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4>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59- (1001)
에주
2025년 4월 8일 (화) 오후 08:59:19 - 2025년 4월 15일 (화) 오후 10:15:44
2025년 4월 8일 (화) 오후 08:59:19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2025년 4월 13일 (일) 오후 10:20:16
문턱의 생일.
위성 기지에 내려온 이래 쉬운 일 하나 없다. 근래 들어 아냑이 자주 하는 생각이다. 아냑의 단단한 신경줄이 살짝 얇아진 것도 그렇고, 그의 다크서클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도 그렇고. 고단함이 점차적으로 그의 신체와 정신 전반에 드러나고 있었다.
아냑은 보고서 몇 장을 들여다봤다. 아냑이 동료들과 함께 이 기지에 자리 잡기 전, 선임 연구원이 한 조사 보고서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조물이 발견됨.’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조물로 보고되었던 것이 사라짐.’
...이것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아냑이야, 정말, 당연하게도, 그 원인이 되거나 범인이거나 하는 인간과 방을 같이 쓰고 있었으니 그렇구나 하는 정도로 끝이 났으나, 다른 사람들은 그것으로 끝이 나지 않은 것이 위성 기지 안의 이런저런 갈등의 단초가 되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말이다.
‘총책임자씨, 네가 그 함장이란 맞짱 뜬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함장이랑 똑같이 입 닥치고 문제 회피나 하려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아냑. 우리가 여기 개간을 하러 온 건 맞지만 우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그 현상인지, 실존하는 구조물인지 뭔지에 대한 연구도 있어.’
‘자꾸 그 계곡에 대한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려 하면 곤란해.’
“하아.”
그래서 이번 주는 아예 그 ‘문제 투성이 계곡’을 낱낱이 헤집을 계획을 짰단 말이다. 가면 갈수록 자신도 의견을 내세우기 어려워질 것이고, 이것도 중요하다 저것도 중요하다 한들 수상하고 꺼림칙해 보일 테고. 반은 어차피 쉬는 날 이루어진 급작스러운 회의에서 싸움 직전까지 간 것을 겨우겨우 수용하고 정리한 거지만.
휴식일이어도 몸과 마음이 모두 고단할 수 있구나. 아냑은 괜시리 원망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룸메이트를 봤다가 그만뒀다. 그래봤자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을 알았다.
“대체 그 안엔 뭐가 들어 있던 거야?”
“...그건 진짜 궁금해하면 다치는 물건이에요.”
“관련 있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아주.”
다만 이렇게 간접적으로 성질이나 부릴 뿐이다.
아냑이 동료들과 함께 함에도 드물게 힘겨워하는 그 동안에, 네모라는 이름의 세피라는 문 바깥을 바라본다. 인기척. 조용하고 어딘가 들떠있었다. 째깍, 째깍. 자정을 가리키기 위해 시계바늘이 열심히 몸을 놀리는 소리가 우주인의 손목시계 안에서 미세하게 들려온다.
“아냑.”
“응?”
“내일이 우주 인류 표준 날짜로 며칠인가요?”
“30초 뒤의 내일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그러니까 오늘이 4월 12일이니까, 내일이라고 한다면.”
아냑이 눈을 몇 번 깜빡거린다. 충혈되어 붉게 보이는 보랏빛 눈이 순간 또렷한 빛으로 번뜩인다.
“...내...”
째깍, 째깍. 아냑에게 주어진 30초의 시간은 이미 네모라는 이름을 쓰는 자에 의해 느긋하게 소모되었다. 치이익, 차폐문이 열리고 같은 기지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머쓱하고도 밝은 웃음을 그리면서 들어온다.
“생일...?”
“헤이이이.”
“아냑, 생일이라며?”
참고로 이 동료들이란 사람들은 몇 시간 전에 회의실에서 꽤 열과 성을 다 해, 감정을 다 해 의견을 교류하고 싸움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겨우 돌아온 사람들이다. 씩씩거리는 것을 아냑이 자기가 졌다, 하며 겨우겨우 되돌리고, 그러느라 쎄빠지게 고생하게 만든 그런 사람들이다. 아냑의 둥근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이게 그 예의 실험 카메라.”
