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2-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5-01-24 (금) 07:27:57
갱신일:2025-01-28 (화) 15:06:42
#0에주(.QkmjCqcYO)2025-01-24 (금) 07:27:57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123공개되지 못한 극비사항(lHt.NouOHS)2025-01-24 (금) 16:56:18
세공사는 루비와 황금을 목격했다.
모처의 어느 대학, 점심시간. 본래라면 엮일 일도 없고 마주칠 일도 없을 두 사람이 서로 교차해 옆자리에 동석한다. 붉은 머리의 여성과 검은 머리의 남성. 남성 쪽이 키는 크지만 조금 더 어리숙해 보인다. 여성은 한숨을 푹 쉬며 남성을 눈으로 살핀다.
“우리 동아리실이 폐쇄당했다고?”
“네...”
“일 났네 이거. 어쩌다가?”
두 사람은 서로 면식이 있던 모양새였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건물에서 나왔다. 붉은 머리의 여성은 법학 관련 단과대 건물에서, 검은 머리의 남성은 이공과 계열 단과대 건물에서 말이다. 마주칠 일이라고 해 봤자 두 사람이 만약 입학 동기였거나 졸업할 때 타이밍이 맞거나 했다면 마주쳤을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동아리라는 작은 인연이 있었다.
“모르겠어요. 요새 미디어실 확장한다고 계속 그러더니.”
“아 진짜, 설마 그 쪽이라고.”
“뭐 다른 동아리가 쓴다고는 안 했잖아요. 우리, 저번에도 아이스하키 치고 싶다는 사람들이 오길래 잘 방어해 냈었고.”
“하지만 결국 털렸지.”
“털렸네요, 지금은.”
하아. 두 사람이 각자의 끼니를 꺼내 한 입씩 먹는다. 요즘 떠오르는 신예 인플루언서의 기획작이다. 건강식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니, 췌장을 갖다 팔아 쓰냐는 미국 사람들도 그 인기에 눈이 멀어 한 번쯤은 사 먹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도 그 대상에 속했다. 우물거리던 붉은 머리 여성이 가만히 음식을 보았다.
“그렇게 맛있지도 않구만.”
“이럴 거면 그냥 포케집이나 갈 걸 그랬어요.”
“어쩌겠냐. 그 포케집 지금은 브레이크 타임이잖아.”
“이래서 내가 목요일이 싫어.”
“너나 나나 강의가 왜 이렇게 몰렸대.”
졸업을 계속 실패중인 법대생과 신입이라 온갖 것을 배우고 있는 이공계생이 우울하게 늘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방울 토마토 하나를 먹으면서 열 마디, 아스파라거스를 먹으면서 스무 마디를 했다. 연강과 우주공강이 동시에 존재하는 대학교 최악의 시간표가 그들의 목요일을 매주 피말리고 있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 맞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노란 눈을 데굴 굴려 핸드폰을 확인했다. 뒤적거리며 화면 몇 개를 넘기더니, 곧이어 하나를 붉은 머리 여성에게 보여준다. 아무래도 본론이라고 가져왔던 것 하나를 이제 기억해 내고는 꺼낸 모양이었다. 여성은 또 뭐가 있냐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가 고개를 숙여 확인한다. 자신들이 다니는 대학교의 수많은 정보와 더불어, 대학 안에서 활동하는 유명인들의 소식까지 모여있는 디스코드 화면이였다.
“우리 동아리실 그거요. 그... 누구야.”
“보니까 알겠네. 이거 걔잖아. 틱톡커.”
“네. 그 사람이 이번에-”
그러면서 디스코드에 널리 퍼진 가십이 검은 머리 남자의 입에서 가공되어 나온다. 찌라시 수준에,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지만. 붉은 머리 여성은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미디어에 관련된 동아리를 새로 만든다고 자기 학년-고학년에서는 그런 찌라시를 듣기 참 쉬웠다- 에서는 이미 돌던 이야기였으니까.
“...어쩌고 싶으세요?”
“어쩌긴.”
그리고 그 일이 사실이라면 진실로 파헤쳐야 할 일이긴 했다. 그녀는 이런 일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일을 지금까지 막연히 상상이나 해 왔지 실제로 받아볼 줄은, 하는 말을 덧붙였다.
“총장실 문을 부숴야지.”
“네?!”
두 사람이 반쯤 농담, 반쯤 진심으로 부당한 처우에 대해 토로하며 진지하게 자신들이 유지해 온 동아리를 다시 존속시키고 부활시킬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을 쯤이였다. 두 사람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저기.”
“우왁! 누구세요?!”
“아, 그. 저. 신입생입니다.”
붉은 머리의 여성이 말을 건 사람을 쳐다봤다. 남성이다, 자신이 챙기는 후배에 비하자면 가는 덩치를 가졌고, 너드의 전형이라고 생각되는 둥근 안경에 체크무늬 옷까지 입었다. 저 체크무늬는 이 이공계열 후배도 입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게 애매해서 붉은 머리의 여성은 잠깐 눈살을 찡그렸다가 이내 그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순간 섬뜩함이 그녀를 훑고 지나가, 신입생이라 주장하는 남성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고 싶었으나 검은 머리 후배가 먼저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세요?”
