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5-

#854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5- (1001)

종료
#0에주(xB6cAkpwLC)2025-02-08 (토) 15:23:08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721■-사백오십삼(zFG4gYz3fG)2025-02-10 (월) 16:01:48
광증은 언제나 나의 곁에서 춤을 추고.

창백한 살갗의 손이 오늘도 어김없이 딱딱한 무언가를 매만진다. 우주 정거장 안에서 신분을 인증하는 물건. 사실상 신분증이나 다름없는 물건이다. 얇고 단단한 물건 안에 찍힌 사진과 일렬번호. 그리고 가짜 생일과 가짜 이름.
아냑은 그에게, 연결망에서도 어차피 ‘네모’라고 많이 불리는 김에 ‘네모’라고 여기서도 불리면 어떻느냐 이야기를 했다. 관리자는 그 제안에 큰 감흥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거부감도 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받아들였다. 관리자가 된 이래, 사람들의 삶 속에 섞여 살면서 ‘데이브’라는 이름은 지워진 지 이제 너무 오래되었다.
그는 가능하다면 ‘존 도’라는 작가명을 쓰고 싶었지만, 이제 세상은 가족이란 관념을 공유하지 않고, 그에 따라 가족이 공유하는 이름 역시 짓지 않았다. 데이브는 그것만큼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음울한 얼굴에 잠깐 얕은 미소가 그려졌다가 사라진다.

‘Nemo’. 라고 쓰인 위장 신분증이 그의 목에 걸린다. 달랑거리는 끈을 따라 그의 목에 얌전히 안착한다. 목에 무언가가 닿는 감각은, 관리자의 기분에 따라 시시각각 그 예민함이 바뀌어 갔지만, 요 근래 그 불쾌함은 심해져 갔다. 최근 들어 관리자의 패션은 화려함 보다는 심플함으로 방향을 틀었다. 목을 덮는, 색 하나로 통일된 단출한 상의를 즐겨 입게 되었다는 뜻이다. 관리자는 그게 편했다.

아냑의 우려와 달리, 관리자는 나름대로 이 우주에 표류하다시피 한 우주 정거장 안에서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냥 말을 굉장히 적게 하면 되었고, 말실수를 할까 겁이 나면 잠시 시간을 매우 느리게 흐르게 하면 되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이 사람들이 평소에 하던 대화에서 적당히 많이 듣던 단어를 끄집어낼 수 있었고.
드라이 랩에서 활동하는 데에도 무리는 없었다. 일단 애초에, 그저 옆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의 행동을 복사-적용하면 되는 일이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손의 감각은 자신의 감각인지 아닌지 매우 헷갈렸으나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이제 와서 인간 손의 감각을 그렇게까지 신경 쓸 일인가.

자동으로 일을 하게 내버려둔 몸은 이제 정신만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만이 자유롭게 붕 뜬다. 데이브는 이 시간이 그렇게 달갑지 않았다. 고민거리가 하나 둘 늘어날 때마다 더더욱.

너는 인간이니 세피라니? 왜 그 물음에 그렇게 갑작스레 격한 반응을 보였는지 자신도 모르겠다. 아니, 반은 안다. 너는 세피라면서 왜 인간인 체 하니? 그런 질문이여서 그랬다. 제 사정이 이런데 어쩌겠는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왜?
인간적으로 구는 게 뭐가 어쨌단 말인가. 마치 인간성 일부는 버려야 하는 것마냥. 자신은 자신의 업보를 알았다. 데이브는 자신이 쌓은 피의 강이 아직도 흐르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시체의 산이 채 부패하지 못한 것을 알았다. 새로 써야 하는 묘비의 개수가 억을 넘어갔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았다. 아무렴, 그는 지금 이 세대가 지나고 나서도, 몇십 세대가 지나고, 인류가 멸망할지라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 미래를 아주 잘 알았다.
그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관리자의 시야와 정신 일부가 속삭인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전부 쓸모 없는 생각이기 때문이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일을 네 탓으로 돌리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지.
귓가가 점점 소음에서 멀어진다. 그게 네 인간성이 맞긴 한가? 알량한 양심을 지키기 위해 너 스스로를 공격하기를 선택한 게 아니고?

웅성거림이 그의 귀를 꽉 채우기 시작한다.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게 틀렸다곤 보장 못 해. 난 왜 인간성을 택했지? 넌 처음부터 착하려고 노력하기만 했지 정말 착한 인간도 아니면서. 못 할 짓을 계속 하고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으니까 세계가 망가지는 거야. 솔직히 여길 죄다 갈아엎고 싶잖아, 안 그래-

“네모 씨?”

손에 쥔 것이 없음에도 계속 움직이고 있는 걸 누군가 이상하다고 여겼는지, 그에게 누군가 말을 건다. 네모라고 불린 관리자는 그제서야 이상을 눈치채고 자신의 자리를 옮긴다. 다음에 할 일을 해야지. 여기에 적응해서 기특한 특이점의 걱정거리라도 줄여주는 게 그의 우선 목표 아니었던가.
그는 다시 자리를 잡고, 행동을 복사-적용해서 손을 움직인다. 정교하게 사람들을 관찰하고 세부 조정을 한다. 한참은 반복할 것이다. 조정이 끝나고 나면, 마치 제 안의 다른 누군가가 생각을 말꼬리 잡듯 늘어진다. 또 시작이다.