“아니 그건 아니였어, 총책임자씨.”
“아.”
“하지만 오늘 의견이 안 받아들여졌어도 할 예정이었다고. 이걸 빌미로 아냑 네가 그 계곡에 대한 우리 의견을 좀 받아들여 줄까, 해서.”
동료들의 손에는 위성 안에서 기른 작물들로 만든 조촐한, 케이크를 최선을 다해 흉내내려고 한 전분 크레페가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 분의 고급 보급품인 초콜릿을 희생한 건지 초콜릿 향이 향긋하게 감돌았다.
“...너희...”
아냑은 자신이 스스로의 생일도 겨우겨우 기억을 해냈다는 점에 대한 허무함, 그런 생일을 동료들이 용케 기억해 주고 챙기러 왔다는 것에 대한 벅차오름, 손수 만든 ‘특별한 날 전용 음식’에 대한 뭉클함이 겹겹이 겹쳐 평소의 논리적 어휘마저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상태였다.
잘 시간이 근접해 있어도 하고 싶은 말 정도는 술술 구사하던 사람은 아무래도, 임시 휴업인 듯했다.
“다음 주 탐사는 힘내 보자고.”
아냑은 동료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고급 보급품 중 하나인 술을 꺼내들었다. 오늘 밤은 아마도 조금 길 것이다.
네모라고 불리는 세피라는 그게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지는 않았다.
-
가볍게 술을 마시고, 저마다의 감정을 토해내고, 희로애락을 모두 제법 건전한 방향으로 소화하고 난 어느 새벽의 어떤 위성 기지 안, 뜨뜻미지근하게 데워진 산소의 품 속.
“...이제 자야지...”
“주무세요.”
“네모씨는 왜 안 자고...”
“저야 술은 별로 안 마시고.”
“그럼 일찍 잤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할 일이 있었거든요.”
모두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고, 탄생한 날을 기꺼이 축하받은 이가 자신의 딱딱한 매트리스 위에 취한 채 퍼질러져 있을 무렵에, 같은 방을 쓰는 동료가 마지막으로 말을 붙여 온다. 피로와 졸음과 술기운에 잔뜩 흐려진 시야 사이로 잡히는 인영에게 아냑은 계속 무어라 말을 한다.
“네모씨도 선물 주려고...?”
“대충 그 비슷한 거긴 합니다만.”
“스케일 큰 선물은 싫은데...”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겁니다.”
“으음...”
꿈지럭거리는 아냑의 몸을 누군가가 이불로 덮어주고 곧은 자세로 정돈까지 시켜준다. 아냑은 어마무시한 나태에 잡아먹힌 채 그 일련의 행동을 그저 하게 내버려 두었다. 본래라면 아냑이 스스로 했을 일이었으나, 그 날은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피로 탓이겠지. 점점 그의 몸을 주무르는 잠기운에 아냑이 웅얼거린다.
“...축하만 해줘도 돼.”
“아, 그러고 보니 말씀 드리는 걸 까먹었네요. 생일-”
“...”
축하합니다.
누군가의 뒷말을 들었던가? 몽롱한 정신에서 아냑은 그저 모른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꿈결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자야겠다. 너무 졸리다. 푹 쉬어야 했다. 이왕 동료들과 갈등도 꽤 멋지게 풀린 김에, 정말이지, 푹 쉬어야겠다.
푹 쉬어야지.
룸메이트의 마지막 모습이 분명 그가 알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던 것 같지만, 기분탓일 거다.
아마도.
-
아냑은 몽롱함 속에서 눈을 뜬다. 어딘가 붕 뜬 감각이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자신이 제 몸을 가누는 건지, 아니면 흘러가는 대로 움직여지는 건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멍하고 둔하다.
날카로운 아냑의 이성이 공포 한 줄기를 쏘아 올린다. 여긴 꿈이야! 그런 윽박이 머릿속에 웅웅 울린다. 심장소리가 귓바퀴 바로 위에서부터, 관자놀이에서부터 쿵쿵 번지는 기분이 들었다. 점차 감각이 선명해진다.
선명해지고 나면, 보이는 것은.