“아, 그게. 저쪽에서... 듣고 있었거든요. 이야기를.”
“그런 거 보통 이야기 안 하지 않나?”
“...죄송합니다. 그치만 신경 쓰여서요.”
어리숙하고 우물쭈물해 하는 것이 평생 대화를 컴퓨터나 메신저로만 해온 사람같았다고 붉은 머리 여자는 생각했다. 그걸 스스럼없이 밝히는 게 뭐가... 좋지? 아니, 그렇다면 이 사람이 다음에 꺼낼 말은.
“저, 동아리를 찾고 있었는데, 어쩐지 없어져 있더라고요.”
“...탐정 동아리죠.”
“네. 그런데 두 분이 때마침 탐정 동아리신 것 같아서.”
붉은 머리 여자는 대번에 수상함을 감지한다. 둘이 꽤 공개적인 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공개적인 곳에서 이야기를 대놓고 엿듣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기밀을 이야기하는 클리셰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대부분 별 쓸 데 없는 이야기나 하려고 모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들끼리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일 텐데도.
이렇게 우연히? 붉은 머리 여자가 검은 머리의 후배를 팔꿈치로 쿡 찌른다. 검은 머리 남자도 뭔가 우연 치고는 좀,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말을 걸어 온 남성이 부시시한 옅은 갈색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반론한다.
“아니 저기 그게, 진짜 우연이에요. 정말로요.”
“...일단 그렇게 됐습니다. 들은 바는 사실이고.”
“그럼 입부는 더... 안 받는 건가요?”
“그렇게 됐죠. 그래도 나중에 입부할 상황이 마저 되면 연락이라도 드릴까요?”
“그, 저... 총장님한테 항의하신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많이 들으셨네요?”
저 사람 대체 어디서 듣고 있던 걸까요? 검은 머리 후배가 붉은 머리 선배에게 속삭인다. 나도 몰라. 붉은 머리 선배는 이 사람이 접근했다는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마치 뚝 떨어진 것마냥 갑자기 등장해서는 자신들에게 말을 건 게 이 사람이다. 뭐지?
의구심과는 별개로, 불퉁한 대답은 계속 나간다. 거대한 군중 속의 외침은 프라이버시가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것 아니였느냐 하는 듯한 태도로 붉은 머리 여자는 어리숙한 갈색 머리에게 마저 조근조근 대답을 이어갔다.
“항의할 겁니다. 입부할 생각이 있다면 당신도 돕는 게 좋겠죠.”
“...그럼 언제...”
검은 머리 후배가 골똘히 생각한다. 이왕 신입생인 것 같으니 자기가 연락처를 좀 받겠다며 먼저 몸을 움직이기도 했다.
“저도 신입생이거든요. 어디 과세요?”
“아, 저는 그, 예술 대학이요.”
“아.”
예술대학이면 이곳과 바로 근처다. 밥을 먹으러 오가거나, 예술 대학 학생들이 가끔 자기네 단과대에서는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수업을 하기 위해서라면 여길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검은 머리 후배는 그렇군, 하고 짧게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의심의 단계가 조금 누그러지는 걸 느낀다.
“성함이.”
“다니엘... 해먼이에요.”
“네, 해먼 씨. 그러면 제가 나중에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네. 근데 정말 그럼 탐정 동아리는...”
“뭐 지금 당장은 내쫓겼는데 어쩌겠어요?”
붉은 머리 여성이 마지막 계란 하나를 씹어삼키며 말했다. 할 일이 지금 당장은 없기도 하고, 기껏해봐야 하는 일이 인터넷에 있는 추리 문제를 배경으로 탐정 놀이를 하는 일이였으니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동아리였던 것도 동일했다.
갈색 머리의 신입생에게서 갑자기 빠른 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그럼요. 어차피 총장님도 제 생각에는- 학교 홍보를 더 할 생각에 그러신 것 같은데! 그럼 저희도 실적으로 승부를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어요! 그러니까, 음, 보고서 같은 걸 쓴다거나! 아니면-”
“그만. 숨 쉬어요.”
“아.”
“...이건 실적이고 나발이고 우리한테 허용된 공간을 뺏은 거라고요.”
“그, 그렇네요.”
“우리는 그냥 우리가 잘 쓰고 있던 공간을 빼앗은 사람들이 나쁘단 것만 증명하면 된다구요.”
하지만 검은 머리 후배는 생각이 조금 다른 듯 했다.
“혹시 뒤를 캐보라는 소리에요?”
“야!”
“아니 그치만.”
“전 그건, 아닌데. 그... 그냥. 게다가 그런 사람들, 팔로워도 막, 사고 팔 수 있다면서요.”
“와 그건 너무 질투에 눈 먼 모함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고요.”
