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36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39-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6-01-26 (월) 01:36:13
갱신일:2026-01-28 (수) 14:15:45
#0에주(5Fb1OKYqtW)2026-01-26 (월) 01:36:13
위키: https://opentalkwiki.mycafe24.com/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220학교생활(zCpyY2GDJ6)2026-01-27 (화) 07:23:45
월요일 아침 7시.
알람 시계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번쩍 뜨였다.
습관 때문이 아니었다. 명치께를 짓누르는 묵직한 압박감, 그리고 콧구멍을 간질이는 가느다란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으음… 야채는 안 머거….“
내 배를 베개 삼아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건, 눈부신 금발의 소녀 루나.
창문 틈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머리카락에 반사 될 때마다 마치 동화 속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성스러웠지만, 입가에 흐르는 침 자국을 보면 그런 감상은 3초 만에 증발했다.”…파자마 비싼건데.“
나는 멍하니 누운채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파란 가마쿠라의 아침 하늘. 그리고 내 옆에는 정체불명의 에덴산 가출 소녀.
그것도 10미터라는, 끊을 수 없는 사슬에 묶인 채로.
"무거워…."
나는 루나를 밀어내려다 멈칫했다.
생각보다… 가볍네.
하늘에서 포트를 타고 떨어질 때는 무슨 터미네이터인 줄 알았는데, 막상 겪어보니 그냥 말랑말랑한, 평범한 여자애의 몸이었다.
”으으… 아오이, 더 잘래. 학교 안 가면 안 돼?“”시끄러. 네모씨한테 미안하잖아. 모처럼 학적도 만들어 줬는데“
루나가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칭얼거렸다. 따뜻한 체온. 규칙적인 숨소리.
이 녀석과 내가 처음 만난 건 그저께 저녁.
그리고 어제, 일요일 하루는 통째로 '성능 테스트'라는 명목하에 날려버렸다.
그래, 어제.
그 잃어버린 일요일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자, 뛰어 봐! 에덴에서 왔다며!"
일요일 오후의 하천 부지는 평화로웠다.
나는 루나를 집에만 둘 수 없어 밖으로 데리고 나왔었다. 10미터 제약 때문에 나도 강제로 산책을 당해야 했지만, 무엇보다 이 녀석의 스펙을 확인해야 했다.
혹시라도 영화에 나오는 사이보그처럼 벽을 부수고 자동차를 들어 올리는 괴력의 소유자라면, 학교에 데려가는 건 자살 행위니까.
테스트가 끝나면 케이크를 사주겠다는 거래조건을 받아들인 루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출발선에 섰다.
”헤헤, 좋아! 아오이 깜짝 놀라지 마? 나 진짜 빠르거든! 에덴에서는 날아다녔다구!“
“알았으니까 뛰어. 저기 전봇대까지. 50미터야.”
“준비, 땅!”
루나가 땅을 박차고 달렸다.
다다다다!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금발이 휘날렸다.
오, 제법 의욕적인데? 라고 생각한 순간.
“헉, 헉! 으악!”
정확히 20미터 지점에서,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30미터 지점에서는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더니, 결국 40미터 지점에서 제 발에 걸려 풀썩 쓰러졌다.
“…….”
나는 천천히 걸어가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루나는 바닥에 대자로 뻗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져 있었다.
“어… 루나, 괜찮아?”
“허억… 허억… 죽어… 루나 죽어버려어… 다리가 안 움직여…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거 같아….”
“그냥 운동 부족이잖아.”
다행인지 아닌지 운동능력은 평범하게 떨어졌다. 며칠간 제법 좁은 공간에서만 돌아다녔던 덕에 알지 못했던 거겠지.
그래도 하늘에서 떨어진,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육체가 고작 50미터도 못 뛰어서 뻗어버리다니.
“아니야… 이 몸이 아직 적응을 못 해서 그래… 에덴에서는 생각만 하면 슝! 하고 갔는데….””여긴 현실이라고. 다리로 뛰어야 해.“
그 다음은 평범하진 않았지만 야구 테스트였다. 자기 전에 경기 영상을 보더니 해보고 싶다고 난리를 피우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싸구려 고무공을 하나 구해왔다.
두 사람 뿐이라 멀리 떨어질 수는 없었지만 루나는 어디서 주워온 나뭇가지를 들고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이건 자신 있어! 날아오는 거 맞히는 거잖아? 루나의 눈은 엄청 좋거든!“
나는 가볍게 고무공을 던졌다.
