모르지만, 그럼에도 목소리나 느껴지는 마력 등으로 같은 사람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보호자들이 가정교사로 초빙해온 사람의 정체를 알았을 때 처음에는 놀랐으나,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다.
지난 숙제의 검사와 피드백, 그리고 오늘 수업 일정 및 학습할 것들에 대한 사전 안내가 끝나고, 오전 9시.
소년은 1층의 주방으로 스승과 같이 내려와 딸기를 꺼내 씻어서 꼭지를 따기 시작한다.
소년과 그 스승이 오늘 딸기를 씻고 있는 까닭은 이러했다. 요즈음은 상당히 극복했지만 소년이 과거에 방 밖을 나기는 것을 극히 꺼리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스승은 한 번씩 '현장 체험학습'을 편성했다. 외출 시에는 필요에 따라 스승 자신과 제자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환각, 은신 등의 마법을 동반하였으며 소년의 컨디션이 불안정해지면 바로 휴식 또는 귀가했다. 얼마 전에는 딸기 농장으로 그런 현장체험을 갔었다. 프로키온이 랑에게 나눠 준 딸기의 출처였다. 농장 견학 및 수확 체험을 가서, 작은 욕심을 부려 덜 익은 딸기가 있는 덩굴에 식물 성장 촉진 마법을 쓴다는 것이 그만 그 구역의 딸기 덩굴 전체에 영향을 끼쳐버렸고, 그렇게 딸기가 마구마구 자라나버린 것을 스승이 밭 주인에게 배상차 전부 사들였다는 내막이 있었던 것이다...그리하여 글리제 가 식구들은 물론 소년의 스승까지도 실컷 생딸기를 먹었는데도 상하기 전에 전부 소비하지 못할만큼 남아도는 바람에, 남은 딸기가 상하기 전에 잼으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딸기를 다 씻고 나면 으깨서 레몬즙과 설탕을 넣고 끓일 예정이다. 오늘은 오전의 두 시간 가량을 이렇게 스승을 도와 딸기잼을 만드는 데 보내게 되었다. 딸기잼을 만드는 과정 중간중간에 스승은 소년에게 식품을 보존하는 마법적 및 비 마법적 방안을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딸기잼을 다 끓여서 병에 담아준 이후 오전 11시. 남은 시간은 응접실에서 마저 진행한다. 현장학습을 가지 않는 날의 수업은 지금처럼 실내에서 진행된다. 기초적인 지식은 이미 주입받은 후이기 때문에, 스승이 프로키온에게 가르치는 것들은 차후의 학교 생활에서 발생할 문제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짜여져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마법학교 초등부와 중등부 수업 내용 중 기존 지식에 없는 내용을 가르치거나, 머리로 아는 것과는 별개로 직접 해봐야 느는 것들을 연습하고, 그 외에도 독해 능력을 기르기 위해 독서 시간을 가지거나, 스트레스를 통제하기 위한 명상 등의 기타 활동을 하는 식으로도 이루어지곤 하였다. 오늘은 잠시 휴식한 후 남은 시간동안, 소리내어 말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음 훈련을 진행했다.
낮 12시 30분, 하루 4시간씩의 수업이 끝나면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점심식사는 늘 스승의 몫까지 준비되어 있곤 했다. 스승은 일정에 따라 점심을 먹지 않고 떠나기도 하고 소년과 같이 점심 식사를 하고 가기도 하였는데, 오늘은 여유가 있는지 스승이 구운 식빵 위에 오전에 만들었던 딸기잼으로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마법사의 형상을 그리는 장난을 선보였다. 머리에 베일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식사를 하느냐면, 베일을 반으로 접어 올려 핀으로 잠시 고정하는 듯 하다.
