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9>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61- (1001)
에주
2025년 4월 18일 (금) 오후 04:36:27 - 2025년 4월 21일 (월) 오후 07:39:57
2025년 4월 18일 (금) 오후 04:36:27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2025년 4월 19일 (토) 오후 08:15:20
스피커의 전원이 꺼지자, 무대에 남은 잔향도 따라 사라졌다. 칸나는 조용히 앰프의 잭을 뽑고, 케이블을 정리했다.
가게를 닫고 나서 연습을 위해 이렇게 남아서 연습을 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손은 빠르게 움직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그리 따라주지 않았다.
Rock bottoM. 유이의 손에 이끌려서 만들었다고는 하나 지금의 내가 속해있는 밴드. 내가 다시 기타를 들게 된 계기이자, 무너진 자신을 붙잡기 위해 만든 내가 있을 장소였다.
하지만, 최근엔 뭔가 어긋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베이스는 많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초보자 티를 벗지 못했고 보컬은 너무 필사적이라 쥐고있는 기타는 고사하고 노래하는 것 마저도 어수룩해 보인다. 서킷 페스 까지는 앞으로 한달. 최고의 연주로 나가도 모자랄 판국에 이대로 가다간 초창기의 포핀파티처럼 작은별 변주곡이나 치고 내려와서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시간이라도 좀 괜찮았다면 모를까 하필이면 피크 타임을 할당 받은 만큼 어중간한 연주를 했다간 녀석들에게 복수한다는 큰 뜻은 이루기도 전에 터져버릴 지경이다.
‘시간이 부족해.’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용히 기타를 케이스에 넣었다.
가게를 나오니 머리 위로 드리운 달이 구름에 가려져 거리는 평소보다도 한층 더 어두워 보였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야 있었지만 마음 속에 생긴 응어리가 해소되지 않아 돌아가더라도 불쾌한 기분만 들것이 뻔했다.
‘…이게 아니야. 뭔가, 좀 더 관객을 끌어 당길만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나에게 있어 기타는 어디까지나 복수를 위한 도구였다.
감정을 쏟아내기 위한, 혹은 감정을 감추기 위한.
둘 다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제일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슬프게도 최근의 나는 몇 일째 그 상태에 빠져있었다. 슬럼프라고 하는 녀석이다.
애초에 왜 나는 그날 유이의 제안을 승낙했던 걸까.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놓지 못했던 걸까? 전부를 버려버리고 사람답게 살아갈 거라고 결심했던 주제에 고작해야 기타를 내려놓는 것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 그게 나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아버지가 밴드를 그만 두었을 때. 지쳐버린 얼굴로 집에 돌아와 밴드는 해산했다고. 내일부터는 제대로 된 직장을 찾는다고 말했던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다음 날 쓰레기장에 버려진 아버지의 고물 기타를 가지고 돌아와 그 따위로 필사적이지 못 할거라면 그렇게 평생 도망이나 치라고 말했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주머니에서 낡은 피크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 아이와 처음으로 함께 만든 곡을 연습하던 날,
작은 스튜디오 구석에서 떨어뜨린 걸 줍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 피크는 내가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즐거운 기억 중 하나였다.
"…뭐 하는 거냐, 진짜."
웃으며 중얼거리고 일어섰다.
이대로 집에 가봤자, 어차피 기타를 꺼낼 것이다.
그럼 차라리 밖에서 치자.
누구도 듣지 않는, 그저 지나치는 소음 속에서.
나는 조용히 기타를 매고 신주쿠역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 도시는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더 환해진다.
그 빛 속에서 사라진다면 조금은 자유로워질까.
지하도를 빠져나와 신주쿠역 동쪽 출구 쪽으로 걷는다.
아직 자정을 넘지는 않은 늦은 밤. 건전한 학생이라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하지만 유흥가의 불빛은 아직 꺼질 기미가 없다.
사람은 적지않게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의미 있지는 않다.
이 도시의 시간은 그렇게 기형적으로 흘러간다.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골목, 익숙한 노랫소리, 그리고 그 익숙함 속에 감춰진 낯선 공기.
처음 이 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했을 때는, 진심으로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소리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감정이 나의 연주에 실려 흔들리는 순간, 무언가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작해야 이름없는 기타리스트. 심야에 가까워진 시간에 불쑥 나타난 무명의 밴드맨에게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자유롭다. 한 사람의 몰락을 지켜볼 누군가도 없이 그저 스스로를 재로 만들기 위한 무대.
칼날 같은 네온 아래, 가방을 내리고 기타를 꺼냈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천천히 세팅한다. 앰프의 연결을 확인하고 마이크의 무선 연결을 확인하고. 다행히 한동안 쓰지 않은 통기타임에도 큰 이상은 없는 걸 보면 확실히 좋은 기타다. 내 물건 이지만. 힘 빠지는 웃음을 슬쩍 내고는 스트링을 강하게 튕겼다. 살짝 마른 공기 속에서 도시의 불빛이 점멸했다.
그 번잡한 불빛이 거슬려서 눈을 감았다.