당연히 제대로 배운 적도 없으니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이었지만 루나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눈동자를 반짝였다.
”보인다! 저기로 온다!“
녀석은 정확하게 공의 궤적을 쫓았다.
그리고 힘차게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붕-!
나뭇가지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공은 유유히 루나의 배트 위를 지나쳐 뒤쪽 풀숲에 떨어졌다.
”……어라?“
루나는 멍하니 자신의 손과 나뭇가지를 번갈아 보았다.
”분명 보였는데? 타이밍도 완벽했는데?“
“그럴 것 같았어.”
나는 혀를 찼다.
동체 시력이 얼마나 좋든 간에, 반사 신경과 근력은 그냥 동네 초등학생 수준. 아니 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모른다.
머리로는 '친다!'라고 생각했지만, 팔이 0.5초 늦게 나가는 식이었다.
“으아앙! 짜증 나! 왜 안 맞는 거야!”
루나는 분하다는 듯 나뭇가지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러고는 씩씩거리며 근처에 있던 자판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목말라! 아오이, 나 저거 마실래!”
”돈 없어. 그보다 어차피 좀 있다 케이크 먹을거라면서?.“
“그거랑은 별개! 지금 마실 거야! 달콤한 거!”
루나가 자판기 앞에 섰다.
돈 투입구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녀석은 그냥 자판기 버튼이 있는 패널에 손바닥을 턱 하니 댔다.
“후후... 이런 곳도 구세대라니까!”
그 직후 루나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빛나는가 싶더니
텅, 텅, 텅!
자판기에서 포카리스웨트 세 캔이 연달아 굴러떨어졌다.
“……어?“
”헤헤, 봤지? 아오이, 이거 마셔! 내가 쏘는 거야!“
루나는 의기양양하게 음료수를 꺼내 내게 던져주었다.
”아니 그, 범죄잖아!!! 그보다 이런 것도 할 수 있는거야?!”
“뭐 루나씨는 엄청난 사람이니까!!!후후 지상의 구세대 기술정도야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는거야!”
녀석은 캔 뚜껑을 따며 꿀꺽꿀꺽 마셨다.
“캬아! 시원해! 역시 노동 뒤에 마시는 게 최고야!”
노동은 무슨, 헛스윙만 해놓고.
나는 캔을 쥐고 멍하니 서 있었다.
신체 능력은 최약체. 하지만 머릿속에는 에덴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해킹 툴이 내장된 여자.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건 앞뒤 안 가리고 저지르고 본다는 것.
“아오이도 빨리 마셔!“
루나는 입가에 음료수를 묻힌 채 해맑게 웃었다.
그 미소가 너무 순진무구해서, 나는 훔친 음료수라는 것도 잊고 캔을 딸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고개를 저어 어제의 기억을 정리했다.
어쨌든 결론은 하나다. 이 녀석은 물리적으로는 나보다 약하다.
하지만 방심하면 자판기든 뭐든 다 털어먹을 녀석이다. 그러니 내게는 저 막무가내인 녀석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는 것.
”일어나! 학교 가야지!“
나는 루나의 볼을 잡아당겼다.
”아야야! 늘어나! 내 볼살 늘어난다고!“
“빨리 씻어. 오늘은 진짜 등교 첫날이잖아!”
“으으… 루, 루나는 그냥 집에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 햇살도 강하고?”“윽… 아니아니 그런 눈으로 쳐다 봐도 안돼! 그보다 이 이상 늦으면 도시락도 준비 못하거든?”
“도시락?! 문어비엔나 들어가있는걸로?!”단순해서 다행이다.
루나가 욕실에서 씻는 동안,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초차원 오픈 카톡방]
어제 오후, 이 수상한 채팅방을 통해 루나의 신분 문제는 해결했다. 네모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에게 초콜릿 푸딩을 뺏기는 일이 있었지만, 다른 차원의 존재에게 도움을 받은 것 치고는 값싼 거래였다.
대충 그런 일이 있었다고 치자. 세상엔 설명 안 되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하늘에서 미소녀가 떨어지는 일도 있었는데 평소에 접속해 다니던 채팅방이 갑자기 다른 차원과 이어지는 일도 있는 것이다.
“좋아, 서류는 됐고. 이제 실전이다.”
욕실 문이 열리고 루나가 나왔다.
