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17-

#7085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17- (1001)

종료
#0에주(PjTqAkuEBW)2025-09-21 (일) 16:34:36
위키: https://opentalkwiki.mycafe24.com/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4911>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793심야고속(0F05XH/7wO)2025-09-30 (화) 09:31:54
스튜디오에서 도망치고 며칠이 지났다. 집에는 돌아갈 수 없었기에 가부키초의 저렴한 호텔에서 며칠을 묵었다. 모두에게서 계속 연락이 오는 통에 전화는 이미 끈 지 오래였다. 손의 상처는 애초부터 그렇게 크지 않았던 탓인지 거의 다 나았지만, 욱신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호텔 방의 TV에서는, 화려한 연예인들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저들은 나와 다른 세계의 인간. 나는 침대에 누워, 텅 빈 눈으로 그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삑-’

그때, 머리맡에 두었던 지갑에서, 마지막 남은 동전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멍하니, 바닥을 구르는 10엔짜리 동전을 쳐다보았다.
돈이, 떨어졌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저 가장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에 틀어박혀 있었을 뿐인데. 내가 가진 자유의 값은, 고작 그 정도였다.

웃음이 나왔다.
복수? 진실? 고뇌?
전부 다, 배부른 소리였다. 당장 오늘 밤 잘 곳도, 내일 아침 먹을 빵 한 조각도 없는 주제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먼지가 쌓인 가방을 둘러메었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나는 비참한 현실에 등 떠밀려, 유령처럼 방을 나섰다.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장소. 내가 가장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그곳을 향해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히가시 이케부쿠로의 소란스러운 밤거리 한복판에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목적지 같은 건 없었다. 발길 닿는 대로, 정처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젖어 있는 내 시야 속에서 길게 번져나갔다.

붕대를 감은 오른손이,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내가 직접 부숴버린 거울의 파편들. 그 조각난 거울 속에 비치던, 수백 개의 일그러진 내 얼굴.

‘너는 그저, 불쌍해 보이는 자신을 좋아하는 거잖아.’

내 안의 목소리가, 나를 비웃고 있었다.
복수라는 무대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나는 이제, 텅 빈 객석에 홀로 남겨진 어릿광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익숙한, 선샤인 거리 근처의 교차로.
파란 불로 바뀐 횡단보도를, 인파에 휩쓸려 건너던 순간이었다.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죄송.”

나는 기계적으로 사과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숨을 멈췄다.
내 앞에 서 있는 것은, 소노미야 이오리였다.

그녀 역시, 나를 보고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무도관 무대 위에서의 여왕 같은 모습도, 아네모네 카페에서의 가시 돋친 모습도 아니었다. 그저, 나와 똑같이, 길을 잃은 얼굴을 한 한 명의 소녀.
이오리의 시선이, 내 얼굴을 지나, 내 오른손에 감긴 붕대에 꽂혔다. 그녀의 미간이, 아주 살짝 찌푸려졌다.

“...너, 그 손.”

그녀의 낮은 목소리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오리는 내 손에서, 다시 내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내 눈동자 속을, 아주 오랫동안,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나의 모든 분노와, 혼란과, 그리고 뒤늦게 알아버린 진실에 대한 죄책감까지. 그 모든 감정이, 내 얼굴 위에 엉망진창으로 드러나 있을 터였다.

나는 그녀가, 나를 비웃거나, 혹은 경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오리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그 어떤 표정도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이해해버린 사람의, 지독하게도 피곤하고, 서늘한 체념의 표정이었다.

알게 된 것이다.
내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쿠온이, 결국 모든 것을 말해버렸다는 것을.

이오리는 한참 뒤, 아주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 속에는, 내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비난할까. 아니면, 드디어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할까.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모든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가라오케, 갈래?”
“...뭐?”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오리는, 이 모든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도 평범한 단어를 내뱉었다. 그녀는 턱으로, 길 건너편에 번쩍이는 ‘가라오케’ 간판을 가리켰다.

“마침 한가했거든.”