오후 1시. 위치는 소년의 방으로 바뀌었지만, 소년과 제자가 점심을 먹으면서 사작한 대화가 아직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또 이 시간에, 소년에게 기묘한-이 차원의 것이 아닌- 꽃구경 정기모임 초대장이 왔었기에, 스승은 이를 신경쓰느라 소년에게 별 일이 없는지 지켜보다 돌아갈 모양이었다. 그래서 '초톡방'의 꽃구경 '정모'는 잘 다녀왔는지, 걱정하던 친구에게는 결계 카드를 잘 전달하였는지, 위험한 일은 없었는지, 새로운 친구는 만들었는지...그런 내용의 대화로 필담을 이어가던 소년의 글씨가 흐늘흐늘 춤을 추고 몸은 테이블에 엎드려 졸기 시작했을 때, 스승은 너무 오래 붙잡아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내일 보자는 인사말로 대화를 마무리짓고는 소년을 방 안쪽으로 들여보내고 떠난다. 오늘따라 따뜻한 봄 날씨와 식곤증의 조합을 이기지 못한 소년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자마자 잠에 빠져버린다.
홈스쿨링을 시작하기 전이었더라면 7시 30분쯤, 시리우스가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와서 방문을 두드렸겠지만...요즈음 소년은 그보다 이른 시간에, 제 발로 아래층의 주방 겸 식당으로 향하는 편이었다. 목조 건물의 계단이 울리지 않도록 살짝 떠서 조용히 내려와, 모퉁이에서 고개를 쑥 내밀면, 먼저 와 있던 집주인 일가와 시선을 마주한다.
"로키! 오늘도 왔네!"
프로키온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다른 소년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달려나와 빈 의자를 빼주고, 의자에 앉아 고개를 꾸벅 숙이면 나머지 두 명-시리우스의 부모-도 "어서 오렴."이라는 인사말이나 묵묵하게 따뜻한 수프 그릇을 내어주는 행동으로 답해온다.
아침 시간대의 행동이 달라진 것은 프로키온이 '프로키온 글리제'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던 가방의 의미를 알고 난 뒤부터였다. 그 이름은 바로 이들 글리제 일가가 그를 정식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아니 그 준비가 이미 거의 끝났기에 새겨진 것이었다. 원래는 나중에 주려던 것이었으나, 마도구의 오작동으로 소년의 의식을 담은 분신이 이차원으로 보내졌음을 파악하고 급하게 내어주면서 미리 새긴 이름을 미처 고치지 못했다고 했다. 가족이 되기 위해 남은 마지막 절차는 소년 자신이 이 집안의 둘째 아들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었다. 그 마지막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렸고, 지금도 -일단 입적은 끝났어도 소년의 마음 속에서는- 완전히 끝났다곤 할 수 없지만...그들은 호의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었으며, 소년이 자신들에게 스스로 다가오자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지금처럼.
오전 8시 30분. 아침 식사와 뒷정리, 그리고 각자의 부산한 외출준비가 끝나면, 네 명은 인사를 주고받고는 각자의 일정을 위해 흩어진다. 어른들은 출근이나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시리우스는 공립 마법학교로 등교하러 갈 때...프로키온은, 약속 장소인 응접실 겸 간이 서재로 향한다.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손길에 뒤를 돌아보면.
"오늘은 여기서 마주치는구나."
베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여인이 미소짓고 있다.
이 시간에 만나기로 약속된 사람에게 소년은 고개를 꾸벅 숙여보인다. 일주일에 다섯 번, 오전 시간대에 찾아오는 가정교사이자...진짜 '마왕'. 그와는 이전에 그의 방에 멋대로 들어왔었던 일로 안면을 텄었다(여전히, 베일 아래의 얼굴은 모르지만, 그럼에도 목소리나 느껴지는 마력 등으로 같은 사람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보호자들이 가정교사로 초빙해온 사람의 정체를 알았을 때 처음에는 놀랐으나,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다.
지난 숙제의 검사와 피드백, 그리고 오늘 수업 일정 및 학습할 것들에 대한 사전 안내가 끝나고, 오전 9시.
소년은 1층의 주방으로 스승과 같이 내려와 딸기를 꺼내 씻어서 꼭지를 따기 시작한다.
