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3-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5-01-27 (월) 16:38:30
갱신일:2025-02-03 (월) 13:14:45
#0에주(wMHMn9/U3a)2025-01-27 (월) 16:38:30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917공개된 극비(O64XjjQN0i)2025-02-02 (일) 16:06:22
면 장갑.
다니엘은 현재 자신의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그로서는 꽤 보기 드문 일이었다.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점차 의자와 한 몸이 되어가던 오랜 역사는 다니엘 스스로도, 그 주변 사람들도, 앨리스나 잭도, 심지어 그를 잘 모르고 있던 인간들도 얼추 알고 있었다. 지나가는 인간들마저 다니엘의 관상을 보고는 어디 가서 운동하고 다니는 대신 키보드로 온 세상과 싸울 사람이라고 이죽거리지 않았나.
그건 90% 이상 맞는 말이라 다니엘 자신도 그다지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냥 다니엘은 그런 사람들을 기억 속에서 대충 지우면서 그 자리에 오늘 도착하기로 한 문제의 물건 전달자를 채울 뿐이었다. 다니엘은 핸드폰 화면을 켰다. 무음으로 켜지는 화면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화면 속에서 마지막으로 주고 받은 메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V.S: 그래서 그 장갑은 뭐 어따 쓰게요
쓸 일이 있다니까?
V.S: 선배가??? 그 장갑을??? 어따 쓰게???
아 거참 내 부사수는 왜 이렇게 따지는 게 많지
V.S: 당연히??? 보안으로 댄스배틀 출 것 같은 인간이 그러니까 이 인간아
하 이렇게 보안정신 빡빡한 부사수가 내 부사수라니 정말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V.S: 조까시고 받을거면 내려오세요
V.S: 지하까지 전에 걸어서 오셨다며^^
인마 저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라
바른 말로 할때
V.S: 내 사수 어따 쓰지
V.S: 아 엘베도 안 탄다고 징징대 어따 쓰는 사수지 이거
오거라... 커피 타준다...
V.S: 네^^
화려한 메신저 기록에 다니엘은 잠깐 눈물이 앞을 가리는 행세를 했다.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깜찍한 부사수가 지하에서 자기가 있는 사무실까지 온다는데 뭐 쌍으로 징징거릴 만 한 일 아닌가. 커피로 가볍게 회유가 된 부사수의 넓은 아량에 마음속으로 1 박수나 쳐주는 다니엘은 그렇게 와야 할 사람이나 마저 가디렸다.
50초, 엘리베이터 소리,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 와글거리는 인파가 오고 가는 소리, 그 모든 것들이 파도처럼 쓸려왔다가 사라지고 순간의 정적이 내리면 그 사이에 그가 아는 익숙한 걸음걸이가 한순간 들려온다. 먼 곳에서부터 들리지만 방향은 알았다. 다니엘이 고개를 들었다. 시퍼런 외눈에 익숙한 인영이 멀리서부터 똑바로 보였다.
다니엘은 예상했다. 저 부사수 후배녀석 얼굴 표정이 벌써부터 질린 게 가득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예상은 아주 적절히 들어맞았다.
“와, 문 앞에서 대기할 기력이 있으면 그냥 내려오시지 그랬어요.”
“거참 너무하네.”
그가 직접 스카우트한 그의 부사수, 현재 이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실질적 관리자.
찾기 매우 까다로웠던 인간. 사이코메트리 능력자.
바냐 스콧.
“너무한 건 역시 내 선배님이 너무한 거 아닐까? 지 후배를 갑자기 오라가라 하시면 안 꼽게 볼 수가 없죠?”
“아, 정말 오랜만에 반박이 세 네 마디 따라붙는다.”
“어디 뼈가 다 붙으셨다고 했지.”
“발. 밟지 마 이자식아.”
“이럴 줄 알았으면 축구용 징 박힌 운동화 신고 오는 거였는데 정말 아쉽게 됐네요.”
