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95 [채팅]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잡담방 -341- (1001)
종료
작성자:에주
작성일:2026-02-03 (화) 10:28:32
갱신일:2026-02-09 (월) 02:27:20
#0에주(Y3eMJUswTG)2026-02-03 (화) 10:28:32
위키: https://opentalkwiki.mycafe24.com/wiki.php/%EB%8C%80%EB%AC%B8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1:1 카톡방: >8525>
번개모임방: >5108>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á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85고기가 먹고 싶다(/C.KBya3Py)2026-02-05 (목) 03:42:08

아침 공기가 무거웠다. 초여름의 날씨이니 물리적인 의미는 아니었고 단순히 어제의 싸움 이후, 서로 말조차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
“…….”
평소라면 내 위로 다이빙하며 "아오이! 기상! 태양이 떴어!"라고 소리쳤을 루나가, 오늘은 얌전했다. 녀석은 내 옆에 웅크리고 누워, 이불 끝자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마치 풀이 죽은 강아지의 귀처럼 축 처져 보였다.
사건의 발단은 어제 저녁이었다.
“아오이! 저거먹자!!! 루나 스테이크 먹고 싶어! 구울 때 치이익 소리 나는 거!”
“안 돼. 생활비 간당간당하단 말이야. 그냥 계란말이 먹어.”
“어제도 계란말이 였었잖아!응? 고기 먹자? 갑자기 나오는 녀석으로~ 부탁이야?”
“윽… 아니 그래도 이번엔 안돼! 애초에 말이야 집 수리비로 얼마나 썼다고 생각해?!”
“그, 그건 은행의 데이터를 어떻게 파팟-하고 조작하면~”
“되겠냐!!!”
…아니 뭐 심했다고는 생각해? 홧김에 소리를 질러버렸고, 루나도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 뒤로 우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10미터라는 거리 제한 때문에, 싸우고 나서도 한방에서, 그것도 한 이불을 덮고서 자야 한다는 건 꽤나 고문이었다.
“루나 일어나. 학교 가야지.”
나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처럼 "싫어~ 5분만~" 하고 칭얼거리지도 않았다. 녀석은 조용히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챙겼다. 책상 위에 놓인 투박한 검은색 UMPC가 눈에 들어왔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위잉- 하는 팬 소음과 함께 익숙한 부팅 화면이 떴다. 나는 습관적으로 가계부 엑셀 파일을 열었다. 화면 가득한 붉은색 숫자들. 마이너스, 마이너스, 마이너스.
“이번 달은 엄청 적자네…”
부모님이 보내주는 생활비는 1인분 기준이다. 그런데 식비가 두 배, 아니 루나의 먹성을 고려하면 2.5배로 늘어났다. 게다가 천장 수리비 견적은 상상을 초월했다. 내가 예민해진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루나는 화폐가치를 알 리가 없지 않은가. 에덴에는 공식적인 화폐가 없으니까.
“알고는 있는데…”
나는 UMPC를 탁 덮어 가방에 쑤셔 넣었다. 솔직히 마음이 불편했다.
등굣길은 고역이었다.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10미터의 투명한 사슬이 오늘따라 유난히 짧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평소였다면 루나가 멋대로 손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다녔겠지만 오늘은 서로 조금 떨어져 있기로 했다.
혼자 다니는게 이렇게 어색했던가? 루나가 지상에 내려온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 괜히 고독함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딸깍. 헤드폰의 휠을 돌려 00년대 팝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다. 경쾌한 신디사이저 음이 귀를 채웠지만,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평소라면 루나가 "아오이! 이 줄은 뭐야? 생명 유지 장치야? 나도 듣고싶어!"하며 헤드폰을 뺏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내 뒤에서 발소리만 낼 뿐이었다. 힐끔 뒤를 돌아보니, 루나는 땅바닥만 보고 걷고 있었다.
“…….”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루나의 교복 위로 흩어졌다. 축 처진 어깨. 항상 "나는 에덴의 엘리트야!"라며 턱을 치켜들던 당당함은 어디 가고, 세상 잃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더 쓰였다.