말을 한 차례 우다다 쏟아낸 갈색 머리 신입생은 자기가 생각해도 쪽팔린 말을 했다는 자각이 들었는지 이내 가보겠다고 급하게 얼굴을 가리고 사라져 버렸다. 예대 방향으로 쏜살같이 들어간 사람은 이내 인파 속에서 사라졌다. 검은 머리 후배와 붉은 머리 선배만 다시 그 자리에 남아있다. 사람들은 슬슬 다음 강의를 위해 흩어지거나, 도서관에 가볼까 하고 몸을 움직이거나,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본격적으로 퍼질러지고 있었다.
“...뭘까요, 그 사람.”
“우리 팬?”
“아니면 추리소설 팬일지도요.”
“뭐가 됐든 수상하긴 했지.”
“수상하긴 했죠.”
붉은 머리 학생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첫째. 예술 대학 녀석들은 손이 깨끗한 적이 없어.”
물감으로 얼룩져 있든 흑연이 여기저기 묻어있든 간에 말이다.
“그 사람 손은 깨끗했죠.”
“그래. 옷은 나름... 구겨져 있었는데.”
“저도 수상한 거.”
“어떤 거?”
“대학이라고 말하고 어디 과인지는 얼버무렸어요.”
“그런 어설픈 수법을 썼다고?”
검은 머리 후배가 실제로 받은 연락처에 저장한 이름을 공개했다. 거기엔 예대 해먼이라고만 적혀있었지, 다른 정보는 없었다.
“...외부인일지도 몰라요, 어쩌면.”
“외부인을 빙자한 유튜버라거나.”
“하지만 우리 일을 어떻게 알고요?”
“아니지, 우리 학교 일이나 그 인플루언서 일을 알고 찾아온 거겠지.”
만약에 외부인이라고 치자. 그렇게 된다면... 붉은 머리 선배의 머리가 대화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본다.
“그거. 그 인간이 말한 거.”
마치 무언가 실적을 내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 말들. 꼭 회사 사람 같은 말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꼭 뭐 터뜨리고 싶으면 연락해라, 겸사겸사 이름 날리기 쉬운 길도 찾고 싶으면 말이다. 라고 말한 거 아니였을까?”
“...그거 말 되네요. 아니면, 혹시 인플루언서들 뒤를 캐는 쪽 유튜버라면 나랑 같이 일하자, 라고 한 걸지도요.”
“꺼림칙한데.”
“그쵸?”
두 사람은 한동안 이야기를 더 나눴다. 만약 내부인이라면 그냥 진짜 단순 팬이겠지. 하지만 외부인이라면 정말 그런 설득일 수도 있겠죠. 우리한테 왜 관심을 가졌을까? 너드 티를 왜 냈을까요? 이상한 사람이야.
하지만 몇몇 상황에서 두 사람은 동일한 타협점을 본다. 그래도 우리 둘만으로는 안 돼. 게다가 어차피 우리가 총장실에 쳐들어 갈 때 연락하기로 했잖아. 일단 연락은 무조건 한다는 전제라고.
“와, 뭔가 덫에 걸린 기분.”
“...연락해 보고, 설마 무슨 음모론은 아니겠지 하는 미친 생각에서 일단 벗어나고 생각하자.”
“그러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갈색 머리의 남자는 지켜봤다.
루비와 황금이 저기에서 어여쁘게 재잘거리고 있는데 그걸 지켜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그 자에겐 제 아비 일에 대해 찔러주는 편이 좋나? 아니다. 이건 조금 경계심을 살 거다. 하지만 유혹하기엔 충분한 소재 아닌가? 하지만 이건 날조에다가 거짓 정보인데. 한 번에 고꾸라뜨리기 충분한 정보지 유효한 정보는 아니다. 지금보다는 그냥 말을 흘려서 구슬릴 때 써먹기 좋은 정보다. 파르스름한 두 눈이 건조하게 허공을 본다. 지금 이 공간과 시간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갈색 머리를 한 어수룩한 자는 어수룩한 티를 벗어내고 검은 차에 타 있었다. 일반인은 내부조차 볼 수 없는 곳에서 계속해서 그는 생각을 이어간다.
그 자에게는... 어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줘야 겠군. 이건 확실한 정보니까. 이쪽을 먼저 낚는 게 좋을지도 몰라. 어쩌면 가족이라는 바운더리에서 일시적으로 그 자를 빼낼 수도 있겠어. 좋아.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오름과 동시에 차가 멈춘다. 도착한 곳은, 민간 자본이 투자된 교도소다.
“가시지요.”
“궁전에 별 일은 없었고요.”
“오전에 도련님이 잠시.”
“그 대외 활동 열심히 대신 해 주는 애가? 왜?”
저벅저벅, 교도소가 마치 제 집인 듯 갈색 머리 남자가 들어선다. 입구에 있는 교도관은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하는 대신 묵례를 할 뿐이었다. 그가 권력자라는 듯이.
“뭔가 상담하고 싶은 게 있는 듯 싶었습니다.”
“그대에게 말을 안한 걸 보면 집안일인가. 아버지가 그 애한테 좀 야박하게 굴긴 하는데... 내가 그 애를 내 가면으로 아낀다는 걸 아버지는 여전히 이해를 못 하시나 봐요?”
