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63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33-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5-12-16 (화) 08:07:53
갱신일:2025-12-29 (월) 07:32:43
#0에주(EVCoFaTpVG)2025-12-16 (화) 08:07:53
위키: https://opentalkwiki.mycafe24.com/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344Human in Orbit & ■-사백오십삼(m4th5JYFxO)2025-12-20 (토) 07:31:28
황야의 심문
토요일, 오후 4시.
아냑은 약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살인사건에 대한 충격도 충격이지만, 그걸 자신이 필히 진상을 밝히고 올바른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자리에 있다는 점도 그에게 무거운 감각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아니면 간이 심문실을 마련하느라 사람들이 복잡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봐야 한다든가, 요 며칠 간 소란한 사람들을 진정시켜야 했다든가... 다행스럽게도 그의 식사에 장난질을 쳐두는 사람은 없었다. 배급제였으니 그러기엔 쉽지 않았다. 자신을 노리기 위해 대규모 독살을 저지를 인간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아냑은 차분하게-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면서 심문실에 들어섰다.
여기서부터는 그가 피로를 느껴서는 안되는 구간이기에 그는 눈을 길게 감았다가 떴다. 조금 맑아진 시야가 간소한 심문실 안을 받아들인다. 어둡고 약하고 차가운 빛 사이에 앉은 누군가. 그리고 자신의 뒤편에 자길 호위하겠다고 따라온 제 동료의 그림자가 광원과 무관하게 드리운다.
이럴 때는 사람인 척 해주지 않을래? 하고 묻고 싶었으나, 오늘만큼은 넘어가기로 했다.
드르륵.
"안녕, 제시."
낡은 이름이다.
우주로 나서면서, 인류의 대부분은 서서히 지구식 작명법을 잊어버리거나 잃거나, 혹은 버렸다. 때때로 미디어 속의 지구인식 이름을 따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건 별명에 불과하게 여겨졌다.
이런 '지구식 작명'을 하는 이들은 둘 중 하나인데, 아주 별종이거나, 아니면 함장의 자손이거나.
아냑의 앞에는 그 문제의 사람이 있었다.
"왜, 아주 내가 대놓고 범인이라고 짜증이라도 내지 그래?"
보랏빛 눈이 차가운 조명과 맞물려 해가 저무는 하늘의 서늘한 색채를 띤다. 저것에게 일말의 감정을 소모해야 할까? 고민하는 눈이 매섭다.
아냑은 그런 표정을 한 주제에, 옅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아냑은 거의 대부분 제 세대이든 그렇지 않든 친근하게 지내는 편이었으나, 몇 안 되는 예외가 이 인간이었다. 아, 가까이 지내다 보면 이 사람의 모난 부분도 내가 일찍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오만한 고민을 하면서.
앉는다.
이제 두 사람은 같은 눈높이를 가진다.
"착각하지 마.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이야기를 나눴어. 네가 제일 마지막 순서일 뿐이야."
"이 근사하지도 않은 장소에 벌써 셋이나 다녀갔다니."
아냑은 앞선 세 사람의 알리바이를 확인했다. 둘은 저들끼리 뭉쳐있는 바람에 알리바이가 비었다시피 했으나 결과적으로 사건과 관련이 없었고, 한 명은 이쪽이랑 입을 맞춘 것 같았으나 아귀가 안 맞았다.
톡톡. 정갈하게 녹음기와 용지, 금속 펜을 내려놓는다.
"깔끔 떨기는."
"지금부터-..."
절차적으로 무엇이 일어나고, 무엇이 허용될 것인지에 대한 서술이 그의 입에서 건조하게 나온다. 몇 호 심문이라든가. 그런 것들. 아냑은 제 입에서 매끄럽지 않게 나오는 문장들을 느꼈으나 참아냈다.
"...시작합니다."
이제 심문이다.
-
"내가 했을 거란 증거가 어디에 있어?"
너무 고전적인 말이라 네모라고 불리는 청년은 문가에 선 채 눈살을 찌푸렸다.
"발자국이 있어. 그늘진 곳에 찍혀 있더라."
바람이 채 불지도, 흔적을 지우기 위해 달려들지도 못하는 우주의 수사법은 투박했으나 명확했고 혹독했다. 지우지 않으면 반드시 남는 흔적들.
"또 네 절친한 친구랑도 먼저 대화를 나눠 봤는데, 네가 나중에 혼자 사라졌다고도 했고."
저건 거짓말이다. 자백을 한 사람은 용의자 중 아무도 없었다.