그저 손가락이 기억하는 순서를 따라 멜로디가 이어진다. 마치 어딘가 묶여 있는 것처럼 단정하면서도 억눌린 소리였다.
연주의 중간, 스트로크가 갑자기 거칠어진다. 마치 찢어내듯 줄을 긁어내고, 그 사이사이에 숨이 엉켜 들어가는 듯한 리듬이 스며든다.
그건 분명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음악이 아니었다.
마치 자기 속에서,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나 떠보는 듯한 연주.
조금 더 세게. 조금 더 날카롭게.
뭐에 그리 화가 났는지 폭력적이라고 할 정도의 속주. 얇은 손가락이 움직였다 생각하면 순식간에 5, 6개의 음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온다. 자신의 테크닉을 자랑하기 위해 하는 연주가 아니라 그저 할 수 있으니까 한다는 듯 연주는 완벽하다거나 깔끔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굳이 따지자면 날 것 그대로의 연주. 다만 그것을 피워내는 손가락은 기타 기교의 극한을 보여주려는 듯 소리를 지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까지 해버린다면 일그러질 법도 하건만 탁음을 품었던 기타의 울림은 삽시간의 도시의 소음을 집어삼키고 또렷한 울림을 내기 시작했다.
‘이걸로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일부러 더 강하게 현을 튕겼다.
처음으로 음이 튀어나간 순간, 몸이 움찔했다.
너무 날카로웠다.자신이 낸 소리에 스스로 놀라는 건, 그날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 나에게는 도망칠 곳도, 돌아갈 곳도 없었다.
누가 들어주든 말든 그저 이 밤을, 지금 이 순간을, 나의 소리로 뚫고 나가야만 했다.
코드를 짚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어릴 적처럼 자유롭지도 않고, 무대 위처럼 절제되어 있지도 않은, 그저 갈 곳 잃은 감정들이 기타줄 위에서 부딪히고 있었다.
입술은 움직였지만, 소리는 터지지 않았다.그럴 자격이 없었기에. 터져 나올 것 같던 비명소리를 한계까지 참아내다가 연주도, 도시의 소음도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할 때
속으로만 삼켰던 분노와 슬픔이 섞여, 울컥하고 터져버렸다.
“Aaaaaa--!”
손끝이 뜨거워졌다.
마치 피가 다시 돌기 시작한 듯한 감각.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멈춰 섰다.
하지만 칸나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아니, 볼 수 없었다. 그들 사이에 ‘그 녀석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그게 너무 무서웠다. 이렇게 얼굴에 철판 을 깐 채로 녀석들을 만날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그녀는 모자를 더 눌러썼다.
그림자 아래 숨은 채,
아무도 모르게, 오직 자신만을 위해 연주를 계속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가게를 닫고 나서 연습을 위해 이렇게 남아서 연습을 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손은 빠르게 움직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그리 따라주지 않았다.
Rock bottoM. 유이의 손에 이끌려서 만들었다고는 하나 지금의 내가 속해있는 밴드. 내가 다시 기타를 들게 된 계기이자, 무너진 자신을 붙잡기 위해 만든 내가 있을 장소였다.
하지만, 최근엔 뭔가 어긋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베이스는 많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초보자 티를 벗지 못했고 보컬은 너무 필사적이라 쥐고있는 기타는 고사하고 노래하는 것 마저도 어수룩해 보인다. 서킷 페스 까지는 앞으로 한달. 최고의 연주로 나가도 모자랄 판국에 이대로 가다간 초창기의 포핀파티처럼 작은별 변주곡이나 치고 내려와서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시간이라도 좀 괜찮았다면 모를까 하필이면 피크 타임을 할당 받은 만큼 어중간한 연주를 했다간 녀석들에게 복수한다는 큰 뜻은 이루기도 전에 터져버릴 지경이다.
‘시간이 부족해.’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용히 기타를 케이스에 넣었다.
가게를 나오니 머리 위로 드리운 달이 구름에 가려져 거리는 평소보다도 한층 더 어두워 보였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야 있었지만 마음 속에 생긴 응어리가 해소되지 않아 돌아가더라도 불쾌한 기분만 들것이 뻔했다.
‘…이게 아니야. 뭔가, 좀 더 관객을 끌어 당길만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나에게 있어 기타는 어디까지나 복수를 위한 도구였다.
감정을 쏟아내기 위한, 혹은 감정을 감추기 위한.
둘 다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제일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슬프게도 최근의 나는 몇 일째 그 상태에 빠져있었다. 슬럼프라고 하는 녀석이다.
애초에 왜 나는 그날 유이의 제안을 승낙했던 걸까.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놓지 못했던 걸까? 전부를 버려버리고 사람답게 살아갈 거라고 결심했던 주제에 고작해야 기타를 내려놓는 것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 그게 나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아버지가 밴드를 그만 두었을 때. 지쳐버린 얼굴로 집에 돌아와 밴드는 해산했다고. 내일부터는 제대로 된 직장을 찾는다고 말했던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다음 날 쓰레기장에 버려진 아버지의 고물 기타를 가지고 돌아와 그 따위로 필사적이지 못 할거라면 그렇게 평생 도망이나 치라고 말했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주머니에서 낡은 피크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 아이와 처음으로 함께 만든 곡을 연습하던 날,
작은 스튜디오 구석에서 떨어뜨린 걸 줍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 피크는 내가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즐거운 기억 중 하나였다.
