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70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30-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5-11-25 (화) 16:38:40
갱신일:2025-12-02 (화) 01:28:24
#0에주(phS.ws8NAe)2025-11-25 (화) 16:38:40
위키: https://opentalkwiki.mycafe24.com/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4911>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1:1 카톡방: >4911>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681저편에서 울리는 소리(Ck9oCGcUYu)2025-11-28 (금) 13:36:39
이 세상은, 무엇하나 마음대로 되는 법이 없다. 특히, 우리가 마음먹고 소리를 지르려고 할 때는 더더욱.
“더블부킹?”
“아아~ 정말로 미안해 얘들아!”
RomoS와의 대반 이후로 몇 달이 지났다. 언더그라운드를 자칭하는 주제에 뒷배로 거물이 붙어있다며 비아냥거리는 안티들도 생겼고, 반대로 그 대반의 충격적인 퍼포먼스에 매료된 코어 팬층도 확실히 다져졌다. 덕분에 구독자는 8만 명을 넘어서며 꾸준히 우상향 중이었고, 이제는 나름 흥행력을 인정받아 이런저런 기획 공연에 초청받는 일도 늘었다.
이케부쿠로의 눅눅한 지하를 벗어나, 오다이바에 있는 대형 라이브 하우스. ‘인디즈 페스티벌’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최근 씬에서 주목받는 밴드들을 모아놓았다는 나름 괜찮은 취지의 공연이었다. 우리 역시 만장일치로 출장을 결정했지만, 마침 딱 같이 초청을 받은 다른 밴드와 시간이 겹쳐버렸던 모양이다.
“공연 직전에 이딴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아니 뭐 그래도 위약금은 받지 않았슴까. 어중간한 놈들 보단 양심적이었슴다.”
“그건 그렇지만.”
우리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 구석 자리에 처박혀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감자튀김과 드링크바에서 떠온 멜론 소다, 그리고 꽤 두툼한 현금 봉투가 놓여 있었다. 주최 측이 미안하다며 쥐여준 위약금이었다.
"……돈은 꽤 되네.“
미유는 봉투 안의 지폐를 세어보더니 피식 웃었다.
"이 정도면 오늘 밴드 회식 거하게 하고도 남겠어. 어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노동 시간 0분에 수익 발생. 개이득 아니야?“
미유는 짐짓 밝게 말하며 감자튀김을 입에 넣었지만, 씹는 소리가 유난히 거칠었다. 그녀 역시 납득하지 못한 것이다. 맞은편에 앉은 미온은 연신 빨대를 씹어대며 짜증을 냈다.
"그거랑은 다르지 않슴까. 오토하씨도 저렇게 되버렸고“
그 말대로 오토하는 테이블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새 줄."
"응?"
"어제 큰맘 먹고 베이스 줄, 제일 비싼 걸로 갈았단 말이야…… 오늘 라이브 하려고…….“
오토하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나는 말없이 빨대를 씹었다. 멜론 소다의 단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입안이 썼다. 이케부쿠로에서 여기까지, 그 무거운 장비를 싣고 왔다. 차 안에서 가사를 되뇌고, 손가락을 풀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그 모든 열기가 갈 곳을 잃고 내장 안에서 부글거리고 있었다.
이대로 집에 간다고? 위약금으로 밥이나 쳐 먹고, "오늘은 운이 없었네"라며 웃어넘긴다고? 그건 어른들이나 하는 짓이다. 합리적이고, 쿨하고, 패배에 익숙한 어른들. 우리같은 놈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단 말이야.
"저기, 칸나 쨩.“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오토노세 유이가 입을 열었다. 유이의 시선은 레스토랑 창너머, 오다이바의 해변 공원을 향해 있었다.
"여기, 사람 엄청 많다." "주말이잖아. 대부분은 관광객일걸" "저 사람들, 다들 웃고 있네. 즐거워 보여.“
유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 눈동자는 텅 비어 있는 동시에, 기이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게릴라 라이브하자!!!”"……뭐?""뭐? 가 아니야!!!이대로 돌아가면 다들 괜히 찝찝하잖아?“
유이가 내 손을 덮어왔다. 뜨거웠다. 순간,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래. 멍청하게 앉아서 감자튀김이나 먹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가 누구한테 허락받고 노래하는 밴드였던가?
"……미온."
내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이 근처, 전력 끌어쓸 만한 곳 있어?“
미온은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근처의 지도를 띄웠다."오다이바 해변 공원 남쪽 광장에서 한다던 축제가 좀 있음 끝날검다. 아마 푸드트럭같은것도 슬슬 떠날테고... 아마도 지금부터 뛰면 될 검다."
"미유. 차에 실린 장비, 들고 뛸 수 있어?“"아~ 귀찮은데. 드럼 세트를 다 꺼내는 건 무리야."
미유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사탕을 깨물었다."스네어랑 킥, 하이햇 정도면 들고 뛸 만하지. 깡통 소리 나도 책임 안 진다?“
"오토하선배.“"으, 응?!“
"매일 선배 따라다니던 사카타씨한테 연락해서 기재 좀 가져다 달라고 해주세요.“
엎드려 있던 오토하가 벌떡 일어났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할게! 아마 아직 이 근처에 있을거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약금 봉투를 집어 들었다.
"잘 들어. 지금부터 이 돈은 회식비가 아니라 벌금이다.""벌금?""불법 점거, 소음 유발, 공공장소 소란. 경찰 오면 낼 돈 미리 챙겨두는 거라고.“
멤버들의 얼굴에 그제야 생기가 돌았다. 범죄 모의. 혹은 혁명 준비. 우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멜론 소다를 원샷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전 시간은 30분 뒤. 해가 완전히 지고, 라이브 하우스에서 관객들이 쏟아져 나올 때다.“
내가 선언하자 유이가 환하게 웃었다."응! 최고의 무대가 될 거야, 칸나 쨩!“
우리는 레스토랑을 나섰다. 해가 지고 있었다. 오다이바의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레인보우 브릿지에 하나둘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 이제 곧, 우리의 노이즈로 엉망진창이 될 풍경이었다.
"가자. 장비 챙겨.“
주차장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예정된 무대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도시의 모든 곳이 우리의 무대가 되었다.