학교에 도착해서도 냉전은 계속되었다. 교실에 들어서자 반 친구들이 인사를 건넸다.
“어, 후지와라양에 아오이!!! …어? 무슨 일 있어? 뭔가 평소보다 좀 떨어져있지 않아.”
“……아니 언제 그렇게 붙어있었다고.”
“아… 뭐 본인은 모르겠지!!!”
대충 대답하고는 자기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반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잇치랑 루낫치 싸운거야아~?”
내 뒷자리에 앉은 친구, 유미가 내 어깨를 콕콕 찔렀다.
"저기저기 이치노세양~ 뭔가 대답해주라아~”
"아니… 그냥 별일 아니야."
나는 헤드폰을 목에 걸며 한숨을 쉬었다. 유미는 눈치가 빠른 녀석이었다.
“아, 나 눈치 채버렸을지도~ 잇치 또 잔소리한거지~ 루낫치 오늘 되게 풀죽은 강아지 같은 표정이잖아~.”
“아니 잔소리가 아니라…! 아니 뭐랄까, 잔소리 맞을지도.”
내 말에 유미가 혀를 찼다.
“아하핫~ 잇치 너무하네~ 루낫치는 외국에서 왔잖아? 하물며 독일이면 에덴만큼 복지가 좋다고 하잖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나도 알아. 아는데… 통장 잔고를 보면 나도 모르게 욱한다고.”
“잔고는 중요하긴 하지~ 다른 방법은 없는거야아? 닭고기라던가~"
솔직히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초차원 카톡방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마 남는 고기 조금 정도야 얼마든 받아올 수 있겠지만, 필요한 순간에만 그곳을 찾는 건 솔직히 조금 그렇지 않은가.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일방적인 상하관계가 된다. 고개를 살짝 돌려 옆자리를 보니 루나는 여전히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목덜미만 보였다. 평소에도 나보다 작아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풀이 죽어있으니 괜히 더 작아 보였다. 에덴에서 혼자 떨어져서, 아는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는데. 내가 너무했나. 유미의 타박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과해야지. 해야 하는데,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존심이었으면 차라리 낫지 그냥… 미안해서 얼굴을 못 볼 것 같았다.
하굣길. 우리는 여전히 말없이 걸었다. 가마쿠라의 하늘은 얄밉도록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에노덴 전철이 뗑, 뗑, 뗑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다.
귀갓길은 정적이었다. 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이대로 훌쩍 떠나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주기적으로 루나가 잘 오는지 뒤를 돌아보기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집에 인사를 건네고, 가방을 책상 위에 던져놓았다. 루나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더니, 쭈뼛거리며 방구석으로 갔다. 그러고는 무릎을 안고서 웅크려 앉았다. 마치 벌받는 아이처럼.
나는 책상 의자에 앉아 UMPC를 꺼냈다. 전원을 켜고 타닥, 타닥 물리 키보드를 두드렸다. 의미 없는 웹 서핑. 죽은 사이트의 아카이브를 뒤적거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신경은 온통 등 뒤에 쏠려 있었다.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다. 차라리 "배고파!"라고 소리라도 질러줬으면 좋겠는데.
그때였다. 스르륵. 등 뒤에서 미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루나가 바닥을 기어서 내 의자 뒤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모른 척하고 모니터만 노려봤다.
툭. 뭔가가 내 등 뒤에 닿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 루나의 이마였다. 녀석은 내 등 뒤에 찰싹 달라붙어, 내 허리춤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
“…….”
팬 돌아가는 소리와 내 심장 소리만 들렸다. 잠시 후, 등 뒤에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아오이.”
“……왜.”
“아오이, 바빠? 데이터 처리 중이야?”
나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한숨을 쉬었다.
"아니. 안 바빠."