그녀의 눈동자에는, 어떤 농담의 기색도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이오리다운, 서투르고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말로 설명하는 대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모든 것을, 차라리 소리가 있는 곳에서 마주하자는 듯한.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오리가 먼저 내게 등을 돌리고, 횡단보도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오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쇳가루처럼.
그녀의 등 뒤를, 홀린 듯이 따라가고 있었다.

무도관의 함성은, 이제 먼 꿈속의 메아리처럼 느껴졌다.
그날 이후, 나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나는 RomoS의 리더라는 완벽한 가면을 쓴 채, 잡지 인터뷰와 녹음 스케줄을 기계적으로 소화했다. 하지만 내 모든 신경은, 오지 않는 단 하나의 대답을 향해 있었다.

나의 독백은, 과연 그들에게 닿았을까.
아니면, 그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사라졌을까.
그날 저녁도, 나는 소속사 미팅이 끝난 뒤 무작정 차에서 내렸다. ‘바람 좀 쐬고 들어가겠다’는 핑계를 댔지만, 발걸음은 언제나처럼 익숙한 동네를 향하고 있었다. 이케부쿠로. 나의 과거가, 나의 죄가, 나의 유일했던 진심이 먼지처럼 쌓여있는 곳.

나는 무슨 답을 찾고 싶어서, 이곳을 배회하는 걸까.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선샤인 거리 근처의 교차로.
정신을 다른 곳에 판 채, 횡단보도를 건너던 순간이었다.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죄송.”

짜증 섞인 사과를 하려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숨을 멈췄다.
타는 듯한 오렌지색 머리카락.
오토마치 칸나.

...어째서, 네가.
이 수많은 인파 속에서. 이 넓은 도쿄에서.
하지만, 나의 놀라움은 곧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모습. 엉망이었다. 텅 비어버린 눈동자, 핏기 없는 얼굴, 헝클어진 머리카락. 마치, 영혼이라도 전부 빠져나간 껍데기 같았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그녀의 오른손에 꽂혔다.
조잡하게 감겨있는 하얀 붕대. 그 위로, 희미하게 핏자국이 번져 있었다.
저 손은, 기타리스트의 생명.
저 손으로, 대체 무슨 짓을...
그때, 칸나가 나를 알아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내가 예상했던 분노나 증오가 없었다. 그 대신, 너무나도 복잡하고, 부서지기 쉬운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죄책감, 혼란, 그리고... 아주 희미한, 길 잃은 아이 같은 슬픔.

아아.
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다.
저 표정. 저것은, 더 이상 나를 ‘배신자’로 보고 있는 사람의 눈이 아니다.
진실을, 알아버린 사람의 눈이다.
쿠온.
그 바보 같은 녀석.
결국, 말해버렸구나. 내가 그렇게나, 지키고 싶어 했던 비밀을.

심장이, 차갑게 식어 내리는 기분.
동시에, 지독한 피로감이 온몸을 덮쳐왔다.
그래.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나의 거대한 연극은, 가장 서투른 방식으로 막을 내려버린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피하며, 스쳐 지나가려 했다.
지금의 나는, 저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 텅 빈 눈동자와, 피가 밴 붕대가, 발목을 붙잡았다.

이대로, 이 녀석을 혼자 내버려 둬도 되는 걸까.
이대로 두면, 정말로... 부서져 버릴지도 모른다.
진실을 전하는 것은, 내가 원했던 바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 나의 소리를 통해, 나의 모든 것을 증명한 뒤에. 그때, 비로소...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말로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사과도, 변명도, 지금의 우리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다면.

“......가라오케, 갈래?”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칸나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턱으로, 길 건너편에 번쩍이는 ‘가라오케’ 간판을 가리켰다.

“마침 한가했거든”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적어도, 이 녀석이 길거리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전에.
말로 할 수 없다면, 적어도 소리가 있는 곳으로.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저, 먼저 등을 돌리고, 횡단보도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속으로는 필사적으로 바라고 있었다.
제발.
제발, 나를 따라와 줘, 칸나.

