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4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18-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5-10-02 (목) 00:16:43
갱신일:2025-10-10 (금) 17:43:17
#0에주(iUM3mP/9ri)2025-10-02 (목) 00:16:43
위키: https://opentalkwiki.mycafe24.com/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4911>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1:1 카톡방: >4911>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656Moonlight(.30GhO2RWy)2025-10-07 (화) 12:25:41
‘쾅.’
미유가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텅 빈 스튜디오 안을 무겁게 울렸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문이 닫힌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가, 되어버렸다.
모두가, 나를 두고 가버렸다.
칸나 쨩을 찾으러.
미유의 마지막 시선에는 경멸이, 미온 씨의 침묵에는 비난이, 오토하 쨩의 눈물에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 내가 틀렸다고, 모두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방금 전까지 멤버들이 서 있던 자리를 둘러보았다. 바닥에 흩어진 칸나 쨩의 악보.
나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그 악보를 주워 들었다. 그녀가 며칠 전, 혼란 속에서 쏟아냈던 그 날카롭고 아름다운 기타 리프.
‘나는 지금의 칸나 쨩 소리, 엄청 좋아.’
‘좀 더, 그때처럼... 화난 것처럼, 아픈 것처럼 연주해 봐.’
과거의 내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나 심장을 찔렀다.
나는 그저, 칸나 쨩을 위로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의 소리가 너무나도 멋있어서, 그 소리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
미유의 말이 떠올랐다.
‘정작 칸나가 진짜로 부서져 버리니까, 어쩔 줄을 모르는 거잖아, 너.’
그래.
미유의 말이, 맞았다.
나는 칸나 쨩의 ‘아픔’을 멋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로 ‘부서져’ 버릴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소리’가 계속되기를 바랐을 뿐, 그 소리를 내는 칸나 쨩의 마음이 닳아 없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친구로서 실격이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안해, 칸나 쨩...”
나는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너무 늦었다.
칸나 쨩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지금쯤, 차가운 밤거리 어딘가에서, 붕대를 감은 손으로 기타 케이스를 든 채, 혼자서 울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견딜 수 없어졌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다릴 수만은 없다. 미유와 다른 애들이, 지금 어떤 심정으로 칸나 쨩을 찾고 있을까. 그들은 진심으로 친구를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나는 그녀에게 상처를 준 장본인이다.
이대로 숨어 있을 수는 없어.
사과해야만 해.
하지만, 어디로.
칸나 쨩은 어디로 간 걸까. 미유는 ‘짚이는 곳이 있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의 추억이 담긴 장소겠지. 하지만 지금의 칸나 쨩이, 그런 과거를 돌아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모든 것이 부서졌을 때, 사람은 어디로 돌아가고 싶어 할까.
칸나쨩이라면 어디를 향할까.
모든 일이 시작되기 전의, 아무것도 아니었던 추억이 담겨있던 장소.
"...하하. 나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구나."
가장 슬펐던 것은, 그곳에는 내가 있을 장소가 없었단 것이다.
다음 날,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교복을 입고, 평소처럼 집을 나섰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색깔이, 한 톤은 낮아진 것처럼 보였다.
교실 문을 열고 나면 언제나처럼, 시끄럽고, 활기찬 아침의 풍경이었지만 그곳에는 결정적으로 무엇인가가 빠져있었다.
“유이 쨩, 좋은 아침!”
반 친구들이, 평소처럼 내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반사적으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좋은 아침!”
완벽한 연기. 하지만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텅 비어 있었다.
언제나, 무심한 얼굴로 창밖을 보거나, 책상 위에서 손가락으로 리듬을 두드리고 있던 칸나 쨩.
그녀가 있던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그 공백은, 마치 내 마음에 뚫려버린 구멍처럼, 교실의 모든 소음과 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햇살이, 그 빈 책상 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저 빛 아래에, 타는 듯한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있어야 하는데.
“저기, 유이 쨩. 오토마치 양, 무슨 일 있대? 어제부터 안 보이네.”
앞자리의 친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나는 다시, 완벽한 가면을 쓰고 미소 지었다.
“응! 감기가 좀 심한가 봐! 금방 나아서 돌아올 거야!”
거짓말.