“...제가 들리나요, 라고 하는 게 맞았을까 싶은데.”
자신의 룸메이트다. 정장을 입고 있었고, 찰나 동안 하얗게 모습이 변해 있다가 다시금 아냑이 아는 모습으로 돌아온다. 룸메이트가 아냑을 보고 어색한 미소를 그리면서 손을 뻗는다. 바스락, 하는 소리가 ‘인지’된다. 소리? 아냑이 멍하니 자신의 룸메이트, 그리고 이 차원의 관리자를 본다.
“짠.”
그러나 관리자는 설명하는 대신 주변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름 없는 바닷가의 에메랄드빛 물결이 쏴아아, 생전 처음 듣는 소리를 들려주며 아냑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끊임없이. 철썩거리는 파도가, 거품이 되고, 물이 다시금 빠졌다가 들이차는, 그 소리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끊임없이. 태양에 반사된 수천수만의 윤슬이, 해변 너머 드넓은 바다 위에서, 그 빛무리들이.
“...아-.”
아냑은 자신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들었는지는 자신도 모르겠으나, 들었다고 마찬가지로 ‘인지’했다. 꿈이란 것이 본래 그렇다. 불에 댄 듯 선명한 감각보다는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인지된 감각이 더 오래도록 영향을 끼치니까.
다만 아냑은, 지금 눈에 새겨지고 청각에 선명이 들어오는 이 자연의 거대한 우짖음을 느낀다. 아냑은 꿈이라는 매개 하에 뭉개진 듯 들어오는 수많은 ‘인지’가 아니라, 직접 느껴지는 감각을 느낀다. 실존하고 증명되는 거대하고 살아있는 자연을 느낀다.
선대에 의해 잃어버린 자연과 돌아갈 일이 요원한 고향별의 아름다움을 본다.
“...와.”
“아직 복구는 덜 됐어요. 그래서 지금 이런저런 조치를 해 놓은 상태고.”
“여기가 어디야?”
“...저어어도 여기가 정확히 어느 지역인지는 모르겠네요...?”
아냑은 거칠게 웃으면서 그게 뭐냐고 물었다. 대답을 들으나 마나 상관없는 물음이었다.
위성 기지에 내려온 이래 쉬운 일 하나 없다. 근래 들어 아냑이 자주 하는 생각이다. 아냑의 단단한 신경줄이 살짝 얇아진 것도 그렇고, 그의 다크서클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도 그렇고. 고단함이 점차적으로 그의 신체와 정신 전반에 드러나고 있었다.
아냑은 보고서 몇 장을 들여다봤다. 아냑이 동료들과 함께 이 기지에 자리 잡기 전, 선임 연구원이 한 조사 보고서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조물이 발견됨.’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조물로 보고되었던 것이 사라짐.’
...이것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아냑이야, 정말, 당연하게도, 그 원인이 되거나 범인이거나 하는 인간과 방을 같이 쓰고 있었으니 그렇구나 하는 정도로 끝이 났으나, 다른 사람들은 그것으로 끝이 나지 않은 것이 위성 기지 안의 이런저런 갈등의 단초가 되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말이다.
‘총책임자씨, 네가 그 함장이란 맞짱 뜬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함장이랑 똑같이 입 닥치고 문제 회피나 하려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아냑. 우리가 여기 개간을 하러 온 건 맞지만 우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그 현상인지, 실존하는 구조물인지 뭔지에 대한 연구도 있어.’
‘자꾸 그 계곡에 대한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려 하면 곤란해.’
“하아.”
그래서 이번 주는 아예 그 ‘문제 투성이 계곡’을 낱낱이 헤집을 계획을 짰단 말이다. 가면 갈수록 자신도 의견을 내세우기 어려워질 것이고, 이것도 중요하다 저것도 중요하다 한들 수상하고 꺼림칙해 보일 테고. 반은 어차피 쉬는 날 이루어진 급작스러운 회의에서 싸움 직전까지 간 것을 겨우겨우 수용하고 정리한 거지만.
휴식일이어도 몸과 마음이 모두 고단할 수 있구나. 아냑은 괜시리 원망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룸메이트를 봤다가 그만뒀다. 그래봤자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을 알았다.