30분 뒤, 오다이바 해변 공원. 자유의 여신상 모조품이 내려다보이는 광장 계단 위.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세팅 완료... 인데 진짜 하는검까 우리들?“
미온이 믹서의 노브를 돌리며 신호를 보냈다.
"이제와서 물어? 제일 흥분했으면서.”
“다들 미안!!! 앰프도 다 챙겨왔어!!!”
“딱 좋을 때 오셨어요.”
미유가 스틱을 돌리며 윙크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힐끔거리며 쳐다봤다."뭐야? 버스킹인가?" "장비가 꽤 본격적인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라이브 하우스 공연이 끝나고 쏟아져 나온 관객들도 웅성거리며 발길을 멈췄다.
나는 앰프 앞에 섰다. 바다 냄새 섞인 바람. 수백 개의 시선. 그리고 내 옆에 선 유이.유이는 마이크를 잡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눈을 감고, 세상의 소음을 빨아들이는 듯한 모습.
"준비됐지, 유이."
"응. 걱정하지 마. 칸나 쨩.“
볼륨을 올린다. 고요한 밤바다를 향해서, 코드가 내려꽂힌다.
콰아앙-!!!
폭음이 광장을 뒤흔들었다. 갈 곳 잃었던 우리의 열기가, 억울함이, 분노가, 마침내 출구를 찾았다.
"Rock bottoM. 스타트는 신곡입니다.”
“...月光”
내 손가락 끝에서 터져 나온 디스토션 사운드가 오다이바의 짠내 나는 밤바람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라이브 하우스의 잘 정돈된 음향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칠고 날카로운 소리였다. 스피커가 비명을 지르고 앰프가 과부하로 웅웅거렸지만, 그 찌그러진 노이즈마저 우리의 일부였다.
https://suno.com/s/2zdCOhFRMlN9ozji
"...エンジンの低い唸り アスファルトを滑ってく“
유이가 마이크 스탠드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멜로디에 실려 광장으로 퍼져나갔다. 지나가던 커플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흥미롭다는 듯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ムーンライト ムーンライト 答えなんてないくせに“
"何もかも見透かすように ただ僕を照らして“
그 외침이 신호탄이었다. 미유가 스네어 드럼을 미친 듯이 연타했다. 킥 드럼이 심장을 때리는 박동처럼 쿵, 쿵, 바닥을 울렸다. 오토하도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베이스 넥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지판 위를 춤추듯 달렸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던 시선들이 점차 열기로 변해갔다. 라이브 하우스에서 우리를 기다리다 허탕을 치고 나왔던 팬들도 어느새 모여들어서 호응하기 시작한 덕에 우리끼리만 들뜬 채 끝나는 사태만은 면할 수 있었다.
"Rock bottoM이다!""진짜 여기서 하는 거야?""미쳤나 봐, 대박!“
수군거림이 환호성으로 바뀌고 계단 위, 좁은 난간 앞. 변변한 조명조차 없이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무대였지만, 그 어떤 무대보다도 뜨거웠다.
곁에 선 유이를 보았다. 바람에 날리는 하얀 머리카락, 상기된 뺨, 그리고 나를 집어삼킬 듯 바라보는 저 눈동자. 유이는 지금,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조차도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더! 더 질러, 칸나 쨩!“
유이가 내 쪽으로 몸을 숙이며 소리쳤다. 나는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피크를 긁어내렸다. 손끝의 감각이 사라질 정도로 격렬한 속주.
락은 원래부터 반항의 음악이라고 배웠으니, 학생답게 배운대로 보여줄 뿐이다. 이렇게나 짜릿한 범죄라면 몇 번이고 저지를 수 있어.
그때였다. 저 멀리 도로 쪽에서부터 불길한 붉은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위잉- 위잉- 위잉-“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앰프 소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군중들이 술렁거리며 양쪽으로 갈라졌다. 제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경광봉을 휘두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미나토 경찰서 생활안전과입니다.“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도, 고함도 아니었다. 맥이 탁 풀릴 정도로 건조하고 사무적인 확성기 소리가 앰프 소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인근 주민 및 상가로부터 소음 민원이 다수 접수되었습니다. 현재 시각부로 공연을 중단하고 즉시 해산해 주십시오. 다시 알립니다. 즉시 해산해 주십시오.“무언가에 쫀 듯 오토하의 베이스가 조금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허나, 어쩌란 말인가. 연주는 연주로 덮는다. 소음은 소음으로 덮는다. 더욱 격렬하게 손을 움직이며 소리쳤다.
"멈추지 마!!!“
미유는 씨익 웃으며 드럼을 더 세게 때려 박았다. 오토하는 겁먹은 표정이면서도 베이스 연주를 멈추지 않는, 기묘한 뚝심을 보여주었다. 어째서인지, 멈춰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관들은 어느새 계단 바로 아래까지 도착해 관객들을 정리하던 사카타씨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막으려는 사카타씨를 뚫고 기어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학생들, 안 들려? 끄라고. 허가증 있어? 없지?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 거 학교에서 안 배웠어?“
훈계였다. 범죄자를 대하는 게 아니라, 담배 피우다 걸린 고등학생을 대하는 말투. 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툭 끊어졌다. 곡의 하이라이트가 남아있었다. 유이가 경찰을 보며, 아니, 경찰 너머의 세상을 향해 절규하듯 고음을 쏘아 올렸다.
”이것들이 진짜…… 좋게 말하니까."
기타를 잡아채려는 경관을 향해 뛰어들어서 그를 넘어뜨린다. 아직 연주가 끝나지 않았는데 무대위에 올라오는 악질에게는 적당한 대처였다.
사이렌의 붉은 불빛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유이의 얼굴을 비췄다. 붉게 물들었다가, 어둠에 잠겼다가, 다시 붉게 타오르는 그 모습. 마치 무대 조명 같았다. 가장 위험하고, 가장 자극적인 조명.
유이의 선창에 관객들이 떼창으로 화답했다.
뚝.
전원이 끊겼다. 광장에 정적이 찾아왔다. 거친 숨소리와 파도 소리만이 남았다. 경관은 한숨을 푹 쉬더니 이윽고 뽑아낸 전원 플러그를 보여주며 흔들어보였다.
