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3-

#290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3- (1001)

종료
#0에주(wMHMn9/U3a)2025-01-27 (월) 16:38:30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94Human in Orbit & ■-453(ZrKrnjcEWG)2025-01-29 (수) 12:05:38
이것은 범인류적 중대사가 아니다.

발신: 선임 연구원
수신: 아냑

내용:
이곳은 지구의 달이 보이지 않는 외행성대지만, 우리 인류는 여전히 달력을 지키고 있다. 그거 아는가. 일력과 월력에 대해서? 물론 네게는 이맘때쯤이면 항상 이 이야기를 서두로 시작했으니 알겠군. 나는 멍청하지 않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겠다.
아냑. 슬슬 인류의 다음 세대를 만들어야 할 때다. 지구에서도 이맘때쯤에 높은 어른들이 이런 잔소리를 비슷하게 하였다는 기록에서 말미암아- 그리고 이 때가 월력으로 새로운 해를 맞이함을 기념하며, 네게 타고 흐르는 피의 계보와 DNA가 겹치지 않는 이성 인원을 선별해 보았다. 첨부한 파일에 있으니 잘 생각해 보거라. 작년이나 재작년처럼 임무 탓에 못 들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겠다.

-

발신: 아냑
수신: 선임 연구원

내용:
선임 연구원, 그렇게까지 큰 실례는 아니겠지만 혹시 제가 탄생할 당시 연애는 해보셨습니까?

-

발신: 선임 연구원
수신: 아냑

내용:
그런 사치스러운 생각을 하는 게 너희 세대의 특징이더군. 미디어 자료 열람실이 넉넉하게 열려 있게 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놈의 로맨스 코미디. 연애라는 게 얼마나 허황됐는지 알지 않은가? 우리는 우주에 튀어나온 인류고, 다음 세대를 만들어 우리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

발신: 아냑
수신: 선임 연구원

내용:
예 그냥 요즘 들어 우리끼리 세미나를 자주 하는데 우리가 꼭 미래형 부족사회 내지 봉건 사회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열람실 권한 다시 제한하면 드러누울 인간 한 두명 아니니까 그렇게 아십시오.

-

발신: 선임 연구원
수신: 아냑

내용:
하기 싫다는 거냐?

-

발신: 아냑
수신: 선임 연구원

내용:
빨리 제 휴가 연장이나 좀 수리해 주십쇼. 아니면 뭐 제가 함장님 앞에 가는 거고.

-

“...하.”

아냑은 모친인 선임 연구원과의 대화 내용을 쭉 보다가 도로 테이블에 엎어졌다. 요즘 들어 초차원 연결망 쪽에서 이러쿵저러쿵 여러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폐쇄된 우주 정거장 환경 바깥으로 정신이 트이기 시작한 것 같기도 했다. 거긴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우주 정거장 안이나 이 우주 안을 빼고도 다른 인연이 있다는 건 아냑에게 그간 존재했던 심리적 장벽을 송두리째 날아가 버리게 하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심리적 장벽이 사라지면 무얼 하나, 현실적 장벽이 눈 앞에 있는데. 아냑은 ‘send’ 버튼을 누르며 이번에는 의자에 늘어졌다. 하기 싫은 대화를 어거지로 해야 하는 사람의 형상이 의자 위에 구겨져 있었다.
아냑은 천장을 말 없이 바라보다가, 자기와 같이 말 없이 이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사람이라고 서술하는 게 맞는지 3초 고민했다가 대충 관리자로 치환한 다음에 말이다.

“이거 어떻게 해결 안 돼요?”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요.”

이 세상의 관리자라는 창백한 남자가 굉장히 안쓰럽다는 눈으로 아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냑도 그걸 예상했다는 듯이 데구르르르, 의자를 한 바퀴 돌렸다. 자기 나름대로 불만 표시였다.
아냑은 꽤 이성적이고 튼튼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나름 평가하고 있었지만 이때 만큼 신이 간절한 경우는 얼마 없을 거다. 이 생각을 읽는 신이 뭔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보라색 눈이 낮은 조도의 방에서 탁한 페리윙클 색으로 흐려졌다.