“대체 그 안엔 뭐가 들어 있던 거야?”
“...그건 진짜 궁금해하면 다치는 물건이에요.”
“관련 있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아주.”
다만 이렇게 간접적으로 성질이나 부릴 뿐이다.
아냑이 동료들과 함께 함에도 드물게 힘겨워하는 그 동안에, 네모라는 이름의 세피라는 문 바깥을 바라본다. 인기척. 조용하고 어딘가 들떠있었다. 째깍, 째깍. 자정을 가리키기 위해 시계바늘이 열심히 몸을 놀리는 소리가 우주인의 손목시계 안에서 미세하게 들려온다.
“아냑.”
“응?”
“내일이 우주 인류 표준 날짜로 며칠인가요?”
“30초 뒤의 내일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그러니까 오늘이 4월 12일이니까, 내일이라고 한다면.”
아냑이 눈을 몇 번 깜빡거린다. 충혈되어 붉게 보이는 보랏빛 눈이 순간 또렷한 빛으로 번뜩인다.
“...내...”
째깍, 째깍. 아냑에게 주어진 30초의 시간은 이미 네모라는 이름을 쓰는 자에 의해 느긋하게 소모되었다. 치이익, 차폐문이 열리고 같은 기지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머쓱하고도 밝은 웃음을 그리면서 들어온다.
“생일...?”
“헤이이이.”
“아냑, 생일이라며?”
참고로 이 동료들이란 사람들은 몇 시간 전에 회의실에서 꽤 열과 성을 다 해, 감정을 다 해 의견을 교류하고 싸움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겨우 돌아온 사람들이다. 씩씩거리는 것을 아냑이 자기가 졌다, 하며 겨우겨우 되돌리고, 그러느라 쎄빠지게 고생하게 만든 그런 사람들이다. 아냑의 둥근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이게 그 예의 실험 카메라.”
“아니 그건 아니였어, 총책임자씨.”
“아.”
“하지만 오늘 의견이 안 받아들여졌어도 할 예정이었다고. 이걸 빌미로 아냑 네가 그 계곡에 대한 우리 의견을 좀 받아들여 줄까, 해서.”
동료들의 손에는 위성 안에서 기른 작물들로 만든 조촐한, 케이크를 최선을 다해 흉내내려고 한 전분 크레페가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 분의 고급 보급품인 초콜릿을 희생한 건지 초콜릿 향이 향긋하게 감돌았다.
“...너희...”
아냑은 자신이 스스로의 생일도 겨우겨우 기억을 해냈다는 점에 대한 허무함, 그런 생일을 동료들이 용케 기억해 주고 챙기러 왔다는 것에 대한 벅차오름, 손수 만든 ‘특별한 날 전용 음식’에 대한 뭉클함이 겹겹이 겹쳐 평소의 논리적 어휘마저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상태였다.
잘 시간이 근접해 있어도 하고 싶은 말 정도는 술술 구사하던 사람은 아무래도, 임시 휴업인 듯했다.
“다음 주 탐사는 힘내 보자고.”
아냑은 동료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고급 보급품 중 하나인 술을 꺼내들었다. 오늘 밤은 아마도 조금 길 것이다.
네모라고 불리는 세피라는 그게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지는 않았다.
-
가볍게 술을 마시고, 저마다의 감정을 토해내고, 희로애락을 모두 제법 건전한 방향으로 소화하고 난 어느 새벽의 어떤 위성 기지 안, 뜨뜻미지근하게 데워진 산소의 품 속.
“...이제 자야지...”
“주무세요.”
“네모씨는 왜 안 자고...”
“저야 술은 별로 안 마시고.”
“그럼 일찍 잤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할 일이 있었거든요.”
모두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고, 탄생한 날을 기꺼이 축하받은 이가 자신의 딱딱한 매트리스 위에 취한 채 퍼질러져 있을 무렵에, 같은 방을 쓰는 동료가 마지막으로 말을 붙여 온다. 피로와 졸음과 술기운에 잔뜩 흐려진 시야 사이로 잡히는 인영에게 아냑은 계속 무어라 말을 한다.