“폭력 반대.”
“그래서 총기 반출 징계는 누가 최다라고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대화는 다니엘이 커피를 원두에서 믹스커피로 바꾸기 전에 닥쳐봐라, 라고 말한 부분에 가서야 겨우 멈췄다.
-
한 차례 휴식이 이어진다. 농담 따먹기인지 살벌한 대화인지가 지나간 공간의 공기 치고는 공기가 부드럽지는 않았다. 예민함이 공간의 주인 뜻에 따라 얇게 펴발라져 있었고, 그 위를 유려하게 방문객이 미친듯이 두드려 패고 있었다. 대화가 한차례 소강된 상태임에도. 말 없이 커피가 호로록, 입 안으로 사라지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음에도.
알음알음, 커피 맛있네요. 하는 소리만이 공허하게 맴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정말 이유는 안 알려줄 거고요?”
“장담컨대 보안상 유출 문제는 없을 거다.”
단호한 질문과 제 2차전의 시작을 알리는 질문이 날라왔다. 그러자마자 공간의 주인 되는 다니엘은 단호한 대답으로 서두를 작두콩 재단하듯 끊어먹었다. 마치 그 시작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처럼.
“믿어 봐, 애초에 보안 유출 때문에 지금껏 소각해서도 제대로 못 해치운 물건이잖아.”
“...그러니까 더 문제라는 거 아니에요, 지금. 그걸 이제 와서 땅에 묻거나 하는 개같이 원시적인 해결법을 찾은 것도 아닐 테고.”
“XX 지금 이게 무슨 ET 게임이냐.”
“그것도 발굴당했잖아요.”
데이터베이스의 관리직을 맡은 그의 부사수가 말을 한차레 주르륵 늘어놓는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는 2억이고 그 중에 잉여짓 할 인간만 수천수만이다. 전문 정보조직이 붙으면 또 어떻고. 루머랍시고 진짜 정보 가짜 정보 퍼뜨리는 짓으로 교란작전 하는 게 취미인 거 아는데, 애초에 이 장갑 건넬 때 우리 사수나으리께서 한 말이 바로 그거잖느냐. 이건 루머로도 새어나가선 절대 안되는 물건이라고.
“이제 와서 반출시킬 이유가 뭐냐고요.”
“마침내 새로운 소각법을 찾아냈다는 그런 거지.”
“그니까 그게 뭔데.”
“문제가 있다면 그걸 나랑 잭이랑 앨리 빼곤 도저히 증명을 못한다는 거지.”
“삼인성호야?”
“개 허술해 보이는데 정답이라 할 말이 없긴 해.”
“드디어 능력 리스크가 정신머리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겠냐?”
자신의 부사수를 굉장히 안쓰럽고 불썽사나운 눈으로 바라본 다니엘은, 그러나 이 이상 설명해 줄 증거도 증언도 부족하다는 것이 자신의 현실임을 직감한다.
“그런 걸로 하자.”
“에라이 미친.”
“그래도 좀 줘 봐라.”
“...이거 진짜 정으로 주는 겁니다. 알죠?”
“눈물 나게 고맙네. 스콧 양이 나한테 정이라는 게 있었다고?”
“내일 발을 으스러뜨리러 오라는 예고장 잘 받았습니다.”
“아 하지 말라고.”
설득력이 부족한 설득은 때론 거대한 비화를 숨기고 있기 마련이다. 정보를 다루는 인간들에겐 늘 있는 일이였다. 그건 때때로 가족이 엮인 일이라서, 자신의 목숨과 회사의 명운이 걸려 있어서 등이 투명화가 된 상태로 붙어 있기도 했으니까.
다만 바냐 스콧은 자신의 전 상사이자 빌어먹게 영원할 사수가 그럴 리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장갑 건네는 것을 망설일 뿐이었다.
“어디 돈이라도 빵꾸 난 건 아니죠?”