몇 걸음 걸었을 때.
등 뒤에서, 아주 작은, 망설이는 듯한 발소리가, 나를 뒤따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아주 작게 내쉬었다.

가라오케의 방문이 닫히는 순간, 바깥세상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

방 안에는, 화면 속 아이돌이 부르는 시끄럽고 발랄한 배경음악과,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나는 푹신하지만 어딘가 끈적이는 소파 구석에, 기타 케이스를 끌어안고 웅크렸다. 맞은편에 앉은 이오리는, 테이블 위 리모컨의 버튼을 아무렇게나 누르고 있었다.

시간이 남으면, 사람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나는 멍하니, 소리 없이 가사만 흘러가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부정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은 어떤 생각이던 부정적으로 기울이게 되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처럼.

한 사람의 파멸, 겨울바람보다도 차가운 세상의 부조리함, 심해 한가운데에 처박힌 것처럼 세상은 악의로 가득 차서 움직일 수도 없다. 나의 복수라는 이야기는, 결국 그런 시시한 결말을 맞이했다. 소녀에게는 상실감만이 남았다.

이오리는 배경음악의 볼륨을 거의 0에 가깝게 줄였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노래를 예약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 최신 히트곡, RomoS의 신곡, 그리고 가끔은 아주 오래된 팝송.

우리는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이오리는 그저 신곡이며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나는 그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완벽했다. 무도관 무대 위에서의 그것처럼. 하지만 지금 이 좁은 방 안에서 듣는 그녀의 노래는, 어째서인지 한없이 공허하게 들렸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몇 년분의 분노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이런 순간에도 그녀의 몸에 생긴 상처가 없는지 뚫어져라 바라보며 이윽고 목 언저리에 생긴 흉터며 못 보던 상처들을 보며 눈물 흘렸다. 어깨 근처의 희미한 흉터. 손목의 자국. 전부, 내가 몰랐던 그녀의 지옥의 흔적들. 내가 그녀를 증오하고 있던 그 시간 동안, 그녀는 혼자서 이런 상처들을 끌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처한 고난에 고뇌하고, 비탄할 뿐인 불행한 이야기는 어느 시대에서나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지만,

나는 그런 부류의 이야기가 싫다.
정말, 정말로 싫다.
하지만 지금, 나의 이야기는 그 어떤 비극보다도 더 끔찍하고, 추악했다. 조금 촌스럽고 억지스럽게 느껴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서 종이가 아깝다는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차라리 해피엔딩이기를 바랐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자신의 잘못을 마주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모든 잘못을 이오리에게 넘겨버린 채로 홀로 비극의 히로인을 연기하고 있던 수년간이 그대로 내 온 몸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노래를 마친 이오리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나를 보았다.

“...이제 네 차례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못 해.”
“왜.”
“자격, 없으니까.”

그 말에, 이오리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자격? 무슨 자격.”

화를 낼 자격도 없는 주제에.
용서받을 노력도 하지 않은 주제에.
용서를 빌 권리도 없는 주제에.

나는, 감히 소리를 낼 자격 따위는 없었다.
나는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모든 것이 내 멋대로 되기를 바란 욕심쟁이라서.
신께서 스스로 단죄를 내리는 걸까.

이오리는 한참 동안 나를 쳐다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에 억지로 마이크를 쥐어주었다.

“노래해.”
“......”
“노래하는데 대단한 자격은 필요 없어.”

이오리의 눈은, 나를 동정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까지고 그렇게, 바닥에 주저앉아서 네 상처만 핥고 있을 거야! 그게 네가 하고 싶었던 거였어?”
“......!”
“넌 그냥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자위하고 싶어서 우울한 척을 하는 거야.”

이오리의 절규가, 텅 빈 방 안을 울렸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쥔 채,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나에 대한 분노와 함께, 지독한 실망감이 담겨 있었다.
그래.
나는 또다시, 도망치고 있었다.
비극의 히로인이라는, 새로운 역할 뒤에 숨어서.
나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손에 들린 마이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곁에 두었던 나의 기타 케이스를 열었다.
익숙한, 타는 듯한 붉은색의 스트라토캐스터.
나는 기타를 꺼내, 가라오케 기계 옆 앰프의 작은 인풋 단자에, 떨리는 손으로 케이블을 연결했다.