나는 또다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괜찮은지, 돌아올 건지.
아무것도.
수업 시간 내내, 나는 칠판을 보는 척하며 옆자리를 훔쳐보았다.
교실 저편에서는, 미유가 팔짱을 낀 채,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오늘 하루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교실 안에서, 같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서로에게 아무런 말도 건넬 수 없었다. 우리 사이의 다리는, 칸나 쨩이 사라짐과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습관처럼,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철문을 열자, 9월의 서늘한 바람이 나를 맞았다. 언제나 칸나 쨩과 함께 앉았던 급수탑 그늘.
나는 그 자리에, 혼자 앉았다.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하지만, 젓가락을 들 수가 없었다.
‘칸나 쨩은, 밥을 먹었을까.’
‘붕대를 감았던 손은, 괜찮을까.’
‘지금, 어디서, 혼자서 울고 있는 건 아닐까.’
모든 것이, 나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픔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나의 잔인함.
그녀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착각했던, 나의 오만함.
나는 도시락을 싼 손수건으로, 얼굴을 묻었다.
소리 없는 울음이, 텅 빈 옥상 위로 조용히 번져나갔다.
칸나 쨩이 없는 세상은,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나기 전의 그 잿빛 세계보다, 훨씬 더 춥고, 고통스러웠다.
방과 후, 나는 아지트인 스튜디오에도, StATION에도 가지 못했다.
그곳에 갈 자격이,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텅 빈 집으로 돌아와, 스마트폰의 그룹 채팅방만을 하염없이 새로고침했다.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나는 메시지 입력창에, 수없이 많은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미안해.’
‘내가 전부 잘못했어.’
‘어디에 있는 거야.’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전송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나의 모든 상냥함이, 그녀에게는 독이 되어버렸으니까.
나는 결국, 스마트폰 화면을 꺼버렸다.
칸나 쨩이 없는 풍경 속에서, 나는 다시 길을 잃은, 텅 빈 인형이 되어가고 있었다.
* * *
스튜디오의 공기는 무거웠다.
칸나 쨩이 뛰쳐나간 지 며칠. 미유와 다른 멤버들은 각자 칸나 쨩을 찾아 나섰지만, 나는 스튜디오를 떠날 수가 없었다.
이곳은, 내가 칸나 쨩과 함께 있기로 한 장소. 그녀가 돌아올지도 모르는, 유일한 장소.
하지만 그녀가 돌아왔을 때, 나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차갑게 식어 내리는 것 같았다.
내가 모든 것을 망쳤다.
칸나 쨩을 위한다는 핑계로, 나의 서투른 욕심으로, 그녀를 가장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이제, 그녀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으니까. 이렇게 스튜디오에 있는것도 더이상은 허락되지 않으리라.
그때였다.
‘딩-’
적막을 깨고, 스마트폰 알림음이 울렸다.
그룹 채팅방. 발신인은,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이름.
カンナちゃん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미안.」
그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니야.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나인데.
「스튜디오에... 아직, 있어?」
두 번째 메시지. 그녀는, 돌아오고 싶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묻는 걸까. ‘모두’에게 묻는 거겠지. 나를 제외한.
나는 답장을 보낼 수가 없었다. 내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녀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다른 멤버들이 어서 이 메시지를 보고, 그녀에게 따뜻한 답장을 보내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채팅방은 조용했다. 모두, 아직 밖에서 칸나 쨩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메시지를 본 것은, 나뿐이다.
어떡하지.
내가 여기서 답장을 하지 않으면, 칸나 쨩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답장을 하면... 그녀는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그래도, 지금은 나의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나는 아주 오랜 망설임 끝에, 떨리는 손가락으로, 짧은 답장을 쳤다.
그것은 ‘우리’가 아닌, 오직 ‘나’로서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다.
「응. 여기 있어.」
‘응. 여기 있어.’
유이의 답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했다. ‘우리’가 아닌, ‘나’. 그 한 글자의 차이가, 칼날처럼 날아와 심장에 박혔다. 다른 멤버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지금 스튜디오에 가면, 나는 유이와 단둘이 마주해야만 한다.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었다.
돌아갈까.