“그건 윗선 털면 나오는 거고.”
“XX 난 그게 더 무섭다고 미친 사람아.”
그것마저도 이 대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마무리 되었지만 말이다. 이제 문제의 그 면장갑 세 벌은 온전히 다니엘의 손에 밀봉된 채 있었다.
다니엘은 가만히 면장갑을 들여다 봤다. 비닐 랩 안에 곱게 싸여진 채, 소각로에서 타길 기다렸을 물건들. 피가 묻지 않아 참 다행인 깨끗한 물건들.
팔짱을 낀 채 다니엘이 숨긴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아직도 추론하고 있을 부사수를 다니엘은 문득 바라본다. 팔짱 사이로 보이는 면장갑은 자신이 들고 있는 것과 하나의 차이도 없이 하얗기 그지없었다. 누가 보면 면장갑 마니아라서 이렇게 콜렉팅이라도 했냐고 물어볼 정도로.
“그건 아직 괜찮은 상태냐.”
선배로서, 그리고 면장갑을 관리해주던 사람으로서 다니엘이 물었다. 그 면장갑은 아직 닳지 않았는가? 대번에 후배의 눈매가 곱지도 않게 찌푸려진다. 다니엘은 스콧 양의 이런 쿡 찌르면 나오는 반응이 굉장히 재미있어 항상 옆에 두고 싶었다. 물론 지금은 다른 중책을 떠넘긴 지라 그럴 수 없었지만.
바냐 스콧의 입이 열렸다.
“이걸 아직도 걱정하고 있어요?”
“해야지 그럼.”
“...선배 몸이나 마저 걱정을 하지 그래요. 이제 나도 알아서 할 수 있고.”
“오 드디어?”
“하아...”
굉장히 아니꼽게 보는 시선이 다니엘의 볼을 화살처럼 꿰뚫고 있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진담이에요. 나름 조절도 가능해졌고.”
“...그래.”
“그러니까 무리해서 면 장갑에 그 망할 현실에 꺼내놓지도 못하는 능력 쓸 필요는 없어졌다는 거죠.”
다니엘은 기억을 반추한다. 자신이 제 능력으로 강제로 장갑에 제 힘을 도포했을 때 쏟은 피의 양, 귀에 새로 생겨난 이명이 사라지기까지 걸린 시간, 손에 갑자기 생겼던 금이 다시 붙기까지 걸린 시간. 그리고 그걸 실시간으로 알아채던 애송이 후배녀석의 표정. 그리고 지금의 표정. 코피를 흘렸을 때 모든 걸 깨달은 듯 하지 말라고 멱살을 잡아채던 표정. 그리고 지금의 표정.
애송이가 거짓말을 아직 덜 익혔나 보다. 자기가 피로감을 좀 감수하겠다는 말을 뭐 저리 돌려 말하고 있지.
공간의 주인이 잘 알겠다는 듯이 비죽 웃자 방문객은 또 혼자 무엇에 찔렸는지 야무지게 다니엘을 야려보다가, 곧 그만둔다. 이 이상 질문하지 않겠다, 는 것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배려나 마찬가지였다. 무엇이든 캐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 둘 사이에서 말이다.
아까, 스콧이 다니엘에게 이유를 이 이상 캐묻지 않은 것처럼.
“...근데 진짜 괜찮은 거 맞죠?”
“뭐가? 내 건강? 발을 작살내버리겠다고 한 놈이?”
“뭐 발등 정도는 멍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후배를 잘못 키웠나.”
“콩 심은 데 콩 나고 댁 심은 데 댁 나죠.”
“잘 키웠네.”
“미쳤나 진짜.”
낄낄 웃는 속에서 다니엘이 가만히,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를 본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메신저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새파란 눈이 번들거리는 걸 그 후배는 마지막까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화의 종언을 선언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성공하면 너도 편해질 거다.”