“아버님도 이해는 하십니다만, 정무적으로는 도련님이 아버님과 마찰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아, 그럼 오늘 저녁은 집에서 먹겠네요. 그렇죠?”
“그렇습니다.”
“그럼...”
가는 길에 늘어져 있는 모든 교도관들이 묵례한다. 교도소라는 시설 안, 철장 안에 갇힌 모든 죄인들-로 추정되는 자들-이 그를 보지 못한 척 한다. 누군가는 아예 뒤를 돌아 있고, 누군가는 벌벌 떨며 바닥에 붙어 있는다. 누군가는 귀를 틀어막고 부실한 침대에 틀어박히고, 누군가는 아예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복종을 맹세한다.
그는 그것이 퍽 기분이 좋은 듯 품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던져준다. 가장 좋은 태도를 보인 자에게 주는 돌발적 답례였다.
“주인님.”
“이 정도는 뿌려도 돼요. 알아서 살아남겠지.”
그리 말하며 갈색 머리의 ‘왕’은 자신의 ‘궁궐’로 걸어들어 갔다. 사비로 지은 교도소 안에 있는 비밀 시설로. 누구도 찾지 않고 절대 찾을 수 없는 자신의 둥지로.
“잠시 짐승들 교육을 좀 할까.”
그가 ‘궁궐’로 들어가기 전의 마지막 주문이였다. 선물을 받은 죄수를 제외한 모든 인간들에게서 피가 빠져나가는 말이 선고로써 교도소에 퍼졌다.
-
저녁.
검은 차 한대가 부촌에 도착한다. 이질적이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고, 눈에 이상하게 잘 띄지 않는 차였다. 부촌의 수많은 저택 중에서도 상당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저택에 당당하게 들어서는 차는 주인이 누구인지 다른 자들에게 보이지 않은 채 차고 속으로 몸을 숨겼다.
비밀스러운 차고의 안에서 내린 주인은, 평화롭고 달콤한 집안의 공기를 맡는다. 그는 저벅저벅 걸어가 제 가면 노릇을 하는 애송이의 방에 우선 들렀다가- 이내 피를 나눠준 남자 늙다리의 방으로 향한다.
퍽- 파열음 소리가 몇 번 난 뒤.
“아버지가 오늘은 오른뺨을 맞기 싫으신가 봐.”
그는 그저 검은 장갑을 도로 끼고 나올 뿐이였다.
비명이 새어나올 리 만무한 공간에서, 남자는 다시 나와, 그렇게 유유히 자택을 빠져나온다. 부촌에 사는 누구도 검은 차의 주인은 아직 알지 못한다.
-
“무슨 대화를 마저 나누셨는지?”
조심스레 누군가 묻는다. 그의 시중을 들었던 자다. 갈색 머리의 남자가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내며 장갑 낀 손을 꿈틀거리다가 이내 허탈하게 늘어뜨린다. 누군가를 더 손찌검할 생각은 없다는 신호다.
“뭐 겸사겸사, 사업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하신다는 사업이요.”
“예. 요즘 들어 만들어진 인간들이 너무 많아요.”
내 가면도 그렇지만. 갈색 머리 남자가 짧게 자신의 가면 노릇을 하는 자의 방에 눈을 두었다가 이내 관둔다. 차 안에서도 잘 보이는 방은 누군가의 습격에 의해 죽기 딱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가엾은 것. 딱 그 정도의 동정이 들었다가 사라진다.
“만들어진 인간이라니.”
“그 만들어진 귀족 신분으로 누릴 것 다 누리고 감옥에 간 사기꾼도 그렇고. 그 친구는 원석이 좀 남다르긴 했어요... 지르콘 같았지.”
갈색 머리 남자가 거침없이 말을 이어간다.
“하지만 결국 예쁘게 포장된 게 들켰잖아요. 속은 크람푸스도 훔쳐가지 않을 목탄같은 사람이였고.”
“그렇습니까. 재능은 좋게 보셨지 않습니까.”
“알아서 소모했으니 그건 이제 가면에게 어떻게 써먹어 볼래, 하면 되는 일이에요.”
“허면.”
그가 즐거운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보세요. 만들어진 인간들. 잘 세공되서 내가 빛나고 광채가 나고 고귀한 줄 아는 가짜 다이아몬드들... 그 산업용 다이아몬드 칼같은 인간들이 서로를 찔러 죽이고 있잖아요.”
최근 가장 핫한 사업이였다.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내고, 고용하고, 후원해서, 자신들의 입으로 쓰는 것. 무엇보다 대중들에게 싸게 먹히고 세뇌하기 쉬운 지점이 정말 편했다. 그도 여러 ‘가짜 다이아몬드’들을 비롯한 다양한 인간들을 제 손으로 ‘세공’해 여러 자리에 앉히거나, 미디어에 노출시켜 왔다.
“하지만 그게 요즘은 좀 질려.”
“...그래서요?”
“방향을 바꿔야죠. 고전적이지만 신선한 걸로. 트렌디하게 어레인지해서.”