물기를 머금은 금발, 하얀 피부, 그리고 반짝이는 녹색 눈동자.
낡은 수건을 두르고 있을 뿐인데도 빛이 났다.
“아오이~ 머리 말려줘!”“네가 해.”
“아오이가 해주는게 좋아!”
결국 내가 말려줬다. 상전이 따로 없다.
옷은 내가 작아서 못 입는 여분 셔츠와 체육복 바지를 입혔다.
"으으, 꽉 끼어. 아오이, 너는 밥 안 먹고 살았어? 옷이 왜 이렇게 작아?"
"네가 비정상적으로… 발육이 좋은 거거든! 조용히 하고 입어!"
내 셔츠는 루나에게 터질 듯이 꽉 끼었다. 단추 하나가 튕겨 나갈 듯 위태로웠다. 반면 체육복 바지는 헐렁해서 자꾸 흘러내렸다.
그 위에 내 재킷을 걸쳐주니, 묘하게 힙한 느낌이 났다.
“오오… 루나 아이돌 같지 않아?”
루나는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포즈를 취했다.
“좋아, 가자.”
“출발! 학교 정복하러!”
루나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현관문을 열었다. 10미터의 사슬로 묶인 2인조 파티의 등교가 시작되었다.
등굣길은 전쟁터였다.
월요일 아침의 좀비 같은 학생들 사이에서, 루나는 움직이는 조명탄 같았다.
“와… 저기 봐. 금발이야.”
“진짜 예쁘다. 외국인인가?”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루나는 그 시선을 즐기는 듯 턱을 치켜들고 걸었다.사람이 얼마 안 남았다고는 해도 근처의 학생들이 한번에 다 모인다면 소란을 끌기에는 충분하니까. …뭐 얼굴 하나만은 좋다는 건 인정한다.
“헤헤, 아오이. 다들 나만 봐! 내가 그렇게 예쁜가?”
“조용히 해. 눈 마주치지 마. 우린 그냥 공기처럼 지나가는 거야.”
“후후후, 아오이는 지금 루나를 뺏길 것 같아서 긴장하고 있는거야!”
“그건 절대 아니거든. 도대체 어디서 뭘 본거야?”
“아오이의 컴퓨터에 있던 비밀 폴더에 여자랑 여자가 사ㄱ읍ㅂ!!!!”“바보야 그렇게 큰소리로 뭘 말하는거야!!!!”
어쩐지 만지지도 않은 노트북이 옮겨져 있다고 생각했더니…!!!
나는 루나의 입을 틀어막은채 바로 교무실로 직행했다.
다행히 교무실에서의 절차는 간단했다.
담임 선생님은 루나를 보자마자 “아, 네가 그 독일에서 온 후지와라양이구나!”라며 반갑게 맞이했다.
“독일 어디서 왔다고?”
“루나는 베를린 숲속에서 왔어!”
“하하, 숲세권에 살았구나. 일본어가 아직 서투르네.”
선생님은 루나의 엉뚱한 대답도 외국인이라면 그럴 수 있다며 넘겨주었다. 예쁘면 다 용서되는 더러운 외모지상주의가 오늘따라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드디어 1학년 3반 교실.
드르륵. 뒷문을 열고 들어가자 교실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안녕! 얘들아!”
루나가 교탁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오히려 보고 있는 내가 더 부끄러워질 정도로 녀석은 마이크만 없었지 거의 리사이틀 분위기였다.
“루나의 이름은 루나!!! 후지와라 루나야! 독일에서 왔어! 좋아하는 건 단거랑 아오이!!! 잘 부탁해!”
아이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와아아- 하고 환호를 질렀다.
아니 대부분은 홀로그램이었으니까 아마도 비슷한 상황에 대한 반응이 인풋되어 있는거겠지. 에덴의 기술개발진들이 만들었으니 말이다.
자리는 내 옆자리로 배정받았다. 내가 선생님께 “루나가 낯을 가려서요”라고 거짓말을 한 덕분이었다. 낯을 가리기는커녕 온 동네방네 참견할 기세였지만 아무래도 좋지.
다행히 첫 수업은 사소한 거에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닌 수학선생이 맡았기에 시끄러운 루나를 보고서도 그래, 반갑다 라는 말과 함께 수업을 이어나갔다.
그는 전학생 따위에는 관심 없다는 듯, 칠판에 난해한 수식을 적기 시작했고
“자, 132페이지. 미분계수의 기하학적 의미. 칠판 봐라.”
