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9>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70- (1001)
에주
2025년 5월 10일 (토) 오전 11:36:36 - 2025년 5월 11일 (일) 오후 08:10:39
2025년 5월 10일 (토) 오전 11:36:36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사설위키(대피소): http://opentalkwiki.ivyro.net/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3259>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사설위키(대피소): http://opentalkwiki.ivyro.net/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3259>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2025년 5월 10일 (토) 오후 10:24:16
*지난 ORPG 세션의 약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나, 혹시 무슨 일 있어?"
["...."]
모든 것이 평소대로였다.
평소대로 넷 내비 소나.EXE가, 오퍼레이터 리온이 학교 수업을 받는 동안, 초톡방에 접속한 직후까지는.
그리고 평소대로 초톡방에 올라온 접속자들의 메세지와 이를 통해 이어지는 대화를 읽었을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인데...
"너 오늘따라 불안해보여. 혹시 톡방에 무슨 일 생겼어?"
["....."]
...극복했다고 여겼던 두려움이 되살아났다.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 줄여서 '초톡방'.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소나의 눈 앞에 나타났다.
소나는 3일간의 관찰과 탐구를 거쳐 이 비현실적인 현상이 자신에게 발생한 오류로 인한 환각이 아니고 실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고...이로부터 며칠 후 그의 오퍼레이터 유리온 또한 '초톡방'의 접속 및 이용 권한을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이후부터, 소나는 범차원 및 초차원적 초월자들의 존재와 이와 연관된 일들을 인지하게 되었고,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무언가 초차원적 사건이 생기곤 했다.
그런 일들은 한 때 소나를 불안과 공포에 소리없이 떨게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초톡방에는 두려운 존재들뿐만 아니라, 조금씩은 인간적이며 친근한 존재들, 그리고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되었음에도 우호적인 존재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여러 격려와 도움 덕에, 소나는 그러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떨쳐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최근까진 꽤 괜찮았다.
그들 중 몇몇은 그나 리온에게 문제가 생길 때 도움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도우러 와 줄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두려움이 되살아난 것은 어째서인가?
일반적으로 넷 내비가 꿈을 꾸는 일은 흔하지 않다. 넷 내비에게 있어 수면에 대응하는 '슬립 모드'란, 프로그램의 일시적 종료이며 실질적으로는 휴면 상태에 더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소나는 ■■■의 꿈을 꾸었다. 아니, 보았다.
리온과 Liberius와 HiO와 카산드라와 랑을, 그리고 알렉세이를 보았다. 아무런 저항 못 하고 끌려왔음을 알았으나, 마지막에 저항하는 자들의 곁에서 원흉이 소멸하는 것 또한 보았다. "이제 괜찮아 소나." 같은 초차원적 꿈의 어렴풋한 기억을 가진 리온이 그를 달래며 집으로 돌아갔다.
초톡방의 이용자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읽고 역시나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그는 리온의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소나는 인간이 아니기에 '시점 불명의 기억 데이터가 추가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이미 위화감을 받았었으나, 그 또한 인간이었더라면 충분히 흐려진 기억을 꿈으로 착각했을 것이기에. 그리고, 지금은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왔고 이제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없음을 알았기에.
늘상 그렇다. 지나고 나면 괜찮아진다. 괜찮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뇌어도 소나는 괜찮지 않았다.
대화명 '흑백풍경'. 본명 '애덤 크래프트'.
소나의 두려움을 다시 일깨운 자의 이름이었다.
세피라들은 차원의 관리자이자 이야기꾼이다.
그들에게 있어 차원의 시공간은 이야기의 무대이자 이야기 그 자체이다...
...라는 그들의 특징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리온과 소나가 이전에 만난 세피라 및 클리파들은 대부분 인간 출신이면서 과거의 인간성 및 사교성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아마도 그랬기에, 그들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소나와 리온 같은 필멸자들과도 함께 웃고 울었다. 누군가는 소나의 친구를 자처했고 또 누군가는 언젠가 부상을 입은 그를 치료해주었다. 그렇기에 리온과 소나도 그들을 다른 인간을 대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선에서 그들과 교류하며 친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흑백풍경'은, 리온과 소나가 그동안 초톡방에서 목격하고 또 교류한 세피라 및 클리파들과 어딘가 달랐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가 직접적으로 리온과 소나를 위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일이 발생한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톡방에서 세피라가 필멸자에게 있어 어떤 존재이며 어떤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 존재였다. 그것이 문제였다.