그는 붉은 머리 여성과 검은 머리 남성의 사진을 차례로 들여다 봤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맹수같은 표정을 하면서.
“영웅 사업을 해볼거에요.”
교도소에 도착한 자의 말이였다.
모처의 어느 대학, 점심시간. 본래라면 엮일 일도 없고 마주칠 일도 없을 두 사람이 서로 교차해 옆자리에 동석한다. 붉은 머리의 여성과 검은 머리의 남성. 남성 쪽이 키는 크지만 조금 더 어리숙해 보인다. 여성은 한숨을 푹 쉬며 남성을 눈으로 살핀다.
“우리 동아리실이 폐쇄당했다고?”
“네...”
“일 났네 이거. 어쩌다가?”
두 사람은 서로 면식이 있던 모양새였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건물에서 나왔다. 붉은 머리의 여성은 법학 관련 단과대 건물에서, 검은 머리의 남성은 이공과 계열 단과대 건물에서 말이다. 마주칠 일이라고 해 봤자 두 사람이 만약 입학 동기였거나 졸업할 때 타이밍이 맞거나 했다면 마주쳤을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동아리라는 작은 인연이 있었다.
“모르겠어요. 요새 미디어실 확장한다고 계속 그러더니.”
“아 진짜, 설마 그 쪽이라고.”
“뭐 다른 동아리가 쓴다고는 안 했잖아요. 우리, 저번에도 아이스하키 치고 싶다는 사람들이 오길래 잘 방어해 냈었고.”
“하지만 결국 털렸지.”
“털렸네요, 지금은.”
하아. 두 사람이 각자의 끼니를 꺼내 한 입씩 먹는다. 요즘 떠오르는 신예 인플루언서의 기획작이다. 건강식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니, 췌장을 갖다 팔아 쓰냐는 미국 사람들도 그 인기에 눈이 멀어 한 번쯤은 사 먹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도 그 대상에 속했다. 우물거리던 붉은 머리 여성이 가만히 음식을 보았다.
“그렇게 맛있지도 않구만.”
“이럴 거면 그냥 포케집이나 갈 걸 그랬어요.”
“어쩌겠냐. 그 포케집 지금은 브레이크 타임이잖아.”
“이래서 내가 목요일이 싫어.”
“너나 나나 강의가 왜 이렇게 몰렸대.”
졸업을 계속 실패중인 법대생과 신입이라 온갖 것을 배우고 있는 이공계생이 우울하게 늘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방울 토마토 하나를 먹으면서 열 마디, 아스파라거스를 먹으면서 스무 마디를 했다. 연강과 우주공강이 동시에 존재하는 대학교 최악의 시간표가 그들의 목요일을 매주 피말리고 있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 맞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노란 눈을 데굴 굴려 핸드폰을 확인했다. 뒤적거리며 화면 몇 개를 넘기더니, 곧이어 하나를 붉은 머리 여성에게 보여준다. 아무래도 본론이라고 가져왔던 것 하나를 이제 기억해 내고는 꺼낸 모양이었다. 여성은 또 뭐가 있냐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가 고개를 숙여 확인한다. 자신들이 다니는 대학교의 수많은 정보와 더불어, 대학 안에서 활동하는 유명인들의 소식까지 모여있는 디스코드 화면이였다.
“우리 동아리실 그거요. 그... 누구야.”
“보니까 알겠네. 이거 걔잖아. 틱톡커.”
“네. 그 사람이 이번에-”
그러면서 디스코드에 널리 퍼진 가십이 검은 머리 남자의 입에서 가공되어 나온다. 찌라시 수준에,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지만. 붉은 머리 여성은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미디어에 관련된 동아리를 새로 만든다고 자기 학년-고학년에서는 그런 찌라시를 듣기 참 쉬웠다- 에서는 이미 돌던 이야기였으니까.
“...어쩌고 싶으세요?”
“어쩌긴.”
그리고 그 일이 사실이라면 진실로 파헤쳐야 할 일이긴 했다. 그녀는 이런 일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일을 지금까지 막연히 상상이나 해 왔지 실제로 받아볼 줄은, 하는 말을 덧붙였다.
“총장실 문을 부숴야지.”
“네?!”
두 사람이 반쯤 농담, 반쯤 진심으로 부당한 처우에 대해 토로하며 진지하게 자신들이 유지해 온 동아리를 다시 존속시키고 부활시킬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을 쯤이였다. 두 사람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저기.”
“우왁! 누구세요?!”
“아, 그. 저. 신입생입니다.”
붉은 머리의 여성이 말을 건 사람을 쳐다봤다. 남성이다, 자신이 챙기는 후배에 비하자면 가는 덩치를 가졌고, 너드의 전형이라고 생각되는 둥근 안경에 체크무늬 옷까지 입었다. 저 체크무늬는 이 이공계열 후배도 입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게 애매해서 붉은 머리의 여성은 잠깐 눈살을 찡그렸다가 이내 그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순간 섬뜩함이 그녀를 훑고 지나가, 신입생이라 주장하는 남성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고 싶었으나 검은 머리 후배가 먼저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세요?”