차라리 모두가 모였을 때, 그 소란스러움 뒤에 숨어, 어물쩍 사과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고. 방금 전, 나 스스로가 결심했던 것이다.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스튜디오로 향하는 길이, 마치 처형장으로 향하는 길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익숙한 스튜디오의 문 앞에 섰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육중한 방음문 앞에서 망설였다. 어째서인지, 며칠 전 내가 뛰쳐나왔던 그 순간보다, 지금 이 문을 여는 것이 훨씬 더 두려웠다. 붕대가 감긴 오른손이,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리베리우스는 우선 침착하게 있는 잘못을 모두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분명 답해줄거라고 했지만, 자신의 잘못을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리고, 천천히, 문고리를 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끼익-’
문을 열자, 환하게 불이 켜진 스튜디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유이가, 홀로 서 있었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는, 움찔하며 어깨를 떨었다. 마치, 겁먹은 작은 동물처럼. 언제나 햇살 같던 그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위태로운 얼굴.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스튜디오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이전의 그 어떤 침묵보다도, 훨씬 더 무겁고, 어색한 침묵.
먼저 입을 연 것은, 나였다.
나는 문을 닫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피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과였다.
“멋대로 뛰쳐나가서... 걱정 끼쳐서, 미안.”
“...아니야.”
유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내가, 미안해, 칸나 쨩.”
그녀의 사과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기타 케이스를 내려놓고, 내 앰프 앞에 주저앉았다. 유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그랬어.”
내가, 물었다. 나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너는... 정말로, 내가 아프길 바랐던 거야?”
내 질문에, 유이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그녀는 내 앞으로 다가와, 내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였다.
“나는... 그냥, 무서웠어.”
“...뭐가.”
“칸나 쨩의 소리가, 사라지는 게. 비 오는 공원에서, 내가 처음 들었던... 그 소리가, 세상에서 없어져 버리는 게. 나는, 그냥 그게 너무 무서웠어.”
그녀의 목소리는, 서툴고,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거짓이 없었다.
“나는... 내가 텅 비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래서, 칸나 쨩처럼 진짜를 가진 사람이, 너무나도 부럽고, 눈부셨어. 나는... 그 빛의 곁에 있고 싶었을 뿐이야. 그게, 너를 더 아프게 하는 길인 줄도 모르고...”
그녀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해... 내가, 전부 망쳤어...”
나는 흐느끼는 유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고백은, 내가 예상했던 그 어떤 변명과도 달랐다.
그것은, 나와 똑같은, 길을 잃고 상처 입은 사람의 서투른 독백이었다.
나는 말없이, 손을 뻗어, 그녀의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유이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아직, 그녀를 완전히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녀를 미워할 수도 없었다.
스스로의 잘못을 두려워한 탓에 도망친 인간이, 자신을 바라봐준 사람에게 용서고 뭐고 할 자격이나 있을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텅 비어있는 화이트보드를 가리켰다.
“...이제, 어떡할 거야.”
내 질문에, 유이는 눈물을 훔치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모르겠어.”
“나도.”
나는 짧게 대답했다.
“나도, 모르겠어.”
우리는 한참 동안, 텅 빈 화이트보드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우리의 관계도, 밴드의 미래도, 우리가 만들어야 할 음악도.
모든 것이,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주 오랜만에, 유이를 향해 아주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부 허탕이었다. 내가 알던 칸나의 성역들은, 이제 더 이상 그녀의 도피처가 아니었다. 낡은 라이브 하우스도, 시모키타자와의 음반 가게도. 그 어디에도, 오렌지색 머리카락의 흔적은 없었다.
칸나가 사라지고 벌써 나흘째. 우리는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다시 아지트인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이제... 정말 어디로 가야 할지...”
오토하의 목소리에는, 거의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 미온 역시,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독한 무력감이, 우리 세 사람을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혀를 차며, 스튜디오의 문고리를 잡았다.
일단, 들어가서 다시 생각하자.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순간.
나는,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스튜디오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헝클어진 흰 머리카락의 유이.
그리고, 그 맞은편에, 텅 빈 눈으로 서 있는, 칸나.
“...찾았네.”
내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등 뒤에서, 오토하와 미온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칸나짱!”