루나는 턱을 괴고 칠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오이, 저 아저씨는 왜 저렇게 딱딱한 걸로 벽을 긁어대? 소름 끼쳐.”
“선생님이야. 수업 중이니까 조용히 해.”
독사 선생님이 뒤를 돌았다. 그의 매서운 눈빛이 교실을 훑다가, 루나의 금발에 딱 멈췄다.
“거기, 전학생.”
“……응? 루나 말한거야?”
“그래, 너. 노란 머리. 독일에서는 선생님한테 아저씨라고 하나 보지?”
망했다. 들켰다.
나는 책상 밑으로 루나의 손을 꽉 잡았다. 제발 가만히 있어.
“나와서 칠판에 적힌 문제 풀어 보거라. 독일에서는 훨씬 더 선진적인 교육체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자네도 이 정도는 쉬워서 딴짓을 하던 거겠지?”
교실 분위기가 싸해졌다. 루나가 풀지 못 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첫 수업부터 이런 분위기라면 나중이 고달파지는 건 내 쪽이니까!!!
“루나, 그냥 나가서 모른다고 해. 죄송하다고 하고 들어와.”
하지만 루나는 내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어! 나갈게!”
루나는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하지만 교탁 앞에 선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좀 엉성했다.
분필을 집어 드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떨어뜨릴 뻔하고, 칠판지우개 가루에 재채기를 했다.
“에취! 으, 코 간지러워!”
루나는 킁킁거리며 문제를 올려다보았다.
선생님은 팔짱을 낀 채 마치 무언가를 평가하듯 아무 말 하지 않고 루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왜, 너무 어렵나? 힌트라도 줄까?”
아 아니었다. 그냥 기분이 상한거구나.
“음… 아니? 잠깐만 기다려 봐.”
루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그녀의 녹색 눈동자가 일순간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어제 자판기 앞에서 봤던 그 빛. …지금 대놓고 베끼고 있는거야?!
루나의 시야에는 칠판 위에 정답이 홀로그램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야 그렇겠지! 이미 초능력 같은것도 쓸 정도인데 저 정도야 계산기만 돌려도 되니까!!!
“아하! 이거 그냥 베끼면 되는구나?”
“뭐라고?”
“아니에요! 풀게요!”
사각, 사각.
루나의 글씨체는 삐뚤빼뚤했다. 초등학생 글씨 같았다.
하지만 적어 내려가는 내용은 기가 막혔다.
교과서의 해설지보다 더 정확하고 깔끔한 풀이 과정이 칠판에 적히고 있었다.
“여기서 이걸… 요렇게 넘기고… 숫자를 슉슉 넣으면….”
루나는 입으로 효과음까지 내며 마지막 답을 적었다. 하물며 자기가 쓴 정답이란걸 마킹이라도 하듯이 이상한 캐릭터 사인도 그려넣었다.
“예이!!! 루나쨩 우승!!!”
루나는 분필을 내려놓고 해맑게 웃으며 브이자를 그렸다.
선생님은 칠판과 루나를 번갈아 보며 입을 뻐끔거리더니 한참을 칠판을 보고 있었다. 문제의 수준보다는 풀이 과정이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아니, 너무 완벽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그야 그렇겠지. 에덴의 데이터베이스가 그렇게 허접하지 않을테니까. 1+1을 써놔도 증명하는 식을 적어놓을거다 아마.
“흐, 흠!!! 확실히 훌륭하군. 그래도 수업중에는 떠들면 안된다. 독일에서는 어떻지 몰라도 이곳은 일본이니까”
“정말이지 일본인은 빡빡하네! 알겠어!!!”
루나의 뻔뻔한 대답에 웃음을 참지 못한 녀석들이 나오긴 했지만 내 속은 오히려 타들어가는 듯 했다. 그야 너도 일본인이잖아.
“들어가 보거라…“
독사 선생님은 찜찜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루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리로 돌아왔다.
”어때, 아오이? 천재지? 대단하지?!“
”……너, 눈으로 컨닝한 거잖아?“
”에이, 컨닝이라니. 그냥 정보의 자유로운 이용!!!“
루나는 책상 서랍에서 몰래 챙겨온 초코바를 꺼내 입에 물었다.
오물오물.