------------------
바냐 스콧: 여러분들이 모르는 게 당연한 것이 이번 독백에 처음 등장한 모브 친구입니다. 다니엘(남글)의 직속 후배입니다.
다니엘은 현재 자신의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그로서는 꽤 보기 드문 일이었다.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점차 의자와 한 몸이 되어가던 오랜 역사는 다니엘 스스로도, 그 주변 사람들도, 앨리스나 잭도, 심지어 그를 잘 모르고 있던 인간들도 얼추 알고 있었다. 지나가는 인간들마저 다니엘의 관상을 보고는 어디 가서 운동하고 다니는 대신 키보드로 온 세상과 싸울 사람이라고 이죽거리지 않았나.
그건 90% 이상 맞는 말이라 다니엘 자신도 그다지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냥 다니엘은 그런 사람들을 기억 속에서 대충 지우면서 그 자리에 오늘 도착하기로 한 문제의 물건 전달자를 채울 뿐이었다. 다니엘은 핸드폰 화면을 켰다. 무음으로 켜지는 화면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화면 속에서 마지막으로 주고 받은 메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V.S: 그래서 그 장갑은 뭐 어따 쓰게요
쓸 일이 있다니까?
V.S: 선배가??? 그 장갑을??? 어따 쓰게???
아 거참 내 부사수는 왜 이렇게 따지는 게 많지
V.S: 당연히??? 보안으로 댄스배틀 출 것 같은 인간이 그러니까 이 인간아
하 이렇게 보안정신 빡빡한 부사수가 내 부사수라니 정말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V.S: 조까시고 받을거면 내려오세요
V.S: 지하까지 전에 걸어서 오셨다며^^
인마 저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라
바른 말로 할때
V.S: 내 사수 어따 쓰지
V.S: 아 엘베도 안 탄다고 징징대 어따 쓰는 사수지 이거
오거라... 커피 타준다...
V.S: 네^^
화려한 메신저 기록에 다니엘은 잠깐 눈물이 앞을 가리는 행세를 했다.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깜찍한 부사수가 지하에서 자기가 있는 사무실까지 온다는데 뭐 쌍으로 징징거릴 만 한 일 아닌가. 커피로 가볍게 회유가 된 부사수의 넓은 아량에 마음속으로 1 박수나 쳐주는 다니엘은 그렇게 와야 할 사람이나 마저 가디렸다.
50초, 엘리베이터 소리,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 와글거리는 인파가 오고 가는 소리, 그 모든 것들이 파도처럼 쓸려왔다가 사라지고 순간의 정적이 내리면 그 사이에 그가 아는 익숙한 걸음걸이가 한순간 들려온다. 먼 곳에서부터 들리지만 방향은 알았다. 다니엘이 고개를 들었다. 시퍼런 외눈에 익숙한 인영이 멀리서부터 똑바로 보였다.
다니엘은 예상했다. 저 부사수 후배녀석 얼굴 표정이 벌써부터 질린 게 가득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예상은 아주 적절히 들어맞았다.
“와, 문 앞에서 대기할 기력이 있으면 그냥 내려오시지 그랬어요.”
“거참 너무하네.”
그가 직접 스카우트한 그의 부사수, 현재 이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실질적 관리자.
찾기 매우 까다로웠던 인간. 사이코메트리 능력자.
바냐 스콧.
“너무한 건 역시 내 선배님이 너무한 거 아닐까? 지 후배를 갑자기 오라가라 하시면 안 꼽게 볼 수가 없죠?”
“아, 정말 오랜만에 반박이 세 네 마디 따라붙는다.”
“어디 뼈가 다 붙으셨다고 했지.”
“발. 밟지 마 이자식아.”
“이럴 줄 알았으면 축구용 징 박힌 운동화 신고 오는 거였는데 정말 아쉽게 됐네요.”
“폭력 반대.”