그러자 내 허리를 잡은 루나의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녀석은 내 등에 얼굴을 마구 부비적거리더니,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였다. 루나가 슬그머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 나를 쳐다봤다. 녹색 눈동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
루나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하지만 잠시 후, 녀석의 손이 꿈틀꿈틀 내 쪽으로 넘어왔다.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UMPC 옆으로, 루나의 손가락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툭. 툭. 루나의 검지가 내 팔꿈치를 소심하게 건드렸다.
“……저기."
모기만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모른 척하고 UMPC 화면을 보는 척했다. 이미 몇 분 전부터 같은 사이트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아오이….”
툭, 툭. 손가락 공격이 계속되었다.
“왜.”
내가 무뚝뚝하게 대답하자, 루나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눈가가 촉촉했다.
“그… 어제 있잖아….”
“어?”
“고기… 안 먹어도 돼.”
루나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었다.
“어제 아오이가 네모랑 이야기 하고 있을 때 몰래 검색해 봤어. 지상의 경제 시스템같은거…”
“뭐… 그렇지.”
“아오이는 '학생'이라는 직업군이라 소득이 없잖아. 그러니까… 루나가 무리한 요구를 한 거야. 비효율적인 리소스 낭비를 강요했어.”
녀석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제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미안해. 에덴에서는 생각만 해도 바로 나왔으니까…”
그 말을 듣는데,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하게 아파왔다. 이 녀석, 밤새 나름대로 고민했던 모양이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왜 내가 화를 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 루나가. 자판기를 해킹해서 음료수를 뽑아 먹던 그 뻔뻔한 녀석이.
“루나.”
“응….”
“일어나봐.”
“화났어…?”
“아니니까 얼른.”
나는 짐짓 퉁명스럽게 말하며 의자에서 내려와 루나를 내 무릎에 뉘었다. 평소랑 비슷한 포지션으로 우리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루나의 머리에 손을 얹자 부드러운 금발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미안해. 소리 질러서.”
“…….”
“돈 없는 건 내 사정인데, 괜히 너한테 화풀이해서. 넌 여기 온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루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더니 이내 안도감 섞인 표정으로 내 팔에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아오이….”
“왜.”
“그럼 화 풀린 거야? 루나 안 버릴 거야?”
“버리긴 누굴 버려. 10미터 때문에 버리고 싶어도 못 버리거든?”
내 말에 루나가 헤헤, 하고 웃었다. 이제야 겨우 다시 햇살이 드는 것 같았다. 녀석은 내 팔을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다행이다아. 아오이가 오늘 학교에서 나 한 번도 안 쳐다봐서… 나 진짜 폐기 처분되는 줄 알았어어!!!”
“바보냐. 애초에 사람을 어떻게 폐기해.”
“아오이 냄새 좋다. 약간 땀 냄새나는데, 이것도 인간적이라 좋아.”
“야! 씻을 거야! 떨어져!”
루나는 내 품에 파고들었다. 에덴에서 온 이질적인 존재. 하지만 지금 내 품에 있는 건, 그저 외롭고 겁 많은 어린아이였다. 녀석의 심장 소리가 내 심장 소리와 겹쳐져 들렸다. 쿵, 쿵, 쿵.
“아오이… 루나 배터리가 다 됐을지도.”
“배고파?”
“아니, 그거말고!!! 하루종일 아오이랑 떨어져 있었으니까!!!”
루나가 내 셔츠 자락을 꽉 쥐었다.
“충전이 필요해. 아주 많이.”
그 목소리가 너무 가냘퍼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 하루 종일 긴장하고 있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 녀석도 불안했던 거다. 내가 자기를 미워할까 봐, 이 낯선 세상에서 유일한 연결 고리가 끊어질까 봐.
“그래. 충전하자.”
나는 루나를 데리고 매트리스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좁은 매트리스 위,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누웠다. 루나는 기다렸다는 듯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따뜻해….”
녀석이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루나의 금발이 내 턱 밑을 간지럽혔다. 샴푸 냄새와 묘하게 달콤한 체취가 섞여 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루나의 등을 토닥였다. 사람의 몸이다. 데이터 덩어리가 아니라, 부서지기 쉬운 진짜 몸.
