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육성/아카데미] 별밤 아카데미 - 08

#8941 [All/육성/아카데미] 별밤 아카데미 - 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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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페이튼 - 진행(0FnSuBUsF2)2025-12-21 (일) 08: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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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머릿속에서 돌아가던 톱니바퀴들이 멈추고, 퍼즐처럼 '착' 하는 소리를 내며 맞춰져 들어갔다.
온 생각이 텅 비어 버렸다. 얼떨떨함, 당황, 사고 정지... 뭐라고 부르든 새하얀 백지 상태.
그리고 그 공백을, '이해'가 채우고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진리', 다르게 말하면 '사실', 또 다른 말로는 '깨달음'.

솔직히, 그녀는 이미 에릭이 죽어도 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자기를 함께 사지로 몰아넣은 시점에서 그에게는 일말의 동정도 없다.
하지만 살인자가 되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자기 손에 피를 묻히는 건... 에릭을 구출해서 곤죽이 될 때까지 패 버린 다음 교무실에 내던지고 녀석이 징계실에 갇히는 걸 보는 것과는 다르단 말이다.

그래서, 비어 버린 페이튼의 머리를 채운 것은 알량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아니었다.
배덕감과 명쾌한 결론이 겨드랑이 밑에서 벌레처럼 꿈틀대며 올라왔다.
우습지만 지금 드는 감각과 가장 유사한 것은, 아주 어린 시절 이불에 지도를 그렸을 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힘을 놓아 버릴 때의 그 해방감이겠지.

'나는 죄인.'
'이것은 죄의 현장이다. 그리고, 그 벌은 절대로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의 방종과 타락은 이 결정적인
의 전조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이 부재하는 궐석재판이자, 그럼에도 형기가 처음부터 정해진 사형 선고다.'
'사형의 집행 기간은, 평생.'

...그런 확신 말이야.

그렇지 않느냐? 페이튼 그레이스 미첼. 벤저민의 딸, 나의 자손. 비술에 심취해 십자가를 저버린 탕녀.
모든 죄 가운데 신이 용서할 수 없는 가장 큰 죄는, 신이 되고자 하는 것. 오만이다.
인간이 별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것도... 처음부터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아하하."

페이튼은, 깨달음의 눈물을 흘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러나 늦은 눈물은 뺨을 타고 피와 섞여 흘렀다. 탁하고 짠 피는 흉한 우상을 비추는 불보다도 붉게 발광했다.

그 눈동자는 나도 수 없이 보아 왔던 빛을 띠고 있었다. 탄자나이트, '올바른 판단과 사려 깊은 사고'를 의미하지.
하지만 그 속에서 빛을 거둔 시선은, 내가 죽여 온 사탄 숭배자들이 비참하게 부릅뜨고 있었던 눈알에서도, 그리고...
아침마다 내 얼굴을 씻는 세면대 속에서도 보았던 것. 살인자의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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