"짐 싸라. 그리고 신분증이랑 학생증 다 꺼내. 부모님한테 연락할 거니까."
숨을 헐떡이며 올라온 경찰관이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땀범벅이 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꼴사나운 몰골이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옷은 땀에 젖었고, 이제 곧 경찰서에 끌려가 조서를 쓰게 생겼다.
하지만 유이는 웃고 있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였다.하지만, 아직 안끝났어."……어?" "끝난 거야?"관객들의 웅성거림이 파도 소리와 섞여 들려왔다. 앰프의 웅웅거리는 잔향조차 남지 않은, 완벽한 적막.
경찰관은 허리를 펴며 만족스러운 듯 손을 탁탁 털었다.
"자, 다들 짐 싸라. 집에 갈 시간이다.“
그는 이 상황이 정리되었다고 믿었다. 전기가 끊긴 전자악기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니까. 어른들의 상식으로는 그게 맞았다.
하지만, 그 순간.
쾅!!!!
경찰관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소리는 죽지 않았다. 시마무라 미유였다. 그녀는 전원이 꺼진 상황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의 체중을 실어 스네어 드럼을 내려쳤다.
앰프를 통하지 않은 드럼의 날것 그대로의 타격음이 광장의 적막을 찢어발겼다. 미유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혀를 길게 내빼고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하!! 누가 끝이래?! 드럼은 전기 안 먹거든?!!“
두구두구두구두구- 미유의 폭주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리듬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두드림이었다.
그 소리가 신호탄이 되었다. 내 혈관 속에서 갈 곳을 잃고 역류하던 열기가 다시금 폭발했다.
나는 기타 넥을 부러뜨릴 기세로 움켜쥐었다. 챙! 채앵- 틱, 틱- 전기가 통하지 않는 일렉트릭 기타는 모기 우는 듯한 쇳소리밖에 내지 못한다. 그 초라하고 볼품없는 생톤(Raw tone). 하지만 상관없었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내 손가락이 찢어질 때까지 긁어대면 그만이다.
나는 피크를 던져버리고 맨손으로 줄을 뜯기 시작했다. 검지 끝이 터져 붉은 피가 기타 줄에 묻어났다.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비릿한 감각이 나를 더 흥분시켰다. 고작해야 피가 좀 난다고 멈출 연주였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으니까.
"미, 미친…… 너희들 뭐 하는 거야! 그만두라니까!"
경찰관이 당황해서 소리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미 미유의 드럼 소리에 묻혀버렸다.
오토하도 베이스를 끌어안고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현을 뜯고 있었다. 앰프가 꺼져 벙벙거리는 줄소리만 났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심지어 이성적이던 미온조차, 소리가 나지 않는 신디사이저 건반을 내리치며 무언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유이는 마이크가 꺼진 것을 확인하자 미련 없이 그것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모았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아니, 자신을 가로막는 세상의 모든 벽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안 들려?!! 안 들리면 들릴 때까지 질러줄게!!!“
유이의 생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음향 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육성. 목이 쉬어 갈라지고 삑사리가 났지만, 그 처절한 외침은 앰프 소리보다 더 깊게 관객들의 가슴에 박혔다.
그녀는 나를 보며 울부짖듯 웃었다.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
헤즈가 있다. 목이 나간채로 절규하는 유이의 목소리를 따라 관중들은 함께 노래한다.
관객들이 하나둘 휴대폰 플래시를 켰다. 수백 개의 작은 불빛이 전기가 끊긴 우리의 무대를 비췄다. 어떤 화려한 조명보다 눈부신 광경이었다.
경찰관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소리가 나지 않는 기타를 피가 나도록 긁어대는 여자애와, 목이 찢어져라 생목으로 노래하는 보컬, 그리고 미친 듯이 드럼을 부수는 드러머. 공포스럽게까지도 느껴지는 집단광기의 현장.
우리는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았다. 유이의 목소리가 완전히 쉬어버리고, 내 기타 줄이 두 개나 끊어지고, 미유가 탈진해서 드럼 위에 쓰러질 때까지.
"……칸나 쨩."
"왜."
"우리, 위약금 받길 잘했네.“
유이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현금 봉투를 꺼내 흔들었다.
"벌금 낼 돈, 충분하지?“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경찰관이 황당하다는 듯 우리를 쳐다봤지만 상관없었다.
"그래. 아주 넉넉해.“
나는 기타를 메고 경찰관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 세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우리가 이겼다.
형광등이 징징거리는 소리를 내며 깜빡거렸다. 그 하얗고 신경질적인 불빛 아래, 우리는 죄인처럼 일렬로 앉아 있었다.
"하아…….“
나는 등받이도 없는 딱딱한 나무 의자에 머리를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방금 전까지 오다이바의 밤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러대던 기억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남은 것은 땀에 젖어 차갑게 식은 교복 셔츠와, 욱신거리는 손가락 끝의 통증뿐이었다.
"…….“
옆자리에서 미유가 멍하니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드럼 스틱을 너무 세게 쥐었던 탓에 물집이 잡히고 터져 있었다. 오토하는 아예 고개를 푹 숙인 채 훌쩍거리고 있었고, 미온은 경찰관에게 압수당한 태블릿을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직 유이만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저 태평함은 멍청한 건지, 아니면 그릇이 큰 건지.
"오토마치 칸나. 보호자 왔다.“
데스크에 앉아 있던 늙은 경찰관이 사무적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심장이 덜컥, 하고 내려앉았다. 올 것이 왔다.
철문이 열리고 익숙한 구두 소리가 들렸다. 굽이 닳아서 터벅터벅, 힘없는 소리가 나는 구두.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들어오자마자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남자. 내 아버지였다. 후줄근한 양복, 며칠은 입은 듯 구겨진 셔츠, 그리고 나와 같은 오렌지색 머리카락. 한때는 무대 위에서 기타를 멨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초라한 중년의 회사원.