소나는 여태껏 그들이 차원과 필멸자를 어떻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시를 보거나 들은 적이 없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러한 예시를 목격해버린 것이 이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의 결정적인 원인인 것이다.
일전에 '흑백풍경'이 회사 업무차 차원 하나를 스스로 폐기하고 왔노라고 말한 적은 있으나, 그 부분을 읽었을 때 소나는 무의식적으로 생존자가 없는 차원일 것이라 넘겨짚고 말았었다. 그러나,..이후 '흑백풍경'은 기어이 아직 사람들이 살아있는 차원, 그것도 초톡방의 다른 이용자가 있는 차원을 통째로 @r=1−sinθ에게 먹이려고 했다.
결국 세피라는...그리고 그런 초월자들 앞의 필멸자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세피라가 바란다면 차원도 그 차원에 살아있던 자들도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세피라에게 필멸자는 한낱 이야기의 등장인물에 불과하니까.
한낱 등장인물이 이야기꾼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들에게 저항할 방법은 일반적으로는 없다. 수많은 이야기들의 주인공이거나, 어떤 식으로는 이야기에서 벗어나게 된 존재라면 모를까.
필멸자는 초월자들에게 저항하지 못한다.
그것은 피조물의 피조물이자, 그러한 필멸자들과 같이 살아가는 입장이었던- 본인도 필멸자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인 소나에게도 예외가 없는 일일터다.
그러니 소나가 겪은 일들은 언젠가, 얼마든지 또 다시 생겨날 수 있는 일들인 것이다.
극복했다 여겼던 두려움이 다시 살아난 것은 그래서다.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장 눈 앞에 닥치는 일들을 해결한다고 한들 리온과 소나는 여전히 언제든 이런 일에 또 다시 휘말릴 수 있는 필멸자의 신분이고, 또 다시 사건사고에 휘말릴 때마다 이 두려움은 되살아날 거라는 점을.
소나가 감당하기에는 끔찍한 현실이었다. 순간, 초톡방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로.
["소나?"]
"으응...."
["톡방에 또 이상한 사람이라도 나타났어...?"]
잠깐의 망설임 후에야 입을 열고 리온에게 답한다.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무서운 일을 하는 무서운 존재가 있었어. 으응. 그것뿐이야."
["그래?? 톡방에 악의필터 있지 않아?? 아니 그보다...무서우면 톡방 안 보면 되잖아?"]
"...그건...."
["아...알겠다!! 사고가 났구나!! 누가 다쳤어? 아니면 죽어가??"]
"...비슷해. 그렇지만...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아닌 것 같아. 오늘은 초톡방에 접속하지 않는 걸 권장하는거야."
...자신이 깨달은 잔혹한 현실을 리온도 감당할 수 있을까.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당시에는 그렇게 답변하는 것이 소나의 최선이었다.
["으응?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일단 알겠어."]
...몇 시간 후 소나가 톡방을 다시 확인했을 때.
"있지 리온아. 낮에 톡방에 뭔가 무서운 일이 있었다고 했잖아."
["응. 그게 왜?"]
"그거 말이야..."
'이안 델타 크래프트', 대화명 '방구석폐인' 및 그 차원의 인류는 소멸하지 않았다. 하필이면, 그 차원이 이야기를 먹는 존재인...그리고, 살아있는 것은 먹지 않는다고 거짓말한 (당시의 소나는 그렇다고 여겼다) @r=1−sinθ의 손에 남아있다는 점의 불안 요소였으나...다른 이용자들의 만류가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다행인 일이었다.
"...뭔가 사고가 났었는데, 다행히 아무도 안 죽었대."
["아, 진짜? 다행이다! 그럼 소나도 이제 괜찮아?"]
"으응. 휴우....."
