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0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246-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5-02-11 (화) 08:27:57
갱신일:2025-02-14 (금) 13:54:10
#0에주(mpbGCEFwaa)2025-02-11 (화) 08:27:57
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1:1 카톡방: >191>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899랑(pL2B0Y1ZBq)2025-02-14 (금) 10:15:53
※ 이전편: situplay>960>195
여느 때처럼 학원 가는 길이다. 밤 사이 소복이 내린 눈이 발목까지 쌓였다. 눈을 뽀득뽀득 밟고 나아가며 하얀 세상을 눈에 담았다.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서랑은 한결같지 못했다. 지극히 비일상적인 일을 겪은 탓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눈만 감으면 그 여자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동요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하늘 위에서 초월적인 존재들이 왕좌를 놓고 다투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고래 싸움에 굳이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냥 공부만 잘 하면 돼.’
그 이후로도 서랑은 학원을 꼬박꼬박 다녔다. 그때처럼 꾀 부려 결석할 생각일랑 하지 않았다. 그러려고 애썼다. 언젠가 찾아올 결과를 위해 힘들고 고달픈 현실을 삼켜냈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몇 년만 지나면 찬란한 출세길이 펼쳐진다. 높은 성적으로 명문대에 합격하고, 졸업 이후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다. 그동안의 수고를 보답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 끝엔 뭐가 남지? 성공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만족감? 그렇게 축적한 부? 새로이 꾸린 가정?
아니, 거기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될 뿐이다. 누가 더 사치를 누리는지, 누가 더 스펙 좋은 배우자와 결혼하는지, 누구 자식이 더 공부를 잘 하는지─ 결국 이 굴레는 끊을 수 없다. 죽을 때까지 남과 경쟁하며 살아야 한다. 잔혹한 현실이다.
그게 정말 진정한 행복이고 성공일까?
우리 같이 새로운 세계의 왕이 되어보지 않겠니.
‘별로 하기 싫다고.’
저 높은 지고천에는 왕좌가 놓여있어. 그 왕좌에 앉은 신은 세계의 법칙을 새로이 정할 수 있단다.
‘너무 거창하잖아, 그런 건.’
그래서 내가 바로잡고자 하는 거란다.
‘⋯⋯내 인생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생각 거듭하던 서랑의 발걸음이 뚝 멈추었다. 한산한 거리 가운데 멍하게 서서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야, 내 삶의 방식은 잘못되지 않았어. 부모님이 정해주신 거니까.’ 부러 고개를 젓는다. ‘의심하지 마. 이게 정답이잖아.’ 애써 외면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그 견고한 믿음이 서랑의 내면에서부터 조금씩 부서지는 중이라는 걸.
쨍강─
뜬금없는 파열음에 서랑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부지불식간 금이 가더니, 공간이 유리처럼 파스스 깨져나가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 ‘깨어졌다’. 그렇게 생겨난 균열 사이로 어떤 것이 고개를 내밀었다. 산만한 덩치에 주홍빛 털과 검은 줄무늬, 우악스럽게 벌린 주둥이와 뾰족한 송곳니, 형형한 금빛 눈⋯⋯.
‘호랑이?!’ 서랑은 제 눈을 의심했다. 호랑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애초에 저 균열이 왜 생긴 건지, 서랑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호랑이는 틈새를 완전히 비집고 뛰쳐나왔다. 그리고 서랑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했다.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도망쳐야 한다.
「오호, 이건 또 맛나보이는 혼이로다!」
거대한 범이 입가를 달싹였다. 그것은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평범한 짐승이 아니란 듯 인간의 언어를 능숙히 구사했다. 굵직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일대를 호령하는 것 같았다.
서랑의 온 몸이 뻣뻣이 굳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그럼에도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운도 지지리 없지,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발이 걸려 자빠져버렸다. 극도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일어나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도망친다 하더라도 곧장 잡힐 것이다.
21세기 한국 도심에서 호환을 당한다고? 그럼 이렇게 죽는 건가? 내가 죽으면 우리 부모님은⋯⋯. 겁에 질린 먹잇감이 마음에 드는지 호랑이가 입맛을 다셨다.
“⋯⋯!”