소년과 그 스승이 오늘 딸기를 씻고 있는 까닭은 이러했다. 요즈음은 상당히 극복했지만 소년이 과거에 방 밖을 나기는 것을 극히 꺼리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스승은 한 번씩 '현장 체험학습'을 편성했다. 외출 시에는 필요에 따라 스승 자신과 제자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환각, 은신 등의 마법을 동반하였으며 소년의 컨디션이 불안정해지면 바로 휴식 또는 귀가했다. 얼마 전에는 딸기 농장으로 그런 현장체험을 갔었다. 프로키온이 랑에게 나눠 준 딸기의 출처였다. 농장 견학 및 수확 체험을 가서, 작은 욕심을 부려 덜 익은 딸기가 있는 덩굴에 식물 성장 촉진 마법을 쓴다는 것이 그만 그 구역의 딸기 덩굴 전체에 영향을 끼쳐버렸고, 그렇게 딸기가 마구마구 자라나버린 것을 스승이 밭 주인에게 배상차 전부 사들였다는 내막이 있었던 것이다...그리하여 글리제 가 식구들은 물론 소년의 스승까지도 실컷 생딸기를 먹었는데도 상하기 전에 전부 소비하지 못할만큼 남아도는 바람에, 남은 딸기가 상하기 전에 잼으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딸기를 다 씻고 나면 으깨서 레몬즙과 설탕을 넣고 끓일 예정이다. 오늘은 오전의 두 시간 가량을 이렇게 스승을 도와 딸기잼을 만드는 데 보내게 되었다. 딸기잼을 만드는 과정 중간중간에 스승은 소년에게 식품을 보존하는 마법적 및 비 마법적 방안을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딸기잼을 다 끓여서 병에 담아준 이후 오전 11시. 남은 시간은 응접실에서 마저 진행한다. 현장학습을 가지 않는 날의 수업은 지금처럼 실내에서 진행된다. 기초적인 지식은 이미 주입받은 후이기 때문에, 스승이 프로키온에게 가르치는 것들은 차후의 학교 생활에서 발생할 문제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짜여져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마법학교 초등부와 중등부 수업 내용 중 기존 지식에 없는 내용을 가르치거나, 머리로 아는 것과는 별개로 직접 해봐야 느는 것들을 연습하고, 그 외에도 독해 능력을 기르기 위해 독서 시간을 가지거나, 스트레스를 통제하기 위한 명상 등의 기타 활동을 하는 식으로도 이루어지곤 하였다. 오늘은 잠시 휴식한 후 남은 시간동안, 소리내어 말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음 훈련을 진행했다.
낮 12시 30분, 하루 4시간씩의 수업이 끝나면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점심식사는 늘 스승의 몫까지 준비되어 있곤 했다. 스승은 일정에 따라 점심을 먹지 않고 떠나기도 하고 소년과 같이 점심 식사를 하고 가기도 하였는데, 오늘은 여유가 있는지 스승이 구운 식빵 위에 오전에 만들었던 딸기잼으로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마법사의 형상을 그리는 장난을 선보였다. 머리에 베일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식사를 하느냐면, 베일을 반으로 접어 올려 핀으로 잠시 고정하는 듯 하다.
오후 1시. 위치는 소년의 방으로 바뀌었지만, 소년과 제자가 점심을 먹으면서 사작한 대화가 아직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또 이 시간에, 소년에게 기묘한-이 차원의 것이 아닌- 꽃구경 정기모임 초대장이 왔었기에, 스승은 이를 신경쓰느라 소년에게 별 일이 없는지 지켜보다 돌아갈 모양이었다. 그래서 '초톡방'의 꽃구경 '정모'는 잘 다녀왔는지, 걱정하던 친구에게는 결계 카드를 잘 전달하였는지, 위험한 일은 없었는지, 새로운 친구는 만들었는지...그런 내용의 대화로 필담을 이어가던 소년의 글씨가 흐늘흐늘 춤을 추고 몸은 테이블에 엎드려 졸기 시작했을 때, 스승은 너무 오래 붙잡아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내일 보자는 인사말로 대화를 마무리짓고는 소년을 방 안쪽으로 들여보내고 떠난다. 오늘따라 따뜻한 봄 날씨와 식곤증의 조합을 이기지 못한 소년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자마자 잠에 빠져버린다.