“아, 그게. 저쪽에서... 듣고 있었거든요. 이야기를.”
“그런 거 보통 이야기 안 하지 않나?”
“...죄송합니다. 그치만 신경 쓰여서요.”
어리숙하고 우물쭈물해 하는 것이 평생 대화를 컴퓨터나 메신저로만 해온 사람같았다고 붉은 머리 여자는 생각했다. 그걸 스스럼없이 밝히는 게 뭐가... 좋지? 아니, 그렇다면 이 사람이 다음에 꺼낼 말은.
“저, 동아리를 찾고 있었는데, 어쩐지 없어져 있더라고요.”
“...탐정 동아리죠.”
“네. 그런데 두 분이 때마침 탐정 동아리신 것 같아서.”
붉은 머리 여자는 대번에 수상함을 감지한다. 둘이 꽤 공개적인 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공개적인 곳에서 이야기를 대놓고 엿듣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기밀을 이야기하는 클리셰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대부분 별 쓸 데 없는 이야기나 하려고 모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들끼리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일 텐데도.
이렇게 우연히? 붉은 머리 여자가 검은 머리의 후배를 팔꿈치로 쿡 찌른다. 검은 머리 남자도 뭔가 우연 치고는 좀,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말을 걸어 온 남성이 부시시한 옅은 갈색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반론한다.
“아니 저기 그게, 진짜 우연이에요. 정말로요.”
“...일단 그렇게 됐습니다. 들은 바는 사실이고.”
“그럼 입부는 더... 안 받는 건가요?”
“그렇게 됐죠. 그래도 나중에 입부할 상황이 마저 되면 연락이라도 드릴까요?”
“그, 저... 총장님한테 항의하신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많이 들으셨네요?”
저 사람 대체 어디서 듣고 있던 걸까요? 검은 머리 후배가 붉은 머리 선배에게 속삭인다. 나도 몰라. 붉은 머리 선배는 이 사람이 접근했다는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마치 뚝 떨어진 것마냥 갑자기 등장해서는 자신들에게 말을 건 게 이 사람이다. 뭐지?
의구심과는 별개로, 불퉁한 대답은 계속 나간다. 거대한 군중 속의 외침은 프라이버시가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것 아니였느냐 하는 듯한 태도로 붉은 머리 여자는 어리숙한 갈색 머리에게 마저 조근조근 대답을 이어갔다.
“항의할 겁니다. 입부할 생각이 있다면 당신도 돕는 게 좋겠죠.”
“...그럼 언제...”
검은 머리 후배가 골똘히 생각한다. 이왕 신입생인 것 같으니 자기가 연락처를 좀 받겠다며 먼저 몸을 움직이기도 했다.
“저도 신입생이거든요. 어디 과세요?”
“아, 저는 그, 예술 대학이요.”
“아.”
예술대학이면 이곳과 바로 근처다. 밥을 먹으러 오가거나, 예술 대학 학생들이 가끔 자기네 단과대에서는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수업을 하기 위해서라면 여길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검은 머리 후배는 그렇군, 하고 짧게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의심의 단계가 조금 누그러지는 걸 느낀다.
“성함이.”
“다니엘... 해먼이에요.”
“네, 해먼 씨. 그러면 제가 나중에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네. 근데 정말 그럼 탐정 동아리는...”
“뭐 지금 당장은 내쫓겼는데 어쩌겠어요?”
붉은 머리 여성이 마지막 계란 하나를 씹어삼키며 말했다. 할 일이 지금 당장은 없기도 하고, 기껏해봐야 하는 일이 인터넷에 있는 추리 문제를 배경으로 탐정 놀이를 하는 일이였으니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동아리였던 것도 동일했다.
갈색 머리의 신입생에게서 갑자기 빠른 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그럼요. 어차피 총장님도 제 생각에는- 학교 홍보를 더 할 생각에 그러신 것 같은데! 그럼 저희도 실적으로 승부를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어요! 그러니까, 음, 보고서 같은 걸 쓴다거나! 아니면-”
“그만. 숨 쉬어요.”
“아.”
“...이건 실적이고 나발이고 우리한테 허용된 공간을 뺏은 거라고요.”
“그, 그렇네요.”
“우리는 그냥 우리가 잘 쓰고 있던 공간을 빼앗은 사람들이 나쁘단 것만 증명하면 된다구요.”
하지만 검은 머리 후배는 생각이 조금 다른 듯 했다.
“혹시 뒤를 캐보라는 소리에요?”
“야!”
“아니 그치만.”
“전 그건, 아닌데. 그... 그냥. 게다가 그런 사람들, 팔로워도 막, 사고 팔 수 있다면서요.”
“와 그건 너무 질투에 눈 먼 모함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고요.”
말을 한 차례 우다다 쏟아낸 갈색 머리 신입생은 자기가 생각해도 쪽팔린 말을 했다는 자각이 들었는지 이내 가보겠다고 급하게 얼굴을 가리고 사라져 버렸다. 예대 방향으로 쏜살같이 들어간 사람은 이내 인파 속에서 사라졌다. 검은 머리 후배와 붉은 머리 선배만 다시 그 자리에 남아있다. 사람들은 슬슬 다음 강의를 위해 흩어지거나, 도서관에 가볼까 하고 몸을 움직이거나,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본격적으로 퍼질러지고 있었다.