매서운 포효와 함께 범이 뛰어들었다. 쩌억 벌린 아가리가 서랑의 눈 앞에 들이닥쳤다. 반사적으로 팔을 치켜들고 눈을 꽉 감으며, 엄습해올 끔찍한 고통을 받아들인다⋯⋯.
「캬아악─!」
비명 같은 괴성에 서랑은 조심히 눈을 떴다. 분명 아까까진 멀쩡했었던 호랑이의 몸이, 보랏빛 액체 같은 무언가로 변하여 후드득 흘러내리고 있었다. 놈이 고통스러워하며 온 몸을 뒤틀었다. 이윽고 보랏빛이 호랑이를 전부 집어삼키자 놈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살았어.’ 턱 막혔던 숨구멍이 뚫렸다. 서랑은 안도하며 숨을 느릿하게 몰아쉬었다. 긴장이 풀리자 극도의 피로와 탈력감이 몰려왔다. 이제 학원을 마저 가야 할 텐데,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지금은 학원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방금 전의 호랑이와 균열은 대체─ 거기까지 생각한 서랑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호랑이가 비집고 튀어나왔었던 균열은 여즉 그대로 남아있었다. 허공에 뚫린 구멍이 시커맸다.
“이 세계도 이젠 안전하지 않구나.”
이윽고 균열에 다가가는 누군가가 보였다. 명명백백 귀에 익은 목소리, 종이 우산 펼쳐 든 무복 차림의 장발 여성.
서랑은 침묵했다. 그럼에도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따위 것이 아니었다. 방금 전의 호랑이를 그녀가 퇴치해준 것이 맞다면⋯⋯ 오히려 생명의 은인이라며 감사해야 할 판이다. 설령 불순한 의도─예컨대 서랑이 죽으면 자기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봐─에서 비롯된 행동이라 하더라도.
“그게 대체 뭔 소리에요? 안전하지 않다니⋯⋯.”
그렇지만 서랑은 감사 인사도, 책망도 아닌 의문을 먼저 표했다.
여인이 뒤를 돌아 서랑을 바라보았다. 길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녀를 올려다보는 서랑, 우두커니 선 채 서랑을 내려다보는 그녀. 두 존재가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그녀는 웃고 있지 않았다. 되레 근심 가득한 낯빛이었다.
“─악마란다.”
‘⋯⋯악마.’ 서랑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악마들이 이곳으로 넘어오려는 게야.”
여느 때처럼 학원 가는 길이다. 밤 사이 소복이 내린 눈이 발목까지 쌓였다. 눈을 뽀득뽀득 밟고 나아가며 하얀 세상을 눈에 담았다.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서랑은 한결같지 못했다. 지극히 비일상적인 일을 겪은 탓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눈만 감으면 그 여자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동요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하늘 위에서 초월적인 존재들이 왕좌를 놓고 다투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고래 싸움에 굳이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냥 공부만 잘 하면 돼.’
그 이후로도 서랑은 학원을 꼬박꼬박 다녔다. 그때처럼 꾀 부려 결석할 생각일랑 하지 않았다. 그러려고 애썼다. 언젠가 찾아올 결과를 위해 힘들고 고달픈 현실을 삼켜냈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몇 년만 지나면 찬란한 출세길이 펼쳐진다. 높은 성적으로 명문대에 합격하고, 졸업 이후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다. 그동안의 수고를 보답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 끝엔 뭐가 남지? 성공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만족감? 그렇게 축적한 부? 새로이 꾸린 가정?
아니, 거기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될 뿐이다. 누가 더 사치를 누리는지, 누가 더 스펙 좋은 배우자와 결혼하는지, 누구 자식이 더 공부를 잘 하는지─ 결국 이 굴레는 끊을 수 없다. 죽을 때까지 남과 경쟁하며 살아야 한다. 잔혹한 현실이다.
그게 정말 진정한 행복이고 성공일까?
우리 같이 새로운 세계의 왕이 되어보지 않겠니.
‘별로 하기 싫다고.’
저 높은 지고천에는 왕좌가 놓여있어. 그 왕좌에 앉은 신은 세계의 법칙을 새로이 정할 수 있단다.
‘너무 거창하잖아, 그런 건.’
그래서 내가 바로잡고자 하는 거란다.