오토하가, 가장 먼저 침묵을 깨고 달려갔다. 그녀는 칸나의 앞에 서서, 와락 그녀를 끌어안으려다, 칸나의 위태로운 분위기에 차마 그러지 못하고 손을 거두었다.
“괜찮아? 정말... 정말 걱정했어!”
칸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아주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미온이, 안경을 고쳐 쓰며 상황을 살폈다. 그녀의 시선은, 눈가가 붉어져 있는 유이와, 붕대가 감긴 칸나의 오른손 사이를 날카롭게 오갔다.
“무슨... 이야기를 한검까.”
나는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유이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나의 시선을 피했다.
나는 그 모습만으로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두 사람 사이에, 내가 모르는 어떤 폭풍이 지나갔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팔짱을 낀 채 물었다.
“이제 어쩔 건데.”
내 질문은, 칸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고, 유이를 향한 것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우리 모두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이 엉망진창이 된 이야기의, 다음 장면은.
칸나가, 아주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
그것은, 내가 알던 오토마치 칸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길 잃은 아이의 목소리.
“나는... 이제, 어떤 소리를 내야 할지, 모르겠어. 멈춰있을 수는 없다는건 알지만 어떤 소리를 내면 좋을지..."
그 서툰 고백에, 스튜디오 안에는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때, 오토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같이 찾으면 되잖아.”
모두의 시선이, 오토하에게 향했다.
“우리 다섯 명이서. 다시 처음부터. 우리가 어떤 소리를 내고 싶은지, 같이 찾아보면 되잖아.”
그 순수한 말이, 얼어붙었던 공기를 아주 조금, 녹이는 것 같았다.
그래.
복수. 진실. 구원.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는 드럼 의자로 걸어가,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서 있는 칸나를 향해 말했다.
“어이, 탈주 기타. 언제까지고 거기 서 있을 거야?”
“...미유.”
“네 시나리오는 쓰레기였어. 인정해. 그러니까, 이제 새로 쓰는 게 어때.”
나는 스틱을 들어, 하이햇을 ‘칭-’ 하고 가볍게 울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주연인, 다음 시나리오.”
내 말에, 칸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나를, 그리고 미온을, 오토하를, 마지막으로 유이를.
아주 오랫동안, 그 텅 빈 눈동자에 담았다.
그녀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웃었다.
미유가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텅 빈 스튜디오 안을 무겁게 울렸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문이 닫힌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가, 되어버렸다.
모두가, 나를 두고 가버렸다.
칸나 쨩을 찾으러.
미유의 마지막 시선에는 경멸이, 미온 씨의 침묵에는 비난이, 오토하 쨩의 눈물에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 내가 틀렸다고, 모두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방금 전까지 멤버들이 서 있던 자리를 둘러보았다. 바닥에 흩어진 칸나 쨩의 악보.
나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그 악보를 주워 들었다. 그녀가 며칠 전, 혼란 속에서 쏟아냈던 그 날카롭고 아름다운 기타 리프.
‘나는 지금의 칸나 쨩 소리, 엄청 좋아.’
‘좀 더, 그때처럼... 화난 것처럼, 아픈 것처럼 연주해 봐.’
과거의 내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나 심장을 찔렀다.
나는 그저, 칸나 쨩을 위로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의 소리가 너무나도 멋있어서, 그 소리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
미유의 말이 떠올랐다.
‘정작 칸나가 진짜로 부서져 버리니까, 어쩔 줄을 모르는 거잖아, 너.’
그래.
미유의 말이, 맞았다.
나는 칸나 쨩의 ‘아픔’을 멋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로 ‘부서져’ 버릴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소리’가 계속되기를 바랐을 뿐, 그 소리를 내는 칸나 쨩의 마음이 닳아 없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친구로서 실격이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안해, 칸나 쨩...”
나는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너무 늦었다.
칸나 쨩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지금쯤, 차가운 밤거리 어딘가에서, 붕대를 감은 손으로 기타 케이스를 든 채, 혼자서 울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견딜 수 없어졌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다릴 수만은 없다. 미유와 다른 애들이, 지금 어떤 심정으로 칸나 쨩을 찾고 있을까. 그들은 진심으로 친구를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나는 그녀에게 상처를 준 장본인이다.