2025년 4월 1일 (화) 오후 04:14:13
오후 2시 30분. 낮잠에 들었던 소년이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보통 수업이 끝난 후 이 조용한 시간대에는 스승이 낸 숙제를 하곤 했지만, 다행히 오늘은 숙제가 없었기에 소년은 침대에서 뒹굴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중간중간에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톡방'을 경유해 친구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면서.
그러다 보면 3시 35분, "학교 다녀왔습니다!"하는 시리우스의 외침이 들린다, 우당탕 뛰어오는 소리와 함께. 그 소리에 방문 틈으로 얼굴을 내밀면 계단을 올라오는 시리우스가 보인다. "로키! 잘 있었어? 수업 잘 받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정도는 손에 펜이 없어도 할 수 있으니 시리우스와 가볍게 안부를 교환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이번엔 시리우스가 방문 틈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들어가도 돼? 숙제 같이 하자. 너 오늘 숙제 없다고?! 부럽다..." 어쨌든 프로키온은 시리우스를 방에 들여보내주었다. 원래 응접용 티 테이블이지만, 몇 달 전엔 밥상으로도 쓰였고 가끔 책상이나 작업대로도 쓰이는 나무 테이블에서 숙제를 하는 시리우스를 곁에 두고 말상대를 해준다.
오후 4시 30분. 숙제를 마친 시리우스는 밖에 놀러나가고 없다. 프로키온도 슬슬 놀러나갈 준비를 한다. 외출복 차림으로 방 안쪽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으며, 눈꺼풀 안쪽으로는 목적지를 강하게 떠올린다. 목에 걸린 검은 가운데의 보석이 빛난다. 3, 2, 1, 섬광. 다시 눈을 뜨면 그 곳은 이차원의 어딘가다. 길어진 소년의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휘날린다. "왔냐?" 소년의 생애 최초의 친구인 또 다른 소년, 리온이 집 창문에서 고개를 내밀고는 프로키온을 반기며 외친다. 소년은 리온을 따라다니며 근황을 교환하거나 잡담을 하는 등 같이 어울려 놀며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리온의 방에서 만화책과, 리온이 보여준 흥미로운 동영상 몇 개를 보며 놀았다.
그의 의식이 지금처럼 다른 차원을 보고 있을 때 프로키온에게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 줄여서 '초톡방'은 상당히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곤 했다. 가령, 너무 늦지 않게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한다거나. 7시는 저녁 먹을 시간이니, 그 시간이 가까워지면 슬슬 돌아가봐야 한다. 방금까지 같이 놀고 있던 이차원의 주민인 리온과 소나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그들의 배웅을 받으면서...프로키온은 스스로 자기 볼을 꼬집는다. 분신의 접속을 종료하는 동작이었다(사실 의지만으로도 종료할 수는 있지만 동작 신호를 이용하는 것이 제일 빨랐다). 시야가 암전된다.
저녁 6시 20분, 소년은 다시 자신의 방 책상 앞에서 눈을 떴다. 조금 일찍 돌아왔기에 저린 팔을 주무르며 풀어주다 욕실로 향한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젖은 머리를 온풍 마법으로 말리다 내려가면 7시가 가까워진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보면 이번엔 어른들도 일을 마친 뒤라, 다시 네 명 모두가 모여앉는다. 프로키온은 시리우스가 부모와 다정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으며 저녁을 먹는다. 문득 자신의 스승을 떠올리긴 했지만.
