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말
'죽고싶어'라느니 '살기싫어'라든지 '미소녀가 되고싶어'라든지 결국 현실세계 현실사회의 내가 존재함으로 내가 겪고 책임지고 행동해야하는 걸 전부 그만두고 싶어, 라는 건데 결국 그런 건 죽는 수밖에 없잖아. 그런데 죽음 이후의 세계는 밝혀지지 않았다고는 해도, 적어도 모두 알고 있는걸, 죽은 사람은 더는 창작을 할 수 없다. 나는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은걸. 죽어서 창작을 할 수 없잖아. 가능했으면 다빈치는, 고흐는. 아니면, 그리는 게 가능해도 적어도 계속 이어진 명의로 산 자에게 닿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거잖아. 억울하지. 나는 존재하지 않는 채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 보는 것만 가능한 것만으로는 부족하잖아. 그래서 더는 그리고싶음에 미련이 없을 것 같으면 죽어도 좋겠다고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일도 일어나지 못하고 살아버렸네. 살아버렸으니 조금만 더 살아볼까 했더니 새로이 입덕 같은걸 해버려서 그리고싶음에 미련이 생겨버렸네. 억울해, 억울해. 하지만 제일 사라지고 싶은 이유는 결국 내 탓이지, 내가 억울할 게 어딨어? 자신의 잘못이라는 게 너무 나빠. 모든 게 내 탓.
내가현실의나에게어떤감정을품고나스스로도나의그런점을싫어하고내가그렇게살고싶지않은데내가그렇게행동하게된다는것따위아무래도좋은점이지 나는결국세상에있어서타인에게이해받을수없으며나도이해받고싶지않고나스스로도이해하고싶지않을뿐더러이해받아서도안되는 폐급이니까 그러나그사실이더괴로워
"이런게 보고싶어서 그려야 해"같은것만 없었어도 꾸역꾸역 살 이유는 없었을텐데
꿈은 있었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
꿈은 있었는데, 나는 그걸 할 수 없는 사람이었어
지금은 아무런 꿈도 없어, 아무런 의미도 없어, 그걸 바라보며 살 이유가 없어
그냥 그리거나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까 살 뿐이지.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면 좋을텐데