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육성/아카데미] 별밤 아카데미 - 13

#9676 [All/육성/아카데미] 별밤 아카데미 - 13 (1001)

종료
#784엘라 - 수업(aUmUOArQlu)2026-01-30 (금) 14:12:14
그녀를 보라. 교정의 구석진 그늘, 벽돌담 아래 서 있는 그녀만이 어두운 풍경과 색채가 다르다.

그녀의 발치 앞에는 찌그러진 양철 양동이가 놓여있다. 안에는 염소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물이 한가득 담겨 찰랑거린다. 액체는 본래 낮은 곳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의 손길이 자연의 법칙에 개입한다.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를 향해 사인을 보내는 지휘자처럼 그녀의 왼손이 허공을 가른다. 투명한 뱀처럼, 나선형을 그리며 그녀의 통제를 따라 물줄기가 떠오른다. 손짓 따라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떠오르던 물줄기는 한순간 형태를 잃고 무너져 내린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다. 비명도, 표정의 변화도 없다. 그저 연주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지휘봉을 내리지 못한 채. 그녀의 손은 허공에 뻗어 있다.
천천히 시선을 내린다. 뺨에 튄 물방울. 젖어버린 신발. 그녀는 젖은 양말 속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세상에서 가장 불쾌한 감각이다.

실패했다. 완벽하게. 그리고 축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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