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0>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74- (1001)
에주
2025년 5월 16일 (금) 오후 08:07:34 - 2025년 5월 17일 (토) 오전 03:18:07
2025년 5월 16일 (금) 오후 08:07:34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사설위키(대피소): http://opentalkwiki.ivyro.net/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3259>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사설위키(대피소): http://opentalkwiki.ivyro.net/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3259>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2025년 5월 16일 (금) 오후 10:55:17
※ 이전편: situplay>3788>9
서랑이 길드 수업 들은 지도 어느덧 네댓 차례 되었다. 그동안 배운 거라고 해봤자 길드 건물 안에 얌전히 앉아 듣는 환술의 기초와 이론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름 유익하고 재미난 수업이었다. 그야 마법 배운다는 데 신나지 않을 아이가 어딨을까! 그에겐 아직도 에오르제아의 모든 게 새로운데.
구구절절한 이론 수업만 있던 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실제로 환술 써보기도 했다. 주변의 에테르 끌어모아 받아들이고, 주문을 발동시킨다. 보기보다 쉬운 일 아닌지라 좀처럼 잘 되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고. 그러다 기어코 케알─기초 치유 마법─발동에 성공했을 땐 무지막지하게 기뻤었다. 꽤 신기한 감각이기도 했고.
그리고 오늘은, 예정되어있던 현장 실습 나가는 날이다. 실습! 서랑은 그 말에서 왠지 모르게 가슴 들뜨는 듯한 기분 느꼈다. 꼭 소풍 가는 어린이라도 된 것처럼.
오늘 실습의 인솔 맡은 도사가 견습생들 한데 불러모은다. 서랑도 그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그리고⋯⋯.
“이번 실습은 안 지루했으면 좋겠네~”
키슈타 티아, 어떤 미코테족 청년도. 그가 고개 돌려 서랑을 바라본다. 가벼운 미소 띄운 채. “아, 넌 이번이 첫 실습이겠구나!” 그러더니 지난 번 실습이 어쨌느니 하는 얘기 조잘조잘 풀어낸다.
서랑 역시도 키슈타라는 자 싫지 않았다. 좀 많이 경박하다는 점이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 자체는 좋아보인다는 생각이다. 살갑고, 친근하고. 게다가 언제는 묻지도 않은 자기 얘기 술술 풀어놓기도 했었다.
그는 기라바니아라는 지역 출신인데, 오래 전부터 갈레말 제국의 지배 받고 있던 곳이었다 했다. 헌데 부족 사람들이 그 불합리한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게 그에겐 퍽 불만스러웠다고. 그래서 다짜고짜 고향 떠나 해방군에 가담했었단다. 그러다 영웅의 활약 목도하고는 그를 무척이나 동경하게 되었고⋯⋯ 해방 이후인 지금 그처럼 모험가 되기 위해 떠나왔다는 이야기였다.
서랑도 그의 등쌀 이기지 못해 제 얘기 말해준 적 있는데. 아주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왔고, 그런 아무 연고자 없는 상황에 후견인 되어준 게 ‘빛의 전사’였다는 간단한 설명이었다. 사실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전부 말하긴 그러니 별 수 없는 일이다.
하여간 서랑에게 키슈타는 친구라기엔 좀 어색하고 남이라기엔 가까운, 그런 사람이라는 소리다.
어느덧 그들은 도시 벗어나 바깥 숲에 진입한다. 곧게 자라난 나무들, 그 사이로 고르게 난 흙길, 고개 조금만 들어도 보이는 맑고 드높은 하늘. 그리다니아 둘러싼 검은장막 숲의 풍경이다.
일행 이끌고 조금 더 걸어가, 어느 나무 그루터기 앞에 멈춰선 도사─환술사 중에서도 뛰어난 자들 이르는 말이랬던가─가 헛기침 두어 번 하더니 입 연다. 환술은 마법 잘 쓴다고 해서 무조건 능사가 아닙니다. 훌륭한 환술사라면 으레 자연을 이해하고 그와 교감해야만 합니다. 환술은 자연의 힘 빌리는 마법이기에⋯⋯.