진짜 '마왕'의 갑작스러운 방문 사실과 그 존재감은, 처음에는 소년이 엉덩방아를 찧을 만큼 놀라게 했으나...지금의 소년에겐, 이제 글리제 일가의 세 사람보다 어쩐지 자신의 스승이 조금 더 편하게 느껴지곤 했다. 글리제 가 사람들은 소년 자신처럼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출생한 인간이라 소년이 보기엔 공통점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스승에게는, '통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만큼의, 평균치를 크게 초과하는 마력통과 마법적 재능'을 선천적으로 타고났으며, 비밀을 품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그렇기에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시리우스도 '마왕 체질'과 유사하면서 대조되는 재능을 가진 '용사 체질'이었지만 기이하게도 그는 타고난 정화력을 제어하는 능력마저 같이 타고난 듯 보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존재인 그보다도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는데 숨겨야 할 것조차 없는 존재였기에, 그는 '용사' 시리우스에게는 그 부모와는 다른 의미로 강한 이질감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소년은, 이따금 식사 중에 글리제 가 식구들이 오늘 하루 잘 보냈는지 물어오는 질문에 짧은 몸짓으로 답하다가도, 만약 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스승이 자신을 거두었더라면 어땠을까를 조용히 상상하다 식사를 마쳤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다시 취침시간 전까지 자유시간이다. 저녁 8시, 뒤뜰 정자에 조용히 앉아 있던 소년은 이 쪽으로 걸어오는 시리우스와 마주친다. 시리우스가 주변을 둘러보다 어른들이 시야 범위 내에 없음을 확인하고는 하는 말이...
"나 사실 찐 마왕님의 정체 누구신지 안다?"
프로키온의 스승인 현 마왕은, 자신이 '마족의 후손'임을 자처하는 현 세대의 '마왕'이라는 것과 '여성'이라는 성별 이외의 모든 신원을 철저히 숨기고 대마법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는 자신의 제자인 프로키온 앞에서도 그러했다. 그런데 그런 프로키온도 모르는 마왕의 정체를 지금 시리우스가 알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프로키온은 뻥치지 말라고 눈으로 욕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혹시나 시리우스가 정말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망설임에 곧바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을 때, 그 직후 시리우스의 아버지가 두 소년에게 디저트로 줄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나타났기에 대화는 거기서 끊어지고 만다. 하필이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라, 시리우스가 왜 그런 걸 먹냐고 기겁하며 자리를 피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남은 하나를 아깝다고 자신이 먹게 된 시리우스의 아버지와 같이, 소년은 뒤뜰의 정자에서 밤하늘을 보며 콘에 담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소년의 옆 사람은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말을 많이 시키기보단 그저 묵묵히 소년에게 호의와 호감을 드러내곤 했다. 그런 점 때문에 이 사람은 소년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세 사람 중에선 가장 대하기 편한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은근히 취향이 잘 맞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소년은 아이스크림 콘까지 다 먹고선 걷는 것 대신 날아서,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방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마법으로 가볍게 몸을 띄워 방에 돌아간 후, 혹여 떨어질세라 아래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호적 상의 양아버지와 마주 팔을 흔들어주다 창문을 닫는다. "자기 전에 양치하는 거 잊지 말고." 창문을 닫는 순간 들려온 양아버지의 말에 소년은 순순히 욕실로 향했다.
저녁 8시 30분. 소년이 잘 준비를 미리 해두는 시간이었다. 샤워는 저녁 먹기 전에 미리 했으니 넘기고, 세안과 양치도 방금 했으니, 방을 간단히 정리한 후 잠옷으로 갈아입고 조명은 탁상 램프만 켜둔 채 침대에 대강 눕는다. 마법을 쓸 때처럼 의식을 집중하면, 초커의 몇 가지 기능을 자신의 의지대로 쓸 수 있었다. 앞서 리온네 집에 찾아갈 때 뿐만 아니라 '초톡방'에 접속할 때도 그러했다. 톡방에 쌓인 톡을 읽어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일대일 메세지를 주고 받다보면 시간이 잘 갔다.