“...뭘까요, 그 사람.”
“우리 팬?”
“아니면 추리소설 팬일지도요.”
“뭐가 됐든 수상하긴 했지.”
“수상하긴 했죠.”
붉은 머리 학생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첫째. 예술 대학 녀석들은 손이 깨끗한 적이 없어.”
물감으로 얼룩져 있든 흑연이 여기저기 묻어있든 간에 말이다.
“그 사람 손은 깨끗했죠.”
“그래. 옷은 나름... 구겨져 있었는데.”
“저도 수상한 거.”
“어떤 거?”
“대학이라고 말하고 어디 과인지는 얼버무렸어요.”
“그런 어설픈 수법을 썼다고?”
검은 머리 후배가 실제로 받은 연락처에 저장한 이름을 공개했다. 거기엔 예대 해먼이라고만 적혀있었지, 다른 정보는 없었다.
“...외부인일지도 몰라요, 어쩌면.”
“외부인을 빙자한 유튜버라거나.”
“하지만 우리 일을 어떻게 알고요?”
“아니지, 우리 학교 일이나 그 인플루언서 일을 알고 찾아온 거겠지.”
만약에 외부인이라고 치자. 그렇게 된다면... 붉은 머리 선배의 머리가 대화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본다.
“그거. 그 인간이 말한 거.”
마치 무언가 실적을 내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 말들. 꼭 회사 사람 같은 말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꼭 뭐 터뜨리고 싶으면 연락해라, 겸사겸사 이름 날리기 쉬운 길도 찾고 싶으면 말이다. 라고 말한 거 아니였을까?”
“...그거 말 되네요. 아니면, 혹시 인플루언서들 뒤를 캐는 쪽 유튜버라면 나랑 같이 일하자, 라고 한 걸지도요.”
“꺼림칙한데.”
“그쵸?”
두 사람은 한동안 이야기를 더 나눴다. 만약 내부인이라면 그냥 진짜 단순 팬이겠지. 하지만 외부인이라면 정말 그런 설득일 수도 있겠죠. 우리한테 왜 관심을 가졌을까? 너드 티를 왜 냈을까요? 이상한 사람이야.
하지만 몇몇 상황에서 두 사람은 동일한 타협점을 본다. 그래도 우리 둘만으로는 안 돼. 게다가 어차피 우리가 총장실에 쳐들어 갈 때 연락하기로 했잖아. 일단 연락은 무조건 한다는 전제라고.
“와, 뭔가 덫에 걸린 기분.”
“...연락해 보고, 설마 무슨 음모론은 아니겠지 하는 미친 생각에서 일단 벗어나고 생각하자.”
“그러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갈색 머리의 남자는 지켜봤다.
루비와 황금이 저기에서 어여쁘게 재잘거리고 있는데 그걸 지켜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그 자에겐 제 아비 일에 대해 찔러주는 편이 좋나? 아니다. 이건 조금 경계심을 살 거다. 하지만 유혹하기엔 충분한 소재 아닌가? 하지만 이건 날조에다가 거짓 정보인데. 한 번에 고꾸라뜨리기 충분한 정보지 유효한 정보는 아니다. 지금보다는 그냥 말을 흘려서 구슬릴 때 써먹기 좋은 정보다. 파르스름한 두 눈이 건조하게 허공을 본다. 지금 이 공간과 시간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갈색 머리를 한 어수룩한 자는 어수룩한 티를 벗어내고 검은 차에 타 있었다. 일반인은 내부조차 볼 수 없는 곳에서 계속해서 그는 생각을 이어간다.
그 자에게는... 어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줘야 겠군. 이건 확실한 정보니까. 이쪽을 먼저 낚는 게 좋을지도 몰라. 어쩌면 가족이라는 바운더리에서 일시적으로 그 자를 빼낼 수도 있겠어. 좋아.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오름과 동시에 차가 멈춘다. 도착한 곳은, 민간 자본이 투자된 교도소다.
“가시지요.”
“궁전에 별 일은 없었고요.”
“오전에 도련님이 잠시.”
“그 대외 활동 열심히 대신 해 주는 애가? 왜?”
저벅저벅, 교도소가 마치 제 집인 듯 갈색 머리 남자가 들어선다. 입구에 있는 교도관은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하는 대신 묵례를 할 뿐이었다. 그가 권력자라는 듯이.
“뭔가 상담하고 싶은 게 있는 듯 싶었습니다.”
“그대에게 말을 안한 걸 보면 집안일인가. 아버지가 그 애한테 좀 야박하게 굴긴 하는데... 내가 그 애를 내 가면으로 아낀다는 걸 아버지는 여전히 이해를 못 하시나 봐요?”
“아버님도 이해는 하십니다만, 정무적으로는 도련님이 아버님과 마찰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아, 그럼 오늘 저녁은 집에서 먹겠네요. 그렇죠?”