도사는 환술과 자연과 치유에 관한 장광설 줄줄 읊다가 다른 주제 꺼낸다. 이번 실습의 목표는 ‘자연과 친해지기’입니다. 이제 막 환술에 입문하신 여러분들이 직접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실 수 있도록 이렇게 실습을 나온 거기도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자연과 한 번 교감해보세요. 위험할 수 있으니 너무 멀리 가진 마시고요.
그 말 마무리함과 동시에 다른 길드원들도 각자 행동 시작한다. 누구는 풀밭에 앉아 명상 시도하고, 누구는 제자리에 서서 멀뚱멀뚱 주변 둘러보기만 한다. 지금 서랑과 키슈타처럼 말이다.
“자연과 친해지기라~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걸!”
“⋯⋯그러게요.”
그 말에 서랑 역시 동감한다. 너무 막연한 목표 아닌가. 실습치곤 꽤 김 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자습 같은 느낌⋯⋯. 서랑이 뒷목 매만진다.
“뭐⋯⋯ 나무라도 쓰다듬어야 하나? 하하!”
“물론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그런 썰렁한 농담 하는 키슈타에게 대꾸하며, 도사가 인자한 웃음 지은 채 다가온다.
“내어드린 과제에 막막함을 느끼시는 모양이로군요.”
도사는 그들을 한 번씩 바라보고서, 두 손 모은 채 설명 시작한다. 키슈타가 눈 둥그렇게 뜨고서 서랑 바라본다⋯⋯.
“조언 하나 해드리자면,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첫걸음은 관찰과 이해입니다. 주변의 자연물을 살펴보면서 그것이 어떤 성질을 지녔고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생각해보는 거죠.”
“예컨대, 땅의 경우엔 수많은 생명을 포용하며 돌보는 성질이 있지요. 또한 환술로 부리는 땅 마법은 거대하고 강인한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각 자연물의 이런 특징을 관찰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다 보면 여러분의 환술도 한층 더 성장할 겁니다.”
도사가 설명 마친다. “어떠셨나요? 조금이나마 도움 되셨길 바랍니다.” 다시금 두 사람 번갈아 쳐다보고는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그는 이윽고 다른 길드원들 향해 걸음 옮겨 떠난다.
“어⋯⋯ 도사님이 하신 말씀, 혹시 알아들었어?” 키슈타가 황망스런 목소리로 속닥거린다.
“어느 정도는요⋯⋯.”
서랑이 멋쩍은 낯으로 웃어보인다. 조금은 갈피 잡혔다고 해야할까. “진짜냐⋯⋯.” 아직도 영 어리둥절해하는 표정 한 키슈타와 다르게 말이다. “뭐~ 그럼 잘해 봐. 난 잠깐 산책 좀 하고 있을게~” 그 말 끝으로 그는 설레설레 손 저으며 자리 뜬다.
으음⋯⋯. 서랑은 침음 흘린다. 불어오는 봄바람 정면으로 맞으며. ⋯⋯바람. 어디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방랑자. 생명 실어나르는 자연의 전령. 때로 무시무시한 파괴력 보이기도 한다. 공격적인 측면에선 잘 벼려진 칼날 같은 이미지 역시 떠오르고. 가볍고 날쌔면서 날카로운⋯⋯.
“으아악!”
갑자기 귀청 때리는 고함에 서랑의 생각 뚝 끊긴다. 황급히 고개 돌려 소리의 진원지 살펴보니⋯⋯ 산책 하고 오겠다던 키슈타가 거기 있었다. 주저앉은 채⋯⋯ 무언가 괴이한 생명체를 눈 앞에 두고서.
길게 뻗은 뿔과 날개, 짐승 같은 손발 지니고 한쪽 손엔 우악스런 대낫 든─ 그야말로 전설 속 악마 닮은 생명체였으니까. 압도적인 위압감 자랑하는 그것이 무정한 눈길로 ‘사냥감’ 내려다본다. 키슈타는 제자리에 굳은 듯 꼼짝도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다.