"......"
네모라고 불리는 청년은 한숨을 참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청년은 할 수 있다면 진작에 범인을 알아내고도 남을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애초에 지금도 그는 알 수 있었다. 아니, 알았다.
자신은 기만질을 하고 있는 게 틀림이 없다. 막막함이 발목을 핥고 목을 살금 간지럽히는 기분이 들었다...
"하하하. 아냑,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네. 그래서 날 잡아 가둘 셈이야?"
"이대로 가둬버리면 끝날 일이지."
"오, 아냑..."
아 정말 드라마 속 이류 악당이 쓸 법한 괴상쩍은 다정함이 묻어나는 말이다... 네모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자, 그게 널 지지하는 애들이 했을 거란 생각은 왜 안 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조사를 했어. CCTV도 확인했고, 동선도 체크했고."
"어우 감시 한 번 심하셔라."
"게다가 이번 사건이 누굴 지지하느냐가 중요한 일이었다면 용의선상에 내 초기 팀원을 두지는 않았겠지."
네모는 천장을 봤다가 바닥을 한 번 다시 봤다.
"쟤가 했을 수도 있는 일이잖아. 너도 쟤랑 붙어있는 시간 때문에 알리바이를 쟤랑 짜고 치는 정도는 가능한 거 아냐?"
여기서 갑자기 화살이 나한테 온다고? 파란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가...
"...그래. 내가 실내 연구쪽에 인력 부족으로 투입됐을 때만 그렇겠지..."
다시 잠잠해진다.
이후로도 몇 차례, '제시'는 이야기에 훼방을 놓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아냑이 하는 이야기를 무시하고 네가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 네모는 녹음기에 이 이야기들이 녹음될 것이기 때문에 상대가 저런다는 것을 알았다.
네모는 저런 사람들이 정말 싫었다.
아냑이라고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심문을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상대는 인정할 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다는 말로 몇 번이나 제 혐의를 피해가고 있었다. 사실, 아까 한 말 때문에 거의 85% 정도로 이 사람이 범인임을 확신하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뭐? 걘 심문 뒤에 나한테 아무것도 안 불었다고 했는데...!'
음.
아냑은 피로 탓에 군청빛에서 자주색으로 향하는 눈을 가만히 상대에게 고정시켰다. 시간은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고, 이제 들어야 할 건 많지 않았다.
"왜 그랬어?"
"하하. 왜 그랬냐니. 마치 내가 정말 했다는 듯이 구네."
"만약에 네가 했다면 말이야."
"글쎄... 그건 네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싱글싱글 웃으면서도 불안감이 송골히 맺힌 얼굴.
"넌..."
아냑은 사람을 잘 상대하는 편이다. 자연을 잘 상대하는 만큼이나.
"네 생물학적 아버지가 요건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네. 성정 상 그랬을 것 같지는 않거든."
어느 탐정은 동기를 유력 용의자 앞에서 읊어주면 자백을 받아내고는 하던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심문을 하는 동안, 아냑은 제시라는 사람에 대해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내가 함장님에게 개겼다고 복수를 치졸하게 한 건 아니고."
일단 아냑은 그가 사는 시대의 가족이나 혈통이란 관념이 저 우두머리를 자칭하는 쪽에서도 옅다는 걸 느꼈다. 가족 가족 운운하는 사람들에게도 결국 남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걸 확립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나 싶었다.
"그렇다고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일을 친 건..."
그렇다면 일이 허술하게 돌아간 쪽 아닌가 싶다. 애초에 그런 야망을 가지고 일을 벌인 거라면 차라리 충고하고 싶을 정도로.
"...내가 오기 전까지 여기 관리도 잘 못 한 사람에게 영 쓸모 없는 질문 같고."
악의는 없었다. 건조한 서술이다.
"......"
뾰족하게, 시선이 느껴진다. 제시가 보내오는 것이다. 무언가 서린 눈이 그를 보고 있었다. 아냑은 그걸 평소엔 아주 늦게서야 잡아채고는 했다. 그냥 보아넘겨도 충분했기 때문에.
어떨 때는 그게 기묘한 야망일 때도 있었고, 어떨 때는 이상한 광기의 전조일 때도 있었다. 어떨 때는 살의이기도 했다.
인류가 창문 없이 갇힌 곳에서 표류하는 데, 건강하게 지내려고 해도 눈빛이 맛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아냑은 그 창 없는 우주 정거장에서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나고 친구가 된 사람이다.