"애가 아직 철이 없어서…… 제가 교육을 잘못 시켰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변상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아버지는 경찰관에게, 그리고 피해자 조사를 받으러 온 공원 관리소 직원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비굴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역겨워서, 나는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사과하지 마.‘
속으로 외쳤다.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 소리를 지른 게 죄야? 전기를 끊어버린 건 저쪽이잖아. 우리는 끝까지 연주했을 뿐이라고. 당신처럼 도망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계속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그 말은 마치 내 음악을 부정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훈방 조치로 풀려난 뒤, 경찰서 정문 앞. 다른 멤버들은 각자의 부모님 차를 타고, 혹은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기는 글러버린 모양이다. 유이조차 검은 세단을 타고 가며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
심야의 도쿄는 서늘했다. 나와 아버지만 덩그러니 남았다.
"……타거라.“
아버지가 가리킨 곳에는 낡은 경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나는 말없이 조수석에 탔다. 차 안에서는 퀴퀴한 담배 냄새와, 아버지가 즐겨 듣는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났다.
시동을 걸고 한참을 달릴 때까지, 차 안에는 침묵만 감돌았다. 나는 창밖만 바라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몰골은 엉망진창이었다. 헝클어진 머리, 눈밑의 다크서클.
"……손.“
아버지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
"뭐?"
"손가락, 다 터졌더구나.“
아버지는 운전대를 잡은 채 앞만 보고 있었다.
"전기 끊긴 기타를 그렇게 무식하게 긁어대면 넥 휜다. 손가락 신경도 다 나가고."
"……상관없어."
"상관없긴. 기타리스트한테 손가락이 생명인데.“
아버지는 신호 대기에 걸리자,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무릎 위에 툭 던졌다. 편의점에서 파는 소독약과 밴드, 그리고 캔 커피였다.
"바르고 마셔라. 속 쓰리다.“
나는 무릎에 놓인 물건들을 내려다보았다. 화를 내거나, "다신 밴드 하지 마라"고 소리지를 줄 알았다. 차라리 그랬으면 대들기라도 했을 텐데. 이런 식의 미지근한 걱정은 반칙이다.
"……아빠"
"왜."
"밴드, 왜 관뒀어.“
내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아버지를 상처 입히고 싶었다.
"난 아빠가 연주하는 기타가 좋았거든.”
아버지는 대답 없이 담배를 한 대 입에 물었다가, 내가 있는 걸 깨닫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신호가 바뀌고 차가 다시 출발했다.
"……들었어."
"뭐를?"
"마지막에. 전원 나가고 나서 네가 쳤던 거.“
아버지가 룸미러로 나를 힐끗 보았다. 그 눈빛은, 피곤에 쩔어있는 회사원의 눈이 아니었다. 아주 잠깐, 옛날의 그 날카로운 뮤지션의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깡통 기타 소리. 그거 내는 거 쉽지 않아. 앰프 믿고 대충 치던 놈들은 소리도 안 나지."
"……."
"근데 들리더라. 차 안에서 창문 열고 듣는데, 네 기타 소리가 뚫고 들어오더구나.“
아버지는 핸들을 톡톡 두드렸다.
"소리는 엉망이었는데…… 기세는 좋았다."
"……."
"나도 옛날에, 딱 한 번 그래본 적이 있었지. 쫓겨나면서도 멈추기 싫어서, 바닥에 드러누워서 쳤던 적이.“
아버지는 피식 웃었다. 자조적인 웃음이 아니라, 무언가 그리운 것을 떠올리는 듯한 웃음이었다.
"망신은 내가 당했지만, 기분은 네가 더 좋았겠네. 그럼 됐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남자는 알고 있다. 내가 느꼈던 그 광기, 그 해방감. 모든 것이 차단된 상태에서 오직 내 손가락과 목청만으로 세상을 뚫어버리는 그 쾌감을.
아버지는 실패한 뮤지션이다. 현실에 져서 기타를 놓아버린 패배자다. 하지만, 적어도 내 기타 소리를 이해하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아빠는 말이야. 밴드라는 건 전쟁인줄 알았다.”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다 때려눕혀버리고 음악으로 증명하면 모든게 다 해결될 줄 알았어.”
나는 캔 커피를 땄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따뜻하고 씁쓸한 액체가 목구멍을 넘어갔다. 욱신거리는 손가락 끝이 조금 덜 아픈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더구나. 얼마나 좋은 음악을 내도, 수익은 그만큼 나오지 않아. 애초에 모두가 나처럼 절실하게 음악을 하던 것도 아니고 나 혼자 연주한들 즐겁지도 않지.”
“......”
“그렇다고 해서 연주를 멈췄다간 내 인생이 허사가 되는 것 같고, 그렇다고 계속 연주를 하자니 월세 납부일은 매번 돌아오고. 그때마다 너희 엄마가 괜찮은 척 하면서 웃는걸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더구나.”
차는 집이 아닌, 내가 지내고 있는 밴드의 아지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알려준 적도 없었는데 잘도 찾아오는구나.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멈추지 않을 거란 것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고, 함께 음악을 시작했던 라이벌들도 다들 멋대로 밴드를 때려쳤더구나. 나는 깨닫는게 너무 늦어버렸어.”
“하지만, 난 좋았어.”
“알고 있다. 알고 있어. 너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계속했던 거니까. 하지만 안되더구나. 그렇게 살고싶어 할수록 이상과는 점점 더 멀어져가서 여기까진 오고싶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 쯤, 인생의 중심에서는 조금 떨어뜨려 놓더라도 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과 꿈을 포기하면서도 해야만 하는 것을 알아버렸단다.”
골목 어귀에 차가 멈췄다. 나는 문을 열고 내렸다. 차 문을 닫으려는데, 아버지가 창문을 내렸다.
"칸나야.“
"……왜.“
"그 보컬 친구. 목소리 좋더라. 놓치지 말거라.“
아버지는 그 말만 남기고 차를 돌렸다. 멀어지는 낡은 경차의 후미등을 보며, 나는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나는 손에 쥐어진 밴드를 꽉 쥐었다. 패배자의 등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밴드를 뜯어 피가 맺힌 검지 끝에 감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버지의 칭찬인지 넋두리인지 모를 그 말을 연료 삼아, 나는 다시 바닥에서 기어 올라갈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인생이니까.