“아오이.”
“왜 그래?”
“에덴에서는… 이렇게 닿아도 온도가 안 느껴져. 촉감 데이터만 전송되거든.”
“그래?”
“응. 근데 아오이는 뜨거워. 난로 같아. 아니, 용광로인가?”
루나가 킥킥거렸다.
“시끄러워. 그냥 자.”
“아직 충전 안끝났어!!”
루나는 마치 보물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아이처럼, 필사적으로 매달려왔다. 그 무게감이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안정감이 들었다.
“아오이.”
“왜 자꾸 불러.”
“이번 주말에… 루나 알바할게.”
녀석이 내 가슴팍에 웅얼거렸다.
“돈 벌어서 고기 사 먹을래. 아오이한테도 사줄게.”
“네가?”
“응. 접시도 닦고, 서빙도 할 거야. 해킹은 안 하고 정정당당하게 노동으로.”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아니 너랑 못 떨어지니까 나도 가야하잖아.”
“어, 어쩌지?! 그럼 같이할까?!”
“넌 안해도 돼. 한 명 먹여살리는 것 정도야 쉽고.”
“하지만 우리 돈이 없잖아…?”
“올드 웹 관리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받아.”
루나의 목소리가 점점 느려졌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잠이 쏟아지는 모양이었다. 나도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하루 종일 세웠던 날이 무뎌지고, 나른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나는 루나의 금발을 손가락으로 빗어 넘겨주었다. 부드럽고 찰랑거리는 감촉. 이 이질적인 존재가, 이제는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잘 자, 루나.”
“응… 아오이도….”
루나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했다. 녀석의 숨결이 내 목덜미에 닿을 때마다 간지러웠지만, 나는 몸을 떼지 않았다. 10미터의 사슬. 처음엔 족쇄라고 생각했던 그 거리가, 지금은 우리를 이어주는 생명줄처럼 느껴졌다. 창문 너머로 가마쿠라의 밤하늘이 보였다.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이고 있었다. 에덴의 완벽한 인공 하늘보다 조금 춥고 불편하지만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이 좁은 방이, 훨씬 더 낙원처럼 느껴진다고, 루나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루나를 더 꽉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아침과는 다르게 정적이 어쩐지 조금 즐겁게 느껴졌다.
“…….”
“…….”
평소라면 내 위로 다이빙하며 "아오이! 기상! 태양이 떴어!"라고 소리쳤을 루나가, 오늘은 얌전했다. 녀석은 내 옆에 웅크리고 누워, 이불 끝자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마치 풀이 죽은 강아지의 귀처럼 축 처져 보였다.
사건의 발단은 어제 저녁이었다.
“아오이! 저거먹자!!! 루나 스테이크 먹고 싶어! 구울 때 치이익 소리 나는 거!”
“안 돼. 생활비 간당간당하단 말이야. 그냥 계란말이 먹어.”
“어제도 계란말이 였었잖아!응? 고기 먹자? 갑자기 나오는 녀석으로~ 부탁이야?”
“윽… 아니 그래도 이번엔 안돼! 애초에 말이야 집 수리비로 얼마나 썼다고 생각해?!”
“그, 그건 은행의 데이터를 어떻게 파팟-하고 조작하면~”
“되겠냐!!!”
…아니 뭐 심했다고는 생각해? 홧김에 소리를 질러버렸고, 루나도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 뒤로 우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10미터라는 거리 제한 때문에, 싸우고 나서도 한방에서, 그것도 한 이불을 덮고서 자야 한다는 건 꽤나 고문이었다.
“루나 일어나. 학교 가야지.”
나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처럼 "싫어~ 5분만~" 하고 칭얼거리지도 않았다. 녀석은 조용히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챙겼다. 책상 위에 놓인 투박한 검은색 UMPC가 눈에 들어왔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위잉- 하는 팬 소음과 함께 익숙한 부팅 화면이 떴다. 나는 습관적으로 가계부 엑셀 파일을 열었다. 화면 가득한 붉은색 숫자들. 마이너스, 마이너스, 마이너스.
