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64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31-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5-11-30 (일) 07:03:12
갱신일:2025-12-07 (일) 06:52:36
#0에주(hNEXf8lJw6)2025-11-30 (일) 07:03:12
위키: https://opentalkwiki.mycafe24.com/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727아카주(S9X8v8Zoq6)2025-12-06 (토) 00:44:49
연습이 끝난 직후의 스튜디오 공기는 늘 비릿하다.
손가락 끝을 파고든 쇠줄의 녹 냄새, 진공관 앰프가 열기를 식히며 내뱉는 매캐한 먼지 냄새, 그리고 내 옆에서 쉴 새 없이 종알거리는 오토노세 유이에게서 풍겨오는, 미지근하게 데워진 금목서 향기.
그 달큰하고 눅진한 체취가 폐부로 스며들 때마다, 나는 곤두섰던 신경이 아주 조금 느슨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이 위태로운 생명체가 내 곁에서 무사히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래서 아까 미유 쨩이 말이야~."
유이의 목소리가 귓가를 웅웅 맴돌았다. 나는 기타 케이스의 멜빵이 어깨를 파고드는 감각에 집중하며, 시선은 아스팔트 바닥의 틈새를 쫓았다.
이 녀석과 나란히 걸을 때마다, 나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묶여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로의 목을 조르면서도, 결코 끊어낼 수 없는 질긴 실로.
그때였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일상의 균형이, 아주 사소한 틈으로 무너져 내린 것은.
"앗……."
짧고 가느다란 신음. 내 시야 구석에 걸려 있던 하얀 그림자가 속절없이 기울어졌다.
마치 슬로모션처럼, 유이의 몸이 지면을 향해 무너져 내렸다.
콰당탕-!
등 뒤에서 내 분신이나 다름없는 기타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소리가 났지만, 내 귀에는 유이의 신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유이."
목소리가 형편없이 메말라 있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하얀 덩어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웅크린 작은 어깨. 나는 손을 뻗었지만, 감히 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손을 대면 이 연약한 존재가 바스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아으…… 아파……."
유이가 고통 때문에 미간을 찌푸리며 무릎을 감싸 쥐었다. 치맛자락 아래로 드러난 하얀 무릎에, 이질적이고 선명한 붉은 선들이 그어져 있었다.
피다.
그 비현실적인 색채를 마주한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오직 내 거친 숨소리와, 눈앞의 상처만이 선명해졌다.
속이 울렁거렸다. 현기증이 일었다.
화가 났다. 하지만 그 분노의 끝은 언제나 나 자신을 향해 있었다.
너를 이 시끄럽고 거친 바닥으로 끌어들인 건 나였다. 네 안의 텅 빈 공허함을 내 이기적인 복수심과 음악으로 채우려 했던 것도 나였다.
그러니 네 몸에 난 상처는, 결국 내가 만든 것이다.
내가, 책임져야해.
"너, 진짜……."
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가방에서 소독 티슈와 밴드를 꺼냈다. 언제부터인가 습관처럼 챙겨 다니게 된, 너를 위한 속죄의 증거들.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덧날거야."
나는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리며 유이의 발목을 잡았다. 한 손에 다 잡히는 가느다란 발목. 이토록 연약한 다리로 너는 어떻게 내 그 폭력적인 연주를 버텨내고 있는 걸까.
소독 티슈를 상처에 대자, 하얀 다리가 움찔하고 떨렸다. 그 미세한 진동이 내 심장까지 전해졌다.
"아, 미안. 많이 아파?"
나는 황급히 손을 뗐다. 식은땀이 흘렀다.
무대 위에서 그토록 잔혹하게 기타를 다루던 내가, 고작 이 작은 상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앞은 보고다녀. 이게 뭐야 진짜."
불평을 토해내지만, 유이는 항상 이랬으니까.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냥,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마가 끼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나는 홀린 듯이 유이의 무릎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금목서 향기와 비릿한 피 냄새가 섞여 훅 끼쳐왔다. 나는 그 냄새를 깊이 들이마시며, 조심스럽게 상처 위에 숨을 불어넣었다.
내 숨이 닿을 때마다 네 살갗이 반응하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유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으면서, 입꼬리는 해사하게 올라가 있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헛기침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헤, 칸나 쨩. 다정한 얼굴 하고 있네."
저, 저 멍청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데.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솟았다. 그것은 단순한 사랑이나 우정 따위로 정의할 수 없는, 훨씬 질척하고 무거운 무언가.