”여전히 무책임해.“
책임전가다. 자신의 실패를, 가족을 위해서라고 포장해둔다면 그거야 보기 좋겠지. 굴복한 사람의 말을 들어줄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부족한 것들을 타인을 통해 채우려는 행동. 그래서는 안 된다. 그저, 그것을 깨달았다. 이미 달리기로 정했으니, 고작 이런걸로 멈출 수는 없었다.
“더블부킹?”
“아아~ 정말로 미안해 얘들아!”
RomoS와의 대반 이후로 몇 달이 지났다. 언더그라운드를 자칭하는 주제에 뒷배로 거물이 붙어있다며 비아냥거리는 안티들도 생겼고, 반대로 그 대반의 충격적인 퍼포먼스에 매료된 코어 팬층도 확실히 다져졌다. 덕분에 구독자는 8만 명을 넘어서며 꾸준히 우상향 중이었고, 이제는 나름 흥행력을 인정받아 이런저런 기획 공연에 초청받는 일도 늘었다.
이케부쿠로의 눅눅한 지하를 벗어나, 오다이바에 있는 대형 라이브 하우스. ‘인디즈 페스티벌’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최근 씬에서 주목받는 밴드들을 모아놓았다는 나름 괜찮은 취지의 공연이었다. 우리 역시 만장일치로 출장을 결정했지만, 마침 딱 같이 초청을 받은 다른 밴드와 시간이 겹쳐버렸던 모양이다.
“공연 직전에 이딴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아니 뭐 그래도 위약금은 받지 않았슴까. 어중간한 놈들 보단 양심적이었슴다.”
“그건 그렇지만.”
우리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 구석 자리에 처박혀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감자튀김과 드링크바에서 떠온 멜론 소다, 그리고 꽤 두툼한 현금 봉투가 놓여 있었다. 주최 측이 미안하다며 쥐여준 위약금이었다.
"……돈은 꽤 되네.“
미유는 봉투 안의 지폐를 세어보더니 피식 웃었다.
"이 정도면 오늘 밴드 회식 거하게 하고도 남겠어. 어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노동 시간 0분에 수익 발생. 개이득 아니야?“
미유는 짐짓 밝게 말하며 감자튀김을 입에 넣었지만, 씹는 소리가 유난히 거칠었다. 그녀 역시 납득하지 못한 것이다. 맞은편에 앉은 미온은 연신 빨대를 씹어대며 짜증을 냈다.
"그거랑은 다르지 않슴까. 오토하씨도 저렇게 되버렸고“
그 말대로 오토하는 테이블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새 줄."
"응?"
"어제 큰맘 먹고 베이스 줄, 제일 비싼 걸로 갈았단 말이야…… 오늘 라이브 하려고…….“
오토하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나는 말없이 빨대를 씹었다. 멜론 소다의 단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입안이 썼다. 이케부쿠로에서 여기까지, 그 무거운 장비를 싣고 왔다. 차 안에서 가사를 되뇌고, 손가락을 풀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그 모든 열기가 갈 곳을 잃고 내장 안에서 부글거리고 있었다.
이대로 집에 간다고? 위약금으로 밥이나 쳐 먹고, "오늘은 운이 없었네"라며 웃어넘긴다고? 그건 어른들이나 하는 짓이다. 합리적이고, 쿨하고, 패배에 익숙한 어른들. 우리같은 놈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단 말이야.
"저기, 칸나 쨩.“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오토노세 유이가 입을 열었다. 유이의 시선은 레스토랑 창너머, 오다이바의 해변 공원을 향해 있었다.
"여기, 사람 엄청 많다." "주말이잖아. 대부분은 관광객일걸" "저 사람들, 다들 웃고 있네. 즐거워 보여.“
유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 눈동자는 텅 비어 있는 동시에, 기이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게릴라 라이브하자!!!”"……뭐?""뭐? 가 아니야!!!이대로 돌아가면 다들 괜히 찝찝하잖아?“
유이가 내 손을 덮어왔다. 뜨거웠다. 순간,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래. 멍청하게 앉아서 감자튀김이나 먹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가 누구한테 허락받고 노래하는 밴드였던가?
"……미온."
내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이 근처, 전력 끌어쓸 만한 곳 있어?“
미온은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근처의 지도를 띄웠다."오다이바 해변 공원 남쪽 광장에서 한다던 축제가 좀 있음 끝날검다. 아마 푸드트럭같은것도 슬슬 떠날테고... 아마도 지금부터 뛰면 될 검다."
"미유. 차에 실린 장비, 들고 뛸 수 있어?“"아~ 귀찮은데. 드럼 세트를 다 꺼내는 건 무리야."
미유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사탕을 깨물었다."스네어랑 킥, 하이햇 정도면 들고 뛸 만하지. 깡통 소리 나도 책임 안 진다?“
"오토하선배.“"으, 응?!“
"매일 선배 따라다니던 사카타씨한테 연락해서 기재 좀 가져다 달라고 해주세요.“
엎드려 있던 오토하가 벌떡 일어났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할게! 아마 아직 이 근처에 있을거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약금 봉투를 집어 들었다.
"잘 들어. 지금부터 이 돈은 회식비가 아니라 벌금이다.""벌금?""불법 점거, 소음 유발, 공공장소 소란. 경찰 오면 낼 돈 미리 챙겨두는 거라고.“
멤버들의 얼굴에 그제야 생기가 돌았다. 범죄 모의. 혹은 혁명 준비. 우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멜론 소다를 원샷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전 시간은 30분 뒤. 해가 완전히 지고, 라이브 하우스에서 관객들이 쏟아져 나올 때다.“
내가 선언하자 유이가 환하게 웃었다."응! 최고의 무대가 될 거야, 칸나 쨩!“
우리는 레스토랑을 나섰다. 해가 지고 있었다. 오다이바의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레인보우 브릿지에 하나둘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 이제 곧, 우리의 노이즈로 엉망진창이 될 풍경이었다.
"가자. 장비 챙겨.“
주차장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예정된 무대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도시의 모든 곳이 우리의 무대가 되었다.
30분 뒤, 오다이바 해변 공원. 자유의 여신상 모조품이 내려다보이는 광장 계단 위.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세팅 완료... 인데 진짜 하는검까 우리들?“
미온이 믹서의 노브를 돌리며 신호를 보냈다.