“이번 달은 엄청 적자네…”
부모님이 보내주는 생활비는 1인분 기준이다. 그런데 식비가 두 배, 아니 루나의 먹성을 고려하면 2.5배로 늘어났다. 게다가 천장 수리비 견적은 상상을 초월했다. 내가 예민해진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루나는 화폐가치를 알 리가 없지 않은가. 에덴에는 공식적인 화폐가 없으니까.
“알고는 있는데…”
나는 UMPC를 탁 덮어 가방에 쑤셔 넣었다. 솔직히 마음이 불편했다.
등굣길은 고역이었다.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10미터의 투명한 사슬이 오늘따라 유난히 짧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평소였다면 루나가 멋대로 손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다녔겠지만 오늘은 서로 조금 떨어져 있기로 했다.
혼자 다니는게 이렇게 어색했던가? 루나가 지상에 내려온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 괜히 고독함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딸깍. 헤드폰의 휠을 돌려 00년대 팝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다. 경쾌한 신디사이저 음이 귀를 채웠지만,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평소라면 루나가 "아오이! 이 줄은 뭐야? 생명 유지 장치야? 나도 듣고싶어!"하며 헤드폰을 뺏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내 뒤에서 발소리만 낼 뿐이었다. 힐끔 뒤를 돌아보니, 루나는 땅바닥만 보고 걷고 있었다.
“…….”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루나의 교복 위로 흩어졌다. 축 처진 어깨. 항상 "나는 에덴의 엘리트야!"라며 턱을 치켜들던 당당함은 어디 가고, 세상 잃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더 쓰였다.
학교에 도착해서도 냉전은 계속되었다. 교실에 들어서자 반 친구들이 인사를 건넸다.
“어, 후지와라양에 아오이!!! …어? 무슨 일 있어? 뭔가 평소보다 좀 떨어져있지 않아.”
“……아니 언제 그렇게 붙어있었다고.”
“아… 뭐 본인은 모르겠지!!!”
대충 대답하고는 자기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반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잇치랑 루낫치 싸운거야아~?”
내 뒷자리에 앉은 친구, 유미가 내 어깨를 콕콕 찔렀다.
"저기저기 이치노세양~ 뭔가 대답해주라아~”
"아니… 그냥 별일 아니야."
나는 헤드폰을 목에 걸며 한숨을 쉬었다. 유미는 눈치가 빠른 녀석이었다.
“아, 나 눈치 채버렸을지도~ 잇치 또 잔소리한거지~ 루낫치 오늘 되게 풀죽은 강아지 같은 표정이잖아~.”
“아니 잔소리가 아니라…! 아니 뭐랄까, 잔소리 맞을지도.”
내 말에 유미가 혀를 찼다.
“아하핫~ 잇치 너무하네~ 루낫치는 외국에서 왔잖아? 하물며 독일이면 에덴만큼 복지가 좋다고 하잖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나도 알아. 아는데… 통장 잔고를 보면 나도 모르게 욱한다고.”
“잔고는 중요하긴 하지~ 다른 방법은 없는거야아? 닭고기라던가~"
솔직히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초차원 카톡방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마 남는 고기 조금 정도야 얼마든 받아올 수 있겠지만, 필요한 순간에만 그곳을 찾는 건 솔직히 조금 그렇지 않은가.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일방적인 상하관계가 된다. 고개를 살짝 돌려 옆자리를 보니 루나는 여전히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목덜미만 보였다. 평소에도 나보다 작아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풀이 죽어있으니 괜히 더 작아 보였다. 에덴에서 혼자 떨어져서, 아는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는데. 내가 너무했나. 유미의 타박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과해야지. 해야 하는데,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존심이었으면 차라리 낫지 그냥… 미안해서 얼굴을 못 볼 것 같았다.