"…뭐 하는 거냐, 진짜."
웃으며 중얼거리고 일어섰다.
이대로 집에 가봤자, 어차피 기타를 꺼낼 것이다.
그럼 차라리 밖에서 치자.
누구도 듣지 않는, 그저 지나치는 소음 속에서.
나는 조용히 기타를 매고 신주쿠역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 도시는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더 환해진다.
그 빛 속에서 사라진다면 조금은 자유로워질까.
지하도를 빠져나와 신주쿠역 동쪽 출구 쪽으로 걷는다.
아직 자정을 넘지는 않은 늦은 밤. 건전한 학생이라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하지만 유흥가의 불빛은 아직 꺼질 기미가 없다.
사람은 적지않게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의미 있지는 않다.
이 도시의 시간은 그렇게 기형적으로 흘러간다.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골목, 익숙한 노랫소리, 그리고 그 익숙함 속에 감춰진 낯선 공기.
처음 이 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했을 때는, 진심으로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소리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감정이 나의 연주에 실려 흔들리는 순간, 무언가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작해야 이름없는 기타리스트. 심야에 가까워진 시간에 불쑥 나타난 무명의 밴드맨에게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자유롭다. 한 사람의 몰락을 지켜볼 누군가도 없이 그저 스스로를 재로 만들기 위한 무대.
칼날 같은 네온 아래, 가방을 내리고 기타를 꺼냈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천천히 세팅한다. 앰프의 연결을 확인하고 마이크의 무선 연결을 확인하고. 다행히 한동안 쓰지 않은 통기타임에도 큰 이상은 없는 걸 보면 확실히 좋은 기타다. 내 물건 이지만. 힘 빠지는 웃음을 슬쩍 내고는 스트링을 강하게 튕겼다. 살짝 마른 공기 속에서 도시의 불빛이 점멸했다.
그 번잡한 불빛이 거슬려서 눈을 감았다.
그저 손가락이 기억하는 순서를 따라 멜로디가 이어진다. 마치 어딘가 묶여 있는 것처럼 단정하면서도 억눌린 소리였다.
연주의 중간, 스트로크가 갑자기 거칠어진다. 마치 찢어내듯 줄을 긁어내고, 그 사이사이에 숨이 엉켜 들어가는 듯한 리듬이 스며든다.
그건 분명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음악이 아니었다.
마치 자기 속에서,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나 떠보는 듯한 연주.
조금 더 세게. 조금 더 날카롭게.
뭐에 그리 화가 났는지 폭력적이라고 할 정도의 속주. 얇은 손가락이 움직였다 생각하면 순식간에 5, 6개의 음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온다. 자신의 테크닉을 자랑하기 위해 하는 연주가 아니라 그저 할 수 있으니까 한다는 듯 연주는 완벽하다거나 깔끔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굳이 따지자면 날 것 그대로의 연주. 다만 그것을 피워내는 손가락은 기타 기교의 극한을 보여주려는 듯 소리를 지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까지 해버린다면 일그러질 법도 하건만 탁음을 품었던 기타의 울림은 삽시간의 도시의 소음을 집어삼키고 또렷한 울림을 내기 시작했다.
‘이걸로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일부러 더 강하게 현을 튕겼다.
처음으로 음이 튀어나간 순간, 몸이 움찔했다.
너무 날카로웠다.자신이 낸 소리에 스스로 놀라는 건, 그날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 나에게는 도망칠 곳도, 돌아갈 곳도 없었다.
누가 들어주든 말든 그저 이 밤을, 지금 이 순간을, 나의 소리로 뚫고 나가야만 했다.
코드를 짚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어릴 적처럼 자유롭지도 않고, 무대 위처럼 절제되어 있지도 않은, 그저 갈 곳 잃은 감정들이 기타줄 위에서 부딪히고 있었다.
입술은 움직였지만, 소리는 터지지 않았다.그럴 자격이 없었기에. 터져 나올 것 같던 비명소리를 한계까지 참아내다가 연주도, 도시의 소음도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할 때
속으로만 삼켰던 분노와 슬픔이 섞여, 울컥하고 터져버렸다.
“Aaaaaa--!”
손끝이 뜨거워졌다.
마치 피가 다시 돌기 시작한 듯한 감각.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멈춰 섰다.
하지만 칸나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아니, 볼 수 없었다. 그들 사이에 ‘그 녀석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그게 너무 무서웠다. 이렇게 얼굴에 철판 을 깐 채로 녀석들을 만날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그녀는 모자를 더 눌러썼다.
그림자 아래 숨은 채,
아무도 모르게, 오직 자신만을 위해 연주를 계속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이 주제글은 죽었어! 더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