"이제와서 물어? 제일 흥분했으면서.”
“다들 미안!!! 앰프도 다 챙겨왔어!!!”
“딱 좋을 때 오셨어요.”
미유가 스틱을 돌리며 윙크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힐끔거리며 쳐다봤다."뭐야? 버스킹인가?" "장비가 꽤 본격적인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라이브 하우스 공연이 끝나고 쏟아져 나온 관객들도 웅성거리며 발길을 멈췄다.
나는 앰프 앞에 섰다. 바다 냄새 섞인 바람. 수백 개의 시선. 그리고 내 옆에 선 유이.유이는 마이크를 잡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눈을 감고, 세상의 소음을 빨아들이는 듯한 모습.
"준비됐지, 유이."
"응. 걱정하지 마. 칸나 쨩.“
볼륨을 올린다. 고요한 밤바다를 향해서, 코드가 내려꽂힌다.
콰아앙-!!!
폭음이 광장을 뒤흔들었다. 갈 곳 잃었던 우리의 열기가, 억울함이, 분노가, 마침내 출구를 찾았다.
"Rock bottoM. 스타트는 신곡입니다.”
“...月光”
내 손가락 끝에서 터져 나온 디스토션 사운드가 오다이바의 짠내 나는 밤바람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라이브 하우스의 잘 정돈된 음향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칠고 날카로운 소리였다. 스피커가 비명을 지르고 앰프가 과부하로 웅웅거렸지만, 그 찌그러진 노이즈마저 우리의 일부였다.
https://suno.com/s/2zdCOhFRMlN9ozji
"...エンジンの低い唸り アスファルトを滑ってく“
유이가 마이크 스탠드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멜로디에 실려 광장으로 퍼져나갔다. 지나가던 커플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흥미롭다는 듯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ムーンライト ムーンライト 答えなんてないくせに“
"何もかも見透かすように ただ僕を照らして“
그 외침이 신호탄이었다. 미유가 스네어 드럼을 미친 듯이 연타했다. 킥 드럼이 심장을 때리는 박동처럼 쿵, 쿵, 바닥을 울렸다. 오토하도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베이스 넥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지판 위를 춤추듯 달렸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던 시선들이 점차 열기로 변해갔다. 라이브 하우스에서 우리를 기다리다 허탕을 치고 나왔던 팬들도 어느새 모여들어서 호응하기 시작한 덕에 우리끼리만 들뜬 채 끝나는 사태만은 면할 수 있었다.
"Rock bottoM이다!""진짜 여기서 하는 거야?""미쳤나 봐, 대박!“
수군거림이 환호성으로 바뀌고 계단 위, 좁은 난간 앞. 변변한 조명조차 없이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무대였지만, 그 어떤 무대보다도 뜨거웠다.
곁에 선 유이를 보았다. 바람에 날리는 하얀 머리카락, 상기된 뺨, 그리고 나를 집어삼킬 듯 바라보는 저 눈동자. 유이는 지금,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조차도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더! 더 질러, 칸나 쨩!“
유이가 내 쪽으로 몸을 숙이며 소리쳤다. 나는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피크를 긁어내렸다. 손끝의 감각이 사라질 정도로 격렬한 속주.
락은 원래부터 반항의 음악이라고 배웠으니, 학생답게 배운대로 보여줄 뿐이다. 이렇게나 짜릿한 범죄라면 몇 번이고 저지를 수 있어.
그때였다. 저 멀리 도로 쪽에서부터 불길한 붉은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위잉- 위잉- 위잉-“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앰프 소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군중들이 술렁거리며 양쪽으로 갈라졌다. 제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경광봉을 휘두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미나토 경찰서 생활안전과입니다.“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도, 고함도 아니었다. 맥이 탁 풀릴 정도로 건조하고 사무적인 확성기 소리가 앰프 소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인근 주민 및 상가로부터 소음 민원이 다수 접수되었습니다. 현재 시각부로 공연을 중단하고 즉시 해산해 주십시오. 다시 알립니다. 즉시 해산해 주십시오.“무언가에 쫀 듯 오토하의 베이스가 조금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허나, 어쩌란 말인가. 연주는 연주로 덮는다. 소음은 소음으로 덮는다. 더욱 격렬하게 손을 움직이며 소리쳤다.
"멈추지 마!!!“
미유는 씨익 웃으며 드럼을 더 세게 때려 박았다. 오토하는 겁먹은 표정이면서도 베이스 연주를 멈추지 않는, 기묘한 뚝심을 보여주었다. 어째서인지, 멈춰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관들은 어느새 계단 바로 아래까지 도착해 관객들을 정리하던 사카타씨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막으려는 사카타씨를 뚫고 기어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학생들, 안 들려? 끄라고. 허가증 있어? 없지?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 거 학교에서 안 배웠어?“
훈계였다. 범죄자를 대하는 게 아니라, 담배 피우다 걸린 고등학생을 대하는 말투. 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툭 끊어졌다. 곡의 하이라이트가 남아있었다. 유이가 경찰을 보며, 아니, 경찰 너머의 세상을 향해 절규하듯 고음을 쏘아 올렸다.
”이것들이 진짜…… 좋게 말하니까."
기타를 잡아채려는 경관을 향해 뛰어들어서 그를 넘어뜨린다. 아직 연주가 끝나지 않았는데 무대위에 올라오는 악질에게는 적당한 대처였다.
사이렌의 붉은 불빛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유이의 얼굴을 비췄다. 붉게 물들었다가, 어둠에 잠겼다가, 다시 붉게 타오르는 그 모습. 마치 무대 조명 같았다. 가장 위험하고, 가장 자극적인 조명.
유이의 선창에 관객들이 떼창으로 화답했다.
뚝.
전원이 끊겼다. 광장에 정적이 찾아왔다. 거친 숨소리와 파도 소리만이 남았다. 경관은 한숨을 푹 쉬더니 이윽고 뽑아낸 전원 플러그를 보여주며 흔들어보였다.
"짐 싸라. 그리고 신분증이랑 학생증 다 꺼내. 부모님한테 연락할 거니까."