안도감을 한숨으로 내쉬어냈으나 고민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필멸자인 이상 결국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것이 아니며 얼마든지 초월자에게 개입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소나는 초톡방과 관련된 것들을 전부 시야에서 치우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범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방안을 순간적으로 떠올렸었다. 그럼으로써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었다. 어쩌면, 다른 존재들에게 자신에게 초톡방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거두어달라고- 이 진실을 망각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면, 그들이 들어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 한다면 편해질 수 있을까?
...아니. 그러지 못한다.
소나는 일전에 다른 이용자들이 '초톡방에 한 번 초대받았으면 자의로 나갈 방법은 없다'고 말한 것과...초톡방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시도했으나 결국 다시 초톡방에 접속하게 된 이용자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뺨을 양 손으로 짝짝 내리쳤다.
기억을 지우더라도 접속 권한은 남아있을 것이다. 차원 내 현실의 불안정성도 여전할 것이다. 그러한 이상 소나는 또 다시 지금과 같이 형체 없는 악몽을 꿀 것이고, 기억을 지우는 것은 오히려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만 떨어트릴 뿐이다. 그 동안 만들었던 긍정적인 인간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갈 테니 그런 생각은 이제 하지 말자.
그렇다면 이대로 피할 수 없는 것에 순응해야만 하는가?
그래도 괜찮은가?
스스로에게 묻던 소나는 문득 자신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것이 두려움 뿐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공포와 무력함에 잡아먹히지 않고자 마음 속 수면에서 허우적거리는...사실은 그 이전부터 소나의 마음속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무언가.
이따금 소나가 강자들과 대련을 할 때- 그리고 어쩌면 저번 ■■■의 꿈에서도- 마음 속에서 도망치기 싫어, 포기하기 싫어, 끝까지 싸우고 싶어, 라고 외치곤 했던 무언가.
이전에 Liberius와 대련을 할 때, '용기사의 신기루'를 꺼내 최후까지 응전하게 만들었던 그 무언가.
그것에 무어라 이름을 붙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소나는 지금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았다.
확실하게 운명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당당히 마주보는 것과,
필요하다면 최후까지 소중한 것을 지키가 위해 싸워나가는 것, 그리고...
자신이 그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
그러니까, 스스로가 진실로 원하는 것에 충실해지자.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도록.
"소나, 혹시 무슨 일 있어?"
["...."]
모든 것이 평소대로였다.
평소대로 넷 내비 소나.EXE가, 오퍼레이터 리온이 학교 수업을 받는 동안, 초톡방에 접속한 직후까지는.
그리고 평소대로 초톡방에 올라온 접속자들의 메세지와 이를 통해 이어지는 대화를 읽었을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인데...
"너 오늘따라 불안해보여. 혹시 톡방에 무슨 일 생겼어?"
["....."]
...극복했다고 여겼던 두려움이 되살아났다.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 줄여서 '초톡방'.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소나의 눈 앞에 나타났다.
소나는 3일간의 관찰과 탐구를 거쳐 이 비현실적인 현상이 자신에게 발생한 오류로 인한 환각이 아니고 실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고...이로부터 며칠 후 그의 오퍼레이터 유리온 또한 '초톡방'의 접속 및 이용 권한을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이후부터, 소나는 범차원 및 초차원적 초월자들의 존재와 이와 연관된 일들을 인지하게 되었고,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무언가 초차원적 사건이 생기곤 했다.
그런 일들은 한 때 소나를 불안과 공포에 소리없이 떨게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초톡방에는 두려운 존재들뿐만 아니라, 조금씩은 인간적이며 친근한 존재들, 그리고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되었음에도 우호적인 존재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여러 격려와 도움 덕에, 소나는 그러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떨쳐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최근까진 꽤 괜찮았다.
그들 중 몇몇은 그나 리온에게 문제가 생길 때 도움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도우러 와 줄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두려움이 되살아난 것은 어째서인가?
일반적으로 넷 내비가 꿈을 꾸는 일은 흔하지 않다. 넷 내비에게 있어 수면에 대응하는 '슬립 모드'란, 프로그램의 일시적 종료이며 실질적으로는 휴면 상태에 더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소나는 ■■■의 꿈을 꾸었다. 아니, 보았다.