하굣길. 우리는 여전히 말없이 걸었다. 가마쿠라의 하늘은 얄밉도록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에노덴 전철이 뗑, 뗑, 뗑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다.
귀갓길은 정적이었다. 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이대로 훌쩍 떠나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주기적으로 루나가 잘 오는지 뒤를 돌아보기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집에 인사를 건네고, 가방을 책상 위에 던져놓았다. 루나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더니, 쭈뼛거리며 방구석으로 갔다. 그러고는 무릎을 안고서 웅크려 앉았다. 마치 벌받는 아이처럼.
나는 책상 의자에 앉아 UMPC를 꺼냈다. 전원을 켜고 타닥, 타닥 물리 키보드를 두드렸다. 의미 없는 웹 서핑. 죽은 사이트의 아카이브를 뒤적거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신경은 온통 등 뒤에 쏠려 있었다.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다. 차라리 "배고파!"라고 소리라도 질러줬으면 좋겠는데.
그때였다. 스르륵. 등 뒤에서 미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루나가 바닥을 기어서 내 의자 뒤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모른 척하고 모니터만 노려봤다.
툭. 뭔가가 내 등 뒤에 닿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 루나의 이마였다. 녀석은 내 등 뒤에 찰싹 달라붙어, 내 허리춤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
“…….”
팬 돌아가는 소리와 내 심장 소리만 들렸다. 잠시 후, 등 뒤에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아오이.”
“……왜.”
“아오이, 바빠? 데이터 처리 중이야?”
나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한숨을 쉬었다.
"아니. 안 바빠."
그러자 내 허리를 잡은 루나의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녀석은 내 등에 얼굴을 마구 부비적거리더니,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였다. 루나가 슬그머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 나를 쳐다봤다. 녹색 눈동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
루나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하지만 잠시 후, 녀석의 손이 꿈틀꿈틀 내 쪽으로 넘어왔다.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UMPC 옆으로, 루나의 손가락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툭. 툭. 루나의 검지가 내 팔꿈치를 소심하게 건드렸다.
“……저기."
모기만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모른 척하고 UMPC 화면을 보는 척했다. 이미 몇 분 전부터 같은 사이트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아오이….”
툭, 툭. 손가락 공격이 계속되었다.
“왜.”
내가 무뚝뚝하게 대답하자, 루나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눈가가 촉촉했다.
“그… 어제 있잖아….”
“어?”
“고기… 안 먹어도 돼.”
루나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었다.
“어제 아오이가 네모랑 이야기 하고 있을 때 몰래 검색해 봤어. 지상의 경제 시스템같은거…”
“뭐… 그렇지.”
“아오이는 '학생'이라는 직업군이라 소득이 없잖아. 그러니까… 루나가 무리한 요구를 한 거야. 비효율적인 리소스 낭비를 강요했어.”
녀석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제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미안해. 에덴에서는 생각만 해도 바로 나왔으니까…”
그 말을 듣는데,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하게 아파왔다. 이 녀석, 밤새 나름대로 고민했던 모양이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왜 내가 화를 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 루나가. 자판기를 해킹해서 음료수를 뽑아 먹던 그 뻔뻔한 녀석이.
“루나.”
“응….”
“일어나봐.”
“화났어…?”
“아니니까 얼른.”
나는 짐짓 퉁명스럽게 말하며 의자에서 내려와 루나를 내 무릎에 뉘었다. 평소랑 비슷한 포지션으로 우리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루나의 머리에 손을 얹자 부드러운 금발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미안해. 소리 질러서.”
“…….”
“돈 없는 건 내 사정인데, 괜히 너한테 화풀이해서. 넌 여기 온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루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더니 이내 안도감 섞인 표정으로 내 팔에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아오이….”
“왜.”
“그럼 화 풀린 거야? 루나 안 버릴 거야?”
“버리긴 누굴 버려. 10미터 때문에 버리고 싶어도 못 버리거든?”