숨을 헐떡이며 올라온 경찰관이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땀범벅이 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꼴사나운 몰골이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옷은 땀에 젖었고, 이제 곧 경찰서에 끌려가 조서를 쓰게 생겼다.
하지만 유이는 웃고 있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였다.하지만, 아직 안끝났어."……어?" "끝난 거야?"관객들의 웅성거림이 파도 소리와 섞여 들려왔다. 앰프의 웅웅거리는 잔향조차 남지 않은, 완벽한 적막.
경찰관은 허리를 펴며 만족스러운 듯 손을 탁탁 털었다.
"자, 다들 짐 싸라. 집에 갈 시간이다.“
그는 이 상황이 정리되었다고 믿었다. 전기가 끊긴 전자악기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니까. 어른들의 상식으로는 그게 맞았다.
하지만, 그 순간.
쾅!!!!
경찰관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소리는 죽지 않았다. 시마무라 미유였다. 그녀는 전원이 꺼진 상황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의 체중을 실어 스네어 드럼을 내려쳤다.
앰프를 통하지 않은 드럼의 날것 그대로의 타격음이 광장의 적막을 찢어발겼다. 미유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혀를 길게 내빼고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하!! 누가 끝이래?! 드럼은 전기 안 먹거든?!!“
두구두구두구두구- 미유의 폭주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리듬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두드림이었다.
그 소리가 신호탄이 되었다. 내 혈관 속에서 갈 곳을 잃고 역류하던 열기가 다시금 폭발했다.
나는 기타 넥을 부러뜨릴 기세로 움켜쥐었다. 챙! 채앵- 틱, 틱- 전기가 통하지 않는 일렉트릭 기타는 모기 우는 듯한 쇳소리밖에 내지 못한다. 그 초라하고 볼품없는 생톤(Raw tone). 하지만 상관없었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내 손가락이 찢어질 때까지 긁어대면 그만이다.
나는 피크를 던져버리고 맨손으로 줄을 뜯기 시작했다. 검지 끝이 터져 붉은 피가 기타 줄에 묻어났다.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비릿한 감각이 나를 더 흥분시켰다. 고작해야 피가 좀 난다고 멈출 연주였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으니까.
"미, 미친…… 너희들 뭐 하는 거야! 그만두라니까!"
경찰관이 당황해서 소리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미 미유의 드럼 소리에 묻혀버렸다.
오토하도 베이스를 끌어안고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현을 뜯고 있었다. 앰프가 꺼져 벙벙거리는 줄소리만 났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심지어 이성적이던 미온조차, 소리가 나지 않는 신디사이저 건반을 내리치며 무언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유이는 마이크가 꺼진 것을 확인하자 미련 없이 그것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모았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아니, 자신을 가로막는 세상의 모든 벽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안 들려?!! 안 들리면 들릴 때까지 질러줄게!!!“
유이의 생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음향 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육성. 목이 쉬어 갈라지고 삑사리가 났지만, 그 처절한 외침은 앰프 소리보다 더 깊게 관객들의 가슴에 박혔다.
그녀는 나를 보며 울부짖듯 웃었다.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
헤즈가 있다. 목이 나간채로 절규하는 유이의 목소리를 따라 관중들은 함께 노래한다.
관객들이 하나둘 휴대폰 플래시를 켰다. 수백 개의 작은 불빛이 전기가 끊긴 우리의 무대를 비췄다. 어떤 화려한 조명보다 눈부신 광경이었다.
경찰관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소리가 나지 않는 기타를 피가 나도록 긁어대는 여자애와, 목이 찢어져라 생목으로 노래하는 보컬, 그리고 미친 듯이 드럼을 부수는 드러머. 공포스럽게까지도 느껴지는 집단광기의 현장.
우리는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았다. 유이의 목소리가 완전히 쉬어버리고, 내 기타 줄이 두 개나 끊어지고, 미유가 탈진해서 드럼 위에 쓰러질 때까지.
"……칸나 쨩."
"왜."
"우리, 위약금 받길 잘했네.“
유이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현금 봉투를 꺼내 흔들었다.
"벌금 낼 돈, 충분하지?“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경찰관이 황당하다는 듯 우리를 쳐다봤지만 상관없었다.
"그래. 아주 넉넉해.“
나는 기타를 메고 경찰관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 세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우리가 이겼다.
형광등이 징징거리는 소리를 내며 깜빡거렸다. 그 하얗고 신경질적인 불빛 아래, 우리는 죄인처럼 일렬로 앉아 있었다.
"하아…….“
나는 등받이도 없는 딱딱한 나무 의자에 머리를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방금 전까지 오다이바의 밤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러대던 기억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남은 것은 땀에 젖어 차갑게 식은 교복 셔츠와, 욱신거리는 손가락 끝의 통증뿐이었다.
"…….“
옆자리에서 미유가 멍하니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드럼 스틱을 너무 세게 쥐었던 탓에 물집이 잡히고 터져 있었다. 오토하는 아예 고개를 푹 숙인 채 훌쩍거리고 있었고, 미온은 경찰관에게 압수당한 태블릿을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직 유이만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저 태평함은 멍청한 건지, 아니면 그릇이 큰 건지.
"오토마치 칸나. 보호자 왔다.“
데스크에 앉아 있던 늙은 경찰관이 사무적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심장이 덜컥, 하고 내려앉았다. 올 것이 왔다.
철문이 열리고 익숙한 구두 소리가 들렸다. 굽이 닳아서 터벅터벅, 힘없는 소리가 나는 구두.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들어오자마자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남자. 내 아버지였다. 후줄근한 양복, 며칠은 입은 듯 구겨진 셔츠, 그리고 나와 같은 오렌지색 머리카락. 한때는 무대 위에서 기타를 멨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초라한 중년의 회사원.
"애가 아직 철이 없어서…… 제가 교육을 잘못 시켰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변상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아버지는 경찰관에게, 그리고 피해자 조사를 받으러 온 공원 관리소 직원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비굴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역겨워서, 나는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사과하지 마.‘
속으로 외쳤다.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 소리를 지른 게 죄야? 전기를 끊어버린 건 저쪽이잖아. 우리는 끝까지 연주했을 뿐이라고. 당신처럼 도망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계속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그 말은 마치 내 음악을 부정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훈방 조치로 풀려난 뒤, 경찰서 정문 앞. 다른 멤버들은 각자의 부모님 차를 타고, 혹은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기는 글러버린 모양이다. 유이조차 검은 세단을 타고 가며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
심야의 도쿄는 서늘했다. 나와 아버지만 덩그러니 남았다.