리온과 Liberius와 HiO와 카산드라와 랑을, 그리고 알렉세이를 보았다. 아무런 저항 못 하고 끌려왔음을 알았으나, 마지막에 저항하는 자들의 곁에서 원흉이 소멸하는 것 또한 보았다. "이제 괜찮아 소나." 같은 초차원적 꿈의 어렴풋한 기억을 가진 리온이 그를 달래며 집으로 돌아갔다.
초톡방의 이용자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읽고 역시나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그는 리온의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소나는 인간이 아니기에 '시점 불명의 기억 데이터가 추가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이미 위화감을 받았었으나, 그 또한 인간이었더라면 충분히 흐려진 기억을 꿈으로 착각했을 것이기에. 그리고, 지금은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왔고 이제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없음을 알았기에.
늘상 그렇다. 지나고 나면 괜찮아진다. 괜찮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뇌어도 소나는 괜찮지 않았다.
대화명 '흑백풍경'. 본명 '애덤 크래프트'.
소나의 두려움을 다시 일깨운 자의 이름이었다.
세피라들은 차원의 관리자이자 이야기꾼이다.
그들에게 있어 차원의 시공간은 이야기의 무대이자 이야기 그 자체이다...
...라는 그들의 특징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리온과 소나가 이전에 만난 세피라 및 클리파들은 대부분 인간 출신이면서 과거의 인간성 및 사교성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아마도 그랬기에, 그들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소나와 리온 같은 필멸자들과도 함께 웃고 울었다. 누군가는 소나의 친구를 자처했고 또 누군가는 언젠가 부상을 입은 그를 치료해주었다. 그렇기에 리온과 소나도 그들을 다른 인간을 대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선에서 그들과 교류하며 친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흑백풍경'은, 리온과 소나가 그동안 초톡방에서 목격하고 또 교류한 세피라 및 클리파들과 어딘가 달랐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가 직접적으로 리온과 소나를 위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일이 발생한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톡방에서 세피라가 필멸자에게 있어 어떤 존재이며 어떤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 존재였다. 그것이 문제였다.
소나는 여태껏 그들이 차원과 필멸자를 어떻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시를 보거나 들은 적이 없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러한 예시를 목격해버린 것이 이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의 결정적인 원인인 것이다.
일전에 '흑백풍경'이 회사 업무차 차원 하나를 스스로 폐기하고 왔노라고 말한 적은 있으나, 그 부분을 읽었을 때 소나는 무의식적으로 생존자가 없는 차원일 것이라 넘겨짚고 말았었다. 그러나,..이후 '흑백풍경'은 기어이 아직 사람들이 살아있는 차원, 그것도 초톡방의 다른 이용자가 있는 차원을 통째로 @r=1−sinθ에게 먹이려고 했다.
결국 세피라는...그리고 그런 초월자들 앞의 필멸자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세피라가 바란다면 차원도 그 차원에 살아있던 자들도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세피라에게 필멸자는 한낱 이야기의 등장인물에 불과하니까.
한낱 등장인물이 이야기꾼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들에게 저항할 방법은 일반적으로는 없다. 수많은 이야기들의 주인공이거나, 어떤 식으로는 이야기에서 벗어나게 된 존재라면 모를까.
필멸자는 초월자들에게 저항하지 못한다.
그것은 피조물의 피조물이자, 그러한 필멸자들과 같이 살아가는 입장이었던- 본인도 필멸자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인 소나에게도 예외가 없는 일일터다.
그러니 소나가 겪은 일들은 언젠가, 얼마든지 또 다시 생겨날 수 있는 일들인 것이다.
극복했다 여겼던 두려움이 다시 살아난 것은 그래서다.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장 눈 앞에 닥치는 일들을 해결한다고 한들 리온과 소나는 여전히 언제든 이런 일에 또 다시 휘말릴 수 있는 필멸자의 신분이고, 또 다시 사건사고에 휘말릴 때마다 이 두려움은 되살아날 거라는 점을.
소나가 감당하기에는 끔찍한 현실이었다. 순간, 초톡방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로.