“요⋯⋯ 요마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부산스런 목소리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다. “요마라고?!” “빠, 빨리 아무나 가서 귀곡부대를⋯⋯!” “다들 당황하지 마시고 도망치세요!” “도사님, 저기 사람이⋯⋯!” 그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어째선지 서랑은 쉽사리 발 뗄 수 없었다. 우려와 두려움 응집된 감정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빨리 도망치는 게 맞을 텐데. 아는 사람이 위기에 처해있어서 그런가? 아니, 아는 사람 아니었더라도⋯⋯.
도사가 소란스런 무리 지나치며 현장으로 달려간다. 서랑도 덩달아 그 따라가며 제 허리춤에 달아놓은 환술봉─말하자면 마법 지팡이─꺼내든다. 지금이라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직감 들어서다. 황폐화되어버린, 온통 새하얀 땅에서 누군가의 야만신 마주했었던 그때처럼. “위험합니다! 물러나십시오!” 도사가 그를 향해 외친다. 그러나 서랑에겐 그 외침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얼어붙어있는 키슈타를 향해 ‘요마’가 낫 치켜든다. 그 흉악한 날붙이 휘둘러지려는 찰나─ 서랑을 중심으로 희고 눈부신 빛무리 폭발하듯 터져나간다. 광범위하게 주변 뒤덮는 그 충격 탓에 요마가 잠깐 휘청인다. 그러고서도 좀체 정신 차리지 못한다. 그 틈 타 서랑이 외친다. “지금 빨리 도망쳐요!” 안색 새파랗게 질린 키슈타는 그제서야 그 자리서 다급히 뛰쳐나간다. “저, 저희도 빨리 벗어납시다!” 당황한 기색으로 현장 지켜보던 도사 역시 서랑 이끌고 걸음 재촉한다.
도시 입구까지 가까이 다다러서야 세 사람이 뜀박질 멈춘다. 요마 쫓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서랑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 내쉰다. “방금 그 마법⋯⋯ 어떻게 사용하신 건가요.” 제자리에서 숨 고르던 도사가, 그를 향해 불쑥 물어온다. 당혹감과 약간의 호기심 어린 시선 보내오며.
“네? 어, 그냥, 무의식적으로 나온 건데에⋯⋯.” 서랑이 조금 머뭇거리며 대꾸한다.
“⋯⋯‘뿔의 아이’도 아니신 분이 어찌.” 도사는 차마 말 끝까지 잇지 못한다.
“⋯⋯백마법입니다, 그건.”
“선택받은 ‘뿔의 아이’들만이 다룰 수 있는 마법이지요.”
서랑이 길드 수업 들은 지도 어느덧 네댓 차례 되었다. 그동안 배운 거라고 해봤자 길드 건물 안에 얌전히 앉아 듣는 환술의 기초와 이론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름 유익하고 재미난 수업이었다. 그야 마법 배운다는 데 신나지 않을 아이가 어딨을까! 그에겐 아직도 에오르제아의 모든 게 새로운데.
구구절절한 이론 수업만 있던 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실제로 환술 써보기도 했다. 주변의 에테르 끌어모아 받아들이고, 주문을 발동시킨다. 보기보다 쉬운 일 아닌지라 좀처럼 잘 되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고. 그러다 기어코 케알─기초 치유 마법─발동에 성공했을 땐 무지막지하게 기뻤었다. 꽤 신기한 감각이기도 했고.
그리고 오늘은, 예정되어있던 현장 실습 나가는 날이다. 실습! 서랑은 그 말에서 왠지 모르게 가슴 들뜨는 듯한 기분 느꼈다. 꼭 소풍 가는 어린이라도 된 것처럼.
오늘 실습의 인솔 맡은 도사가 견습생들 한데 불러모은다. 서랑도 그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그리고⋯⋯.
“이번 실습은 안 지루했으면 좋겠네~”
키슈타 티아, 어떤 미코테족 청년도. 그가 고개 돌려 서랑을 바라본다. 가벼운 미소 띄운 채. “아, 넌 이번이 첫 실습이겠구나!” 그러더니 지난 번 실습이 어쨌느니 하는 얘기 조잘조잘 풀어낸다.
서랑 역시도 키슈타라는 자 싫지 않았다. 좀 많이 경박하다는 점이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 자체는 좋아보인다는 생각이다. 살갑고, 친근하고. 게다가 언제는 묻지도 않은 자기 얘기 술술 풀어놓기도 했었다.