진실은 무거웠다. 유이는 아마 아직도 나를 그런 식으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너를 증오했던 시간, 너를 이용했던 시간, 그리고 너로 인해 구원받았던 모든 순간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아직도 내 가슴을 후벼파고 있는거겠지.
"웃지 마. 하나도 안 다정해."
나는 쏘아붙이며 등을 돌려 댔다.
"업혀."
"응? 에이, 괜찮아. 걸을 수 있는데."
"시끄러워. 또 넘어져서 내 속 뒤집어놓지 말고, 얌전히 업히라고."
내 강압적인 태도에 유이가 못 이기는 척 내 등에 매달렸다.
목을 감아오는 가느다란 팔. 등에 밀착되는 부드러운 곡선. 귓가에 닿는 뜨겁고 규칙적인 숨결.
나는 유이를 고쳐 업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널브러진 기타 케이스를 손으로 들었다. 2명 분이었지만 등 뒤의 무게감이 더 묵직했다.
단순한 체중이 아니었다. 이 녀석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의 무게였다.
'……무거워.'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무거운 것을 내려놓는 순간, 나는 다시 길을 잃고 헤매게 되리라는 것을.
이 무게감이 나를 이 세상에 발붙이게 하고, 나를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나는 녀석이 떨어질세라 허벅지를 받친 팔에 힘을 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서로의 흉터를 핥아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등 뒤에서 유이가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박자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 어두워진 강변도로 위로, 기이하게 하나가 된 우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연습이 끝나고 돌아가는 강변도로.
해 질 녘의 바람은 선선했지만, 내 옆을 걷는 오토마치 칸나의 존재감은 언제나처럼 데일 듯이 뜨거웠다.
칸나 쨩은 묵직한 기타 케이스를 메고 말없이 앞서 걷고 있었다. 아스팔트 바닥의 틈새를 쫓는 시선. 아마 방금 합주했던 신곡의 리프를 머릿속으로 치열하게 복기하고 있겠지. 저 오렌지색 머리카락 아래서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을 저 아이의 세상.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칸나쨩이 날 의식하게 만드는 것은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도 활동을 할때의 이야기. 최근들어 칸나쨩이 일부러 나와 거리를 두는 등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알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스튜디오에서 나를 향해 쏟아지던 그 강렬한 열기가 사라지고, 다시금 찾아온 이 미지근한 공기가 참을 수없게 느껴져서. 나는 그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아스팔트 보도블록이 살짝 튀어나온 곳이 보였다.
'저거다.'
나는 걸음걸이의 리듬을 아주 약간, 의도적으로 흐트러뜨렸다.
"앗……."
짧고 가느다란 신음. 연기는 완벽했다. 나는 중심을 잃은 척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콰당탕-!
내 넘어지는 소리보다 더 크고 둔탁한 파열음이 등 뒤에서 들렸다. 칸나 쨩이 분신처럼 아끼는 기타 케이스가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소리였다.
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짜릿한 희열이 솟구쳤다. 평소엔 목숨처럼 아끼는 기타를, 나 때문에 저렇게 망설임 없이 내팽개치다니.
"유이."
형편없이 메마른 목소리.
고개를 들기도 전에, 칸나 쨩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늘져 있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항상 날이 서 있던 그 눈동자가, 오직 나에 대한 걱정으로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거야. 내가 원했던 건 바로 이거라고.
"아으…… 아파……."
나는 짐짓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무릎을 감싸 쥐었다. 치마 아래 드러난 하얀 무릎에, 아스팔트에 쓸려 베어 나온 붉은 피가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 비현실적인 붉은색을 본 칸나 쨩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너, 진짜……."
칸나 쨩은 화가 난 듯, 하지만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허둥지둥 소독 티슈와 밴드를 꺼내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를 위해 챙겨다니던 물건들. 여전히 가지고 있었구나.
어느 시점에서, 칸나쨩 앞에서 넘어지는 것도 다치는 것도 그만 두었지만. 마음이 남아있는 증거라고 생각하니 묘한 감정이 일었다. 리비도라고 하던가? 나는 분명 어딘가 이상한거야.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덧날거야."
칸나 쨩은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리며 내 발목을 잡았다. 한 손에 다 잡히는 나의 발목. 칸나 쨩의 손아귀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아플 정도로 꽉 쥔 그 악력이, 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으로 느껴져서 황홀했다.
소독 티슈가 상처에 닿자 알코올의 쓰라림이 느껴졌다. 내가 살짝 움찔하자, 칸나 쨩의 손이 감전된 것처럼 멈칫했다.