볼이 빵빵해진 채 행복해하는 저 얼굴을 보니, 한숨과 웃음이 동시에 나왔다. 어쩌다가 저런걸 줍게 되버린건지.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이 우리 둘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솔직히, 방금 그건 재미있긴 했어.
알람 시계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번쩍 뜨였다.
습관 때문이 아니었다. 명치께를 짓누르는 묵직한 압박감, 그리고 콧구멍을 간질이는 가느다란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으음… 야채는 안 머거….“
내 배를 베개 삼아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건, 눈부신 금발의 소녀 루나.
창문 틈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머리카락에 반사 될 때마다 마치 동화 속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성스러웠지만, 입가에 흐르는 침 자국을 보면 그런 감상은 3초 만에 증발했다.”…파자마 비싼건데.“
나는 멍하니 누운채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파란 가마쿠라의 아침 하늘. 그리고 내 옆에는 정체불명의 에덴산 가출 소녀.
그것도 10미터라는, 끊을 수 없는 사슬에 묶인 채로.
"무거워…."
나는 루나를 밀어내려다 멈칫했다.
생각보다… 가볍네.
하늘에서 포트를 타고 떨어질 때는 무슨 터미네이터인 줄 알았는데, 막상 겪어보니 그냥 말랑말랑한, 평범한 여자애의 몸이었다.
”으으… 아오이, 더 잘래. 학교 안 가면 안 돼?“”시끄러. 네모씨한테 미안하잖아. 모처럼 학적도 만들어 줬는데“
루나가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칭얼거렸다. 따뜻한 체온. 규칙적인 숨소리.
이 녀석과 내가 처음 만난 건 그저께 저녁.
그리고 어제, 일요일 하루는 통째로 '성능 테스트'라는 명목하에 날려버렸다.
그래, 어제.
그 잃어버린 일요일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자, 뛰어 봐! 에덴에서 왔다며!"
일요일 오후의 하천 부지는 평화로웠다.
나는 루나를 집에만 둘 수 없어 밖으로 데리고 나왔었다. 10미터 제약 때문에 나도 강제로 산책을 당해야 했지만, 무엇보다 이 녀석의 스펙을 확인해야 했다.
혹시라도 영화에 나오는 사이보그처럼 벽을 부수고 자동차를 들어 올리는 괴력의 소유자라면, 학교에 데려가는 건 자살 행위니까.
테스트가 끝나면 케이크를 사주겠다는 거래조건을 받아들인 루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출발선에 섰다.
”헤헤, 좋아! 아오이 깜짝 놀라지 마? 나 진짜 빠르거든! 에덴에서는 날아다녔다구!“
“알았으니까 뛰어. 저기 전봇대까지. 50미터야.”
“준비, 땅!”
루나가 땅을 박차고 달렸다.
다다다다!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금발이 휘날렸다.
오, 제법 의욕적인데? 라고 생각한 순간.
“헉, 헉! 으악!”
정확히 20미터 지점에서,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30미터 지점에서는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더니, 결국 40미터 지점에서 제 발에 걸려 풀썩 쓰러졌다.
“…….”
나는 천천히 걸어가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루나는 바닥에 대자로 뻗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져 있었다.
“어… 루나, 괜찮아?”
“허억… 허억… 죽어… 루나 죽어버려어… 다리가 안 움직여…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거 같아….”
“그냥 운동 부족이잖아.”
다행인지 아닌지 운동능력은 평범하게 떨어졌다. 며칠간 제법 좁은 공간에서만 돌아다녔던 덕에 알지 못했던 거겠지.
그래도 하늘에서 떨어진,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육체가 고작 50미터도 못 뛰어서 뻗어버리다니.
“아니야… 이 몸이 아직 적응을 못 해서 그래… 에덴에서는 생각만 하면 슝! 하고 갔는데….””여긴 현실이라고. 다리로 뛰어야 해.“
그 다음은 평범하진 않았지만 야구 테스트였다. 자기 전에 경기 영상을 보더니 해보고 싶다고 난리를 피우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싸구려 고무공을 하나 구해왔다.
두 사람 뿐이라 멀리 떨어질 수는 없었지만 루나는 어디서 주워온 나뭇가지를 들고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이건 자신 있어! 날아오는 거 맞히는 거잖아? 루나의 눈은 엄청 좋거든!“
나는 가볍게 고무공을 던졌다.
당연히 제대로 배운 적도 없으니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이었지만 루나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눈동자를 반짝였다.