때로는 그러다가 잠들어야 할 시간을 넘기면, 자신도 모르게 누운 자세 그대로 잠들어버리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평소대로 적당히 놀다 10시쯤 접속을 끊고 알아서 잠에 드는 것으로 하루를 마쳤다.
잠들기 전 시리우스가 했던 말이 잠깐 떠올랐으나, 프로키온은 그에 대해서는 데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평소처럼 관심을 끌기 위해 장난친 것이겠지.
그러다 보면 3시 35분, "학교 다녀왔습니다!"하는 시리우스의 외침이 들린다, 우당탕 뛰어오는 소리와 함께. 그 소리에 방문 틈으로 얼굴을 내밀면 계단을 올라오는 시리우스가 보인다. "로키! 잘 있었어? 수업 잘 받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정도는 손에 펜이 없어도 할 수 있으니 시리우스와 가볍게 안부를 교환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이번엔 시리우스가 방문 틈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들어가도 돼? 숙제 같이 하자. 너 오늘 숙제 없다고?! 부럽다..." 어쨌든 프로키온은 시리우스를 방에 들여보내주었다. 원래 응접용 티 테이블이지만, 몇 달 전엔 밥상으로도 쓰였고 가끔 책상이나 작업대로도 쓰이는 나무 테이블에서 숙제를 하는 시리우스를 곁에 두고 말상대를 해준다.
오후 4시 30분. 숙제를 마친 시리우스는 밖에 놀러나가고 없다. 프로키온도 슬슬 놀러나갈 준비를 한다. 외출복 차림으로 방 안쪽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으며, 눈꺼풀 안쪽으로는 목적지를 강하게 떠올린다. 목에 걸린 검은 가운데의 보석이 빛난다. 3, 2, 1, 섬광. 다시 눈을 뜨면 그 곳은 이차원의 어딘가다. 길어진 소년의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휘날린다. "왔냐?" 소년의 생애 최초의 친구인 또 다른 소년, 리온이 집 창문에서 고개를 내밀고는 프로키온을 반기며 외친다. 소년은 리온을 따라다니며 근황을 교환하거나 잡담을 하는 등 같이 어울려 놀며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리온의 방에서 만화책과, 리온이 보여준 흥미로운 동영상 몇 개를 보며 놀았다.
그의 의식이 지금처럼 다른 차원을 보고 있을 때 프로키온에게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 줄여서 '초톡방'은 상당히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곤 했다. 가령, 너무 늦지 않게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한다거나. 7시는 저녁 먹을 시간이니, 그 시간이 가까워지면 슬슬 돌아가봐야 한다. 방금까지 같이 놀고 있던 이차원의 주민인 리온과 소나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그들의 배웅을 받으면서...프로키온은 스스로 자기 볼을 꼬집는다. 분신의 접속을 종료하는 동작이었다(사실 의지만으로도 종료할 수는 있지만 동작 신호를 이용하는 것이 제일 빨랐다). 시야가 암전된다.
저녁 6시 20분, 소년은 다시 자신의 방 책상 앞에서 눈을 떴다. 조금 일찍 돌아왔기에 저린 팔을 주무르며 풀어주다 욕실로 향한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젖은 머리를 온풍 마법으로 말리다 내려가면 7시가 가까워진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보면 이번엔 어른들도 일을 마친 뒤라, 다시 네 명 모두가 모여앉는다. 프로키온은 시리우스가 부모와 다정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으며 저녁을 먹는다. 문득 자신의 스승을 떠올리긴 했지만.