“네모씨도 선물 주려고...?”
“대충 그 비슷한 거긴 합니다만.”
“스케일 큰 선물은 싫은데...”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겁니다.”
“으음...”
꿈지럭거리는 아냑의 몸을 누군가가 이불로 덮어주고 곧은 자세로 정돈까지 시켜준다. 아냑은 어마무시한 나태에 잡아먹힌 채 그 일련의 행동을 그저 하게 내버려 두었다. 본래라면 아냑이 스스로 했을 일이었으나, 그 날은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피로 탓이겠지. 점점 그의 몸을 주무르는 잠기운에 아냑이 웅얼거린다.
“...축하만 해줘도 돼.”
“아, 그러고 보니 말씀 드리는 걸 까먹었네요. 생일-”
“...”
축하합니다.
누군가의 뒷말을 들었던가? 몽롱한 정신에서 아냑은 그저 모른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꿈결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자야겠다. 너무 졸리다. 푹 쉬어야 했다. 이왕 동료들과 갈등도 꽤 멋지게 풀린 김에, 정말이지, 푹 쉬어야겠다.
푹 쉬어야지.
룸메이트의 마지막 모습이 분명 그가 알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던 것 같지만, 기분탓일 거다.
아마도.
-
아냑은 몽롱함 속에서 눈을 뜬다. 어딘가 붕 뜬 감각이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자신이 제 몸을 가누는 건지, 아니면 흘러가는 대로 움직여지는 건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멍하고 둔하다.
날카로운 아냑의 이성이 공포 한 줄기를 쏘아 올린다. 여긴 꿈이야! 그런 윽박이 머릿속에 웅웅 울린다. 심장소리가 귓바퀴 바로 위에서부터, 관자놀이에서부터 쿵쿵 번지는 기분이 들었다. 점차 감각이 선명해진다.
선명해지고 나면, 보이는 것은.
“...제가 들리나요, 라고 하는 게 맞았을까 싶은데.”
자신의 룸메이트다. 정장을 입고 있었고, 찰나 동안 하얗게 모습이 변해 있다가 다시금 아냑이 아는 모습으로 돌아온다. 룸메이트가 아냑을 보고 어색한 미소를 그리면서 손을 뻗는다. 바스락, 하는 소리가 ‘인지’된다. 소리? 아냑이 멍하니 자신의 룸메이트, 그리고 이 차원의 관리자를 본다.
“짠.”
그러나 관리자는 설명하는 대신 주변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름 없는 바닷가의 에메랄드빛 물결이 쏴아아, 생전 처음 듣는 소리를 들려주며 아냑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끊임없이. 철썩거리는 파도가, 거품이 되고, 물이 다시금 빠졌다가 들이차는, 그 소리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끊임없이. 태양에 반사된 수천수만의 윤슬이, 해변 너머 드넓은 바다 위에서, 그 빛무리들이.
“...아-.”
아냑은 자신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들었는지는 자신도 모르겠으나, 들었다고 마찬가지로 ‘인지’했다. 꿈이란 것이 본래 그렇다. 불에 댄 듯 선명한 감각보다는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인지된 감각이 더 오래도록 영향을 끼치니까.
다만 아냑은, 지금 눈에 새겨지고 청각에 선명이 들어오는 이 자연의 거대한 우짖음을 느낀다. 아냑은 꿈이라는 매개 하에 뭉개진 듯 들어오는 수많은 ‘인지’가 아니라, 직접 느껴지는 감각을 느낀다. 실존하고 증명되는 거대하고 살아있는 자연을 느낀다.
선대에 의해 잃어버린 자연과 돌아갈 일이 요원한 고향별의 아름다움을 본다.
“...와.”
“아직 복구는 덜 됐어요. 그래서 지금 이런저런 조치를 해 놓은 상태고.”
“여기가 어디야?”
“...저어어도 여기가 정확히 어느 지역인지는 모르겠네요...?”
아냑은 거칠게 웃으면서 그게 뭐냐고 물었다. 대답을 들으나 마나 상관없는 물음이었다.
이 주제글은 죽었어! 더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