이대로 숨어 있을 수는 없어.
사과해야만 해.
하지만, 어디로.
칸나 쨩은 어디로 간 걸까. 미유는 ‘짚이는 곳이 있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의 추억이 담긴 장소겠지. 하지만 지금의 칸나 쨩이, 그런 과거를 돌아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모든 것이 부서졌을 때, 사람은 어디로 돌아가고 싶어 할까.
칸나쨩이라면 어디를 향할까.
모든 일이 시작되기 전의, 아무것도 아니었던 추억이 담겨있던 장소.
"...하하. 나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구나."
가장 슬펐던 것은, 그곳에는 내가 있을 장소가 없었단 것이다.
다음 날,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교복을 입고, 평소처럼 집을 나섰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색깔이, 한 톤은 낮아진 것처럼 보였다.
교실 문을 열고 나면 언제나처럼, 시끄럽고, 활기찬 아침의 풍경이었지만 그곳에는 결정적으로 무엇인가가 빠져있었다.
“유이 쨩, 좋은 아침!”
반 친구들이, 평소처럼 내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반사적으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좋은 아침!”
완벽한 연기. 하지만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텅 비어 있었다.
언제나, 무심한 얼굴로 창밖을 보거나, 책상 위에서 손가락으로 리듬을 두드리고 있던 칸나 쨩.
그녀가 있던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그 공백은, 마치 내 마음에 뚫려버린 구멍처럼, 교실의 모든 소음과 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햇살이, 그 빈 책상 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저 빛 아래에, 타는 듯한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있어야 하는데.
“저기, 유이 쨩. 오토마치 양, 무슨 일 있대? 어제부터 안 보이네.”
앞자리의 친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나는 다시, 완벽한 가면을 쓰고 미소 지었다.
“응! 감기가 좀 심한가 봐! 금방 나아서 돌아올 거야!”
거짓말.
나는 또다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괜찮은지, 돌아올 건지.
아무것도.
수업 시간 내내, 나는 칠판을 보는 척하며 옆자리를 훔쳐보았다.
교실 저편에서는, 미유가 팔짱을 낀 채,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오늘 하루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교실 안에서, 같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서로에게 아무런 말도 건넬 수 없었다. 우리 사이의 다리는, 칸나 쨩이 사라짐과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습관처럼,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철문을 열자, 9월의 서늘한 바람이 나를 맞았다. 언제나 칸나 쨩과 함께 앉았던 급수탑 그늘.
나는 그 자리에, 혼자 앉았다.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하지만, 젓가락을 들 수가 없었다.
‘칸나 쨩은, 밥을 먹었을까.’
‘붕대를 감았던 손은, 괜찮을까.’
‘지금, 어디서, 혼자서 울고 있는 건 아닐까.’
모든 것이, 나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픔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나의 잔인함.
그녀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착각했던, 나의 오만함.
나는 도시락을 싼 손수건으로, 얼굴을 묻었다.
소리 없는 울음이, 텅 빈 옥상 위로 조용히 번져나갔다.
칸나 쨩이 없는 세상은,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나기 전의 그 잿빛 세계보다, 훨씬 더 춥고, 고통스러웠다.
방과 후, 나는 아지트인 스튜디오에도, StATION에도 가지 못했다.
그곳에 갈 자격이,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텅 빈 집으로 돌아와, 스마트폰의 그룹 채팅방만을 하염없이 새로고침했다.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나는 메시지 입력창에, 수없이 많은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미안해.’
‘내가 전부 잘못했어.’
‘어디에 있는 거야.’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전송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나의 모든 상냥함이, 그녀에게는 독이 되어버렸으니까.
나는 결국, 스마트폰 화면을 꺼버렸다.
칸나 쨩이 없는 풍경 속에서, 나는 다시 길을 잃은, 텅 빈 인형이 되어가고 있었다.
* * *
스튜디오의 공기는 무거웠다.
칸나 쨩이 뛰쳐나간 지 며칠. 미유와 다른 멤버들은 각자 칸나 쨩을 찾아 나섰지만, 나는 스튜디오를 떠날 수가 없었다.