내 말에 루나가 헤헤, 하고 웃었다. 이제야 겨우 다시 햇살이 드는 것 같았다. 녀석은 내 팔을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다행이다아. 아오이가 오늘 학교에서 나 한 번도 안 쳐다봐서… 나 진짜 폐기 처분되는 줄 알았어어!!!”
“바보냐. 애초에 사람을 어떻게 폐기해.”
“아오이 냄새 좋다. 약간 땀 냄새나는데, 이것도 인간적이라 좋아.”
“야! 씻을 거야! 떨어져!”
루나는 내 품에 파고들었다. 에덴에서 온 이질적인 존재. 하지만 지금 내 품에 있는 건, 그저 외롭고 겁 많은 어린아이였다. 녀석의 심장 소리가 내 심장 소리와 겹쳐져 들렸다. 쿵, 쿵, 쿵.
“아오이… 루나 배터리가 다 됐을지도.”
“배고파?”
“아니, 그거말고!!! 하루종일 아오이랑 떨어져 있었으니까!!!”
루나가 내 셔츠 자락을 꽉 쥐었다.
“충전이 필요해. 아주 많이.”
그 목소리가 너무 가냘퍼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 하루 종일 긴장하고 있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 녀석도 불안했던 거다. 내가 자기를 미워할까 봐, 이 낯선 세상에서 유일한 연결 고리가 끊어질까 봐.
“그래. 충전하자.”
나는 루나를 데리고 매트리스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좁은 매트리스 위,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누웠다. 루나는 기다렸다는 듯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따뜻해….”
녀석이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루나의 금발이 내 턱 밑을 간지럽혔다. 샴푸 냄새와 묘하게 달콤한 체취가 섞여 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루나의 등을 토닥였다. 사람의 몸이다. 데이터 덩어리가 아니라, 부서지기 쉬운 진짜 몸.
“아오이.”
“왜 그래?”
“에덴에서는… 이렇게 닿아도 온도가 안 느껴져. 촉감 데이터만 전송되거든.”
“그래?”
“응. 근데 아오이는 뜨거워. 난로 같아. 아니, 용광로인가?”
루나가 킥킥거렸다.
“시끄러워. 그냥 자.”
“아직 충전 안끝났어!!”
루나는 마치 보물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아이처럼, 필사적으로 매달려왔다. 그 무게감이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안정감이 들었다.
“아오이.”
“왜 자꾸 불러.”
“이번 주말에… 루나 알바할게.”
녀석이 내 가슴팍에 웅얼거렸다.
“돈 벌어서 고기 사 먹을래. 아오이한테도 사줄게.”
“네가?”
“응. 접시도 닦고, 서빙도 할 거야. 해킹은 안 하고 정정당당하게 노동으로.”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아니 너랑 못 떨어지니까 나도 가야하잖아.”
“어, 어쩌지?! 그럼 같이할까?!”
“넌 안해도 돼. 한 명 먹여살리는 것 정도야 쉽고.”
“하지만 우리 돈이 없잖아…?”
“올드 웹 관리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받아.”
루나의 목소리가 점점 느려졌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잠이 쏟아지는 모양이었다. 나도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하루 종일 세웠던 날이 무뎌지고, 나른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나는 루나의 금발을 손가락으로 빗어 넘겨주었다. 부드럽고 찰랑거리는 감촉. 이 이질적인 존재가, 이제는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잘 자, 루나.”
“응… 아오이도….”
루나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했다. 녀석의 숨결이 내 목덜미에 닿을 때마다 간지러웠지만, 나는 몸을 떼지 않았다. 10미터의 사슬. 처음엔 족쇄라고 생각했던 그 거리가, 지금은 우리를 이어주는 생명줄처럼 느껴졌다. 창문 너머로 가마쿠라의 밤하늘이 보였다.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이고 있었다. 에덴의 완벽한 인공 하늘보다 조금 춥고 불편하지만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이 좁은 방이, 훨씬 더 낙원처럼 느껴진다고, 루나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루나를 더 꽉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아침과는 다르게 정적이 어쩐지 조금 즐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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