언제부터 최우선순위가 그거였다고.
기억해, 데이브 에트와일러. 최우선순위는 이 차원의 안녕과 평화잖아. 그래서 매번 그 힘든 운동도 해 나가고 있고, 심지어 효용도 없을 것 같으니 내면에 잠자고 있던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포악한 것을 깨우고 있잖아.
‘네모’는 눈을 굴렸다. 분명 연구실인데,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환자복을 입은 자신이 흐리게 보인다. 확신할 수는 없었다. 또렷한 시야가 아니라 단지 걸치는 시야니까.
그러니까 인간의 시야가 아니라 관리자의 시야를 쓰라고!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렴 그것은 그냥 착각이었는걸. 역시 인간적인 부분을 버려야 해. 안 돼! 버리기 전에 우선 이 차원을 지킬 힘이라도 구축해 놓는 건 어때? 그러려면 역시 이 물러터진 속을 갈아엎어야 해. 어떻게 그 통제광적 성질머리를 다 눌러놓고 적당한 자유, 흘러가는 대로, 물이 흐르는 대로- 같은 걸 보고 있을 수 있지? 관망하는 게 말이 되나? 그 힘을 가지고- 차라리 다 엎어버려. 전부 죽이고 엎고-

“네모 씨, 이제 곧 다음 루틴이야.”
“...아, 감사합니다.”

퍼뜩, ‘네모’라고 불린 남자가 다시 정신을 차린다. 멍하니 일만 반복하는 모습은 역시 기괴하기 짝이 없었나 보다. 웨트 랩과 달리 드라이 랩은 위험성이 적은 실험이 잦다 보니, 저들끼리 수다를 떠는 게 제법 많았다. ‘네모’라 불린 남자는 그 대화에 낄 시간에 생각의 틈바구니에 껴서 숨도 못 쉬고 있었고 다만 그 뿐이었다. 아마 일상적 대화를 하다가 그를 호명하고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게 반복되었을 것이다. ‘네모’라 불린 남자는 비실비실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한 뒤에, 그들이 자신에게 질문했던 것을 뒤늦게 천천히 대답한다. 동료 연구자로 배정된 인간들은- 활자덩어리 축에도 못드는 것들- 아니 잉크덩어리- 아니 사람들! 은 그에게 성심성의껏 반응해 준다.
‘네모’라 불리는 자는 기계적으로 웃으면서 다음 단계로 간다. 이게 마지막 업무다. 연구원들이 ‘네모’라 불리는 자의 이마에 손수건을 슥 대주며 식은땀으 묻어나는지 아닌지 가늠하는 사이에, 그는 이미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생각 또한.

무야.
그 자.
이 모든 생각의 원인이 되는 자.
아니, 따지고 보면 내가 원인이지. 그렇지 않아?
연고 없던 초월자들의 죽음을 엿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지? 거기에 그 자가 관련되어 있다고 했을 때는? 다시금 그 생각이, 그 자가 너로 하여금 풀려났다는 말을 상기했을 때는?
네 손에 흐르는 피는 이제 가지각색이구나. 네 손으로 인해 만들어진 파멸은 이제 네 차원을 넘어섰구나.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고작 그 인간의 영혼적 겉껍질 하나 벗어나지 못해서. 고작 네가 아직 등장인물이라는 착각에 단단히 빠지는 바람에. 고작, 그 하나 때문에 아직도 권능의 미세한 부분만 겨우 다루는, 약하디 약한 설계자야.

가엾은 것. 난 가여운 운명을 살 생각이 없었는데. 왜 나한테 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난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어. 차라리 인간으로 죽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렇게 되길 바란 것도 다 나야. 이 짐을 지지 않을 생각이니? 아니 그건 졌어야 해 내 어깨에 쌓였어야 하는 관과 시체들이야 그래 알고 있잖아 하지만 이제 거기서 탈출해야지 너는 이제 인간이 아니니 너 스스로를 동정할 물건을 더 만들지 마렴 너는 왜냐하면 작가니까! 등장인물로써의 넌 이미 죽었단다 언제 죽었는지 내가 제일 잘 알지 수천번의 죽음이 도사리고 있어 내 안에 숨을 쉬고 태어나고 난 이걸 꺼내야 해 그 자에게 저항하려면! 꺼내면 당연히 위험하겠지 왜냐하면 거기서 시작하는 나는 이 세상이 싫고 나도 싫고- 하지만 넌 원래부터 너를 싫어했잖아?
차라리이세상을버리는건어떨까?전부갈아엎는거야지킬게없어져야원래제일강하잖니.저기저살아숨쉬는사람도네눈에잉크덩어리로보이는건누구나다알아.어차피인류를그렇게사랑하지도않잖아?그냥다시시작하자다시시작하자그러다보면언젠가는널죽일존재도나오겠지!

쨍그랑.

“...그거 깨졌어요.”
“아.”
“손에 피 나는데, 괜찮아요?”
“...의무, 실, 에, 가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데이브는 생각을 끊었다.
공허한 바깥을 생각에 가득 담았다. 한결 나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얕은 자책이 은하수처럼 반짝이면서 흐르다가, 곧 그것마저 거대한 공허 속 하나의 은하였음을 들키고는 점처럼 사라진다.

세상의 책임자가 미쳐선 안 됐다.
...절대로.
미쳐서도 안 됐고 미치는 티도 내선 안 됐다.
결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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