"……타거라.“
아버지가 가리킨 곳에는 낡은 경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나는 말없이 조수석에 탔다. 차 안에서는 퀴퀴한 담배 냄새와, 아버지가 즐겨 듣는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났다.
시동을 걸고 한참을 달릴 때까지, 차 안에는 침묵만 감돌았다. 나는 창밖만 바라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몰골은 엉망진창이었다. 헝클어진 머리, 눈밑의 다크서클.
"……손.“
아버지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
"뭐?"
"손가락, 다 터졌더구나.“
아버지는 운전대를 잡은 채 앞만 보고 있었다.
"전기 끊긴 기타를 그렇게 무식하게 긁어대면 넥 휜다. 손가락 신경도 다 나가고."
"……상관없어."
"상관없긴. 기타리스트한테 손가락이 생명인데.“
아버지는 신호 대기에 걸리자,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무릎 위에 툭 던졌다. 편의점에서 파는 소독약과 밴드, 그리고 캔 커피였다.
"바르고 마셔라. 속 쓰리다.“
나는 무릎에 놓인 물건들을 내려다보았다. 화를 내거나, "다신 밴드 하지 마라"고 소리지를 줄 알았다. 차라리 그랬으면 대들기라도 했을 텐데. 이런 식의 미지근한 걱정은 반칙이다.
"……아빠"
"왜."
"밴드, 왜 관뒀어.“
내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아버지를 상처 입히고 싶었다.
"난 아빠가 연주하는 기타가 좋았거든.”
아버지는 대답 없이 담배를 한 대 입에 물었다가, 내가 있는 걸 깨닫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신호가 바뀌고 차가 다시 출발했다.
"……들었어."
"뭐를?"
"마지막에. 전원 나가고 나서 네가 쳤던 거.“
아버지가 룸미러로 나를 힐끗 보았다. 그 눈빛은, 피곤에 쩔어있는 회사원의 눈이 아니었다. 아주 잠깐, 옛날의 그 날카로운 뮤지션의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깡통 기타 소리. 그거 내는 거 쉽지 않아. 앰프 믿고 대충 치던 놈들은 소리도 안 나지."
"……."
"근데 들리더라. 차 안에서 창문 열고 듣는데, 네 기타 소리가 뚫고 들어오더구나.“
아버지는 핸들을 톡톡 두드렸다.
"소리는 엉망이었는데…… 기세는 좋았다."
"……."
"나도 옛날에, 딱 한 번 그래본 적이 있었지. 쫓겨나면서도 멈추기 싫어서, 바닥에 드러누워서 쳤던 적이.“
아버지는 피식 웃었다. 자조적인 웃음이 아니라, 무언가 그리운 것을 떠올리는 듯한 웃음이었다.
"망신은 내가 당했지만, 기분은 네가 더 좋았겠네. 그럼 됐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남자는 알고 있다. 내가 느꼈던 그 광기, 그 해방감. 모든 것이 차단된 상태에서 오직 내 손가락과 목청만으로 세상을 뚫어버리는 그 쾌감을.
아버지는 실패한 뮤지션이다. 현실에 져서 기타를 놓아버린 패배자다. 하지만, 적어도 내 기타 소리를 이해하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아빠는 말이야. 밴드라는 건 전쟁인줄 알았다.”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다 때려눕혀버리고 음악으로 증명하면 모든게 다 해결될 줄 알았어.”
나는 캔 커피를 땄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따뜻하고 씁쓸한 액체가 목구멍을 넘어갔다. 욱신거리는 손가락 끝이 조금 덜 아픈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더구나. 얼마나 좋은 음악을 내도, 수익은 그만큼 나오지 않아. 애초에 모두가 나처럼 절실하게 음악을 하던 것도 아니고 나 혼자 연주한들 즐겁지도 않지.”
“......”
“그렇다고 해서 연주를 멈췄다간 내 인생이 허사가 되는 것 같고, 그렇다고 계속 연주를 하자니 월세 납부일은 매번 돌아오고. 그때마다 너희 엄마가 괜찮은 척 하면서 웃는걸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더구나.”
차는 집이 아닌, 내가 지내고 있는 밴드의 아지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알려준 적도 없었는데 잘도 찾아오는구나.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멈추지 않을 거란 것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고, 함께 음악을 시작했던 라이벌들도 다들 멋대로 밴드를 때려쳤더구나. 나는 깨닫는게 너무 늦어버렸어.”
“하지만, 난 좋았어.”
“알고 있다. 알고 있어. 너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계속했던 거니까. 하지만 안되더구나. 그렇게 살고싶어 할수록 이상과는 점점 더 멀어져가서 여기까진 오고싶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 쯤, 인생의 중심에서는 조금 떨어뜨려 놓더라도 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과 꿈을 포기하면서도 해야만 하는 것을 알아버렸단다.”
골목 어귀에 차가 멈췄다. 나는 문을 열고 내렸다. 차 문을 닫으려는데, 아버지가 창문을 내렸다.
"칸나야.“
"……왜.“
"그 보컬 친구. 목소리 좋더라. 놓치지 말거라.“
아버지는 그 말만 남기고 차를 돌렸다. 멀어지는 낡은 경차의 후미등을 보며, 나는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나는 손에 쥐어진 밴드를 꽉 쥐었다. 패배자의 등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밴드를 뜯어 피가 맺힌 검지 끝에 감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버지의 칭찬인지 넋두리인지 모를 그 말을 연료 삼아, 나는 다시 바닥에서 기어 올라갈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인생이니까.
”여전히 무책임해.“
책임전가다. 자신의 실패를, 가족을 위해서라고 포장해둔다면 그거야 보기 좋겠지. 굴복한 사람의 말을 들어줄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부족한 것들을 타인을 통해 채우려는 행동. 그래서는 안 된다. 그저, 그것을 깨달았다. 이미 달리기로 정했으니, 고작 이런걸로 멈출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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