진짜 '마왕'의 갑작스러운 방문 사실과 그 존재감은, 처음에는 소년이 엉덩방아를 찧을 만큼 놀라게 했으나...지금의 소년에겐, 이제 글리제 일가의 세 사람보다 어쩐지 자신의 스승이 조금 더 편하게 느껴지곤 했다. 글리제 가 사람들은 소년 자신처럼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출생한 인간이라 소년이 보기엔 공통점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스승에게는, '통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만큼의, 평균치를 크게 초과하는 마력통과 마법적 재능'을 선천적으로 타고났으며, 비밀을 품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그렇기에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시리우스도 '마왕 체질'과 유사하면서 대조되는 재능을 가진 '용사 체질'이었지만 기이하게도 그는 타고난 정화력을 제어하는 능력마저 같이 타고난 듯 보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존재인 그보다도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는데 숨겨야 할 것조차 없는 존재였기에, 그는 '용사' 시리우스에게는 그 부모와는 다른 의미로 강한 이질감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소년은, 이따금 식사 중에 글리제 가 식구들이 오늘 하루 잘 보냈는지 물어오는 질문에 짧은 몸짓으로 답하다가도, 만약 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스승이 자신을 거두었더라면 어땠을까를 조용히 상상하다 식사를 마쳤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다시 취침시간 전까지 자유시간이다. 저녁 8시, 뒤뜰 정자에 조용히 앉아 있던 소년은 이 쪽으로 걸어오는 시리우스와 마주친다. 시리우스가 주변을 둘러보다 어른들이 시야 범위 내에 없음을 확인하고는 하는 말이...
"나 사실 찐 마왕님의 정체 누구신지 안다?"
프로키온의 스승인 현 마왕은, 자신이 '마족의 후손'임을 자처하는 현 세대의 '마왕'이라는 것과 '여성'이라는 성별 이외의 모든 신원을 철저히 숨기고 대마법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는 자신의 제자인 프로키온 앞에서도 그러했다. 그런데 그런 프로키온도 모르는 마왕의 정체를 지금 시리우스가 알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프로키온은 뻥치지 말라고 눈으로 욕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혹시나 시리우스가 정말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망설임에 곧바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을 때, 그 직후 시리우스의 아버지가 두 소년에게 디저트로 줄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나타났기에 대화는 거기서 끊어지고 만다. 하필이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라, 시리우스가 왜 그런 걸 먹냐고 기겁하며 자리를 피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남은 하나를 아깝다고 자신이 먹게 된 시리우스의 아버지와 같이, 소년은 뒤뜰의 정자에서 밤하늘을 보며 콘에 담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소년의 옆 사람은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말을 많이 시키기보단 그저 묵묵히 소년에게 호의와 호감을 드러내곤 했다. 그런 점 때문에 이 사람은 소년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세 사람 중에선 가장 대하기 편한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은근히 취향이 잘 맞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소년은 아이스크림 콘까지 다 먹고선 걷는 것 대신 날아서,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방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마법으로 가볍게 몸을 띄워 방에 돌아간 후, 혹여 떨어질세라 아래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호적 상의 양아버지와 마주 팔을 흔들어주다 창문을 닫는다. "자기 전에 양치하는 거 잊지 말고." 창문을 닫는 순간 들려온 양아버지의 말에 소년은 순순히 욕실로 향했다.
저녁 8시 30분. 소년이 잘 준비를 미리 해두는 시간이었다. 샤워는 저녁 먹기 전에 미리 했으니 넘기고, 세안과 양치도 방금 했으니, 방을 간단히 정리한 후 잠옷으로 갈아입고 조명은 탁상 램프만 켜둔 채 침대에 대강 눕는다. 마법을 쓸 때처럼 의식을 집중하면, 초커의 몇 가지 기능을 자신의 의지대로 쓸 수 있었다. 앞서 리온네 집에 찾아갈 때 뿐만 아니라 '초톡방'에 접속할 때도 그러했다. 톡방에 쌓인 톡을 읽어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일대일 메세지를 주고 받다보면 시간이 잘 갔다.
때로는 그러다가 잠들어야 할 시간을 넘기면, 자신도 모르게 누운 자세 그대로 잠들어버리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평소대로 적당히 놀다 10시쯤 접속을 끊고 알아서 잠에 드는 것으로 하루를 마쳤다.
잠들기 전 시리우스가 했던 말이 잠깐 떠올랐으나, 프로키온은 그에 대해서는 데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평소처럼 관심을 끌기 위해 장난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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