그는 기라바니아라는 지역 출신인데, 오래 전부터 갈레말 제국의 지배 받고 있던 곳이었다 했다. 헌데 부족 사람들이 그 불합리한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게 그에겐 퍽 불만스러웠다고. 그래서 다짜고짜 고향 떠나 해방군에 가담했었단다. 그러다 영웅의 활약 목도하고는 그를 무척이나 동경하게 되었고⋯⋯ 해방 이후인 지금 그처럼 모험가 되기 위해 떠나왔다는 이야기였다.
서랑도 그의 등쌀 이기지 못해 제 얘기 말해준 적 있는데. 아주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왔고, 그런 아무 연고자 없는 상황에 후견인 되어준 게 ‘빛의 전사’였다는 간단한 설명이었다. 사실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전부 말하긴 그러니 별 수 없는 일이다.
하여간 서랑에게 키슈타는 친구라기엔 좀 어색하고 남이라기엔 가까운, 그런 사람이라는 소리다.
어느덧 그들은 도시 벗어나 바깥 숲에 진입한다. 곧게 자라난 나무들, 그 사이로 고르게 난 흙길, 고개 조금만 들어도 보이는 맑고 드높은 하늘. 그리다니아 둘러싼 검은장막 숲의 풍경이다.
일행 이끌고 조금 더 걸어가, 어느 나무 그루터기 앞에 멈춰선 도사─환술사 중에서도 뛰어난 자들 이르는 말이랬던가─가 헛기침 두어 번 하더니 입 연다. 환술은 마법 잘 쓴다고 해서 무조건 능사가 아닙니다. 훌륭한 환술사라면 으레 자연을 이해하고 그와 교감해야만 합니다. 환술은 자연의 힘 빌리는 마법이기에⋯⋯.
도사는 환술과 자연과 치유에 관한 장광설 줄줄 읊다가 다른 주제 꺼낸다. 이번 실습의 목표는 ‘자연과 친해지기’입니다. 이제 막 환술에 입문하신 여러분들이 직접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실 수 있도록 이렇게 실습을 나온 거기도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자연과 한 번 교감해보세요. 위험할 수 있으니 너무 멀리 가진 마시고요.
그 말 마무리함과 동시에 다른 길드원들도 각자 행동 시작한다. 누구는 풀밭에 앉아 명상 시도하고, 누구는 제자리에 서서 멀뚱멀뚱 주변 둘러보기만 한다. 지금 서랑과 키슈타처럼 말이다.
“자연과 친해지기라~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걸!”
“⋯⋯그러게요.”
그 말에 서랑 역시 동감한다. 너무 막연한 목표 아닌가. 실습치곤 꽤 김 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자습 같은 느낌⋯⋯. 서랑이 뒷목 매만진다.
“뭐⋯⋯ 나무라도 쓰다듬어야 하나? 하하!”
“물론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그런 썰렁한 농담 하는 키슈타에게 대꾸하며, 도사가 인자한 웃음 지은 채 다가온다.
“내어드린 과제에 막막함을 느끼시는 모양이로군요.”
도사는 그들을 한 번씩 바라보고서, 두 손 모은 채 설명 시작한다. 키슈타가 눈 둥그렇게 뜨고서 서랑 바라본다⋯⋯.
“조언 하나 해드리자면,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첫걸음은 관찰과 이해입니다. 주변의 자연물을 살펴보면서 그것이 어떤 성질을 지녔고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생각해보는 거죠.”
“예컨대, 땅의 경우엔 수많은 생명을 포용하며 돌보는 성질이 있지요. 또한 환술로 부리는 땅 마법은 거대하고 강인한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각 자연물의 이런 특징을 관찰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다 보면 여러분의 환술도 한층 더 성장할 겁니다.”
도사가 설명 마친다. “어떠셨나요? 조금이나마 도움 되셨길 바랍니다.” 다시금 두 사람 번갈아 쳐다보고는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그는 이윽고 다른 길드원들 향해 걸음 옮겨 떠난다.
“어⋯⋯ 도사님이 하신 말씀, 혹시 알아들었어?” 키슈타가 황망스런 목소리로 속닥거린다.
“어느 정도는요⋯⋯.”