저건 비틀린 질투다.
"...너 내가 부럽니?"
사근사근하게 묻는 질문이 뚝 떨어진다.
"아니, 미안. 말을 잘못했네. 이건 좀 이상했다. 그렇지?"
생글 웃는 낯이 푸른 조명 안에서 그림자 하나 없이 보인다.
".......너... 아냑..."
"오늘 심문은 거의 끝났으니까-..."
쾅! 철로 만들어진 책상이 크게 울렸다. 아냑의 눈이 조금 커졌다.
"누구 놀리냐? 어떻게 동기 설명이라고 하는 말이 하나같이 그 따위야?"
"아니, 뭐가."
제시는 제 목소리가 거창하게 커진 줄도 모르고 말을 이어갔다.
"하! 부러워? 헛소리 하네. 내가 너한테 왜 그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아냑은 속으로 나도 너한테 그런 감정 안 느끼는데, 하는 종류의 실없는 생각을 했으나 넘겼다.
하지만 눈이 데구르르 굴러가는 건 보였나 보다.
"그래, 그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네가 모든 사람 위에 있다는 듯한 착각!"
"...여기서는 내가 관리자지?"
"관리자고 나발이고, 난 차기 함장 유력 후보야. 이 머저리야!"
짜게 식은 눈 두 쌍이 제시에게 눈빛을 쏘았으나, 제시는 그깟 시선은 상관도 없다는 듯이 지껄였다.
"넌 날 얕보면 안 돼. 넌 그러면 안 돼!"
"아니, 그래도 되는-"
"너 때문이야. 그 녀석들이 죽은 것도 다 너 때문이라고!"
"무슨 소리야 이건 또."
"네가 막나가니까!"
"난 의견 반영할 만한 건 다 했어."
"네가!"
아냑은 순간 그 말 밑에 깔린, 함장의 피로서 느끼는 어떤 공포를 느꼈으나 말을 아꼈다. 그 대신 다른 말을 꺼낸다.
"...내가 순순히 뭐든 해 줬으면 한다는 건가?"
"그래, 너 같은 건... 뭐든 할 줄 안다고 잘난체 하는 놈들은... 좀 머리가 바닥에도 박아보고, 그래야 한다고."
...네모씨가 추측함 사랑 이야기는 전혀 아니군.
"그래서 네 결혼상대도 전부 죽여서, 내가 영영 굴복시키려고 한 건데."
아니다. 맞았다.
"......허."
"......"
"제시. 방금 자백한 거야."
"아니? 난 자백 안 했어. 내가 한 건데- 라고 했지,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죽였다고 할 수 있는 거 아냐?"
"너 진짜 추하다."
아냑은 여러가지 다른 의미로 심란해졌다. 그러니까 단지 자신을 영원히 깔아뭉개기 위해 그런 짓을 하려고 했다고?
...아냑은 함장에게만 주어지는 가족 제도의 어쩌구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절대다수의 인류는 가족이라는 관념이 해체된 채로 살아간다. 아주 극소수는 그렇지 않다... 그래. 예를 들어 함장의 가족들.
미디어 속 데릴 사위 같은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아냑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약적인 생각과 행적에 잠깐 정신이 아득해졌다가 이내 현실로 돌아온다.
"그래서 결론은 안 하셨다."
"그런데?"
"좋아. 결론을 내릴까."
아냑은 최대한 자기 자리에 있어야 할 책무와 책임의 무게감을 혀 위에 올리려고 애쓰면서 말을 이었다.
"3개월 감금."
-
"가벼워요."
"...인력난인 곳에서는 이게 양날의 검이야."
한차례 정리된 후, 아냑은 제 룸메이트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룸메이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말 질린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녹음과 보조 서기를 동시에 해주고 있었으니 고생 많았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딴엔 납득 가지 않는 형을 받은 셈이었다. 제시는, 아무튼 사람의 목숨을 미끼 삼아 아냑 자신을 휘어잡고 흔들려 한 셈이었으니까.
"다만 여기서 내릴 수 있는 최고형이야."
어쩔 수 없는 일었다. 기간 안에 교정되길 바라거나, 아니면 재감금을 시키는 것 밖에는 답이 없었다.
"...아니요, 하나 더 있잖아요."
"어... 음?"
"현행범이면 추방하든 어쩌든 할 수 있잖아요."
아냑은 뭔가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제 룸메이트가 폭탄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너 뭐 할 생각 하지 마."
"생각해 보고요."