붕대가 감긴 오른손이, 욱신거렸다.
나는 아픔을 억누르며, 왼손으로 익숙한 코드를 잡았다.
무네노리 시절,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유일한 우리의 노래.
‘칭-’
기타를 치려던 순간, 손가락이 미끄러지며, 끔찍한 불협화음이 방 안을 울렸다.
붕대 때문에 피크를 제대로 쥘 수도, 현을 제대로 누를 수도 없었다. 오른손의 통증이, 과거의 기억과 뒤섞여 머릿속을 헤집었다.
나는 다시 한번, 코드를 잡고 현을 튕겼다.
‘치직-’
‘카랑-’
엉망진창이었다. 그것은 노래가 아니었다.
그저, 부서진 기타가 내는 단말마의 비명. 나의 서투른 후회, 뒤늦은 죄책감, 방향을 잃은 슬픔. 그 모든 것이 뒤섞인, 추하고 볼품없는 소리의 조각들.
나는 결국, 기타의 넥을 쥔 채, 그 위에 이마를 기댔다.
소리를 내는 것조차, 이렇게나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지금, 동정하는 거야? 나를?”

입에서 나온 말은 날이 서있었지만, 나조차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알고 있지만, 확신하고 싶지 않았기에 던진 물음이었다.이오리는 동요조차 하지 않고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때, 내가 사랑했던 동 틀 녘의 새벽처럼 맑은 주홍색의 눈동자는 이전과 같은 푸름은 없었다. 질척한 감정의 혼합물을 연료삼아, 자기 몸을 불태우며 살아온 여자. 그녀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그래.”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긍정의 한마디.
그것은 내가 예상했던 그 어떤 비난이나 경멸보다도, 훨씬 더 날카롭게 심장을 찔러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탓에,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오리는 그런 나의 앞에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동정해. 비참하고, 한심하고, 불쌍해. 됐어?”
“......”
“너만 그런 줄 알아? 세상 모두가 비극의 주인공이야. 나도 마찬가지고.”

그녀는 텅 빈 눈으로, 소리 없이 가사만 흘러가는 화면을 쳐다보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내 비극을 팔아서 무도관에 섰고, 너는 네 비극에 취해서 이런 골방에 처박혀 있다는 거지.”

그 잔인할 정도로 정확한 말이, 내 마지막 남은 자기연민마저 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래. 맞다.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과거라는 이름의 안전한 무대 위에서, 상처 입은 주인공 역할을 연기하며 스스로에게 취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나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발가벗겨진 채로 겨울바람 앞에 내던져진 것 같은, 더 지독한 고통이었다. 분노라는 두꺼운 외투를 벗어버리자, 남은 것은 상처투성이의 맨몸뿐이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고개를 들 힘조차 없었다.
이오리를 올려다볼 수도 없었다.
지금의 나는,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한참의 침묵 끝에, 이오리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내 무대로 돌아갈래. 너는, 네가 있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있어.”

그녀가 내게 등을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 무대에서 기다릴 테니까. 늑장부리지 마.”

‘쾅.’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다시 나 혼자만 남았다.
나는 한참 동안, 웅크린 자세 그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오리의 마지막 말은, 격려가 아니었다. 그것은 확인사살이었다.
‘너는 지금,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손을 짚으려다, 붕대가 감긴 오른손의 끔찍한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기타조차 제대로 칠 수 없는, 텅 빈 껍데기.
이오리의 말대로, 나는 나의 비극에 취해, 나 자신을 부숴버렸다.
복수는 끝났다.
하지만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잿더미 속에 홀로 앉아 있었다.