서랑이 멋쩍은 낯으로 웃어보인다. 조금은 갈피 잡혔다고 해야할까. “진짜냐⋯⋯.” 아직도 영 어리둥절해하는 표정 한 키슈타와 다르게 말이다. “뭐~ 그럼 잘해 봐. 난 잠깐 산책 좀 하고 있을게~” 그 말 끝으로 그는 설레설레 손 저으며 자리 뜬다.
으음⋯⋯. 서랑은 침음 흘린다. 불어오는 봄바람 정면으로 맞으며. ⋯⋯바람. 어디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방랑자. 생명 실어나르는 자연의 전령. 때로 무시무시한 파괴력 보이기도 한다. 공격적인 측면에선 잘 벼려진 칼날 같은 이미지 역시 떠오르고. 가볍고 날쌔면서 날카로운⋯⋯.
“으아악!”
갑자기 귀청 때리는 고함에 서랑의 생각 뚝 끊긴다. 황급히 고개 돌려 소리의 진원지 살펴보니⋯⋯ 산책 하고 오겠다던 키슈타가 거기 있었다. 주저앉은 채⋯⋯ 무언가 괴이한 생명체를 눈 앞에 두고서.
길게 뻗은 뿔과 날개, 짐승 같은 손발 지니고 한쪽 손엔 우악스런 대낫 든─ 그야말로 전설 속 악마 닮은 생명체였으니까. 압도적인 위압감 자랑하는 그것이 무정한 눈길로 ‘사냥감’ 내려다본다. 키슈타는 제자리에 굳은 듯 꼼짝도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다.
“요⋯⋯ 요마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부산스런 목소리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다. “요마라고?!” “빠, 빨리 아무나 가서 귀곡부대를⋯⋯!” “다들 당황하지 마시고 도망치세요!” “도사님, 저기 사람이⋯⋯!” 그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어째선지 서랑은 쉽사리 발 뗄 수 없었다. 우려와 두려움 응집된 감정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빨리 도망치는 게 맞을 텐데. 아는 사람이 위기에 처해있어서 그런가? 아니, 아는 사람 아니었더라도⋯⋯.
도사가 소란스런 무리 지나치며 현장으로 달려간다. 서랑도 덩달아 그 따라가며 제 허리춤에 달아놓은 환술봉─말하자면 마법 지팡이─꺼내든다. 지금이라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직감 들어서다. 황폐화되어버린, 온통 새하얀 땅에서 누군가의 야만신 마주했었던 그때처럼. “위험합니다! 물러나십시오!” 도사가 그를 향해 외친다. 그러나 서랑에겐 그 외침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얼어붙어있는 키슈타를 향해 ‘요마’가 낫 치켜든다. 그 흉악한 날붙이 휘둘러지려는 찰나─ 서랑을 중심으로 희고 눈부신 빛무리 폭발하듯 터져나간다. 광범위하게 주변 뒤덮는 그 충격 탓에 요마가 잠깐 휘청인다. 그러고서도 좀체 정신 차리지 못한다. 그 틈 타 서랑이 외친다. “지금 빨리 도망쳐요!” 안색 새파랗게 질린 키슈타는 그제서야 그 자리서 다급히 뛰쳐나간다. “저, 저희도 빨리 벗어납시다!” 당황한 기색으로 현장 지켜보던 도사 역시 서랑 이끌고 걸음 재촉한다.
도시 입구까지 가까이 다다러서야 세 사람이 뜀박질 멈춘다. 요마 쫓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서랑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 내쉰다. “방금 그 마법⋯⋯ 어떻게 사용하신 건가요.” 제자리에서 숨 고르던 도사가, 그를 향해 불쑥 물어온다. 당혹감과 약간의 호기심 어린 시선 보내오며.
“네? 어, 그냥, 무의식적으로 나온 건데에⋯⋯.” 서랑이 조금 머뭇거리며 대꾸한다.
“⋯⋯‘뿔의 아이’도 아니신 분이 어찌.” 도사는 차마 말 끝까지 잇지 못한다.
“⋯⋯백마법입니다, 그건.”
“선택받은 ‘뿔의 아이’들만이 다룰 수 있는 마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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