["소나?"]
"으응...."
["톡방에 또 이상한 사람이라도 나타났어...?"]
잠깐의 망설임 후에야 입을 열고 리온에게 답한다.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무서운 일을 하는 무서운 존재가 있었어. 으응. 그것뿐이야."
["그래?? 톡방에 악의필터 있지 않아?? 아니 그보다...무서우면 톡방 안 보면 되잖아?"]
"...그건...."
["아...알겠다!! 사고가 났구나!! 누가 다쳤어? 아니면 죽어가??"]
"...비슷해. 그렇지만...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아닌 것 같아. 오늘은 초톡방에 접속하지 않는 걸 권장하는거야."
...자신이 깨달은 잔혹한 현실을 리온도 감당할 수 있을까.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당시에는 그렇게 답변하는 것이 소나의 최선이었다.
["으응?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일단 알겠어."]
...몇 시간 후 소나가 톡방을 다시 확인했을 때.
"있지 리온아. 낮에 톡방에 뭔가 무서운 일이 있었다고 했잖아."
["응. 그게 왜?"]
"그거 말이야..."
'이안 델타 크래프트', 대화명 '방구석폐인' 및 그 차원의 인류는 소멸하지 않았다. 하필이면, 그 차원이 이야기를 먹는 존재인...그리고, 살아있는 것은 먹지 않는다고 거짓말한 (당시의 소나는 그렇다고 여겼다) @r=1−sinθ의 손에 남아있다는 점의 불안 요소였으나...다른 이용자들의 만류가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다행인 일이었다.
"...뭔가 사고가 났었는데, 다행히 아무도 안 죽었대."
["아, 진짜? 다행이다! 그럼 소나도 이제 괜찮아?"]
"으응. 휴우....."
안도감을 한숨으로 내쉬어냈으나 고민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필멸자인 이상 결국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것이 아니며 얼마든지 초월자에게 개입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소나는 초톡방과 관련된 것들을 전부 시야에서 치우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범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방안을 순간적으로 떠올렸었다. 그럼으로써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었다. 어쩌면, 다른 존재들에게 자신에게 초톡방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거두어달라고- 이 진실을 망각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면, 그들이 들어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 한다면 편해질 수 있을까?
...아니. 그러지 못한다.
소나는 일전에 다른 이용자들이 '초톡방에 한 번 초대받았으면 자의로 나갈 방법은 없다'고 말한 것과...초톡방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시도했으나 결국 다시 초톡방에 접속하게 된 이용자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뺨을 양 손으로 짝짝 내리쳤다.
기억을 지우더라도 접속 권한은 남아있을 것이다. 차원 내 현실의 불안정성도 여전할 것이다. 그러한 이상 소나는 또 다시 지금과 같이 형체 없는 악몽을 꿀 것이고, 기억을 지우는 것은 오히려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만 떨어트릴 뿐이다. 그 동안 만들었던 긍정적인 인간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갈 테니 그런 생각은 이제 하지 말자.
그렇다면 이대로 피할 수 없는 것에 순응해야만 하는가?
그래도 괜찮은가?
스스로에게 묻던 소나는 문득 자신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것이 두려움 뿐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공포와 무력함에 잡아먹히지 않고자 마음 속 수면에서 허우적거리는...사실은 그 이전부터 소나의 마음속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무언가.
이따금 소나가 강자들과 대련을 할 때- 그리고 어쩌면 저번 ■■■의 꿈에서도- 마음 속에서 도망치기 싫어, 포기하기 싫어, 끝까지 싸우고 싶어, 라고 외치곤 했던 무언가.
이전에 Liberius와 대련을 할 때, '용기사의 신기루'를 꺼내 최후까지 응전하게 만들었던 그 무언가.
그것에 무어라 이름을 붙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소나는 지금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았다.
확실하게 운명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당당히 마주보는 것과,
필요하다면 최후까지 소중한 것을 지키가 위해 싸워나가는 것, 그리고...
자신이 그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
그러니까, 스스로가 진실로 원하는 것에 충실해지자.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도록.
이 주제글은 죽었어! 더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