“그래서 총기 반출 징계는 누가 최다라고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대화는 다니엘이 커피를 원두에서 믹스커피로 바꾸기 전에 닥쳐봐라, 라고 말한 부분에 가서야 겨우 멈췄다.
-
한 차례 휴식이 이어진다. 농담 따먹기인지 살벌한 대화인지가 지나간 공간의 공기 치고는 공기가 부드럽지는 않았다. 예민함이 공간의 주인 뜻에 따라 얇게 펴발라져 있었고, 그 위를 유려하게 방문객이 미친듯이 두드려 패고 있었다. 대화가 한차례 소강된 상태임에도. 말 없이 커피가 호로록, 입 안으로 사라지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음에도.
알음알음, 커피 맛있네요. 하는 소리만이 공허하게 맴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정말 이유는 안 알려줄 거고요?”
“장담컨대 보안상 유출 문제는 없을 거다.”
단호한 질문과 제 2차전의 시작을 알리는 질문이 날라왔다. 그러자마자 공간의 주인 되는 다니엘은 단호한 대답으로 서두를 작두콩 재단하듯 끊어먹었다. 마치 그 시작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처럼.
“믿어 봐, 애초에 보안 유출 때문에 지금껏 소각해서도 제대로 못 해치운 물건이잖아.”
“...그러니까 더 문제라는 거 아니에요, 지금. 그걸 이제 와서 땅에 묻거나 하는 개같이 원시적인 해결법을 찾은 것도 아닐 테고.”
“XX 지금 이게 무슨 ET 게임이냐.”
“그것도 발굴당했잖아요.”
데이터베이스의 관리직을 맡은 그의 부사수가 말을 한차레 주르륵 늘어놓는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는 2억이고 그 중에 잉여짓 할 인간만 수천수만이다. 전문 정보조직이 붙으면 또 어떻고. 루머랍시고 진짜 정보 가짜 정보 퍼뜨리는 짓으로 교란작전 하는 게 취미인 거 아는데, 애초에 이 장갑 건넬 때 우리 사수나으리께서 한 말이 바로 그거잖느냐. 이건 루머로도 새어나가선 절대 안되는 물건이라고.
“이제 와서 반출시킬 이유가 뭐냐고요.”
“마침내 새로운 소각법을 찾아냈다는 그런 거지.”
“그니까 그게 뭔데.”
“문제가 있다면 그걸 나랑 잭이랑 앨리 빼곤 도저히 증명을 못한다는 거지.”
“삼인성호야?”
“개 허술해 보이는데 정답이라 할 말이 없긴 해.”
“드디어 능력 리스크가 정신머리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겠냐?”
자신의 부사수를 굉장히 안쓰럽고 불썽사나운 눈으로 바라본 다니엘은, 그러나 이 이상 설명해 줄 증거도 증언도 부족하다는 것이 자신의 현실임을 직감한다.
“그런 걸로 하자.”
“에라이 미친.”
“그래도 좀 줘 봐라.”
“...이거 진짜 정으로 주는 겁니다. 알죠?”
“눈물 나게 고맙네. 스콧 양이 나한테 정이라는 게 있었다고?”
“내일 발을 으스러뜨리러 오라는 예고장 잘 받았습니다.”
“아 하지 말라고.”
설득력이 부족한 설득은 때론 거대한 비화를 숨기고 있기 마련이다. 정보를 다루는 인간들에겐 늘 있는 일이였다. 그건 때때로 가족이 엮인 일이라서, 자신의 목숨과 회사의 명운이 걸려 있어서 등이 투명화가 된 상태로 붙어 있기도 했으니까.
다만 바냐 스콧은 자신의 전 상사이자 빌어먹게 영원할 사수가 그럴 리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장갑 건네는 것을 망설일 뿐이었다.
“어디 돈이라도 빵꾸 난 건 아니죠?”
“그건 윗선 털면 나오는 거고.”
“XX 난 그게 더 무섭다고 미친 사람아.”