“정확히 말해 봐요.”
“회피하는 건 아냑 씨가 이전에 한 방법을 쓰면 똑같이 될 거고.”
“와, 또 써먹을 수 있구나.”
“진짜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려면 제가 세상을 뒤엎어야-”
“아니 그건 진짜 됐어요.”
“...그래서 안 된다는 거예요.”

아냑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말이었다. 아냑 자신도 세상이 어떻게 순식간에 급변하는 꼬라지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그냥 자기가 이렇게... 다음 세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하기 싫다는 이유 하나로! 아냑은 더 말을 꺼내는 대신에 의자에서 아예 흘러내리기로 결정했다. 관리자의 안타까운 시선을 마음껏 받으면서 말이다.
관리자가 우물쭈물하는 게 느껴졌다. 아냑이 흐늘대던 몸을 바로 잡음과 동시에 관리자의 입에서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아직도 휴가 연장 신청이 안 됐나요?”
“한 3일 뒤에는 될걸. 진짜로.”
“그러다가 제가 혼자 여기 남으면.”
“따라오시든가요.”

스트레스를 받은 연구원 특유의 투박하고 성의 없는 대답이 관리자에게 날아간다. 본래 신과 피조물의 관계라면 성립도 불가능하지 않은가 싶은 태도와 위치였으나 그들은 그걸 해내고 있었다. 관리자가 그건 뭐 노력해 보겠다고 덧붙이며 이야기는 어찌저찌 잘 마무리되는 듯 싶었다.
딱. 파르스름한 눈의 관리자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지 손가락을 튕겼다.

“채팅방에 들르실 예정이십니까?”
“왜 갑자기 경어체를 쓰지? 불안하게?”
“저도 쓰고 싶을 때가 있는 겁니다. 아냑 씨가 해요체랑 해체를 섞어 쓰는 것처럼요.”

그러고 나서 아냑의 시야에 제대로 들어온 관리자는, 조금 어둑한 방의 모든 빛을 역광으로 받아내면서 스스로 그림자가 되고 있었다. 아냑은 그 모습을 보고 속된 말로 ‘폼 잡는다.’ 라고 하고 싶었으나.

“당분간 들어가지 마십시오.”

그 경고가 어쩐지 공연히 내뱉는 것 같지 않았어서 말이다. 아냑은 의자에 다시 걸터앉아, 역광을 가득 쬐어 그림자가 된 관리자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들여다보고 싶었-

“들어가지 마십시오.”

-보면 안 될 것 같다.
아냑은 탐사자로서의 재능이 있고 개중에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는, 감의 영역 역시 괜찮은 편이었다. 이게 울린 적은 상당히 많았는데, 적어도 선내에서 울린 적은 드물었다. 크고 작은 전염병이 돌아서 구역이 폐쇄되고 자기가 그 안에 들어있을 때조차 울린 적이 없었단 말이다.
그런 울림이 지금 본능을 매우 크게 뒤흔들고 있었다. 경고, 거기서부터 오는 숨이 조이는 듯한 느낌. 선을 넘는 순간 뼈를 추리기는커녕 흔적도 남지 않으리라는 감각. 분명 선내에 있는데도 마치 미지의 행성에 발을 디딘 것 같은 위험한 느낌이 그의 모공을 사각사각 건드리고 있었다.
아냑은 어렵게 마저 입을 뗐다.

“...왜 들어가면 안 되는데?”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은 이용자분이 계십니다.”
“...어차피 다른 차원일 거 아니야? 위험하다고 해도.”
“이용자분들 중에는 차원을 넘나들 가능성이 있는 분들이 있죠.”

묘한 말장난이다. 아냑은 거기에 낚이지는 않았지만 이 관리자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는 대강 알 수 있었다.

“이거 정보 차단이야!”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느끼는 본능적 두려움을 뚫고 위압감을 뿜는 신격에게 기어이 한소리를 했다. 순식간에 존재감이 줄어드는 신격을 그는 똑바로 보았다.