가라오케의 방문을 닫고 나온 나는, 다시 밤거리의 미아가 되었다.
이오리가 남기고 간 말들은, 나를 구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비참함과 마주하게 했을 뿐. 잿더미 속에 홀로 남겨진 기분. 돌아갈 장소도, 나아갈 방향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인파 속을 의미 없이 걷고 있었다.
그때,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기타 소리.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역 앞 광장 구석에서 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낡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서투른 연주. 불안정한 목소리.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녀의 노래는, 기술적으로 엉망진창이었다. 나와 비교한다면 한참은 뒤떨어지는 수준. 객관적으로, 재능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소리에는, 내가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었다. 잘 부르려는 욕심도,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는 계산도 없는, 그저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한, 서투르고 순수한 기쁨.

한 곡이 끝나고, 여자는 멋쩍게 웃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관객은 여전히, 나 혼자뿐이었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는,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저기... 계속 들어주고 있었네요. 고마워요.”

나는 대답 대신, 퉁명스럽게 물었다.

“...즐거워 보여.”
“응?”
“그렇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데. 노래 부르는 게, 즐거워?”

내 질문에, 여자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

“하하, 즐겁다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자신의 낡은 기타를 내려다보았다. 곳곳에 긁히고 팬 상처가 가득한, 나와 같은 스트라토 캐스터.

“이 녀석이랑 같이 있지 않으면, 내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무슨 소리야.”
“음...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있잖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고,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점점 진짜 내가 뭔지 모르게 되어가는거지.”

그녀의 말이, 내 심장을 찔렀다.

“그럴 때마다, 여기에 와서 노래를 불러. 잘 부르든, 못 부르든, 누가 듣든, 듣지 않든. 그냥, 소리를 내는 거야. ‘나는 아직 여기에 있다’고, 나 자신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도, 기타 치는 사람이지? StATION에서 몇 번 봤을지도.”

여자가, 내 손에 감긴 붕대를 보며 말했다.

“그 손을 보면, 꽤나 복잡한 일이 있었나보네.”
“......”
“괜찮아요. 소리는, 가끔 길을 잃기도 하니까. 나나, 지금의 너처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기타를 고쳐 잡았다.
“그럼, 오늘의 마지막 곡을 연주할게. 뭐 그래도 관객은 너 하나뿐이지만. 하하!!!”
青春ごっこを今も 続けながら旅の途中
청춘 놀이를 지금도 계속하면서 여행을 하는 중
ヘッドライトの光は 手前しか照らさない
전조등의 빛은 바로 앞밖에 비추지 않아
真暗な道を走る 胸を高ぶらせ走る
깜깜한 길을 달려 가슴을 고조시키며 달려
目的地はないんだ 帰り道も忘れたよ
목적지는 없어 돌아가는 길도 잊어 버렸어


그리고, 그녀는 노래를 시작했다.
서툴렀지만, 그 어떤 완벽한 연주보다도 진솔한 멜로디.
그것은 나의 상처를 치유해주지도, 나에게 답을 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壊れたいわけじゃないし 壊したいものもない
망가지고 싶은 것도 아니고 망치고 싶은 것도 아냐
だからといって全てに 満足してるわけがない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도 아냐
夢の中で暮らしてる 夢の中で生きていく
꿈 속에서 지내고 있어 꿈 속에서 살아가네
心の中の漂流者 明日はどこにある?
마음 속의 표류자 내일은 어디에 있나?


길을 잃어도 괜찮다고.
텅 비어버려도 괜찮다고.
그저, 여기에 살아있기만 하다면.

生きててよかった 生きててよかった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生きててよかった そんな夜を探してる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낄 수 있는 밤을 찾고 있어


노래가 끝났을 때, 나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더 이상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돌아가기 위해서.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한참을 망설였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몇 번이고 길을 잃었다.
‘같이, 밴드를 하자’는, 그런 뻔뻔한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끝에, Rock bottoM의 그룹 채팅방에, 짧은 메시지 두 개를 보냈다.
「...미안.」
그리고, 다시 한번.
「스튜디오에... 아직, 있어?」
메시지를 보낸 뒤, 나는 화면을 바라보며, 심장이 멎을 듯한 기분으로, 그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무런 답장이 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내가 받아야 할 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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