이곳은, 내가 칸나 쨩과 함께 있기로 한 장소. 그녀가 돌아올지도 모르는, 유일한 장소.
하지만 그녀가 돌아왔을 때, 나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차갑게 식어 내리는 것 같았다.
내가 모든 것을 망쳤다.
칸나 쨩을 위한다는 핑계로, 나의 서투른 욕심으로, 그녀를 가장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이제, 그녀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으니까. 이렇게 스튜디오에 있는것도 더이상은 허락되지 않으리라.
그때였다.
‘딩-’
적막을 깨고, 스마트폰 알림음이 울렸다.
그룹 채팅방. 발신인은,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이름.
カンナちゃん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미안.」
그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니야.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나인데.
「스튜디오에... 아직, 있어?」
두 번째 메시지. 그녀는, 돌아오고 싶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묻는 걸까. ‘모두’에게 묻는 거겠지. 나를 제외한.
나는 답장을 보낼 수가 없었다. 내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녀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다른 멤버들이 어서 이 메시지를 보고, 그녀에게 따뜻한 답장을 보내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채팅방은 조용했다. 모두, 아직 밖에서 칸나 쨩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메시지를 본 것은, 나뿐이다.
어떡하지.
내가 여기서 답장을 하지 않으면, 칸나 쨩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답장을 하면... 그녀는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그래도, 지금은 나의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나는 아주 오랜 망설임 끝에, 떨리는 손가락으로, 짧은 답장을 쳤다.
그것은 ‘우리’가 아닌, 오직 ‘나’로서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다.
「응. 여기 있어.」
‘응. 여기 있어.’
유이의 답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했다. ‘우리’가 아닌, ‘나’. 그 한 글자의 차이가, 칼날처럼 날아와 심장에 박혔다. 다른 멤버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지금 스튜디오에 가면, 나는 유이와 단둘이 마주해야만 한다.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었다.
돌아갈까.
차라리 모두가 모였을 때, 그 소란스러움 뒤에 숨어, 어물쩍 사과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고. 방금 전, 나 스스로가 결심했던 것이다.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스튜디오로 향하는 길이, 마치 처형장으로 향하는 길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익숙한 스튜디오의 문 앞에 섰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육중한 방음문 앞에서 망설였다. 어째서인지, 며칠 전 내가 뛰쳐나왔던 그 순간보다, 지금 이 문을 여는 것이 훨씬 더 두려웠다. 붕대가 감긴 오른손이,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리베리우스는 우선 침착하게 있는 잘못을 모두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분명 답해줄거라고 했지만, 자신의 잘못을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리고, 천천히, 문고리를 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끼익-’
문을 열자, 환하게 불이 켜진 스튜디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유이가, 홀로 서 있었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는, 움찔하며 어깨를 떨었다. 마치, 겁먹은 작은 동물처럼. 언제나 햇살 같던 그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위태로운 얼굴.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스튜디오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이전의 그 어떤 침묵보다도, 훨씬 더 무겁고, 어색한 침묵.
먼저 입을 연 것은, 나였다.
나는 문을 닫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피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과였다.
“멋대로 뛰쳐나가서... 걱정 끼쳐서, 미안.”
“...아니야.”
유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내가, 미안해, 칸나 쨩.”
그녀의 사과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기타 케이스를 내려놓고, 내 앰프 앞에 주저앉았다. 유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그랬어.”
내가, 물었다. 나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너는... 정말로, 내가 아프길 바랐던 거야?”
내 질문에, 유이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그녀는 내 앞으로 다가와, 내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였다.
“나는... 그냥, 무서웠어.”
“...뭐가.”
“칸나 쨩의 소리가, 사라지는 게. 비 오는 공원에서, 내가 처음 들었던... 그 소리가, 세상에서 없어져 버리는 게. 나는, 그냥 그게 너무 무서웠어.”
그녀의 목소리는, 서툴고,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거짓이 없었다.
“나는... 내가 텅 비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래서, 칸나 쨩처럼 진짜를 가진 사람이, 너무나도 부럽고, 눈부셨어. 나는... 그 빛의 곁에 있고 싶었을 뿐이야. 그게, 너를 더 아프게 하는 길인 줄도 모르고...”