”보인다! 저기로 온다!“
녀석은 정확하게 공의 궤적을 쫓았다.
그리고 힘차게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붕-!
나뭇가지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공은 유유히 루나의 배트 위를 지나쳐 뒤쪽 풀숲에 떨어졌다.
”……어라?“
루나는 멍하니 자신의 손과 나뭇가지를 번갈아 보았다.
”분명 보였는데? 타이밍도 완벽했는데?“
“그럴 것 같았어.”
나는 혀를 찼다.
동체 시력이 얼마나 좋든 간에, 반사 신경과 근력은 그냥 동네 초등학생 수준. 아니 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모른다.
머리로는 '친다!'라고 생각했지만, 팔이 0.5초 늦게 나가는 식이었다.
“으아앙! 짜증 나! 왜 안 맞는 거야!”
루나는 분하다는 듯 나뭇가지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러고는 씩씩거리며 근처에 있던 자판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목말라! 아오이, 나 저거 마실래!”
”돈 없어. 그보다 어차피 좀 있다 케이크 먹을거라면서?.“
“그거랑은 별개! 지금 마실 거야! 달콤한 거!”
루나가 자판기 앞에 섰다.
돈 투입구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녀석은 그냥 자판기 버튼이 있는 패널에 손바닥을 턱 하니 댔다.
“후후... 이런 곳도 구세대라니까!”
그 직후 루나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빛나는가 싶더니
텅, 텅, 텅!
자판기에서 포카리스웨트 세 캔이 연달아 굴러떨어졌다.
“……어?“
”헤헤, 봤지? 아오이, 이거 마셔! 내가 쏘는 거야!“
루나는 의기양양하게 음료수를 꺼내 내게 던져주었다.
”아니 그, 범죄잖아!!! 그보다 이런 것도 할 수 있는거야?!”
“뭐 루나씨는 엄청난 사람이니까!!!후후 지상의 구세대 기술정도야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는거야!”
녀석은 캔 뚜껑을 따며 꿀꺽꿀꺽 마셨다.
“캬아! 시원해! 역시 노동 뒤에 마시는 게 최고야!”
노동은 무슨, 헛스윙만 해놓고.
나는 캔을 쥐고 멍하니 서 있었다.
신체 능력은 최약체. 하지만 머릿속에는 에덴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해킹 툴이 내장된 여자.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건 앞뒤 안 가리고 저지르고 본다는 것.
“아오이도 빨리 마셔!“
루나는 입가에 음료수를 묻힌 채 해맑게 웃었다.
그 미소가 너무 순진무구해서, 나는 훔친 음료수라는 것도 잊고 캔을 딸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고개를 저어 어제의 기억을 정리했다.
어쨌든 결론은 하나다. 이 녀석은 물리적으로는 나보다 약하다.
하지만 방심하면 자판기든 뭐든 다 털어먹을 녀석이다. 그러니 내게는 저 막무가내인 녀석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는 것.
”일어나! 학교 가야지!“
나는 루나의 볼을 잡아당겼다.
”아야야! 늘어나! 내 볼살 늘어난다고!“
“빨리 씻어. 오늘은 진짜 등교 첫날이잖아!”
“으으… 루, 루나는 그냥 집에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 햇살도 강하고?”“윽… 아니아니 그런 눈으로 쳐다 봐도 안돼! 그보다 이 이상 늦으면 도시락도 준비 못하거든?”
“도시락?! 문어비엔나 들어가있는걸로?!”단순해서 다행이다.
루나가 욕실에서 씻는 동안,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초차원 오픈 카톡방]
어제 오후, 이 수상한 채팅방을 통해 루나의 신분 문제는 해결했다. 네모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에게 초콜릿 푸딩을 뺏기는 일이 있었지만, 다른 차원의 존재에게 도움을 받은 것 치고는 값싼 거래였다.
대충 그런 일이 있었다고 치자. 세상엔 설명 안 되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하늘에서 미소녀가 떨어지는 일도 있었는데 평소에 접속해 다니던 채팅방이 갑자기 다른 차원과 이어지는 일도 있는 것이다.
“좋아, 서류는 됐고. 이제 실전이다.”
욕실 문이 열리고 루나가 나왔다.
물기를 머금은 금발, 하얀 피부, 그리고 반짝이는 녹색 눈동자.
낡은 수건을 두르고 있을 뿐인데도 빛이 났다.