그것마저도 이 대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마무리 되었지만 말이다. 이제 문제의 그 면장갑 세 벌은 온전히 다니엘의 손에 밀봉된 채 있었다.
다니엘은 가만히 면장갑을 들여다 봤다. 비닐 랩 안에 곱게 싸여진 채, 소각로에서 타길 기다렸을 물건들. 피가 묻지 않아 참 다행인 깨끗한 물건들.
팔짱을 낀 채 다니엘이 숨긴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아직도 추론하고 있을 부사수를 다니엘은 문득 바라본다. 팔짱 사이로 보이는 면장갑은 자신이 들고 있는 것과 하나의 차이도 없이 하얗기 그지없었다. 누가 보면 면장갑 마니아라서 이렇게 콜렉팅이라도 했냐고 물어볼 정도로.
“그건 아직 괜찮은 상태냐.”
선배로서, 그리고 면장갑을 관리해주던 사람으로서 다니엘이 물었다. 그 면장갑은 아직 닳지 않았는가? 대번에 후배의 눈매가 곱지도 않게 찌푸려진다. 다니엘은 스콧 양의 이런 쿡 찌르면 나오는 반응이 굉장히 재미있어 항상 옆에 두고 싶었다. 물론 지금은 다른 중책을 떠넘긴 지라 그럴 수 없었지만.
바냐 스콧의 입이 열렸다.
“이걸 아직도 걱정하고 있어요?”
“해야지 그럼.”
“...선배 몸이나 마저 걱정을 하지 그래요. 이제 나도 알아서 할 수 있고.”
“오 드디어?”
“하아...”
굉장히 아니꼽게 보는 시선이 다니엘의 볼을 화살처럼 꿰뚫고 있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진담이에요. 나름 조절도 가능해졌고.”
“...그래.”
“그러니까 무리해서 면 장갑에 그 망할 현실에 꺼내놓지도 못하는 능력 쓸 필요는 없어졌다는 거죠.”
다니엘은 기억을 반추한다. 자신이 제 능력으로 강제로 장갑에 제 힘을 도포했을 때 쏟은 피의 양, 귀에 새로 생겨난 이명이 사라지기까지 걸린 시간, 손에 갑자기 생겼던 금이 다시 붙기까지 걸린 시간. 그리고 그걸 실시간으로 알아채던 애송이 후배녀석의 표정. 그리고 지금의 표정. 코피를 흘렸을 때 모든 걸 깨달은 듯 하지 말라고 멱살을 잡아채던 표정. 그리고 지금의 표정.
애송이가 거짓말을 아직 덜 익혔나 보다. 자기가 피로감을 좀 감수하겠다는 말을 뭐 저리 돌려 말하고 있지.
공간의 주인이 잘 알겠다는 듯이 비죽 웃자 방문객은 또 혼자 무엇에 찔렸는지 야무지게 다니엘을 야려보다가, 곧 그만둔다. 이 이상 질문하지 않겠다, 는 것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배려나 마찬가지였다. 무엇이든 캐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 둘 사이에서 말이다.
아까, 스콧이 다니엘에게 이유를 이 이상 캐묻지 않은 것처럼.
“...근데 진짜 괜찮은 거 맞죠?”
“뭐가? 내 건강? 발을 작살내버리겠다고 한 놈이?”
“뭐 발등 정도는 멍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후배를 잘못 키웠나.”
“콩 심은 데 콩 나고 댁 심은 데 댁 나죠.”
“잘 키웠네.”
“미쳤나 진짜.”
낄낄 웃는 속에서 다니엘이 가만히,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를 본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메신저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새파란 눈이 번들거리는 걸 그 후배는 마지막까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화의 종언을 선언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성공하면 너도 편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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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냐 스콧: 여러분들이 모르는 게 당연한 것이 이번 독백에 처음 등장한 모브 친구입니다. 다니엘(남글)의 직속 후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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