"아, 미안. 많이 아파?"
저 사나운 눈매가 순식간에 울상이 된다. 나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상처받은 표정.
무대 위에서 그토록 잔혹하게 속주를 하던 손이, 고작 내 작은 상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떨리고 있었다.
"앞은 보고다녀. 이게 뭐야 진짜."
태양이, 내 무릎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조심스럽게 입김을 불어넣는다. 금목서 향기와 알코올 냄새, 그리고 그 아래 숨겨진 비릿한 철분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 뜨거운 숨결이 닿을 때마다, 내 안의 공허했던 부분이 벅차오르는 충족감으로 채워졌다.
가슴 속 깊은곳에서 올라오는 정복감. 나는 칸나 쨩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헤헤, 칸나 쨩. 다정한 얼굴 하고 있네."
내 말에 칸나 쨩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는 걱정으로 인한 물기가 어려있으면서, 입으로는 험한 말을 뱉어낸다.
"웃지 마. 하나도 안 다정해."
거짓말쟁이. 그렇게 떨고 있었으면서.
칸나 쨩은 홱 등을 돌려 댔다.
"업혀."
"응? 에이, 괜찮아. 걸을 수 있는데."
나는 한 번 튕겨보았다. 그러자 칸나 쨩이 더 안달이 나서 소리쳤다.
"시끄러워. 또 넘어져서 내 속 뒤집어놓지 말고, 얌전히 업히라고."
"정말이지 어쩔 수없다니까 칸나쨩은~"
성공이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칸나 쨩의 등에 조심스럽게 업혔다.
목을 감아오는 내 팔. 칸나 쨩의 등에 밀착되는 내 가슴. 귓가에 들리는 칸나 쨩의 거칠지만 힘찬 심장 박동 소리.
칸나 쨩이 나를 고쳐 업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널브러진 기타 케이스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나를 받치고 있는 칸나 쨩의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게 느껴졌다.
'무겁지, 칸나 쨩?'
나는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나라는 존재가 칸나 쨩에게 한없이 무거운 짐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무거워서, 평생 내려놓을 수 없는 업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방금 연습했던 신곡이었다.
나의 노래에 맞춰 칸나 쨩의 발걸음이 리듬을 탄다.
어두워진 강변도로 위로, 기이하게 하나가 된 우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이 완벽한 착각과 질척한 관계 속에서,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절대 안 놓아줄거야, 칸나 쨩.'
나는 칸나 쨩의 목을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
손가락 끝을 파고든 쇠줄의 녹 냄새, 진공관 앰프가 열기를 식히며 내뱉는 매캐한 먼지 냄새, 그리고 내 옆에서 쉴 새 없이 종알거리는 오토노세 유이에게서 풍겨오는, 미지근하게 데워진 금목서 향기.
그 달큰하고 눅진한 체취가 폐부로 스며들 때마다, 나는 곤두섰던 신경이 아주 조금 느슨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이 위태로운 생명체가 내 곁에서 무사히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래서 아까 미유 쨩이 말이야~."
유이의 목소리가 귓가를 웅웅 맴돌았다. 나는 기타 케이스의 멜빵이 어깨를 파고드는 감각에 집중하며, 시선은 아스팔트 바닥의 틈새를 쫓았다.
이 녀석과 나란히 걸을 때마다, 나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묶여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로의 목을 조르면서도, 결코 끊어낼 수 없는 질긴 실로.
그때였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일상의 균형이, 아주 사소한 틈으로 무너져 내린 것은.
"앗……."
짧고 가느다란 신음. 내 시야 구석에 걸려 있던 하얀 그림자가 속절없이 기울어졌다.
마치 슬로모션처럼, 유이의 몸이 지면을 향해 무너져 내렸다.
콰당탕-!
등 뒤에서 내 분신이나 다름없는 기타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소리가 났지만, 내 귀에는 유이의 신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유이."
목소리가 형편없이 메말라 있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하얀 덩어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웅크린 작은 어깨. 나는 손을 뻗었지만, 감히 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손을 대면 이 연약한 존재가 바스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아으…… 아파……."
유이가 고통 때문에 미간을 찌푸리며 무릎을 감싸 쥐었다. 치맛자락 아래로 드러난 하얀 무릎에, 이질적이고 선명한 붉은 선들이 그어져 있었다.
피다.
그 비현실적인 색채를 마주한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오직 내 거친 숨소리와, 눈앞의 상처만이 선명해졌다.
속이 울렁거렸다. 현기증이 일었다.