"...아니다. 그 데이터베이스에서 책 좀 꺼내줄래."
"네에."
아냑은 이러나 저러나 쉬기엔 글렀다는 생각을 강하게 느꼈다...
토요일, 오후 4시.
아냑은 약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살인사건에 대한 충격도 충격이지만, 그걸 자신이 필히 진상을 밝히고 올바른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자리에 있다는 점도 그에게 무거운 감각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아니면 간이 심문실을 마련하느라 사람들이 복잡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봐야 한다든가, 요 며칠 간 소란한 사람들을 진정시켜야 했다든가... 다행스럽게도 그의 식사에 장난질을 쳐두는 사람은 없었다. 배급제였으니 그러기엔 쉽지 않았다. 자신을 노리기 위해 대규모 독살을 저지를 인간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아냑은 차분하게-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면서 심문실에 들어섰다.
여기서부터는 그가 피로를 느껴서는 안되는 구간이기에 그는 눈을 길게 감았다가 떴다. 조금 맑아진 시야가 간소한 심문실 안을 받아들인다. 어둡고 약하고 차가운 빛 사이에 앉은 누군가. 그리고 자신의 뒤편에 자길 호위하겠다고 따라온 제 동료의 그림자가 광원과 무관하게 드리운다.
이럴 때는 사람인 척 해주지 않을래? 하고 묻고 싶었으나, 오늘만큼은 넘어가기로 했다.
드르륵.
"안녕, 제시."
낡은 이름이다.
우주로 나서면서, 인류의 대부분은 서서히 지구식 작명법을 잊어버리거나 잃거나, 혹은 버렸다. 때때로 미디어 속의 지구인식 이름을 따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건 별명에 불과하게 여겨졌다.
이런 '지구식 작명'을 하는 이들은 둘 중 하나인데, 아주 별종이거나, 아니면 함장의 자손이거나.
아냑의 앞에는 그 문제의 사람이 있었다.
"왜, 아주 내가 대놓고 범인이라고 짜증이라도 내지 그래?"
보랏빛 눈이 차가운 조명과 맞물려 해가 저무는 하늘의 서늘한 색채를 띤다. 저것에게 일말의 감정을 소모해야 할까? 고민하는 눈이 매섭다.
아냑은 그런 표정을 한 주제에, 옅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아냑은 거의 대부분 제 세대이든 그렇지 않든 친근하게 지내는 편이었으나, 몇 안 되는 예외가 이 인간이었다. 아, 가까이 지내다 보면 이 사람의 모난 부분도 내가 일찍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오만한 고민을 하면서.
앉는다.
이제 두 사람은 같은 눈높이를 가진다.
"착각하지 마.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이야기를 나눴어. 네가 제일 마지막 순서일 뿐이야."
"이 근사하지도 않은 장소에 벌써 셋이나 다녀갔다니."
아냑은 앞선 세 사람의 알리바이를 확인했다. 둘은 저들끼리 뭉쳐있는 바람에 알리바이가 비었다시피 했으나 결과적으로 사건과 관련이 없었고, 한 명은 이쪽이랑 입을 맞춘 것 같았으나 아귀가 안 맞았다.
톡톡. 정갈하게 녹음기와 용지, 금속 펜을 내려놓는다.
"깔끔 떨기는."
"지금부터-..."
절차적으로 무엇이 일어나고, 무엇이 허용될 것인지에 대한 서술이 그의 입에서 건조하게 나온다. 몇 호 심문이라든가. 그런 것들. 아냑은 제 입에서 매끄럽지 않게 나오는 문장들을 느꼈으나 참아냈다.
"...시작합니다."
이제 심문이다.
-
"내가 했을 거란 증거가 어디에 있어?"
너무 고전적인 말이라 네모라고 불리는 청년은 문가에 선 채 눈살을 찌푸렸다.
"발자국이 있어. 그늘진 곳에 찍혀 있더라."
바람이 채 불지도, 흔적을 지우기 위해 달려들지도 못하는 우주의 수사법은 투박했으나 명확했고 혹독했다. 지우지 않으면 반드시 남는 흔적들.
"또 네 절친한 친구랑도 먼저 대화를 나눠 봤는데, 네가 나중에 혼자 사라졌다고도 했고."
저건 거짓말이다. 자백을 한 사람은 용의자 중 아무도 없었다.
"......"
네모라고 불리는 청년은 한숨을 참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청년은 할 수 있다면 진작에 범인을 알아내고도 남을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애초에 지금도 그는 알 수 있었다. 아니, 알았다.