“아오이~ 머리 말려줘!”“네가 해.”
“아오이가 해주는게 좋아!”
결국 내가 말려줬다. 상전이 따로 없다.
옷은 내가 작아서 못 입는 여분 셔츠와 체육복 바지를 입혔다.
"으으, 꽉 끼어. 아오이, 너는 밥 안 먹고 살았어? 옷이 왜 이렇게 작아?"
"네가 비정상적으로… 발육이 좋은 거거든! 조용히 하고 입어!"
내 셔츠는 루나에게 터질 듯이 꽉 끼었다. 단추 하나가 튕겨 나갈 듯 위태로웠다. 반면 체육복 바지는 헐렁해서 자꾸 흘러내렸다.
그 위에 내 재킷을 걸쳐주니, 묘하게 힙한 느낌이 났다.
“오오… 루나 아이돌 같지 않아?”
루나는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포즈를 취했다.
“좋아, 가자.”
“출발! 학교 정복하러!”
루나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현관문을 열었다. 10미터의 사슬로 묶인 2인조 파티의 등교가 시작되었다.
등굣길은 전쟁터였다.
월요일 아침의 좀비 같은 학생들 사이에서, 루나는 움직이는 조명탄 같았다.
“와… 저기 봐. 금발이야.”
“진짜 예쁘다. 외국인인가?”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루나는 그 시선을 즐기는 듯 턱을 치켜들고 걸었다.사람이 얼마 안 남았다고는 해도 근처의 학생들이 한번에 다 모인다면 소란을 끌기에는 충분하니까. …뭐 얼굴 하나만은 좋다는 건 인정한다.
“헤헤, 아오이. 다들 나만 봐! 내가 그렇게 예쁜가?”
“조용히 해. 눈 마주치지 마. 우린 그냥 공기처럼 지나가는 거야.”
“후후후, 아오이는 지금 루나를 뺏길 것 같아서 긴장하고 있는거야!”
“그건 절대 아니거든. 도대체 어디서 뭘 본거야?”
“아오이의 컴퓨터에 있던 비밀 폴더에 여자랑 여자가 사ㄱ읍ㅂ!!!!”“바보야 그렇게 큰소리로 뭘 말하는거야!!!!”
어쩐지 만지지도 않은 노트북이 옮겨져 있다고 생각했더니…!!!
나는 루나의 입을 틀어막은채 바로 교무실로 직행했다.
다행히 교무실에서의 절차는 간단했다.
담임 선생님은 루나를 보자마자 “아, 네가 그 독일에서 온 후지와라양이구나!”라며 반갑게 맞이했다.
“독일 어디서 왔다고?”
“루나는 베를린 숲속에서 왔어!”
“하하, 숲세권에 살았구나. 일본어가 아직 서투르네.”
선생님은 루나의 엉뚱한 대답도 외국인이라면 그럴 수 있다며 넘겨주었다. 예쁘면 다 용서되는 더러운 외모지상주의가 오늘따라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드디어 1학년 3반 교실.
드르륵. 뒷문을 열고 들어가자 교실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안녕! 얘들아!”
루나가 교탁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오히려 보고 있는 내가 더 부끄러워질 정도로 녀석은 마이크만 없었지 거의 리사이틀 분위기였다.
“루나의 이름은 루나!!! 후지와라 루나야! 독일에서 왔어! 좋아하는 건 단거랑 아오이!!! 잘 부탁해!”
아이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와아아- 하고 환호를 질렀다.
아니 대부분은 홀로그램이었으니까 아마도 비슷한 상황에 대한 반응이 인풋되어 있는거겠지. 에덴의 기술개발진들이 만들었으니 말이다.
자리는 내 옆자리로 배정받았다. 내가 선생님께 “루나가 낯을 가려서요”라고 거짓말을 한 덕분이었다. 낯을 가리기는커녕 온 동네방네 참견할 기세였지만 아무래도 좋지.
다행히 첫 수업은 사소한 거에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닌 수학선생이 맡았기에 시끄러운 루나를 보고서도 그래, 반갑다 라는 말과 함께 수업을 이어나갔다.
그는 전학생 따위에는 관심 없다는 듯, 칠판에 난해한 수식을 적기 시작했고
“자, 132페이지. 미분계수의 기하학적 의미. 칠판 봐라.”
루나는 턱을 괴고 칠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오이, 저 아저씨는 왜 저렇게 딱딱한 걸로 벽을 긁어대? 소름 끼쳐.”