“그렇습니다.”
“그럼...”
가는 길에 늘어져 있는 모든 교도관들이 묵례한다. 교도소라는 시설 안, 철장 안에 갇힌 모든 죄인들-로 추정되는 자들-이 그를 보지 못한 척 한다. 누군가는 아예 뒤를 돌아 있고, 누군가는 벌벌 떨며 바닥에 붙어 있는다. 누군가는 귀를 틀어막고 부실한 침대에 틀어박히고, 누군가는 아예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복종을 맹세한다.
그는 그것이 퍽 기분이 좋은 듯 품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던져준다. 가장 좋은 태도를 보인 자에게 주는 돌발적 답례였다.
“주인님.”
“이 정도는 뿌려도 돼요. 알아서 살아남겠지.”
그리 말하며 갈색 머리의 ‘왕’은 자신의 ‘궁궐’로 걸어들어 갔다. 사비로 지은 교도소 안에 있는 비밀 시설로. 누구도 찾지 않고 절대 찾을 수 없는 자신의 둥지로.
“잠시 짐승들 교육을 좀 할까.”
그가 ‘궁궐’로 들어가기 전의 마지막 주문이였다. 선물을 받은 죄수를 제외한 모든 인간들에게서 피가 빠져나가는 말이 선고로써 교도소에 퍼졌다.
-
저녁.
검은 차 한대가 부촌에 도착한다. 이질적이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고, 눈에 이상하게 잘 띄지 않는 차였다. 부촌의 수많은 저택 중에서도 상당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저택에 당당하게 들어서는 차는 주인이 누구인지 다른 자들에게 보이지 않은 채 차고 속으로 몸을 숨겼다.
비밀스러운 차고의 안에서 내린 주인은, 평화롭고 달콤한 집안의 공기를 맡는다. 그는 저벅저벅 걸어가 제 가면 노릇을 하는 애송이의 방에 우선 들렀다가- 이내 피를 나눠준 남자 늙다리의 방으로 향한다.
퍽- 파열음 소리가 몇 번 난 뒤.
“아버지가 오늘은 오른뺨을 맞기 싫으신가 봐.”
그는 그저 검은 장갑을 도로 끼고 나올 뿐이였다.
비명이 새어나올 리 만무한 공간에서, 남자는 다시 나와, 그렇게 유유히 자택을 빠져나온다. 부촌에 사는 누구도 검은 차의 주인은 아직 알지 못한다.
-
“무슨 대화를 마저 나누셨는지?”
조심스레 누군가 묻는다. 그의 시중을 들었던 자다. 갈색 머리의 남자가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내며 장갑 낀 손을 꿈틀거리다가 이내 허탈하게 늘어뜨린다. 누군가를 더 손찌검할 생각은 없다는 신호다.
“뭐 겸사겸사, 사업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하신다는 사업이요.”
“예. 요즘 들어 만들어진 인간들이 너무 많아요.”
내 가면도 그렇지만. 갈색 머리 남자가 짧게 자신의 가면 노릇을 하는 자의 방에 눈을 두었다가 이내 관둔다. 차 안에서도 잘 보이는 방은 누군가의 습격에 의해 죽기 딱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가엾은 것. 딱 그 정도의 동정이 들었다가 사라진다.
“만들어진 인간이라니.”
“그 만들어진 귀족 신분으로 누릴 것 다 누리고 감옥에 간 사기꾼도 그렇고. 그 친구는 원석이 좀 남다르긴 했어요... 지르콘 같았지.”
갈색 머리 남자가 거침없이 말을 이어간다.
“하지만 결국 예쁘게 포장된 게 들켰잖아요. 속은 크람푸스도 훔쳐가지 않을 목탄같은 사람이였고.”
“그렇습니까. 재능은 좋게 보셨지 않습니까.”
“알아서 소모했으니 그건 이제 가면에게 어떻게 써먹어 볼래, 하면 되는 일이에요.”
“허면.”
그가 즐거운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보세요. 만들어진 인간들. 잘 세공되서 내가 빛나고 광채가 나고 고귀한 줄 아는 가짜 다이아몬드들... 그 산업용 다이아몬드 칼같은 인간들이 서로를 찔러 죽이고 있잖아요.”
최근 가장 핫한 사업이였다.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내고, 고용하고, 후원해서, 자신들의 입으로 쓰는 것. 무엇보다 대중들에게 싸게 먹히고 세뇌하기 쉬운 지점이 정말 편했다. 그도 여러 ‘가짜 다이아몬드’들을 비롯한 다양한 인간들을 제 손으로 ‘세공’해 여러 자리에 앉히거나, 미디어에 노출시켜 왔다.
“하지만 그게 요즘은 좀 질려.”
“...그래서요?”
“방향을 바꿔야죠. 고전적이지만 신선한 걸로. 트렌디하게 어레인지해서.”
그는 붉은 머리 여성과 검은 머리 남성의 사진을 차례로 들여다 봤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맹수같은 표정을 하면서.
“영웅 사업을 해볼거에요.”
교도소에 도착한 자의 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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