‘⋯⋯내 인생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생각 거듭하던 서랑의 발걸음이 뚝 멈추었다. 한산한 거리 가운데 멍하게 서서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야, 내 삶의 방식은 잘못되지 않았어. 부모님이 정해주신 거니까.’ 부러 고개를 젓는다. ‘의심하지 마. 이게 정답이잖아.’ 애써 외면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그 견고한 믿음이 서랑의 내면에서부터 조금씩 부서지는 중이라는 걸.
쨍강─
뜬금없는 파열음에 서랑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부지불식간 금이 가더니, 공간이 유리처럼 파스스 깨져나가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 ‘깨어졌다’. 그렇게 생겨난 균열 사이로 어떤 것이 고개를 내밀었다. 산만한 덩치에 주홍빛 털과 검은 줄무늬, 우악스럽게 벌린 주둥이와 뾰족한 송곳니, 형형한 금빛 눈⋯⋯.
‘호랑이?!’ 서랑은 제 눈을 의심했다. 호랑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애초에 저 균열이 왜 생긴 건지, 서랑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호랑이는 틈새를 완전히 비집고 뛰쳐나왔다. 그리고 서랑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했다.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도망쳐야 한다.
「오호, 이건 또 맛나보이는 혼이로다!」
거대한 범이 입가를 달싹였다. 그것은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평범한 짐승이 아니란 듯 인간의 언어를 능숙히 구사했다. 굵직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일대를 호령하는 것 같았다.
서랑의 온 몸이 뻣뻣이 굳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그럼에도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운도 지지리 없지,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발이 걸려 자빠져버렸다. 극도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일어나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도망친다 하더라도 곧장 잡힐 것이다.
21세기 한국 도심에서 호환을 당한다고? 그럼 이렇게 죽는 건가? 내가 죽으면 우리 부모님은⋯⋯. 겁에 질린 먹잇감이 마음에 드는지 호랑이가 입맛을 다셨다.
“⋯⋯!”
매서운 포효와 함께 범이 뛰어들었다. 쩌억 벌린 아가리가 서랑의 눈 앞에 들이닥쳤다. 반사적으로 팔을 치켜들고 눈을 꽉 감으며, 엄습해올 끔찍한 고통을 받아들인다⋯⋯.
「캬아악─!」
비명 같은 괴성에 서랑은 조심히 눈을 떴다. 분명 아까까진 멀쩡했었던 호랑이의 몸이, 보랏빛 액체 같은 무언가로 변하여 후드득 흘러내리고 있었다. 놈이 고통스러워하며 온 몸을 뒤틀었다. 이윽고 보랏빛이 호랑이를 전부 집어삼키자 놈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살았어.’ 턱 막혔던 숨구멍이 뚫렸다. 서랑은 안도하며 숨을 느릿하게 몰아쉬었다. 긴장이 풀리자 극도의 피로와 탈력감이 몰려왔다. 이제 학원을 마저 가야 할 텐데,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지금은 학원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방금 전의 호랑이와 균열은 대체─ 거기까지 생각한 서랑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호랑이가 비집고 튀어나왔었던 균열은 여즉 그대로 남아있었다. 허공에 뚫린 구멍이 시커맸다.
“이 세계도 이젠 안전하지 않구나.”
이윽고 균열에 다가가는 누군가가 보였다. 명명백백 귀에 익은 목소리, 종이 우산 펼쳐 든 무복 차림의 장발 여성.
서랑은 침묵했다. 그럼에도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따위 것이 아니었다. 방금 전의 호랑이를 그녀가 퇴치해준 것이 맞다면⋯⋯ 오히려 생명의 은인이라며 감사해야 할 판이다. 설령 불순한 의도─예컨대 서랑이 죽으면 자기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봐─에서 비롯된 행동이라 하더라도.
“그게 대체 뭔 소리에요? 안전하지 않다니⋯⋯.”
그렇지만 서랑은 감사 인사도, 책망도 아닌 의문을 먼저 표했다.
여인이 뒤를 돌아 서랑을 바라보았다. 길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녀를 올려다보는 서랑, 우두커니 선 채 서랑을 내려다보는 그녀. 두 존재가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그녀는 웃고 있지 않았다. 되레 근심 가득한 낯빛이었다.
“─악마란다.”
‘⋯⋯악마.’ 서랑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악마들이 이곳으로 넘어오려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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