“선생님이야. 수업 중이니까 조용히 해.”
독사 선생님이 뒤를 돌았다. 그의 매서운 눈빛이 교실을 훑다가, 루나의 금발에 딱 멈췄다.
“거기, 전학생.”
“……응? 루나 말한거야?”
“그래, 너. 노란 머리. 독일에서는 선생님한테 아저씨라고 하나 보지?”
망했다. 들켰다.
나는 책상 밑으로 루나의 손을 꽉 잡았다. 제발 가만히 있어.
“나와서 칠판에 적힌 문제 풀어 보거라. 독일에서는 훨씬 더 선진적인 교육체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자네도 이 정도는 쉬워서 딴짓을 하던 거겠지?”
교실 분위기가 싸해졌다. 루나가 풀지 못 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첫 수업부터 이런 분위기라면 나중이 고달파지는 건 내 쪽이니까!!!
“루나, 그냥 나가서 모른다고 해. 죄송하다고 하고 들어와.”
하지만 루나는 내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어! 나갈게!”
루나는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하지만 교탁 앞에 선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좀 엉성했다.
분필을 집어 드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떨어뜨릴 뻔하고, 칠판지우개 가루에 재채기를 했다.
“에취! 으, 코 간지러워!”
루나는 킁킁거리며 문제를 올려다보았다.
선생님은 팔짱을 낀 채 마치 무언가를 평가하듯 아무 말 하지 않고 루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왜, 너무 어렵나? 힌트라도 줄까?”
아 아니었다. 그냥 기분이 상한거구나.
“음… 아니? 잠깐만 기다려 봐.”
루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그녀의 녹색 눈동자가 일순간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어제 자판기 앞에서 봤던 그 빛. …지금 대놓고 베끼고 있는거야?!
루나의 시야에는 칠판 위에 정답이 홀로그램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야 그렇겠지! 이미 초능력 같은것도 쓸 정도인데 저 정도야 계산기만 돌려도 되니까!!!
“아하! 이거 그냥 베끼면 되는구나?”
“뭐라고?”
“아니에요! 풀게요!”
사각, 사각.
루나의 글씨체는 삐뚤빼뚤했다. 초등학생 글씨 같았다.
하지만 적어 내려가는 내용은 기가 막혔다.
교과서의 해설지보다 더 정확하고 깔끔한 풀이 과정이 칠판에 적히고 있었다.
“여기서 이걸… 요렇게 넘기고… 숫자를 슉슉 넣으면….”
루나는 입으로 효과음까지 내며 마지막 답을 적었다. 하물며 자기가 쓴 정답이란걸 마킹이라도 하듯이 이상한 캐릭터 사인도 그려넣었다.
“예이!!! 루나쨩 우승!!!”
루나는 분필을 내려놓고 해맑게 웃으며 브이자를 그렸다.
선생님은 칠판과 루나를 번갈아 보며 입을 뻐끔거리더니 한참을 칠판을 보고 있었다. 문제의 수준보다는 풀이 과정이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아니, 너무 완벽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그야 그렇겠지. 에덴의 데이터베이스가 그렇게 허접하지 않을테니까. 1+1을 써놔도 증명하는 식을 적어놓을거다 아마.
“흐, 흠!!! 확실히 훌륭하군. 그래도 수업중에는 떠들면 안된다. 독일에서는 어떻지 몰라도 이곳은 일본이니까”
“정말이지 일본인은 빡빡하네! 알겠어!!!”
루나의 뻔뻔한 대답에 웃음을 참지 못한 녀석들이 나오긴 했지만 내 속은 오히려 타들어가는 듯 했다. 그야 너도 일본인이잖아.
“들어가 보거라…“
독사 선생님은 찜찜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루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리로 돌아왔다.
”어때, 아오이? 천재지? 대단하지?!“
”……너, 눈으로 컨닝한 거잖아?“
”에이, 컨닝이라니. 그냥 정보의 자유로운 이용!!!“
루나는 책상 서랍에서 몰래 챙겨온 초코바를 꺼내 입에 물었다.
오물오물.
볼이 빵빵해진 채 행복해하는 저 얼굴을 보니, 한숨과 웃음이 동시에 나왔다. 어쩌다가 저런걸 줍게 되버린건지.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이 우리 둘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솔직히, 방금 그건 재미있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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