화가 났다. 하지만 그 분노의 끝은 언제나 나 자신을 향해 있었다.
너를 이 시끄럽고 거친 바닥으로 끌어들인 건 나였다. 네 안의 텅 빈 공허함을 내 이기적인 복수심과 음악으로 채우려 했던 것도 나였다.
그러니 네 몸에 난 상처는, 결국 내가 만든 것이다.
내가, 책임져야해.
"너, 진짜……."
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가방에서 소독 티슈와 밴드를 꺼냈다. 언제부터인가 습관처럼 챙겨 다니게 된, 너를 위한 속죄의 증거들.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덧날거야."
나는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리며 유이의 발목을 잡았다. 한 손에 다 잡히는 가느다란 발목. 이토록 연약한 다리로 너는 어떻게 내 그 폭력적인 연주를 버텨내고 있는 걸까.
소독 티슈를 상처에 대자, 하얀 다리가 움찔하고 떨렸다. 그 미세한 진동이 내 심장까지 전해졌다.
"아, 미안. 많이 아파?"
나는 황급히 손을 뗐다. 식은땀이 흘렀다.
무대 위에서 그토록 잔혹하게 기타를 다루던 내가, 고작 이 작은 상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앞은 보고다녀. 이게 뭐야 진짜."
불평을 토해내지만, 유이는 항상 이랬으니까.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냥,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마가 끼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나는 홀린 듯이 유이의 무릎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금목서 향기와 비릿한 피 냄새가 섞여 훅 끼쳐왔다. 나는 그 냄새를 깊이 들이마시며, 조심스럽게 상처 위에 숨을 불어넣었다.
내 숨이 닿을 때마다 네 살갗이 반응하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유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으면서, 입꼬리는 해사하게 올라가 있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헛기침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헤, 칸나 쨩. 다정한 얼굴 하고 있네."
저, 저 멍청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데.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솟았다. 그것은 단순한 사랑이나 우정 따위로 정의할 수 없는, 훨씬 질척하고 무거운 무언가.
진실은 무거웠다. 유이는 아마 아직도 나를 그런 식으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너를 증오했던 시간, 너를 이용했던 시간, 그리고 너로 인해 구원받았던 모든 순간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아직도 내 가슴을 후벼파고 있는거겠지.
"웃지 마. 하나도 안 다정해."
나는 쏘아붙이며 등을 돌려 댔다.
"업혀."
"응? 에이, 괜찮아. 걸을 수 있는데."
"시끄러워. 또 넘어져서 내 속 뒤집어놓지 말고, 얌전히 업히라고."
내 강압적인 태도에 유이가 못 이기는 척 내 등에 매달렸다.
목을 감아오는 가느다란 팔. 등에 밀착되는 부드러운 곡선. 귓가에 닿는 뜨겁고 규칙적인 숨결.
나는 유이를 고쳐 업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널브러진 기타 케이스를 손으로 들었다. 2명 분이었지만 등 뒤의 무게감이 더 묵직했다.
단순한 체중이 아니었다. 이 녀석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의 무게였다.
'……무거워.'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무거운 것을 내려놓는 순간, 나는 다시 길을 잃고 헤매게 되리라는 것을.
이 무게감이 나를 이 세상에 발붙이게 하고, 나를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나는 녀석이 떨어질세라 허벅지를 받친 팔에 힘을 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서로의 흉터를 핥아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등 뒤에서 유이가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박자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 어두워진 강변도로 위로, 기이하게 하나가 된 우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연습이 끝나고 돌아가는 강변도로.
해 질 녘의 바람은 선선했지만, 내 옆을 걷는 오토마치 칸나의 존재감은 언제나처럼 데일 듯이 뜨거웠다.
칸나 쨩은 묵직한 기타 케이스를 메고 말없이 앞서 걷고 있었다. 아스팔트 바닥의 틈새를 쫓는 시선. 아마 방금 합주했던 신곡의 리프를 머릿속으로 치열하게 복기하고 있겠지. 저 오렌지색 머리카락 아래서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을 저 아이의 세상.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칸나쨩이 날 의식하게 만드는 것은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도 활동을 할때의 이야기. 최근들어 칸나쨩이 일부러 나와 거리를 두는 등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알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스튜디오에서 나를 향해 쏟아지던 그 강렬한 열기가 사라지고, 다시금 찾아온 이 미지근한 공기가 참을 수없게 느껴져서. 나는 그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아스팔트 보도블록이 살짝 튀어나온 곳이 보였다.
'저거다.'
