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34-

#9061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34- (1001)

종료
#0에주(o7Pg7EhdTS)2025-12-25 (목) 22:13:09
위키: https://opentalkwiki.mycafe24.com/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551Human in Orbit(SQ7.EAXdU6)2026-01-05 (월) 06:34:42
내려다볼 수 없는

아냑은 모선의 제 방에 힘없이 들어섰다. 사용감이 희미해진 방은 차가운 공기에 식어 있었다. 아냑은 이 곳에 저를 졸졸 따라다니던 룸메이트가 없단 사실을 잘 알았다.
풀썩, 혼자 있을 시간이 주어지니 맥없이 침대에 앉게 된다. 곧잘 책상과 의자를 애용하는 그의 습성으로는 드문 일이었다. 비록 푹신하고 부드럽고, 의 단어가 나열될 만한 물건은 아니었으나.

아냑은 짧게 회고한다.

-

지금껏 함선 안팎의 온갖 규정에 살인에 대한 법과 절차가 제대로 있지 않았던 이유는 그럴 일이 극도로 적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냑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부실할 리가.
매뉴얼은 피로 쓰인다. 우주에 떠다니는 유랑민과 같은 신세인 그들에게, 혈통이고 가족이고 그들을 묶어주는 것은 얼마 없었으나, 얼마 없는 '이어 내려지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 규정들이다. 이제 막 우주에 도착해 막막함을 안은 조상들에서부터 시작하는,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서는 안되는 짓과 일어나선 안되는 일들을 빼곡하게 기록한 바로 그 규정들.

물론 당연히 거기에 살인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알다시피, 우주 인류는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누구 하나 재미로 죽인다는 일이 벌어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니 살인 사건 표본도 그만큼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형량 분석은 더더욱 그랬다.

"그 점을 노린 거야."

그렇다. 어차피 누굴 정말 죽여도 인력난이 문제든, 표본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처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문제든, 노림수는 확실했다.
그렇다면 해결해야 했다. 명확한 기준선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이 광기가 번져나가지 않을 리 없었다.

"...해서, 그 기준을 만들고자 여기 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함장이다.
아냑은 기실 함장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기야 했다. 연락망 안에서 함장이 어쩌니 하는 이야기를 해도, 막상 뇌물을 받아줘서 제 곤란한 룸메이트를 정식으로 받아준 점까지 생각하면 편리한 인간이긴 했으니까 말이다.
그럼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글쎄.

"......"
"...이런 데서 가족의 정을 발휘하고 싶으신 건 아니죠?"

히오는 정말이지 연락망 안에서나 보던 가족이라는 피의 연속체 덩어리를 여기서 실감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고 생각했다.

"일단 자네가 생각하는 처벌 수위부터 말이나 해 보지."
"뭐 두말 할 것도 없이 목숨에는 목숨 아닙니까."
"그게 되겠나?"

바로 기각당할 줄은 알았다. 히오의 굵은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으나 이내 되돌아온다.

"안 그래도 이미 인력이 둘이나 줄어들었다. 그 상황에서 목숨 하나를 더 날려서 자체적으로 손실이 나게 할 셈인가."
"하지만 여기서 더 본보기를 보이지 않으면 이런 사건이 또 생기겠죠. 알고 계시지 않나요?"
"이미 알고 있는데도 다시 생기는 사건은 많지 않나."

으! 아냑은 이래서 이 인간이 싫다. 소소한 뇌물과 사람 목숨이 이렇게 등치되는 건 또 뭐람! 단속당할 걸 아는데도 굳이굳이 초콜릿이며 후추를 들고 온 자신을 콕 집는 것까지.

"그래도 피바람이 부는 것보다야 낫지 않습니까?"
"정 그렇다면야 구금을 지속적으로 하는 기존 방안이 있지 않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경고는 될 텐데."
"...두 사람 분의 목숨을 해친 것치고 너무 가벼운 형이라서 그렇습니다."

형벌에는 다른 이들이 죄를 짓지 않게 할 정도의 엄중함과 죄인이 교화될 가능성을 열어주는 관용이 섞여 있어야 했다. 양팔저울에 두 가치를 두고 저울질을 해야 하는 것이 현 상황이었다.
아냑의 생각에 지금 상황은 관용이라는 가치를 저 죄인이 이용한 축에 가까우니 당장에라도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해야 했다.

"자네도 알잖나. 지속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면... 망가져."
"그걸 지금 댁한테 덤볐다고 반 년 동안 구금당한 저한테 하실 말씀이신지."
"오, 이런. 미안하군... 그래, 살인 미수와 살인은 확실히 다르게 다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겠지?"

함장이 게으르게 책을 펼친다. 저 인간은 자기가 펼친 책의 페이지를 보고 있긴 한 건지 모르겠다. 아냑은 충혈된 보랏빛 눈동자를 불빛 속에서 번뜩이며 상대방을 응시했다.

"1년은 어떤가. 이 정도면 기존 방안에서 거의 3배... 4배는 늘어난 조치 아닌가?"

...처음부터 이걸 노린 게 분명했다. 아냑은 차분하게 그리 생각한다. 자신이 무엇이라 하든, 일단 네가 당한 게 그 만큼이면 딱 그 두 배면 되지 않겠느냐. 그러면 합당하고 좋지 않느냐.

"저야 당신 과실도 분명한 사건이었지만 당신 따님은 그냥-."
"무어, 자네가 결혼이라도 결심해 준다면 그 애가 그런 짓을 안 했을 지도 몰랐잖나."
"...그래서 이게 제 과실이다?"
"게다가 위성 연구시설 책임자는 자네야."
"그래서 일부는 제 책임이다? 보살핌을 했어야 했다?"

궤변이군. 끓던 피를 잘라낸다.

"가정교육이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게 아쉽군요."
"...자네 그러다가 이번 협상이 없던 일이 될 수가 있어."
"함장님. 당신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당신을 다이빙 벨 문 앞에 한 번 끌고 갔던 사람입니다."

아무래도 저 자도 제시도 모르는 걸 이야기해 줘야 겠다.

"여기서 형량이 잘못 결정되면 다음 살인자가 누가 될 지 깊이 고민하셔야 할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이제 붉은 피와 구분조차 할 수 없이 붉어진 눈으로 아냑이 낮게 읊조렸다.

-

그래서, 협상이 잘 되었는가 하면 그 때부터는 그럭저럭 풀리긴 한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목숨에는 목숨 따위를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아냑은 이 날을 위해 과거 지구에 살던 조상들이 이런 사유로 이런 형을 내리고, 이런 사유로 누군가를 노역에, 누군가를 사형대에 올리고 하는 걸 연구해 왔다. 휴가 결재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테니 그동안 놀고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아냑은 한가지 걸릴 뿐이다.
내가 이래도 정말 괜찮았나?
...일개 인간이 이래도 정말 괜찮았을까?

디딘 발 밑에는 대지가 없다. 인류가 쌓은 과학만이 있을 뿐. 그 바깥은 디딜 곳 없는 우주다. 그 사실이 유난히, 아냑을 낭떠러지에 서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한다.

관리자 직함은 그에게 어울리는 게 맞을까. 아냑은 침대에 누워 한참을 고민하다가,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

...그리고 사건의 전개 과정을 모두 알고 있었으면서 최소한의 도움을 줄 수밖에 없던 이야기꾼 역시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해선 안 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관리자는 지켜보는 것마저 고통스러웠으니까.

발목을 간질이는 푸른 수국 꽃잎이 유난히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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