자신은 기만질을 하고 있는 게 틀림이 없다. 막막함이 발목을 핥고 목을 살금 간지럽히는 기분이 들었다...
"하하하. 아냑,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네. 그래서 날 잡아 가둘 셈이야?"
"이대로 가둬버리면 끝날 일이지."
"오, 아냑..."
아 정말 드라마 속 이류 악당이 쓸 법한 괴상쩍은 다정함이 묻어나는 말이다... 네모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자, 그게 널 지지하는 애들이 했을 거란 생각은 왜 안 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조사를 했어. CCTV도 확인했고, 동선도 체크했고."
"어우 감시 한 번 심하셔라."
"게다가 이번 사건이 누굴 지지하느냐가 중요한 일이었다면 용의선상에 내 초기 팀원을 두지는 않았겠지."
네모는 천장을 봤다가 바닥을 한 번 다시 봤다.
"쟤가 했을 수도 있는 일이잖아. 너도 쟤랑 붙어있는 시간 때문에 알리바이를 쟤랑 짜고 치는 정도는 가능한 거 아냐?"
여기서 갑자기 화살이 나한테 온다고? 파란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가...
"...그래. 내가 실내 연구쪽에 인력 부족으로 투입됐을 때만 그렇겠지..."
다시 잠잠해진다.
이후로도 몇 차례, '제시'는 이야기에 훼방을 놓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아냑이 하는 이야기를 무시하고 네가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 네모는 녹음기에 이 이야기들이 녹음될 것이기 때문에 상대가 저런다는 것을 알았다.
네모는 저런 사람들이 정말 싫었다.
아냑이라고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심문을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상대는 인정할 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다는 말로 몇 번이나 제 혐의를 피해가고 있었다. 사실, 아까 한 말 때문에 거의 85% 정도로 이 사람이 범인임을 확신하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뭐? 걘 심문 뒤에 나한테 아무것도 안 불었다고 했는데...!'
음.
아냑은 피로 탓에 군청빛에서 자주색으로 향하는 눈을 가만히 상대에게 고정시켰다. 시간은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고, 이제 들어야 할 건 많지 않았다.
"왜 그랬어?"
"하하. 왜 그랬냐니. 마치 내가 정말 했다는 듯이 구네."
"만약에 네가 했다면 말이야."
"글쎄... 그건 네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싱글싱글 웃으면서도 불안감이 송골히 맺힌 얼굴.
"넌..."
아냑은 사람을 잘 상대하는 편이다. 자연을 잘 상대하는 만큼이나.
"네 생물학적 아버지가 요건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네. 성정 상 그랬을 것 같지는 않거든."
어느 탐정은 동기를 유력 용의자 앞에서 읊어주면 자백을 받아내고는 하던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심문을 하는 동안, 아냑은 제시라는 사람에 대해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내가 함장님에게 개겼다고 복수를 치졸하게 한 건 아니고."
일단 아냑은 그가 사는 시대의 가족이나 혈통이란 관념이 저 우두머리를 자칭하는 쪽에서도 옅다는 걸 느꼈다. 가족 가족 운운하는 사람들에게도 결국 남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걸 확립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나 싶었다.
"그렇다고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일을 친 건..."
그렇다면 일이 허술하게 돌아간 쪽 아닌가 싶다. 애초에 그런 야망을 가지고 일을 벌인 거라면 차라리 충고하고 싶을 정도로.
"...내가 오기 전까지 여기 관리도 잘 못 한 사람에게 영 쓸모 없는 질문 같고."
악의는 없었다. 건조한 서술이다.
"......"
뾰족하게, 시선이 느껴진다. 제시가 보내오는 것이다. 무언가 서린 눈이 그를 보고 있었다. 아냑은 그걸 평소엔 아주 늦게서야 잡아채고는 했다. 그냥 보아넘겨도 충분했기 때문에.
어떨 때는 그게 기묘한 야망일 때도 있었고, 어떨 때는 이상한 광기의 전조일 때도 있었다. 어떨 때는 살의이기도 했다.
인류가 창문 없이 갇힌 곳에서 표류하는 데, 건강하게 지내려고 해도 눈빛이 맛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아냑은 그 창 없는 우주 정거장에서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나고 친구가 된 사람이다.
저건 비틀린 질투다.
"...너 내가 부럽니?"
사근사근하게 묻는 질문이 뚝 떨어진다.