나는 걸음걸이의 리듬을 아주 약간, 의도적으로 흐트러뜨렸다.
"앗……."
짧고 가느다란 신음. 연기는 완벽했다. 나는 중심을 잃은 척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콰당탕-!
내 넘어지는 소리보다 더 크고 둔탁한 파열음이 등 뒤에서 들렸다. 칸나 쨩이 분신처럼 아끼는 기타 케이스가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소리였다.
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짜릿한 희열이 솟구쳤다. 평소엔 목숨처럼 아끼는 기타를, 나 때문에 저렇게 망설임 없이 내팽개치다니.
"유이."
형편없이 메마른 목소리.
고개를 들기도 전에, 칸나 쨩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늘져 있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항상 날이 서 있던 그 눈동자가, 오직 나에 대한 걱정으로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거야. 내가 원했던 건 바로 이거라고.
"아으…… 아파……."
나는 짐짓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무릎을 감싸 쥐었다. 치마 아래 드러난 하얀 무릎에, 아스팔트에 쓸려 베어 나온 붉은 피가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 비현실적인 붉은색을 본 칸나 쨩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너, 진짜……."
칸나 쨩은 화가 난 듯, 하지만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허둥지둥 소독 티슈와 밴드를 꺼내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를 위해 챙겨다니던 물건들. 여전히 가지고 있었구나.
어느 시점에서, 칸나쨩 앞에서 넘어지는 것도 다치는 것도 그만 두었지만. 마음이 남아있는 증거라고 생각하니 묘한 감정이 일었다. 리비도라고 하던가? 나는 분명 어딘가 이상한거야.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덧날거야."
칸나 쨩은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리며 내 발목을 잡았다. 한 손에 다 잡히는 나의 발목. 칸나 쨩의 손아귀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아플 정도로 꽉 쥔 그 악력이, 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으로 느껴져서 황홀했다.
소독 티슈가 상처에 닿자 알코올의 쓰라림이 느껴졌다. 내가 살짝 움찔하자, 칸나 쨩의 손이 감전된 것처럼 멈칫했다.
"아, 미안. 많이 아파?"
저 사나운 눈매가 순식간에 울상이 된다. 나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상처받은 표정.
무대 위에서 그토록 잔혹하게 속주를 하던 손이, 고작 내 작은 상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떨리고 있었다.
"앞은 보고다녀. 이게 뭐야 진짜."
태양이, 내 무릎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조심스럽게 입김을 불어넣는다. 금목서 향기와 알코올 냄새, 그리고 그 아래 숨겨진 비릿한 철분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 뜨거운 숨결이 닿을 때마다, 내 안의 공허했던 부분이 벅차오르는 충족감으로 채워졌다.
가슴 속 깊은곳에서 올라오는 정복감. 나는 칸나 쨩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헤헤, 칸나 쨩. 다정한 얼굴 하고 있네."
내 말에 칸나 쨩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는 걱정으로 인한 물기가 어려있으면서, 입으로는 험한 말을 뱉어낸다.
"웃지 마. 하나도 안 다정해."
거짓말쟁이. 그렇게 떨고 있었으면서.
칸나 쨩은 홱 등을 돌려 댔다.
"업혀."
"응? 에이, 괜찮아. 걸을 수 있는데."
나는 한 번 튕겨보았다. 그러자 칸나 쨩이 더 안달이 나서 소리쳤다.
"시끄러워. 또 넘어져서 내 속 뒤집어놓지 말고, 얌전히 업히라고."
"정말이지 어쩔 수없다니까 칸나쨩은~"
성공이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칸나 쨩의 등에 조심스럽게 업혔다.
목을 감아오는 내 팔. 칸나 쨩의 등에 밀착되는 내 가슴. 귓가에 들리는 칸나 쨩의 거칠지만 힘찬 심장 박동 소리.
칸나 쨩이 나를 고쳐 업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널브러진 기타 케이스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나를 받치고 있는 칸나 쨩의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게 느껴졌다.
'무겁지, 칸나 쨩?'
나는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나라는 존재가 칸나 쨩에게 한없이 무거운 짐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무거워서, 평생 내려놓을 수 없는 업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방금 연습했던 신곡이었다.
나의 노래에 맞춰 칸나 쨩의 발걸음이 리듬을 탄다.
어두워진 강변도로 위로, 기이하게 하나가 된 우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이 완벽한 착각과 질척한 관계 속에서,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절대 안 놓아줄거야, 칸나 쨩.'
나는 칸나 쨩의 목을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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