“그런 존재 정도는 나도 피할 수 있어요, 저기요. 응?”
“...저한테 접근하셔놓고?”
“누가 먼저 문을 열어놨지, 난 하나도 모르겠네.”

아냑은 크게 덜컹이는 소리를 내며 의자에 푹 기댔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그림자처럼 우뚝 서 있던 신격은 본래의 파르스름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다가 다시 헛기침을 한다. 변명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건 그게 저기.”
“됐으니까 나도 지켜는 보게 해 줘요.”
“...다시 말하지만 당분간은-”
“그럼 나더러 그러니까, 이런, 통신이나, 하라고?”

아냑이 투덜거리며 가리킨 끝에는 마지막으로 선임 연구원과 나눈 메신저가 있었다. 관리자도 그 내용을 차마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었는지, 아니면 우주정거장 내 인류의 생활이 워낙 광기에 은은하게 젖어 있음을 인지한 건지 그냥 한숨만 쉬었다.

“...그럼 그냥 제가 내용을 검토하고 몇 개 읊어드리겠습니다.”
“오 그거 좋다. 당분간이면 어느정도인데요.”
“‘확인’이 끝나면.”
“그 확인이 대체 뭐길래요?”
“안 됩니다.”

다시 한번, 관리자의 얼굴에서 표정이나 감정 같은 것이 사라졌다. 온전히 어둠 속에 위치하는 관리자는 베일 속에서 희미한 푸른 눈만 번뜩이고 있을 뿐이었다. 아냑은 이번엔 자신의 위험 감지 센서가 그를 조심스레 두드리고 있음을 알았으나, 한 번 이겨낸 거 두 번은 안 되겠냐는 듯이 빠르게 말을 마저 하였다.

“아깐 그래도 잘만 말해주더니?”
“안 됩니다.”
“알면 저 죽어요?”
“제가 종종 이유를 말하지 않는 데에는 그에 걸맞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까.”

아냑이 관리자의 얼굴을 들여다보기 위해 또 흘긋, 그를 보았다.
볼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건 들여다보면 절대 안 된다는, 심장에서부터 오는 경고가 울렸다. 아니면 뇌동맥에서부터 오는 거라든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소음을 전부 부수고 있었다. 다만, 아냑은 어렵게 결론을 지을 수 있었다. 보통 위험한 게 아니구나.
...그리고 아무래도 관리자는 그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도박수는 안 하려는 것 같았다. 아냑은 의자에 편하게 웅크려 앉아 턱을 괴었다. 무언의 협상이 끝난 듯이, 공기에서부터 오는 압박이 스르르 사라지고, 어둠에서 벗어난 관리자의 얼굴은 이제 다시 똑바로 보였다.
여전히 표정은 없었지만.

아냑은 이 분위기를 푸는 법을 알았다. 보랏빛 눈이 여상히 관리자를 향했다.

“오, 그럼 며칠 전에 드라이 랩 설명해 주는데 딴짓한 거랑 운동량이 다시 20개 정도로 회귀한 데에도 좀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그쵸?”
“아니 잠시만요.”

순식간에 방의 빛이 밝아진다. 미세하고, 그러나 부옇게, 누군가가 필터를 씌운 듯.

“와 정말요.”
“그으으건 그러니까.”
“이상하다, 내가 톡방에서 본 건 재미없다는 말이였던 것 같은데.”
“아니 그건 또 언제 보셨어요?! 그리고 운동 정량은 좀 늘린 거지 회귀는 안 했어요, 진짜로!”
“아하아. 오늘 산책은 다녀 오셨습니까아.”
“...다녀올까요.”
“축객령입니다아아.”
“네...”

한껏 시무룩해진 관리자를 따라 빛이 차분히 변화한다. 이런 건 대체 어떻게 알려줘야 하나 하는 걱정은 알아서 자신의 속에서 읽어내길 바라면서, 아냑은 관리자를 데리고 오늘도 우주정거장 한 바퀴를 위해 관리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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