"아니, 미안. 말을 잘못했네. 이건 좀 이상했다. 그렇지?"
생글 웃는 낯이 푸른 조명 안에서 그림자 하나 없이 보인다.
".......너... 아냑..."
"오늘 심문은 거의 끝났으니까-..."
쾅! 철로 만들어진 책상이 크게 울렸다. 아냑의 눈이 조금 커졌다.
"누구 놀리냐? 어떻게 동기 설명이라고 하는 말이 하나같이 그 따위야?"
"아니, 뭐가."
제시는 제 목소리가 거창하게 커진 줄도 모르고 말을 이어갔다.
"하! 부러워? 헛소리 하네. 내가 너한테 왜 그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아냑은 속으로 나도 너한테 그런 감정 안 느끼는데, 하는 종류의 실없는 생각을 했으나 넘겼다.
하지만 눈이 데구르르 굴러가는 건 보였나 보다.
"그래, 그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네가 모든 사람 위에 있다는 듯한 착각!"
"...여기서는 내가 관리자지?"
"관리자고 나발이고, 난 차기 함장 유력 후보야. 이 머저리야!"
짜게 식은 눈 두 쌍이 제시에게 눈빛을 쏘았으나, 제시는 그깟 시선은 상관도 없다는 듯이 지껄였다.
"넌 날 얕보면 안 돼. 넌 그러면 안 돼!"
"아니, 그래도 되는-"
"너 때문이야. 그 녀석들이 죽은 것도 다 너 때문이라고!"
"무슨 소리야 이건 또."
"네가 막나가니까!"
"난 의견 반영할 만한 건 다 했어."
"네가!"
아냑은 순간 그 말 밑에 깔린, 함장의 피로서 느끼는 어떤 공포를 느꼈으나 말을 아꼈다. 그 대신 다른 말을 꺼낸다.
"...내가 순순히 뭐든 해 줬으면 한다는 건가?"
"그래, 너 같은 건... 뭐든 할 줄 안다고 잘난체 하는 놈들은... 좀 머리가 바닥에도 박아보고, 그래야 한다고."
...네모씨가 추측함 사랑 이야기는 전혀 아니군.
"그래서 네 결혼상대도 전부 죽여서, 내가 영영 굴복시키려고 한 건데."
아니다. 맞았다.
"......허."
"......"
"제시. 방금 자백한 거야."
"아니? 난 자백 안 했어. 내가 한 건데- 라고 했지,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죽였다고 할 수 있는 거 아냐?"
"너 진짜 추하다."
아냑은 여러가지 다른 의미로 심란해졌다. 그러니까 단지 자신을 영원히 깔아뭉개기 위해 그런 짓을 하려고 했다고?
...아냑은 함장에게만 주어지는 가족 제도의 어쩌구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절대다수의 인류는 가족이라는 관념이 해체된 채로 살아간다. 아주 극소수는 그렇지 않다... 그래. 예를 들어 함장의 가족들.
미디어 속 데릴 사위 같은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아냑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약적인 생각과 행적에 잠깐 정신이 아득해졌다가 이내 현실로 돌아온다.
"그래서 결론은 안 하셨다."
"그런데?"
"좋아. 결론을 내릴까."
아냑은 최대한 자기 자리에 있어야 할 책무와 책임의 무게감을 혀 위에 올리려고 애쓰면서 말을 이었다.
"3개월 감금."
-
"가벼워요."
"...인력난인 곳에서는 이게 양날의 검이야."
한차례 정리된 후, 아냑은 제 룸메이트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룸메이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말 질린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녹음과 보조 서기를 동시에 해주고 있었으니 고생 많았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딴엔 납득 가지 않는 형을 받은 셈이었다. 제시는, 아무튼 사람의 목숨을 미끼 삼아 아냑 자신을 휘어잡고 흔들려 한 셈이었으니까.
"다만 여기서 내릴 수 있는 최고형이야."
어쩔 수 없는 일었다. 기간 안에 교정되길 바라거나, 아니면 재감금을 시키는 것 밖에는 답이 없었다.
"...아니요, 하나 더 있잖아요."
"어... 음?"
"현행범이면 추방하든 어쩌든 할 수 있잖아요."
아냑은 뭔가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제 룸메이트가 폭탄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너 뭐 할 생각 하지 마."
"생각해 보고요."
"...아니다. 그 데이터베이스에서 책 좀 꺼내줄래."
"네에."
아냑은 이러나 저러나 쉬기엔 글렀다는 생각을 강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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