그녀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해... 내가, 전부 망쳤어...”
나는 흐느끼는 유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고백은, 내가 예상했던 그 어떤 변명과도 달랐다.
그것은, 나와 똑같은, 길을 잃고 상처 입은 사람의 서투른 독백이었다.
나는 말없이, 손을 뻗어, 그녀의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유이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아직, 그녀를 완전히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녀를 미워할 수도 없었다.
스스로의 잘못을 두려워한 탓에 도망친 인간이, 자신을 바라봐준 사람에게 용서고 뭐고 할 자격이나 있을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텅 비어있는 화이트보드를 가리켰다.
“...이제, 어떡할 거야.”
내 질문에, 유이는 눈물을 훔치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모르겠어.”
“나도.”
나는 짧게 대답했다.
“나도, 모르겠어.”
우리는 한참 동안, 텅 빈 화이트보드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우리의 관계도, 밴드의 미래도, 우리가 만들어야 할 음악도.
모든 것이,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주 오랜만에, 유이를 향해 아주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부 허탕이었다. 내가 알던 칸나의 성역들은, 이제 더 이상 그녀의 도피처가 아니었다. 낡은 라이브 하우스도, 시모키타자와의 음반 가게도. 그 어디에도, 오렌지색 머리카락의 흔적은 없었다.
칸나가 사라지고 벌써 나흘째. 우리는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다시 아지트인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이제... 정말 어디로 가야 할지...”
오토하의 목소리에는, 거의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 미온 역시,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독한 무력감이, 우리 세 사람을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혀를 차며, 스튜디오의 문고리를 잡았다.
일단, 들어가서 다시 생각하자.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순간.
나는,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스튜디오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헝클어진 흰 머리카락의 유이.
그리고, 그 맞은편에, 텅 빈 눈으로 서 있는, 칸나.
“...찾았네.”
내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등 뒤에서, 오토하와 미온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칸나짱!”
오토하가, 가장 먼저 침묵을 깨고 달려갔다. 그녀는 칸나의 앞에 서서, 와락 그녀를 끌어안으려다, 칸나의 위태로운 분위기에 차마 그러지 못하고 손을 거두었다.
“괜찮아? 정말... 정말 걱정했어!”
칸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아주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미온이, 안경을 고쳐 쓰며 상황을 살폈다. 그녀의 시선은, 눈가가 붉어져 있는 유이와, 붕대가 감긴 칸나의 오른손 사이를 날카롭게 오갔다.
“무슨... 이야기를 한검까.”
나는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유이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나의 시선을 피했다.
나는 그 모습만으로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두 사람 사이에, 내가 모르는 어떤 폭풍이 지나갔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팔짱을 낀 채 물었다.
“이제 어쩔 건데.”
내 질문은, 칸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고, 유이를 향한 것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우리 모두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이 엉망진창이 된 이야기의, 다음 장면은.
칸나가, 아주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
그것은, 내가 알던 오토마치 칸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길 잃은 아이의 목소리.
“나는... 이제, 어떤 소리를 내야 할지, 모르겠어. 멈춰있을 수는 없다는건 알지만 어떤 소리를 내면 좋을지..."
그 서툰 고백에, 스튜디오 안에는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때, 오토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같이 찾으면 되잖아.”
모두의 시선이, 오토하에게 향했다.
“우리 다섯 명이서. 다시 처음부터. 우리가 어떤 소리를 내고 싶은지, 같이 찾아보면 되잖아.”
그 순수한 말이, 얼어붙었던 공기를 아주 조금, 녹이는 것 같았다.
그래.
복수. 진실. 구원.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는 드럼 의자로 걸어가,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서 있는 칸나를 향해 말했다.
“어이, 탈주 기타. 언제까지고 거기 서 있을 거야?”
“...미유.”
“네 시나리오는 쓰레기였어. 인정해. 그러니까, 이제 새로 쓰는 게 어때.”
나는 스틱을 들어, 하이햇을 ‘칭-’ 하고 가볍게 울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주연인, 다음 시나리오.”
내 말에, 칸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나를, 그리고 미온을, 오토하를, 마지막으로 유이를.
아주 오랫동안, 그 텅 빈 눈동자에 담았다.
그녀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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